남편 몰래 경험한 색다른 세계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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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저만큼 떨어져있는 트윈 오피스텔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나쁜 넘!
어어? 정말 저 넘이...! 옷도 돌려주지 않고..혼자 가버림 난 어떡하라구..
[야~ ! 이 나쁜..넘...치마를 줘야...]
남자가 끌고 온 이 빤추차는 스마트키가 없으면 당연히 시동조차 걸 수 없다.
뜨거운 햇빛이 이글거리는 오후시간, 에어컨이 꺼진 차안은 금새 후끈한 열기가 와 닿는 것같다
그리고 혹시 누가 지나가다 들여다 볼까봐 아까부터 계속 불안하고 겁도 나는데..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낄낄! 그래, 차안에서..한 시간만 있어 봐..오늘 저녁 9시 뉴스에 나올테니...]
몇 걸음 걸어가던 넘이 힐끔 뒤를 한 번 돌아보더니 나에게 비아냥을 날려온다.
얼마후..마지못한 나는 차 문을 살그머니 열고 나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며,
내려오지도 않는 블라우스 자락을 억지로 끄집어 내려 하체를 가린다.
그리곤 작은 백으로 앞부분을 커버했지만 너무나 어색한 모습이다.
마치 한뼘도 안되는 초미니 스커트를 입은 것처럼 엉덩이의 아랫부분이 훤하게 드러났다.
정신이 이상한 여자가 밝은 대낮,
그것도 공공장소인 도로가에서 옷을 훌렁 벗고 서 있는 듯한 노출감.
주위에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나 살피는 나는,
미처 제대로 고치지 못한 브래지어가 젖가슴 위 아래로 이상하게 걸쳐져,
유방이 기형적으로 커진 것같이 잔뜩 부풀려져 있는 줄도 모른 채,
종종 걸음으로 얼른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진즉 그럴 것이지...괜히 사람 어깃장나게...흐,음..들어가자]
[치..치마 돌려줘..응? 제발!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떻해..]
[쿡쿡! 아직도 고집피우지..? 따라오기 싫음 그만 두고..말리지 않을테니 집에 가!]
[아..알았어, 마..말 들을게...그러니까..]
[그럼..잔말말고...어서 오기나 해.. 음! 은애 행동하는 거 봐서..]
멈칫멈칫 돌려줄 듯 말듯 애매한 표정을 짓던 남자는,
치마를 쥐어잡은 손을 내 앞으로 쑥 내밀었다가 거둬들이기를 거듭하면서,
나로 하여금 약발을 받게 하는 동작을 취한다.
그때마다 치마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 나는, 그 바람에 블라우스 자락이 위로 치켜들려,
반쯤 드러나있던 엉덩이가 훌러덩 완전히 노출되는 아찔한 모습을 연출해댄다.
덜 성숙된 아기의 피부같이 허여멀건한 허벅다리 맨살은 물론,
탄력있는 둥근 구체와 잘록한 허리가 이어지며 그려내는 S라인 굴곡을,
고개를 아래 위로 숙였다 올렸다, 끄덕이는 동작으로 노려보는 남자.
유혹적이고 관능적인 내 몸의 곡선을, 마치 아름다운 나녀조각상을 관람하는 것처럼,
눈알까지 반짝 빛내며 쳐다보는 넘.
특히 약간 젖어 훤히 비쳐보이는 내 팬티의 중심부분, 그 오묘한 둔덕과 골짜기의 형태를 향해,
더 유심히 눈화살을 꽂아오는 것 같아,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머나..!! 하우~ 어떻해...?]
여태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없더만..하필이면 그때,
저쪽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남녀 한 쌍의 모습이 내 눈을 확! 찔러온다.
나이 차이가 꽤 있어뵈는데도 서로를 껴안다시피 바짝 밀착해서 걸어오는 두 사람,
나는 그 와중에도 "정상적인 커플이 아닌가?" 하곤, 이상한 생각까지 퍼뜩하면서
얼른 남자옆으로 몸을 숨겨갔다.
[가..가! 어서! 사..사람들 온단 말야..]
[이제 급해지셨군..후후, 사람들 오면 뭐 어때..발가벗은 것두 아닌데..]
[아우~ 다..당신, 정말 못됐다..]
[윽! 은애..너!]
더 이상 미적거렸다간 또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서둘러 넘의 팔짱을 꽉 껴잡은 나는,
전혀 급할 것 없다는 듯이 느긋하게 행동하는 남자의 옆구리를 쿡 꼬집어 비틀었다.
오피텔까지..불과 몇 미터도 되지않는 그 거리가 얼마나 길고 멀게 느껴지는지,
건물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간이 콩알만큼 작아져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저위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끌어 내려지는 그 사이,
나는 혹시라도 엘리베이트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있을까..
또 다시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고,
띵~하는 기계음이 들리는 순간, 재빨리 남자뒤로 몸을 숨겨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살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남자의 오피스텔 문앞까지 가는 동안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휴우~ 1년은 감수했네...이,이 양아치 같은 넘 때문에..."
"어디..저번 날처럼..이상한 짓거리 또 시키기만 해봐..그냥 콱! 성기를.."
내가 속으론 그렇게 이를 갈아대며 새삼스레 동건씨가 생각나 실내를 휘 둘러보는데..
어라..? 이 넘이 이거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인감?
의상실에 전화를 거는 듯 핸폰을 귀에 대고 몇 마디 지껄이던 넘이..
계속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구는 피식피식 웃으며 주방 냉장고쪽으로 몸을 돌린다.
[자..치마줄테니...옷 입으면서 자기 몸 한 번 돌아봐..! 흐흐..]
"나쁜 넘..사람 간을 다 쫄아들게 만들어놓구 이제와선..어머나!! "
에구머니나..! 나는 그때서야 괴상망측하게 부풀려져 있는 내 젖가슴을 살펴보곤 기겁을 했다.
"맙소사.. 아~망할 자식..저거..저거 완전 변태에게..이..이런 내 모습을..."
서둘러 매무새를 고친 나는 바지치마까지 챙겨입었다.
[마음이 뒤숭숭해서..점심도..변변히 챙겨 먹지두 못했지..? 마셔 !]
[치이! 됐네요..누가 내 걱정해 달래...]
[또 봐..이래뵈도 꽤 값나가는 와인이야..난 운전해야 하니까 혼자마시라구..]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 달그락거리던 남자는,
꼴에 뵨태가..지가 무슨 엄친아라도 된 것처럼 착각한 것인지,
여태와는 확 달라진 정중한 태도로,
빛깔도 화려한 와인잔을 슬그머니 내게 건네왔다.
입안에서 순식간에 군침이 감돌 정도로 상큼하고 감미로운 와인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좀전의 그 황당한 노출 상황때문에 긴장한 탓인지,
입안이 깔깔하고 심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었던 나는 별 생각없이 술잔을 받아들었다.
근데 남자가 유리잔을 건네오는 그 순간,
왠지 넘의 표정이 조금은 굳은 듯 보여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내심으론 "뵨태 넘이 별 짓을 다하네..또 무슨 쓸데없는 수작을 부릴려구.."
그렇게 그러려니 하고는 받아 든 와인잔을 입가로 가져다댔다.
"아~뭐야..? 이 남자..술맛 떨어지게..말끄러미 왜..나를 쳐다 봐!"
왜 일까..그 짧은 찰나, 묘하게도 내 가슴속에서 약한 진동이 콩콩 일어났고,
살짝 찌푸린 눈가가 파르르르 자잘한 떨림을 만들어,
유리잔에 비쳐보이는 남자 얼굴을 흔들려보이게 했으니..
[으,음..만날 때마다 내가 유심히 보아왔는데..말야..은애...너!
할머니들이나 낄 그 구닥다리 금반지는 왜..주구장창..손가락에서 빼질 않나 몰라..
명색 유행의 첨단을 걸어야 할 미시 모델이..폼새 안나게..]
[킁킁..흠흠..홀짝! 홀짝!! 냄새가..좋은데..맛도...괜히 술맛 떨어지게시리..
남이사 구리반지를 끼던..문구점에서 파는 500원짜리 장난감 반지를..으..응? ]
한 모금 또 한 모금..
향을 천천히 음미하며 달콤하게 혀끝에 와닿는 와인 맛을 느껴가던 나는,
무언가가 살짝 부딪치며 크리스탈 유리잔을 쨍~ 하고 울리는 맑은소리에,
흠칫 놀라 손을 멈췄다.
[남편이 사업하는 사람이래며..금반지를 결혼식 예물로 해줬을리는 없구...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흐,음! 내 마음이 담긴...작은 선물이야..
이유는 묻지말구..그냥 은애가 받아줬으면 좋겠어..]
[이..이게 무슨 황당한...? 남편있는 여자에게..서준! 당신 미친..또라이]
[음,음..말이 넘 심하다...나 정신 말짱하거든..]
[그래, 맨정신인 남자가..유부녀..응?
미혼남이 처녀에게 프로포즈하는 것두 아니고..이 무슨 망발이야..?]
[알아..누가 뭐 프로포즈 한 댔어..그냥...걍 작은 선물이라고 했쟎아..]
[기가 막혀..내가 모..몸을 허락했다고 이렇게 막..대하는..]
[절대 그런 거 아냐, 은애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으,음! 화난다구..]
[화가 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아니, 뻔히 임자있는 여잔지 알면서..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며..반지를? 말이나 되는 소리야..응?]
내 몸을 탐하겠다는 것두 아니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을,
그것도 알반지를..와인잔에 담궈 전해 온 남자.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이 남자의 마음 씀씀이에,
나는 상당히 큰 혼란스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하~참, 쓸데없는 비약은 시키구 그래..좀 전에 말했쟎아..
젊은 여자가 금반지만 늘 끼는 것 같아서...그냥 반지 하나 사서 선물했다구 말야..]
[그래두..자, 받어..나, 이 반지 받을 이유없어..아니, 절대 못받아...]
[사람이 성의를 보이면 못이기는 척 받음되지..
확 그냥, 아까 옷을 다 벗겨버리구..콧대를 콱 낮춰놓고 주는 건데..그랬음..]
[뭐..뭐라구...나, 나를 어떻게 보고선..그런 말을...]
그렇게 눈을 치뜨면서 대꾸는 했으나, 그러나 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정말 남자의 그 말처럼..만약시리 이 넘이 내 옷을 다 벗겨..
오피스텔 문밖에라도 세워 둔 상태에서, 선물이라고 반지를 내밀었으면,
나는 두 말로 반항할 여지도 없이 꼼짝못하고 수용했을 지도 몰랐으니까.
아흐~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어 나는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음..음!! 무식하게시리..당신..그러고 남을 사람인거 알아..
그치만..내가 끼고있는..이 반지에 얽힌..사연을 들으면..함부로..]
[누가 꼈던 걸 물려받았다..뭐, 그딴 캐캐먹은 얘기는 솔직히 알고싶지도 않어..
그것 보담은...으,응? 내가 그만큼 양보했다는 걸 알았으니..받아줄거지?]
[그..글쎄...]
[정..은애 마음이 그렇다면.. 선발대회 나갈 때 만이라두..그 반지를 같이 껴!
무대위에서 금가락지를 끼고 스포트를 받을 순 없쟎아..? 안 그래..?]
[후~몰라...차 수리비로 사람을 옭아매더니..이젠 별..]
[그건 그거구..이건 이거...아무튼 그만 나가자! 민실장 기다리겠다]
받아라, 받지 못하겠다..그렇게 옥신각신 남자와 실랑이를 벌리던 나는,
결국 내 손을 잡아당겨 억지로 끼워주다시피 손가락을 세우는 남자의 행동을,
더 이상 어떻게 제지하지 못하고 힘을 빼고만 있어야했다.
알반지를 작은 선물이라고?
나의 여자 핵심 그거만한 큰알맹이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그 반지는,
꽤나 비싼 값을 치루고 장만한 듯 보였다.
하지만 내게는 별로 달갑지않은 선물..
내 마음 한켠이 다시 한 번 남자에게 허락되는 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꿀꿀했다.
* *
그렇게 오피스텔을 나와 우리는 다정한 한 쌍의 연인처럼 차에 올라탔다.
[의상실이 시내 어디쯤이야..? 얼만큼 더 가야해..?]
[으,응..시내는 시내지만, 변두리라..쫌 가면 돼...그건 왜 물어..?]
[그냥, 할 얘기두 궁하고...근데..왜 아까 나를..놔줬어?]
[은애를 놓아 주다니..무슨 뜻이야...?]
차가 코너를 돌때, 나는 은근슬쩍 몸을 기울이는 척하면서 남자의 바지위에 손을 올렸다.
"와인을 잘못 마셨나? 이 여자가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네" 하는 얼굴로
흘끔 나를 돌아다 본 남자는 이내 싫지않은 표정을 지으며 전방으로 시선을 돌린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몰래 봤더니..거기 바지앞이 불룩하던데...]
[크으! 난 또 뭐라구..놓아주고 싶어서 놔 준게 아니라..흐,음..
은애가..뭐, 내가 억지로 강요한다고 순순히 대줄 여자니..?]
그 동안 축적된 게 많아서 그런 건가?
아님 비록 옷위로 만지지만 보드랍은 여자 손이 닿아서 그런지..
손아귀에 물컹하게 와 닿는 남성의 실체가 금새 기운을 차리며 힘이 실린다.
[훗! 혹시 알어? 알반지도 받았겠다...원한다면 못이기는 체 응해 줬을지도..]
[아그, 됐네..! 이 여우띠에..공주병 걸린 아줌마야..그리고..솔직히..]
[솔직히..뭐 ?]
[음!! 텔 들어가기 전에.. 니가 치마 뺏을려구 큰길에서 손 내밀 때..그 섹시한 모습...
아~나, 정말 꼴려 죽는 줄 알았다..
그 사람들 아니었음..흠! 그보다 조금만 더 시간 끌었으면 확 거기서 덮쳤을지도 몰라..]
[어머머..!! 이 남자 말하는 거 좀 봐..! 아니, 그렇다고 백주 대낮에...]
아까는 긴장과 불안때문에 나 자신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형편인데..
내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노출된 몸을 보고,
극한의 흥분을 넘어 도발까지 생각했다는 남자의 말은, 곧 내가..
그만큼 성적인 매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의 말로도 해석된다.
상체를 조금 더 왼쪽으로 기울인 내가 바지 가운데의 지퍼부분을 개방시킨 탓일까.
아님 "덜컹" 과속방지턱을 타 넘은 때문인지 남자의 엉덩이가 들썩이며 움찔했다.
[내숭 10단 여우띠 공주가..흐, 으음! 왜 이러실까..? 운전 방해되게...]
[쿡! 운전하니까 날 강제하지는 못할테구..으,응..?
숨겨둔 앤 여자가 있는 것두 아니라면서..벌써 몇 일이야..어떻게 참어?]
[흐.음음!! 이..이러다 사고난다..은애 너...]
[뭐야..남자가.. 아깐 사고라도 콱 났으면 어쩌구 해놓구선..응? 죽긴 싫은 모양이네..]
[죽긴 왜 죽어..이 좋은 세상에..더군다나 은애를 놔 두고..으~~이 여자가 정말..]
바지를 비집고, 비온 뒤 죽순 돋아나 듯 삐죽이 고개를 내민 성기의 대갈머리,
내가 그날 지하주차장 차안에서 할 때와는 또 다른 움직임으로,
위 아래로 재빠르게 부벼대며 끄트머리를 굴려대기 시작하자,
남자는 핸들을 꽉 움켜쥔 채 연신 운전석 시트위에다 암팡진 엉덩짝을 돌려대었다.
[나..그때 남편 전화받으면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르지..어디..]
[으그! 그때 얘길 왜.. 나, 나..은애 핸드쟙엔...야아~~그만..금방 싼다구..]
[크크!! 의상실 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글쎄..허연 풀죽이 묻은 바지를 입고 가면..
아마..이러지 않을까? 다 큰 남자가 칠칠치 못하게 어디다 코를 묻히고 다니냐고..말야]
[내..내가 잘못했어, 다신 그런 장난 안칠게..아우~~제발! ]
[폭발 직전야..그냥 싸! 그리고 이따 우리..옷 다 보고 호텔이라두 갈까?]
[우그! 으극!! 호..호텔이라니..은애도 동하긴 동했나..흐으~~!!]
남자는 뒷말을 채 다 잇지도 못하고 불끈하는 요동을 한 번..두 번..진저리치면서
내가 마악 뽑아다 댄 티슈 뭉치사이로 뜨거운 기운을 쏟아내었다.
* *
남자의 차가 멈춘 곳은 시내 중심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
가게 영업에는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의상실이 제대로 운영이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후미진 위치에 자리잡은 아담한 샵앞이었다.
커다란 유리도어의 한 켠에 박혀있는 연꽃무늬 가운데 "秀蓮(수연) 뷰티 샵" 이란
작은 글씨체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면 의상실인지 가정집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
"뭐야..이런 쬐그만 의상실에 무슨..좋은 옷들이 있다고.."
근데 밤에 배운 한자라 낮엔 잼병인 내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은..
뷰티 샵이란 영어만으로 아~ "의상실인가 보다" 그렇게 판단해,
미처 그 의상실의 주인이 누구인지 사전에 가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어색한 표정으로 건물주위을 둘러보던 나는, 한 걸음 앞서간 남자의 뒤를 따라
천천히 의상실안으로 들어갔다.
[실장님은 점점 더 어려지시는 것 같습니다..]
[호호..농담은..아무튼 듣기 싫지는 않네요..어서오..어머! 은애씨!]
입구쪽으로 등을 돌리고 선 남자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농지기를 나누던 실장이란 여자가
마악 들어서는 나에게 인삿말을 해오며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의외라는 표정으로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오히려 화들짝 더 놀란 사람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바로 나였다.
[어머나..! 다..당신은..? 수연씨..!]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 까페까지 개업한 수연이다..?
민주와 오빠의 정사를 훔쳐보면서 아주 똑똑하게 새겨들었던..한 마디.
"오빠에겐 수연이 쥐약이구나..!"
당시는 도대체 그 쥐약이란 단어의 뜻이 무언지 자세하게 가늠할 수 없었지만,
단지 동건씨가 목격한 제 2의 여자가 수연이 분명하다는 심증만 굳히고 있었는데..
나와 수연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듯 사전에 이렇다 하는 말도 없이,
서준 이 남자가 나를 데려온 곳이 하필이면 민실장으로 칭해지는, 수연 이 여자의 의상실이라니..
나는 순간, 소름 비슷한 오싹한 돌기가 온 몸에서 솟아오르며,
흉가에라도 찾아 온 것처럼 으시시한 공포의 전율이 등골에서 부터 쭈욱 치달려,
머리끝까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어? 아니, 두 분 서로 아시는..사이신가 봐요]
[네, 서대표에게 말하지 않았나요..? 민주와 친한 친구..은애씨를 일전에 만났었다고..]
[아하~내가 건성으로 들었나봅니다..그랬군요..난 또...흠, 잘됐네요..]
[아까 전화받으면서 꽤 궁금했어요. 서대표가 모시고 올 미녀분이 누군가 하구요.
근데..은애씨를..호호!! 이것도 인연인가봐..]
[은애씨와 실장님이 아시는 사이시면..옷은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아이~대표님두..내게 맡겨버리심 그건 예의가 아니죠..
여자옷은 남자가 보는 시선이랑..내가 보는 눈이 다르니까..안 그래요?
바쁘지않음 옷은 천천히 보구..뭐해요? 은애씨! 놀라 그러고 서 있지 말고 잠깐 앉으세요.!]
[네..? 아...예! ]
[호호, 은애씨두..우리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닌데..어색하게 왜 그래?
더군다나 함께 술잔도 부딪치구선..접때처럼 그냥 편하게 말 터자구..응?
그때 말했쟎아..고작 2살 차이로 내가 언니대접 받으면 노계가 된 것같아서 싫다구 말야..]
[아~ 그..그래...요. 그럼!]
당당하고 아무 거리낌없이 말하는 그녀에 비해, 내 성격이 너무 소심한 탓일까.
나는 남자까지 함께 있는 자리라 그런지 왠지 자꾸만 수연에게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직원도 오늘 마침 쉬는날이구...디자이너는 일이 있을 때만 나오는데..
은애야..잠깐만 기둘려! 나 커피 타가지고 금방 나올께..]
세련된 멋을 한껏 드러낸 수연은 전시홀 한켠 휘장이 둘러진 안쪽으로 이내 사라졌다.
무언가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남편과 모종의 섬씽이 있는 수연이란 이 여자.
벌써 몇 번이나..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이상하게,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진다.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이 년전인가? 수연과의 첫 대면은..
마악 민주와 함께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연습장에서 얼굴을 몇 번 봤었다.
그 당시 수연은 마치 패션쇼장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화려한 옷차림으로..
공을 치기위해 필드에 나왔다긴 보단,
우아하고 세련된 자신의 멋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듯 폼만 잡고 다녀서,
나와 민주가 은근히 뒷담화를 날리며 속으로 욕지기까지 날렸었는데..
근데 두 번째는 정말 우연인지 모르지만..비를 흠뻑맞고 샤워쇼를 한 그날 민주를 찾아갔을 때,
저 여자 수연이 민주의 선배라며..아파트에 놀러와 있었다.
더군다나 술이 필요했던 내게 자의적으로 술을 사겠다며 나와 민주를 데려갔던 장소가
하필이면 남자들이 접대부로 있는 호스트바~였고,
물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바를 운영하는 동업자중 한 사람이 바로 서준 이 남자.
그리고 오늘까지.. 크게 삼 세 번으로 숙명처럼 조우를 하게 되다니..운명인가?
수연,수연...민 수연이..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오빠를..?
왜 하필 이혼까지 당한 돌싱이 남편 주변에서 맴돌며 내 신경을 자극해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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