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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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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23 회 작성일 24-02-24 11: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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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


“소소!”

차우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소소의 몸이 날아가,나무등걸에 쳐박히는 모습을 차우는 두눈 똑똑히 보면서도,그 어떤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상대는 강적.그것도 자신과 소소,그리고 샤이에게 있어서는 천적과도 같은 존재였다.

“한마리…잡았군.”

가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차우의 귀에도 똑똑히 들려왔다.차우는 어긋난어깨뼈를 맞추며 샤이를 뒤돌아 보았다.

“샤이…”

그녀역시 상황이 좋지 못했다.호흡이 곤란한듯,그녀의 어깨가 상하로 움직이는 모습이 매우 불규칙적이었으며,또한 불안정해 보였다.

“천적…”

가투는 강했다.허나 단순히 강하다는 것만이 지금 3대1로 싸움에도 불구하고 밀리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었다.

차우의 페어리 소소와 샤이는,둘다 원거리형 공격에 능한 페어리였다.법사인 샤이는 말할것도 없었고,소소역시 독공이라는거 자체가 원거리타입의 공격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때문에,그들은 늘 차우가 체술로 상대할때에 원거리 공격으로 엄호하는 방식의 공격패턴을 고수하고 있었다.

차우는 믿고 있었다.자신의 체술이 완벽하다면,이 포메이션은 무적에 가깝다고 말이다.하지만 애석하게도,가투는 체술에 능했고,더불어 마법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

‘빌어먹을…아니 무슨 마법이 안통하는 타입이 있다는게 말이 된다는 거야?’

그것이 크룬이라는 마족의 혈계전통의 힘이라는것을 차우는 알지 못했다.가투의 가문대대로,마법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는 것이지만,차우의 눈에는 그저 이해불가의 괴물로써 비춰질 뿐이었다.

마법이 통하지 않으니,샤이와 소소의 공격은 의미가 없었다.그렇다고 1대1로 싸우는것도 그닥 쉬운것이 아니었다.가투는 체술에 상당히 능했기 때문이었다. 체술이 뛰어난 누군가와 협공을 하는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그래도…뇌전의 인의 힘을 개방한 샤이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니.’

샤이가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을때,마치 해변가에서 탱탱볼 쳐내듯이 마법을 쳐낸 가투의 모습에 차우는 질릴만큼 질려 있었다.게다가…

‘내가 아닌 페어리들만을 노리고 있어.’

그것은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스피드에는 자신이 있는 차우였지만,가투의 속력은 정말 예측불허에 가까웠다.조금만 방심하면 샤이의 곁으로 나타나 물리적 공격을 가했고,차우가 샤이를 막으러 가면 반대로 소소가 공격을 입었다.샤이와 소소를 자신의 뒤에 위치시키면,기이한 분신술을 사용해서 샤이와 소소를 공격했다.

“놀랄것 없다 인간이여. 내가 체술 하나만 가지고 상위마족에 될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마법에 대한 내구성때문이니까.”

차우는 살짝 어금니를 깨물었다.소소는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샤이역시 마나의 고갈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있지 않은가.1대1의 상황이지만,자신역시 힘을 많이 뺀 탓에 평소와는 달리 자신이 없었다.

“자.이제 시작해 볼까.”

가투의 몸이 사라지며,순식간에 차우의 몸앞으로 나타났다.차우는 깜짝 놀라 팔을 들어 가드했지만,이내 옆구리에는 가투의 발차기가 꽂혀 있었다.

“큭!”

온몸이 돌보다 단단한 차우이지만,이것은 마치 몇천근 쇳덩어리로 맞은 것만 같은 충격이었다.재빨리 낙법을 치는 그에게,가투의 연속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위..위험해.’

그럭저럭 막아내고 있었지만,차우의 몸은 계속해서 휘청대었다.지금만큼은 그 어떤 초식도,공격도 떠오르지 않았다.아니,떠오를 틈을 주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크윽!”

가투의 장력이 차우의 복부를 강하게 강타했다.대응할 틈도 없이,차우의 몸은 또 한참을 날아가 처박혀 버린다.

“자자.슬슬 끝내도록 하지.어차피 저 계집들이야 네가 죽는순간 사라질 것들이니까.”

차우의 입밖으로 한줌의 선혈이 흘러나왔다.그의 시선이 살짝 밤하늘쪽을 향하고 있었다.

‘빌어먹을.체술가 하나만 있다면…이렇게 당하진 않았을텐데.’

차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이렇게 개죽음을 당하는것은 그역시 사절이었다.공격형 페어리중 최약체로 평가받는 다크 포이즈너, 그리고 마법형 페어리중에 역시 최약체로 평가받는 라이트닝 레이디. 그 둘을 차우는 강한 페어리로 키워냈던 것이다.그리고 그렇게 되기 까지 샤이와 소소는 엄청난 양의 땀을 흘려야만 했다. 이대로 죽는다면,그녀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가투의 손이 점점 흑빛으로 물들었다.그것이 곧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것을 잘 알고 있는 차우는 천천히 이를 악물며 급격히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순간 차우에게 다가가던 가투도,긴장된 눈으로 가투를 바라보던 차우도 멈칫하며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으응?”

가투는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다.그리고 그것의 스피드는 실로 엄청났다.

‘가면?’

가투가 그쪽으로 몸을 돌리자,자신에게 달려오는 인물의 외관이 훤히 보였다.스피드때문에 계속해서 펄럭이는 흑색무복.그리고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고 있는 은빛가면. 그리고 여성임을 증명하듯이,그 뒤로 흩날리는 길고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

“크윽!”

순식간의 일이었다.

가면을 쓴 여인의 몸이 눈깜짝할 사이에 가투의 앞으로 나타난 것이다.게다가 본능적으로 가드를 올린 가투의 양팔 사이로 깔끔하게 킥을 꽂아넣은 것이었다.

콰직!

가투는 뒤로 한참이나 날아가 나무등걸에 처박혔고,이내 그 나무는 우지끈 부러져 버렸다.

‘뭐…뭐야.아군인거야?’

차우는 순식간에 멍해져 버렸다.자신의 눈으로 쫒지 못한 움직임이었다.물론 장시간의 전투로 인해 피로해진 탓도 있었겠지만,체술을 장기로 하는 차우에게는 가히 충격에 가까운 사건이다.

“네년도 페어리인게냐?”

가투는 목을 양옆으로 꺾으며 천천히 일어섰다.천천히 얼굴에 묻은 먼지를 털고 앞을 바라본 가투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뭐…뭐야 저건..”

눈앞에는 가면을 쓴 여인이 아닌,자신이 서있었다.비록 인간의 몸을 빌린 가투지만,정말 머리털하나 다르지 않은,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자신의 앞에 서있던 것이었다.

‘뭐…뭐야 저건..’

차우의 표정역시 경악으로 물들었다.순식간에 가면을 쓴 여인의 모습이,가투로 바뀐 것이다.

‘마법..인가?그것도 아닌데.’

마법이라면 분명 수인과 주문이 존재할 것이다.하지만 가면을 쓴 여인은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어디서..나타난 페어리인 거지?아니,오너인가?그것도 아닌거 같은데.한번도 본적없는 인물이잖아.’

하지만 차우는 계속해서 페닉상태에 머물수 없었다.잠시나마 가투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던 그녀의 모습이 다시금 가면을 쓴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가면의 그녀,초희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너의 기술.내가 모두 복제했다.”

가투는 미간을 꿈틀거리며,다시금 가면을 착용한 모습으로 돌아온 초희를 응시했다.

“뭔 개소리냐? 시덥잖은 소리는 집어…”

가투는 끝까지 말을 맺지 못했다.초희의 양손에 검정색 기운이 뭉쳐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그것은 방금전 차우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고 했던 바로 그 기술이자, 블랙 소울이라고 하는 자신의 가전무공이라는 것을 잘 아는 그였기에 충격이 컸다.

“크윽!”

초희의 신형이 순식간에 가투의 앞으로 나타나며,그의 배에 장력을 꽂아 넣었다.가투는 온몸의 내장이 뒤집히는 충격을 느끼며 또한번 몇십미터나 날아갔다.

콰직!

가투는 숨을 헐떡였다.날아가는 그 찰나에도,초희의 몸이 자유비행을 하는 자신의 몸위로 나타나며 무릎으로 얼굴을 찍어내렸기 때문이었다.가히 빛이라해도 좋을 정도의 스피드였다.

‘뭐…뭐라고?’

차우는 부상을 당한것도 잊은채 벌떡 일어나 버렸다.가투의 늑골을 무릎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초희의 양손이,타오르듯 붉은 빛깔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것은,가투의 블랙소울과 마찬가지로 가투의 기술이자,아까 자신을 상당히 애먹이던 술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가투의 몸위로 초희의 붉은 장력이 수십번이나 직격했고,그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며 한줌의 재로 변하기 시작했다.

“미…믿을수 없어…그건…내…내 기술인…”

가투의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가며,그가 있던 자리는 시체대신에 잿빛가루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마..맙소사..’

불과 1분.자신을 애먹이던 상대를 단 1분만에 제압하고,천천히 검은무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초희. 차우는 그 가면의 여인을 몇분이고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콰직!

마유미의 두 눈이 두려움으로 물들었다.초점을 잃은 유나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유나의 손짓에 따라,방금전까지만해도 마유미가 서있던 자리는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주인님…주인님이 없으면..’

오너가 없으면 페어리가 불완전한 이유.바로 유나의 지금 행동이 그것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 듯했다.유나는 빙백의 인에 지배를 당하고 있어,적군과 아군자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나!그만둬!나는 적군이 아니…”

“프로즌 스톰!”

콰콰콰쾅!

마유미는 급히 화염의 벽으로 방어를 했지만,이내 한기와 함께 발생하는 후폭풍으로 몸이 주르륵 밀리고 말았다.

‘이건…정말 제어할수 없을 정도잖아.’

마유미는 눈앞이 캄캄해 짐이 느껴졌다.아까부터 느끼는,유나가 자신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자괴감따윈 없어진지 오래였다.법사형 페어리의 완전판,인이 맺힌 프로즌 레이디를 상대로 그녀가 상대가 될리 만무했다.

화염계의 적법사는,법사계열의 페어리중 가히 최강이라 할수 있었지만,그것은 동등한 클래스일때의 이야기였다.백법사는 적법사보다 한수 아래의 마법을 갖고 있지만,빙백의 인이라는 의미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에대한 예로,법사형 페어리중 가장 약하고 구현하는 마법의 수가 적은 라이트닝 레이디 샤이도,뇌전의 인이라는 훈장 하나로 마유미보다 상대적으로 전적이 한수 위일수 있었던 것이었다.

‘안돼..이대로라면 난 소멸되고 말거야…’

대항한다 해도,유나의 마법은 자신보다 빨랐고,강맹했다.점점 마유미의 체온은 뚝뚝떨어지고 있었다. 유나의 마법에 직격했다가는,다시금 마유미는 카드봉인 상태,즉 1차개화전 상태로 돌아가 버릴 것이다.그리고 더더욱 끔찍한 것은,1차개화때로 돌아가면 준이 자신의 카드를 갖고 있다고 해도,원래의 오너인 J가 자신을 개화시켜야만 한다. 그것은 마유미에게 있어서는 지옥보다 끔찍한 일이었다.

“꺅!”

마유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유나가 일으킨 한기의 폭풍에 밀려 허물어진 건물의 벽돌사이로 나뒹굴렀다.온몸이 욱신거리는 통증보다 더한것은 뼛속까지 얼어붙을 것만 같은 한기.그리고 곧 카드로 봉인될지도 모르는 두려움이었다.

‘아…안돼.’

쓰러져 있는 자신을 향해,유나의 손이 수인이 맺고 있는것이 보이자,마유미는 저도 모르게 고운 두눈을 질끈 하고 감아버렸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마유미의 고막을 찢듯이 울려퍼졌고,마유미는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천천히 감은 눈을 떴다.

‘이건?’

자신의 앞으로 무형의 벽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그리고 그 위로는 유나의 빙계마법이 천천히 사그라 들며 연기를 자아내고 있다.

‘시..실드?’

마유미는 실드를 펼치지 않았다.아니,펼칠틈이 없었다.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이 유나를 향했고,이윽고 유나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누…누구?’

유나의 시선이 향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마유미의 눈망울이 커졌다.유나와 같은 은발의 머리를 지닌여인.그녀는 백색 무복을 입고 있음에도 그것은 마치 은사(銀絲)처럼 고았다.페어리인 유나도 물론 아름다웠지만,하얀 피부사이로 보이는 푸른눈망울이 너무나 아름다운 한 여인이 서있었다.

‘누구지?누구길래 나에게 실드를…’

마유미는 혼란스러워짐이 느껴졌다.자신이 아닌,타인에게 실드를 펼치는것은 엄청난 고등의 마법이었다.때문에 법사형 페어리가 주인을 마법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반드시 자신의 주인앞에서 실드를 펼쳐야 한다. 은발의 여인이 마유미의 앞에 실드를 쳤다는 것은,유나의 모든 공격범위와,마유미가 쓰러져 있던 모든 위치의 좌표를 전부 계산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했다.

우우우우웅..

유나의 초점없는 눈망울이 백색무복의 여인,유희를 향했고,이내 유나의 양손에는 희끄무레한 기운이 맺어진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인이 폭주한 유나를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뭐지?’

마유미의 시선이 유희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아름답게 뻗은 그녀의 목선에는 문신같은 것이 희미하게 세겨져 있었다.그것은 빙백의 인이나 뇌전의 인,그리고 적법사에게 세겨지는 멸겁화의 인 과도 전혀 다른 종류의 인이었다.게다가 마유미로써도 그것은 생전 처음보는 문양이었다.

‘저여자…위험해..’

그녀는 빙백의 인이 폭주해서,엄청난 마나를 부리는 유나의 앞에서 전혀 꿀림없이 서있었다.그 모습에는 여유가 느껴지기 까지 했다. 아군일지 적군일지,마유미는 당최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이미 부상을 입어 움직일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파파파팟

유나의 주변으로 수백개에 가까운 프로즌 에로우가 생겨나며 유희쪽으로 폭사되기 시작했다. 단 1써클의 마법이었지만,그것을 주문의 영창없이,그것도 몇백개나 소환한다는 것은 지금 유나의 마법레벨을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했기에 마유미는 그저 입을 쩍 벌릴 뿐이었다.

투투퉁!

둔탁한 소리와 함께,유나의 프로즌 에로우는 유희의 앞에서 모두 방향을 잃고 튕겨나갔다.때문에 애꿎은 나무에는 한겨울인것처럼 주렁주렁 얼음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순식간에,자신의 앞에 실드를 친 것이다.

다시한번,유나의 수인이 눈깜짝할새에 맺어졌다.그 수인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아는 마유미는 다급한 표정으로 유희를 바라보앗다.

“아이스 캐넌!”

이윽고 7써클 중반의 빙백의 광선이 유나의 손을 떠나 유희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백색 무복의 유희는 천천히 팔을 앞으로 뻗었고,그녀의 반짝이는 입술이 열리며,시동어가 울려퍼졌다.

“소닉 바이브레이션.”

투웅!

공기의 파성음이 울려퍼진다.그와 동시에 유나가 쏘아낸 아이스 캐넌의 광선은 좌우로 찢어지듯 소멸되어 버렸고,두 마법의 충돌로 인한 후폭풍으로 유나는 주르륵 뒤로 밀려나 버렸다.

‘말도 안돼…인이 세겨진 유나는 그렇다 치고…도대체 저 여자는 누구길래 저렇게 강한 거지..?’

마유미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고등 마법의 향연에 정신이 없었다.J라는 오너를 잘못만난 탓에,아직도 5써클 후반을 겨우겨우 소화하는 마유미로써는,점점더 자신의 무능함을 한탄할수 밖에 없는 노릇인 것이었다.

트드드드…

유나의 주변으로,수증기가 얼어붙으며 바닥에 후두둑 떨어진다.유나는 비록 빙백의 인에 지배당하고 있었지만,특유의 성격은 어디가지 않는지 심하게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그리고 그녀의 수인은 람스를 소멸시켰던 8써클의 마법인 엡솔루트 제로의 구동식을 이루고 있었다.

‘아…안돼!’

람스를 처리했던 때처럼 범위제한 따위는 없어 보이는 시동식이었다.이대로라면 얼어붙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유미는 간절한 눈빛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

유희의 손역시 복잡한 수인을 맺고 있었다.마유미는 알수 있었다.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한번도 보지 못한 수인이라는 것을.그리고 대기중의 마나의 배열이 엄청나게 큰 폭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백색의 무녀.유희의 감겨있던 눈이 떠지며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빙계 마법 봉인!”









“뭐…뭐야..”

뮤즈를 땅에 꽂고,급히 대지의 마나를 찾는 때아닌 수련을 하고 있던 준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더불어 리미의 눈망울도 커졌다.

“윌리엄스 이 개자식..”

준은 미친듯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윌리엄스는 바람의 마법으로 자신의 페어리인 제니를 마스터에게 집어 던져 버린것이다.제니역시 예상치 못한 일인듯 그녀는 힘없이 마스터 쪽으로 떠밀렸다.그것은 마스터역시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스스스스…

제니의 몸이 한줌의 금빛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마스터의 마법이 심장을 관통한 까닭이었다.그리고,윌리엄스의 마법이 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제니와 마스터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헬 파이어!”

8써클의 화염구가 그대로 마스터와 제니를 애워싸 버렸다.주변에 있던 윌리엄스의 페어리 역시 예상치 못한 자신의 오너의 공격에 넋을 잃고 말았다.

“크으윽!”

마스터는 어깨부분이 뚫려 버린채로,바닥에 쳐박혀 버렸고,윌리엄스의 호통이 이어졌다.

“뭣들하는 거냐!공격해!”

하지만 윌리엄스 주변의 페어리들역시 윌리엄스의 마법을 막아내느라 엄청난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그녀들은 모두 바닥에 하나둘씩 주저앉고 있었다.

“주인님..지금입니다.어서!”

리미가 연성진을 해제하며 준을 재촉했다.뮤즈를 잡고 있는 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자신의 페어리를 미끼삼아,아무런 꺼리낌없이 8써클의 마법을 날린 윌리엄스의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냉정해지셔야 합니다.지금은 그런걸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젠장!빌어먹을!”

리미의 말에 준은 있는힘껏 땅에 꽂힌 뮤즈를 불어버렸다.순간적으로 대지의 마나가 역류하는것이 준에게도 느껴졌다.

드드드드드…

윌리엄스의 시선이 뒤로 황급히 돌아갔다.준을 발견한 그의 눈망울이 커졌다.

콰콰콰쾅!

이윽고 엄청난 폭발이 준의 전후좌우로 차례차례 일어나기 시작했고,윌리엄스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크윽!”

윌리엄스도,그의 페어리도 단지 그 폭발의 후폭풍만으로 아무런 저항없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크으으..이…버러지 같은 것들이…”

준후의 볼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 민아.그녀의 입술에는 고운 목소리가 아닌,거친 마스터의 음성이 들려올 뿐이다.

리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녀는 페어리.준의 아픔이 자신에게도 전해지는 듯했다.급조된 준의 기술은 대 성공이었지만,준은 그만 손에서 뮤즈를 놓치며 주저 앉고 말았다.

“크아아아아!”

준의 주변의 대지는 거의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그리고 마스터의 몸은 서서히 허물어 지며,그의 주변으로는 엄청난 마나가 세어나가기 시작했다.

“흑…흑..”

준은 하염없이 흐느꼈다.첫사랑의 민아. 그런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한줌의 재처럼 사그라 들고 있었다.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그녀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것은 다름아닌 자신이었다.전략적으로 리미의 작전은 대 성공일지도 몰랐다.하지만,아무리 미리 예상을 한 일이고 마음을 먹은 일이지만,준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아파하고 있군…”

한 중년의 사내가,아직 부숴지지 않은 건물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쳐놓은 마나의 방어벽을 해제했다.준의 공격이 워낙 무자비했던 탓에,그는 황급히 윌리엄스와 그녀의 페어리들의 앞에 마나의 벽을 친 것이었다.

그는 방어를 위해 불었던 피리를 다시 주머니에 갈무리해 넣었다.

‘초희와 유희도 잘 끝내준거 같군.’

너무나 허무하게,그리고 너무나 많은 피해를 남기고간 전쟁.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흐느끼고 있는 준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나와 같은 음파공을 쓰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그것은 크게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그는 지독한 마기를 허공에 뿌리며 사라져 버린 마스터가 있던 자리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과연 이게 끝일까?’

그는 의구심이 들었다.크룬은 더욱더 강한 존재일지도 몰랐다. 물론 마스터를 비롯한 그들은 강했고,오너와 페어리들도 상당수 피해를 입었지만,그는 왠지 모르게 찝찝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차원의 문은 50년마다 열수 있다 했다.만약 그렇다면,이들역시 이 세계에 온 제 1세대에 불과하지 않은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아직 완전한 전쟁의 종결이라 할수 없었다.그의 눈이 한없이 흐느끼는 준과,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의 페어리들을 찾는 윌리엄스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그리고 미소를 지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젠 자네들의 몫은 끝났다네.다음 전쟁은 제 3세대,4세대의 몫으로 맡겨두고,이제는 편히 쉬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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