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6 -
페이지 정보
본문
<6부>
이국땅의 아침답지 않게,준은 무척이나 편하게 일어날수 있었다.전장이나 다름없는 영국땅에서의 잠이 포근할수
있었던 것은 단하나,빛나는 알몸을 뽐내며 자신의 옆에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여성때문이었다.
"세라..."
준은 세삼스럽게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평소의 세라라면 번쩍 하고 눈을 떴겠지만,소소의 최면향의
기운덕분에 그녀는 깊은 숙면에 빠져 있는지, 살짝 몸을 뒤척일 뿐이었다.
"많은 날이 지났구나 벌써.."
준은 피식 웃으며 상념에 빠져들었다.처음으로 알버트를 만나 카드를 받고,그리고 그 다음날 세라와 유나가 태어
났었던 기억부터,같이 탐정일을 하게 되었던 일,노아와 리미의 개화,그리고 무인도 수련과 같이 나눴던 교감들까
지도.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지만,그들에게는 무척 큰 변화가 있었다.나약했던 준은 어엿한 전투형 오너로써 성장할
수 있었고,세라와 유나,노아역시 강해졌다. 2차개화를 마친 리미역시 현자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큰 도
움이 되기도 했다.
첫사랑 민아의 몸을 뺐은 크룬들이 생각나자,준은 또다시 가슴이아파왔지만, 어차피 피할수 없는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준에게 있어서는,이 세계를 크룬으로 부터 지켜야 겠다는 사명감 보다는,사랑하는 페어리들을 지키고 싶
은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었다.
"으음..."
한참이나 상념에 젖어 있던 준은 살짝 뒤척이는 세라의 음성에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얀 시트로 가슴
위를 가린 세라가 눈을 부비는 모습은 너무나 귀여웠다.
"일어났니?"
"주인님?"
준은 웃었다.늘상 무뚝뚝했던 그녀의 표정이 아닌,너무나 아기같은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얼마나 잤나요?"
"어제밤부터 줄곧."
"아..."
세라는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해 보더니,이내 자신이 알몸이라는것을 알아챈듯 준을 흘겨
보았다.
"주인님...이 그랬나요?"
"그럼 누구겠어?"
"너무해요.자고 있던건데."
"무슨소리야.니가 안아달라고 한건데?"
"정말인가요?"
세라는 깜짝 놀라며 되묻기 까지 했다.준은 장난끼있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어제 세라는 몽롱한 상태였고,끊임없이 준의 사랑을 요구했다.그녀에게 있어서 아픈
기억을 삭제하는 것은,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소중한 존재인 준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후회하는거야?"
"그럴리가 없잖아요..."
세라는 오늘만은 노아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모양인지,준의 품에 안겨왔다.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닿자,준
은 살짝 짜릿해져 옴이 느껴졌다.
넷이나 되는 페어리들과 함께 살면서,준에게 있어서 그들과의 잠자리는 너무나 자주 이루어졌던 것이었고,어찌보
면 익숙하기 까지 했지만,늘상 흥분이 되었다.그도 그럴것이 그녀들은 모두 미인이었고,덧붙여 각자 다른 매력들
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품에 달라붙어 있던 세라는 무언가 단단한 것이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알아채고는 고운
손으로 그것을 더듬어 움켜쥐었다.
"아침이어서 그런건가요?아니면 지금의 상황탓인가요?"
".......둘다....일껄?"
세라는 쿡쿡 웃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거대해진 준의 물건을 잡고 쓰다듬어 주었다.비록 이불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았지만,시트속에서 세라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꽤나 큰 쾌감이었다.
"으음..."
준은 살짝 신음을 흘리며 세라의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었다.기사라는 특성 탓에,그닥 크다고는 할수 없지만,
적당한 크기로 손에 딱 들어오는 가슴이었다.유나처럼 크다고는 할수 없어도,세라처럼 청순한 얼굴에는 오히려
풍만한 가슴이 언벨런스 할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으응..."
세라도 살짝 몸을 틀며 반응했다.준이 살짝 젖꼭지를 간지럽히자,그것은 곧 딱딱해지며 흥분을 하고 있음을 알려
오고 있었다.
준은 살짝 손을 내려 세라의 허벅지를 쓸어 내렸다.마치 비단위를 훑고 가는 것처럼 아무런 저항없이 준의 손은
세라의 꽃잎위에서 부터 무릎부분까지 왕복하기 시작했다.
"흑..."
어떤 부상을 입어도 아픈 내색한번 않던 세라지만,침대위에서 만큼은 신음을 아끼지 않았다.흥분을 한것인지,준
의 것을 잡고 흔드는 세라의 손놀림은 의식적으로 빨라졌고,준은 이제 노골적으로 세라의 꽃잎위를 쉴새없이 어
루 만졌다.
이윽고 진득한 애액이 준의 손가락에 느껴져 왔다.세라는 눈을 꼭 감은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귀
여워,준은 그녀의 허리를 잡아 당겨 자신의 위로 올라타게 했다.
"주인님..."
세라는 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준이 허리를 살짝 비틀어,자신의 기둥을 세라의 입구위로 비비기 시작했기 때
문이었다.게다가 젖어있는 그녀의 입구는 너무나 쉽게 준의것을 받아들여버렸다.
"흐응..."
준은 세라의 날렵한 허리라인을 움켜쥐었다.자연스레 세라는 준의 가슴위로 팔을 뻗어 지탱했고,그와 동시에 그
녀의 골짜기 사이로 준의 물건은 스으윽 하고 빨려들어갔다.
세라는 급작스런 쾌감이 신음을 흘리며 준의 위로 쓰러지듯 몸을 숙였고,그는 천천히 허리를 상하로 움직여 세라
의 몸안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간 뻑뻑한듯 했지만,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애액
이 증가하며 더욱더 부드럽게 결합되기 시작했다.
"으응...아앙..."
준은 저도 모르게 눈앞에 보이는 세라의 입술을 살며시 빨며,점점 허리에 힘을 주어박기 시작했다.신체 능력의
증가는 침대위에서도 그 빛을 발하는 모양인지,준의 스테미너는 처음 그녀를 2차개화 시킬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것이었다.
"아아아..."
세라는 정신이 없었다.이번엔 자신을 눕힌 준이,위로 올라타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몸을 흔들어 대었기 때문이었
다.그녀의 하얀 다리는 모두 준의 어깨위로 걸쳐져,더욱더 깊이 들어가는 적나라한 자세로 바뀌어져 있었다.
"헉..헉..."
준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눈앞에 아른거리는 세라의 새하얀 살결을 보면, 참을수가 없었다.게다가 더
욱더 참을수 없는것은,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세라의 아련한 음성이었다.
"사랑해요...사랑해요 주인님."
그녀의 하얀 팔이 준의 목위로 감겼다.준은 가슴이 아팠다.원치 않게 페어리라는 존재가 된 세라.그리고 그 기억
이 삭제된채 오직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게 된 그녀를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흐응..아앙.."
세라는 절정으로 치닫는 것인지,더욱더 준의 몸을 꽉 움켜쥐었다.한참이나 질척거리는 액체음을 일으키던 준은
그녀의 몸안에 깊이 허리를 밀어넣은채 부르르 떨었다.
"하아...하아..."
이 세계에서의 페어리들은 임신을 하지 않았다.프로센에서야 완전한 존재가 되는 까닭이었다.하지만 대신에 안에
사정을 하게 되면,서로의 기운을 공유하는것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아아..."
준이 그녀의 몸을 빠져나가자,세라는 살짝 몸을 구부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잔뜩 젖어있는 그녀의 알몸은
야하거나 천박하기는 커녕 더욱더 아름다워 보였다.
준은 그녀를 꼭 끌어 안았다.그녀의 모든 상처는...다 치유해 버리겠다고 다짐하면서.
ㅡ
"하앙...으흥...아흑..!"
방안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거친 경합 소리에, 문밖에 서있던 그녀는 귀를 막아버렸다.
포니테일로 묶어올린 붉은 머리칼.그와 대조되는 너무나 새하얀 살결.그리고 원피스 위로 보이는 풍만한 가슴과
그와 대조되게 잘 빠진 허리와 다리를 가진 그녀는 바로J의 페어리인 적법사 마유미였다.
그녀는 연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사실 J가 유리라는 다른 페어리와 잠자리를 갖는것이 괴로운 부분이 아니었
다.그것은 이미 애초에 포기했던 일이었으니까. 다만 그 소리를 방밖에서 들으라고 명령하는 자신의 주인때문이
었다.
"싫어...너무..."
정말이지 진절머리가 났다.자신도 페어리다 보니,당연히 인간 오너와의 결합에서 더욱더 강해지는것은 자명한 것
이었다.허나 유리가 개화한 후부터,마유미는 단한번도 J와 잠자리를 갖지 못했다.그것까지는 괜찮았다.변태적인
취향 때문에 오히려 마유미가 J를 거부하고 싶을 정도였다.정말 참을수 없는것은 자신의 레벨은 절대 늘수가 없
다는 사실이었다.
"도태되면 어쩌지..."
겁이 났다.어느정도의 상위레벨이 되었지만,더이상의 진전이 없으니 크룬과의 대면에서 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왔다.반대로 비스트 마스터라는 다소 약한 페어리인 유리는 J의 사랑을 먹으며 점점 더 자라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J가 나누는 질펀한 정사의 소리가 마유미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런건 싫어....이런건 오너와 페어리가 아냐..."
아무리 인간 오너를 주인으로 모셔야 하는 페어리라지만,J는마치 자신을 노예 다루듯 했다.여지껏 잘 따라왔지만
마유미는 너무나 싫었다.자신이 생각하던 주인상은 저런것이 아니었다.
"페어리를 사랑으로 아껴주고....몸이 아닌 마음이 강한...자상한 사람.."
그런 마유미에게 누군가가 떠올랐다.약간은 어리버리하지만,자신의 페어리는 끔찍히 아끼는 한 사람.
"핫!안돼...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하지만 한번 들은 생각은 자기 자신도 떨칠수 없는 법이었다.마유미는 지금껏 언뜻언뜻 봐왔던,그리고 오랜만에
봤을때는 정말 몰라볼수 없을 만큼의 마나를 은연중에 내뿜으며 나타난 준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맞아...그래서 일꺼야...그래서...그 프로즌 레이디는 그렇게 강했을 거야."
마유미는 자신과 대적했던 유나를 떠올렸다.워낙 예전에 맞붙었었고,짧은 경합 뿐이었지만,하위 레벨의 마법만
가지고도 엄청난 운용센스를 보여줬던 은발의 미소녀.
"그런 자상한 주인이라면,사랑을 듬뿍 받았을 테니까...."
마유미는 눈물이 나올뻔한 것을 겨우겨우 참아내었다.처음에는 특유의 착한 성격으로 잘 참아내었지만,이제는
정말 주인을 잘못만나 고생한다는 극단적인 감정마저 복받쳐 올라왔다.
-에에에에에엥...-
천천히 벽에 등을 기대고 무너져 내리던 마유미의 귓가에,마법으로 발동시킨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오기 시작했
다.
ㅡ
콰콰쾅!
무시무시한 굉음이 휘몰아쳤다.작은 검을 횡으로 그어, 자신의 앞을 노리던 녀석을 베어버린 버나드는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콰지직!
J의 몸이 회전하며,무수한 장력을 뿌려대고 있었다.그는 한창 거사(?)도중에 호출을 받게 된탓에 상당히 예민해
져 있는 듯했다.
"이거...완전 물량공세로구만."
버나드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1조인 자신과 J.그리고 페어리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이번
에 나타난 크룬은 계속해서 소환수를 불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이런 소환수들을 끄집어 내는 술법사는
몸을 숨기고 있으니 골머리를 앓을 지경이었다.
"쳇.우리에게는 비교적 만만한 상대를 붙여 준다더니.."
잘 쉬다고 있는데 크룬들이 나타났다며 1조를 보낸 협회장인 윌리엄스가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허나 이렇게 까지
물량공세가 심할줄은 아마도 윌리엄스도 모르고 있었으리라.
크르르르!
J의 페어리인 유리가 맹수 몇마리를 소환해 내어,크룬의 소환수들을 상대하기 시작했고,뒤이어 마유미의 화염이
그들을 갈랐다.
"주인님 위험합니다!"
문득 정신을 놓고 있던 버나드는 소환수가 휘두른 무기에 팔이 잘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콰쾅!
곧이어 그의 페어리인 크리스틴이 장력으로 버나드를 공격한 녀석을 폭파 시켰다.그녀는 예전에 세라와 겨룬적이
있는,커트머리가 아름다운 실버나이트였다.
"크윽.."
버나드는 피가 철철나는 오른 팔을 움켜쥐었다. 크리스틴이 자신의 앞을 보호하고 서 있었지만,수백마리가 한꺼
번에 몰려드는 탓에 힘이 부쳤다.그들이 아무리 전투력이 초보적인 수준의 소환수라고는 하지만,숫자가 상상을
초월하니 힘에 부칠수 밖에 없었다.
"설마...여기서 끝인가.."
크리스틴이 내뿜는 마나의 파동에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녀석들 탓에,그녀의 수비는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버나
드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프로즌 오드!"
콰콰콰콰콰콰...
버나드도,J도, 그리고 그들의 페어리들도 잠시간 멍해질수밖에 없었다.시동어와 함께,지면에는 수백개의 얼음바
늘이 돋아나며 소환수들의 숫자를 급격히 줄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것을 바라보던 버나드는 피식 하고 웃
었고,J의 얼굴은 더더욱 찡그려졌으며,마유미의 눈망울은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지원군이 온 모양이로군."
"으응..?"
풀숲에 몸을 숨기고는 계속해서 소환수를 끄집어 내던 마족 갓슈는 고개를 갸웃했다.갑작스럽게 많은 인원이 자
신이 있는 쪽으로 더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크크크..마스터가 말씀하신 작전대로 되어 가는군."
갓슈는 비릿하게 웃었다.그가 마스터에게 맡은 임무는 최대한 많은 인원의 오너들을 몰리게 하는 것이었다.게다
가 마나가 넘치는 영국땅이니,직접 대기중에서 마나를 온몸으로 섭취하는 갓슈에게는 더없이 좋은 전장이었다.
덧붙여 크룬의 마족 특유의 혈계 전통으로 대기의 마나와 융합되는 성질을 가진 그에게는 발각될 위험역시 적었
다.
"그렇다면 골렘들 가지고는 안되겠구만."
지금까지 그가 소환한 소환수는 골렘이라는 하위 소환수였다.마족들의 사이에서는 그저 노예보다 더욱더 밑인 미
물에 불과한 소환수이기에,그만큼의 마나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지만,일단 오너와 페어리들이 추가되었으니
더욱 강력한 소환수가 필요했다.
"크크큭...아껴두었던 그놈들을 쓸 차례인가.."
게슴츠레 한 눈으로 중얼거린 갓슈의 입에서 끊임없이 흑마법 주문의 영창이 흘러나왔다.그리고 그는, 마족 사이
에서 일어났었던 예전의 한 전쟁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에 이 놈들의 시체를 소환수의 샘플로 저장해두기를 잘했지...느껴보거라..으흐흐.."
그는 예전에 자신들의 세계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종족들을 생각하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명령대로,지칠대로 지친
페어리들을 마음껏 유린할 생각에 입맛을 다시면서....
"어라?뭐야 이건?"
준과 차우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덧붙여 그들의 뒤에 있는 도합 여섯명의 페어리들 역시 고개를 갸웃
하며 먼저 싸우고 있던 1조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것이,유나의 프로즌 오드가 작렬하자마자,꾸에엑 거리던 골렘들이 일제히 모습을 감춰 버렸기 때문이었
다.
-2조의 준씨와 차우씨.가서 1조와 교대해 주시기 바랍니다.혹시 모르니 사라케인양은 대기해주시구요.-
윌리엄스에게 이 말을 처음 들었을때,준은 직감적으로 강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올수 밖에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친 윌리엄스 파인 1조대신에 뭔가 꾸린구석이 있는 2조가,그것도 사라케인을 제외하고 나가야만 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유나의 마법한방에 상황이 정리되어 버리자 의구심을 떨칠수 없었다.
"흥...남의 공적을 채가게 생겼군 재수없는 자식."
J의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준은 그것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리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미.뭔가 잡히는게 있어?"
그녀는 각종 무기들이 걸려 있는 허리춤에 손을 댄체 신중하게 주위를 둘러보았고,노아는 그녀의 옆에서 뚱한 표
정으로 리미를 바라보았다.
"일단 두가지 가설을 세울수 있겠습니다만..."
그녀의 말에 차우와 그의 페어리들도 리미에게 귀를 기울였다.그녀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하나는 일부러 많은 인원을 집중시킨 후에,도주했을 가능성입니다.시선을 분산 하고 다른곳을 칠수도 있겠지요.
두번째는..."
"두번째는?"
"좀 더 큰 공격을 준비하는 것일수도 있구요."
리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세라의 손에 흑색 기운이 감도는가 싶더니,그것은 이내 묵빛 바스타드 소드의
모양이 되어 그녀의 손에 잡혔다.준 역시 뮤즈를 길게 늘어 뜨리고는 주위를 살폈고,차우역시 양손에 달린 모래
주머니를 해제하며 페어리들에게 공격준비 명령을 내렸다. 바로 그때였다.
드드드드드...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그것은 지진과도 같은 흔들림이라기 보다,흡사 멀리서 전차 군단이 오고 있는듯한 그
런 진동이었다.이미 한차례 격전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영국의 시골마을은,자욱한 흑먼지로 천천히 뒤덮여
가고 있었다.
"뭐야..?"
차우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래도 격투가 이다보니,이런식의 형체를 알수 없는 공격
은 딱 질색인 그였다.
"버나드.어서 넌 돌아가라.부상을 입었으니까."
J의말에 버나드는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별수 없다는듯 크리스틴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짐짝 취급을 당하는것은 딱 질색인데...별수 없군."
버나드는 살짝 스크롤을 풀어 해쳤고,그와 동시에 크리스틴과 함께 빛무리에 휩쌓여 사라져 버렸다.
콰콰콰콰콰...
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무언가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나오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흙먼지는 더더욱 자욱해 진다.
그리고나서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의 기분나쁜 마나가 대기를 뒤덮고 있는것이 느껴졌다.
"뭐...뭐야...저것들은..."
"마....말인가..."
"말은 아닌거 같은데..."
"뭔가를 타고 있잖아요."
"제길...알게 뭐냐.."
준과 차우의 대화속에서도,기분나쁜 굉음을 울리며 저 멀리서 무언가가 한부대를 이루어 달려오고 있었다.그리고
차우와 준은 볼 수 있었다.말의 형상을 띈 물체위에 저마다 무시무시한 창을 꼬나들고 자신들에게 돌진하고 있는
정체모를 기마부대의 모습을...
ㅡ
콰콰콰쾅!
청순한 미녀하나가,하늘거리는 손을 젓자,곧 파괴의 영창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그것은 바로 민아의 탈을 쓰고
있는 마스터였다.그의 뒤로 도합 열명의 마족들이 도열하며 따랐다.
"녀석들의 본거지는?찾아냈었나?"
청순한 얼굴에 걸맞지 않는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그의 뒤에 있던 마족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상대편 측에도 굉장한 마법사가 하나 있는 모양인지,교묘하게 탐색마법을 무위로 돌리고 있습니다."
"한심한 것들..."
"죄송합니다 마스터."
그들의 앞은 벌써부터 쑥대밭이 되어있었다.프로센을 점령하기 위해서는,프로센 최후의 대안인 이 세계를 최대한
빨리 파괴해야만 했다.그리고 그것을 위해 마스터가 선택한 방법은 "치고 빠지기"였다.
일단 그럴싸한 도시 하나를 골라 폐허를 만든다.물론 군대가 출동하지만,그것을 무력화하는것쯤이야 식은죽 먹
기로 쉬운 것이었다.그리고 페어리를 대동한 오너가 오면,한명의 크룬만을 남기고 또다시 신속하게 공간이동을
하는 작전이었다.
"누군가 옵니다...마스터."
"어차피 그 얼빠진 놈들이겠지."
마스터의 눈에,금발머리의 한 여성이 어떤 미남자를 대동하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말할것도 없이
피어스를 대동한 사라케인이었지만,마스터가 그것까지 신경쓸 리는 만무했다.계속 인원을 투입하는 것이 손해라
는 것을 오너측 수장인 윌리엄스도 알아챈 모양인지,단 한명의 오너와 한명의 페어리가 오는 모습에 마스터는
비릿하게 웃을 뿐이었다.
"저년은 누가 맡을테냐?"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마스터의 말에,청년의 몸을 빌린 한명의 마족이 고개를 숙였다.마스터는 냉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두번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 파렐.정령술사 계집에게 당했던 것처럼 말이야."
늘상 웃는 얼굴인 파렐의 표정이 살짝 경직되었지만,이내 다시금 싱긋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맡겨....주십시오."
ㅡ
"질풍야랑(疾風野狼)"
세라의 검기가 바람이 되어,마치 하나하나의 칼날처럼 폭사되기 시작했다.그것은 그들에게 달려오던 흑색의 기마
단들을 일순간 움찔하게 만드는것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염병할...저것들은 대체 뭐지?귀신인가?"
차우는 연신 자신에게 날아드는 창들을 피하면서 중얼 거렸다.자신을 노리던 창이 지면에 닿을때마다 땅이 푹푹
페이는것으로 봐선 실물과 다를바가 없는데,일단 흑색 투구속에서는 붉은 두개의 눈만이 보일 뿐이니 괴기 스럽
기 그지 없었다.
푸슉!
준의 숨결이 마나의 화살이 되어 한명의 투구를 관통했지만,그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저건 무슨 빌어먹을 상황이야?"
게다가 다른 페어리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기마부대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에 뿔뿔히 흩어진 탓이었다.다행
히 준에게는 리미가 만들어준 통신구가 있었기에 다들 열심히 전투를 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수 있었지만,세세
하게 확인하며 명령을 내리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적들은 끊임없이 재생을 합니다.방법은 딱하나,심장부분을 관통하는 것뿐입니다.-
리미의 목소리가 통신구를 통해 울린다.
"좋았어 리미!용캐 이 짧은 시간에 약점을 간파해 내었구나."
하지만 거대한 창을 흡사 수저처럼 휘둘러 대는 녀석들의 심장부위를 정확히 노리는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
이었다.
채채챙!
준의 급소를 노리고 도합 세개의 창이 날아들었고,준은 세라에게 배운 봉술을 십분 활용해서 뮤즈를 회전시켜 그
것들을 막아내었다.
"좋아...이렇게 된이상 단 한번에...."
대기중의 마나를 일시적으로 뮤즈에 끌어올리려던 준은 멈칫했다.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기 때문 이었
다.
"뭐..뭐야 이...차가운 기운은...?"
이상했다.온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차가운 느낌이 엄습한다.허나 춥거나 떨리지 않았다.그것은 마치 준이 원래
부터 설인(雪人)이었다는 듯이,너무나 당연스럽게 되어가고 있는 느낌마져 들었다.
"이 느낌은...이 느낌은 설마..."
예전에 유나와 사랑을 나누었을때,준은 이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바로그때,그가 멍해져
있는 그 찰나의 순간을 틈타 두개의 창이 준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져 내려왔다.
"쳇!"
준은 급격히 뮤즈에 입술을 대고 있는 힘껏 불었다.어차피 창을 돌려서 막기에는 너무나 이른시간이었기 때문이
에,직격으로 머리를 맞는 것만이라도 피하자는 행동이었다.
스으으윽!
순간의 공포에 눈을 질끈 감았던 준은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자,천천히 눈을 떳다.
"마...맙소사..."
준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자신을 노리던 두명의 기마병사가 마치 얼음 조각상 처럼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
이었다.순간 유나의 도움을 받았나 하며 주위를 둘러본 준이었지만,그의 주변에는 유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그
저 자신에게 어슬렁 거리며 다가오는 기마부대 뿐이었다.
"내가...내가 어째서 유나의 기술을 쓰고 있는거지?"
준은 전장이란것도 잊은채 순식간에 멍해져 버렸다.바로 그때였다.
"크아아악!"
준의 시야에 기마부대가 휘두른 창 덕분에 지면에 처박혀 뒹구는 J의 모습이 보인다.그는 흙먼지를 집어 삼키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왔다.
"야!위험...."
순간 쓰러진 J를 구하려 가려던 준은 멈칫하고 말았다.자신의 옆구리 쪽으로 노리며 들어오는 창의 존재를 느꼈
기 때문이었다.
"비..빌어먹을..막을 시간이!"
"플레임 스피어!"
콰콰콰콰...
준은 보았다.아무도 구해주지 않아,J의 어깻죽지에 적의 창이 박혀버리는 것을, 그리고,그런 J가아닌, 자신을 구
하기 위해 마법을 쏜 마유미의 모습까지도...
이국땅의 아침답지 않게,준은 무척이나 편하게 일어날수 있었다.전장이나 다름없는 영국땅에서의 잠이 포근할수
있었던 것은 단하나,빛나는 알몸을 뽐내며 자신의 옆에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여성때문이었다.
"세라..."
준은 세삼스럽게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평소의 세라라면 번쩍 하고 눈을 떴겠지만,소소의 최면향의
기운덕분에 그녀는 깊은 숙면에 빠져 있는지, 살짝 몸을 뒤척일 뿐이었다.
"많은 날이 지났구나 벌써.."
준은 피식 웃으며 상념에 빠져들었다.처음으로 알버트를 만나 카드를 받고,그리고 그 다음날 세라와 유나가 태어
났었던 기억부터,같이 탐정일을 하게 되었던 일,노아와 리미의 개화,그리고 무인도 수련과 같이 나눴던 교감들까
지도.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지만,그들에게는 무척 큰 변화가 있었다.나약했던 준은 어엿한 전투형 오너로써 성장할
수 있었고,세라와 유나,노아역시 강해졌다. 2차개화를 마친 리미역시 현자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큰 도
움이 되기도 했다.
첫사랑 민아의 몸을 뺐은 크룬들이 생각나자,준은 또다시 가슴이아파왔지만, 어차피 피할수 없는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준에게 있어서는,이 세계를 크룬으로 부터 지켜야 겠다는 사명감 보다는,사랑하는 페어리들을 지키고 싶
은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었다.
"으음..."
한참이나 상념에 젖어 있던 준은 살짝 뒤척이는 세라의 음성에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얀 시트로 가슴
위를 가린 세라가 눈을 부비는 모습은 너무나 귀여웠다.
"일어났니?"
"주인님?"
준은 웃었다.늘상 무뚝뚝했던 그녀의 표정이 아닌,너무나 아기같은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얼마나 잤나요?"
"어제밤부터 줄곧."
"아..."
세라는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해 보더니,이내 자신이 알몸이라는것을 알아챈듯 준을 흘겨
보았다.
"주인님...이 그랬나요?"
"그럼 누구겠어?"
"너무해요.자고 있던건데."
"무슨소리야.니가 안아달라고 한건데?"
"정말인가요?"
세라는 깜짝 놀라며 되묻기 까지 했다.준은 장난끼있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어제 세라는 몽롱한 상태였고,끊임없이 준의 사랑을 요구했다.그녀에게 있어서 아픈
기억을 삭제하는 것은,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소중한 존재인 준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후회하는거야?"
"그럴리가 없잖아요..."
세라는 오늘만은 노아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모양인지,준의 품에 안겨왔다.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닿자,준
은 살짝 짜릿해져 옴이 느껴졌다.
넷이나 되는 페어리들과 함께 살면서,준에게 있어서 그들과의 잠자리는 너무나 자주 이루어졌던 것이었고,어찌보
면 익숙하기 까지 했지만,늘상 흥분이 되었다.그도 그럴것이 그녀들은 모두 미인이었고,덧붙여 각자 다른 매력들
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품에 달라붙어 있던 세라는 무언가 단단한 것이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알아채고는 고운
손으로 그것을 더듬어 움켜쥐었다.
"아침이어서 그런건가요?아니면 지금의 상황탓인가요?"
".......둘다....일껄?"
세라는 쿡쿡 웃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거대해진 준의 물건을 잡고 쓰다듬어 주었다.비록 이불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았지만,시트속에서 세라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꽤나 큰 쾌감이었다.
"으음..."
준은 살짝 신음을 흘리며 세라의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었다.기사라는 특성 탓에,그닥 크다고는 할수 없지만,
적당한 크기로 손에 딱 들어오는 가슴이었다.유나처럼 크다고는 할수 없어도,세라처럼 청순한 얼굴에는 오히려
풍만한 가슴이 언벨런스 할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으응..."
세라도 살짝 몸을 틀며 반응했다.준이 살짝 젖꼭지를 간지럽히자,그것은 곧 딱딱해지며 흥분을 하고 있음을 알려
오고 있었다.
준은 살짝 손을 내려 세라의 허벅지를 쓸어 내렸다.마치 비단위를 훑고 가는 것처럼 아무런 저항없이 준의 손은
세라의 꽃잎위에서 부터 무릎부분까지 왕복하기 시작했다.
"흑..."
어떤 부상을 입어도 아픈 내색한번 않던 세라지만,침대위에서 만큼은 신음을 아끼지 않았다.흥분을 한것인지,준
의 것을 잡고 흔드는 세라의 손놀림은 의식적으로 빨라졌고,준은 이제 노골적으로 세라의 꽃잎위를 쉴새없이 어
루 만졌다.
이윽고 진득한 애액이 준의 손가락에 느껴져 왔다.세라는 눈을 꼭 감은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귀
여워,준은 그녀의 허리를 잡아 당겨 자신의 위로 올라타게 했다.
"주인님..."
세라는 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준이 허리를 살짝 비틀어,자신의 기둥을 세라의 입구위로 비비기 시작했기 때
문이었다.게다가 젖어있는 그녀의 입구는 너무나 쉽게 준의것을 받아들여버렸다.
"흐응..."
준은 세라의 날렵한 허리라인을 움켜쥐었다.자연스레 세라는 준의 가슴위로 팔을 뻗어 지탱했고,그와 동시에 그
녀의 골짜기 사이로 준의 물건은 스으윽 하고 빨려들어갔다.
세라는 급작스런 쾌감이 신음을 흘리며 준의 위로 쓰러지듯 몸을 숙였고,그는 천천히 허리를 상하로 움직여 세라
의 몸안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간 뻑뻑한듯 했지만,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애액
이 증가하며 더욱더 부드럽게 결합되기 시작했다.
"으응...아앙..."
준은 저도 모르게 눈앞에 보이는 세라의 입술을 살며시 빨며,점점 허리에 힘을 주어박기 시작했다.신체 능력의
증가는 침대위에서도 그 빛을 발하는 모양인지,준의 스테미너는 처음 그녀를 2차개화 시킬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것이었다.
"아아아..."
세라는 정신이 없었다.이번엔 자신을 눕힌 준이,위로 올라타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몸을 흔들어 대었기 때문이었
다.그녀의 하얀 다리는 모두 준의 어깨위로 걸쳐져,더욱더 깊이 들어가는 적나라한 자세로 바뀌어져 있었다.
"헉..헉..."
준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눈앞에 아른거리는 세라의 새하얀 살결을 보면, 참을수가 없었다.게다가 더
욱더 참을수 없는것은,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세라의 아련한 음성이었다.
"사랑해요...사랑해요 주인님."
그녀의 하얀 팔이 준의 목위로 감겼다.준은 가슴이 아팠다.원치 않게 페어리라는 존재가 된 세라.그리고 그 기억
이 삭제된채 오직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게 된 그녀를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흐응..아앙.."
세라는 절정으로 치닫는 것인지,더욱더 준의 몸을 꽉 움켜쥐었다.한참이나 질척거리는 액체음을 일으키던 준은
그녀의 몸안에 깊이 허리를 밀어넣은채 부르르 떨었다.
"하아...하아..."
이 세계에서의 페어리들은 임신을 하지 않았다.프로센에서야 완전한 존재가 되는 까닭이었다.하지만 대신에 안에
사정을 하게 되면,서로의 기운을 공유하는것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아아..."
준이 그녀의 몸을 빠져나가자,세라는 살짝 몸을 구부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잔뜩 젖어있는 그녀의 알몸은
야하거나 천박하기는 커녕 더욱더 아름다워 보였다.
준은 그녀를 꼭 끌어 안았다.그녀의 모든 상처는...다 치유해 버리겠다고 다짐하면서.
ㅡ
"하앙...으흥...아흑..!"
방안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거친 경합 소리에, 문밖에 서있던 그녀는 귀를 막아버렸다.
포니테일로 묶어올린 붉은 머리칼.그와 대조되는 너무나 새하얀 살결.그리고 원피스 위로 보이는 풍만한 가슴과
그와 대조되게 잘 빠진 허리와 다리를 가진 그녀는 바로J의 페어리인 적법사 마유미였다.
그녀는 연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사실 J가 유리라는 다른 페어리와 잠자리를 갖는것이 괴로운 부분이 아니었
다.그것은 이미 애초에 포기했던 일이었으니까. 다만 그 소리를 방밖에서 들으라고 명령하는 자신의 주인때문이
었다.
"싫어...너무..."
정말이지 진절머리가 났다.자신도 페어리다 보니,당연히 인간 오너와의 결합에서 더욱더 강해지는것은 자명한 것
이었다.허나 유리가 개화한 후부터,마유미는 단한번도 J와 잠자리를 갖지 못했다.그것까지는 괜찮았다.변태적인
취향 때문에 오히려 마유미가 J를 거부하고 싶을 정도였다.정말 참을수 없는것은 자신의 레벨은 절대 늘수가 없
다는 사실이었다.
"도태되면 어쩌지..."
겁이 났다.어느정도의 상위레벨이 되었지만,더이상의 진전이 없으니 크룬과의 대면에서 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왔다.반대로 비스트 마스터라는 다소 약한 페어리인 유리는 J의 사랑을 먹으며 점점 더 자라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J가 나누는 질펀한 정사의 소리가 마유미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런건 싫어....이런건 오너와 페어리가 아냐..."
아무리 인간 오너를 주인으로 모셔야 하는 페어리라지만,J는마치 자신을 노예 다루듯 했다.여지껏 잘 따라왔지만
마유미는 너무나 싫었다.자신이 생각하던 주인상은 저런것이 아니었다.
"페어리를 사랑으로 아껴주고....몸이 아닌 마음이 강한...자상한 사람.."
그런 마유미에게 누군가가 떠올랐다.약간은 어리버리하지만,자신의 페어리는 끔찍히 아끼는 한 사람.
"핫!안돼...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하지만 한번 들은 생각은 자기 자신도 떨칠수 없는 법이었다.마유미는 지금껏 언뜻언뜻 봐왔던,그리고 오랜만에
봤을때는 정말 몰라볼수 없을 만큼의 마나를 은연중에 내뿜으며 나타난 준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맞아...그래서 일꺼야...그래서...그 프로즌 레이디는 그렇게 강했을 거야."
마유미는 자신과 대적했던 유나를 떠올렸다.워낙 예전에 맞붙었었고,짧은 경합 뿐이었지만,하위 레벨의 마법만
가지고도 엄청난 운용센스를 보여줬던 은발의 미소녀.
"그런 자상한 주인이라면,사랑을 듬뿍 받았을 테니까...."
마유미는 눈물이 나올뻔한 것을 겨우겨우 참아내었다.처음에는 특유의 착한 성격으로 잘 참아내었지만,이제는
정말 주인을 잘못만나 고생한다는 극단적인 감정마저 복받쳐 올라왔다.
-에에에에에엥...-
천천히 벽에 등을 기대고 무너져 내리던 마유미의 귓가에,마법으로 발동시킨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오기 시작했
다.
ㅡ
콰콰쾅!
무시무시한 굉음이 휘몰아쳤다.작은 검을 횡으로 그어, 자신의 앞을 노리던 녀석을 베어버린 버나드는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콰지직!
J의 몸이 회전하며,무수한 장력을 뿌려대고 있었다.그는 한창 거사(?)도중에 호출을 받게 된탓에 상당히 예민해
져 있는 듯했다.
"이거...완전 물량공세로구만."
버나드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1조인 자신과 J.그리고 페어리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이번
에 나타난 크룬은 계속해서 소환수를 불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이런 소환수들을 끄집어 내는 술법사는
몸을 숨기고 있으니 골머리를 앓을 지경이었다.
"쳇.우리에게는 비교적 만만한 상대를 붙여 준다더니.."
잘 쉬다고 있는데 크룬들이 나타났다며 1조를 보낸 협회장인 윌리엄스가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허나 이렇게 까지
물량공세가 심할줄은 아마도 윌리엄스도 모르고 있었으리라.
크르르르!
J의 페어리인 유리가 맹수 몇마리를 소환해 내어,크룬의 소환수들을 상대하기 시작했고,뒤이어 마유미의 화염이
그들을 갈랐다.
"주인님 위험합니다!"
문득 정신을 놓고 있던 버나드는 소환수가 휘두른 무기에 팔이 잘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콰쾅!
곧이어 그의 페어리인 크리스틴이 장력으로 버나드를 공격한 녀석을 폭파 시켰다.그녀는 예전에 세라와 겨룬적이
있는,커트머리가 아름다운 실버나이트였다.
"크윽.."
버나드는 피가 철철나는 오른 팔을 움켜쥐었다. 크리스틴이 자신의 앞을 보호하고 서 있었지만,수백마리가 한꺼
번에 몰려드는 탓에 힘이 부쳤다.그들이 아무리 전투력이 초보적인 수준의 소환수라고는 하지만,숫자가 상상을
초월하니 힘에 부칠수 밖에 없었다.
"설마...여기서 끝인가.."
크리스틴이 내뿜는 마나의 파동에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녀석들 탓에,그녀의 수비는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버나
드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프로즌 오드!"
콰콰콰콰콰콰...
버나드도,J도, 그리고 그들의 페어리들도 잠시간 멍해질수밖에 없었다.시동어와 함께,지면에는 수백개의 얼음바
늘이 돋아나며 소환수들의 숫자를 급격히 줄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것을 바라보던 버나드는 피식 하고 웃
었고,J의 얼굴은 더더욱 찡그려졌으며,마유미의 눈망울은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지원군이 온 모양이로군."
"으응..?"
풀숲에 몸을 숨기고는 계속해서 소환수를 끄집어 내던 마족 갓슈는 고개를 갸웃했다.갑작스럽게 많은 인원이 자
신이 있는 쪽으로 더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크크크..마스터가 말씀하신 작전대로 되어 가는군."
갓슈는 비릿하게 웃었다.그가 마스터에게 맡은 임무는 최대한 많은 인원의 오너들을 몰리게 하는 것이었다.게다
가 마나가 넘치는 영국땅이니,직접 대기중에서 마나를 온몸으로 섭취하는 갓슈에게는 더없이 좋은 전장이었다.
덧붙여 크룬의 마족 특유의 혈계 전통으로 대기의 마나와 융합되는 성질을 가진 그에게는 발각될 위험역시 적었
다.
"그렇다면 골렘들 가지고는 안되겠구만."
지금까지 그가 소환한 소환수는 골렘이라는 하위 소환수였다.마족들의 사이에서는 그저 노예보다 더욱더 밑인 미
물에 불과한 소환수이기에,그만큼의 마나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지만,일단 오너와 페어리들이 추가되었으니
더욱 강력한 소환수가 필요했다.
"크크큭...아껴두었던 그놈들을 쓸 차례인가.."
게슴츠레 한 눈으로 중얼거린 갓슈의 입에서 끊임없이 흑마법 주문의 영창이 흘러나왔다.그리고 그는, 마족 사이
에서 일어났었던 예전의 한 전쟁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에 이 놈들의 시체를 소환수의 샘플로 저장해두기를 잘했지...느껴보거라..으흐흐.."
그는 예전에 자신들의 세계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종족들을 생각하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명령대로,지칠대로 지친
페어리들을 마음껏 유린할 생각에 입맛을 다시면서....
"어라?뭐야 이건?"
준과 차우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덧붙여 그들의 뒤에 있는 도합 여섯명의 페어리들 역시 고개를 갸웃
하며 먼저 싸우고 있던 1조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것이,유나의 프로즌 오드가 작렬하자마자,꾸에엑 거리던 골렘들이 일제히 모습을 감춰 버렸기 때문이었
다.
-2조의 준씨와 차우씨.가서 1조와 교대해 주시기 바랍니다.혹시 모르니 사라케인양은 대기해주시구요.-
윌리엄스에게 이 말을 처음 들었을때,준은 직감적으로 강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올수 밖에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친 윌리엄스 파인 1조대신에 뭔가 꾸린구석이 있는 2조가,그것도 사라케인을 제외하고 나가야만 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유나의 마법한방에 상황이 정리되어 버리자 의구심을 떨칠수 없었다.
"흥...남의 공적을 채가게 생겼군 재수없는 자식."
J의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준은 그것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리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미.뭔가 잡히는게 있어?"
그녀는 각종 무기들이 걸려 있는 허리춤에 손을 댄체 신중하게 주위를 둘러보았고,노아는 그녀의 옆에서 뚱한 표
정으로 리미를 바라보았다.
"일단 두가지 가설을 세울수 있겠습니다만..."
그녀의 말에 차우와 그의 페어리들도 리미에게 귀를 기울였다.그녀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하나는 일부러 많은 인원을 집중시킨 후에,도주했을 가능성입니다.시선을 분산 하고 다른곳을 칠수도 있겠지요.
두번째는..."
"두번째는?"
"좀 더 큰 공격을 준비하는 것일수도 있구요."
리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세라의 손에 흑색 기운이 감도는가 싶더니,그것은 이내 묵빛 바스타드 소드의
모양이 되어 그녀의 손에 잡혔다.준 역시 뮤즈를 길게 늘어 뜨리고는 주위를 살폈고,차우역시 양손에 달린 모래
주머니를 해제하며 페어리들에게 공격준비 명령을 내렸다. 바로 그때였다.
드드드드드...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그것은 지진과도 같은 흔들림이라기 보다,흡사 멀리서 전차 군단이 오고 있는듯한 그
런 진동이었다.이미 한차례 격전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영국의 시골마을은,자욱한 흑먼지로 천천히 뒤덮여
가고 있었다.
"뭐야..?"
차우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래도 격투가 이다보니,이런식의 형체를 알수 없는 공격
은 딱 질색인 그였다.
"버나드.어서 넌 돌아가라.부상을 입었으니까."
J의말에 버나드는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별수 없다는듯 크리스틴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짐짝 취급을 당하는것은 딱 질색인데...별수 없군."
버나드는 살짝 스크롤을 풀어 해쳤고,그와 동시에 크리스틴과 함께 빛무리에 휩쌓여 사라져 버렸다.
콰콰콰콰콰...
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무언가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나오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흙먼지는 더더욱 자욱해 진다.
그리고나서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의 기분나쁜 마나가 대기를 뒤덮고 있는것이 느껴졌다.
"뭐...뭐야...저것들은..."
"마....말인가..."
"말은 아닌거 같은데..."
"뭔가를 타고 있잖아요."
"제길...알게 뭐냐.."
준과 차우의 대화속에서도,기분나쁜 굉음을 울리며 저 멀리서 무언가가 한부대를 이루어 달려오고 있었다.그리고
차우와 준은 볼 수 있었다.말의 형상을 띈 물체위에 저마다 무시무시한 창을 꼬나들고 자신들에게 돌진하고 있는
정체모를 기마부대의 모습을...
ㅡ
콰콰콰쾅!
청순한 미녀하나가,하늘거리는 손을 젓자,곧 파괴의 영창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그것은 바로 민아의 탈을 쓰고
있는 마스터였다.그의 뒤로 도합 열명의 마족들이 도열하며 따랐다.
"녀석들의 본거지는?찾아냈었나?"
청순한 얼굴에 걸맞지 않는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그의 뒤에 있던 마족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상대편 측에도 굉장한 마법사가 하나 있는 모양인지,교묘하게 탐색마법을 무위로 돌리고 있습니다."
"한심한 것들..."
"죄송합니다 마스터."
그들의 앞은 벌써부터 쑥대밭이 되어있었다.프로센을 점령하기 위해서는,프로센 최후의 대안인 이 세계를 최대한
빨리 파괴해야만 했다.그리고 그것을 위해 마스터가 선택한 방법은 "치고 빠지기"였다.
일단 그럴싸한 도시 하나를 골라 폐허를 만든다.물론 군대가 출동하지만,그것을 무력화하는것쯤이야 식은죽 먹
기로 쉬운 것이었다.그리고 페어리를 대동한 오너가 오면,한명의 크룬만을 남기고 또다시 신속하게 공간이동을
하는 작전이었다.
"누군가 옵니다...마스터."
"어차피 그 얼빠진 놈들이겠지."
마스터의 눈에,금발머리의 한 여성이 어떤 미남자를 대동하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말할것도 없이
피어스를 대동한 사라케인이었지만,마스터가 그것까지 신경쓸 리는 만무했다.계속 인원을 투입하는 것이 손해라
는 것을 오너측 수장인 윌리엄스도 알아챈 모양인지,단 한명의 오너와 한명의 페어리가 오는 모습에 마스터는
비릿하게 웃을 뿐이었다.
"저년은 누가 맡을테냐?"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마스터의 말에,청년의 몸을 빌린 한명의 마족이 고개를 숙였다.마스터는 냉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두번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 파렐.정령술사 계집에게 당했던 것처럼 말이야."
늘상 웃는 얼굴인 파렐의 표정이 살짝 경직되었지만,이내 다시금 싱긋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맡겨....주십시오."
ㅡ
"질풍야랑(疾風野狼)"
세라의 검기가 바람이 되어,마치 하나하나의 칼날처럼 폭사되기 시작했다.그것은 그들에게 달려오던 흑색의 기마
단들을 일순간 움찔하게 만드는것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염병할...저것들은 대체 뭐지?귀신인가?"
차우는 연신 자신에게 날아드는 창들을 피하면서 중얼 거렸다.자신을 노리던 창이 지면에 닿을때마다 땅이 푹푹
페이는것으로 봐선 실물과 다를바가 없는데,일단 흑색 투구속에서는 붉은 두개의 눈만이 보일 뿐이니 괴기 스럽
기 그지 없었다.
푸슉!
준의 숨결이 마나의 화살이 되어 한명의 투구를 관통했지만,그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저건 무슨 빌어먹을 상황이야?"
게다가 다른 페어리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기마부대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에 뿔뿔히 흩어진 탓이었다.다행
히 준에게는 리미가 만들어준 통신구가 있었기에 다들 열심히 전투를 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수 있었지만,세세
하게 확인하며 명령을 내리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적들은 끊임없이 재생을 합니다.방법은 딱하나,심장부분을 관통하는 것뿐입니다.-
리미의 목소리가 통신구를 통해 울린다.
"좋았어 리미!용캐 이 짧은 시간에 약점을 간파해 내었구나."
하지만 거대한 창을 흡사 수저처럼 휘둘러 대는 녀석들의 심장부위를 정확히 노리는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
이었다.
채채챙!
준의 급소를 노리고 도합 세개의 창이 날아들었고,준은 세라에게 배운 봉술을 십분 활용해서 뮤즈를 회전시켜 그
것들을 막아내었다.
"좋아...이렇게 된이상 단 한번에...."
대기중의 마나를 일시적으로 뮤즈에 끌어올리려던 준은 멈칫했다.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기 때문 이었
다.
"뭐..뭐야 이...차가운 기운은...?"
이상했다.온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차가운 느낌이 엄습한다.허나 춥거나 떨리지 않았다.그것은 마치 준이 원래
부터 설인(雪人)이었다는 듯이,너무나 당연스럽게 되어가고 있는 느낌마져 들었다.
"이 느낌은...이 느낌은 설마..."
예전에 유나와 사랑을 나누었을때,준은 이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바로그때,그가 멍해져
있는 그 찰나의 순간을 틈타 두개의 창이 준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져 내려왔다.
"쳇!"
준은 급격히 뮤즈에 입술을 대고 있는 힘껏 불었다.어차피 창을 돌려서 막기에는 너무나 이른시간이었기 때문이
에,직격으로 머리를 맞는 것만이라도 피하자는 행동이었다.
스으으윽!
순간의 공포에 눈을 질끈 감았던 준은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자,천천히 눈을 떳다.
"마...맙소사..."
준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자신을 노리던 두명의 기마병사가 마치 얼음 조각상 처럼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
이었다.순간 유나의 도움을 받았나 하며 주위를 둘러본 준이었지만,그의 주변에는 유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그
저 자신에게 어슬렁 거리며 다가오는 기마부대 뿐이었다.
"내가...내가 어째서 유나의 기술을 쓰고 있는거지?"
준은 전장이란것도 잊은채 순식간에 멍해져 버렸다.바로 그때였다.
"크아아악!"
준의 시야에 기마부대가 휘두른 창 덕분에 지면에 처박혀 뒹구는 J의 모습이 보인다.그는 흙먼지를 집어 삼키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왔다.
"야!위험...."
순간 쓰러진 J를 구하려 가려던 준은 멈칫하고 말았다.자신의 옆구리 쪽으로 노리며 들어오는 창의 존재를 느꼈
기 때문이었다.
"비..빌어먹을..막을 시간이!"
"플레임 스피어!"
콰콰콰콰...
준은 보았다.아무도 구해주지 않아,J의 어깻죽지에 적의 창이 박혀버리는 것을, 그리고,그런 J가아닌, 자신을 구
하기 위해 마법을 쏜 마유미의 모습까지도...
추천88 비추천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