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알친구는 불알이 없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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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피구가 끝나고도 꼬리잡기 등 집행부에서 준비한
여러 종목을 하면서 오후를 보내고 저녁을 먹었다.
엠티조는 8개로 이루어졌는데 우리조는..
날 보면 방긋하고 웃지만 내가 보면 내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선배들과 동기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연인지..필연인지..
수민이와 진선이가 속해있는 조는 예비역 선배들이
유별나게 많았다.
아..저런게 학번의 위력인가..
아무튼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 시작되는..본격적인 술자리
아까 짝피구의 원한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전체 건배를 한 후 나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술을 받아야만 했다.
수민이도 여러 여자 선배들이 찾았으나..
끼고 도는 예비역 선배들이 힘에 여자 선배들은 찍소리도 못했다.
아..이러다 죽겠다..
"선배님, 저 잠시 화장실좀.."
화장실 핑계로 나온 나는 밖에서 술도 깰겸
주변을 잠깐 거닐기로 했다.
어차피 들어가봐야 또 술....
잠깐 앉아있다가 이제 슬슬 걸어볼까~ 하는데
안에서 누가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타다다닥
발걸음이 묵직했으면 나도 덩달아 뛰어서 도망치려고 했으나 발걸음이
가벼운게 여자인 것 같아서 그냥 누군가 입구쪽을 지켜봤다.
"헥..헥.."
뛰어나온 인영은 숨을 몰아쉬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내쪽을 보고는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점점 다가오는 인영의 주인공은..
진선이였다.
"후우~ 여기 있었구나~"
"어..근데 넌 왠일이야?"
"왜? 난 나오면 안돼?"
"아니..그런건 아니지만.."
"그냥..술기운이 오르는 것 같아서
조금 쉬려고..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왔어."
나 잘했지? 하는 눈망을로 날 쳐다보는 진선이..
으윽..그런 눈빛은 반칙이야..
"그..그래..나도.."
"어머! 그래? 히힛"
웃긴 얘기도 아닌데..술기운 때문일까?
별 얘기도 아닌데 웃는 진선이..
"그럼..좀 쉬다 들어가~ 난 주변좀 둘러보고 들어갈게.
여기 있다가 선배한테 걸리면 혼날게 뻔해서.."
"...."
갑자기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 진선이.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
"왜..왜그래?"
"너..나랑 있는게 그렇게 싫어?"
"어? 아..아니.."
"그런데 왜 나만 들어가라고 해?"
"어? 아..아니..그럼 같이 걸을래?"
"응!!"
언제 뾰루퉁했었냐는 듯 금세 활짝 웃어 보이는 진선이.
"근데 어디로 가려고?"
"아까 버스타고 왔던 길..보니까 벚꽃이 활짝 폈더라구~"
"응, 맞아~. 정말 이쁘더라~ 가자~"
진선이는 내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 천천히 가~"
"니가 빨리와~"
진선이가 걸음을 빨리해서 그런지 우리는 금방 아까의 그 벚꽃이 만발한 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와~"
"이야~"
"정말 이쁘다..그치?"
"응..이쁘다."
나와 진선이는 술취한거 깨러 나왔다가 벚꽃 향기에 도로 취해서
벚나무 아래를 걷기 시작했다.
손을 꼭 잡은 채로..
10분정도 걸었을까..어느새 우리는 길의 초입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돌아가자."
"응."
벚나무 아래에는 이것저것 먹거리를 팔거나 붕어뽑기, 사격 등 여러가지 볼거리가
많았다. 우리는 꽃을 보다가 좌우 행상등을 구경하면서 왔던길을 되짚어 갔다.
그러다가
"앗! 저기.."
"응? 뭐가..?"
진선이가 가리킨 곳에는
수민이와 상민 선배가 붕어뽑기를 하고 있었다.
"수민이랑 상민 선배네.."
"그렇네.."
나는 한참을..즐거워 보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느샌가..꼭 잡았던 손은..풀려 있었다.
"준석아~ 같이가~"
따라오는 진선이가 외친 소리가 너무 큰 듯해서
아차하는 마음에 수민이 쪽을 봤더니..아니나 다를까
수민이와 상민 선배가 우리쪽을 보고 있었다.
속으로 진선이를 탓했지만..일이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있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음. 그래. 너넨 술 안마시고 둘이 나와서 뭐하냐?
전체엠티와서 이렇게 개인행동 해도 돼?"
어이가 없었다.
지는..
"죄송합니다. 술이 좀 취해서..
지금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래 얼른 들어가봐."
평소에도 남자를 대하는 것과 여자를 대하는 게 다르다고
느꼈지만 오늘 나를 향한 눈빛은 평소와 또 달랐다.
은근 슬쩍 수민이 앞을 가리면서 나를 노려보는게..
마치 "내꺼 건들지마." 이런 눈빛이다.
그리고..수민이는 처음에는 반가워하는 눈빛이었으나..진선이를 보고는
진선이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즉, 저쪽 2명이 각각 이쪽을 노려보는 상황.
나야 노려보는 사람이 선배라서 고개만 숙였으나, 진선이는..
마주 수민이를 노려보았다.
그 순하기만 한 진선이가..새로운 모습!!
상민 선배의 얼른 들어가라는 말에 우리는 인사를 하고 그 곳을 벗어났다.
숙소에 다 와갈 무렵.
"준석아.."
"응.."
"저..있잖아.."
"응?? 뭔데..?"
"음..너..혹시..수민이..좋아..해?"
쿵!
누가 내 머리를 한대 친 것 같았다.
나 혼자만 상상했을 때에는 분명 소꿉친구라고..
소꿉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니..
"준..석아?"
"으..응?"
"대답하기..곤란..한..거야?"
"아..아냐..그..으..그냥..소꿉친구야.."
"정말?!"
"으..응.."
내 입에서 나오는건..
지난 시간동안 내 머릿속에서 수없이 다짐했던..그..말이었다.
그런데..왜..이렇게 가슴한켠이 아린건지..
"휴우.."
"왜..그래?"
"응? 다..다행이라서.."
"응? 뭐가..?"
"수민이가..상대였으면..솔직히 자신 없거든..
걘 누가봐도 완벽하니까.."
"너가 수민이보다 못한게 뭐있다고.."
"그야..수민인 얼굴도 이쁘고..착하고..운동도 잘하고..똑똑하고..
몸매도.."
다른건 다 그렇다 쳐도..몸매는..
니 가슴은..동양 사람에겐 반칙이란다..
그런데..수민이 걔가 정말 그런가?
너무 가까워서..그동안 몰랐던건가..
하긴..지난 10년이 넘도록 남자친구였으니..
"아냐..너도 만만치 않아~ 그러니 기운내~ 국문과 한.가.인양~"
쓰린 가슴이..이제는 아무 느낌이 없다.
단지 가슴이 통째로 떨어져 나간 듯..휑한 느낌..
어제 벚꽃 구경을 하며 얘기를 나눈 후부터
진선이는 더욱 활짝 웃으며 나를 대했다.
덕분에 주위 선배, 동기들도 진선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수근거리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준석아~ 다리 많이 아프지? 내가 마사지 해줄까?"
오전부터 오후 4시경까지 계룡산을 올라갔다 내려와서 우리과 사람들은 모두 기진맥진 상태였다. 그런데 유일하게 진선이만은 힘이 남아있는지 나에게 안마해 주느냐고 묻고 있다.
"아냐..너도 힘들텐데 앉아서 쉬어~"
"아놔..눈꼴셔서 원~"
"젠장. 서러워서 살겠나. 첫째날은 수민이더니 이번엔 진선이냐?"
"너 이따 술자리 때 보자~ 사랑받는 만큼 듬뿍 따라주마~!"
전..전....흑..ㅠㅠ
"지..진선아.."
"응? 왜?"
"으..저..에휴..아..아냐.."
선배들의 예고대로..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나에게 사랑(?)을 듬뿍 담아 가득 따라준 술을 홀짝홀짝 마시다가 일찌감치 뻗어버렸다.
여기에는 진선이도 아주 큰 한몫을 했다. 술을 계속 받아 먹는 내가 불안했는지 내가 앉은 쪽에 와서 선배들을 말리다가..나중에는 안주먹을 틈도 없이 술을 받아 마셔야만 했기 때문이다.
진선아..넌..순진한 소년이고..난..우연히 던진 돌에 맞아 죽은 개구리같구나.ㅠㅠ
엠티를 다녀오고도 진선이가 나를 대하는게 지극정성(?)이자 밥을 같이 먹는 동기들도 나와 진선이를 따돌리기 일쑤였다.
무슨 약속들이 그리 많은지..것도 자기들끼리..남는건 매일 나와 진선이..결국 둘이 먹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러다가 왕따 되는거 아냐..?
수민이는 엠티 이후..역시나 예전처럼 얼굴보기가 힘들었다. 선배들과 만나고 소모임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그런데 왠지 나를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수업시간에도 멀찍이 떨어져 앉고 자주 마주치던 길도 돌아다니는지 단 한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중간고사 본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엠티 다녀오고 며칠 있자기말고사 보는 과목이 생기고..줄줄이 시험과 과제가 이어졌다.
젠장, 국문과 맞아? 국어관련과목은 1학년 전체 필수과목이랑 전공필수 하나뿐..
나머지는 심리, 음악, 우주, 사회, 법 등등..교양을 가장한..시험과 과제덩어리들!!
그래도 기말고사만 끝나면 첫 대학생으로서의 방학! 길기도 길어서 기대가 크다.
"준석아, 넌 이번 방학 때 뭐할거야?"
"응? 그냥..알바하라고 부모님께서 성화셔서.."
"그래? 여행같은건 안가?"
"음..글쎄..알바 시간 봐야 알 것 같은데.."
"그렇구나.."
"넌 뭐할건데?"
"난..집에 잠깐 내려가서 며칠 있다가 올라오려고. 나도 알바나 할까 생각중이야.."
"흑..가난한 고학생이 여기 모였구나.."
"훗. 그러네~"
시험과 과제를 모두 끝내고 드디어 방학 시작!!
나는 동사무소에서 평일 오전에 알바를 하고, 주말에는 편의점에서 주간 알바를 했다.
부모님께서 한달 빡세게 하고 놀래? 아니면 널널하게 방학내내 일할래? 둘 중 하나 택하라는 협박에..어쩔 수 없이..ㅠㅠ
진선이는 대학생 알바의 꽃!! 과외를 구했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라던데..
우리랑 2살밖에 차이 안나는ㄴ데 잘 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한달반 날로먹고..)
휴우~ 드디어 내일이면 진정한 방학의 시작이로구나..7월 한달은 너무 금방 지나간 거 같았다.
드디어 10분후면 편의점 알바도 끝!! 내일부터는 자유~ 게다가..후훗~
딸랑~
"어서오세요~ CS2..어??"
"안..녕..?"
"어..수..민아..안녕..여긴..어떻게..?"
"지금..시간 있어..?"
"어..뭐..끝날려면 10분정도 남았어.."
"그래..그럼..잠깐 앉아서 기다릴게.."
"어..그래.."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수민이의 표정..왜그럴까?
10분후
"그동안 고생많았다~"
"에이~ 고생은요 뭘~ 하핫"
"돈은 통장에 넣었으니 확인해보거라. 그럼 다음에 또 기회되면 와~"
"네~"
"끝났어~"
"어..그래.."
"음..어디..카페에 갈까?"
"음..그러자.."
"뭐마실래?"
"음..커피.."
"여기 커피 두잔 주세요."
"네~"
"그런데..무슨..일이야?"
"응..저.."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기만 하는 수민이..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왠지 모르게 불안한..느낌이..
"저..사실은.."
"...."
"상민..선배가..사귀자고 해서.."
"뭐?!"
쿵!
.
.
.
지..진정하자..준석아..
예..예상은..했잖아..
평소에 같이 다니고 하는거 보면..
그래..그래..
"그..래..?"
"사실..그동안..여러번..사귀자고는 했는데.."
"그..랬구나.."
"이번이..마지막이라고..그래서.."
"그래......"
"......"
"그..런데..그걸..왜..나..한테.."
순간 수민이의 얼굴이 굳어진다..
아깐 쓸쓸한 표정이었지만..
지금은..뭐랄까..화가나고 어이가 없어서 굳어진 듯한..
"왜..냐고??"
"......"
"후훗..왜..글쎄..왜일까..? 그러고보니..너랑나랑..뭐라고..그렇지?"
"아..아..니..그게.."
"됐어! 나 그만 가볼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때 반짝했던건..
나는..따라가서 잡을 수가 없었다..
바로..어제다..
오늘처럼 편의점 알바가 끝나고 나오는데 문밖에 진선이가 서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수민이처럼..잠깐 얘기좀 하자고했고..
학교 벤치에..앉자마자..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제 자기좀 봐주면 안되냐고..
내가 너무 좋다고..
솔직히..내 마음은..아직..
진선이를 사랑하는 감정은 없지만..
친구로는 충분히 좋아했고..
나를 그렇게 좋아해주는게 고마워서..
사귀면서 좋아할 생각으로..
사귀기로 한건데..
그런데..
나는 지금 여자 친구가 있는 상태고..
소꿉친구가 고백받은걸 얘기하면..
담담하게 얘기해주고 그러면 되는데..
왜..왜..
가슴이 막막하고..
눈에선..
눈물이 날까..
혼자 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걸 본 옆자리 손님들이 뭐라고 수근거린다..
난..난..
내 가슴은..내 마음은..
누굴..원하는거지..??
난 멍한 상태로 카페를 나와..
집으로 가서..무작정 컴퓨터를 키고..
병무청 홈페이지로 갔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빠른 날짜로..입영 신청을 했다.
8월 5일..
그리고 다음 월요일에 바로 학교에 가서 휴학신청을 하고..
부모님께는 군대 일찍 갔다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주변 친구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민이에게 말을 듣고..
그 이후로 진선이에게 오는 연락을 받을 수가 없었다.
머리로는 연락을 받으라고 하는데..
가슴이..가슴이 자꾸 손이 가는걸 막았다.
그리고 입대전날..
진선이에게..전화를 했다.
"너!! 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진선아.."
"너..왜그래!? 정말 무슨일 있는거야?"
"진선아..정말..정말 미안해.."
"뭐..뭐야..준석아.. 너 왜그래..무슨 일이야.."
"진선아..정말..미안해..이말밖에 할말이 없다.."
"너..너..그게 무슨 뜻이야!! 왜그래 준석아~!"
"미안..안녕.."
"준석아!! 준석아!!"
그리고..입대를 했다.
도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내 가슴을..내 마음을 알고 싶었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고생을 하는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사람이 누군지..
머리가 자꾸 그 사실을 거부하려고 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꼭꼭 숨어서..
가끔씩 가슴을 아프게 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