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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원수같은 해외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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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386 회 작성일 24-02-24 01: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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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같은 해외 나들이 (上) >



지나간 일을 새삼스레 돌이켜보면서 변명해 봐야, 내 얼굴만 뜨거워지고,
방바닥에 누워서 천장보고 침 뱉는 격입니다.


그러나 제가 겪었던 그 일로 인해서 내 인생이 너무 더럽게 꼬부라져,
하소연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제 얘기를 듣고 나면, 여러분들도 분명히 나를 나무랄 거에요.
멍청한 년이라구요.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도 그 일은 모두 제 탓이었으니, 욕을 먹어도 당연한 거같아요.


 


요즘은 경기침체로 집안 살림이 주눅들어 있는 형편이라,
일반적인 서민들은 웬만해선 해외여행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별로 없죠.



그러나 몇 년 전에는 동남아 여행쯤 쉽게 갔었잖아요.


저도 그 중에 하나였어요.


마음에 맞는 동창 하나가 경비 마련을 위해 동남아 여행계를 든다길래
저도 몸이 달아 끼어달라고 했어요.



아이들 다 키워 놓았겠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전업주부지만 발언권도 있는 형편이라,


남편한테 의논할 필요도 없이 결정을 해 버렸어요.


물론, 그때 가서 여행갈 형편이 못 되면,
부었던 겟돈을 다른 데 유용하게 쓰면 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었지만요.


 


그럭저럭 곗돈을 다 붓고, 막상 여행 떠날 날짜가 가까워오니, 막 안달이 나는거에요.


꽁생원같은 회사원을 남편으로 모시고 있는 처지에,
언감생심 나라 밖으로 나가는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던 가정주부였으니,


제 가슴이 얼마나 떨렸겠어요.



그래서 한 달 전부터 비위를 맞추려고 남편에게 별별 아양을 다 떨었고,
가끔은 애소작전까지 펴 남편 허락을 받아내는데 결국은 성공했어요.


 


드디어 5박 6일의 여행 일정이 시작되었어요.


그 전날, 마음이 너무 들떠 밤을 하얗게 새운 것은 물론이고,
남편과 의무전까지 치루느라고 새벽에는 녹초가 되고 말았죠.



호호, 그 정도쯤은...힘들지 않더라구요.


난생 처음으로 해외여행 가는데, 안 그래요?



여행 떠나는 아침에는 이런저런 당부를 남편이 하더라구요.


동남아로 여행 떠난 일부 사람들이 너무 방탕한 짓을 해대서 문제가 된다는 것과,
가정까지 파탄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하자면 일종의 경고성 엄포였어요.



저도 매스컴을 통해 진작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저한테 해당될 것이라고는 상상은 하지도 않았어요.


남편의 엄포성 경고와 우려에 괜히 내 자존심만 상하더라구요.


아내를 그렇게 믿지 못해서야 어떻게 부부라고 할 수 있겠어요.


 


동남아 여행을 경험해 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막상 다녀보니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더라구요.


더군다나 패키지 여행이라 인솔자가 안내하는 대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는 체험할 수도 없었어요.



사원 두어 군데, 그리고 도시 구경이나 하면서 쇼핑하는 것이 고작이었죠.



그 사람들 얼굴 생김은 우리보다 뭐, 나을 것이 하나도 없고,
빈부 격차가 심해서 그런지 서민들은 훨씬 더 가난해 보이더라구요.



아마 그래서 일부 몰지각한 한국 관광객들이 우월감을 가지는가 봐요.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 일행도 시간만 나면 쇼핑하기에 바빴어요.


어떤 친구는 마치 장사꾼처럼 물건을 사더라구요.


여유돈이 많아 그렇기도 하겠지만, 제가 보기엔 견물생심 같더라구요.


탐 나는 토산품들이 많은데도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구,
보석이나 무슨 약 따위를 사는데만 혈안이 돼 있더라구요.



저는 준비해 간 돈이 워낙 적어,
그딴 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선물용 물건 몇 개 사고 말았어요.



말단 회사원의 아내로 길들여진 탓인가 봐요.


집에 돌아가면 써야 할 데가 많다는 걸 생각하니, 선뜻 지갑 열 용기가 안나는 거예요.


괜히 서럽기도 하구, 근데 나중을 생각해서는 참 잘 했다는 자위도 들었어요.


돈 잘버는 남편과 사는 여자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이런 저의 마음을 남편이 알기나 할려는지....


 


말단 회사원을 남편으로 둔 아내의 서러움은 그만 접어두겠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 그게 아니거든요.



어쨌든 여행의 대부분을 아이쇼핑이나 하고, 사진 찍고,
저녁에는 도심 유흥가로 나가 술도 한잔 마시고, 밤거리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일정이 마감되더라구요.



근데 문제는, 그렇게 어울려 다니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간덩이가 붓기 시작하는 거예요.


내 처지를 깜빡깜빡 잊을 때가 많았지 뭐예요.



가끔은 다른 여자들보다 제가  한 수 더 뜰 때도 있었어요.


그 동안 제 의식속에 가만히 숨어있던 끼가 발동되어 괜히 객기를 부린거겠죠.


그 어슬픈 객기...그게.


 


여행 5 일째 되는 날, 우리 일행은 태국에 머물러 있었어요.


마음이 잔뜩 들떠 있는 상태에서, 이국의 밤은 정말 아름답더라구요.


그 나라 특유의 음악, 쇼윈도의 반짝이는 불빛, 화려한 색상의 의상들,
얼굴 가득 미소를 그리는 이국인들의 모습들이 환락의 거리와 어우러져 있는데,


마치 환상의 세계속에 제가 서 있는 것 같았어요.



순간, 펑펑 울고 싶더라구요.


남편?
아이들?
떠올리기조차 싫었어요.


제가 여태까지 살아온 삶의 터전이 어쩜 그렇게 궁상맞다고 생각이 되는지.



그날 밤, 밤거리를 쏘다니며 술도 제법 많이 마셨어요.


저 나름대로 환상적인 이국의 밤을 맘껏 만끽하고 싶었겠지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너 나 없이 일행 모두가 그랬으니까요.


만약 남편이 목격했다면 주저없이 "미친 년" 으로 치부했을 거예요.



가정주부가 술은 언제 배웠냐구요?


학교 다닐 때 이미 소주 두 병쯤은 거뜬하게 비운 경험이 있어요.
그 실력이 어디 가겠어요?


 


숙소로 돌아와 마악 샤워할 준비를 하는데, 인터폰이 울려요.
같은 방을 쓰는 현숙이란 동창이 받았지요.


그녀가 수화기를 붙들고 한참을 얘기하더니, 갑자기 옷을 다시 입지 뭐예요.


 [현숙아...왜?]
 [우리, 잠 자러 여행온 거 아니잖아 ]
 
 [근데...?]
 [로비에서....보자는 사람이 있어]


 [누구? 아는 사람이야?]
 [여기 프런트에서 근무하는 남자...호텔안에 좋은 바가 있대,
 한 잔 사겠다구...아까 보니 우리 말을 유창하게 하더라구. 같이 나오라는데, 어때?]


 [글쎄....위험하지 않을까?]


 [우리 둘이 가는데...위험할 게 뭐 있을라구...
 기회에, 외국 남자랑 어울려 보는 것도 괜챦을 것 같은데...
 그렇쟎아? 이런 데서만 맛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아니겠어?]


 [....그래두..]



망설일 사이도 없이 이미 현숙이한테 이끌려 엘리베이터에 갇힌 몸이 되었어요.


저의 마음 한편에는 야릇한 흥분이 잔잔하게 흐르구요.


이런 끼가 제 속에 잠재해 있을 줄은 정말 저도 미처 몰랐어요.


 


로비에 내려오자, 눈이 부실 정도로 흰 양복을 입은 사내가 싱긋 웃으며 다가서는 거예요.


첫 눈에 봐도 꽤나 멋진 남자였어요.


전혀 태국인 얼굴 같지가 않구, 서양인 피가 섞인 혼혈이 분명하더군요.


우리 말을 잘 해서, 의사소통에도 지장이 없구요.


하긴 뭐, 호텔에 근무하면 3 개 국어는 기본이라고.
아시쟎아요.
동남아쪽에 한국 관광객이 좀 많아요?



 [저희 나라에 오신 분들께...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근데, 왜 우리를....?]


 [여기 호텔에 투숙하신 고객님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우세요. 두 분]
 [호호, 농담도 잘 하셔...]



현숙이와 저는 그의 친절과 매너에 이미 말려든 거예요.
남자는 프런트로 가 잠시 전화를 걸더니, 우리를 지하로 안내했어요.


경계심이 들면서도, 다가 올  일이 더 궁금하여 저는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켰지요.



바는 한국과 별 차이 없었어요.
술도 마시고 한쪽에서 춤도 출 수 있게 돼 있더라구요.


남자가 양주 한 병을 주문하더니,
계산은 자기가 할테니 걱정말고 즐겁게 드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 20 분쯤 지났을까요?
갑자기 노타이 셔츠 차림의 남자가 한 명 나타났어요.


흰 양복입은 사내가 그 남자를 소개하면서, 근처 호텔에 근무하는 자기 친구래요.



타국인데 그 남자가 어디에 근무하든 무슨 상관있어요.


그 남자도 우리 말을 잘 했고, 좋은 인상이었어요.
체격이 더 좋아 보였구요. 속을 보지 않아도, 근육질이 분명할 것 같았어요.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남자를 바꿔 가며 춤도 췄어요.


회사원 아내 주제에 춤인들 제대로 배웠겠어요?
그냥 시늉만 내면서, 남자 품에 안긴 게 맞겠지요.


이국의 멋진 사내와 함께 술도 마시고 춤까지 췄으니, 기분이 괜찮더라구요.


                         ======== 하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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