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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와 민수 이야기 (1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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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001 회 작성일 24-02-23 22: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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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와 민수 이야기  (1 부)



다영이의 과외 선생님이 저녁 일곱 시까지 오기로 했다.

전화 통화만 해 봤는데 목소리가 주말의 명화 시간에 하는 더빙 영화에서
톰 크루즈나 장국영을 닮아 우선 맘에 들었다.



다영이의 엄마인 주희는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가볍게 흥분했다.

늦은 오후를 멍하니 보내는 것이 좀 따분하던 참 이었는데 저녁에 만날 사람이
정해지자 할 일이 생겼다.

우선,
그 과외 선생에게 청결한 집안을 보여주고 싶었으므로 아주머니를 시켜 집안을
다시 청소하게 했다.


조용하던 이층 양옥집은 진공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러워 졌다.
거실로 스며들어온 오후의 햇볕에 먼지가 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 먼지 좀 봐’
그 선생이 볼까 부끄러워졌다.


주희는 대리석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마른 장미를 뿌리고 우유를 부어 놓았다.
프랑스 여행 때 비싸게 주고 산 바디 클린저용 향료도 조금 부었다.

은은한 바닐라 향이 욕실에 퍼져나갔다.
주희는 나른한 오후에 욕조에 들어가 낮잠을 자는 것이 취미였는데 무슨 바람이 들어
양로원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느라 한동안 그러지 못했다.


알몸으로 인어가 바위에서 바다로 미끄러져 들어가 듯이 완만한 경사로 엉덩이에
조여드는 갈색 욕조로 들어갔다.


그 청년이 누구든 상관없다.
주희에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 손님으로 찾아온다는 사실이며
최대한 대접을 해주어 자신과 딸인 다영과 남편과 자신이 가꾸어 온 집을 얕보지 않고,
찬탄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가정을 지키는 여자로서 당연한 책무 같았다.


그런데 선생이 젊은 남자이고 같이 살게 된다는 사실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이다.
어떤 사람일까.
나를 어떻게 볼까.
우리 집에서 냄새는 나지 않을까, 뭐 이런 불안감과 함께.
자신의 몸을 욕조의 벽에 낮게 붙은 거울에 비춰보았다.


언제 보아도 맘에 들었다.
마흔 살을 먹은 여자 중에 자신과 같이 처녀 시절의 몸매를 유지하는
여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 돈과 정성을 쏟아 넣은 덕분이다.

 ‘이러다 늙으면 자신이 무척 실망스럽겠지?’


자신이 할머니가 되어 쪼글쪼글한 손과 주름이 팍 새겨진 눈가를 하고 있는 것을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영원히 늙지 않은 약이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다.

주희는 불로장수약을 찾으라고 사신들을 채근한 진시황의 심정을 너무도 잘 이해한다.
자신은 오래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영원히 젊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가슴에 보형물을 넣는 성형 수술을 받았다.
축 처지기 시작하려던 가슴은 스무살 때보다 더 꼿꼿히 섰다.
기대감을 가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젖꼭지는 돌출해 있었다.


자존심!
길거리를 걷는 여자들을 잘 한번 관찰해 보라,
허리를 꼿꼿히 펴고 앞 가슴을 오만하게 내밀고 걷는 콧대 높은 이들의 자신감은
바로 가슴에서 나온다.

 

누구나 지니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자신은 이 열등의 편에 있고 싶지 않았다.

주희는 인간의 노골적인 본성까지 파고 들어가면 이 자신감에 대한 열등감은
누구나 지니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자신은 이 열등의 편에 있고 싶지 않았다.
두 손으로 탱탱한 젖무덤을 받쳐 보았다.

 ‘가슴이 파여진 옷을 입을까?’
명색이 선생인데,
자신의 가슴을 훔쳐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2 부에서 계속....
처음 글을 올리는 신참입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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