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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추억2부 2권-14 섬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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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9 회 작성일 24-02-23 17: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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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섬여자


결국 마사오도 오까모또에게 억지로 끌리다싶하여 도중 하차하고, 배를 타고 섬을과 갔다.


일행이 곧바로 하루에 집으로 향한 시간은 오전 열 시가 지난 때로, 하늘은 맑고 강한 바람이 볼에 기분 좋게 스쳤다.


“정말 우리 두 사람이 들어가도 괜찮습니까?”


하루에의 부모의 의혹을 고려해서 마사오가 걱정하자 하루에는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런 일,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대환영일 거예요. 매일 같은 얼굴만 보아서 따분해 하는 분들이니까.”


“하지만 너무 요란하게 하지 않기를.”


마사오는 오까모또에게 주의시켰다.


“걱정 마. 난 분별력 하나는 확실하니까.”


오까모또에게는 이런 식으로 섬에 온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가슴이 설레이는 것도 납득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하면 난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와 버린 걸까?’


후회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마사오는 하루에 집안으로 들어섰다.


“어머나, 하루에. 잘 돌아왔어요.”


마중나온 사람은 30세 정도의 여자로 하루에 큰 오빠의 아내였다. 소개받은 마사오 일행은 정중하게 서로 인사했다.


하루에의 부모님도 나왔다.


양친 모두 오십대 중반으로 느껴지는 나이로, 역시 순박한 섬사람 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마사오는 하루에와 만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자는 것은 선착장이나 아무 곳이라도 좋습니다.”


이어서 하루에는 쓰쯔다를 소개했다.


“이번에 새로운 직장을 소개해 준 분이에요.”


쓰쯔다는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었다.


“이건 저, 이번에 회사 사장님이 주신 선금입니다.”


그러자 하루에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특기도 재주도 없는 이 애가 어떻게 선금까지 받을 수 있습니까?”


“결국 그 정도로 이번 회사는 경기가 좋아요. 미국 군인의 물자를 취급하고 있으니까요.”


그 설명으로 하루에 아버지는 납득한 듯했다.


대화하고 있는 사이에 점심 식사가 나왔다. 소면에 생선 덴뿌라였다.


미안해 하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마사오 일행은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오까모또는 예절을 고려하여 마사오와 마찬가지로 정숙하려고 했지만, 하루에는 열차 속과 같이 오까모또와의 친밀감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 마사오와 오까모또는 하루에에게 이끌려서 ‘젊은 미망인’ 집을 방문했다.


“내가 강제로 이 섬으로 데려 왔어요.”


모습을 드러낸 30세 전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하루에는 설명했다.


“그런데 집이 좁아서 이쪽 분을.....”


마사오의 팔을 잡아당겨 앞으로 밀었다.


“이 아주머니 집에서 묵어요.”


“아니.”


당황해서 마사오는 손을 내저였다.


“난 내일 아침에 섬을 떠날 거야. 배 대는 곳에서 자도 괜찮아.”


“어머나.”


미망인은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일부러 그런 곳에서 주무실 필요는 없어요. 부디 이곳에서 쉬시기를.....”


“염려하지 말아요.”


하루에도 거들었다.


“이분은 당신이 원치 않으면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아요.” “아니, 천만에.”


마사오는 손을 내저었다.


“난 다만 부근 사람들의 눈이나 입이 두려워서.....”


“걱정없어요.”


모도꼬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아요. 내게는 정조를 지킬 것을 강요하는 남자가 없어요. 완전히 혼자라서 무엇을 하든 자유라구요. 소문은 두려워 마세요.”


하루에가 오까모또를 데리고 가벼려서 마사오만 모도꼬 곁에 남게 되었다.


“참외 드시겠어요? 우물에서 아주 시원해졌을 거예요.”


“예, 드러죠.”


“그럼, 그렇게 더워서 괴로워하지 말고 옷을 벗어요. 팬티 한 장만 입어도 돼요.”


“괜찮겠습니까?”


“격식 차리려고 하지 말아요. 그런 모습으로 있어서 보고 있는 쪽까지 더워지는 것 같잖아요.”


마사오가 화이셔츠와 바지를 벗고 아래만 걸쳤을 때, 모도꼬가 참외를 먹기좋게 썰어서 가져 왔다.


“3일 전부터 우물에 담가 두었죠. 혼자 먹는 게 아까웠지만, 같이 먹을 사람도 없던 참에.... 정말 잘 오셨어요.”


“잘 먹겠습니다.”


모도꼬는 어떤 여자일까? 마사오는 전혀 예비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모도꼬도 마사오에 대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참외를 먹으면서 마사오는 생각했다.


‘나와 이 미망인이 친해질 가능성이 있을까?’


그러나 그건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점심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마사오만 덜렁 남겨두고 오까모또를 데리고 가버린 하루에의 심리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이 생각 저 궁리를 계속하면서 참외를 먹고 있으려니, 열려져 있는 현관으로 한 남자가 들어섰다.


“모도꼬, 있는가?”


“예, 있어요.”


방으로 온 사람은 마흔 정도의 남자로, 수영복 차림이고 어깨도 얼굴도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어? 손님이신가?”


“예. 하루에 씨가 안내해서 모셔 왔어요.”


 



남아 있는 참외를 남자에게 권하면서 모도꼬가 말했다. 남자는 인사를 하고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소 모도꼬는 마사오를 소개했다.


“제 숙부님이에요. 이렇게 염려해 주시며 가끔 찾아 주시죠. 삼촌, 특별한 용무라도 있으세요?”


“아냐, 아무 일도 없어. 그저 잘 있나 궁금해서 들려본 거지. 어떤가. 기노시따 집안의 하루에가 돌아왔다니,. 이제 얼마만큼 숙녀티가 나는지 한번 가볼까?”


현관까지 숙부를 배웅한 모도꼬는 되돌아와서 마사오의 등 뒤로 다가섰다.


양어깨에 손이 얹어졌다.


“저녁밥, 저와 같이 들어 주셔야 해요.”


“글쎄요.”


마사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아직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요.”


“정말 그래요. 그래서 당신을 이곳에 두고 그들만 간 거예요. 오늘밤과 내일 아침은 내가 만든 식사를 먹어 주셨음 해요.”


“음..... 그럼, 그렇게 하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모도꼬는 등 뒤에 있는데, 마사오는 앞을 향해 있으면서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모도꼬는 마사오 가슴에까지 손을 대며 교태를 부리다가 가슴을 밀착해 왔다.


“식사비가 조금 비싸다구요.”


“그래요?”


“그 대신 내게 서비스 해주면 돼요.”


“놀리지 마십시오.”


“아니, 정말이에요. 그러지 않으면 여기서 주무실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요?”


“알았습니다.”


“그래도 오해하지 말아요. 남자가 따라온다고 해서 언제나 반아들이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은 거절하고 있어요.”


“그럼 난 행운아군요.”


“당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영광입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마사오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기차를 타서 피곤하죠? 자, 누워서 쉬세요.”


모도꼬가 물러나고 마사오는 누웠다. 모도꼬가 베개르 가져왔다. 베개를 베고 잠잘 자세를 취하자 모도꼬는 방에서 나갔다.


하루에의 소라느런 목소리에 잠을 깼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건 안 돼요. 식사는 우리집에서 드실 거예요. 아줌마한테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미 약속했으니까요.”


“아니요. 식사는 우리집에서 해요. 내일 아침도 그렇고요. 밤에만 아줌마한테 맡길 거예요.”


“그럼 내가 곤란해요.”


정원에서 주고받는 말에 상체를 일으킨 마사오는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결정할 일이라면 난 여기서 식사를 하겠습니다.”


모도꼬의 편을 든 것은 밤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요? 벌서 당신들 마음이 맞은 셈이네요. 알았어요.”


짧은 남색 원피스를 입은 하루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축하해요. 이 섬에 들른 보람이 있는 셈이네요.”


“아니, 식사 약속을 한 것뿐이야.”


“호호호호.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거니까.”


하루에는 손을 뻗어 마사오의 손을 잡았다.


“나하고 저 사람 쪽이 아직 애매모호해요.”


“그럴 리가 있어?”


“아니에요. 그래요. 아까도 내가 다가갔는데 다른 데로 가버렸어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겠지.” “저 사람이 안 되면 쓰쯔다 아저씨로 바꿀 거예요.”


얼마 안가 날이 저물고, 마사오와 모도꼬는 밥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목욕을 하여 얼굴이 상기된 모도꼬는 낮에 볼 때보다 훨씬 더 요염했다.


도중에 하루에와 함께 오까모또가 들어왔다.


“여어, 사이가 좋아 보이는데. 벌써 몇 년씩이나 같이 식사를 해온 것 같아.”


오까모또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 뒤 마사오 옆에 앉았다.


“그런 농담 하지 마세요.”


“급히 모도꼬가 부정했다.


“나같은 아줌마가 이 사람한테 어울릴 리가 없지요.” 마사오가 하루에에게 물었다.


“쓰쯔다 씨는 뭘 하고 있지?”


“아버지하고 생선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 사람한테는 장사가 제일이에요. 이렇게 섬에 온 것도 놀러 온 게 아니고 건어물, 자반 같은 걸 사들여서 오오사까로 가져가려는 거예요.”


마사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오까모또는 자조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


“그 사람 눈으로 보면, 일도 없는 주제에 중도하차한 우리들 같은 사람은 기묘하게 보이겠는데?”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하루에는 오까모또의 품에 안겼다.


“돈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로 당신은 여기 왔으니까요.”


“그렇다면 가을부터 취직하는 거 취소해.”


하루에를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끌어안으며 오까모또가 말했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말해 주는 거예요? 기뻐요.”


하루에가 오까모또와 입술을 포개고 오랫동안 입맞춤이 계속되었다.


이윽고 입술을 뗀 뒤 하루에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미 거절할 순 없어요.”


이 말을 듣고 마사오는 다른 사람의 일이긴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오까모또의 충고가 오까모또 자신의 책임으로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까모또는 팔을 떼어 낸 뒤 장찬 위에 벌렁 드러누었다.


“그렇지. 준비금을 받았으니까.”


그때 현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계십니까?”


“응, 어서 와.”


모도꼬가 일어섰고, 방으로 들어 온 사람은 얼굴이 까맣고 체격이 건장한 두 명의 청소년이었다.


모도꼬와 저녁 인사를 나눈 뒤 청년들은 마사오에게 시선을 향했다. 마사오는 바르게 고쳐 앉아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그러자 청년들도 예의 바르게 답례를 했다.


모도꼬가 설명을 해주었다.


“하루에 씨 친구분들이야. 이쪽은 청년단 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


“아, 그렇습니까? 잘 부탁합니다.”


청년들은 하루에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어, 돌아왔구나. 언제까지 있을 거지?”


“여름 동안 있어.”


하루에는 유유히 대답한 뒤 짖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너희들 이 아줌마한테 채였었지?”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우린 그런 부정한 짓은 해본 적이 없어. 그런 말 함부로 해서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모도꼬 씨 재혼하는데 지장이 있잖아.”


“그걸 충고하려 왔어? 대단히 고마워. 소문은 내지 않도록 할 테니까.”


“너, 도오꼬에 가더니 아주 거칠어졌구나.”


“그래. 아무렴 어때? 난 섬에 사는 젊은 애들하고 결혼하지 않을 거니까.”


청년이 나가자 하루에는 마사오의 무릎에 손을 올려 놓았다.


“무서웠어요. 당신? 무서우면 우리집에 와서 자도 돼요.”


“아니, 모도꼬 씨가 재워 주는 이상 이 집에 머물겠어.”


“그럼, 그렇게 해요.”


하루에와 오까모또를 전송하러 마사오는 밖으로 나왔다.


오까모또와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하루에는 마사오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같아요. 저 모도꼬 아줌마, 아직 몸을 사리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과부가 있는 데로 데리고 갔으면 좋았을 걸. 당신, 밤을 너무 기대하면 예상이 빗나갈 지도 몰라요.”


“아무 지대도 하지 않아. 난 오까모또하고 어울려서 온 것뿐이니까.”


모도꼬와 어렴풋한 약속을 해놓았으면서도 마사오는 시치미를 떼고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그런 마음이에요? 그렇다면 안심이에요. 오까모또 씨.”


얼덜결에 자신의 이름을 들은 오까모또는 허둥대는 듯이 대답했다.


“응. 왜?”


“당신, 설마 이대로 나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아침을 맞을 셈은 아니겠죠?”


하루에의 말투는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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