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입생 16-17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대학신입생 16-17

페이지 정보

조회 7,059 회 작성일 24-02-23 14:16 댓글 0

본문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진이가 학교에 등교한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학교에 등교한 것은 공부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집에서 쉬면 학교 안가냐고 눈치를 줄 것이었고, 그렇다고 누나들의 집에 가면 체력이 남아나지 않았다.
정말 너무 피곤했다.
다만 어디에서도 티를 낼 수 없었다.
오늘 하루만 좀 쉬고 싶었다.
그냥 하루종일 늘어져 있고 싶었다.
오늘만은 누나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바램은 학교에 도착한 순간 깨져버렸다.
아영과 딱 마주쳐 버린 것이었다.
진이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일이었지만 아영에게는 그렇지 않나 보았다.
진이가 학교에 온 것을 본 아영의 눈썹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어머, 이 시간에 왠일이야?”
아영의 말에 진이는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다들 집에 없어?”
진이의 쓴웃음은 짙어졌다.
진이가 아무 말도 없이 쓴웃음만 짓자 아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멈췄다.


“누나 얼굴 보려면 학교를 와야되네요.”
“그럼 나보러 온 거야?”
단지 화제를 돌리고자 말을 꺼낸 것이었지만 급방긋하는 아영의 얼굴을 보고 차마 아니라는 말은 못하고 그저 싱긋 웃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뭐.’
이런 진이의 마음은 모르고 아영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그러고 보니까 둘만 만난 거 정말 오랜만이다.”
“네, 그렇네요^^”
“음, 오랜만에 진이랑 버들골이나 갈까?”
진이는 잠시 그 제안을 거절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피로군이 진이의 두 다리를 꼭 잡고 가긴 어딜가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진이를 강하게 압박하는 아영의 표정 때문에 결국 진이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러죠 뭐.”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피로군을 간신히 저리 차놓고 아영을 따라 버들골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교정은 매미소리로 가득했고, 관악이 햇살 아래서 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 두어개가 유유히 떠갔다.
더운 날씨였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간듯 불어오는 바람이 그리 시원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나무 그늘 밑 잔디밭에 앉았다.
올라오면서는 조곤조곤 대화를 했지만 자리를 잡고 앉고 나서는 더 이상 대화가 필요치 않았다.
평화가 진이를 감쌌다.
진이는 팔베게를 하고 땅에 등을 대었다.
길게 자란 잔디가 푹신하게 몸을 받쳐 주었다.
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사대 농구장에서 농구하는 소리가 들렸다.
간혹 자동차도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들이 이 평화를 깨지는 않았다.
진이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피로군은 분명히 아까 차버렸는데 어느 틈에 진이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탔나 보았다.
‘옆에 아영누나가 있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진이는 몽롱해지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리며 생각을 이어보려 했지만 어느 틈에 현실과 상관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자꾸 무언가가 진이의 볼을 간질였다.
진이는 그것을 치워낼 기운이 없어서 그냥 참으려 했다.
간질간질.
그러나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진이는 잠결에 생각했다.
‘무슨 송충이 같은 느낌이...’
그러다가 자신이 버들골에 와 있다는 사실이 기억이 났다.
정말 송충이일지도 몰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벌레라면 죽어라 싫어했기 때문에 송충이가 얼굴 위를 기어다닌다고 생각하자 참을 수 없었다.
진이는 정말 뛸 듯이 몸을 일으켰다.



세상이 하얗게 물든다는 말이 무슨 표현인지 알 수 있었다.
만화책에서 흔히 쓰는 표현처럼 머리를 둘러싸고 별과 새들이 노래하는 기분이었다.
“아우아우...”
입에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입만 벙긋거리며 고통에 찬 신음소리만 몇 마디 내뱉었다.


진이가 고통을 참게 된 것은 꽤나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오른 눈두덩이 밤탱이가 된 것 같았다.
손으로 만져도 불룩하니 튀어나온 게 기가막힌 모양새 일 것 같았다.
게다가 눈 위쪽이 그렇게 부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진이는 상황판단을 하려고 고개를 들어보았다.
잘 보이지 않는 시야에 아영이 저만치에서 누워 끙끙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이는 손으로 오른쪽 눈두덩을 가리며 아영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진이가 아영에게 걱정스러운 듯이 말을 건넸다.
아무래도 제대로 박치기를 한 것 같았다.
아마도 무릎 배게 같은 걸 해주며 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리라.
아영은 머리를 땅으로 향한 채 계속 낑낑거리고만 있었다.
좀 살펴보고 싶었으나 진이와 반대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어디 봐요.”
진이는 아영의 몸을 돌리며 말했다.
“보지마!”
아영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찢어졌다.
한번도 아영이 이렇게 날카롭게 소리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진이는 깜짝 놀라서 주춤주춤 물러섰다.


“죄송해요... 많이 아파요?”
“........”
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많이 화가 났나 보았다.


“깜...깜짝 놀라서 그랬어요. 누...누가 그러니까 그렇게 가까이 있으래요?”
“.....”
그래도 아영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진이의 시선을 피해 얼굴을 가릴 뿐이었다.


“내 얼굴 좀 봐요. 요기 이렇게 나도 부었다구요. 웃기죠? 글쵸?”
진이는 오른손으로 가리고 있던 눈두덩이를 아영에게 내밀었다.


진이의 눈덩이는 진이의 짐작대로 마치 죽자살자 싸운 권투선수처럼 팅팅 부어있었다.
한쪽 눈두덩이만 시퍼렇게 부어오른 꼴이 귀여운 진이의 얼굴을 언벨런스하게 바꿔 놓았다.
아영은 이마를 가리고 진이의 시선을 피하고만 있다가 슬쩍 곁눈질로 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이는 그 언벨런스하게 찌부러진 얼굴로 아영을 웃기기 위해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돼지코를 해보였다가 양쪽 볼을 집어보이기도 했다가...
마치 꼬마애를 웃기기 위해서 애쓰는 꼴이었지만 전혀 웃기지 않았다.
그러나 아영은 피식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이다.


여름방학이면 매일 바닷가로 놀러가는 게 일상이었다.
이름난 해수욕장이 근처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그냥 놀 수 있는 바닷가는 바로 집에서 10분 거리였다.
아영은 자주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현진이네 형제들과 바닷가로 놀러갔었다.
다섯 명이 모이면 주적의 독수리 오형제가 되었다.
현수가 독수리였고, 현철은 콘돌이었다.
당연히 아영은 백조....
그러나 독수리 오형제 역할을 할 때마다 불만인 것은 현진과 현영이었다.
어린 그들의 눈에도 부엉이와 제비는 멋있지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말을 듣지 않으면 알밤으로 응징하는 큰형에게 달려들 수도 없고..
바닷가에서 5명은 쓩~~~ 독수리 오형제라며 악당으로 설정한 광고판을 공격하거나
물속에 한명이 빠지는 체 하며 구출해 주거나 하는 등의 장난을 쳤다.
아영은 형제들과 독수리 오형제 놀이를 하면서 쉴새없이 바닷가를 달리다가 그만 발이 엉켜서 현진과 충돌을 하고 말았다.
말 그대로 온 몸으로 날아서 현진에게 제대로 박치기를 먹인 것이다.
현진은 아영의 온몸 박치기를 제대로 먹고 한 3미터는 날아가 뒹굴었다.


현진이 그렇게 퍽 하고 날아가자 아영은 아프기도 했지만 겁이 나서 울음을 터뜨렸다.
현진이는 끙끙 거리며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형제들이 뛰어 왔으나 우는 아영은 두고 바닥에 쓰러져 끙끙거리는 현진만을 챙겼다.
아영은 분하기도 했고, 삐지기도 했다.
아영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아영이 얼마나 울었을까.
바닥에서 쓰러진 현진이 이마를 가리고 아영에게 다가왔다.
“니 괘안나?”
아영은 그렇게 현진이 말하자 더 큰 목소리로 울었다.
왠지 그만 울면 안될 것 같았다.
현진은 그런 아영을 살펴보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는 것 같았지만
아영은 그런 현진의 시선을 피하면서 계속 울었다.
사실 눈물은 그다지 나진 않았기 때문에 얼굴을 보여주면 안되는 것이었다. 
“내 좀 봐라. 에베베베베.”
현진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으면서도 아영이 자꾸 얼굴을 피하며 서럽게 울자
돼지코를 하기도 하고 눈을 가자미 눈으로 만들기도 하면서 아영의 시선을 끌려고 했다.
결국 아영은 우는 체하며 곁눈질로 현진을 바라보다가 현진의 꼴이 너무 웃겨서 그만 웃고 말았다.
“울다 웃으면 어디에 털난다 카더마는..”
현수가 그걸 보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
아영은 현수에게 바닥의 진흙을 휙 던져주었다.


그 어디에 털이 난 것은 꽤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현진은 아영이 아파하자 예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레퍼토리로 아영을 달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진의 눈탱이는 똑같이 밤탱이가 되어있었다.
아영은 와락 현진을 끌어안았다.
진이는 순간 당황스러워하 눈만 꿈뻑꿈뻑 거리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현진은 달라진 데가 하나도 없었다.
오직 달라진 곳이라면 말투만 서울말로 바뀐 것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도 원래 부산사투리를 어색하게 사용했었기 때문에 크게 변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 모르겠어?”
아영은 현진을 꼭 끌어안은 채로 말을 꺼냈다.
먼저 알아봐 주길 바랬지만 한 학기가 지나도록 몰라보는게 얄미웠다.
자신은 첫눈에 알아 봤는데...
아영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서인지 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정말 기억 안나?”
진이는 아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하늘땅별땅각시별땅하고 약속했으면서.”
그제서야 진이의 표정이 달라졌다.
자신이 그렇게 약속한 것은 그 때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합격자 발표가 나고 나서 부산으로 혼자 여행을 갔다 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부산은 그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아니 부산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동네만 많이 변해있었다.
매일같이 놀던 공터는 초등학교로 변해 있었고,
놀러다니던 해변은 그 앞에 아파트가 촘촘히 들어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 손잡고 물고기 가격을 깍던 어시장은 건물 안으로 옮겨져 있었고,
그나마도 어릴 때 기억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예쁜 학교로 꼽혔다던 초등학교도 너무 작아져 있었다.
오로지 기억과 일치하던 곳은 장림천의 그 냄새나는 똥물밖에 없었다.


“영이?”
“그래 이 바보야.”
아영은 진이의 품에 안겨서 울음을 터뜨렸다.
밉고 밉고 또 미웠다.
한 100번은 아프게 꼬집어 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자신을 기억대로 그 이름으로 부르는 그가 또 좋았다.


 

---------------------------------------------------------------

진이는 여태까지 한번도 아영의 방에 들어와 본 적이 없었다.
물론 희연네 집이라던지 규리네 집이 있었기 때문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아영이 진이를 방에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니가 알아볼 때까지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어.”
아영이 웃으면서 진이에게 말을 꺼내자 진이는 얼굴을 붉혀야만 했다.
어떻게 바로 앞에 두고서도 못 알아 볼 수가 있는 건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사실 현진에게도 변명거리는 있었다.
한 번도 아영이 자신보다 윗학년이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반말을 썼고, 학교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영은 자신이 반말을 써도 아무 말도 안했고 말이다.
형제들이 모두 연년생이라서 자신이 윗학년에게 반말을 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건 너한테 존댓말 듣고 싶지 않아서 그런거지.”
아영이 귀엽게 혀를 쏙 내밀며 진이의 그런 생각에 일침을 가했다.
“어릴 때부터 난 니 각시였잖아.”
말을 해놓고는 자신도 부끄러웠는지 아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놓고는 커피라도 대접한다며 부엌으로 휙 사라졌다.


커피와 함께 시작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장이 된 이야기.
여자애들한테 러브레터를 받은 일.
어린 마음에 양다리 걸치다가 수학여행 때 뽀록난 일.
중학교 내내 수업이 5시에 마친다고 엄마에게 거짓말하고 방과후에 애들이랑 놀았던 일.
애들 컨닝시켜 주다가 선생한테 걸린 일.
몇 번이나 아영에게 편지를 썼지만 주소를 몰라서 한 번도 부치지 못한 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진이가 집에 갈 차는 끊겨있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오늘만 날이 아닌데 무리했다. 그치?”
“에이 모르겠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가도 되죠?”
“어? 어.....”
아영은 왠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진이가 자는 것을 허락했다.
그 모습이 여기서 재울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하는 듯 했지만 진이는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였기 때문이었고,
어릴 적에도 이렇게 같이 잔적이 여러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인용 침대는 두 사람이 같이 자기에 비좁았다.
결국 진이는 아영을 팔베개 해 주면서 거의 품에 안다시피 하고 누웠다.


아영의 몸에서 여체 특유의 달콤한 냄새가 났다.
신기한 일이지만 여자들 몸에서 나는 냄새는 사람마다 다 달랐다.
물어보면 샴푸나 화장품 때문에 그렇겠지 하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샴푸나 화장품 냄새와 몸냄새를 구분 못할 정도로 코가 나쁘진 않았다.
이 냄새는 아영이 자는 침대에도 배겨 있었다.
진이는 아랫도리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몸이 가깝게 겹쳐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아영도 느끼고 있었다.
진이는 살짝 아영의 가슴을 더듬었다.
아영이 누우면서 이미 브래지어를 풀었는지 맨가슴이 진이의 손에 느껴졌다.


“이러지마.”
아영은 낮은 목소리로 진이를 거부했다.
이러려고 진이를 재우는 것이 아니었다.
진이와 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나진 않았다.
오히려 언젠가는 할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하게 된다면 자신은 진이에게 집착하게 될 것이고
진이는 그런 자신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었다.
그러자 진이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진이가 아영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금 진이의 손이 아영의 가슴을 지분거렸다.
아영이 진이의 손을 잡았다.
“그냥 가슴만 만지면서 잘께요. 옛날에는 이런 거 없었는데 신기하다.”
아영은 진이 쪽으로 돌아누웠다.
진이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잠시 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나 의외로 진이의 얼굴에 색욕이 떠올라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컸네. 대견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아영은 진이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주고는 다시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다시 진이의 손이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진이의 그것이 끄떡 거리는 게 엉덩이에 느껴졌다.
아영은 그것을 아프게 꼬집어 주었다.
“더 하면 절대 안 돼.”
“네네. 알겠습니다. 마나님.”
진이의 너스레에 아영은 피식 웃었다.


한동안 가슴을 만지던 진이의 손에서 점차 힘이 빠졌다.
어느 틈에 진이는 잠에 빠져들었나 보았다.
그러나 아영은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만 없었다면 진이를 온전히 자신이 가질 수 있을 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가슴정도가 뭐가 아까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자신의 모든 것은 진이의 것이었다.
그를 다시 만난 날 그 음탕했던 밤에 그녀는 그렇게 결정했었다.
진이가 정말로 원한다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첫 남자는 진이로 할 것이라고.
그러나 진이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있었다.
지금 진이를 허락하는 것은 진이를 망칠 뿐인 것이었다.


진이가 희연과 하는 것을 눈 앞에서 봤을 때 아영의 속에서 얼마나 불길이 일었는지 진이는 모를 것이다.
지현과 진이가 할 때 방문 앞에서 소리를 들으면서 가졌던 불쾌감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물론 지현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 섹스였기 때문에 불쾌감이 덜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희연과의 섹스는 진이가 선택한 것이나 다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질투심이 일었다.
자신이 진이보다 훨씬 가까운데 진이와 전혀 상관없는 희연이 진이를 차지한 것이었다.
단지 몸을 싸구려처럼 굴려서 말이다.
오히려 진이를 운명처럼 생각하는 민정이었다면 포기할 수 있으련만.
오히려 진이를 사랑하게 되버린 지현이라면 더 나으련만.
진이가 선택한 것은 사랑이 아닌 섹스였다.
예진과 규리가 그랬고, 희연이 그랬다.


예진과 규리는 그래도 단지 섹스만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덜 나빴다.
예진과 규리는 진이가 우선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서로라는 것을 진이에게도 우리에게도 못박고 있었다.
그래서 단지 섹스라면 이라고 허용할 수 있었다.
어차피 그 둘에게 진이는 단지 남자일 뿐이었고, 사랑은 눈꼽만큼도 필요 없는 것이었다.
자신이 언제 이렇게 관대해 졌는지는 몰라도 진이와 사귀면서 예진과 규리까지는 허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희연은 달랐다.
사랑을 위해서 몸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희연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단지 섹스프랜드로서 진이와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희연도 알지 못하는 것 같지만 쿨한 체 하면서 진이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 두려고 하고 있었다.
입버릇처럼 진이가 애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진이의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일 뿐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진이가 민정을 밀어내도록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진이를 다독거려서 민정에게 가도록, 그러면서 자신과 섹스관계만 유지하도록 할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희연은 분명 진이를 욕심내고 있었다.


그래서 아영은 진이의 몸에 희연의 찌꺼기가 남는 게 싫었다.
심술이 나서 차가운 물수건으로 진이의 온몸을 닦아버렸다.
그리고 진의의 옆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희연만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진이는 희연보다 나를 꼭 안아주었다.
약해지는 마음을 꼭 안아준 진이의 손길이었다.


아영은 자신의 가슴언저리에 있는 진이의 손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진이의 손바닥에 자신의 가슴을 한움큼 안겨주었다.
그러자 아랫도리가 찌릿했다.
전에 진이의 위에서 느꼈던 느낌이 되살아 났다.
온몸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안기고 싶어.”
아영은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소리내서 말했다.
진이가 들어 줬으면 했다.
그러나 진이는 요즘 정말 피곤했나 보았다.
낮에도 그 햇살 속에서 잠들더니 지금도 깊게 잠들어버렸다.
진이가 야속하기만 했다.
정말정말 안기기 싫었다면 집안에 들일 리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같은 침대에서 재울 리가 없지 않은가.
다른 이에게는 억지도 잘 부리는 것 같은데 진이는 자신에게만은 절대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손을 엉덩이께로 돌려 진이의 물건을 손아귀에 넣어보았다.
아가는 엉덩이를 꾹꾹 찌를 정도로 커다랬던 놈이 지금은 자신의 작은 손 안에도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아영은 밤새 그것을 쪼물락 거리며 뜬 눈으로 밤을 샜다.


--------------------------------------------------



그날 밤이 지나고 아영과 진이의 만남 횟수가 전보다 늘었다.
진이는 희연이나 규리의 집에 들리기도 했지만 가끔은 아영을 만나러 학교에 찾아왔고
그런 날이면 아영의 방에서 자고 가기 일쑤였다.
아영이 진이의 집에 인사드리러 찾아간 것도 그런 와중의 일이었다.
진이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아영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였다.
기억 속의 아영이 어느새 훌쩍 커서 진이와 함께 찾아온 것이 대견한 모양이었다.
그 덕분인지 아영과 함께라면 진이가 뭘 한다고 해도 집에서는 대충 인정받는 모양이었다.
뭐 어릴적부터 공인된 사이였기 때문인 듯 했다.


아영은 진이의 집에서 보물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진이가 아영에게 부치지 못했다는 편지를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아영은 몇 번이나 배꼽을 쥐어야 했다.
누가 좋아한다고 하는데 사귀어도 되느냐는 허락을 받는 편지도 있었고,
사투리 때문에 고민된다는 편지도 있었다.
그러나 그 편지들을 읽으면서 아영이 느낀 점은 진이는 참으로 글빨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편지를 못 쓰면서 어떻게 국문과에 왔을까 심히 걱정이 되었다.
진이에게 그 말을 했더니 진이는 볼 맨 소리로 대답했다.
“국문과를 글빨로 뽑나? 성적으로 뽑지.”
아영은 그 대답에 킥킥 거려야 했다.



추천70 비추천 36
관련글
  • 집 나온 처형과 맞춰보기
  • 아내와의 결혼생활 9년 - 중편
  • 실화 삼촌
  • 실화 도깨비불
  • 실화 이어지는 꿈 2
  • 실화 요상한 꿈
  • 실화 당신은 기적을 믿습니까?
  • 가정부누나 - 하편
  • 가정부누나 - 상편
  • 아내와의 결혼생활 9년 - 하편
  • 실시간 핫 잇슈
  • 야성색마 - 2부
  • 유부녀와 정사를 - 1부
  • 굶주린 그녀 - 단편
  • 고모와의 아름다운 기억 5 (퍼온야설)
  • 그와 그녀의 이야기
  • 모녀 강간 - 단편
  • 아줌마사장 수발든썰 - 하편
  • 그녀들의 섹슈얼 판타지
  • 가정주부 처음 먹다 - 상편
  • 단둘이 외숙모와
  • Copyright © www.hambora.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