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ison 03화. 박 소장… 그의 실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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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하게 덮인 음모 중심의 분화구…
그 부끄러운 터널을 헤집어 대던 사내의 손가락질……
흠뻑 젖은 음모 끝에서… 진한 애액이 작게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 하하… 뭐, 딱딱한 면접보는 것도 아닌데…
두분… 일단, 클럽으로 가셔서 한번 둘러보시죠. 잠시후에 찾아 뵙겠습니다. "
" 예, 좋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
소담스러운 치모전체를 손등으로 한번 스윽… 쓰다듬는 손길을 마지막으로…
스커트 안쪽에서 맨살의 피부를 스치듯 유유히… 빠져나가는 사내의 손길….
이어서…
손끝으로 가녀린 하복부를 가만히 밀어주는 치밀함….
한걸음 뒤로 밀려나간 민희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거의 동시에…
앨범을 접고 인사까지 마친 재욱이…
민희가 있는 BAR의 구석으로 다가와서 낮은 소리로 아내를 부른다.
“ 민희야… ”
………………………………………………….
그 동안 쭉… 아내 홀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민희가 바라보고 있는 정면… 바닥부근에 보이는 검정 구두발…
아내와 꽤 가까운 거리에서…
두 다리를 길게 빼고 앉아 있는 사내의 구두발을 발견하곤…
적으기 놀란 재욱이 성큼… 두 걸음 더 다가서서, 상대의 얼굴을 살핀다.
길게 이어진 바텐 테이블 경계 아래쪽…
등받이가 있는 의자 깊숙히 눌러 앉아, 한 손으로 느긋하게 턱을 괴고 있는 사내는…
반대편 손바닥을 말아쥐고 있었다.
바로, 얼마전에… 인사를 나누었던 ‘박영기’라는 남자회원이었다.
클럽을 운영하는 임원진으로부터… 특별한 당부 지시를 받은 사내.
암실이 아닌, 이곳 BAR에서 재욱부부에게 그 모습을 들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베일의 사내… 박 소장, 박영기….
재욱은… 사내의 진정한 실체에 대해서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암실테스트의 끝 자락엔 항상…
진저리나는 기억을 지우기위한, 강력한 암시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망각의 암시…
기억의 일정부분을 도려내기 위해서… 강한 암시와 자기최면이 사용되었다.
망각의 영역 깊은 곳에 숨겨진 암시는…
재욱이 기억을 되짚어보려는 매 순간마다… 어김없이 자기최면을 일으켰다.
일정 부분 사라진 기억…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한 자각…
자기최면은, 잊혀진 기억에 대해서 재욱 스스로 회피할 수 있도록 작용하는 동시에…
기억의 공백으로 인한 상실감과 자괴감 같은 복잡한 감정까지 치유해주는 역할까지했다.
재욱이 잃어버린 의식의 일정부분…
그리고… 박소장이, 반드시 지워 없애야했던 기억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박 소장은, 수 년전에 터득한 영적인 존재와의 교감을 이용해서…
최근에야… 그 성과를 거둘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평범한 인간의 잠재의식속에, 죽은 자의 혼백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었다.
죽은 자의 혼백… 그것은 인간의 몸을 숙주삼아 기생하는 원귀였다.
물론,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빙의 과정에는…
초자연적인 힘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까지 맞닥뜨려야 했다.
가장 큰 관건 세 가지였다.
처음 빙의과정에서 단기간 소모되는 기력과…
한번 빙의된 육신이, 영원히 죽은 자의 숙주로 전락하게 될지 모른다는 위험성…
그리고… 육신 깊은 곳에 이미 처음부터 자리잡고 있던 고유 혼백의 거부반응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앞의 두 가지 문제점은…
그가 모시는 영적 존재의 권능을 빌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한 혼백의 거부의지만큼은… 박소장 자신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임시방편적인 조치로…
자신의 강력한 최면요법을 이용해서, 자기암시에 빠뜨리는 방법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동안의 비밀스러운 임상실험을 통해…
순수혼백의 거부의지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단계까지 이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 대부분은 박소장 자신의 연구소와 클럽에서 이루어졌다.
그간… 박의 암실과 연구소를 거쳐간 건강한 남성들…
수 시간에 걸쳐, 암실 테스트가 정점에 다다르면…
매번… 박의 인도를 받아, 새로운 혼귀가 건강한 육신에 스며들었다.
인간의 몸을 숙주삼아 기생하는 원귀…
이미 오래전에 세상에서 버림받았던 혼령… !
오직 젊은 여성의 육체에 굶주린 그들은…
온 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이글거리는 화마속에서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생전에 경험했던 지독한 육욕을 잊지 못하여, 구천을 배회하던 원혼들이었다.
단 몇 시간만에… 또는 며칠에 걸쳐서…
‘박’이 가진 영적인 능력을 매개로, 끔찍한 혼백을 부여받은 남성들…
그들 대부분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매혹적인 여체를 곁에 두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
또는 소중한 아내라는 이름으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소유하고 있는 남성들…
불행히도, 그 중엔 재욱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의 힘을 빌어, 비로소 완전한 육신을 부여받은 색광귀는…
숙주가 가지는 오감뿐 아니라,
때에 따라선… 인간의 판단력까지 지배할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휘둘렀다.
일상에서… 뭔가에 집중하거나 갈등하고 있을때…
또는 욕정의 화신으로 불타고 있을때가 되면… 홀연히 출현하는 색귀들…
그 출현의 순간은… 인간의 욕망과 일정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었다.
의식 깊은 곳에 깃든 원혼들은,
숙주의 내면의식과… 숙주의 몸 가까운 공간사이를 떠돌아다니며 출현의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출현의 순간을 위해… 온갖 간악한 방법을 동원했다.
호시탐탐 숙주의 아내와 연인의 몸을 노리는 그들은…
억누를수 없는 숫컷 고유의 본능을 도발시키거나, 충동적인 욕구를 부채질함으로써…
숙주의 이성을 빼앗아 비로소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드디어… 완벽한 사내의 몸으로 형상을 갖춘 색귀들…
숙주에게 가장 소중한 여성의 몸에, 오욕에 가까운 정염의 불을 붙여 놓고…
생전에 못다한 욕정을 악착같이 불태운다.
반면에… 끊없는 나락으로 빠져드는 순수영혼.
어쩔수 없이… 색귀들을 감당해야했던 여체는….
극도의 쾌락으로 인사불성이 되기까지… 속수무책으로 잠식당해야했다.
주로, 무의식에 빠진 남성의 몸을 빌어…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때로는… 우연한 환몽속에서 나타난 굶주린 늑대들에게 둘러 쌓여… 밤새 허덕여야했다.
음욕으로 펄펄 끓어 오르는 색귀들은…
여성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욕정의 살점을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배를 불렸다.
그러나… 그 끝은, 분명히 한계지어졌다.
거듭되는 유린속에서…
여체로 하여금 타락의 길로 빠져들게되면…
색욕으로 배를 채운 색귀들은, 차츰 속된 욕망의 때를 벗어 던지고…
탈속의 혼백이 되어 영혼의 안식처로 조용히 떠나간다.
불행했던 혼백을 위로해 주는 박의 권능…
그리고 하나씩 떠나가는 혼백들…
고마움의 사례로… 남아 있던 온갖 잡스러운 기운을 박에게 쏟아 부어주고 떠난다.
나날이 깊어가는 박의 영적 능력…
그것은, 조금씩 쌓여가는 사악한 기운때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운명처럼…
의식 깊은 곳에서 재욱과 하나되어 존재하는 원귀….
지난 한 달동안…
암실을 통해 재욱의 육신에 담긴 원귀들…
그리고 밤낮없이 그의 주변을 떠도는 원귀들… 자그만치… 넷이었다.
밤낮의 구분없이… 민희의 몸을 더럽혀왔던 색정귀들.
이미 그 속살 맛에 흠뻑 취한 사내들은, 재욱의 몸에서 빠져나갈 기미조차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젊은 아내, 민희의 속살을 노리고 있는 색정귀들…
한 마리 먹이를 물기위해… 또아리를 틀고 앉은 한 마리의 뱀처럼…
재욱의 의식 뒤편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 모든 사실에 대한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재욱.
지금, 자신의 눈앞에 버티고 앉아있는 인물이 바로…
베일에 싸여 있던 박소장이라는 사실을 알아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 아… 여기 계셨습니까…? ”
“ 허어… 함께 오신 사모님이 제게 오시길래…
워낙에… 미인이라, 몸매 감상 좀… 하고 있었습니다…. ”
그제서야, 재욱을 발견했다는듯… 고개를 쳐드는 박….
별일 없었다는 점잖은 얼굴표정과 다르게… 너무 솔직하다 못해 뻔뻔스러운 대답….
어쩐지 도전적인 박의 인상을 털어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작자가, 그 동안 아내를 상대하고 있었다는 추측과…
지금 현재까지… 아내와 썩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재욱은 기분이 불쾌해졌다.
아직도 사내의 시선은…
아내가 입고 있는 스커트 아래쪽… 탐스러운 종아리에 박혀 있었다.
박의 젊잖은 분위기때문일까…
재욱이, 말 없이… 민희의 손목을 쥔다.
그리고 사내의 시선에서 아내의 몸을 떼어 놓다시피… 자신의 뒤편으로 끌어 당긴다.
그제서야, 넋나간 얼굴로 마냥 서있던 민희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재욱을 바라본다.
침묵속에서… 재욱과 사내사이에는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
민희에게도 기회는 지금 뿐이었다.
박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박을 등지고 간신히 돌아섰다.
하마터면… 오늘 처음 본 사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다 바칠 뻔한 아찔감….
다리에 맥이 탁… 풀리면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리가 떨려서… 이대로 주저앉고 마음뿐이었다.
" 아… "
허벅지에서 종아리 뒤편으로 벌레가 기어 내려가는 간지러운 느낌…
좀전의 끔찍했던 악몽이 떠오르자…
요동치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고개를 돌려서 무릎 뒤를 살폈다.
언제부턴지…
맨살의 무릎 뒤로 길게 흘러 내리고 있는 한 덩어리의 애액…
맑고 투명한 점액질의 아래쪽 방울은 꽤 굵게 뭉쳐있었다.
최대한 침착한 동작으로 두 다리를 비틀어…
스커트 안감과 맨살의 피부로 문지르다시피 닦아내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종아리 뒤쪽 어딘가를 빤히 지켜보는 바텐 청년과 박의 시선 !
그리고 재욱이 지켜보는 눈앞에서…
번들거리는 젖은 손을 툭툭 털어 보이는 사내의 손동작… !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줄 알았다.
불쾌한 기색으로 서있는 재욱은 안중에도 없다는듯…
희미한 미소로 바텐청년과 알 수 없는 고개짓까지 하면서…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던지는 박과 청년의 노골적인 눈 웃음.
곧게 패인 등쪽에서 허리 아래로 식은땀까지 흘러 내렸다.
" 뭐해, 구경 안할꺼야… ? "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재욱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팔목을 쥐고 보채듯이 흔들어 대고 있었다.
어쩐지… 재욱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오늘 반가웠습니다. 담에 또 뵙죠. "
너무 뻔뻔스러웠던 태도에 대한 뒤늦은 사과처럼…
박이 자연스럽게…긴 팔을 뻗어 남편에게 악수를 청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 아…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태연스럽게… 서로 다른 두 개의 손이 교차되는 순간…
민희는… 혼이 빠져나가는 충격으로 경악해야 했다.
박의 손을 덥썩 잡아 인사하고… 다시 돌아 선 재욱.
사내의 손에 남아있던 애액이 고스란이 재욱의 손으로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 됐어. 이젠 구경 가야지… ? "
박의 지켜보는 면전에서…
자기 소유의 물건이라는듯… 민희 어깨를 보듬어 안아 주는 재욱…
손바닥에서 미끈거리고 있는 정체에 대해서 아는지 모르는지…
단순히 뭐가 묻었다고 동작으로, 눈치 없이…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 으응… ? 응, 알았어. "
그제서야… 무슨 질문에 대답했는지도 모르고…
도망치듯… 재욱을 따라 클럽 안으로 들어간다.
늦었지만… 차라리…
그 때라도 클럽밖으로 뛰쳐 나갔더라면… 더 큰 위기는 모면했을 것을….
연거푸 계속되는 충격때문에…
민희의 머리속엔 박에게 당했던 수모로부터 벗어날 생각뿐이었다.
얼핏… 좌우로 스치는 통로 깊은 곳.
의상실로 꾸며 놓은 형형색색의 의상과 다양한 소품들.
그 곳 교차점을 지나 클럽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 멈춰섰다.
새카만 어둠앞에서 좁아진 통로… 아내를 살피는 재욱.
금새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얼 빠진 민희의 표정… 붉어진 눈자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늘 곁에 있던 아내였는데…
잠시 어디를 다녀온 것처럼 달라진 안색을 보고 의아해 하다가… 손을 잡아준다.
클럽 일정을 기록한 앨범을 보는 내내…
아내가… 박의 곁에 꽤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머리속에서 어지럼증을 알리는 파랑이 일었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불안의 고리를 끊어 버려야했다.
그리고… 돌이킬 수없는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잊지 못할 아내의 표정…
이끄는데로 따라오는 민희 몸의 윤곽 마저도 짙은 어둠속에 묻혀 버렸다.
" 아래 계단 조심하고… 바닥에 빨간 점 따라서… "
" 으응… "
반쯤 얼 빠진 얼굴로…
나란히 걷기엔 좁은 통로를따라,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로 재욱을 쫒으면서…
도대체 왜…
길을 이렇게 좁고 구불구불 만들었는지조차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걸음 마저도 휘청이는 굴절된 공간…
발아래 희미한 적외선 래드빛에 의지해서 한참을 가던 중에…
갑자기 나타날 조형물에 대해서 재욱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놀라지 마.
조 앞에… 민희 기다리는 놈이 하나 있으니까… "
어쩐지… 잔뜩 기대에 찬 남편의 목소리…
동굴의 울림처럼… 그 비밀스운 메아리에, 왠지 소름이 돋았다.
…………………………………………….
그리고 곧… 불안감이 엄습했다.
뭔가를 눈치 챈 것처럼… 어둠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 재욱을 노려본다.
불안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굴절된 코너를 따라, 몇걸음 옮기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새카만 어둠속에서 희미한 불빛과 함께…
별안간 커다란 덩치가, 얼굴에 부딪칠 듯 눈앞에 나타났다.
!! …………………………………………….
갑자기 뭔가 시커먼 상대가 확… 달려드는 착시현상… !
동시에 좀전에 BAR에서 겪었던 치욕이 오버 랩되면서, 순간적으로 숨이 멎어버렸다.
뱀의 형상을 한 악마…
횽폭한 광기를 뿜는 눈동자와 피빛 혓바닥으로… 자신을 덮치는 짐승의 상…
정확히 머리 부근에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흉측한 모습을 다시 확인하자…
가슴이 쿵쾅거리고, 입안으로 헛바람 들어왔다.
심장이 멎어 버릴 것 같은 공포로 인해… 두 다리에 힘이 쫙 풀려버렸다.
너무 놀라, 그대로 주저 앉으면서…
외마디 비명 한마디 없이, 풀어진 다리사이로 뜨거운 소변이 주르륵… 새어나왔다.
크큭… 큭…
어둠 어디선가… 소름끼치는 재욱의 웃음소리…
" 많이… 놀랐어… ? 크큭… "
별안간… 나타난 섬뜩한 악마상을 보고 놀라서 떨고 있을 아내…
그리고 비정상적인 짜릿함…
재욱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사악한 욕구가, 기회를 포착하고 그를 부채질했다.
…………………………………………………….
“ 민희야… ? 뭐해…? ”
참기 힘든 침묵이 계속 되자…
조금씩 이성을 찾은 재욱은 불현듯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칠흑 같은 어둠은… 인간의 감각 기능을 제한했다.
시각을 잃어 버린 상황에서…
재욱은 아내가 받은 충격과 그 흔적의 심각성 대해서 가늠할 수 없었다.
대신…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 !
분명… 진한 소변냄새였다.
“ 미… 민희야… ”
뒤늦게야… 그 정체를 깨달은 재욱의 목소리가 더듬어 나왔다.
두 손을 허우적대다가… 아래쪽에 작게 떨고 있는 어깨가 만져졌다.
“ 민희야… 너 거기 앉아서… ”
“ 오… 오빠… 여기 화장실이… 어디야 ? ”
괴기스러울 정도로… 치가 떨렸다.
최대한 침착을 잃지 않으려는 목소리에 담긴 초조감…
흥건히 젖은 팬티에서 흐르는 뜨끈한 물 줄기를 끊고 나서야…
민희는 겨우 입을 열수 있었다.
" 안에 가면 있는데… 괜찮아 ? "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와… 앉은 체… 굳어 버린 아내…
설마 설마 하는 심정으로…
걱정이 되어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아내를 품에 안으려는 듯…
급히 허리를 굽히고 상반신을 더듬기 시작했다.
" 오… 오지마… ! 좀 추워서… 그래. "
새까만 어둠 때문에, 재욱의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암흑…
슬금 슬금… 뒷걸음 치다가, 어깨에 스치는 형체를 막무가내로 밀어 낸다.
적어도… 오늘의 치욕을… 재욱의 기억에 남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 그러니까… 안아 주려는건데, 왜 그래… 많이 놀랐어? "
" 아… 그래두 싫다니까… ! 제발 쫌… ! "
!! …………………………………………….
“ 아… 알았어… ”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와…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있는 아내의 강한 거부… !
이제야 상황판단이 된 재욱은 당황스러워졌다.
다만… 설마 설마 하는 심정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그리고 이젠 안쓰러울 정도로… 미안한 마음에… 죄스럽기까지했다.
“ 미안해… 괜찮겠어…? ”
" 오빠… 오늘 좀 수상해….
뭐가 그렇게 좋아서 싱글벙글이야 ?
이상하게… 오빠답지 않잖아… 난, 이러는 오빠가 싫어… "
클럽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깊어 가는 불안감…
똑 부러지게 뭐라 말 할 수 없는… 낮선 기운이 그녀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런 아내의 낌새를 눈치챈 재욱이 돌아가자고 하면 어쩌나하는…
엉뚱한 조바심으로 민희를 달랜다.
“ 내가 미안해… 이제, 다신 안 웃을께.
나도 너, 놀랄까봐… 미리 말해 준거잖아… 응…? ”
“ 아… 됐어…
알았으니까, 화장실… 화장실은 어디야 ? ”
" 안에 들어가면 있어. 다 왔으니까… 조금만 더 가자. "
방향 감각을 잃어 버린 민희의 손을 붙들고… 다시 진입해 들어가기를 수 분…
푸르스름한 빛이, 통로의 끝과… 다시 시작될 긴 사건의 여정을 예고하고 있었다.
" 세… 세상에… "
답답했던 통로를 지나…
갑자기 시원스럽게 펼쳐진 클럽의 실체… !
중앙에 꽤 넓직한 무대와…
그 둘레로 내실처럼 꾸며 놓은 십여개의 이벤트 룸.
이벤트 룸마다,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과… 퇴폐스러운 여흥을 위한 갖가지 조형물…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기분에 빠져들게 만드는 클럽의 어마어마한 규모… !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클럽의 실체를 보고 놀라서, 민희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 후훗… 어때… ? 화장실은 이쪽이야. "
한 손으로 화장실을 가르키면서, 단번에 걱정거리가 해결된 것처럼…
재욱의 목소리엔… 때 이른 안도감이 느껴졌다.
“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
화장실앞에 재욱을 홀로 남겨 두고…
민희가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화장실에 들어간다.
……………………………………………….
아늑한 조명과… 비교적 깔끔한 화장실 내부…
고급스러운 세면대와 벽면 전체를 장식한 대형거울…
그리고 화장실 칸막이마다… 비데기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화장실은 남녀 구분조차 없이, 남녀 공용이라는 점이었다.
다행히…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급히 세면대로 향했다.
더 이상 화장실 시설따위를 눈여겨 볼 여유조차 없었다.
소변으로 축축하게 젖은 팬티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
그 비참한 현실 하나만으로… 경황이 없었다.
우선… 팬티부터 갈아 입어야 했다.
스커트 자락을 걷어 올리고 젖은 팬티를 무릎까지 벗어 내리다가…
두 가지 절망감으로 다시 몸이 굳어 버렸다.
팬티 여유분이 핸드백 안에 있다는 점과…
그 핸드백을 재욱의 차에두고 왔다는 점이었다.
애초부터… 클럽 밖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BAR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과…통로에서의 예기치못한 충격…
너무 당황한 나머지… 선택의 기회마저 사라져버렸다.
이젠 한가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젖은 팬티를 화장실 쓰레기통에 벗어 던지고 노팬티로 지내야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깨끗하게 빨아 입고, 최대한 평소처럼 행동할 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었다.
클럽에 발을 들이고 난 후부터…
계속해서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
그리고 광기에 가까운 재욱의 행동…
아주 잠깐의 망설임 끝에…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언제 누가 들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속에…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흘려보내면서… 벗어놓은 팬티를 신속하게 빨기시작했다.
손힘으로 어느 정도 물기까지 제거한 팬티를 옆에 두고…
마지막으로…
소변으로 젖은 음부를 닦기 위해, 스커트 자락을 들어 올려 허리에 묶는다.
다리를 살짝 벌리고, 수도물에 적신 손바닥을 음부에 가져가고 있을 때…
또 다시 본능적인 불안감이 엄습했다.
검게 코팅된 불투명 거울… !
그 불안 요소는 바로… 눈 앞의 대형 거울의 존재였다.
타일처럼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거울은 뒤편에도 있었다.
자신의 비참한 모양새를 여과없이 비추고 있는 전면거울…
밖은 재욱이 지키고 있지만, 이젠… 이곳의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진위는… 그대로 적중했다.
거울 뒤편에서…
앳된 유부녀의 여린 음부를 감상하고 있는 사내들의 그림자…!
여러쌍의 눈동자가 욕정으로 번뜩였다.
‘박’의 일당… 바로 그들이었다.
배꼽위로 들어 올린 스커트 아래로 훤히 들어난 허벅지 깊은 곳…
비밀스러운 음부에서부터… 앙증맞은 항문에까지, 길게 이어진 소담스러운 숲풀…
그 숲풀을 이루는 보드라운 음모 하나하나… 빤히 훔쳐 보고있는 사내들.
불현듯… 거울을 둘러보는 소녀의 모습을 보곤, 소리죽여 웃고 있었다.
……………………………………………….
불안감을 떨쳐 버리듯…
바로 코앞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는 전면 거울이라도 피하기위해…
민희가 화장실 바닥에 반쯤 쪼그려 앉자…
화장실 조명이 눈에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밝아진다.
둥근 힙 아래로 보기 좋게 벌어진 치부… !
그 틈새를 구경하기위해… 후면 거울 뒤편에 있는 그림자들도 따라 움직인다.
세면대 위에 쏟아지는 물소리와…
화장실 타일 바닥에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은 민희…
그 공간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작은 손길…
수 차례 손에 물기를 묻혀 가면서 음부와 허벅지 사이를 씻어 내리데… 재욱이 부른다.
“ 민희야… 멀었어…? ”
“ 으…응, 다됐어… 나갈께… ”
젖은 팬티를 걸치고… 막 화장실을 나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재욱이 손을 잡고 어디론가로 이끌었다.
십여 개의 이벤트룸…
그 중에서도, 내부가 휀히 들여다 보이는 룸 하나가…
제일 먼저 재욱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방에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촘촘한 그물로 벽을 만들어 놓은 것이…
일전에… 미스터 정이 언급했던 방치룸과 유사한 분위기가 풍겼다.
한번쯤… 가볍게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빠… 이제 가자. 나 무서워, 진짜… 응… ? ”
“ 여기까지 왔는데…
화장실 한번 들르고 나가자구…?
우리 여기까지 와서, 화장실 한번 쓸려고 온거 아니잖아… 잠깐만 와봐… ”
“ 오빠, 오빠…
내가 집에서 다 해줄께… 응… ? 부탁이야… ”
“ 그럼… 그거, 여기서 하면 되겠네… ”
클럽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미… 재욱에 대한 통제수단을 잃어 버린 것이나 진배없었다.
막무가네로… 룸 안으로 들어서는데…
촘촘한 그물로 만들어진 벽 틈새로 사람의 형상이 스친다.
" 오빠… 잠깐…. 잠깐만… "
" 그래. 나도 봤어. 우린, 그 앞으로 가자… "
…………………………………………….
재욱이… 뒷걸음 치려는 민희의 손목을 잡아 쥐고, 들어가 앉는다.
푹신한 소파의 안락감속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민희야, 여기 뒤에 다 보인다. "
" 다… 들려…. 나도 안단말이야… "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재욱이 소리내어 알려주자,
민희가 기겁을 하고… 얼른 손가락으로 재욱의 입술을 막는다.
이곳 회원으로 보이는 한쌍의 커플.
소파위에서 서로 마주보고 포개어 앉은 모양새가…
뭔가 열중하던 차에…
재욱 부부의 인기척을 듣고… 도리어 이쪽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재욱이, 고개를 돌려서 계속 그쪽을 힐끗거린다.
중년사내 위에 걸터 앉은 여성이, 정지된 몸으로 뭔가를 속삭이고 있다.
타이트한 스커트아래로 살짝 비어져나온 여성의 희멀건 엉덩이를 보고…
한 눈에 봐도, 그들이 어떤 행위에 몰두중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 싫단 말이야… 그렇게 자꾸 보지마. ”
자꾸 고개 돌리는 재욱…
그런 재욱을 보다 못한 민희가 거의 짜증내다시피…
어깨까지 흔들면서 보채는데… 어디선가 짤랑… 거리는 맑은 금속음이 들렸다…
거의 동시에 재욱과 민희의 시선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민희가 앉아 있는 소파 팔걸이 부근에 늘어져 있던 고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소파 팔걸이 아래쪽에 고정된 금속…
재욱의 손이 제일먼저 그 고리를 잡아들어 보인다.
손목에 와닿는 차가운 촉감의 물건은… 구속구의 일종인 수갑이었다.
" 수갑이야… 이거, 정말 진짜 같다.
으흐흐… 민희도, 이거 어디 쓰는지 알지 ? "
정말 바보같은 웃음으로… 실실대는 재욱.
음흉한 눈웃음까지 지어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보자…
순간… 민희도 긴장을 풀고, 그만…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 훗… 뭐야, 이런게 왜 여깄어. 어쩌라구… "
“ 그게 뭔줄 알아…? ”
“ 나두 아니까, 그만 웃어… 바보같잖아. ”
“ 그럼, 이걸로 뭐하는 지는 알아…? ”
“ 묶는 거지 뭐야… ”
" 그냥 묶는게 아니지…
이건… 같이 온 여자를 여기 묶어 놓고…
다른 남자들한테 보여 주는 데 사용하는 거야… ”
“ 보여주긴… 뭘…? ”
“ 바보… 일종의 방치 플레이지, 맹추야. "
" 방치…?
…………………………………… 그래서… ? "
민희의 안면에…
어쩔수 없는 호기심과… 야릇한 상상으로 묘한 기색이 번졌다.
오늘 처음 아내와 함께 클럽에 발을 들여 놓은 재욱이… 그런 작은 변화를 놓칠리 없었다.
“ 일종의 방치플레인건 확실해… 아까 사진으로 봤어. ”
" 그래서… 그게, 어떤 건데… ? "
마른 침을 삼키면서 묻는 민희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
마치… 단편적으로 상상했던 퍼즐조각을 맞춰보듯…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 왜… 이런거… 생각해 봤어…?
데려온 여자 팬티를 허벅지까지만 벗겨 놓고…
두 손은, 여기에 묶어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거야.
그리고, 같이 온 남자는 저만치 가서 숨어 있는거지… "
" 그, 그래서… ? "
" 후훗… 많이 궁금해 하네… ”
“ 됐어… 말 안해줘도 돼. 안 들을래… ”
“ 하하… 알았어. 알았어… 얘기 할께.
만약에…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내가 민희를 여기다 묶어 놓고 저만치 멀리 가있는데…
다른 남자들이 몰래 훔쳐 보고 있다면… 민희는 어쩔래…? "
…………………………………………… !!
끔찍한 말을 꺼내 놓고… 아무렇지 않게 싱글거리는 재욱.
상상했던 퍼즐… 그 이상의 설명에, 얼굴이 따끔거릴 정도로 무안해졌다.
민희가 평소 생각했던 것 보다… 재욱은… 많이 앞서있었다
" 두손 다 여기 묶여 있고…
허벅지까지 벗은 팬티도 다 보인다면…
어때…?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질까…? "
" 으응… ? "
갑자기 머리속이 텅 비워지는 기분에…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설마하던… 우려가, 당장 현실이 될것 같은 위기감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새삼… 재욱의 존재가 두려워졌다.
“ 확… ! 덥치는 거지. ”
! ………………………………………………….
“ 여기… 나이먹은 남자들…
민희같이 이쁘고… 어린 애들 보면, 아마 환장 할껄 ?
이건, 내 생각으로 하는말 아니니까… 이상한 눈으로 보지마.
아까, BAR에서 사람들이랑 인사할때… 나, 그런 사진보느라 정신 없었다니까… ”
“ 그만해… 옆에서 듣겠어. "
어쩐지 두려워진 기분으로…
소파 양편의 팔 받침대와… 그위에 얹어 둔 자신의 팔목을 보자…
머리카락이 쭈뼛거릴 정도로 등골에 서늘해졌다.
팔목 아래쪽에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고리가…
자신의 손목을 콱… 물어 버릴것만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 한번, 채워줄까… ? "
재욱이 눈치없이…
당장 채울 기세로 왼편 의자 손잡이에 매달린 수갑을 손에 들고 만지작거린다.
그런 재욱의 위험천만한 행동을 보고 민희도 가만있을리 없었다.
얼른 왼손을 빼는 동시에 재욱의 손까지 뿌리친다.
" 미쳤어…? 싫어… ! "
" 괜찮다니까… 잠깐만, 이렇게… "
겨우 빠져나왔다고 안도하는 사이…
기습적인 재욱의 팔이, 이번엔 소파 오른편 아래에 매달려 있던 고리를 쥐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오른 손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뒤늦게야…
그 사실을 알고, 허둥지동 오른손목을 빼내려던 찰나…
이미 만반의 태세를 갖춘 재욱의 동작이 조금 더 빨랐다.
순식간에 반쪽짜리 링이 교차되고…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너무 쉽게 오른쪽 손목이 수갑에 채워지고 말았다… !
……………………………………………… !!
“ 미쳤어, 미쳤어…
너, 진짜…! 이거 얼른 안 풀어… ”
거의 울상이 되어서도… 혹여나 뒤편에서 들을까…
잔뜩 숨죽이는 민희의 목소리에… 재욱까지 허둥댄다.
" 나, 몰라 ! 오빠… 정말…
이러다, 사고치는거 아냐 ? 뭐해, 얼른 풀어… "
" 풀어 줄께, 풀어 준대두…
근데, 너 지금… 너무 오버하는거 아냐 ?
아까, 내가 했던 말이 자꾸 걱정되서 그러지 ? "
" 지금 그런게 문제가 아니잖아…
여기, 이러다가… 누가 오면 어쩔 건데 ?
정말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아, 빨리… 어떻게 좀 해봐… "
바로 뒷편에 있던 남녀들이 자꾸 신경쓰이자,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렇다고 지금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침착한 척… 모든 것을 재욱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알았다구… 내가 다 책임 진다니까…
대신, 아까 박소장이랑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말해주면, 풀어줄께. "
느닷없는 재욱의 질문… !
잠시… 재욱이 말하는 박소장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추측해 보려고했다.
그 토록 자신을 괴롭히면서 능욕에 가까운 추행을 저지른 장본인일것이라는 짐작이 되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치욕스러웠던 그 순간…
직접 겪어 본 민희로서도 어떻게 말로는 해명이 불가능했다.
" 박 소장이 누군데…
일단, 이거부터 풀고… 응…? 빨리이… "
" 인사끝나고 너한테 가니까…
그 사람… 아까 너랑 가까이 있었잖아. 너, 혹시… ”
그리곤… 재욱도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주 찰나지만, 앨범을 덮고 돌아섰을 때…
아내의 하반신이, 박소장의 어깨에 붙어 있다가 밀려나가는 장면이 스쳤다.
사실, 전혀 보지 못했던 장면이었지만…
재욱의 잠재의식속에 자리잡고 있던 원귀 하나가…
기회를 포착하고, 기억의 일부를 끄집어 내어 미끼를 던져준 착시였다.
“ 그 사람이, 너… 만졌어…? ”
……………………………………………… !!
차라리 꿈이길 바랬건만…
마지막 순간은 재욱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민희도 차츰… 불가사의했던 그 순간에 대해서 골몰하고 있었다.
“ 나… 난, 진짜 괜찮아…
정말 궁금해서 그러니까… 솔직하게만 말해줘… 응…? ”
" 사실은… "
기분 나쁜 박의 막연한 인상과, 자신에게 저지른 만행…
그… 믿지 못할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집중하는 사이…
바로 뒤편에서,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교태스러운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 하아악…! 으흑…
으흑… ! 자기야… 자기야…
다시 말해봐… 흐응… 크게, 크게… ! "
" 후우… 후우… 씨파…
앞에 있는 여자애, 보지 먹고 싶다구… "
!! ………………………………………………
들을 테면 들어보라는듯, 아무렇지 않게 지껄이는 사내의 말에…
화들짝 놀란 민희가, 눈에 뛸 정도의 움직임으로 허리를 퉁겨 올린다.
그리곤 순간적으로 뒤편의 사내를 한번 돌아본다.
축처진 뱃살로 젊은 여성의 둔부를 받치고 있는 사내…
늘어진 안면 근육 움직여서 자신을 향해 씨익 웃어 보이는 중년 사내의 얼굴…
지금이라도 당장… 덮쳐 올 것같은 두려움과 절박함…
민희가 갑자기 팔목에 덮힌 고리를 풀기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 계 속 될 예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