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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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애 제자와 사모님>
매화방은 8칸이 하나로 된 낡은 일본식 방이었는데 삼면의 벽에는 두 척이나
되는 높은 거울이 빙 둘러 있었으며 거실에는 극채색의 후세 그림이 그려진
족자가 걸려있었다. 장식품은 기생과 젊은이가 서로 얽혀있는 신기한 인형이
몇 개 놓여 있었다. 선반 위에 놓은 장식품도 남성의 그것과 여성의 그것을
상징하는 묘한 것이고, 두 폭의 병풍도 모두 야한 색으로 그려진 밀화였다.
다시로의 취미를 하나의 방에 나타내고 있는 것 같은 기이한 방으로, 그
자신이 가끔 이 방을 침실로 사용함으로써 일종의 이상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방 중앙에 놓여진 순백색의 시트 위에 덮여있는 실크 이부자리. 그것을
사이에 두고 시즈코 부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다시로와 스테타로가
서로 마주보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시로는 조니워커를 손수 유리잔에 따라 마시면서,
"아주 좋은 방이야, 어때 맘에 들어, 스테타로?"
라고 말하자, 스테타로는 소주를 병째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는 소주가 들어가면서 점점 몸이 느긋해지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는지,
"예, 이곳이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아예 여기서 살아도 되는 건지……."
하고 어디를 보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를 시선을 가와다에게 향하며 아주 심한
사투리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 천하의 미녀를 부인으로 삼고 언제까지라도 여기서 살 수 있는
거야. 너의 임무는 그 여자와 콤비를 이뤄 쇼를 연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는 거야. 그러면 보수도 많이 받을 수 있어."
"고마우신 말씀이네요. 저는 그런 능력밖에 없는 몸입니다."
스테타로는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어디 슬슬 준비할까
하고 일어나서 입고 있던 옷을 무작정 벗기 시작했다.
꾀죄죄한 속옷만 걸친 스테타로는 하나 둘, 하나 둘 하며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로는 그런 스테타로를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며 바라보았다.
"오니겐에게 들었는데, 너 꼬박 이틀을 해서 흑인 창녀를 기절시켰다고 하던데."
스테타로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히죽 웃었다.
"아아, 에미 일 말이군요."
옛날에 오니겐이 이런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국인과 기이한 내기를 했던
것이다. 그런 오니겐의 제자인 스테타로와 그 중국인이 데리고 있던 에미라는
흑인 창녀를 한바탕 벌이게 해서 계속하기를 거부하는 쪽이 지는 내기를 한
것이었다.
상대인 중국인은 그 에미라는 창녀를 이용하여 동남아시아 여러 곳에서 흑인
병사를 상대로 돈벌이를 하다가 일본에 놀러왔던 남자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어떤 야쿠자의 소개로 오니겐과 서로 알게되었다. 야쿠자들의 권위도 있고
해서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데, 뱀의 생피를 아주 좋아하고 생란을 매일 스무
개씩은 먹어야 하며. 뱀장어를 머리부터 으득으득 씹어먹는다는 창녀 에미와
스테타로와의 승부는 어느 누가 봐도 흑인 여자의 승리가 틀림없을 거라고
했으며. 이 게임에 내기를 건 관전 자들은 3대 7의 비율로 흑인 여자에게 걸었었다고
한다.
어느 장사꾼 집의 이층에서 몇 명의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미와 스테타로는
결전을 시작했다.
오전에 시작하여 점심과 저녁 시간에 약 30분 간 휴식하고 계속해서 여러
가지 작전을 세워가며 단조롭고 복잡한 싸움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승부에
있어서는 냉정함을 잃는 쪽이 불리하게 되었다. 역으로 상대로 하여금 승부라는
것을 잊도록 하는 것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자신과 싸우면서 이튿날 저녁까지 싸움이 계속되다가
끝내는 스테타로가 흑인 여자를 완전히 제압해 승리를 오니겐에게 안겨주었는데,
그가 마지막까지 스태미나가 줄어들지 않아 관전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놀랐다는
것이다.
한편, 뱀을 먹는다던가 뱀장어를 먹는다던가 하며 엄청난 정력가라는 소문이
나돌았던 흑인 여자는 스테타로 때문에 기진맥진하여 완전히 항복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인인 중국인에게 큰 손해를 입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흑인 창녀를 꽥 소리도 못 하게 해버렸다는 건 대단한 거야. 그런
너의 정력이 부럽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거냐?"
다시로가 말하자 스테타로는 히죽 하고 입 언저리를 삐죽이며 고개를 저었다.
"전 타고난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것밖에 능력이 없잖아요."
"그 흑인 창녀처럼 뱀의 생피를 빨아먹거나 한 적은?"
"아뇨, 다만 매일 3회씩 생 마늘과 생고기를 먹고있어요."
"응, 생 마늘에 생고기를."
다시로는 감탄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미있는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너의 신부에게도 그런 것을 먹여서 정력을 많이 키우지 않으면
안 되겠네. 너 같은 남자를 남편으로 둔 부인도 남편과 페이스를 맞추어야
할 것 아냐."
"사, 사장님."
스테타로는 마치 짐승처럼 느껴지는 가슴 털을 손가락으로 쓱쓱 문지르면서
말했다.
"저는 밤에 세 번, 아침에 두 번 정도면 몸이 아주 상쾌해져요. 굉장한 별품을
신부로 받은 것은 고맙지만, 큰일이네요. 그 별품 씨는……."
"하하하, 자기 여자를 어렵게 여기는 놈이 다 있네. 자신에게 맞도록 아내를
교육시키는 것도 남편의 의무야."
다시로는 스테타로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는 걸 알고 갑자기
배꼽을 잡고 웃는 것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신부의 도착이오."
하며 긴코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들과 가와다. 찌요에게 둘러싸여
시즈코 부인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수치심을
온몸에 드러내며 들어왔던 것이다.
자주색 줄로 손이 뒤로 묶이고, 입에는 엷은 주홍색 화장지 다발을 물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본 다시로는 매혹적인 부인의 자태에 근육이 긴장되며
압도될 것만 같았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 이쪽으로."
다시로는 부인의 향수 냄새를 맡는 듯 후우후우 하며 일어서서 부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시트 위에 놓여진 이부자리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그 일행의
뒤를 따라 츠무라와 요시자와가 웃으면서 들어왔다.
복도 중간에서 가와다 일행에게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과 마주쳐, 지금부터
그녀가 사장님과 찌요 일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테타로의 아내가 될 거라는
말을 듣고 하던 일을 제쳐두고 구경하고 싶다며 뒤를 따라 들어온 것이었다.
"괜찮죠, 사장님. 저도 견학시켜주시는 거죠. 이제 곧 내부 사람끼리만 이런
굉장한 쇼를 시작한다고 해서, 꽤 약삭빠르죠?"
"괜찮아요. 한 사람이라도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야 스테타로나 부인이 더
뜨거워질 거 아니겠어요.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우리 집의 대 스타이니까요.
관객이 적다면 오히려 기분이 나쁘겠죠?"
다시로는 유쾌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 부인을 침구 위로 올려보냈다.
시즈코 부인은 시트 위에 펴진 이부자리 위로 올라가서 가운데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살이 올라 매혹적인 넓적다리를 붙여 정좌하고 수치스러움을
겨우 참으며 옆모습을 보였으며, 상념에 찬 듯 눈을 감고있었다.
다시로의 눈짓을 받은 스테타로는 그런 시즈코 부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아서 떨고 있는 그녀의 유연한 어깨에 양손을 올려놓았다. 시즈코 부인은
스테타로가 몸을 끌어당기자, 그대로 빨려들어 가듯이 그의 떡 벌어진 가슴에
볼을 대며 얼굴을 약간 쳐들어 입에 물고 있던 휴지 다발을 스테타로에게 응석
부리듯이 건네주었다.
그것을 부인의 입에서 받아든 스테타로는
"그럼 슬슬 시작할까?"
라고 말하며 무대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구경꾼들에게 웃어 보이며 천천히
일어나서 여기저기서 좌식 쇼를 할 때의 습관인지 방의 구석에 쌓여있는 방석을
안고는 구경꾼 한사람 한사람에게 돌아가며 나눠주는 것이었다.
"서비스가 꽤 좋군 그래."
다시로와 가와다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피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굴욕을 참으며 이부자리 중앙에 아름다운 옆모습을
보이며 앉아 있은 시즈코 부인을 찌요는 흡족한 기분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일어섰다.
이제부터 스테타로의 거칠고 억센 사지에 의해 뼈와 살이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고문을 받을 시즈코 부인의 고통을 하나하나 촬영할 생각인 찌요는 무엇보다도
연옥을 앞에 둔 시즈코 부인의 비정할 정도로 냉정한 용모가 마음에 들어 그것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던 것이다.
"잠깐! 부인, 그 아름다운 얼굴을 좀 들어주시지 않겠어요?"
찌요는 카메라를 시즈코 부인의 정면에다 갖다대고 킥킥거리며 웃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츠무라가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들고 부인 곁으로 다가가자,
긴코마저 청바지 주머니에서 담배 케이스 크기의 소형 카메라를 꺼내들고 부인의
옆모습에 렌즈를 향하고 있었다.
"뭐야, 어느 사이에 시즈코 부인의 촬영 회가 되어버린 거야."
다시로는 위스키를 연거푸 마시면서 즐거운 듯이 말했다.
"저기, 한쪽 무릎을 좀 세우고 앉아봐요."
"한쪽 다리를 옆으로 뻗고, 얼굴을 이쪽으로 돌려봐요."
찌요와 긴코는 이제부터 지옥 같은 고문의 고통을 맛보아야 하는 시즈코
부인에게 다양한 포즈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순간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분노의 빛을 띄우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패거리들을 적의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어떻게 해봐도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깨달았는지 슬픈 듯이 눈을 감고 그들이 요구하는
포즈를 취해주는 것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오니겐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무대 주위를 메우고
있던 구경꾼들이 일제히 하얀 이빨을 보이며 소리쳤다. 역시. 이런 곳에 오니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로가
오니겐을 손짓으로 부르며 말했다.
"이런 자리에 대 선생이 참석하지 않는 법은 없지. 사랑스런 제자가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는 밤이 아닌가."
헤헤헤 하고 오니겐은 얼굴에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로에게 다가가
"사요코의 훈련 도중에 잠깐 짬을 냈어요. 그런데, 사장님 그 아가씨는 긴코가
말한 대로 아주 진귀한 물건인데요."
라고 말하며 다시로의 귀에다 속삭였다.
"저 그 아가씨가……."
다시로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오니겐의 얼굴을 보았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았는데 손질은 충분하더군요. 단지 경험이 너무 없다는
것이 흠이죠. 그래서 다른 별품들과 같은 라인에 세우기 위해서는 조금 과감한
조치를 취하려 하는데요."
"호오 과감한 조치라, 대체 어떤 건데?"
"똘마니들 방에 하룻밤 들여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그 녀석들에게 돌리는
거예요. 좀 불쌍하긴 하지만 단련시키는 덴 그 방법이 제일이죠. 내일 똘마니들
방에서 나왔을 때엔 아마, 그 아가씨 마음도 흔들리지 않고 몰라보게 성장해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오니겐 식의 철저한 훈련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츠무라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요코에게는 첫
남자인 츠무라의 이해를 얻을 생각으로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런 건데요, 츠무라 씨 당신도 이의가 없는지요?"
"정해진 일 아닙니까. 내게 이의가 있을 리가 없죠. 그 아가씨의 훈련은
일체 당신에게 맡길 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염려 말고 엄하게 시키도록
하세요."
츠무라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 말을 들으니 이쪽도 일단 안심이 되네요."
오니겐은 갑자기 문 밖을 향하여 소리쳤다.
"이봐, 잠깐 들어와."
그러자 똘마니 야쿠자인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단단하게 결박된 사요코의
양어깨를 잡고 방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사요코는 심신이 모두 피곤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결박된 상아빛 피부를
둥그렇게 앉아 있은 비열한 남자들의 눈에 노출시키고 있었다.
사요코의 투명하고 화사한 어깨 끝을 양쪽에서 받치고 있는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지금부터 자신들에게 주어진 아래층 자신들의 방에 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집어넣고
자신들의 먹이로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너희들 아주 기분 좋은 것 같다."
요시자와가 코를 찡그리며 똘마니들에게 말하자,
"헤헤, 가끔씩 우리에게도 재미 좀 붙여주시죠, 형님?"
이렇게 말하면서 줄로 위아래가 묶여 있는 사요코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조금씩 찔러보면서 좋아 죽겠다는 듯이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던 것이다.
"하하하, 아가씨. 당신을 이렇게 급히 돌리려는 게 좀 안됐긴 했지만, 이게
다 당신의 훈련이 다른 사람들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야. 좀 거친 치료
책이긴 하지만 잘 참고 견뎌주길 바래."
다시로는 땅으로 꺼져버릴 듯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사요코의 산뜻한 모습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가득 고인 눈동자를
들고 이부자리에 몸을 쭈그리고 앉아 있은 시즈코 부인을 알아본 사요코는
"앗, 서 선생님!"
하고 외치며, 똘마니들에게 눌려진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우는 것이었다.
사요코를 본 시즈코 부인도 심하게 동요하며 가와다 쪽을 다급하게 쳐다보았다.
"……가, 가와다 씨, 사요코를 사요코를 대체 어떻게 한다고요?"
눈초리가 길게 째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며 소리쳤다.
"야, 약속이 틀리잖아요. 가와다 씨 사요코에게는……."
오니겐 씨의 훈련에 대해선 난 일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할말이 있다면
오니겐에게 직접 말해."
가와다는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외면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핏발이 서는 듯 다시로에게서 유리잔을 건네 받고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오니겐 쪽으로 눈물에 흠뻑 젖은 얼굴을 향하였다.
"부탁이에요. 사요코가 받아야 할 고문을 제발 이 시즈코에게……."
시즈코 부인은 목이 메어 뒷말을 채 하지도 못하고 오니겐에게 호소하였다.
"무슨 정신나간 소릴 하는 거야?"
그러나 오니겐은 부인 곁으로 다가가서 매몰차게 부인의 매끄러운 등을 찌르며
말했다.
"그래, 사요코는 분명히 선서하고 이제부터 비밀 쇼의 스타가 되겠다고 결심한
거야. 마음잡고 내 훈련을 받겠다고 한 거지. 그런데 경험 부족으로 아직 몸이
굳어있어서 안 되겠기에 오늘밤 이 녀석들에게 연습시키게 하여 가장 중요한
담력을 키워주려는 거야."
이러쿵저러쿵 네가 주제넘게 참견할 일이 아니야, 하며 오니겐은 다시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찔러 그 자리에 넘어뜨려 버렸다.
"무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시즈코 부인은 이부자리 시트에 이마를 비벼대면서 통곡하였다.
이제부터 똘마니 야쿠자들이 있는 방으로 끌려가 상상도 하지 못할 고통을
받을 사요코를 생각하자 부인은 자기가 처해있는 무서운 입장도 잊은 채 분개해하며
슬퍼하는 것이었다.
"자, 그럼 너희들 슬슬 사요코를 데리고 방으로 가라. 나는 여기서 스테타로와
이 별품의 결혼식에 참석할 테니까."
오니겐이 그렇게 말하자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다시로와 가와다에게 머리를
숙이고는 기쁨에 들뜬 표정으로 참혹하게 묶여 있는 사요코의 매끄러운 어깨와
등에 손을 대며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였다.
"……싫어. 아아 싫어 싫어……."
사요코는 두 똘마니들 사이에서 마치 응석받이 어린애처럼 머리를 흔들며
지옥 같은 방으로 끌려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것이 또한 구경꾼들의
가학적인 기분을 더욱 자극하였다.
"깨끗이 체념하지 못하는군, 사요코?"
"고통을 듬뿍 받고 숙련된 여자가 돼야지."
하며 조소와 야유로 한쪽에서는 흥분해서 왁자지껄하고 있었던 것이다.
흐느껴 우는 사요코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던 다케다는 곁에 뒹굴고
있던 빈 위스키 병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 순간 사요코는 미친
듯이 몸을 심하게 비틀면서 당황하여 사요코의 양어깨를 붙들려 했던 호리가와의
손을 뿌리쳤다.
"서 선생님!"
하고 소리치며 사요코는 손이 뒤로 묶여진 채 돌풍 같은 기세로 시즈코 부인
곁으로 달려갔다.
"사 사요코!"
이부자리에 엎드려서 흐느껴 울고 있던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사요코는 참고 참았던 것이 가슴을 뚫고 흘러나온
듯 오열하며 시즈코 부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도 너무나도 비참한 자신들의 운명을 한탄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요코의 가엾은 울음에 가슴이 아팠는지 얼떨결에 사요코의 부드러운 머리에
얼굴을 묻고 사요코와 함께 소리내어 울었다.
소위 쇼의 무대로써 방의 중앙에 놓여진 이부자리 위에서 서로 상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결박된 몸을 비틀면서 오열하고 있는 두 미녀를 다시로와 가와다
일행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라도 바라보는 기분으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 사요코, 사요코는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예요? 무서워요, 무서워요."
사요코는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뜨거운 눈물로 적시면서 흐느껴 울었다.
"사요코, 여긴 지옥이야. 우린 지, 지옥으로 떨어진 거야."
시즈코 부인도 흐느껴 울며 사요코의 검은머리를 볼로 쓰다듬으면서 목이
메인 소리로 울먹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오니겐은 크게 기지개를 켜며 두 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사요코의 어깨 주위를 퐁퐁 두드렸다.
"어지간히 하시지, 사요코. 너의 무도 선생인지, 꽃꽂이 선생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즈코 부인은 저쪽에서 코를 후비고 있는 스테타로라는 바보스런 사람과
오늘밤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될 거야." 오니겐은 사요코의 턱을 잡고 벽에
등을 대고 다리를 뻗고 앉아 있은 스테타로 쪽으로 억지로 얼굴을 돌리도록
하였다.
스테타로는 자신의 무대 출연 순서를 멍하니 가다리며 코를 후비기도 하고
배 주위를 북북 긁기도 하고 있었다.
그 괴상한 스테타로의 용모를 보고 소름이 돋는 듯 눈을 감아버린 사요코를
오니겐은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저 남자와 너의 스승은 이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특별
쇼를 연출해주실 거야. 원한다면 네게도 보여줄까?"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당황하며 다가와서
"그러지 마세요, 이쪽은 이쪽대로 즐겨야 하니까요."
라고 말했다.
"자, 아가씨. 우리도 재미있게 놀아보죠."
하며 똘마니 야쿠자들이 다시 사요코의 어깨를 잡고 일으키려 하였다.
"싫엇, 싫어요!"
사요코는 귀까지 덮고있는 웨이브 진 검은머리를 흔들면서 시즈코 부인의
어깨로 얼굴을 숨기며 피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를 등으로
보호하며 두 똘마니들에게 처연할 정도로 아름다운 용모로 정색을 하며 쳐다보았다.
"부탁입니다, 나를, 나를 사요코 몸을 대신하도록 해주세요."
똘마니 두 사람은 시즈코 부인의 용모에 초장부터 기세가 꺾인 듯이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지만, 오니겐은 바보 같은 소리하지마 하며 웃는 것이었다.
"나는, 사요코에게 훈련을 시키기 위해 이 패거리들에게 맡기려는 거야.
네가 사요코를 대신한다면 무슨 도움이 되겠어. 자, 아가씨를 이쪽으로 보내."
그러나 시즈코 부인은 필사적으로 항의하는 눈초리를 하며 사요코를 등으로
보호한 자세 그대로 슬슬 뒷걸음질치는 것이었다.
부인의 등에 몸을 숨기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사요코도 여전히 울상인 표정을
지었다.
"옛날의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훈련을 방해하거나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오니겐은 갑자기 시즈코 부인의 뺨을 찰싹 때리고 사요코의 엉덩이 줄을
잡아끌었다.
"잠깐 기다려요, 오니겐 씨?"
찌요가 느릿하게 일어서며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사요코 씨의 몸을 생각하는 마음을 곁에서 지켜보고 나도
왠지 가슴이 찡해지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아름다운
아가씨를 젊은 남자들이 끌고 가서 장난감을 갖고 놀듯이 한다는 건, 너무
참혹해요."
"뭐라고요?"
오니겐은 맥이 빠진 듯 손에 잡고 있던 사요코의 엉덩이 줄을 놓았다. 사요코는
다시 시즈코 부인 곁으로 몸을 떨어뜨리고 부인의 등에다 얼굴을 비비며 흐느껴
우는 것이었다.
"그럼, 찌요 부인 사요코를 훈련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니겐은 자신의 일을 트집 잡힌 기분에 화가 났던 것이다. 시즈코 부인은
의외로 이 찌요에 의해 사요코가 위기에서 구해졌다는 생각에 갑자기 생기가
돌아 찌요에게 말했다.
"찌요 씨, 이 은혜 고맙습니다. 부탁입니다. 사요코까지 나처럼 비참한 여자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부, 부탁입니다."
시즈코 부인에게 있어서 찌요는 이 방에 들어 있는 어느 악마들보다도 밉고,
그리고 무서운 귀신같은 여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를 똘마니들의 노리개가 될 뻔한 위기에서 구해줬기 때문에 증오하고도
남을 찌요에게 계속해서 애원하는 것이었다.
"시즈코는 이미 이렇게 돼버린 여자예요. 앞으로 어떠한 처벌을 받아도 찌요
씨를 원망하거나 하지 않겠어요. 부탁이에요, 사요코 같은 사람을 이제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
울면서 애원하는 시즈코 부인 곁에 있던 찌요는 뭔가 속셈이 있는 듯이 몸을
비틀며 말했다.
"알겠어요. 전에 부인은 다도와 꽃꽂이로 몇 명의 제자를 데리고 있었지만
특히 무도의 제자였던 이 사요코 씨를 매우 귀여워했었죠. 사요코가 무도의
자격을 인정받는 피로연 때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해 주셨죠."
그런 이전의 일들을 찌요는 사뭇 즐거운 듯이 인심 좋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말속에 뭔가 찌요의 악랄한 계략이 들어있다는 것을 느낀
시즈코 부인은 갑자기 몸에 오한이 이는 듯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니까 부인, 호호호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요코 씨의 좋은 스승이었던
부인이라면 필시 사요코 씨의 훌륭한 훈련사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똘마니 야쿠자들을 이용해서 사요코에게 과감한 조치를 취하게 하고 무도의
사제 관계였던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에게 비밀 쇼에서도 사제 관계를 맺도록
하자는 것이 찌요의 착상이었던 것이다.
"과연, 그게 좋을 것 같군요."
오니겐이 뻐드렁니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긴코와 아케미도
손바닥을 두드리며 찬성, 찬성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 일은 지금 찌요가 처음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다시로와 가와다도 전부터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사요코의 신병은 당신에게 맡긴다는 거예요. 그렇게 하는데 이의가
있나요?"
찌요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재차 말했다.
"싫다면 싫다고 해요. 그럼 오니겐 씨의 방법으로 사요코 씨를 훈련시키면
되니까. 자, 어느 쪽으로 할 거예요, 부인?"
손이 뒤로 단단히 결박된 부자유스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서로를 보호하려고
하며 숨이 막힐 것 같은 굴욕스러움에 흐느껴 우는 두 미녀의 주위를 꽉 메우듯
에워싸고 있는 빨강 파랑 귀신들은 소위 수준급 스타의 대열에 오른 시즈코
부인이 신인인 사요코에게 훈련을 시킨다는 것에 대단한 흥미를 느꼈지만,
그러나 애석한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 사요코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기쁨에
마음이 들떠 있던 다케다와 호리가와였다.
"그런 당치 않은 소리하지 마세요. 우리는 뭡니까? 우린 절대 반댑니다."
그들은 사요코의 훈련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하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구경꾼들에게 큰소리치며 털썩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버리는 것이었다. 사요코는
갑자기 그쪽으로 눈을 돌려 전율하면서 시즈코 부인의 무릎에 몸을 쓰러뜨리며
애원하듯 호소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제발 사요코를 저 사람들에게 보내지 말아주세요!"
"……사요코."
시즈코 부인은 조형미 있는 우아한 용모에 우수에 찬 표정으로 갑자기 결심이라도
한 듯이 사요코의 얼굴을 보았다.
"사요코, 시즈코와 함께라면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참아줄 수 있겠어요?"
"서, 선생님과 함께라면 나……."
사요코는 쌍꺼풀진 검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시즈코 부인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훈련이라는 의미의 공포를 아직 사요코는 확실히 알지 못했다.
"입으로 말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을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참고 견뎌, 응 죽을 각오로 참고 견뎌주는 거야."
야비하고 비열한 똘마니들 손에서 갈가리 찢길 바에는 차라리 자신의 손을
잡고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는 편이, 그리고 어쩌면 사요코는 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시즈코 부인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으로 찌요를 바라보았다.
"호호호, 어떻게 서로 상의가 됐나요?"
찌요는 입을 삐죽이며 무서운 듯이 서로 몸을 기대고 있는 두 사람을 위로하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찌요 씨,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사요코의 훈련은 내가 맡겠어요."
소녀처럼 부끄러운 표정으로 시즈코 부인이 그렇게 말하자 사면을 에워싸고
있는 구경꾼들은 와아 하고 손바닥을 치며 함성을 질러댔다.
시즈코 부인이 사요코의 훈련을 승인했기 때문에 옆쪽에서 먹이 그릇을 갈취
당한 듯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불만이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돌아버리겠네, 젠장."
"뭐, 그렇게 화내지 마."
다시로는 두 똘마니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 그리고 다케다의
귀에다 입을 갖다댔다.
"그 동안에 너희들에게도 훈련시키게 해줄게. 오늘은 그냥 참아 줘."
아름다운 피부를 맞대며 서로의 몸을 보호하면서 두 미녀가 공포와 굴욕에
떨고 있는 광경은 비열한 구경꾼들의 기분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았다.
"저, 다시로 사장님."
찌요는 다시로에게 다가가서 뭔가 귓속말을 하였다.
"응, 그래 그것 참 재미있겠네. 이제부터 시작될 쇼의 개막 오픈게임이 되는
거겠군."
다시로는 불그레한 얼굴은 싱글벙글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오니겐과
가와다를 불러 찌요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지금 찌요 부인에게서 의견이 하나 나왔는데, 마침 이렇게 두 미녀가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다 듣지 않고도 오니겐과 가와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 제자를 훈련하는 시즈코 부인, 그 쇼의 개막 훈련을 이제부터 연출시킨다,
그런 말이군요 사장님?"
가와다가 말하자, 뭐 그런 거죠, 하며 찌요가 몸을 서로 기대고 있는 두
미녀에게 다가갔다. 찌요가 다가오자 두 미녀는 피부에 소름이 돋는 듯 몸을
더욱 작게 움츠려버렸다.
"야, 두 사람 사이가 좋군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만 있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찌요는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코를 벌름거렸다.
"한마디로 같은 교육이라고 해도 이 길은 부인이 무도를 사요코 양에게 가르친
것과 비할 바가 아니죠. 처음엔 먼저 사제의 관계를 넘어선 깊은 관계를 맺어줘야
해요. 그렇죠 오니겐 씨?"
찌요는 웃음을 머금으며 오니겐 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런 거죠. 찌요 부인이 말하는 대로야."
오니겐도 찌요에게 장단을 맞추며 비열하게 조소하듯 웃으며 몸을 웅크리고
흐느껴 우는 두 미녀의 등을 팍팍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럼, 어서 특수한 사제간의 맹세를 교환해 주셔야죠. 그렇죠 두분?"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아케미에게 명령하였다.
"야 아케미, 훈련 실로 가서 도구를 가지고 와, 알겠지?"
아케미가 대답하고 방밖으로 나가자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의 하얀 어깨에
얼굴을 묻고 소리내어 오열하였다.
"사 사요코, 참는 거야. 참아야……."
똘마니 야쿠자의 손에서 참혹한 지경이 될 뻔한 사요코는 시즈코 부인의
애원에 의해 일단 중지됐지만, 그 대신으로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의 훈련을
맡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금부터 사요코와
굴욕스런 고문을 함께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찌요의
잔인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고릴라 같은 체격의 백치 남자에게 시즈코 부인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애 제자인 사요코와도 특수한 관계를 갖게 하려는 찌요의 이상한
집념은 시즈코 부인만이 아니라 실제 오빠인 가와다조차도 문득 정신이 이상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오니겐 씨, 나, 이 아름다운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 양이 각별히 사랑하고
있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어요. 어떻게 좋은 포즈를 좀 취하게 해봐요."
찌요는 새로운 필름을 카메라에 넣으면서 오니겐에게 말했다.
오니겐은 잠시 생각한 뒤 긴코를 조수로 써서 서로 몸을 기대고 있는 부인과
사요코를 일단 떼어놓으려고 하였다.
두 사람의 손이 양어깨에 닿자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는 몹시 당황하며 새빨간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꾸물거리지 마. 잠깐 사진만 찍으려는 거야."
오니겐에게 큰 소리로 질타 당한 시즈코 부인은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오니겐이 지시하는 대로 시트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자, 사요코는 부인의 무릎 위에 올라타 옆을 보지 말고 앞쪽을 향하여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란 말야."
그래, 하고 가와다가 싫어, 싫어하며 새빨개진 얼굴을 좌우로 흔들고 있는
사요코를 끌어안으며 부인에게 책상다리를 하고 앉도록 한 다음 그 무릎 위에
목마라도 태우려는 듯이 다그치는 것이었다.
"음, 포즈 멋있다."
찌요는 카메라를 치켜들었다. 오니겐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
"자, 부인이 제자에게 키스 좀 해주세요."
부인은 오니겐에게 뒷머리 부분이 밀리는 것을 꾹 참고있었다. 오니겐은
사요코의 부푼 가슴에 부인의 입술이 닿도록 하였다.
사요코는 악마들이 자신들에게 시키려고 하는 것의 의미를 이제야 겨우 알았던
것이다.
"시. 싫엇, 선생님!"
지금까지 존경하고 사랑해온 시즈코 부인의 입술이, 사요코에게는 이 모든
것이 대단한 충격이었다. 츠무라에게 능욕 당했을 때 이상으로 더욱 심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요코는 달콤한 향료 냄새가 밴 부인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다음은 왼쪽이에요, 부인."
찌요는 그런 두 사람의 자태를 통쾌한 듯 바라보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다양하게 주문을 해대었다.
"이번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누워서 키스해 주세요."
오니겐은 뻐드렁니를 드러내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거 참 재미있네, 자 빨리 키스해봐."
찌요는 카메라를 들고 무대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아름다운 사제간의 굴욕적인
장면을 렌즈에 담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서, 선생님…… 사요코, 이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요, 선생님이 함께 하신다면……."
"……가여운, 아아, 가여운 사요코!"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는 극한 감정을 참을 수 없었는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는데
긴코는 귀찮게 한다는 듯이 혀를 찼다.
"언제까지 그렇게 훌쩍거릴 거야. 이제부터 매일 시즈코 부인이 사요코 양을
훈련시켜야 하는데 그런 상태로는 곤란하잖아. 자, 시키는 대로 해봐, 아주
정열적으로."
훌쩍거리며 흐느껴 울고있던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는 서로 결심이라도 한
듯이 입술과 입술을 마주치는 것이었다.
구경꾼들은 손뼉을 치며 야유하였고 찌요와 츠무라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었다.
"호호호, 어때요, 거꾸로 하는 키스가 그런 대로 괜찮은 것 같죠. 더욱 정열적으로
서로 혀를 빨아봐요. 당신들은 이제부터 서로 공통의 비밀을 갖게되는 거예요.
자, 이제 비밀 사랑을 완성시키는 거예요."
찌요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두 미녀에게 열심히 지껄여대었다.
사요코를 구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녀의 육체와 마음에 이들 악마들의
고문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참아낼 수 있는 강인함을 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요코를 악마들이 기뻐하는 악마적인 육체의 소유자로 훈련시키는
것, 시즈코 부인은 고뇌 끝에 문득 그런 상상을 하며 그들의 말대로 자신이
사요코를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도 역시 이 지옥 같은 고문을 본심에서 종용할 수 있는
육체와 마음으로…… 아아, 과연, 그와 같은 일이…… 시즈코 부인은 고통과
공포에 휩싸여 열병을 앓고 있는 듯한 상태에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즈코 부인의 꽃잎 같은 입술과 혀는 사요코를 따뜻하게 격무해 주었고,
그녀가 알아듣도록 시즈코 부인은 비장한 마음을 담아서 악마들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그것은 시즈코 부인이 이 무서운 세계를 둘이서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자는
무언의 뜻이기도 하였고, 또한 사요코가 선생님과 함께라면 나, 어떤 고통도
참을 수 있어요, 라는 대답을 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키스였다.
스승으로 추앙 받아왔던 아름다운 유부녀의 키스, 그것은 사요코에게 강요된
것은 아니었지만 무서우리만큼 달콤하고 괴롭고 그리고 자극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픈 것은 몸이 결박되어 있는 고통과 또 주위에 싫어하는
눈들이 있는 이상, 그것은 치욕 이외에 다른 것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시즈코와 사요코를 만족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던 오니겐은 가와다에게
눈짓을 하며 다시 사요코의 어깨와 사지를 조금 들어올리도록 하여 부인과
평행하게 한 다음 앞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옆으로 뉘어진 사요코의
눈앞에는 자주색 줄로 위아래가 꽁꽁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의…… 또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코앞에는 마줄로 묶여진 탐스러운 사요코의…….
"자, 시작해봐."
긴코는 아름다운 두 그루의 유목에게 소리치고는 있는 찌요의 얼굴을 보았다.
찌요도 입을 삐죽이며 긴코의 얼굴을 보았다.
"……사요코, 용서해 줘."
사요코가 얼굴을 돌리자 오니겐의 불호령이 사요코에게 떨어졌다.
"뭐 하는 거야, 너도 답을 해야 될 거 아냐."
부인의 입술은 사요코의 탐스러운 젖가슴에 사요코의 입술은 부인의 감각적이고
풍만한 젖가슴에 닿았다.
"……요, 용서하세요, 선생님……."
사요코는 피를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오니겐의 호령에 따랐다.
찌요와 츠무라, 긴코는 킥킥거리면서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매화방은 8칸이 하나로 된 낡은 일본식 방이었는데 삼면의 벽에는 두 척이나
되는 높은 거울이 빙 둘러 있었으며 거실에는 극채색의 후세 그림이 그려진
족자가 걸려있었다. 장식품은 기생과 젊은이가 서로 얽혀있는 신기한 인형이
몇 개 놓여 있었다. 선반 위에 놓은 장식품도 남성의 그것과 여성의 그것을
상징하는 묘한 것이고, 두 폭의 병풍도 모두 야한 색으로 그려진 밀화였다.
다시로의 취미를 하나의 방에 나타내고 있는 것 같은 기이한 방으로, 그
자신이 가끔 이 방을 침실로 사용함으로써 일종의 이상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방 중앙에 놓여진 순백색의 시트 위에 덮여있는 실크 이부자리. 그것을
사이에 두고 시즈코 부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다시로와 스테타로가
서로 마주보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시로는 조니워커를 손수 유리잔에 따라 마시면서,
"아주 좋은 방이야, 어때 맘에 들어, 스테타로?"
라고 말하자, 스테타로는 소주를 병째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는 소주가 들어가면서 점점 몸이 느긋해지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는지,
"예, 이곳이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아예 여기서 살아도 되는 건지……."
하고 어디를 보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를 시선을 가와다에게 향하며 아주 심한
사투리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 천하의 미녀를 부인으로 삼고 언제까지라도 여기서 살 수 있는
거야. 너의 임무는 그 여자와 콤비를 이뤄 쇼를 연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는 거야. 그러면 보수도 많이 받을 수 있어."
"고마우신 말씀이네요. 저는 그런 능력밖에 없는 몸입니다."
스테타로는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어디 슬슬 준비할까
하고 일어나서 입고 있던 옷을 무작정 벗기 시작했다.
꾀죄죄한 속옷만 걸친 스테타로는 하나 둘, 하나 둘 하며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로는 그런 스테타로를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며 바라보았다.
"오니겐에게 들었는데, 너 꼬박 이틀을 해서 흑인 창녀를 기절시켰다고 하던데."
스테타로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히죽 웃었다.
"아아, 에미 일 말이군요."
옛날에 오니겐이 이런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국인과 기이한 내기를 했던
것이다. 그런 오니겐의 제자인 스테타로와 그 중국인이 데리고 있던 에미라는
흑인 창녀를 한바탕 벌이게 해서 계속하기를 거부하는 쪽이 지는 내기를 한
것이었다.
상대인 중국인은 그 에미라는 창녀를 이용하여 동남아시아 여러 곳에서 흑인
병사를 상대로 돈벌이를 하다가 일본에 놀러왔던 남자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어떤 야쿠자의 소개로 오니겐과 서로 알게되었다. 야쿠자들의 권위도 있고
해서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데, 뱀의 생피를 아주 좋아하고 생란을 매일 스무
개씩은 먹어야 하며. 뱀장어를 머리부터 으득으득 씹어먹는다는 창녀 에미와
스테타로와의 승부는 어느 누가 봐도 흑인 여자의 승리가 틀림없을 거라고
했으며. 이 게임에 내기를 건 관전 자들은 3대 7의 비율로 흑인 여자에게 걸었었다고
한다.
어느 장사꾼 집의 이층에서 몇 명의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미와 스테타로는
결전을 시작했다.
오전에 시작하여 점심과 저녁 시간에 약 30분 간 휴식하고 계속해서 여러
가지 작전을 세워가며 단조롭고 복잡한 싸움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승부에
있어서는 냉정함을 잃는 쪽이 불리하게 되었다. 역으로 상대로 하여금 승부라는
것을 잊도록 하는 것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자신과 싸우면서 이튿날 저녁까지 싸움이 계속되다가
끝내는 스테타로가 흑인 여자를 완전히 제압해 승리를 오니겐에게 안겨주었는데,
그가 마지막까지 스태미나가 줄어들지 않아 관전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놀랐다는
것이다.
한편, 뱀을 먹는다던가 뱀장어를 먹는다던가 하며 엄청난 정력가라는 소문이
나돌았던 흑인 여자는 스테타로 때문에 기진맥진하여 완전히 항복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인인 중국인에게 큰 손해를 입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흑인 창녀를 꽥 소리도 못 하게 해버렸다는 건 대단한 거야. 그런
너의 정력이 부럽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거냐?"
다시로가 말하자 스테타로는 히죽 하고 입 언저리를 삐죽이며 고개를 저었다.
"전 타고난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것밖에 능력이 없잖아요."
"그 흑인 창녀처럼 뱀의 생피를 빨아먹거나 한 적은?"
"아뇨, 다만 매일 3회씩 생 마늘과 생고기를 먹고있어요."
"응, 생 마늘에 생고기를."
다시로는 감탄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미있는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너의 신부에게도 그런 것을 먹여서 정력을 많이 키우지 않으면
안 되겠네. 너 같은 남자를 남편으로 둔 부인도 남편과 페이스를 맞추어야
할 것 아냐."
"사, 사장님."
스테타로는 마치 짐승처럼 느껴지는 가슴 털을 손가락으로 쓱쓱 문지르면서
말했다.
"저는 밤에 세 번, 아침에 두 번 정도면 몸이 아주 상쾌해져요. 굉장한 별품을
신부로 받은 것은 고맙지만, 큰일이네요. 그 별품 씨는……."
"하하하, 자기 여자를 어렵게 여기는 놈이 다 있네. 자신에게 맞도록 아내를
교육시키는 것도 남편의 의무야."
다시로는 스테타로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는 걸 알고 갑자기
배꼽을 잡고 웃는 것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신부의 도착이오."
하며 긴코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들과 가와다. 찌요에게 둘러싸여
시즈코 부인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수치심을
온몸에 드러내며 들어왔던 것이다.
자주색 줄로 손이 뒤로 묶이고, 입에는 엷은 주홍색 화장지 다발을 물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본 다시로는 매혹적인 부인의 자태에 근육이 긴장되며
압도될 것만 같았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 이쪽으로."
다시로는 부인의 향수 냄새를 맡는 듯 후우후우 하며 일어서서 부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시트 위에 놓여진 이부자리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그 일행의
뒤를 따라 츠무라와 요시자와가 웃으면서 들어왔다.
복도 중간에서 가와다 일행에게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과 마주쳐, 지금부터
그녀가 사장님과 찌요 일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테타로의 아내가 될 거라는
말을 듣고 하던 일을 제쳐두고 구경하고 싶다며 뒤를 따라 들어온 것이었다.
"괜찮죠, 사장님. 저도 견학시켜주시는 거죠. 이제 곧 내부 사람끼리만 이런
굉장한 쇼를 시작한다고 해서, 꽤 약삭빠르죠?"
"괜찮아요. 한 사람이라도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야 스테타로나 부인이 더
뜨거워질 거 아니겠어요.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우리 집의 대 스타이니까요.
관객이 적다면 오히려 기분이 나쁘겠죠?"
다시로는 유쾌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 부인을 침구 위로 올려보냈다.
시즈코 부인은 시트 위에 펴진 이부자리 위로 올라가서 가운데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살이 올라 매혹적인 넓적다리를 붙여 정좌하고 수치스러움을
겨우 참으며 옆모습을 보였으며, 상념에 찬 듯 눈을 감고있었다.
다시로의 눈짓을 받은 스테타로는 그런 시즈코 부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아서 떨고 있는 그녀의 유연한 어깨에 양손을 올려놓았다. 시즈코 부인은
스테타로가 몸을 끌어당기자, 그대로 빨려들어 가듯이 그의 떡 벌어진 가슴에
볼을 대며 얼굴을 약간 쳐들어 입에 물고 있던 휴지 다발을 스테타로에게 응석
부리듯이 건네주었다.
그것을 부인의 입에서 받아든 스테타로는
"그럼 슬슬 시작할까?"
라고 말하며 무대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구경꾼들에게 웃어 보이며 천천히
일어나서 여기저기서 좌식 쇼를 할 때의 습관인지 방의 구석에 쌓여있는 방석을
안고는 구경꾼 한사람 한사람에게 돌아가며 나눠주는 것이었다.
"서비스가 꽤 좋군 그래."
다시로와 가와다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피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굴욕을 참으며 이부자리 중앙에 아름다운 옆모습을
보이며 앉아 있은 시즈코 부인을 찌요는 흡족한 기분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일어섰다.
이제부터 스테타로의 거칠고 억센 사지에 의해 뼈와 살이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고문을 받을 시즈코 부인의 고통을 하나하나 촬영할 생각인 찌요는 무엇보다도
연옥을 앞에 둔 시즈코 부인의 비정할 정도로 냉정한 용모가 마음에 들어 그것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던 것이다.
"잠깐! 부인, 그 아름다운 얼굴을 좀 들어주시지 않겠어요?"
찌요는 카메라를 시즈코 부인의 정면에다 갖다대고 킥킥거리며 웃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츠무라가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들고 부인 곁으로 다가가자,
긴코마저 청바지 주머니에서 담배 케이스 크기의 소형 카메라를 꺼내들고 부인의
옆모습에 렌즈를 향하고 있었다.
"뭐야, 어느 사이에 시즈코 부인의 촬영 회가 되어버린 거야."
다시로는 위스키를 연거푸 마시면서 즐거운 듯이 말했다.
"저기, 한쪽 무릎을 좀 세우고 앉아봐요."
"한쪽 다리를 옆으로 뻗고, 얼굴을 이쪽으로 돌려봐요."
찌요와 긴코는 이제부터 지옥 같은 고문의 고통을 맛보아야 하는 시즈코
부인에게 다양한 포즈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순간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분노의 빛을 띄우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패거리들을 적의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어떻게 해봐도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깨달았는지 슬픈 듯이 눈을 감고 그들이 요구하는
포즈를 취해주는 것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오니겐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무대 주위를 메우고
있던 구경꾼들이 일제히 하얀 이빨을 보이며 소리쳤다. 역시. 이런 곳에 오니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로가
오니겐을 손짓으로 부르며 말했다.
"이런 자리에 대 선생이 참석하지 않는 법은 없지. 사랑스런 제자가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는 밤이 아닌가."
헤헤헤 하고 오니겐은 얼굴에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로에게 다가가
"사요코의 훈련 도중에 잠깐 짬을 냈어요. 그런데, 사장님 그 아가씨는 긴코가
말한 대로 아주 진귀한 물건인데요."
라고 말하며 다시로의 귀에다 속삭였다.
"저 그 아가씨가……."
다시로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오니겐의 얼굴을 보았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았는데 손질은 충분하더군요. 단지 경험이 너무 없다는
것이 흠이죠. 그래서 다른 별품들과 같은 라인에 세우기 위해서는 조금 과감한
조치를 취하려 하는데요."
"호오 과감한 조치라, 대체 어떤 건데?"
"똘마니들 방에 하룻밤 들여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그 녀석들에게 돌리는
거예요. 좀 불쌍하긴 하지만 단련시키는 덴 그 방법이 제일이죠. 내일 똘마니들
방에서 나왔을 때엔 아마, 그 아가씨 마음도 흔들리지 않고 몰라보게 성장해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오니겐 식의 철저한 훈련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츠무라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요코에게는 첫
남자인 츠무라의 이해를 얻을 생각으로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런 건데요, 츠무라 씨 당신도 이의가 없는지요?"
"정해진 일 아닙니까. 내게 이의가 있을 리가 없죠. 그 아가씨의 훈련은
일체 당신에게 맡길 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염려 말고 엄하게 시키도록
하세요."
츠무라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 말을 들으니 이쪽도 일단 안심이 되네요."
오니겐은 갑자기 문 밖을 향하여 소리쳤다.
"이봐, 잠깐 들어와."
그러자 똘마니 야쿠자인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단단하게 결박된 사요코의
양어깨를 잡고 방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사요코는 심신이 모두 피곤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결박된 상아빛 피부를
둥그렇게 앉아 있은 비열한 남자들의 눈에 노출시키고 있었다.
사요코의 투명하고 화사한 어깨 끝을 양쪽에서 받치고 있는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지금부터 자신들에게 주어진 아래층 자신들의 방에 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집어넣고
자신들의 먹이로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너희들 아주 기분 좋은 것 같다."
요시자와가 코를 찡그리며 똘마니들에게 말하자,
"헤헤, 가끔씩 우리에게도 재미 좀 붙여주시죠, 형님?"
이렇게 말하면서 줄로 위아래가 묶여 있는 사요코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조금씩 찔러보면서 좋아 죽겠다는 듯이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던 것이다.
"하하하, 아가씨. 당신을 이렇게 급히 돌리려는 게 좀 안됐긴 했지만, 이게
다 당신의 훈련이 다른 사람들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야. 좀 거친 치료
책이긴 하지만 잘 참고 견뎌주길 바래."
다시로는 땅으로 꺼져버릴 듯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사요코의 산뜻한 모습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가득 고인 눈동자를
들고 이부자리에 몸을 쭈그리고 앉아 있은 시즈코 부인을 알아본 사요코는
"앗, 서 선생님!"
하고 외치며, 똘마니들에게 눌려진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우는 것이었다.
사요코를 본 시즈코 부인도 심하게 동요하며 가와다 쪽을 다급하게 쳐다보았다.
"……가, 가와다 씨, 사요코를 사요코를 대체 어떻게 한다고요?"
눈초리가 길게 째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며 소리쳤다.
"야, 약속이 틀리잖아요. 가와다 씨 사요코에게는……."
오니겐 씨의 훈련에 대해선 난 일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할말이 있다면
오니겐에게 직접 말해."
가와다는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외면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핏발이 서는 듯 다시로에게서 유리잔을 건네 받고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오니겐 쪽으로 눈물에 흠뻑 젖은 얼굴을 향하였다.
"부탁이에요. 사요코가 받아야 할 고문을 제발 이 시즈코에게……."
시즈코 부인은 목이 메어 뒷말을 채 하지도 못하고 오니겐에게 호소하였다.
"무슨 정신나간 소릴 하는 거야?"
그러나 오니겐은 부인 곁으로 다가가서 매몰차게 부인의 매끄러운 등을 찌르며
말했다.
"그래, 사요코는 분명히 선서하고 이제부터 비밀 쇼의 스타가 되겠다고 결심한
거야. 마음잡고 내 훈련을 받겠다고 한 거지. 그런데 경험 부족으로 아직 몸이
굳어있어서 안 되겠기에 오늘밤 이 녀석들에게 연습시키게 하여 가장 중요한
담력을 키워주려는 거야."
이러쿵저러쿵 네가 주제넘게 참견할 일이 아니야, 하며 오니겐은 다시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찔러 그 자리에 넘어뜨려 버렸다.
"무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시즈코 부인은 이부자리 시트에 이마를 비벼대면서 통곡하였다.
이제부터 똘마니 야쿠자들이 있는 방으로 끌려가 상상도 하지 못할 고통을
받을 사요코를 생각하자 부인은 자기가 처해있는 무서운 입장도 잊은 채 분개해하며
슬퍼하는 것이었다.
"자, 그럼 너희들 슬슬 사요코를 데리고 방으로 가라. 나는 여기서 스테타로와
이 별품의 결혼식에 참석할 테니까."
오니겐이 그렇게 말하자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다시로와 가와다에게 머리를
숙이고는 기쁨에 들뜬 표정으로 참혹하게 묶여 있는 사요코의 매끄러운 어깨와
등에 손을 대며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였다.
"……싫어. 아아 싫어 싫어……."
사요코는 두 똘마니들 사이에서 마치 응석받이 어린애처럼 머리를 흔들며
지옥 같은 방으로 끌려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것이 또한 구경꾼들의
가학적인 기분을 더욱 자극하였다.
"깨끗이 체념하지 못하는군, 사요코?"
"고통을 듬뿍 받고 숙련된 여자가 돼야지."
하며 조소와 야유로 한쪽에서는 흥분해서 왁자지껄하고 있었던 것이다.
흐느껴 우는 사요코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던 다케다는 곁에 뒹굴고
있던 빈 위스키 병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 순간 사요코는 미친
듯이 몸을 심하게 비틀면서 당황하여 사요코의 양어깨를 붙들려 했던 호리가와의
손을 뿌리쳤다.
"서 선생님!"
하고 소리치며 사요코는 손이 뒤로 묶여진 채 돌풍 같은 기세로 시즈코 부인
곁으로 달려갔다.
"사 사요코!"
이부자리에 엎드려서 흐느껴 울고 있던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사요코는 참고 참았던 것이 가슴을 뚫고 흘러나온
듯 오열하며 시즈코 부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도 너무나도 비참한 자신들의 운명을 한탄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요코의 가엾은 울음에 가슴이 아팠는지 얼떨결에 사요코의 부드러운 머리에
얼굴을 묻고 사요코와 함께 소리내어 울었다.
소위 쇼의 무대로써 방의 중앙에 놓여진 이부자리 위에서 서로 상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결박된 몸을 비틀면서 오열하고 있는 두 미녀를 다시로와 가와다
일행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라도 바라보는 기분으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 사요코, 사요코는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예요? 무서워요, 무서워요."
사요코는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뜨거운 눈물로 적시면서 흐느껴 울었다.
"사요코, 여긴 지옥이야. 우린 지, 지옥으로 떨어진 거야."
시즈코 부인도 흐느껴 울며 사요코의 검은머리를 볼로 쓰다듬으면서 목이
메인 소리로 울먹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오니겐은 크게 기지개를 켜며 두 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사요코의 어깨 주위를 퐁퐁 두드렸다.
"어지간히 하시지, 사요코. 너의 무도 선생인지, 꽃꽂이 선생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즈코 부인은 저쪽에서 코를 후비고 있는 스테타로라는 바보스런 사람과
오늘밤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될 거야." 오니겐은 사요코의 턱을 잡고 벽에
등을 대고 다리를 뻗고 앉아 있은 스테타로 쪽으로 억지로 얼굴을 돌리도록
하였다.
스테타로는 자신의 무대 출연 순서를 멍하니 가다리며 코를 후비기도 하고
배 주위를 북북 긁기도 하고 있었다.
그 괴상한 스테타로의 용모를 보고 소름이 돋는 듯 눈을 감아버린 사요코를
오니겐은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저 남자와 너의 스승은 이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특별
쇼를 연출해주실 거야. 원한다면 네게도 보여줄까?"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당황하며 다가와서
"그러지 마세요, 이쪽은 이쪽대로 즐겨야 하니까요."
라고 말했다.
"자, 아가씨. 우리도 재미있게 놀아보죠."
하며 똘마니 야쿠자들이 다시 사요코의 어깨를 잡고 일으키려 하였다.
"싫엇, 싫어요!"
사요코는 귀까지 덮고있는 웨이브 진 검은머리를 흔들면서 시즈코 부인의
어깨로 얼굴을 숨기며 피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를 등으로
보호하며 두 똘마니들에게 처연할 정도로 아름다운 용모로 정색을 하며 쳐다보았다.
"부탁입니다, 나를, 나를 사요코 몸을 대신하도록 해주세요."
똘마니 두 사람은 시즈코 부인의 용모에 초장부터 기세가 꺾인 듯이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지만, 오니겐은 바보 같은 소리하지마 하며 웃는 것이었다.
"나는, 사요코에게 훈련을 시키기 위해 이 패거리들에게 맡기려는 거야.
네가 사요코를 대신한다면 무슨 도움이 되겠어. 자, 아가씨를 이쪽으로 보내."
그러나 시즈코 부인은 필사적으로 항의하는 눈초리를 하며 사요코를 등으로
보호한 자세 그대로 슬슬 뒷걸음질치는 것이었다.
부인의 등에 몸을 숨기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사요코도 여전히 울상인 표정을
지었다.
"옛날의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훈련을 방해하거나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오니겐은 갑자기 시즈코 부인의 뺨을 찰싹 때리고 사요코의 엉덩이 줄을
잡아끌었다.
"잠깐 기다려요, 오니겐 씨?"
찌요가 느릿하게 일어서며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사요코 씨의 몸을 생각하는 마음을 곁에서 지켜보고 나도
왠지 가슴이 찡해지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아름다운
아가씨를 젊은 남자들이 끌고 가서 장난감을 갖고 놀듯이 한다는 건, 너무
참혹해요."
"뭐라고요?"
오니겐은 맥이 빠진 듯 손에 잡고 있던 사요코의 엉덩이 줄을 놓았다. 사요코는
다시 시즈코 부인 곁으로 몸을 떨어뜨리고 부인의 등에다 얼굴을 비비며 흐느껴
우는 것이었다.
"그럼, 찌요 부인 사요코를 훈련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니겐은 자신의 일을 트집 잡힌 기분에 화가 났던 것이다. 시즈코 부인은
의외로 이 찌요에 의해 사요코가 위기에서 구해졌다는 생각에 갑자기 생기가
돌아 찌요에게 말했다.
"찌요 씨, 이 은혜 고맙습니다. 부탁입니다. 사요코까지 나처럼 비참한 여자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부, 부탁입니다."
시즈코 부인에게 있어서 찌요는 이 방에 들어 있는 어느 악마들보다도 밉고,
그리고 무서운 귀신같은 여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를 똘마니들의 노리개가 될 뻔한 위기에서 구해줬기 때문에 증오하고도
남을 찌요에게 계속해서 애원하는 것이었다.
"시즈코는 이미 이렇게 돼버린 여자예요. 앞으로 어떠한 처벌을 받아도 찌요
씨를 원망하거나 하지 않겠어요. 부탁이에요, 사요코 같은 사람을 이제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
울면서 애원하는 시즈코 부인 곁에 있던 찌요는 뭔가 속셈이 있는 듯이 몸을
비틀며 말했다.
"알겠어요. 전에 부인은 다도와 꽃꽂이로 몇 명의 제자를 데리고 있었지만
특히 무도의 제자였던 이 사요코 씨를 매우 귀여워했었죠. 사요코가 무도의
자격을 인정받는 피로연 때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해 주셨죠."
그런 이전의 일들을 찌요는 사뭇 즐거운 듯이 인심 좋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말속에 뭔가 찌요의 악랄한 계략이 들어있다는 것을 느낀
시즈코 부인은 갑자기 몸에 오한이 이는 듯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니까 부인, 호호호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요코 씨의 좋은 스승이었던
부인이라면 필시 사요코 씨의 훌륭한 훈련사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똘마니 야쿠자들을 이용해서 사요코에게 과감한 조치를 취하게 하고 무도의
사제 관계였던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에게 비밀 쇼에서도 사제 관계를 맺도록
하자는 것이 찌요의 착상이었던 것이다.
"과연, 그게 좋을 것 같군요."
오니겐이 뻐드렁니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긴코와 아케미도
손바닥을 두드리며 찬성, 찬성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 일은 지금 찌요가 처음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다시로와 가와다도 전부터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사요코의 신병은 당신에게 맡긴다는 거예요. 그렇게 하는데 이의가
있나요?"
찌요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재차 말했다.
"싫다면 싫다고 해요. 그럼 오니겐 씨의 방법으로 사요코 씨를 훈련시키면
되니까. 자, 어느 쪽으로 할 거예요, 부인?"
손이 뒤로 단단히 결박된 부자유스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서로를 보호하려고
하며 숨이 막힐 것 같은 굴욕스러움에 흐느껴 우는 두 미녀의 주위를 꽉 메우듯
에워싸고 있는 빨강 파랑 귀신들은 소위 수준급 스타의 대열에 오른 시즈코
부인이 신인인 사요코에게 훈련을 시킨다는 것에 대단한 흥미를 느꼈지만,
그러나 애석한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 사요코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기쁨에
마음이 들떠 있던 다케다와 호리가와였다.
"그런 당치 않은 소리하지 마세요. 우리는 뭡니까? 우린 절대 반댑니다."
그들은 사요코의 훈련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하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구경꾼들에게 큰소리치며 털썩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버리는 것이었다. 사요코는
갑자기 그쪽으로 눈을 돌려 전율하면서 시즈코 부인의 무릎에 몸을 쓰러뜨리며
애원하듯 호소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제발 사요코를 저 사람들에게 보내지 말아주세요!"
"……사요코."
시즈코 부인은 조형미 있는 우아한 용모에 우수에 찬 표정으로 갑자기 결심이라도
한 듯이 사요코의 얼굴을 보았다.
"사요코, 시즈코와 함께라면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참아줄 수 있겠어요?"
"서, 선생님과 함께라면 나……."
사요코는 쌍꺼풀진 검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시즈코 부인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훈련이라는 의미의 공포를 아직 사요코는 확실히 알지 못했다.
"입으로 말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을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참고 견뎌, 응 죽을 각오로 참고 견뎌주는 거야."
야비하고 비열한 똘마니들 손에서 갈가리 찢길 바에는 차라리 자신의 손을
잡고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는 편이, 그리고 어쩌면 사요코는 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시즈코 부인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으로 찌요를 바라보았다.
"호호호, 어떻게 서로 상의가 됐나요?"
찌요는 입을 삐죽이며 무서운 듯이 서로 몸을 기대고 있는 두 사람을 위로하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찌요 씨,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사요코의 훈련은 내가 맡겠어요."
소녀처럼 부끄러운 표정으로 시즈코 부인이 그렇게 말하자 사면을 에워싸고
있는 구경꾼들은 와아 하고 손바닥을 치며 함성을 질러댔다.
시즈코 부인이 사요코의 훈련을 승인했기 때문에 옆쪽에서 먹이 그릇을 갈취
당한 듯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불만이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돌아버리겠네, 젠장."
"뭐, 그렇게 화내지 마."
다시로는 두 똘마니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 그리고 다케다의
귀에다 입을 갖다댔다.
"그 동안에 너희들에게도 훈련시키게 해줄게. 오늘은 그냥 참아 줘."
아름다운 피부를 맞대며 서로의 몸을 보호하면서 두 미녀가 공포와 굴욕에
떨고 있는 광경은 비열한 구경꾼들의 기분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았다.
"저, 다시로 사장님."
찌요는 다시로에게 다가가서 뭔가 귓속말을 하였다.
"응, 그래 그것 참 재미있겠네. 이제부터 시작될 쇼의 개막 오픈게임이 되는
거겠군."
다시로는 불그레한 얼굴은 싱글벙글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오니겐과
가와다를 불러 찌요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지금 찌요 부인에게서 의견이 하나 나왔는데, 마침 이렇게 두 미녀가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다 듣지 않고도 오니겐과 가와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 제자를 훈련하는 시즈코 부인, 그 쇼의 개막 훈련을 이제부터 연출시킨다,
그런 말이군요 사장님?"
가와다가 말하자, 뭐 그런 거죠, 하며 찌요가 몸을 서로 기대고 있는 두
미녀에게 다가갔다. 찌요가 다가오자 두 미녀는 피부에 소름이 돋는 듯 몸을
더욱 작게 움츠려버렸다.
"야, 두 사람 사이가 좋군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만 있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찌요는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코를 벌름거렸다.
"한마디로 같은 교육이라고 해도 이 길은 부인이 무도를 사요코 양에게 가르친
것과 비할 바가 아니죠. 처음엔 먼저 사제의 관계를 넘어선 깊은 관계를 맺어줘야
해요. 그렇죠 오니겐 씨?"
찌요는 웃음을 머금으며 오니겐 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런 거죠. 찌요 부인이 말하는 대로야."
오니겐도 찌요에게 장단을 맞추며 비열하게 조소하듯 웃으며 몸을 웅크리고
흐느껴 우는 두 미녀의 등을 팍팍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럼, 어서 특수한 사제간의 맹세를 교환해 주셔야죠. 그렇죠 두분?"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아케미에게 명령하였다.
"야 아케미, 훈련 실로 가서 도구를 가지고 와, 알겠지?"
아케미가 대답하고 방밖으로 나가자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의 하얀 어깨에
얼굴을 묻고 소리내어 오열하였다.
"사 사요코, 참는 거야. 참아야……."
똘마니 야쿠자의 손에서 참혹한 지경이 될 뻔한 사요코는 시즈코 부인의
애원에 의해 일단 중지됐지만, 그 대신으로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의 훈련을
맡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금부터 사요코와
굴욕스런 고문을 함께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찌요의
잔인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고릴라 같은 체격의 백치 남자에게 시즈코 부인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애 제자인 사요코와도 특수한 관계를 갖게 하려는 찌요의 이상한
집념은 시즈코 부인만이 아니라 실제 오빠인 가와다조차도 문득 정신이 이상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오니겐 씨, 나, 이 아름다운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 양이 각별히 사랑하고
있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어요. 어떻게 좋은 포즈를 좀 취하게 해봐요."
찌요는 새로운 필름을 카메라에 넣으면서 오니겐에게 말했다.
오니겐은 잠시 생각한 뒤 긴코를 조수로 써서 서로 몸을 기대고 있는 부인과
사요코를 일단 떼어놓으려고 하였다.
두 사람의 손이 양어깨에 닿자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는 몹시 당황하며 새빨간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꾸물거리지 마. 잠깐 사진만 찍으려는 거야."
오니겐에게 큰 소리로 질타 당한 시즈코 부인은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오니겐이 지시하는 대로 시트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자, 사요코는 부인의 무릎 위에 올라타 옆을 보지 말고 앞쪽을 향하여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란 말야."
그래, 하고 가와다가 싫어, 싫어하며 새빨개진 얼굴을 좌우로 흔들고 있는
사요코를 끌어안으며 부인에게 책상다리를 하고 앉도록 한 다음 그 무릎 위에
목마라도 태우려는 듯이 다그치는 것이었다.
"음, 포즈 멋있다."
찌요는 카메라를 치켜들었다. 오니겐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
"자, 부인이 제자에게 키스 좀 해주세요."
부인은 오니겐에게 뒷머리 부분이 밀리는 것을 꾹 참고있었다. 오니겐은
사요코의 부푼 가슴에 부인의 입술이 닿도록 하였다.
사요코는 악마들이 자신들에게 시키려고 하는 것의 의미를 이제야 겨우 알았던
것이다.
"시. 싫엇, 선생님!"
지금까지 존경하고 사랑해온 시즈코 부인의 입술이, 사요코에게는 이 모든
것이 대단한 충격이었다. 츠무라에게 능욕 당했을 때 이상으로 더욱 심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요코는 달콤한 향료 냄새가 밴 부인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다음은 왼쪽이에요, 부인."
찌요는 그런 두 사람의 자태를 통쾌한 듯 바라보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다양하게 주문을 해대었다.
"이번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누워서 키스해 주세요."
오니겐은 뻐드렁니를 드러내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거 참 재미있네, 자 빨리 키스해봐."
찌요는 카메라를 들고 무대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아름다운 사제간의 굴욕적인
장면을 렌즈에 담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서, 선생님…… 사요코, 이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요, 선생님이 함께 하신다면……."
"……가여운, 아아, 가여운 사요코!"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는 극한 감정을 참을 수 없었는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는데
긴코는 귀찮게 한다는 듯이 혀를 찼다.
"언제까지 그렇게 훌쩍거릴 거야. 이제부터 매일 시즈코 부인이 사요코 양을
훈련시켜야 하는데 그런 상태로는 곤란하잖아. 자, 시키는 대로 해봐, 아주
정열적으로."
훌쩍거리며 흐느껴 울고있던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는 서로 결심이라도 한
듯이 입술과 입술을 마주치는 것이었다.
구경꾼들은 손뼉을 치며 야유하였고 찌요와 츠무라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었다.
"호호호, 어때요, 거꾸로 하는 키스가 그런 대로 괜찮은 것 같죠. 더욱 정열적으로
서로 혀를 빨아봐요. 당신들은 이제부터 서로 공통의 비밀을 갖게되는 거예요.
자, 이제 비밀 사랑을 완성시키는 거예요."
찌요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두 미녀에게 열심히 지껄여대었다.
사요코를 구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녀의 육체와 마음에 이들 악마들의
고문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참아낼 수 있는 강인함을 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요코를 악마들이 기뻐하는 악마적인 육체의 소유자로 훈련시키는
것, 시즈코 부인은 고뇌 끝에 문득 그런 상상을 하며 그들의 말대로 자신이
사요코를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도 역시 이 지옥 같은 고문을 본심에서 종용할 수 있는
육체와 마음으로…… 아아, 과연, 그와 같은 일이…… 시즈코 부인은 고통과
공포에 휩싸여 열병을 앓고 있는 듯한 상태에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즈코 부인의 꽃잎 같은 입술과 혀는 사요코를 따뜻하게 격무해 주었고,
그녀가 알아듣도록 시즈코 부인은 비장한 마음을 담아서 악마들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그것은 시즈코 부인이 이 무서운 세계를 둘이서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자는
무언의 뜻이기도 하였고, 또한 사요코가 선생님과 함께라면 나, 어떤 고통도
참을 수 있어요, 라는 대답을 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키스였다.
스승으로 추앙 받아왔던 아름다운 유부녀의 키스, 그것은 사요코에게 강요된
것은 아니었지만 무서우리만큼 달콤하고 괴롭고 그리고 자극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픈 것은 몸이 결박되어 있는 고통과 또 주위에 싫어하는
눈들이 있는 이상, 그것은 치욕 이외에 다른 것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시즈코와 사요코를 만족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던 오니겐은 가와다에게
눈짓을 하며 다시 사요코의 어깨와 사지를 조금 들어올리도록 하여 부인과
평행하게 한 다음 앞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옆으로 뉘어진 사요코의
눈앞에는 자주색 줄로 위아래가 꽁꽁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의…… 또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코앞에는 마줄로 묶여진 탐스러운 사요코의…….
"자, 시작해봐."
긴코는 아름다운 두 그루의 유목에게 소리치고는 있는 찌요의 얼굴을 보았다.
찌요도 입을 삐죽이며 긴코의 얼굴을 보았다.
"……사요코, 용서해 줘."
사요코가 얼굴을 돌리자 오니겐의 불호령이 사요코에게 떨어졌다.
"뭐 하는 거야, 너도 답을 해야 될 거 아냐."
부인의 입술은 사요코의 탐스러운 젖가슴에 사요코의 입술은 부인의 감각적이고
풍만한 젖가슴에 닿았다.
"……요, 용서하세요, 선생님……."
사요코는 피를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오니겐의 호령에 따랐다.
찌요와 츠무라, 긴코는 킥킥거리면서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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