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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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모님의 춤>
사요코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괴로운 듯이 숨을 쉬고 있었다.
매끈매끈하게 긴장된 하얀 볼, 선이 고운 코, 냉정하면서도 기품이 감도는
사요코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이 소녀들은 계속 바라보며 대갓집 규수를 결국
무너뜨릴 수 있었던 기쁨을 서로 음미하고 있었다.
바싹 오므리고 있는 사요코의 상아빛 허벅지가 시종 부르르 경련이 일었고,
그것을 쭉 지켜보고 있던 여자들의 마음에 사요코는 숨이 막힐 정도로 관능적인
여자로까지 느껴졌다.
아케미는 기세가 꺾여 가엾은 여운에 심취해 있는 사요코의 옆으로 몸을
붙이며 다가왔다.
"어때 사요코, 괜찮았어."
"응, 사요코, 그렇게 부끄러워만 하지 말고 확실히 대답해봐."
아케미는 사요코의 볼을 두 손으로 잡아 자신 쪽으로 향하도록 하였다. 사요코는
감았던 눈을 뜨고 수치심이 어린 눈동자를 힘없이 움직이며 울먹이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정말 사랑스러워 사요코, 좋아. 아주 좋아해."
아케미는 사요코를 곽 껴안고 볼과 귓불에 뜨거운 키스를 하였다. 사요코는
살짝 눈을 감은 채 아케미의 행위를 감미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것으로 자신은 여기에 모여 있는 이 여자들 앞에 패배한 비참한 모습을
드러내 버렸다는 생각에 사요코는 몸과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리는 것 같았다.
이대로 심장이 터져서 단숨에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케미는 장난기 있는 웃음을 지으며 사요코에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너를 사랑해 주고 싶은데, 괜찮겠지,"
"싫어. 언니. 이제 더 이상 그만, 제발이에요."
사요코는 힘없는 시선을 아케미에게 향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케미는
웃음을 머금으며 긴코와 요시코가 있는 쪽으로 눈짓을 하였다.
에츠코는 카세트의 마이크를 가져오고 있었다. 마이크의 차가운 금속이 갑자기
사요코의 부드러운 피부에 닿았기 때문에 사요코는 뭔지 모를 공포감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더욱 경직시키고 있었다.
"무, 무얼 하시려는 거예요."
사요코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웃고 서 있는 아케미 쪽을 바라보았다.
"후후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난, 부끄러워서 말을 할 수가 없는데,
얘, 긴코 설명 좀 해줘."
아케미는 키득키득 웃으며 긴코의 얼굴을 보았다.
"아무것도 아냐, 아케미가 리드하는 대로 아가씨가 뭐 재미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거지. 그걸 우리는 이 테이프에 녹음하는 것 뿐이야."
사요코는 새빨개진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거역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아케미의
사악한 고문을 받고 완패해버린 몸을 생각하자 저절로 힘이 빠져버리는 것
같았다.
"앗, 아……."
한쪽 다리를 들려 다른 한쪽 다리로 서서 홍조를 띤 사요코의 아름다운 얼굴은
더할 수 없는 수치심에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뭐야, 개가 쉬를 하는 것 같네. 아가씨."
긴코가 그렇게 말하자 소녀들은 모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케미가 다시 사요코의 정면에 서서
"좀 부끄럽긴 하겠지만 사요코가 우리의 사랑을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그
기록을 갖고싶은 것뿐이니까 자, 시작하자."
사요코는 입술을 떨며 싫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제발 나, 죽 죽어버릴 거야, 부탁이에요, 더 이상 참, 참을 수가……."
사요코는 한없이 흐느끼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애원했지만 또다시 이전과
같은 정감이 더욱더 강한 느낌이 몸 속에서 끓어오르고 있었다.
사요코의 눈동자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공허한 빛을 띠기 시작했고, 온몸이
함에 흠뻑 젖기 시작했다. 뜻대로 안 되는지 몸이 꼬이며 격해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긴코는 마리 쪽을 향하여 말하였다.
"마리, 요시오 씨와 사장님을 불러와, 서서히 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사요코는 하얀 볼을 붉게 충혈 시키며 모공에서 뿜어 나오려는 피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곧 요시오와 다시로가 이곳으로 와서 이 여자들에게 고문
받고 있는 자신을 보고 소리내어 웃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요코는 더
이상 그런 굴욕에 울거나 큰 소리 칠 기력도 없었고 불 같은 마음으로 고문하고
있는 아케미와 요시코에게 사정없이 몸을 떨며 그것을 참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전엔 이 여자들의 교묘한 유도와 재빠른 공격으로 앗 하는 사이에 극한
상황이 되어버렸던 사요코였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조금 다른 곳에서 사요코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기 때문에 기진맥진한 사요코는 다시 끌려 올라가는 것처럼
비틀비틀 산 정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괴롭고, 수치스러운 감각은 이제 사요코의 신경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불같은
느낌이 전신을 에워싸는 듯한 감미로움, 그리고 격렬한 쾌감, 사요코는 괴성을
지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후후후, 어때 사요코 들려?"
아케미는 단숨에 정상으로 쫓아버리지 않고 갑자기 행위를 정지시켜 사요코를
정상 주위에서 배회시키고 있었다.
아케미는 긴코에게 눈짓을 하였다. 곧 기다리고 있던 요시오와 다시로가
들어와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때요, 사장님 아케미가 말한 대로죠."
마이크를 대고 있는 긴코가 다시로 쪽을 돌아다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나서 이번에는 마이크를 사요코의 입 가까이에 갖다대고
쾌감이 고조될 때마다 점점 격해지는 사요코의 감미롭고 가느다란 흐느낌을
녹음하고 있었다.
"대갓집 규수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군."
하고 다시로가 요시오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요시오도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케미에게 고문 받고 있는 사요코
곁으로 다가갔다.
사요코는 뭔가 혼미한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축축한 눈동자를 멍하니 요시오에게
향했다. 그 끈적끈적한 눈동자에는 요시오에 대한 증오나 원망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고, 단지 숨이 막힐 정도로 욱신거리고 있는 육체를 요시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 같은 눈초리였다.
"그 정도로 됐어. 너무 계속하며 미쳐버릴 거야."
하고 요시오는 정상 직전을 배회하고 있는 아케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요, 그럼 마무리할게요."
충분히 녹음을 한 아케미는 갑자기 피치를 올려 사요코를 단숨에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우―웃……."
사요코는 미친 듯이 눈썹을 찡그리며 머리를 뒤로 젖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동물적인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요코가 질식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숨이 넘어가자 에츠코는 그제야 겨우 다리를 내려놓았다.
사요코는 실신했는지 고개를 깊게 늘어뜨려 버렸다. 그리고 줄로 단단히
묶여진 몸은 휴식을 취하며 이어지는 깊은 도취의 여운에 빠져들고 있었다.
"굉장해, 이 아가씨."
하고 아케미가 말하자 여자들은 다시 웃기 시작했다.
"이 아가씨. 굉장히 민감한 것 같아."
라며 여자들은 사요코의 육체에 대한 감상을 서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좋아, 다음은 츠무라 씨의 일이야. 너희들은 여기서 나가."
다시로가 웃으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예, 예, 그럼 천천히, 약속대로 녹음한 테이프는 여기에 둘 테니까요."
긴코는 요시오에게 카세트 테이프를 건네주고 어깨동무하듯 아케미의 어깨에
팔을 얹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럼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나도 이만 물러가죠."
다시로는 싱글벙글 웃으며 요시코, 에츠코와 함께 방을 나갔다.
요시오는 멍하니 무참하게 풀이 죽어있는 사요코의 앞에 섰다.
"이봐, 어떻게 하고 싶어. 정신차려 사요코."
사요코는 요시오가 세차게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간신히 눈을 떴다. 초점이
정확치 않은 공허한 눈을 멍하니 요시오에게 향하고 있는 사요코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더 이상, 사요코, 안 돼요."
그리고 띄엄띄엄 몇 마리 중얼거리고는 다시 감아버린 눈꺼풀에서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하얀 볼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여자들에게까지
천박한 모습을 보여버린 자신의 비참함을 요시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었다.
요시오는 손가락으로 사요코의 얼굴을 돌려 수치심에 물든 그녀의 옆모습을
보았다. 그런 사요코가 애처로워서 요시오는 사요코의 어깨에 손을 얹고 살짝
사요코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사요코는 요시오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며
나지막이 흐느꼈다.
"사요코는 이제 당신 말을 믿을 거예요, 제발, 빨리 사요코를 여기서……."
"알았어."
요시오는 사요코의 애처로운 애원을 귀찮아하면서 손수건을 꺼내 허리를
구부렸다. 사요코는 눈썹을 찡그리며 그 행위를 감미하면서 헐떡이며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 아까 말씀하신 건 정말 약속해주세요. 우치무라 씨에게 그 사진을
보내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그보다 사요코. 너, 정말 감정이 대단해. 좋은 집안의 아가씨들은 과연
어떨까 하고 생각했는데……."
요시오는 사요코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사요코의 그 부분에 계속
눈을 주시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사요코는, 사요코는 당신이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뭐든지 듣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내 친구들에게 그런 끔찍한 사진을 보내는 것만은……."
"자, 사요코 언제까지 같은 말만 되풀이 할거야."
요시오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와자키 일행은 그날 밤 11시가 조금 지나서야 도착하게 되었다.
모리다, 가와다, 그리고 요시오가 현관으로 이들을 맞으러 나가자 막 택시에서
내린 이와자키는 등이 새우등처럼 굽은 모습으로 간부 야쿠샤인 다니무라와
에바라를 보디가드로 하여 현관에 올라섰다.
"술과 여자 준비는 잘 돼 있겠지."
하며 무릎을 구부리며 현관 앞에 앉아 있던 요시오를 향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예,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실수 없이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
요시오는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이와자키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 올라섰다.
이와자키의 나이는 사십 오륙 세로 피부나 근육도 단단한 검붉은 색을 띠고
있었으며 역시 몇백 명이나 되는 야쿠샤의 두목인 만큼 그 눈에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일종의 살기를 느끼게 하는 예리함이 있었다.
2층 연회 홀에는 이미 술상 준비가 되어 있었고 이와자키와 두 사람의 부하가
도착하자, 검은 예복으로 갈아입은 다시로가 얼굴을 내밀었다.
"잘 오셨습니다."
하며 관서의 큰 두목인 이와자키 다이코로에게 관례적인 인사를 갖추고 내일부터
이와자키 두목 환영 도박 회에 대한 준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시로는 내일 아침 몇몇 조직과 몇몇 일가로 한바퀴 돌고 저녁 7시부터
이 연회실에서 성대한 도박 회를 연다고 하는 그런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좋아, 알았어. 그보다 다시로 당신이 편지에 썼던 굉장한 미인을 아까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잠깐 얼굴만이라도 보여주게."
이와자키는 요시오가 따라준 잔을 단숨에 들이키며 다시로의 얼굴을 노려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굉장한 미인을 준비했다고 하는 다시로의 편지를 받고 일부러 오오사카 벽지에서
찾아와 도박 회를 열어 막대한 장대를 다시로에게 벌게 해줄 생각이지만 만약
여자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여기를 떠날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점에 있어서 다시로는 자신만만했다.
"그럼, 빨리 뵙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다시로는 모리다 쪽을 향해 눈짓을 했다. 이와자키가 재촉하지 않더라도
술자리의 흥을 돋우기 위해 이곳에서 시즈코 부인이 춤을 추도록 되어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앞뒤로 모리다와 오니겐의 사이에 끼어 시즈코 부인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옷을 입게 된 시즈코의 그 모습은 마치 점토 인형으로
보일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옷은 야하지 않고 차분한 색으로 염색된 수수한 것이었으며, 요염한 올린
머리 모양의 가발과 조화를 이루어 이와자키는 무심결에 자세를 고쳐 앉을
정도였다.
"어떻습니까, 이와자키 두목님, 무용도 하죠. 다도, 생화, 기타 모든 예절이
경지에 달한 천하의 미녀입니다. 마음에 드셨습니까."
다시로는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시즈코 부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이와자키의 옆모습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음."
이와자키는 단지 신음 소리만 낼 뿐, 완전히 그녀의 미모에 혼을 빼앗겨버린
것 같았다.
그때 오늘 아침 일단 도야가로 돌아가 있었던 찌요가 문을 열고 들어와 이와자키
앞에 와서 두 손을 모았다. 관서의 거물이 다시로가 있는 곳으로 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무언가 도울 일이 있을 것 같아 달려왔을 것이다.
"저, 찌요라고 합니다. 도야마 리츠요의……."
라고 자기 소개를 시작했지만 시즈코 부인의 요염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이와자키에게는 단지 그게 귀찮을 뿐이었다.
"예기는 나중에 듣지, 저쪽으로 가 있어."
하며 화가 난 듯 소리쳤기 때문에 찌요는 울상이 된 표정으로 뒷걸음질치며
요시오의 옆에 앉았다.
"반주도 없고, 듣기 곤란하겠지만, 제가 한 곡조 하겠습니다."
하며 다시로는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모리다와 오니겐이 준비한 병풍 앞에 서서 이와자키 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얌전하게 인사하였다.
"……조심해서 내가 버린 사랑이지만……?"
다시로가 가래가 걸린 듯 이상한 소리를 질러댔기 때문에 이와자키는 눈썹을
찡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병풍 앞에서 조용하게 춤을 추기 시작한
시즈코 부인의 마치 비단결에서 빠져 나온 듯한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들떠
몸을 앞으로 내밀며 바라보기 시작했다.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은 머리 모양이 매혹적인 미녀가 팔과 상체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우아한 곡선을 만들며 조용하게 춤을 추자 이와자키 뿐만
아니라 이와자키를 보호하며 함께 왔던 간부 야쿠자들까지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로는 겨우 1절을 끝내고 이와자키를 향해 술병을 내밀었지만 이와자키는
온 얼굴의 신경이 마비되어버린 것처럼 게슴츠레한 표정으로 춤을 끝내고 방바닥에
손을 놓고있는 시즈코 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와자키 두목, 지금부터가 재미있습니다."
다시로는 입을 삐죽이며 시즈코 부인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자, 나체 춤이야, 보기 좋게 의상을 벗어볼까."
그 소리를 신호로 했던 것처럼 병풍 뒤에 숨어 있던 오니겐과 모리다가 무대로
등장하여 시즈코 부인을 일으켜 세우고 허리띠에 손을 대는 것이었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이와자키는 제정신이 들었다.
"나체 춤?"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저 미인을 처음 태어났을 때의 모습인 완전한 나체로
무대에 올려 춤을 추게 하려는 것입니다."
다시로는 어떻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으로 이와자키를 보았지만 이와자키는
손을 들어 그것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내게 서비스해 주려는 마음은 고맙지만, 그 별품은 오늘밤 내 부인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모두 보고 있는 앞에서 벌거벗게 할 수야 없지."
하며 언짢은 얼굴을 하는 것이었다.
"알아차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며 이와자키에게 머리를 숙이고 재빨리 오니겐 쪽을 바라보았다.
"그럼, 오니겐, 시즈코를 오니겐의 침실로 데려다 줘."
라고 명령하였다.
많은 사람 속에서 나체 춤을 춰야 했던 시즈코 부인은 이와자키 쪽을 흘끔
쳐다보며 쓸쓸한 표정으로 감사의 눈초리를 보내고 풀렸던 허리띠를 고쳐 맸다.
시즈코 부인이 인사를 하고 다시 모리다와 오니겐의 사이에 끼여 방을 나가자
이와자키는 술잔 가득 술을 따랐다.
"다시로 씨, 지금 그 여자, 마음에 들었네. 좋아, 내일 도박장 준비는 일체
자네에게 맡기겠네, 잘해주게."
"대단히 고맙습니다."
"그 대신 나는 저런 별품을 보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염없이 울리고 싶은
취미가 있어. 자네도 그 일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하는 말 잘 알아듣겠지.
내일 점심때까지 즐길 생각이니까, 그냥 놔두게."
그러자 요시오 옆에서 상당히 기분 좋게 취해버린 찌요가 다시 비틀비틀
일어서서 이와자키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예― 두목, 그냥 먹든 익혀먹든 그건 두목의 자유입니다, 저 여자의 고용주는
저라고 생각하고 뭐든지 물어주십시오."
찌요는 이와자키에게 다가가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이와자키의 침실은 2층에 있었고, 침실에는 침구 1세트, 붉게 염색된 스탠드,
화장지, 물컵 등이 보기 좋게 놓여있었으며 문풍지와 병풍에는 극채색으로
된 색정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에츠코와 마리는 젊은 부인에게 어울리는 산뜻한 머리 모양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오니겐과 모리다는 그런 시즈코 부인의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었다.
"알겠어? 지금 말한 대로 이 방 여기저기에는 은밀히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너와 이와자키 두목이 벌이는 일들이 모두 사장 침실로 통하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오니겐에게 교육받은 대로 이와자키 두목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올리지 못하면 나중에 징계를 받게 될 거야."
모리다가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거울 앞에 앉아서 에츠고의 미용을 받고 있는 시즈코 부인은 줄곧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좋아, 됐어. 오늘은 이 정도면 아름다운 것 같애. 부인."
에츠코는 겨우 일을 마치고 시즈코 부인의 옆모습을 보았다. 우아함을 품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는 피곤에 지친 듯 나약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우수적인 시즈코 부인의 용모에 일종의 광채를 더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문득 인간적인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하였다.
문이 열리고 긴코와 아케미, 요시코 세 사람이 쟁반 가득히 술과 요리를
담아들고 들어왔다. 이와자키의 침실에 일단 술과 요리를 준비하라는 다시로의
명령에 따라 가지고 온 것이다.
"좀 도와줘요, 우린 종업원이 아니니까. 이런 일은 힘들어요."
긴코는 경대 앞에 앉아 있는 시즈코 부인에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이봐요, 거기 아름다운 부인. 그렇게 얌전한 채 앉아 있지만 말고 좀 도와줘요."
그렇게 말하며 긴코는 쟁반을 던지듯이 방바닥에 내려놓자 아케미와 요시코도
따라서 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시즈코 부인의 참한 모습은 줄곧 그녀의
나체만 보고 있었던 그녀들의 눈에는 왠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비쳐졌다.
"어, 오늘밤의 부인은 좀 달라 보이네요, 굉장히 예쁘네, 완전히 반해버리겠군."
그녀들은 넋을 잃고 부인을 바라보았다.
운반된 요리들을 탁상 위에 차리는 시즈코 부인의 솜씨와 동작에는 상류
사회에서 익숙해진 매혹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고, 무수한 지옥 같은 고문에
비지땀을 흘리며 몸부림쳤던 여자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시즈코 부인이 일하는 동안 여자들은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침소 쪽을
바라보며
"후후후, 여기서 저 부인, 이와자키와……."
하며 비천한 어휘를 사용하여 자기네들끼리 얼굴을 쳐다보고 깔깔거리며
웃고있었다.
그러나 시즈코 부인은 일부러 냉담한 얼굴을 하며 식탁 준비를 마치고는
"저, 됐습니까."
하며 모리다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됐다는 듯 모리다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여자들 쪽을 보며 소리쳤다.
"자 우리들은 방해가 되니까 나가자, 이제 곧 이와자키 두목이 이곳으로
오실 테니까."
그 말을 듣자, 그녀들은 당황해서 방밖으로 나가며 복도 쪽에서 저마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시즈코 부인을 야유하는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좋아, 부인, 허리를 잘 사용해야 돼요."
"되도록 자극적인 소리를 내서 꽉 잡아봐요."
여자들이 그런 야유 섞인 소리를 하며 나간 직후에 이와자키와 찌요가 마치
어깨동무라도 하듯이 술 냄새를 풍기면서 들어왔다.
"그렇게 취하셔도 괜찮겠습니까, 두목."
모리다와 오니겐은 웃으면서 이와자키와 찌요를 식탁 앞으로 앉도록 하였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이 정도의 술로 취할 내가 아니지."
이와자키는 성내듯이 말하며 식탁 위에 놓여진 술병으로 또 손을 뻗치려고
하였다.
"안돼. 두목, 더 이상 마시면 정말 도움이 안 돼요."
찌요가 술병을 들어 자신의 잔에 채우며 쭈욱 들이킨 다음 술에 취해 멍하니
풀린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시즈코는 어디 있는 거야, 시즈코는."
시즈코 부인은 방의 한쪽 구석에 다소곳이 앉아 만취한 두 사람을 당황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모리다와 오니겐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즈코 부인 곁으로 다가갔다.
"그럼, 이와자키 두목의 시중을 부탁해. 우리는 술 취한 상대는 질색이야."
라며 일체를 시즈코 부인에게 맡긴다는 식으로 도망치려는 듯 일어섰다.
"기다려 주세요."
시즈코 부인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부탁입니다. 찌요 씨를 어떠해서든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저 사람이
있는 앞에서는 저, 도저히……."
같은 여자인 찌요가 보고 있는 앞에서는 도저히 오니겐에게 지시 받은 술시중을
할 수가 없다는 시즈코 부인의 말이었다.
"바보 같은 소리. 찌요 부인도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손님이야, 상대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서비스만 잘하면 되는 거지. 그것이 네 임무니까."
오니겐이 말하며 모리다를 불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시즈코 어서 이쪽으로 와서 우리에게 술 따르지 않고."
찌요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간신히 마음을 억누르며 굳은 표정으로 시즈코 부인은 일어서서 조용히 두
사람 앞으로 나아갔다.
"역시 별품이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이만한 미인을 만난 적이 없어."
이와자키는 시즈코 부인의 일거일동을 눈도 떼지 못하고 뚫어지게 쳐다보며
감탄하였다.
"한잔, 어떠실는지요."
시즈코 부인은 왼손으로 살짝 옷소매를 잡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이와자키에게
술을 따랐다.
온몸 전체가 부드러운 선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시즈코 부인에게 정면에서
잔을 받은 이와자키는 넋을 잃고 오로지 부인의 얼굴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을 예기(기생)로 친다면 이 정도로 아름답고 세련된 예기는 없을
것이다. 이와자키는 잔에 있는 술을 비우고 안절부절못하며 다시 잔을 시즈코
부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런 이와자키와 시즈코 부인 사이에서 뭔가 화가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느낀 찌요는,
"이봐, 시즈코, 옷을 벗은 시즈코에게 잔을 받고 싶어."
하며 눈에 힘을 주며 말하는 것이었다.
놀란 시즈코 부인은 험악스러운 찌요의 얼굴을 보자, 이내 곧 이와시키 쪽으로
도움을 구하는 시선을 보냈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찌요에게 강요받을 필요도
없이 오니겐에게 교육받은 대로 이와자키에게 수치스러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아양을 떨어야 하지만, 역시 이전의 하녀였던 찌요 앞에서는 몸이 굳어버리는
시즈코 부인이었다. 그러나 이와자키는 시즈코 부인에 대하여 전과 같은 태도가
아니었다.
"남자 동료들이 보고 있으면 당신도 수치스러울 테지만 여자라면 상관없잖아.
자, 여긴 전부 3명뿐이니까 뭐든지 보여줘 봐."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시즈코 부인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한숨을 내쉬며 찌요가 던진 잔을 들어
식탁 위에 두고 천천히 일어섰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방의 한쪽 구석으로 걸어간 시즈코 부인은 슬픈 듯이 눈의 초점을 아무 데도
두지 않고 조용히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이와자키와 찌요는 갑자기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찌요는 여자로서
이와자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천박하고 외설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대며 이와자키를 재미있도록 만들었으며 이와자키도 도야마 재벌의
사모님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이 이상한 여자에 대한 경계심은 사라지고 술자리의
즐거운 이야기상대로 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즈코 부인의 손놀림에 따라 묶여 있던 허리끈이 풀려지고 긴 허리끈이
둘둘 말리듯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빨리 해, 시즈코, 두목께서 마음이 급하신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찌요는 큰 소리로 웃었다.
시즈코 부인은 아무 말 없이 어깨에서부터 옷을 벗어갔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눈부신 속옷만 걸친 시즈코 부인을 보자 이와자키는 마치 침을 질질
흘릴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비틀비틀 거리며 일어섰다.
"어머, 두목 어디 가시는 거예요."
라고 말하는 찌요의 소리를 뒤로하면서 이와자키는 뭔가에 흘린 듯이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가 부인의 어깨를 꽉 껴안아버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시즈코 부인은 저절로 몸이 굳는 듯했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이제 곧 다 벗겠습니다."
시즈코는 조용히 한쪽 볼에 미소를 띄우며 타이르듯이 이와자키에게 말했다.
"오오, 이 냄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이와자키는 투명한 속옷으로 덮여진 시즈코 부인의 유연한 어깨를 있는 힘껏
껴안으며 그 달콤한 향에 취한 듯 자꾸만 코를 비벼댔다.
이와자키의 손이 뒤에서 속옷의 끈에 닿았다.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이와자키의
귀 가까이로 입을 가져가며 말했다.
"이와자키 씨 부탁입니다. 저 찌요 씨를 이 방에서 나가게―."
속삭이듯이 작은 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이와자키는 확실히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귀를 시즈코 부인의 입가에 대는 것이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다시 한번 말해봐."
시즈코 부인은 술상 앞에서 무서운 눈초리로 계속 술을 마시고 있는 찌요
쪽을 쳐다보면서
"저 여자가 있는 앞에서는 싫습니다. 부탁입니다. 말씀하시는 건 뭐든지
들을 테니까, 제발 저 여자를……."
시즈코 부인은 이와자키의 귀에 입을 딱 붙이듯이 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일부러 요염한 눈초리를 하고 이와자키를 보며 애원하듯이 어깨에 이마를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좋아, 알았어. 그 대신 저 여자가 부르면 가서 서비스를 하는 거야. 알겠지."
이와자키는 싱글거리는 얼굴로 부인에게 그렇게 말하고 슬그머니 찌요 쪽을
보았다.
"이봐, 자네 미안하지만 여기서 나가 줘. 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점점 술맛이
없어져."
이와자키는 찌요 앞에 떡하니 서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라고요 두목, 그 여자를 술안주로 해서 마음껏 마셔보자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싫어요, 그런 무서운 얼굴은."
찌요는 이와자키에게 안길 듯이 다가왔지만 그는 살짝 피하며 그녀의 어깻죽지를
매몰차게 후려쳤다. 찌요는 그만 공중을 허우적거리며 방바닥 위로 나뒹굴었다.
"어서 여기서 나가, 네가 여기 있으면 기분이 나지 않아, 나도 이 미인도
마찬가지야."
이와자키는 갑자기 험악한 표정이 되어 소리쳤다.
"아, 알았어요. 이 여자가 나를 사악한 사람 취급을 한 거로군요. 빌어먹을."
찌요는 방바닥에 손을 짚고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귀신같은 형상을 하고 갑자기
시즈코 부인 앞으로 달려들었다.
"이봐, 기다려!"
이와자키가 막으려는 것보다 한발 앞서 찌요는 시즈코 부인에게 덤벼들어
멱살을 잡고 넘어뜨려 누르려고 하였다.
시즈코 부인은 그 여세에 꼬꾸라져 방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바람에
속옷 앞자락이 들려져 시즈코 부인의 우윳빛 허벅지까지 크게 노출되어 버렸다.
"개 같은 년, 아직도 사모님 낯짝을 해 가지고선 분하다!"
시즈코 부인의 미모에 대한 질투와 선망이 술로 인해 신경을 자극했는지
평소의 찌요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의 앞가슴을
쳐 풍만한 젖가슴도 드러나 버리게 되었지만 찌요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인의
멱살에 손을 댄 채 부인의 뒷머리 부분과 어깨를 방바닥에 두들겨대고 있었다.
"이봐, 기다려, 이 미친년이."
이와자키는 당황하여 뒤에서 찌요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방에 설치되어
있던 은밀한 마이크에서 그 소리를 듣게 된 모리다와 오니겐이 얼굴 색이 변하여
뛰어들어왔다.
"찌요 부인,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와자키와 함에 모리다와 오니겐이 미친 듯이 날뛰는 찌요를 안아 올렸기
때문에 호랑이 굴에서 벗어난 시즈코 부인은 병풍 뒤로 몸을 숨겼다.
"어서 이 여자 밖으로 데리고 나가. 완전히 기분이 망가졌어."
이와자키는 불쾌한 표정으로 모리다와 오니겐을 향해 말했다.
찌요는 술 취해 울면서 모리다와 오니겐에게 끌려나가다가 갑자기 험상궂은
표정으로 병풍 뒤에 숨어있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소리쳤다.
"잘 기억해둬. 내일은 꼭 되돌려주고 말 거야.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두 남자에게 복도로 끌려나가면서도 찌요는 울부짖듯이 계속 소리치고 있었다.
"천한 계집 같으니, 저것이 도야마 재벌의 부인이라고 누가 믿겠어."
이와자키는 찌요의 모습이 사라지자 당황하여 병풍 뒤에서 떨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손짓으로 불러냈다.
시즈코 부인은 지금 찌요의 각본에 없던 광기 어린 말로 인해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 그런 일에 놀라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애써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병풍 뒤에서 나왔다.
"무서웠어요, 이대로 죽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어요."
시즈코 부인은 그에게 감사의 눈인사를 보냈다.
"자, 이제 이곳에는 당신과 나 둘 뿐이야. 더 이상 아무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
"저어, 잠깐 기다려주세요."
시즈코 부인은 경대 앞에 조용하게 앉아, 빗을 꺼내 흐트러진 검은머리를
천천히 빗어 내리기 시작했다.
왠지 차분한 몸 동작은 오랫동안 질서 있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우아한 매력일 거라는 느낌으로 옆에서 쭉 바라보고 있는 이와자키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품 있는 미인이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를 바라보았다.
방의 한쪽 구석에 있는 옷장 위에는 이와자키의 본색을 알고 있은 다시로의
준비로 커다란 로프와 줄, 적색, 청색 띠가 있었다. 어느 것이든 마음에 드는
것을 사용하여 오늘밤 미녀를 요리하라는 것이었고 마침 그때 이와자키가 줄과
띠가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자 흐트러진 머리를 곱게 빗질한 시즈코 부인이
다가왔다.
"그것을 사용하실 거예요."
시즈코 부인은 이와자키 옆에 서서 멍하니 그 줄과 끈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시즈코 부인의 눈은 쌍꺼풀 선이 깊어지며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 같은 또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는 듯한, 동시에 뭔지 모를 슬픈 그림자가
눈동자에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나체 모습 좀 보여줄 수 있을까?"
이와자키는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옆모습과 엷은 속옷을 통해서 상상할
수 있는 훌륭한 육체에 꿀꺽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은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므로 유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옷에 여며진 끈을 풀기 시작했다. 어깨에서 미끄러지듯이 속옷이 바닥에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속옷마저 벗은 시즈코 부인의 하얀 피부가 전기 불빛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체가 된 시즈코 부인은 풍만한 두 젖가슴을 양손으로
가리면서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몸을 구부렸다.
"좋은 몸이로군. 참을 수 없을 만큼."
이와자키는 군침만 흘리며 중얼거리다가 시즈코 부인의 등뒤로 다가가서
매끄러운 부인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달콤한 체취가 이와자키의 코를
자극하여 이와자키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듯 시즈코 부인의 어깨에서 목덜미에
이르기까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것처럼 코를 비벼대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은 상반신을 앞으로 구부리고 머리를 숙이면서 매끄럽고 하얀
두 팔을 등뒤로 돌려 등 한가운데에서 양 손목을 교차시켰다.
"저어, 묶어주세요."
시즈코 부인이 마치 응석부리듯이 하는 말을 들은 이와자키는 응,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빨간 끈을 빼들었다.
"그런 깨끗한 피부에 로프로 상처를 입히면 큰일이지. 이 빨간 끈으로 묶어줄게."
이와자키는 시즈코 부인의 손을 등뒤로 해서 끈으로 묶고 나자, 그 부드럽고
매끈매끈한 어깨에 손을 얹고 술자리 앞으로 데리고 가서 갑자기 엉덩방아를
찧게 하였다.
"찌요라는 여자와 술을 마시면서도 전혀 술맛을 느낄 수가 없었어. 나는
당신과 같은 미인을 이런 식으로 결박해서 함께 술을 마시고 싶었던 거야.
결국 내 꿈이 실현된 거라고."
이와자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흥분이 되는지 시즈코 부인 옆에 찰싹 달라붙은
것처럼 앉아서 손수 한잔 따라 마셨다.
그리고 술잔에 술을 반정도 따르고 다른 한 손을 부인의 목을 감아 안고
부인의 입술에 술잔을 대주었다.
시즈코 부인은 눈을 감고 이와자키가 들이미는 술잔을 체념한 듯 마시기
시작했다. 괴로움을 억지로 참고 있는 부인의 입술에서 흘러내린 술 방울이
젖가슴 아래위를 묶고 있는 빨간 끈을 적셨다.
"자, 술안주야, 아―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이와자키는 즐거운 듯이 젓가락으로 집은 생선을 초장을 찍어 시즈코 부인의
입으로 가져갔다. 시즈코 부인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이내 눈을 감고 입을
작게 벌려 그것을 받았다.
"어때, 맛있지."
부끄러운 듯이 이와자키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시즈코 부인은 작게 입을 움직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주 맛있어요."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한 시즈코 부인의 볼을 이와자키는 젓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말했다.
"당신은 참 좋은 여자야, 대체 어떤 이유로 다시로의 물건이 된 거야, 한
가지 이유를 말해주지 않겠어."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시즈코 부인은 눈의 초점을 먼 곳으로 향하면서 그렇게 말하고,
"제발, 그것만은 묻지 말아주세요."
이곳에서 이와자키에게 자신의 출신이나 다시로 조직이 저지르는 나쁜 일들을
말한다거나 한다면 그야말로 나중에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을 고문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열한 다시로 조직원들은 게이코나 쿄오코에게까지
소위 단체 책임으로 처벌하기로 되어 있었다.
숨겨진 마이크가 방의 여기저기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분별없이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단지 오늘밤 손님인 이와자키에게 성적인 서비스를 충분히 할뿐이다.
어딘가에서 도청하고 있을 다시로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무리하게 묻지 않기로 하지."
이와자키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식탁 위를 돌아보며 갑자기 입을 삐죽이며
웃으면서 구운 대합조개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어때, 요 녀석을 먹어보지 않겠어. 하하하."
그것을 시즈코 부인의 입가로 가져간 이와자키는 얼굴에 온통 주름을 짖고
어깨까지 흔들며 웃기 시작했다.
"뭐가 이상한 가요."
"아냐, 대수롭지 않은 일이야, 자, 아― 하고 입을 벌려."
시즈코 부인은 잔뜩 부은 표정으로 이와자키를 바라보며,
"그런 건 싫어요."
"대합조개 구이를 싫어 하나보군."
"네, 그것보다 술을 좀더 마시게 해주세요."
"좋아, 좋아."
이와자키는 다시 술잔을 따라 부인에게 바싹 붙어 앉았다.
"싫어, 싫어, 입으로 옮겨서 마시게 해줘요."
요동치듯 요염한 색기가 시즈코 부인의 온몸에 넘쳐흘렀으며 볼을 비비며
다가왔기 때문에 이와자키는 온몸이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좋아, 좋아하면서
이와자키는 술잔의 술을 단숨에 입에 머금고 시즈코 부인의 하얀 어깨를 양손으로
끌어안았다.
"무릎 위에 태워서."
이와자키는 요염한 미녀에게 그와 같은 달콤한 말을 듣고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나 입에 머금은 술을 푸― 하고 뱉어 내버렸다.
이와 같이 굉장한 미녀가 다시로의 소유물이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젠 이와 같이 손님에 대한 성적 서비스까지도 맡고
있는 것이었다. 여러 방법으로 길들여지고 훈련 받아왔을 테지만 뭔가 이 미녀를
선봉으로 내세우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고 이와자키는 기쁜 것인지 낯간지러운
것인지 자신 쪽에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하며 마음만 들떠 대 두목의
관록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자, 이렇게 하면 되지."
이와자키는 시즈코 부인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고 자신의 무릎 위에 올라타도록
하였다.
이와자키는 오동통한 시즈코 부인의 살결 감촉과 피부 냄새를 즐기면서 다시
한 번 술을 입에 머금고 시즈코 부인 입으로 옮겨 마시게 하려고 하였다. 시즈코
부인은 뒤에서 이와자키의 큰손에 의해 두 젖가슴이 눌러지도록 힘껏 안겨
있었지만 그녀는 이와자키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긴 모습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듯이
하여 이와자키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의 붉은
입술과 이와자키의 두터운 입술이 딱 겹쳐져 술 방울을 흘리면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간신히 이와자키로부터 주입된 술을 전부 마셔버린 시즈코 부인은 한숨을
쉬며 입술을 떼고 뜨거워진 볼을 이와자키의 볼에 비벼대면서 답답한 듯이
몸을 흔들며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이와자키의 무릎 위에 발을 벌리며 교태를
부렸다.
"허리 쪽이 방해가 되는 것 같군. 한번쯤은 생각에서 탈피하는 것도 괜찮아."
부인이 대담한 자태를 취했기 때문에 부인의 희고 매혹적인 허벅다리까지
완전히 드러나 버렸다.
이와자키는 괴로운 듯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느끼며 부인의 정강이에서 안쪽
허벅지 주의를 쓰다듬으며 헐거워진 끈을 풀기 시작했다.
"그건 안 돼요, 침소로 들어갈 때까지 그냥 둬요."
시즈코 부인은 부정하는 듯한 포즈를 요염하게 취하며 싫어, 싫어하며 이와자키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다시로가 2층 연회실에서 한참 도박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회실을 새로 꾸미며. 다시로가 분주히 모리다 조직의 젊은 부하들을 지휘하며
바쁜 듯이 움직이고 있을 때 요시오가 수염을 깎고 난 반들반들한 볼을 쓰다듬으면서
얼굴을 내밀었다.
"어젯밤은 사요코와 오붓하게 아주 즐거웠겠구먼, 충분히 만족했다고 얼굴에
써 있어."
다시로는 아직 잠이 부족한 듯 부석부석한 요시오의 눈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데 사장님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데리고 한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더군요."
"분에 넘치는 말 하지도 말아. 자네, 그것이 남자의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뭐,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겠지만……."
요시오는 그다지 싫지 않은 표정을 짓고 능글맞게 웃으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내 쪽은 어쨌든 간에 이와자키 두목 쪽은 어젯밤 어떻게 됐어요, 의외로
어려운 사람이기 때문에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었는지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사요코를 안으면서도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만족스러운 것 같으니까."
다시로는 요시오의 귀에 대고 어젯밤 이와자키와 시즈코 부인의 침실 상황을
도청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하여튼 열전은 3, 4시간 동안 계속 되었기 때문에 도청하고 있는 쪽에서
손들고 말았어. 그런데 이 사실 두목에게는 비밀이야. 이런 사실을 두목이
알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니까."
다시로는 그렇게 말하며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니까 오늘 두목의 기침 시간은 필시 늦어질 거야. 자네도 아침술이라도
한잔하고 천천히 쉬는 게 어때. 아니면 사요코 양과 다시 한번 충분히……."
"아니. 그렇게 할 시간이 없어요."
라고 요시오가 웃으며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며 이와자키 두목의 일로 여기저기
돌아봐야 할 곳이 있다고 말했을 때 그곳으로 모리다가 들어왔다.
"어젯밤 부탁하신 사진 인화가 되었습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여행용 가방을 요시오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일하는 방에서 젊은 사람 두 명과 함께 거의 철야를 하여 마쳤다고 하는
모리다의 설명을 들으면서 요시오가 무거운 가방을 열자 그곳에는 1천 장 가까이
인화된 사요코 대 요시오의 애욕의 사진과 사요코의 전라 사진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이야, 이건 천박해."
다시로도 안경을 끼고 몇 장을 손에 들고 보았다.
기둥에 묶여 서 있는 것도 있고 그 부분만 나온 사진도 있었다. 역시 걸작인
것은 요시오와 서로 엉켜있는 것으로 사요코는 정말로 이런 종류의 사진답게
극단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사요코의 얼굴은 확실하게 찍혀있는데, 자네는 얼굴을 감췄군 그래, 하하하."
"단 사요코 양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울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옥의
티죠. 봐요. 이건 확실하게 눈물을 볼에 흘리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게 왠지
박력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응, 응 하고 요시오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사요코가 이런 슬픈 듯한 얼굴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연출하게 되는 것은
모리다 조직원들의 손에 달려있는 것 아닙니까, 한가지 부탁드리겠어요."
라고 말하며 요시오는 모리다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침 그때 복도 쪽에서 긴코와 아케미가 들어와서 도박장으로 바뀌어지고
있는 방안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요시오는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그녀들 쪽으로 다가갔다.
"호호호, 츠무라 씨 어젯밤은 재미있었나요."
긴코는 요시오를 보자 동료들과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저런 좋은 집안의 아가씨를 상위 체위를 시키는 건 너무 지독하지
않아요?"
하며 이츠코가 야유하듯이 말하자, 그녀들은 뭔가 자신의 비밀을 서로 즐기는
것처럼 깔깔대며 웃는 것이었다.
요시오가 이상한 얼굴을 하자 긴코가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어젯밤, 열쇠
구멍으로 두 사람의 광경을 좀 들여다보았어요."
"에 에?"
"그런데, 밤늦게 우리가 지나갈 때 사요코 양의 애절하게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오잖아요.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열쇠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본
거예요."
요시오는 당황하는 표정이었지만, 그것으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후후후, 어두컴컴한 곳에서 어렴풋이 뭔가 떠있는 것 같더니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 기분이 이상해져서 아주 애먹었는걸요."
여자들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미 본 걸 더 이상 어떡하겠어. 그건 그렇고 너희들에게 부탁이 있는데."
요시오는 여자들에게 담배를 내밀면서 말했다.
요시오는 여자들에게 사요코를 잘 설득시켜 다시 지하실로 내려보내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사요코는 오늘 요시오를 따라 이 방에서 나가게 되는 것을
유일한 희망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요시오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마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며 뒹굴어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요시오는 그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독한 분이시군요, 츠무라 씨 사요코에게 희망을 갖게 해놓고, 갑자기
빠져나가 버린다니. 모든 여성들의 적이에요."
긴코는 그렇게 말하며 웃고는 장난스럽게 요시오를 노려보았다.
곧 이어 긴코를 선두로 여자들 일행은 사요코가 감금되어 있는 여 종업원
방으로 향했다.
요시오에게서 받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 방안은 꽃이 떨어져 무척 난잡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펼쳐 있던 침구도 방의 구석에 깔끔하게 정돈되어 쌓여있었으며 사요코는 그
위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울고있었다.
피로 얼룩진 시트를 이 방 사람들의 눈에 띠는 것이 부끄러워 사요코가 혼자서
정리했을 것이다. 줄은 풀려 있었지만 쌓여있는 침구 위에 몸을 내던지듯 하며
소리를 내며 울고있었다.
긴코와 아케미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사요코의 등뒤로 다가갔다.
"아가씨 울지 말아요. 여자라고 하면 누구나 한번은 이런 일을 하는 거잖아요,
기운을 내요,"
긴코는 그렇게 말하며 사요코의 고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사요코는 더욱
격하게 흐느끼면서 부드득하고 이를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범벅인 얼굴을 든 사요코는 그녀들을 향해 "부탁이에요,
빨리 빨리 이곳에서 나가게 해줘요, 요시오 씨를 만나게……."
사요코는 요시오 때문에 몸과 마음이 모두 무참하게 짓밟혀진 것이었다.
짐승 같은 욕구의 희생물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단 1분도 이런 더럽고,
치욕스러운 방에 머물러 있을 용기가 없었다.
두 손으로 탐스러운 젖가슴을 가리면서 사요코는 주위를 둘러싼 여자들에게
눈물 젖은 눈으로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알았어요, 이제 곧 이 방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좋아요."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고 옆에 있는 에츠코에게 눈짓을 했다. 에츠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 준비해온 줄을 가지고 사요코의 뒤로 몸을 구부렸다.
"무, 무얼 하는 거예요, 어째서 또 묶는 거예요." 하고 사요코는 당황한
얼굴을 하였다.
"이 방에 있는 한 이것이 규정인 거예요, 마지막까지 도망칠 것에 대비하여
조심해야 하거든요."
하고 아케미가 말하자, 에츠코는 가슴을 덮고 있던 사요코의 하얀 팔을 들어
뒤로 비틀어 돌리면서,
"이제부터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는 요시오 씨가 있는 곳까지 끌고 갈 거예요.
그곳에서 그는 이 줄을 풀고 옷을 입혀서 대기시켜놓은 택시를 타고 우리와는
영원히 안녕하게 될 거예요."
"알았어! 말 잘 듣는 사람이니까 괜히 거역하지 말고 내가 말한 대로하는
거예요."
아케미는 에츠코에게 줄이 묶여지고 있는 사요코를 내려다보며 즐거운 듯이
말했다.
눈이 부실 듯이 아름다운 사요코의 나체를 단단히 묶은 에츠코는, "자, 일어서."
하며 사요코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긴코는 손수건을 꺼내 사요코의 허리에 둘러주었다.
"자 걸어요."
차가운 복도를 맨발인 체 몸을 앞쪽으로 구부린 상태로 끌려가는 사요코의
좌우에 긴코와 아케미가 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복도에서 조금 돌출 된 벽을
밀자 그것은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이 되었다.
사요코는 움찔 놀라며 발을 멈추었다.
여자들이 자신을 다시 지하의 감옥으로 가두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사요코의 가슴은 공포로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지하로 밀어 넣으려고
하는 그녀들에 반항하며 발을 버티고 서 있었다.
"어, 어디로 가는 거예요, 네, 사요코를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에요?"
"뭐라고 투덜투덜하는 거야, 자 잔말 말고 걸으라면 걸어."
여자들은 사요코의 몸에 일제히 손을 대고 계단 밑으로 끌고 내려갔다.
"싫어. 싫어요, 요시오 씨. 요시오 씨는 어디 있어요!"
사요코는 몸부림쳤지만 몇 명의 여자들에게 질질 끌려 철창 감옥 앞까지
오게 되었다.
"싫어, 싫어요."
에츠코가 철창문을 열고 그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하자 사요코는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여자의 힘에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부탁이에요, 나가게, 여기서 나가게 해줘요!"
사요코는 손이 뒤로 묶인 나체를 철창문에 붙이고 울부짖었다.
"약속이, 약속이 틀리잖아요, 요시오 씨를 요시오 씨를 만나게 해줘요!"
긴코와 아케미는 후후후 하며 웃음을 머금고 철창 속을 들여다보며
"달콤하네, 역시 부잣집 딸이라 다른 것 같군. 그 츠무라 씨는 당신을 여기에서
도망치게 할만큼 달콤한 사람이 아니지. 그 안에서 자신의 어수룩함을 열심히
반성해봐."
긴코가 그렇게 퍼부어 대는 말을 들은 사요코는 기진맥진한 듯 차가운 바닥에
털썩 무릎 꿇고 앉아 미칠 듯이 몸을 흔들며 오열하였다.
"……언제쯤, 언제쯤이면 사요코가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거야."
사요코는 격하게 흐느끼며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긴코는 소리내어 웃으면서
"언제쯤 여기서 나갈 수 있냐고? 농담하지 말아요, 아가씨가 여기서 나간다면
우린 그때 끝장이야.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여기에 있는 거야, 알겠어 아가씨?"
긴코는 재미있다는 듯이 철창 속의 사요코에게 말하고 있었고 이어 아케미도,
"아기를 낳고 싶다면 그 안에서 낳게 해드리지. 여자로서 경험해야 하는
것은 뭐든지 시켜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훌륭한 쇼의 스타가 되기만
해."
그리고는 여자들은 더욱 크게 웃으며 줄줄이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갔다.
그녀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주위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져 절망 속으로 빠져버린
사요코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만이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2시간 정도 흘렸을까 사요코는 운명적인 이 어두운 곳에 처박혀 어슴푸레한
감옥 속에서 온몸을 떨며 한없이 울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하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울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몇 사람인가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역시 구원자가 아니라 지금 사요코에게서 희망의 모든 싹을 무참히
잘라버린 무서운 조직원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 말에 요시오가 들어 있었다.
사요코는 정색하며 결박된 나체를 일으켜 철창문 곁으로 몸을 밀어붙였다.
"요, 요시오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꺼내줘요, 여기서 나가게 해줘요!"
사요코는 철창 사이로 충혈된 눈을 요시오에게 향하며 외쳐댔다.
"후후후, 그런데 사요코, 나는 오히려 여기서 나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너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세상에 나가게 되면 더 괴롭고 수치스러움에 빠지게
될 테니까, 나는 그 이유를 사요코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여기로 온 거야."
요시오가 그렇게 말했을 때, 에츠코와 마리가 감옥의 자물쇠를 빼고 안으로
들어갔다.
감옥 안은 4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좁은 곳이었는데 그 안에 벽돌로 생긴
벽에 몹시 녹슨 철 기둥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에츠코와 마리는 감옥 속으로
들어가서 느닷없이 사요코를 그 철 기둥에 밀어붙여 다른 줄을 사용하여 결박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무, 뭘 하는 거예요! 놔."
눈처럼 희고 고운 사요코의 등이 차가운 철 기둥에 밀어붙여졌다. 사요코는
괴로워 울면서 머리를 심하게 좌우로 흔들었지만 에츠코와 마리는 아름다운
몸에 단단하게 줄을 감아 묶어버렸다.
요시오는 사요코의 얼굴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가방을 사요코의
발 밑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긴코와 아케미가 작은 책상을
가지고 감옥 안으로 들어왔다.
"수고했어, 이 옆에 놔둬."
요시오는 긴코 일행이 가지고 온 의자를 아주 가까이에 두고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요코의 하얀 볼을 손가락으로 톡 하고 건드리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사요코의 눈앞에서 1시간 정도 하자쿠라단이 봉투 쓰기와 우표
붙이기 아르바이트를 할거야. 그녀들이 시작하는 일을 보면 세상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후후후, 자 천천히 구경하고 있어."
요시오의 속셈은 지금부터 사요코의 눈앞에서 사요코의 친구들이나 기타
사요코를 알고 있은 사람들에게 봉투에 이름을 쓰고 그 사진을 넣어서 발송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봐, 사요코 이것이 네가 졸업한 아도바 학교의 졸업자 명단이야. 오늘 아침
가와다 군이 일부러 학교까지 가서 1권 받아가지고 온 거야."
요시오는 파랗고 아름다운 표지 디자인을 한 졸업자 명부를 사요코의 눈앞에
아른거리게 하였다.
"그, 그걸,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사요코는 뭔지 오싹해져서 당황스런 표정으로 요시오의 얼굴을 보았다. 요시오는
코를 찡그려 주름이 지도록 웃으면서 사요코의 발 밑에 두었던 가방을 열었다.
"앗."
요시오가 가방 안에서 끄집어내 코앞으로 가까이 가져온 많은 사진을 본
사요코는 무심결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사요코의 예쁜 얼굴에서 일 순간
핏기가 사라지고 이마에는 땀까지 베어 나왔다. 사요코는 요시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