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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마생사화(塔魔生死花) 6. 탄생의 모순(矛盾), 그 진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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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690 회 작성일 24-02-21 22: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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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탄생의 모순(矛盾), 그 진실은 어디에...?


  산모는 힘을 다했는지 축 늘어지고 말았다.
  "힘을 내요 힘을......."
  두 여인이 산모 곁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악을 써댔다.
  그곳은 하녀들이 기거하는 허름한 방이었다.
  이즈음, 산모가 된 한 여인은 일다경 전까지 밀려오는 해산
의 고통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힘든 산고였다. 두 시각 가까이 이어지는 출산의 고
통, 이로 인해서 그녀는 탈진하고야 말게 되었다.
  동혈에서 몸을 버렸던 가마 안 여인의 시비, 산월이라 불리
는 그녀는 노파와 계집종의 소리치는 것을 듣고 가물거리는 정
신을 겨우 붙잡았다.
  헌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곧 나올 것 같애.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아."
  노파가 자상스러이 권유했다. 희미하게 시비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그녀는 마지막 안간힘으로 하복부에 힘을 주었다.
  순간, 탯줄과 함께 하체에서 아이의 울음이 힘차게 들렸다.
  노파는 그녀의 밑으로 손을 쑤욱 집어 넣으며 핏덩이를 끄집
어 들었다.
  막 세상에 나온 태아였다. 붉은 핏방울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
  노파는 아기의 두 다리를 잡아 쑤욱 뽑아 들었다.
  "계집 아이야......."
  그녀가 최초로 알아보고는 계집종을 돌아보았다.
  노파와 함께 산파역할을 한 계집종은 처녀의 몸으로 출산의
순간을 목도하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그녀는 호기심이 잔뜩 서린 표정으로 산모와 아이를 바라보
았다.
  노파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도 시집가면 곧 이런 자식을 낳을텐데 무엇이 그리 신기
한고?"
  그러다가 갑자기 표정이 싹 변하는 계집종을 발견했다.
  "허억......!"
  계집종은 갑자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엉금엉금 구석
으로 돌아앉았다.
  만약 문쪽이었다면 당장이라도 뛰쳐 나갔을 법한 행동이었
다. 경악과 공포가 서린 그녀였다.
  노파는 그녀가 아기를 보고 그런 것이라 믿고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순간,
  "에그머니...... 괴물이다."
  아기를 본 그녀의 얼굴도 역시 경악으로 변하고 말았다.
  막 모태로부터 나온 아기.
  오오......!
  이럴 수가 있는가?
  태아는 너무나 기괴한 몰골을 지니고 있었다.
  삐뚤어진 오관, 얼굴의 전체적인 골격은 그렇다치고, 팔, 다
리, 몸체마저 너무나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피부색깔은 전체가 거무스레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만은
아니었다.
  얼굴은 마치 칠십을 넘긴 노인처럼 주름살로 뒤덮였다.
  팔과 다리의 골격은 심하게 휘였고, 새카만 눈은 박쥐처럼
번뜩였다.
  게다가 우뚝하게 솟아야 할 코는 간데 없고 단지 그곳이 코
라고 여길만한 구멍 두 개만이 덩그러니 뚫려 있었다.
  머리카락은 벌써부터 이미 새카맣게 자라서 뻗쳤고, 일그러
진 입술은 역겨운 형상이었다.
  아기를 눈앞에서 맞닥뜨리게 된 노파, 무의식적으로 너무나
공포와 경악에 질려 아기를 벽면으로 팽개치고 말았다.
  공중에서 패대기 쳐지는 아기.......
  고성을 미처 울리기도 전에 벽면에 부딪치고야 말았다.
  퍽!
  아기는 벽에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노파와 계집종의 표정은 공포 자체였다.
  이때, 산모가 하혈을 수습하기도 전에 자식의 위험을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것은 거의 본능에 의한 것이었다.
  "안 돼!"
  그녀가 급히 벽면에 맞았다가 떨어지는 아기를 주워 안았다.
  아기를 안은 그녀가 노파를 노려보았다.
  이때, 노파는 덜덜 떨고 있다가 그녀의 야멸찬 시선을 받았
다.
  "으으...... 괴물이야. 괴물......."
  "......!"
  그녀는 표독스러운 산모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개
를 흔들면서 아기를 가리켰다.
  입술이 현저하게 오른쪽으로 뒤틀렸다. 놀라움으로 인해 근
육이 이완과 수축을 기형적으로 만들어 그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크르륵...... 그륵!"
  갑자기 노파가 입에서 개거품을 토했다. 동시에 두 눈은 아
주 빠르게 초점을 잃어갔다.
  상당한 나이의 노파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평생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그녀였다.
  산모는 날카롭게 노파를 노려보았다.
  천하에 있어 자식을 괴물이라 부르는데 어떤 부모가 좋아하
겠는가.
  허나 분명히 태아는 너무나 전율스러이 생겼고, 이제 다시
산모의 품에 안긴 모습을 보자 노파는 실신에 이르게 되었다.
  "그르륵......!"
  노파의 가래섞인 다급성, 이때 그녀의 두 눈이 위로 까뒤집
혀졌다. 바로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그녀의 노구가 축 늘어지고 말았다. 너무나 갑자기 찾아온
죽음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죽음이었다.
  산모는 태아를 안고서 야멸차게 중얼거렸다.
  "내 아기야. 이젠 누구도 널 죽이지 못하게 하마."
  시비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때, 아기가 손을 들어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꿈틀거리는 모양이 마치 쥐새끼와도 같다. 움직임으로 보아
서는 전혀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아기가 눈을 떴다.
  "아아앙......."
  그리고 그제서야 날카롭게 고성을 터뜨렸다.
  "아악...... 으아앙!"
  아기가 산모의 얼굴을 만지려했다. 이에 여인은 입으로 질끈
물어 탯줄을 끊었다.
  입언저리로 묻는 선혈, 꼭 끌어안은 여인의 미소.......
  계집종은 그 자리에서 아랫도리를 흥건하게 적시고 말았다.
  "아아......."
  그녀는 거품을 물고 죽은 노파의 얼굴을 보았다. 노파의 얼
굴과 자신의 얼굴.......
  공포에 젖어 구겨진 얼굴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살았다
는 것과 죽었다는 점만 달랐을 뿐이었다.


                 *           *           *


  운명.
  질곡과 같은 운명은 네 명의 새 생명을 선택하였다.
  하였으되,
  그들로 하여금 평범한 인간으로 머물게 하지는 않았다. 모두
가 일신상에 평범 이상의,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평범을 뛰어넘
는.......
  저 가시덤불과 같은 숙명을 소유하게 만들었다.
  숙명.......
  과연 그것이 어떠한 색조로 채색될 지는 알지 모살 일이었
다.
  허나 분명한 것은 있었다.
  그들 사 인의 운명은 복잡하게 얽힌 매듭과 같은 것이어서
상호 풀어 헤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었다.
  두 명의 사내아이와, 미추가 상반된 한 공간에서 태어난 계
집아이들.......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선택되어졌다.
  허나, 분명한 사실은 그들 스스로 그 운명을 선뜻 누구라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단지 그들의 전대로부터, 혹은 주변에서 만들어진 환경이 그
들을 그렇게 선택받도록 강요하였다는 점이다.
  단연코 그들은 스스로 선악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옳고 그름이라는 양갈래까지 그들은 강요되어 갔을
런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에 선택된 인생은 가혹한 운명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감히 누가 인간을 말할 수 있는가?
  누가 감히 저 대자연의 법리(法理)에 순응한 인생관을 관철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인생은 그저 더불어서 사는 것이다.
  운명이라는 대세에 맞추어 나름대로 조율된 악기로 음률을
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이 점에 있어서 어쩌면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는 끊임없이 옳고 그름을 인간
에게 강요하며, 그것으로 인하여 인간계에는 상잔과 다툼, 그리
고 아집과 불신이 있어왔느니.......
  다만.......
  인간의 눈에 보이는 인간은 그 행동만을 인간의 입으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이태되어진 네 개의 인생, 그것은 운명이었고, 비극이었고...
....
  비극적 운명으로 치달리는 유성이었다.


                 *           *           *


  세월은 그렇게 무심하게도 흘렀다.
  가을의 낙엽은 이후에도 여전히 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와 산
곡 깊이 쌓였고, 백설은 그 낙엽진 곳에 다시금 쌓여 천하를 하
얗게 또 몇 번인가를 수놓았다.
  실로 무상한 것이 세월이고 대자연의 계절이어서 인간은 그
속에서도 여전히 싸우고 다투고 죽어갔다.


  십 년(十年).
  네 개의 생명이 태어난 후, 각자의 운명 속으로 파고든 이후
정확히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열 번이나 계절이 교차되었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어떤 인생으로 살아갈 것인가...
...?
  아직은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미 어느 누군가는 비틀려진 운명에 의하여 죽었을
수도 있다.


  휘이이이이잉.......
  휘이이― 휘이이이잉!


  허나, 오늘도 누구를 위한 몸짓인지는 몰라도 차가운 삭풍은
또 저렇게 불어와 수목을 흔들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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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은 조금 작군요.

  그럼 다음 장도 많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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