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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펌)Days with Roses 2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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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13 회 작성일 24-02-21 19: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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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Faithfully - Journey


 

모두들의 시선이 애리에게 집중되었다.
애리는 마구 달려온 듯, 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문가에 서 있었다.
다른 아가씨들은 모두 미니 스커트에 블라우스나 나시, 탱크 탑 따위 업소용 복장을 하고 들어와 있는데, 애리는 청바지에 운동화, 스웨터를 입은 채 였다.
애리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서 잠시 주위를 살폈다.
잠시 사람들의 시선에 어쩔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짓던 그녀는,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애리의 시선에 목에 무언가 막혀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녀의 시선을 받았다.
애리는 뭔가 마음을 다진 듯한 표정을 짓더니, 빠르게 걸어 아가씨들의 맨 마지막에 가 섰다.
양 발을 모으고서, 두 손을 앞으로 맞잡으며 어깨를 최대한 반듯이 펴고서 의식적으로 나의 시선을 피하며 약간 허공을 바라본 채로 다른 아가씨들처럼 자세를 잡는 것이다.
애리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아가씨들 줄 뒤에 가서 설 때까지의 시간은 기껏해야 2-3초 정도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시간이 마치 한시간은 된듯이 느껴졌다.
그리고 애리가 줄에 들어가 섰을 때, 자세를 잡으며 앞을 바라볼 때, 마주 잡은 두 손끝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눈물이 치밀어 오를 것 같았다.
“아니, 애리 너… 오늘 아프다더니… 게다가, 이게 무슨 짓이니? 옷도 안갈아입고 화장도 안하고서 이렇게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법이 어딧어? “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마담이 애리에게 야단을 쳤지만, 애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앞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만 됐어요, 마담… 애리야… “
애리의 손이 다시 가늘게 떨렸다.
“. . . . . 이리 와라. “
“흐흑! “
애리는 얼굴을감싸쥐며 그 자리에 무너지듯이 쪼그려 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와아! “
소연이가 박수를 쳐댔다.
미나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사장은 싱글거리며 술잔을 들어 마시며 나와 애리를 쳐다보았다.
박차장은 영 알수가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고, 대머리 지점장과 그 파트너는 뭐가 못마땅한지 얼굴을 찌푸리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애리는 금방 울음을 그치고서, 일어나서 얼굴을 문지르며 내게 말했다.
“오빠, 조금만 기다려 주실래요? 애리 예쁘게 갈아입고 올께요. “
“언니, 내 화장품 써~ 예쁘게 하고 와야 해? “
애리는 웃으며 소연이에게 눈을 흘기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뒤이어 마담과 남은 아가씨들도 밖으로 나갔고, 우리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피하기위해 술잔을 나누기 시작했다.
문밖에서 소리치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누가 입구에 파카를 벗어던져 논 거야? 주인없어? 없음 나 가진다? “
“그거 애리건데? 얘는 어디가고 옷만 가게 입구에 떨어져 있는 거야? “


다시 들어온 애리는 화려하게 변해 있었다.
안한듯이 화장했던 전번과는 다르게 화장도 붉은 립스틱과 마스카라를 칠해서 강렬했고, 옷도 어깨끈이 달린 초미니 원피스였다.
게다가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옷 위로 젖꼭지가 튀어오른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
애리는 내 옆에 앉자마자 내 팔에 매달려왔다.
나는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지만, 애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내 잔에 술을 따르고서는 모두에게 건배를 제안했다.
호기롭게 양주잔을 비우고서 잔을 머리위에 탈탈 털더니, 소연이에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얘, 오빠들 분위기가 이게 뭐니? 왜 이렇게 쓸쓸한거야, 폭탄주라도 만들어 봐. “
“네, 언니~~ 오빠들, 소녀가 한잔 만들어 보겠나이다~~ “
소연이가 웃으며 잔을 모아 폭탄주를 섞는 동안, 애리는 내 팔을 잡고서 얼굴을 내 가슴에 부비면서 다른 쪽 팔을 자기 원피스 속으로 자꾸 끌어당겼다.
나는 점점 긴장이 풀려가고, 애리의 서비스에 다시 흥이 돋아 원피스속으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주무르며 술을 즐겼다.
폭탄주 한 순배가 돌고 나자, 지점장이 흥이 나는 듯 소리쳤다.
“김대리, 발라드 곡 한곡 불러봐. 우리 이쁜이랑 춤 한번 추자구. “
“하하, 저는 발라드가 영 약해서… 애리 너 한 곡 해봐라. “
그 말이 그날 내가 처음으로 애리에게 건넨 말이었다.
애리는 내 말을 듣는 순간 멍하니 내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네, 네? 응, 발라드 곡이요? 네, 제가 부를께요… “
“애리 너 오늘 웃긴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
지점장의 파트너 아가씨가 비꼬듯이 말하자, 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유미 네가 이해해줘. 애리 마음속에 서방님이신 걸. “
“흐흥~~ 오빠, 그래요? “
유미란 아가씨가 재밌다는 듯 날 쳐다보며 말하자, 나는 별 대답을 못하고서 더듬거렸다.
“하하, 뭘 그런… “
옆을 쳐다보니 애리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서 노래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잠시 후, 애리는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소연이가 잽싸게 조명을 약간 어둡게 했고, 지점장은 제 파트너의 가슴을 주무르며 앞으로 나왔다.
조용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지점장과 파트너가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애리가 부르는 노래는 서영은의 [내안의 그대]였다.
조금 노래가 흐르면서, 박차장이 소연이를 데리고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이사장은 여전히 마이페이스로 미나를 주무르며 놀고 있었고, 나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낮은 조명아래, 두 쌍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애리만 보였다.
애리도 나만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로 말하는듯이, 애리는 나를 바라보고 서서 두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서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흐르는 동안, 룸 안에는 우리 둘만 있었다.
내게 울려오는 노래소리와, 따뜻한 눈빛과, 진심어린 마음만이 있었다.



 

4. It’s a Heartache - Boney Tyler

 

“언니, 괜찮아? 많이 아픈 거 아냐? “
“아프긴 뭘… 아무렇지도 않아. “
“아무렇지도 않다구? 내가 믿을 거 같아? 언니 저 오빠한테 연락 끊어진 후에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가게는 안쉬었었어. 우리 가게 독종 아가씨 1위가 언니란 거 누가 몰라? 근데 오늘 아프다고 쉰댔잖아. 근데 괜찮다구? “
“호들갑 떨지마, 얘. 사실 몸이 안좋긴 하지만… 그리고 그런 건 유미지, 왜 나니? “
“유미 언니야 악질 1위고… 그게 문제야? 언니가 아프다고 쉴때는 진짜 아픈거잖아. 이것 봐, 열도 펄펄 끓으면서. 어쩌려구 그래? “
“그것보다 너한테 부탁이 있어. “
“뭔데? “
“너… 오늘 네 파트너 술먹여서 보내버려. “
“? ? ? 무슨 말이야? “
“네 파트너 완전히 보내서 2차 못가게 만들어. “
“왜? “
“너… 나 진짜 좋아한다고 했지? “
“응. “
“내 부탁은 뭐든 들어준다고 했지? “
“그럼, 언니는 내가 이 장사 들어서서 깡패 정부로 늙어죽을뻔한 날 구해준 사람이야. 내가 언니 부탁 뭐든 안들어줄 것 같애? “
“그럼, 네 파트너 완전히 보내. 그리고… “
“그리고 뭐? “
“너, 나랑 우리 오빠한테 2차 같이 들어가자. “
“뭐라구??? “
“나랑 같이 우리 오빠 2차 같이 가. 돈은 네가 다 가져. 아니, 우리 오빠 돈 없을거야. 만약에 이사장님이 2차 안끊어주면 그 돈은 내가 줄게. “
“언니! 내가 그깟 돈 못받아서 환장한 년이야? 그것보다, 대체 무슨 말이야, 우리 셋이서 그룹섹스를 하잔 거야? “
“그룹이 아니라… 오늘 나는 사실 불능이야. “
“으응? 그러니까… 빨간 모자 아저씨가 온거야? 그럼 그런 초미니 입으면 표날텐데? 탐폰쓰고 있는 거야? “
“그래. 그런데다 몸살 기운도 너무 심하구. 사실 몸살이야 어떻게든 참으면 그만이지만, 오빠한테 나 같은 애 피묻혀 가면서 그짓하게 만들 순 없어. “
“맙소사… 언니 진짜 미쳤어. 내가 그 오빠 왔다고 언니한테 전화한게 잘못이지… 어쨌든 간에, 그럼 나 혼자 들어가서 섹스하면 되는 거지, 왜 같이 들어가? 그리고 그 오빠가 꼭 2차 간다는 보장 있어? 그리고 2차가서 언니랑 나랑 둘이 함께 섹스하자고 하면 그 오빠가 좋다고 할 거란 보장은 있어? “
“시끄러 이년아.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 2차 모실거야. 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 하지만 네가 우리 오빠한테 건성으로 상대할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내가 몸에 오빠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애무해 줄 순 있단 말야. 나 우리 오빠 즐거워 하는 얼굴 보고싶다구. 그리고… “
“그리고 또 뭔데? 어디, 오늘 언니 순정소설 끝까지 읽어보자. 호호. “
“이년이… 너 나 성질내는거 함 볼래? 내가 우리 오빠 땜에 흐느적거리니까 우습게 보여? 오랜만에 나 돌아버리는 거 한번 볼래? “
“아, 아녜요 언니. 화내지 마… 근데, 정말 궁금해서 그래. 그리고 또 뭐예요? “
“. . . . . “
“언니, 왜 울려고 그래? 응? 왜 울어요? “
“아, 아냐. 아마… 오빠는 나 같은 애 별로 안좋아 하나 봐. 그러니까 그렇게 연락도 안했겠지. 아마, 오늘 밤 이후에는 안올거야. 아니, 다시 와도 이제는 나 안부를거야. 아까도 그래, 내가 그렇게 미친년처럼 룸에 쳐들어갔는데 어떤 냉혈한이 너 나가라 그랬겠어? 그러니까… 나 오늘 밤 우리 오빠 곁에 끝까지 있고 싶어. “
“언니… 정말 미쳤구나… “
“나두 내가 미친 년같아. 스물 다섯 먹도록 아무한테도 이런 적 없었는데… 오빠 보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오늘 밤만은 오빠 곁에 있을 수 있을 때 까지는 있을거야. “
“언니… “
“길게 말할 거 없어, 내 부탁 들어줄거야, 말거야? 아니, 너 들어줘야 해. 네가 나 지금 어떤 심정으로 이런소리 하는지 반이라도 이해한다면 내 부탁 거절하면 안돼. “
“알았어, 언니… 나 도대체 언니가 왜 이러는지는 이해 못하겠지만… 언니 맘이 어떻다는건 알겠어. 그럼 그렇게 해요. 내가 최선을 다해서 오빠 잘 모셔 볼게. “
“고마워… 그럼 너만 믿는다? 사실 너 아님 나 이런 부탁 할 애 없어. 미나는 보나마나 이사장이랑 같이 나가야 할테고… 내가 너한테 정말 큰 빚 지는 거야. “
“울지마, 언니. 기왕에 그러는 거, 즐겁게 해요. 호호, 언니랑 같이 목욕은 해봤지만 같이 섹스해 보기는 첨이네… 아니, 나 그룹으로 하는거 자체가 첨이다. 우리 언니는 어떤 소리를 낼까나~? “
“기집애… 난 불능이라니까. 네가 하는 거야. “
“알았어, 언니. 빨리 들어가자. 오빠들이 이년들 함께 화장실가서 빠져죽었나 하겠다… 참, 그리고 말야, “
“왜? “
“유미 언니 조심해. 전번에 룸에서 손님이랑 싸우다가 언니한테 작살난뒤로, 계속 언니 노린다더라. 오늘 언니 몸도 안좋잖아? 시비 걸지 모르니까… 그 년 취하면 지랄하는거 전문이잖아. “
“걱정마, 내가 좀 몸이 안좋긴 해도, 그런 년한테 안져. 하긴… 우리 오빠 모시는 자린데, 웬만하면 참지 뭐. “
“그래 언니. 자, 빨리 들어가. 그리고, 몸 안좋으니까 술 적당히 마시고 버텨. 조금씩 버려가면서 페이스 조절하라구. 언니가 먼저 가버리겠다. “
“걱정마, 빨리 들어가자. “

 

 

5. Dirty Diana - Michael Jackson

 

애리와 소연이는 화장실 간다고 나가서는 거의 10여분만에 돌아왔다.
그 동안에, 지점장 파트너인 유미라는 아가씨는 나를 마치 무슨 흥미로운 동물보듯이 하며 이것저것 캐물었다.
직업이 뭐예요,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애리랑 전부터 아는 사이셨나요, 애리가 오빠한테 완전히 빠졌다는데 비결이 뭐예요…
미주알 고주알 물어보는통에, 지점장과 박차장까지 미심쩍어 하던 것들을 모두 알게 되었고, 박차장은 희한하다는 눈으로, 지점장은 영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지점장은 아주 노골적으로 내게 비꼬아대었다.
“어이, 김대리. 자네 그렇게 안봤는데 아주 기둥 서방이로군? “
“하하… 뭘 그렇겠습니까. 그냥 조금 괜찮은 손님으로 봐주는 정도겠지요. “
“아냐, 오빠? 애리가 오빠한테 진짜로 빠졌대? “
“그거봐, 김대리. 어디, 우리 유미가 거짓말 하겠나? 자네, 아주 능란한 거 같아? 은행에 입사하기전에 기둥서방이 직업이었던 거 아냐? “
“호호… 저 오빠 얼굴에 그건 좀 무리아니겠어요? 우리 오빠 정도시라면야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시겠지만요. “
“유미야, 우리 이사장님한테 한잔 따라줄래? 아까부터 네 술 한잔 받고 싶다셔. “
겨우 미나란 아가씨가 그 말을 끊어주었다.
나는 점점 화가 끓어오르는중에 끊어 준 그 미나가 너무 고마웠다.
미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니, 그 아가씨는 생긋이 웃었다.
그럴 때, 애리와 소연이가 들어왔다.
애리는 내 옆에 앉으면서 내 팔을 잡으며 웃으며 말했다.
“오빠 미안해요, 많이 늦었죠? 화장좀 고치느라요. “
“괜찮다. 뭘 그런 걸 가지고… 이리 와라. “
나는 애리를 품속으로 끌어들였고, 애리는 웃으며 내 가슴에 안겨왔다.
나는 이미 제법 취해 있었던데다 그냥 애리를 술집아가씨로 취급하는 것이 가장 맘이 편하다는 걸 깨달은 터라, 애리의 가슴을 만지면서 한손은 치마속으로 들어 가 팬티 위로 보지 계곡을 쓰다듬었다.
“흐응… 오빠… “
애리는 달뜬 신음을 흘리며 내 가슴에 얼굴을 부볐다.
이상하게 그녀의 얼굴이 뜨거운 것 같았다.
나는 살짝 애리의 이마에 손을 대 보았다. 뜨거웠다.
“너… “
애리는 뭔가 큰 거짓말이라도 들킨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말했다.
“아녜요, 아녜요! 저 안아파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
“… 나 아직 아무말도 안했다. “
애리는 얼굴을 확 붉히며 고개를 거의 무릎에 파묻을듯이 숙였다.
나는 그렇게 숙이고 있는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를 바라보고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휴우… “
내 한숨소리에, 애리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너… 그렇게 내 곁에 있고 싶냐? “
애리가 고개를 파묻은채로 머리를 끄덕였다.
“견딜 만 하냐? 참을 수 있겠어? “
애리는 전보다 조금 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몸이 아픈 그녀가 불쌍하기보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그녀가 귀엽게 느껴졌다.
나 역시도 오늘 밤에 애리를 내보내고서 이 술자리에 계속 있을 자신이 없기도 했다.
“그래, 그럼 그러려무나. 나도 애리 없이 술먹긴 싫다. “
애리가 고개를 들었다.
눈 속에 눈물이 가득 고여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했고, 마스카라가 약간 번지고 있었다.
애리는 급히 티슈를 뽑아 고인 눈물을 찍어내고선 나를 바라보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
“오빠, 나…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술도 잘 먹잖아요. 한잔 주세요, 저. “
나는 웃으며 눈앞에 내민 애리의 잔에 반정도 술을 따라주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며, 농짓거리를 주고 받으며 술자리가 흘러갔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룸 안에 두 사람이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한 사람은 소연이였다.
소연이는 박차장에게 온갖 애교를 떨어가며, 가슴과 다리 사이를 박차장에게 마구 제공하면서까지 술을 권해댔다.
박차장은 소연이의 몸과 애교를 섞은 술공세에 그저 헤헤거리며 주는 대로 받아마시면서 엉망으로 취해가고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지점장이었다.
이 인간은 무슨 영문인지, 애리한테 계속 술을 권하고 있었다.
애리는 웃으며 사양했지만, 막무가내로 권해대는 지점장의 술공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술을 받아마셨다.
“너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냐? 지점장님, 그 잔은 제가 받겠습니다. “
“어허, 이 자식이 어딜… 너 한테는 내가 따로 줄거고, 이잔은 애리거란 말이다. 어디 지점장이 내리는 술을 가로채? 죽고 싶어? “
지점장이 취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자, 나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돌렸다.
애리는 나와 지점장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지점장이 나에게 소리를 치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발딱 자리에서 일어나 지점장의 잔을 받아들었다.
“아녜요, 지점장님! 제가 받을께요. 그렇게 화내시지 마세요, 너무 무서워요… 자, 제가 빨리 마시고 돌려 드릴 테니 제 술도 한잔 받아주시고 맘 푸세요, 네? “
“허허, 그거 참… 그래, 어디 한잔 따라봐라. 고거… 젖통 한번 볼만 하다. 흐흐. “
나는 지점장의 개수작에 속이 미슥거릴 것 같아 테이블을 쳐다보며 술잔만 만지작거렸다.
애리는 웃으며 지점장의 잔에 술을 따르고 다시 자리에 앉아 내 팔을 껴안으며 속삭였다.
“오빠 화풀어요, 응? 애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빠가 맘 상했을거야… 맘풀어요, 네? “
나는 애리에게 웃어주며 술잔을 비웠다.
하지만 지점장은 계속 애리에게 술을 권해댔다.
옆에 앉은 유미의 젖가슴을 떡주무르듯 하면서, 가끔씩 둘이서 귓속말로 뭐라고 소근거리고는 다시 애리에게 술을 주는 것이었다.
“자자, 지점장님. 제가 한 곡 하겠습니다. 두 분 오늘 보기 좋으신데, 부르스 한곡 땡기시죠. “
“허허, 그럴까? 이리 온, 예쁜 것아. 나가서 예술 한번 하고 오자꾸나. “
“네~~ 오빠~~ “
계집의 코맹맹이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홀로 나가고서야, 애리와 나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키스를 즐겼다.
키스가 끝난 후, 갑자기 미나가 애리의 옆으로 와 앉더니 뭐라고 귓속말을 속삭였다.
잠시 듣고 있던 애리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더니, 얼굴에 화난 표정이 떠올랐다.
애리는 홀에서 부르스를 추고 있는 유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애리의 앙칼진 얼굴을 보았는데, 그 모습은 너무 날카롭고 강렬해서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애리는 고개를 숙이고서 중얼거렸는데, 나는 가늘게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쁜 년… 네 년이 감히 우리 오빠를… 넌 나한테 죽을줄 알아… “
잠시 후 애리는 고개를 들고서 내 목을 끌어안으며 내 얼굴 여기저기다 마구 키스를 퍼붓고서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해요, 오빠… 나 땜에 부끄러우셨죠? 나 같은 년 때문에 그렇게… 정말 미안해요… “
“괜찮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신경쓸 거 없다. 그런데, 저 아가씨가 너한테 감정이라도 있는 거냐? “
“네, 쟤랑은 별로 사이가 안좋아요.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그런 감정을 끌어들일줄은… 정말 미안해요, 오빠. “
“괜찮다니까. 그럼 아까부터 지점장이 너한테 술을 자꾸 먹여대는것도 저 애가 꾸미는거로군. “
“응, 하지만 그런건 상관없어요. 나야 원래 술 먹는 게 직업인 년이잖아요, 호호. “
애리는 짐짓 밝게 웃었지만, 왠지 그 웃음이 불쌍하게 보여 나는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애리는 바르르 떨면서 내 품에 안겨들었다.
“어쨌거나 적당히 마셔라. 몸도 안좋은데… 뭐하면 어떻게 조금씩 버릴 수도 있잖아. 그 정도 요령쯤은 네가 더 잘 알거고. “
“네, 걱정마세요. 제가 알아서 잘 할께요. 오빠는 재밌게 노시기만 하세요. 아셨죠? “
지점장은 유미의 치마속에 손을 집어넣고서 엉덩이를 주무르며 부르스를 추고 나더니, 자리에 들어와 앉았다.
그런 후 에도 지점장은 계속 애리에게 술을 권했다.
마치 이 룸에서 술은 애리와 박차장 둘이서 다 먹어대는 것 같았다.
애리는 요령있게 거절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도 하며 지점장의 공세를 견뎌냈지만, 역시 그녀도 한계에 달하는 듯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애리가 거절하다가도 지점장이 으름장놓듯 내게 무어라 소리라도 칠라 치면 애리는 화들짝 놀라며 그 술을 받아드는 것이었다. 그러니 거절이 될 리 없었다.
어느 순간, 애리는 지점장이 주는 술을 받아마시고는 자연스럽게 실론티가 든 잔을 집어들고서 그걸 마시는 척 하며 아주 조금을 뱉아냈다.
나는 애리의 몸상태가 걱정되어 그녀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기에 알아챌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과연 룸살롱 아가씨의 재주로구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뭔가가 번개같이 스쳐지나갔다.
난 급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6. Cum on Feel the Noise - Quiet Riot

 

역시나, 유미가 희미하게 웃으며 지점장의 귀에 입을 갖다 대는 모습이 보였다.
‘아차… ‘
애리가 내려 놓는 실론티 잔을 나는 잽싸게 집어들었다. 바로 내가 마셔 버리려는 순간,
“잠깐! 김대리 움직이지 마! “
왜 그때 내가 그 말대로 멈춰 버렸을까?
그냥 마셔버리고서 “무슨일이십니까? “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어보였다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가 버릴 일 이었다.
하지만 몸에 밴 습관은 무서운 것이라서, 나는상사의 지시에 무의식적으로 복종하며 행동을 멈춰버렸고 지점장은 잽싸게 잔을 내 손에서 빼앗아갔다.
지점장은 한 모금을 마셔보더니 테이블에 뱉아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냐? 너 여기다가 술 뱉아 낸거냐? “
“죄송합니다… “
“죄송? 죄송이라? 말로 죄송하다면 단가? 하하, 요즘도 술을 버리는 가게가 있었나? “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취해서… “
“그게 말이 되는 변명이냐? 네 년이 손님들 내는 돈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술을 버려대는거냐? 이 씨발… 야, 당장 마담 불러와! “
지점장의 난리질에 소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양쪽을 돌아보고, 이사장과 미나는 저인간이 왜 저러나 하는 시선이었고, 박차장은 이미 뻗어서 눈도 제대로 못뜨고 있었으며, 유미는 잘됐다는 듯 웃고 있었다.
애리는 놀라서 발딱 일어서며 손을 싹싹 빌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지점장님! 제가 이렇게 사과드릴 테니까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안그럴께요, 네? 한번만 용서하세요. “
“저어, 지점장님. 저렇게 사과하는데 한번만 용서하시죠? 제 체면도 있고 하니… “
“무슨 소립니까! 저런 짓은 완전히 손님을 물먹이는 짓입니다. 난 저런 짓 절대 그냥 용서 못해줍니다! “
이사장이 웃으며 말했으나, 오히려 지점장의 면박에 머쓱해진 얼굴로 자리에 앉아 술잔을 들이키며 “그것 참… “ 하는 말만 연발해댔다.
“지점장님,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용서하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
“허허, 그것 참… 너, 네가 잘못한 거는 인정하는거냐? “
“네! 제가 정말로 잘못했어요. 당연하죠. 제발 한번만 맘 푸세요… “
지점장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애리의 얼굴에서 다리까지 훑어내리며 다시 말했다.
“허허… 네가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계속 야단치면 나이 든 어른으로 너무 야박한 짓이겠지… 하지만! “
애리는 조금 안심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얼굴을 굳혔다.
“네가 잘못했다면거기에 합당하게 성의 표시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그냥 말로만 때울 수 있다면야 세상이 얼마나 쉽겠냐? “
“네… “
“알아듣는 거 같으니 됐다. 그럼 어떻게 잘못했다는 성의를 보일거냐? “
“저… 제가 어떻게 하면… “
애리는 말을 하며 지점장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안색을 굳혔다.
지점장의 눈길은 마치 뱀이 먹이를 바라보듯 애리의 온몸을 핥고 있었다.
바르르 떠는 애리를 재밌다는듯이 쳐다보면서 유미가 웃으며 말했다.
“애리 너, 전번에도 네 오빠한테 잘못해서 쇼 한번 했었다며? 니네 오빠한테 그렇게 했으면 우리 오빠한테도 그렇게 해줘야 하는 것 아냐? 우리 오빠가 그 오빠보다 훨씬 높으신 분인데, 당연히 그정도 수준은 해야 할 것 아니니? “
“언니 무슨소리야? 그럼, 그땐 우리가 다 같이 했었으니까, 언니도 우리랑 나가서 같이 해. 나두 할 테니까. “
“너야말로 그게 무슨 소리니? 난 아무 잘못한것두 없는데 왜 그런걸 하니? 니들이야 멍청해서 같이 그랬다지만 나까지 그렇게 멍청하게 놀아야 한다는 거니? “
“뭐, 뭐야? 언니 정말 이럴 거야? “
소연이가 유미와 언성을 높이자 애리가 소연이를 말렸다.
애리는 이제 두 사람의 그물에 완벽히 걸려들었다는 걸 알아챈 얼굴이었다.
그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지점장님, 뭐 그런 걸로 이정도까지 야단이십니까? 여기 우리 데리고 온 이사장님 체면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할거 뭐 있습니까? “
“뭐, 뭐야? 이 새끼 너 지금 뭐라는거야? “
“새끼라뇨, 아무리 상사라지만 그렇게 말씀 함부로 하셔도 되는 겁니까? “
“너, 너 이새끼… 죽고싶냐, 너? “
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 때, 애리가 내 팔을 붙잡고서 온 몸으로 매달렸다.
억지로 날 의자에 끌어앉힌 애리는 마구 고개를 내저으면서 내 눈을 쳐다보았다.
애리는 말로 하진 않았지만, 눈빛으로 내게 제발 참으라며 소리치고 있었다.
내가 다시 일어서려 하자, 애리는 온 몸을 내게 포개 나를 붙들며 일어나지 못하게 막았다.
내게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들어보인 애리는, 지점장을 돌아보며 웃으며 말했다.
“지점장님, 제가 그럼 없는 솜씨지만 앞에 나가서 흥을 돋궈볼께요. 그걸로 맘 풀어주세요, 네? “
“허허, 뭐 네가 그런다면야… 어디 그럼, 네 솜씨 한번 보자꾸나. “
애리가 앞으로 나가면서, 조명을 낮게 낮추었다.
노래책을 펼치며 곡을 고르려 하는데, 유미가 웃으며 말했다.
“잠깐만, 노래는 내가 골라줄게. “
유미가 곡 번호를 눌렀을 때, 나는 하마터면 그 년에게 술잔을 집어던질 뻔 했다.
그녀가 고른 노래는 댄스 메들리로, 다른 노래들보다 거의 두배는 길게 나오는 곡이었다.
음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애리는 입술을 꼭 깨물더니 마이크는 잡지도 않은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1분정도 리듬을 탄 후, 애리는 원피스의 어깨 끈을 단숨에 내렸다.
원피스 아래에 입은 것은 팬티 하나, 애리의 젖가슴이 출렁거리며 나타나고, 잘록한 허리의 라인과 날 그토록 행복하게 만들었던 엉덩이가 눈앞에 춤을 추었다.
발 끝으로 원피스를 차 버린 그녀는, 이제 현란하게 알몸을 흔들며 스트립쇼를 하듯 몸을 움직여갔다.
유방을 마구 흔들고, 엉덩이를 기묘하게 흔들며 춤을 추던 그녀는, 조금 숨이 차는지 이제 붇박이 TV화면을 한 손으로 짚고 테이블쪽으로 엉덩이를 내민채 허리를 굽히고서 마치 뒤로 남자를 받아들이는듯한 모습으로 엉덩이를 마구 흔들어댔다.
나는 그 모습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가끔씩 내게 와 닿는 애리의 눈빛이, 너무 슬퍼보였다.
‘실망했어요? 원래부터 난 이정도인 계집애예요…’
그렇게 내게 말하는듯한 애리의 슬픈 눈빛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녀의 춤을 볼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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