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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펌)Days with Roses 2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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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44 회 작성일 24-02-21 19: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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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1. I’ll be Over You - ToTo


 

“아빠! ”
. . . . . . .
“일어나, 아빠! “
. . . . . . .
“오케이, 나 짬뿌한다? “
“으아앗! 일어난다, 일어난다구! 으커컥! “
우리 여섯살박이 딸내미가 허공을 날더니 내 배 위로 엉덩이부터 떨어진다.
두 눈을 꼭 감고서 손은 앞으로 모아 가슴에서 모아쥐고서, 발끝을 가슴께로 올린 자세…
완벽하다, 내 딸이지만 귀여워 죽겠어,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박수라도 쳐줬겠지.
하지만 명치가 끊어질 듯이 아픈데, 박수는 고사하고 숨도 못쉬겠다.
내가 배를 움켜쥐고 침대를 뒹굴 때, 우리 시현이는 큰일이라도 해낸 양 두손을 탁탁 털면서 방문을 향해 소리쳤다.
“오케이, 이모 엄마! 아빠 일어났어! “
이 계집애는 하루에 오케이란 단어만 한 스무번은 쓰는 것 같군, 그래서 별명도 오케이라고 하는 거지만.
주방에서 처제가 웃음 띈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했어 오케이, 아빠 빨리 세수하고 식사하시라고 그래. “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그 순간,
‘어? 오늘 새벽에 들어와서, 대충 벗어던지고 팬티만 입고 잔 거 같았는데? ‘
지금 나는 잠옷을 아래위로 갖춰 입고 있는 것 이다.
‘이거, 이거… 또 처제가 입혀놨군. 하지말라는데도… ‘
별로 술이 쎄지 않은 나는, 접대가 있을 때면 술자리에서는 어떻게든지 버티지만, 집에 돌아오면 긴장감이 풀려 침대에 그냥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럴때면 죽은 아내는 처제를 불러 함께 내 옷을 벗기고 꼭 잠옷을 갈아 입힌 후에야 침대에 재우곤 했다.
그런데, 아내가 죽은 후에도 처제는 내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자면 혼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내 옷을 갈아입히는 걸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머리를 긁으며 거실로 나갔다.
일요일이라 한가한 아침이었다. 처제는 청바지에 티만 입고서 에이프런을 두른 채 뭔가를 끓이고 있었다.
돌아서 있는 처제의 뒷모습과, 엉덩이에서 다리로 흐르는 라인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수정이의 얼굴과 발가벗은 몸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젯밤의 수정이와의 술자리와 섹스가 마치 꿈처럼 떠오르면서, 그 순간 내 자식놈은 아플 정도로 발기했다.
내가 멍하니 처제의 뒷모습과 수정이의 뒷모습을 겹치면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처제가 살며시 뒤돌아 나를 쳐다 보았다.
“흠, 흠! “
나는 잠옷을 뚫고 오를 듯 일어 선 물건을 짐짓 가리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요즘 처제가 점점 몸에 물이 오르는 군…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건가? ’
죽은 아내는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몸매였지만, 처제는 그 미모가 아주 대단했다.
내 손바닥에 가려질 정도로 자그마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와 늘씬하게 쭉쭉 뻗은 다리나, 크지 않지만 탄력있어 보이는 가슴을 보자면 도대체 아내와 친자매란 게 믿을 수 없어서, 나는 아내가 살아있을 때도 곧잘
“두 사람 친 자매 맞나? 당신은 주워 온 자식인 거 아냐? “
하고 농담을 던지곤 했다.
그럴때면 아내는 내 다리를 꼬집으며 말하곤 했다.
“또 그러지? 내가 몇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난 우리 엄마를 닮았고 쟨 아빠를 닮은 거야. 엄마는 조그마하고 볼 품 없는 스타일이지만, 우리 아빠는 젊었을 때 별명이 신성일이었다구.”
“호호… 형부, 억울하세요? 조금만 더 참았다면 나랑 사겼을텐데… 어떡하나, 불쌍한 우리 형부? “
아내를 떠올리자, 내 마음은 울적해졌다.
미인은 아니었지만, 아내는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이었다.
내 아내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인 것 처럼, 나를 편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 주었다.
“형부~~ 국 다됐거든요? 적당히 씻고 오세요. “
“아빠! 나 배고파! 빨리 오세요, 오케이? “
“그래, 알았다. 금방 나갈게. “
나는 대충 세수를 하며 화장실을 나섰다.

 

# # #

 

그 후로 평범한 날들이 이어졌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아침에 업무 시작하기전 커피를 마시며 지점장, 박차장과 그날 밤의 일에 대해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다 아주 흡족한 밤을 보낸 것 같았다.
나에게 그런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다음에 어디 접대라도 갈때는 꼭 나를 동행해서 가야겠다는 말을 했고, 나는 그저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그 날 저녁에, 수정이에게서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수정이예요. 잘 들어가셨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보고싶네요.]
요즘 애들 답지않게 철자법을 정확히 지키고 마침표나 물음표까지 넣은 편지였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답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섯시에 온 메일을, 답장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일곱시가 다 되어서였다.
‘어차피 지속해봤자 아무것도 안되는 사이 아닌가…’
마음속으로 이 말을 수십번을 반복하고서야, 나는 그애의 편지를 무시할 결심을 굳힌것이다.
그 애가 조금만 수준이 낮았더라면, 나는 어쩌면 연락을 했을 것이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그애가 있는 가게에 가서 술을 마시고, 그애와 섹스를 즐겼을 것 이다.
하지만 수정이가 있는 가게는 나 같은 샐러리맨이 드나들기엔 너무 수준이 높았고, 총각도 아니고 딸을 둔 내가 그렇게 써댈 돈이 있을리 만무했다.
능력이 안되면 그만둬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조금 시간이 흐르고 수정이도 내가 별볼일 없는 샐러리맨이라는 걸 알게 되면 내게 연락을 끊을 것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거다, 나한테 과분한 추억이 하나 생긴거지… ‘


그 후로 정확히 열흘동안, 수정이는 하루에 꼭 하나씩, 언제나 오후 4시 정도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제는 바쁘셨던가 봐요, 몸이 아프신건 아니죠? 전화 한번 주세요.]
[오빠, 어제는 수정이 술을 많이 마셨어요. 지금도 머리가 좀 아프네요. 보고싶어요.]
[수정이예요. 날씨가 많이 추워요. 그러니까 오빠 생각이 더 나네요.]
[오빠… 수정이랑 한 약속 잊으셨어요? 수정이 잊지 않겠다고 하신 말 잊으셨어요?]
. . . . . .


수정이는 절대 나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전화를 한다면 과연 매정하게 자를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수정이는 계속 메시지를 보내왔지 한번도 내게 전화걸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들어 온 메시지는 문자가 아니라 음악편지였다.
굉장히 슬프고, 음조가 변함없이 흘러가는듯 한 노래…
별로 팝송에 조예가 없던 나는, 당좌계 후배인 서대리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며 물었다.
“어이, 이 노래 뭔지 알겠냐? “
서대리는 내 핸드폰을 한참 듣고 있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 이거요? 이거 랜디 밴워머라는 친구 노래예요. 제목이… [Just when I needed You Most]라고 하죠. “
“호오? 제법인데? 그럼 너 그 노래 가사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아냐? “
“에이, 형이 나보다 영어 더 잘하잖아요? “
“야, 우리야 다들 시험영어지, 실전 영어가 돼냐? “
“하하… 그냥 여자가 떠난 남자를 그리워하는 내용이예요. 뭐, 당신이 나한테 한장의 편지만 보냈더라면 나는 수없이 보낼 편지들을 썼었는데… 그런거죠. 아, 여기 가사집이 있네요, 보세요. “
서대리는 인터넷을 뒤져 가사집을 찾아서 화면에 띄우고는 내게 보내주었다.
나는 잠시 그 가사를 읽고 있다가, 몸을 돌렸다.
서대리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무말하지 않았다.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나는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눈물이 흐를 뻔 했다.
무언가, 그녀가 그 노래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언가 알 듯 했다.
어쩌면, 그 노래 이후에 한번이라도 그녀가 내게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면, 나는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후로 그녀에게서 더 이상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그 후로 두달 정도 흐른 후, 나는 다시 수정이를 만났다.



 

2. Next time I Fall - Peter Cetera & Amy Grant

 

두달 정도 후, 인사 이동철이 되어, 지점장과 몇몇 여직원이 바뀌었다.
새로 온 지점장은 50대 중반 정도의 나이에 반대머리를 하고, 아랫배가 불룩 나온 것이 첫눈에도 난 색골에 돈벌레다! 라고 이마에 써붙인 듯 했다.
그는 부임하자 마자 직원들의 기강을 쇄신한다며 별별 행사를 만들어내고, 아침 조회를 거의 일주일 내내 실시해대더니, 실적을 채근하며 직원들들 달달 볶았다.
그러던 중 새 지점장은 자연히 대성건설의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게됐고, 이사장은 지점장을 만나서 한참 얘기를 나누고나서 나를 불렀다.
“김대리님, 담배 한 대 합시다? “
“아, 예. 잠깐만요… 그럼 복도로 나가시죠. “
우리는 복도에 나와서 담배를 나눠물었다.
이사장은 담배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거 이거… “
“왜 그러십니까? “
“아니, 그게… 하하, 참… “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말씀해 주십시오. “
“그게 말입니다… 김대리님, 새로 오신 지점장님 어떻습니까? “
“뭐, 능력있으신 분 아닙니까? 섭외력도 뛰어나신 것 같고… “
“우리 솔직히 말합시다. 나 김대리님 나이를 떠나서 친구처럼 좋아한다는거 알죠? 김대리님이 그렇게 속을 숨기면 나도 말 안합니다. “
“샤일록이죠. “
“? ? ? “
“솔직히 말하라면서요? 그 인간, 샤일록 같은 인간입니다. “
이사장은 잠깐 동안 나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갑자기 내 등을 두드리며 웃었다.
“우하하하! 역시, 역시… 내가 김대리님 한 사람은 제대로 봤다니까! 으하하… “
“왜, 그 인간이 뭐 요구라도 하던가요? 설마 요즘 세상에 봉투라도 내놔라 할리는 없고… 그런 사람일수록 제 몸은 죽도록 사리는 법인데. “
“하하… 뭐, 그렇게 까지야 않겠습니다만… 좀 심한 구석이 있더군요. 어쨌거나… “
갑자기 이사장은 고개를 숙이고서, 내 얼굴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대고서 조용히 말했다.
“그 날 이후로, 그 아가씨는 얼마나 만났소? “
“누구 말입니까? “
“누구긴, 애리말이지… 두달 지났으니까, 일주일에 한번으로 잡아도 여덟번은 되겠구만.”
“한번도 안만났습니다. “
“으잉? 진짜요? “
내가 담담히 웃고 있자, 그는 내 얼굴을 두어번 살피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짜로군… 김대리님 자주 느끼는거지만, 참 희한한데가 있는 사람이란거 아오? 어떨때 보면 돈키호테같고, 어떨때보면 득도한 사람같단 말이야… “
나는 그냥 웃고 있었다.
이사장은 기이하게 웃더니, 다시 말했다.
“어쨌거나, 며칠 내로 지점장님 한번 모시기로 했소. 김대리님 그때 빠지면 안됩니다? “
“뭐, 사정봐가면서 해야겠죠. “
이사장은 내 어깨를 툭 치고선, 웃으며 사라져갔다.

 

# # #

 

이틀 후에, 박차장이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김대리, 저녁에 약속 없지? “
직감적으로 오늘이구나 싶었다.
“뭐… 별일이야 없지만, 오늘은 딸이랑 처제하고 식사하기로 했는데… “
“오늘 하루만 연기하라구. 지점장님이랑 같이 가야 해. “
“어딜요? “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박차장은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흐흐… 대성에 이사장이 오늘 한잔 사기로 했어. 지점장님 새로 오셨으니까, 신고 한번 하겠다는거지, 뭐. 근데 이사장이 김대리 꼭 끼워오랬단 말이야… “
이 인간은 그 사이에 완전히 새 지점장 꼬붕이 되어 버렸다.
전부터 줏대없고 손바닥 비비는걸로 살아나가는 스타일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새 지점장이 오고 나니 완전히 한 세트로 맞춰나온 느낌까지 드는 것 이다.
“뭐, 오늘은 제가 일이 있으니까… 젊은 친구 필요하신거면 저보다는 당좌계에 서대리는 어떻습니까? “
“이사람이, 말귀를 못알아들어! 지점장님이 김대리 부른건데, 서대리가 왜나오나? 아무소리 말구 따라오라구. “
나는 어쩔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대충 수습하고 밖으로 나가자, 지점장과 박차장은 택시를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사장이 기다리는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친 후, 이사장은 우리를 2차 장소로 데리고 갔다.
역시 생각대로, 목적지는 ARTEMIS였다.
나는 식사중에도 계속 이리로 오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중이었다.
수정이를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다 여기까지 왔지만, 나는 아직도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김대리, 표정이 영 안좋은데? 하지만 내가 김대리 거북하게 만들려구 여기로 온건 아니오. 내가 단골이 여기라서 여기로 온거야. 또, 내가 아는 가게중에 이 집이 제일 수준 높으니까, 지점장님을 이리로 모실 수 밖에 없었지. 박차장이 전이랑 비교라도 하면… 하하, 그렇잖소? “
역시 사업하는 사람이라 눈치가 다르다.
확실히 전보다 수준낮은 곳으로 데려갔었다면 저 박차장이 지점장에게 미주알고주알 고해바쳤을거고, 밴댕이 소갈딱지 지점장은 아마 단단히 삐지게 될거다.
“자, 들어갑시다. 애리야 신경쓸 거 없는거 아니오? 아가씨는 널렸다구. “
이사장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그렇게 말하곤, 앞장서서 가게로 들어갔다.
나는 네사람의 제일 끝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미리 연락이 되어 있었던게 당연하지만, 마담이 웃음을 띄며 달려나왔다.
“어머, 어서오세요~ 오신다는 연락 받은지 얼마 안되서… 어머! “
마담은 제일 뒤에서 쭈뼛거리며 들어오는 날 보고는 가볍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어리둥절해하다 웃으며 잘있었냐고 인사를 건네자, 마담은 다시 웃었다.
“네, 저야 잘 지냈죠. 대리님 오랬만이시네요? “
안내를 받아 룸으로 걸어가다가, 나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한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소연이란 아가씨였다.
소연이는 나를 쳐다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어머, 오빠! 언제오셨어요? 어쩌지? 애리 언니 오늘 몸살이 심해서 쉰댔는데… “
나는 마음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감과 실망감이 빠르게 마음을 쓸고 지나갔다.
“뭐,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럼 오늘은 소연이가 내 파트너 하면 되겠군, 하하. “
소연이는 내 말에 무언가 살피는 듯이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반가워요. 추운데 빨리 룸에 들어가세요. “
우리는 룸에 들어와서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담이 웃으며 들어와서 지점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지점장은 아주 여러 번 놀아본 인물이란 티를 팍팍 풍기며, 마담에게 장사는 잘되냐는 둥, 아가씨들 수준은 어떻냐는 둥, 이전 지점에 있을 때는 그 동네의 제일 고급 살롱 사장과 자신이 의형제였다는 둥 온갖 농을 쳐대고 있었다.
박차장은 옆에서 그렇죠, 그렇죠 하며 맞장구를 쳐대고 있었고, 이사장은 그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혼자서 맥주를 따라마시며 마담과 지점장의 얼굴만 번갈아 바라보았다.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는 지점장의 헛소리에 마담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네,네 만 반복해댔다.
거의 십여분을 혼자서 떠들어대더니,
“근데, 아가씨들은 안 넣어주나? 아니면 마담이 오늘 내 수청 들건가? “
“어머, 제가 어떻게 감히 지점장님 곁에 앉겠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가씨들 들일께요. 호호. ”
마담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우리는 술을 나누며 다시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죽였다.
다시 십분 정도가 흐른 후, 마담이 아가씨들을 몰고 들어왔다.
여덟명의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미나는 여전히 들어오자마자 이사장의 옆에 가 앉았다.
아무래도 이사장의 세컨드는 아니더라도, 공식 지정 파트너쯤 되는 것 같았다.
가운데 소연이의 얼굴이 보였고, 보라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수정이의 얼굴도 없었다.
무얼 바랬던 걸까?
나는 아까와는 달리 실망감만이 마음속에 들어차는 기분에 술잔을 비웠다.
“시간이 조금 늦어서 아가씨들이 좀 적어요. 하지만 다들 베스트 아가씨들이예요. 잘 감상하시고 고르세요? 자아, 차렷! “
아가씨들이 자세를 바로 하고 서자, 마담은 전처럼 인사를 시켰다.
마담은 전번처럼 충분히 감상할 시간을 주고 나서, 아가씨들을 내보내려 했다.
그런데, 지점장이 또 가로막고 나섰다.
“아니, 왜 아가씨들을 내 보내나? “
“호호, 아무래도 눈 앞에서 바로 고르시라면 쑥스러워 하시니까, 맘 편하게 고르시게 그러는 거죠. 아가씨들 번호표 기억하셨죠? 번호만 나중에 말씀해주시면 돼요. “
“허허, 그럴필요 없어. 어디 장사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로 고르자구. 안그래, 박차장? “
“아, 그럼요! 어차피 시간 아까운데, 내 보냈다가 다시 들였다가 뭐하러 그러겠습니까? “
“그래, 그래. 여기서 바로 고르자구. 어디, 나는… 음, 너 노랑머리한 너, 이리 오너라. “
역시 지 얼굴대로 논다더니, 지점장이 고른 아가씨는 그 중에서 제일 색기가 넘치게 생긴 아가씨였다.
얼굴이야 당연히 예쁘지만, 뭐랄까 온 몸에서 요사한 느낌이 흐르는 듯 한 계집애였다.
“그래, 그래. 여기 앉아라. 하하… 다음은 박차장 고르지? “
“아니, 뭐 김대리부터 고르도록 하죠? “
“이 사람 무슨 말이야? 이런 데도 다 계급이 있는 법이야. 상사가 먼저 고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구. 박차장이 먼저 골라. “
“아, 네. 그럼 저는… 아, 거기 너! 너 이리 와라. “
박차장이 고른 아가씨는 소연이였다.
소연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나를 한번 살짝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네~ 오빠~ 하고 애교를 부리며 박차장에게 뛰어갔다.
이제 내가 고를 차례였다.
하지만 난 왠지 고르는 신이 나질 않았다.
남은 다섯 아가씨를 이리 저리 쳐다 보다가, 결국 자포자기하는듯한 심정으로 한 아가씨를 찍으려 할 때였다.
갑자기 문이 왈칵 열리면서 한 사람이 뛰어들어왔다.
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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