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전풍(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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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장 개방의 이목
담천기, 그는 옥풍신개를 바라보며 미소했다.
[이렇게[ 만나게 될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개방과 담천기,
그 둘은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지 않는가!
하나, 그것을 알리 없는 옥풍신개엿다. 그는 은근히 경계하는
빛이었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대소했다.
[하하하.... 금천공자의 위며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소!]
[별말씀을.....] [담공자가 천무신제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소. 아무튼 축하드리는 바요!] 말 속에 뼈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놓칠리 없는 담천기였다.
(음....개방과 천무대성의 관계가 불편하다더니 사실이었군!)
하나, 그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고맙소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생은 방주를 찾아뵐 생각이었소.]
[....?] 옥풍신개는 괴이한 눈으로 담천기를 쏘아보았다.
담천기는 담담히 웃었다.
[나는 방주께 한 분의 행방을 꼭 알고 싶소.]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일순, 담천기는은밀히 전음으로 말했다.
[.....!] 순간, 옥풍신개의 안색이 싹 달라졌다.
그러나 그의 안색은 빠르게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분 사조께서는 실종된지 벌써 오십 년이 흘렀소. 공자가 무슨
의도인지 모르나...그분의 소식이 없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오!]
[....] 담천기는 쓰게 웃었다.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품속에서 하나의 철패를 꺼냈다.
그것은 전날 개왕에게서 받은 물건이었다.
[이 년 전... 그분이 이걸 분명히 내게 전해 주었소.]
순간, 옥풍신개는 가슴이 철렁했다.
[푸....풍운영패!] 그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담천기를
바라보았다. [정녕,...! 담공자가 그분을 만난 적이 있다는
말이오?] [그렇소. 그런데 설마 방주께서 그분의 소식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이오?] [.......!]
옥풍신개는대답이 없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천기를 쏘아볼 뿐
..... 담천기의 안색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럼 그분이 그 당시 놈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단 말인가?]
문득, 옥풍신개의 눈빛이 흔들렸다.
[담공자! 정녕 그대가 담공자 본인이오?] 심상치 않은 물음이었다.
담천기는 대뜸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방주께서는 나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오?]
[그렇소! 우리는 금천장의 소장주가 본인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었소!] 실로 놀라운 안목이 아닌가!
[한데....오늘보니 그것이 잘못 되었음을 알았소!]
옥풍신개, 그는 담천기를 믿는다는 말인가?
사실,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담천기의 수중에서 풍운령패가 있고 그때의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으니 으심할 여지가 있겠는가!
담천기는 나직이 전음을 보냈다.
[방주께서는 잘못 생각하신 것이 아니오. 사실 얼마 전까지 이
담천기는 가짜였으니....] [아니...그게 무슨 뜻이오?]
[얘기하자면 한 두 마디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음.....!]
옥풍신개는 낮게 신음했다. 문득, 그는 정색했다.
[혹시 천무신제도 사조께서 살아계심을 알고 있소?}
[방주께서는 신제를 무척 경계하시는데 무슨 근거라도....?]
[별가 아니오.] 옥풍신개는 안색을 굳히며 고개를 저었다.
[담금 천하의 정세가 좀 복잡해 해본 소리요.]
그는 의도적으로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았다.
담천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불숙 말했다.
[내가 천무신제을 사부로 모신 것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오.
사실 나의 사부는 따로 있소이다.] [.....!]
흠칫하는 옥풍신개의 귓전으로 담천기의 전음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순간, 옥풍신개는 해연이 놀란 얼굴이 되고 말았다.
[저....정말이오?] [더 들어보시오.]
담천기는 간략히 지난 일을 이야기했다.
개왕을 우연히 만났던 날, 구대무왕의 공동전인이 되었고 가짜
담천기의 내력까지.... 일순, [그....그럴수가.....!]
옥풍신개는 벼락같이 놀라고 있었다. 담천기는 낮게 말했다.
[이제 나를 믿는다면 그분을 만나볼 수있겠소? 매우 중대한 일이오.]
옥풍신개의 눈빛이 흔들렸다. [공자를 믿소!]
그는 문득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나....그분이 지금 어디 계신지 알지 못하나...연락은 취할 수
있소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소?]
[아마...천리 이내에 계신다면 내일 중으로.....]
담천기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내일까지란 보장이 없는 한 나는 기다릴 수 없소이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담천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주께서는 혈사천을 알고 있습니까?] [.....!]
옥풍신개의 눈에 기광이 번뜩였다.
[공자는 모르는 게 없구려! 혈사천은 바로 천하를 암중으로
장악하고 있는 이대암류 가운데 하나가 아니오!]
[이대암류....?] 담천기는 짐짓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소! 또 하나는....바로 사조께서 광천혈교의 후예가 아닌가
의심하는 세력이 있소.] [.....!]
[놈들의 종적은 신비하기 이를데 없었소. 하나...사조께서 이미
모종의 단서을 잡으신 걸로 알고 있소.]
담천기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개방의 소식망은 대단하구나! 아바님과 나만이 알고 있는
이대암중 세력이거늘....!)
이대암중세력! 기실 당금 천하를 뒤흔들고 있는 광사탑이나 빙천신궁
은 별거 아닐 수도 있었다.
두개의 암중세력! 문제는 바로 그들인 것이다.
혈사천! 그리고 또 하나의 암중세력!
그들이야말로 어디선가 웅크리고 있으면서 천하를 암중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을 정도로 가공할 세력인 것이다.
그리고, 대효웅 금풍자! 그는 반드시 이대암중세력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때, 옥풍신개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설마 담공자는 지금 혈사천으로....?]
[바로 그렇소.] [안돼오! 그건 너무 위험하오!]
옥풍신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나, 담천기의 결심은 이미
막을 수 없는 것이 되버렸다.
[위험해도 나는 가야하오. 적이 누군가 파악하지 않고 그냥
부딪치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소?] [음.....!]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나는 나를 지킬 자시이 있소.]
잔잔한 어조, 거기에는 위풍당당함이 깃들어 있었고,
마치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하늘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옥풍신개는 절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 또 하나의 용이 탄생했음을 모르고 있구나! 역시....사조의
말씀이 옳았도다!) 이어, 그들은 무엇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한동안 주고 받았다. 밀담! 천하무림...... 아아.....
그들의 밀담 속에 천하무림의 향배가 오고갔음을 뉘라서 알겠는가?
항주, 고대로부터 문물이 풍성하고 수륙양료가 잘 발달된 교통의
요지, 특히, 항주는 색주가로도 유명했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 향주에 또 하나의 명소가 등장했다.
만화루----!
기루! 사계 언제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항주제일기루,
그곳에는 천하명기들이 수두룩 했으며, 하나같이 금기성화에
능하고, 가무음곡에 뛰어나지 않는 기녀가 없다는 소문이었다.
오늘도, 만화루의 문 앞에는 풍류남아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황혼 무렵, 한 필의 말이 만화루의 높은 문 아에 멈췄다.
그는 바로 담천기였다.
그때, 기루의 문이 열리며 중년부인 하나가 그들 부리나테 맞이했다.
요란하게 단장한 그녀의 몸에서는 지분냄새가 코를 찔렀다.
[호호호...공자 나으리 어시 오시와요. 뭐니뭐니 해도 풍류를
아시는 분은 저희 만화를 찾으신답니다.]
요란법석이었다. 담천기는 내심 쓴웃음 지었다.
(졸지에 풍류남아가 되어버렸구나! 빌어먹을....한번쯤 진짜로
방탕해 볼까?) 그는 말고삐를 넘기며 미소했다.
나를 화월에게 안내하시오.] [....!]
중년부인은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하나, 그녀는 이내 음탕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공자 나으리, 모시기는 모시겠습니다만...화월은 마음에 들지 않는 손님은 모시지 않는 까다로운 기녀
이니 조심하십시오.]
[.....] 담천기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화월! 그렇게 대단한 기녀인가? 항주제일명기 화월,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보러 황금을 싸들고 찾아든 남자는 부지기수,
하나, 그녀와 정작 잠자리를 같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할 정도였다.
아담한 정실, 정갈한 실내 분위기가 여기가 기방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담천기, 그는 자단목 탁자에 붓을 든 채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비단 휘장이 늘어져
있었고, 휘장 뒤에는 미려한 몸매의 그림자가 하나 보였다.
문득, 휘장 뒤에서 청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용서하세요. 소녀는 공자께서 난을 한폭 쳐주시기 전에는 나갈 수
없는 규칙이 있어요.] (별놈의 규칙이 다있군!)
담천기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옥음이 들려왔다.
[그리고..그 난이 소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며 그냥 돌아가셔야
한답니다.] [알았소.] 담천기는 무뚝뚝하게 대답한 후,
붓을 화선지 위에 아무렇게나 놀리기 시작했다.
번개같이 빠른 솜씨였다. 그리고, 그는 붓을 내던지며 화선지를
휘장앞으로 내밀었다. 스윽..... 휘장 안에서 희디힌
섬섬옥수 하나가 나와 살며시 화선지를 받아쥐고 이내 사라졌다.
다음 순간, [공자! 대체 무어슬 그리신 것입닊?]
낮은 경악성이 터졌다. 담천기는 태연히 웃었다.
[난을 그려달라 하지 않았소?]
[이...이건 난이 아니라 낙서가 아닙니까?]
[하하하...그 그림이 마음에 안들어도 낭자는 나오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오.] [......?]
[그것은 내가 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오.] [호호호호.....!]
갑자기 짤랑한 교소가 터졌다. 동시에.... 스르르....
휘장이 걷혔다. 그리고 나타난 얼굴, 정녕 미치도록 황홀한
모습의 미녀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가 바로 그 유명한 명기
화월이었다. 그녀는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들었다.
[소녀 평생 공자같이 엉뚱한 분은 처음이예요.]
[후후...어쨌든 반갑소.] 담천기는 씨익 웃으며 갑자기 그녀의
손에 쥐어진 화선지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기이한 모습의 편월 하나를 그려넣었다.
그 순간, 화월의 교구가 바르르 떨리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화....화령당주가 혈공자를 뵈옵니다.] 아아... 이곳이 바로
혈사천의 화령당이었단 말인가?
그렇다. 이곳이야말로 혈사천의 모든 정보가 연락되는 요지였던
것이다. 혈사천의 숨은 힘, 그것은 화류계에 까지 뻗어 있었던
것이다. 화령당주 화월, 그녀는 그윽한 시선으로 담천기를 응시했다.
[은공자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천첩을 따라 오시지요.]
이어 그녀는 가볍게 침상 한쪽을 눌렀다.
기---잉----! 마찰음과 함께 침상이 옆으로 밀려갔고,
그 자리에 지하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나타났다.
[이쪽으로... 이 안에 은공자께서 계십니다.]
은공자! 혈사천의 사대공자 가운데 서열 두번 째의 인물
과연.....
담천기, 그는 옥풍신개를 바라보며 미소했다.
[이렇게[ 만나게 될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개방과 담천기,
그 둘은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지 않는가!
하나, 그것을 알리 없는 옥풍신개엿다. 그는 은근히 경계하는
빛이었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대소했다.
[하하하.... 금천공자의 위며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소!]
[별말씀을.....] [담공자가 천무신제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소. 아무튼 축하드리는 바요!] 말 속에 뼈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놓칠리 없는 담천기였다.
(음....개방과 천무대성의 관계가 불편하다더니 사실이었군!)
하나, 그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고맙소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생은 방주를 찾아뵐 생각이었소.]
[....?] 옥풍신개는 괴이한 눈으로 담천기를 쏘아보았다.
담천기는 담담히 웃었다.
[나는 방주께 한 분의 행방을 꼭 알고 싶소.]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일순, 담천기는은밀히 전음으로 말했다.
[.....!] 순간, 옥풍신개의 안색이 싹 달라졌다.
그러나 그의 안색은 빠르게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분 사조께서는 실종된지 벌써 오십 년이 흘렀소. 공자가 무슨
의도인지 모르나...그분의 소식이 없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오!]
[....] 담천기는 쓰게 웃었다.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품속에서 하나의 철패를 꺼냈다.
그것은 전날 개왕에게서 받은 물건이었다.
[이 년 전... 그분이 이걸 분명히 내게 전해 주었소.]
순간, 옥풍신개는 가슴이 철렁했다.
[푸....풍운영패!] 그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담천기를
바라보았다. [정녕,...! 담공자가 그분을 만난 적이 있다는
말이오?] [그렇소. 그런데 설마 방주께서 그분의 소식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이오?] [.......!]
옥풍신개는대답이 없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천기를 쏘아볼 뿐
..... 담천기의 안색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럼 그분이 그 당시 놈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단 말인가?]
문득, 옥풍신개의 눈빛이 흔들렸다.
[담공자! 정녕 그대가 담공자 본인이오?] 심상치 않은 물음이었다.
담천기는 대뜸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방주께서는 나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오?]
[그렇소! 우리는 금천장의 소장주가 본인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었소!] 실로 놀라운 안목이 아닌가!
[한데....오늘보니 그것이 잘못 되었음을 알았소!]
옥풍신개, 그는 담천기를 믿는다는 말인가?
사실,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담천기의 수중에서 풍운령패가 있고 그때의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으니 으심할 여지가 있겠는가!
담천기는 나직이 전음을 보냈다.
[방주께서는 잘못 생각하신 것이 아니오. 사실 얼마 전까지 이
담천기는 가짜였으니....] [아니...그게 무슨 뜻이오?]
[얘기하자면 한 두 마디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음.....!]
옥풍신개는 낮게 신음했다. 문득, 그는 정색했다.
[혹시 천무신제도 사조께서 살아계심을 알고 있소?}
[방주께서는 신제를 무척 경계하시는데 무슨 근거라도....?]
[별가 아니오.] 옥풍신개는 안색을 굳히며 고개를 저었다.
[담금 천하의 정세가 좀 복잡해 해본 소리요.]
그는 의도적으로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았다.
담천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불숙 말했다.
[내가 천무신제을 사부로 모신 것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오.
사실 나의 사부는 따로 있소이다.] [.....!]
흠칫하는 옥풍신개의 귓전으로 담천기의 전음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순간, 옥풍신개는 해연이 놀란 얼굴이 되고 말았다.
[저....정말이오?] [더 들어보시오.]
담천기는 간략히 지난 일을 이야기했다.
개왕을 우연히 만났던 날, 구대무왕의 공동전인이 되었고 가짜
담천기의 내력까지.... 일순, [그....그럴수가.....!]
옥풍신개는 벼락같이 놀라고 있었다. 담천기는 낮게 말했다.
[이제 나를 믿는다면 그분을 만나볼 수있겠소? 매우 중대한 일이오.]
옥풍신개의 눈빛이 흔들렸다. [공자를 믿소!]
그는 문득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나....그분이 지금 어디 계신지 알지 못하나...연락은 취할 수
있소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소?]
[아마...천리 이내에 계신다면 내일 중으로.....]
담천기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내일까지란 보장이 없는 한 나는 기다릴 수 없소이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담천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주께서는 혈사천을 알고 있습니까?] [.....!]
옥풍신개의 눈에 기광이 번뜩였다.
[공자는 모르는 게 없구려! 혈사천은 바로 천하를 암중으로
장악하고 있는 이대암류 가운데 하나가 아니오!]
[이대암류....?] 담천기는 짐짓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소! 또 하나는....바로 사조께서 광천혈교의 후예가 아닌가
의심하는 세력이 있소.] [.....!]
[놈들의 종적은 신비하기 이를데 없었소. 하나...사조께서 이미
모종의 단서을 잡으신 걸로 알고 있소.]
담천기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개방의 소식망은 대단하구나! 아바님과 나만이 알고 있는
이대암중 세력이거늘....!)
이대암중세력! 기실 당금 천하를 뒤흔들고 있는 광사탑이나 빙천신궁
은 별거 아닐 수도 있었다.
두개의 암중세력! 문제는 바로 그들인 것이다.
혈사천! 그리고 또 하나의 암중세력!
그들이야말로 어디선가 웅크리고 있으면서 천하를 암중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을 정도로 가공할 세력인 것이다.
그리고, 대효웅 금풍자! 그는 반드시 이대암중세력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때, 옥풍신개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설마 담공자는 지금 혈사천으로....?]
[바로 그렇소.] [안돼오! 그건 너무 위험하오!]
옥풍신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나, 담천기의 결심은 이미
막을 수 없는 것이 되버렸다.
[위험해도 나는 가야하오. 적이 누군가 파악하지 않고 그냥
부딪치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소?] [음.....!]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나는 나를 지킬 자시이 있소.]
잔잔한 어조, 거기에는 위풍당당함이 깃들어 있었고,
마치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하늘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옥풍신개는 절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 또 하나의 용이 탄생했음을 모르고 있구나! 역시....사조의
말씀이 옳았도다!) 이어, 그들은 무엇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한동안 주고 받았다. 밀담! 천하무림...... 아아.....
그들의 밀담 속에 천하무림의 향배가 오고갔음을 뉘라서 알겠는가?
항주, 고대로부터 문물이 풍성하고 수륙양료가 잘 발달된 교통의
요지, 특히, 항주는 색주가로도 유명했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 향주에 또 하나의 명소가 등장했다.
만화루----!
기루! 사계 언제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항주제일기루,
그곳에는 천하명기들이 수두룩 했으며, 하나같이 금기성화에
능하고, 가무음곡에 뛰어나지 않는 기녀가 없다는 소문이었다.
오늘도, 만화루의 문 앞에는 풍류남아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황혼 무렵, 한 필의 말이 만화루의 높은 문 아에 멈췄다.
그는 바로 담천기였다.
그때, 기루의 문이 열리며 중년부인 하나가 그들 부리나테 맞이했다.
요란하게 단장한 그녀의 몸에서는 지분냄새가 코를 찔렀다.
[호호호...공자 나으리 어시 오시와요. 뭐니뭐니 해도 풍류를
아시는 분은 저희 만화를 찾으신답니다.]
요란법석이었다. 담천기는 내심 쓴웃음 지었다.
(졸지에 풍류남아가 되어버렸구나! 빌어먹을....한번쯤 진짜로
방탕해 볼까?) 그는 말고삐를 넘기며 미소했다.
나를 화월에게 안내하시오.] [....!]
중년부인은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하나, 그녀는 이내 음탕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공자 나으리, 모시기는 모시겠습니다만...화월은 마음에 들지 않는 손님은 모시지 않는 까다로운 기녀
이니 조심하십시오.]
[.....] 담천기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화월! 그렇게 대단한 기녀인가? 항주제일명기 화월,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보러 황금을 싸들고 찾아든 남자는 부지기수,
하나, 그녀와 정작 잠자리를 같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할 정도였다.
아담한 정실, 정갈한 실내 분위기가 여기가 기방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담천기, 그는 자단목 탁자에 붓을 든 채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비단 휘장이 늘어져
있었고, 휘장 뒤에는 미려한 몸매의 그림자가 하나 보였다.
문득, 휘장 뒤에서 청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용서하세요. 소녀는 공자께서 난을 한폭 쳐주시기 전에는 나갈 수
없는 규칙이 있어요.] (별놈의 규칙이 다있군!)
담천기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옥음이 들려왔다.
[그리고..그 난이 소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며 그냥 돌아가셔야
한답니다.] [알았소.] 담천기는 무뚝뚝하게 대답한 후,
붓을 화선지 위에 아무렇게나 놀리기 시작했다.
번개같이 빠른 솜씨였다. 그리고, 그는 붓을 내던지며 화선지를
휘장앞으로 내밀었다. 스윽..... 휘장 안에서 희디힌
섬섬옥수 하나가 나와 살며시 화선지를 받아쥐고 이내 사라졌다.
다음 순간, [공자! 대체 무어슬 그리신 것입닊?]
낮은 경악성이 터졌다. 담천기는 태연히 웃었다.
[난을 그려달라 하지 않았소?]
[이...이건 난이 아니라 낙서가 아닙니까?]
[하하하...그 그림이 마음에 안들어도 낭자는 나오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오.] [......?]
[그것은 내가 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오.] [호호호호.....!]
갑자기 짤랑한 교소가 터졌다. 동시에.... 스르르....
휘장이 걷혔다. 그리고 나타난 얼굴, 정녕 미치도록 황홀한
모습의 미녀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가 바로 그 유명한 명기
화월이었다. 그녀는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들었다.
[소녀 평생 공자같이 엉뚱한 분은 처음이예요.]
[후후...어쨌든 반갑소.] 담천기는 씨익 웃으며 갑자기 그녀의
손에 쥐어진 화선지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기이한 모습의 편월 하나를 그려넣었다.
그 순간, 화월의 교구가 바르르 떨리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화....화령당주가 혈공자를 뵈옵니다.] 아아... 이곳이 바로
혈사천의 화령당이었단 말인가?
그렇다. 이곳이야말로 혈사천의 모든 정보가 연락되는 요지였던
것이다. 혈사천의 숨은 힘, 그것은 화류계에 까지 뻗어 있었던
것이다. 화령당주 화월, 그녀는 그윽한 시선으로 담천기를 응시했다.
[은공자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천첩을 따라 오시지요.]
이어 그녀는 가볍게 침상 한쪽을 눌렀다.
기---잉----! 마찰음과 함께 침상이 옆으로 밀려갔고,
그 자리에 지하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나타났다.
[이쪽으로... 이 안에 은공자께서 계십니다.]
은공자! 혈사천의 사대공자 가운데 서열 두번 째의 인물
과연.....
추천94 비추천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