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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십전풍(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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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166 회 작성일 24-02-21 07: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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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장 어둠 속의 회오리

삼경, 사위는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천무대성도 밤의
적막에 뒤덮였다. 후원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가산, 그곳에 사람의
시선에 잘 띠지 않는 노송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한 순간, 스스..... 하나의 백영이 소리없이 노송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담천기였다. 순간, 그의 귓전으로 한 줄기 전음이
쏘아져들었다. [혈사군림!] 담천기는 흠칫했다.
그는 노송을 올려다 보며 역시 전음으로 말했다.
[독보천하!] 그것은 바로 혈사천에서 사용되고 있는 암호였다.
순간, [허허... 혈공자 어서 올라오시오.] 노송 위에서 나직한
웃음이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일순, 담천기의 눈빛이 흔들렸다.
(설마.... 그란 말인가?) 휘익....!
그의 신형이 은밀히 노송 안으로 빨려들었다.
울창한 노송 안, 그곳에 자포복면인이 담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얼굴은 가리고 있었으나 담천기는 그가 누군지 알아 본듯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정녕... 그가 아닌가!) 복면인이 낮게 웃었다.
[후후....뜻밖이라 놀라는 구려?] [그렇소. 설마 북천신로가
대응할 사람일 줄 몰랐소.] 북천신로! 그렇다면 혈사천의 첩자는
바로 그였다는 말인가? 북천신로의 눈빛이 묘해졌다.
[혈공자, 천주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어디있겠소?]
[....] 담천기는 내심 경동했다.
(천주! 그자가 대체 누구이기에 이토록 대단한 일을 하고있다는
말인가?) 그는 안색을 굳히며 불쑥 물었다.
[본천에서 당신의 신분은?] 그는 이제 혈공자인 것이다.
[노부는 총당호법이오.] 총당호법!
이 또한 상당한 지위가 아닌가? 그런 인물이 천무대성에서 첩자로
와 있다니 얼른 믿어지지 않았다.
[미처 몰라뵈어 실례가 많았소.]
[허허...별말씀... 혈공자의 신분 또한 노부 못지 않는 것이오.]
문득, 담천기는 검미를 찌푸렸다.
[호법께서 천무대성에 있는데 구태여 내가 이곳에 잠입해야 할
까닭이라도 있었소이까?]
[그 이유는....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겠소.]

천무신궁의 총호법, 실상 북천신로가 맡고 있는 자리는 명예직이나
다름이 없었다. 실권은 전혀 없었고 활동 반경도 극히
제한적 이었다. 또한, 신분이 높은 탓에 보는 눈이 많아 활동이
부자유스런워 적극적인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담천기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 천무대성 내에는 이미 적지 않은 본천의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순, 북천신로는 움찔하는
기색이었다. [과연 천주의 말씀대로 혈공자의 안목이 뛰어나구려.]
[과찬이오.] [사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첩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많소. 하나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천주께서
혈공자를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오.]
북천신로의 눈빛이 강해졌다.
[혈공자의 첫 번째 임무는 천무신제의 신임을 얻는 일이오.
노부가 보기에 이미 그것은 달성되었소.]
[그렇게 보이오?]
[그렇소. 신제는 혈공자의 자질에 몹시 흡족해 하고 있소.
모두 천주의 예견대로요.] [......]
담천기는 묵묵히 들었다. 섣불리 말을 잘못했다가는 혈사천의
정체를 캐기는 커녕 산통이 깨질 우려가 있었다.
북천신로는 빠른 어조로 말했다.
[혈공자의 두 번째 임무는 천무신제의 힘을 파악하는 것이오.]
[힘이라니....? 그건 호법께서 아직 파악하지 못했단 말이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세력이 아닌 숨겨진 힘을 말하는 것이오.]
[신제에게 비밀세력이 존재한다는 말이오?]
담천기는 갈수록 놀랐다. 북천신로는 주위를 경계하며 진중하게
말했다.
[그렇소! 그 비밀세력은 오히려 천무대성의 힘을 능가할지도
모르오.] [음.....!]
(신제에게 또 다른 세력이라니..... 과연 무엇인가?)
[혈공자! 그일은 극히 중요한 일이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꼭
알아내야 하는 것이오!] [.....]
[그간 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천무대성의 후궁 쪽에 금지구역
이 하나 있음을 알아냈소.]
[금지구역....?] [그렇소. 그곳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 분명
무언가 나올 것이오.] [.....]
일순, 북천신로의 복면속 눈빛이 예리해졌다.
[그리고 한 가지 혈공자가 유의해야 할 것은 신제에게는 항마천룡
외에 또 하나의 제자가 있다는 점이오.] [다른 제자.....?]
담천기의 눈길에 의혹이 어렸다. 북천신로는 은밀히 속삭였다.
[그것은아무도 모르는 일이오. 그는 무룡비객이라 불리며
항마천룡 못지 않는 초강자요!] 그것은 실로 뜻밖이었다.
무룡비객! 아직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신비인,
그가 바로 천무신제의 제자였을 줄이야.....?

담천기, 그는 가산의 거대한 바위에 등을 기댄 채 야공을 응시
하고 있었다. 북천신로는 이미 떠났다.
(천무신제... 혈사천주... 그 둘 중 하나는 대효웅 금풍자가
틀림없을 것이다. 하나 아직 누구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느낌이었다. 천하의 절대자로 천무대성을 이끌고 있는 신제!
그가 놀랍게도 다른 비밀조직을 가졌다 하지 않는가!
그리고 혈사천주! 그는 천무대성을 뒤어고 천하를 삼키려는
무서운 야심을 품은 인물이 아닌가!
과연 두 사람 중 누군가?
[빠른 시일 내에 혈사천주란 인물도 만나봐야 어떤 방향으로든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내디뎠다.
한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
그의 눈에 기광이 섬전처럼 스쳤다.
은밀한 기척을 들은 것이다. 그가 아니면 도저히 느낄 수 조차
없는 영활한 기척, (뭔가 심상치 않다!0
순간, 스....윽....! 담천기의 신형은 기척도 없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 하나의 인영이 지형지세를 교묘히 이용하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휘익.....! 그 신법은 영교하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대단한 신법! 더욱이 지세까지 잘 아는 것으로 보아 외부인물은
아닌 듯 싶은데...?) 암중으로 뒤따르는 담천기는 의아했다.
한데 한 순간, 담천기의 눈빙 빛을 뿌렸다.
(이제보니 맨몸이 아니었구나!) 그러고 보니, 인영은 등에
무거워 보이는 포대 하나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뭘 훔쳐가는 모양이군! 후후... 이거 흥미가 당기는 일이다.]
그는 괴이한 미소를 지으며 유령처럼 뒤를 따랐다.
스스.....

외성!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인영은 삼엄한 경계망을 기막히게
피해 냈다. 외성은 천무대성의 경내이기는 하나, 주위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어 내성에 비해 활동하기가 한결 편한 지역이었다.
[....] 인영은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한 백양목으로 향했다.
순간, [흐흐흐.....!] 나무 위에서 음산한 음성이 낮게
깔려오며, 쓰윽....! 한 인영이 유령처럼 흘러내렸다.
그가 나타나자 주위는 갑자기 섬뜩한 기운이 파동쳤다.
흑의복면인! 복면 속으로 삐금히 드러난 두 눈에서는 무서운
신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예사고수가 아니다!)
담천기는 신음하며 신형을 숨긴 채 그들의 수작을 살폈다.
그때, [성공했느냐?] 흑의복면인의 입에서 위엄있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인영은 포대를 내려놓으며 허리를 공손히 굽혔다.
[다행히 명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수고했다. 너는 큰 공을 세운 것이다.]
[감사합니다. ...모두 대인께서 잘 돌봐주신 덕입니다.]
[그래 흔적은 남기지 않았겠지?] [염려마십시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입니다.] [흫...그래, 죽은 놈은 말이 없지!]
돌연 음산한 음성이었다. [대인.....?]
인영이 다급히 고개를 쳐든 순간, 퍽! [컥....!]
피가 튀기며 인영의 머리통이 박살나 나뒹굴었다.
[흐흐... 안됐지만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흑의복면인은 음산히 뇌까리며 포대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그 비밀이 뭔데?] 괴이한 음성이 바로 지척에서
들려왔다. [누, 누구냐?]
흑의복면인은 질겁을 하며 벼락같이 돌아섰다.
[후후...감히 간덩이가 부은 놈이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스슥....! 눈 앞으로 백영 하나가 미끄러져 내렸다.
담천기였다. 순간, 흑의복면인의 눈에 악독한 빛이 어렸다.
[흐흐흐....! 죽어라!] 위--잉1
그의 양손이 벼락같이 뻗었다. 만근의 바위를 단숨에 가루로
만들 듯한 가공할 장세였다.
[제법이구나!] 담천기는 냉소하며 그 자리에 멈춘 채 가볍게
일수를 쳐냈다. 콰--르르!
그것은 바로 천무신제의 벽력수였다. [크으----!]
엄청난 굉음과 난무하는 흙먼지 속에서 피보라가 터지는 가운데,
흑의복면인이 다급히 물러서고 있었다.
(으으....노부의 광력산수를 능가하는 장세가 중원에 있었단.....!)
그것은 불신과 충격이었다. 담천기는 소매를 털며 씨익 웃었다.
[지렁이인 줄 알았더니 미꾸라지였나? 뜻밖이군!]
흑의복면인의 눈꼬리가 보기싫게 일그러졌다.
[건...건방진 놈!] [하하...아직도 살인멸구할 수 있다고 보느냐?]
[물론!] 쏴--앙! 흑의복면인의 신형이 폭발하듯 담천기를 덮쳤다.
[어리석은 놈! 쓰러져라!] 담천기의 호통과 함께 손그림자가
천지를 뒤덮었다. 꽈--꽝!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지며 무서운
돌풍이 파동쳤다. [으----악!]
흑의복면인은 핏둥지를 뿜으며 삼 장 밖으로 처박혔다.
이미 가슴이 박살나 허연 갈비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으으...이렇게 무서운 고수가...천무대성에 있었다니.....?]
[하하..나를 모른 사람은 종종 그런 말을 하지!]
담천기가 여유있는 모습으로 다가들었다.
비록 담담한 신색이었으나 태산의 기운으로 복면인을 압도하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 대꾸가 없었다.
[하하...너는 이미 실패한 몸, 너 또한 돌아가면 살인멸구의
대상이 아내냐? 대답하면 살려줄 수도 있다.]
순간, 흑의복면인은 음산한 눈을 치떴다.
[흐흐....! 우리에게는 죽음이 별게 아니다!]
[.....] 담천기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 순간, 팟----! 복면인의 한 손이 번개처럼 자신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담천기의 움직임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빨랐다.
곡지혈이 뜨끔한 순간, 복면인의 손은 힘없이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나, [우---욱!]
복면인은 갑자기 두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벌렁 쓰러지는 게
아닌가! (빌어먹을.....!) 담천기는 급히 복면을 벗겼다.
오십대의 초로인, 그의 얼굴에는 이미 시커멓게 써어들고 있었다.
독을 삼킨 모양이었다. [지독한 자들이다. 도대체....?]
그는 포대에 시선을 주며 다가갔다.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기에 이자들이 비밀을 지키려고 지독한
짓을....] 일순, 그는 포대를 만지다 말고 흠칫했다.
뭉클한 감촉이 전해져 온 것이다.
[사람.....!] 그는 다급히 포대를 풀어헤쳤다.
순간, [이럴 수가....!]
뜻밖에 포대 안에서는 엷은 잠의만 걸친 절세미소녀가 나오는 게
아닌가! 아아.... 놀랍게도 그녀는 바로 운혜미가 아닌가!
틀림 없는 천무신제의 천금여식인 운혜미였다.
[실로 대담한 자들! 천무대성 내에서 감히 신제의 딸을 납치하려
들다니....!] 그것은 실로 믿을 수 없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감히 천하의 누가.....?
운혜미! 그녀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
[지독한 미혼약에 취했군. 필시 측근에게 불시에 당한 것이리라.]
문득, 담천기는 고소를 지었다.
[이 소저와 나는 무슨 인연이 있기에 이런 식으로 두 번 씩이나..?]
갑자기, 그의 표정이 괴이해졌다.
[어쨌든 잘 되었다. 이로써 신제의 신임을 더욱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는 포대를 완전히 풀었다.
아...한데! 담천기는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매미날개같은 잠의만 걸친 운혜미, 흘러내린 잠옷 사이로 풍만한
젖무덤이 반쯤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게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뽀얀 우유빛을 발하는 허벅지,
신비하게 비치는 환상적인 굴곡... 정녕 폭발적인 미태가 아닐 수
없었다. (주약군의 몸매에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 같군.)
담천기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 말았다.
바로 그때, 휙! 휘---익!
이곳 저곳에서 기척이 일어나며 인영들이 바람같이 나타나고
있었다. 바로 천무대성의 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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