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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고독천년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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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098 회 작성일 24-02-21 06: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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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개인적으로 바뻐서 글을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밀린부분을 한꺼번에 올립니다

第11章 십왕총(十王塚)의 전설(傳說)

「 너········· 너희들은! 」
모래 밖으로 얼굴을 내밀던 지둔노조는 자신 앞에 이검한과 나유라가 서 있
음을 발견하고 두 눈을 부릅떴다.
「 걱정마십시오. 혈황이란 자는 떠났습니다! 」
이검한은 급히 입을 열어 지둔노조를 안심시켰다.
「 크으······ 그······· 그런 것 같군! 」
지둔노조는 이검한의 말에 비로소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촤아아아!
이어 그는 억지로 몸을 모래 밖으로 꺼냈다.
(끔찍하군!)
이검한과 나유라는 모래 밖으로 나온 지둔노조의 처참한 모습에 절로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지둔노조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가슴과 복
부에는 커다란 구멍이 하나씩 생겨 등쪽까지 뻥 뚫려 있었다. 혈황이 날린
무서운 지력(지력)이 지둔노조의 몸을 여지없이 관통해버린 것이다.
지둔노조는 자신의 피로 시뻘겋게 물든 모래 바닥에 다친 몸을 누인 채 허탈
한 웃음을 터뜨렸다.
「 허허······· 정말 어이가 없구나! 저 우내제일인(宇內第一人)인 고독마야와 싸
우고도 살아 남은 노부가 기껏 계집의 손에 이 모양이 되다니! 」
그는 회한에 찬 눈빛으로 깊이 탄식했다.
그런 지둔노조의 모습을 살펴보던 이검한은 침통한 표정이 되어 내심 중얼거
렸다.
(틀렸다. 내장이 끊어지고 심장이 으깨져서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가 없
다!)
그는 지둔노조를 내려다보며 침중한 어조로 물었다.
「 저희들이 도와드릴 일이 없겠습니까? 」
순간 지둔노조의 안면이 무참하게 이지러졌다.
「 꺼져라! 당장 죽어도 외인의 도움 따위는 받지 않는 것이 우리 유사마부의
전통이다! 」
그는 버럭 대갈을 내지르며 이검한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이검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소생은 노인장과 전혀 남남이 아닙니다! 」
그는 품 속에서 하나의 옥패를 꺼내 보였다.
「 유사지존령(流砂至尊令)! 」
이검한이 내보인 옥패를 본 순간 지둔노조는 경악의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그는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뜬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검한의 손에 들린 옥패는 바로 저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중 유사지존(流砂
至尊)이 남긴 유사지존령(流砂至尊令)이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유사마부의 역대 부주들은 자신들의 조사인 유사지
존을 잊지 않고 있었다.
유사마부에는 유사지존령을 자세히 그린 도면(圖面)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고
그 때문에 지둔노조는 한눈에 유사지존령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망연자실해 있던 지둔노조는 믿을 수 없는 듯 고래를 설레설레 흔들며 중얼
거렸다.
「 이····· 이럴수가! 조사님과 함께 실종된 지존령(至尊令)이 나타나다니! 」
그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검한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이제 제가 유사마부와 전혀 남남이 아님을 아시겠습니까? 」
그의 말에 지둔노조는 흠칫 정신을 차리며 급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물론입니다. 영주(令主)! 」
그의 말투는 당장 공대로 바뀌었다. 이검한이 유사지존령을 지닌 이상 그는
유사마부의 창건조사인 유사지존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것이다.
지둔노조는 격동과 기쁨을 금치 못하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
「 아아······· 다행입니다. 본문 뿐만 아니라 하토삼밀세(蝦土三密勢) 전체가 파
멸에 직면했을때 령주께서 나타나시다니! 」
그는 죽어가며 뜨거운 감루를 흘렸다.

-하토삼밀세(蝦土三密勢)!

바로 황역사천왕의 후손들이 세운 문파들이다.
황역사천왕 중 적양신마(赤陽神魔)를 제외한 도마(刀魔), 파천(破天), 천랑신
붕황(天狼神鵬皇), 유사지존(流砂至尊)에게는 각기 제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황역사천왕이 어떤 강적의 초청을 받고 한곳 절지(絶地)로 갔다가 그
곳에서 패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행여 황역사천왕이 돌아올 것을 기다리며 세상을 등진채
살아왔다.
그렇게 일천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토삼밀세 사이에는 암중의 묵계가 이루어졌다. 즉,
황역사천왕의 후손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에는 자신들도 세상에 나타나지 않
으리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묵계가 이루어진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천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황역사천왕의 후손들은 아주 강대한 세력
을 이루었으며, 그리하여 당금에 이르러서는 그들 중 한 문파만 세상에 나
타나도 신강 전역을 제패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때문에 그들 삼대무벌은 다른 문파가 신강무림의 패자가 되는 것을 경계
하기 위해 암중묵계를 이룬 것이었다. 만일 한 문파가 세상으로 나와 신강무
림의 패권을 노린다면 다른 두 문파의 협공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단 한 번 삼대무벌의 종사들이 동시에 세상에 나온 적이 있었다.
고독마야!
바로 그 때문이었다.

지둔노조의 사색이 완연한 얼굴 위로 뜨거운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 부········ 부끄럽습니다. 모두가 이 주책없는 늙은이의 색탐(色貪) 때문입니
다! 」
그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후회와 참담한 고통에 괴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그런 그의 뇌리로 일 년 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일 년 전, 지둔노조는 신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화진하(和眞河) 변을 지나
다 우연히 한 명의 여인을 구하게 되었다.
대단한 미모를 지닌 남방계의 이 미소부는 스스로를 흑묘묘(黑猫猫)라고 소
개했다.
본래 그녀는 운남(雲南) 묘족(苗族)의 귀부인이었는데 노예상인(奴隸商人)들
에게 납치되어 신강까지 끌려왔다고 했다.
사막에서 발원하여 사막으로 사라지는 화진하는 변황 각지의 상인들이 몰려
들어 물물교역을 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 상인들 중에는 보통의 물품 뿐 아니라 인간을 파는 노예상인들도 섞여 있
었다.
흑묘묘란 여인 역시 노예로 팔리기 위해 머나면 운남에서 화진하까지 끌려
왔다고 했다.
다른 노예들과 함께 끌려오는 도중에 그녀는 끊임없이 탈출의 기회를 엿보았
고 마침내 노예상인 일행이 목적지인 화진하에 도착하여 긴장이 풀어진 틈을
타 탈출을 결행했다.
하지만 그녀의 탈출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세상물정 모르는 귀부인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막으로 달아났으니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얼마 못 달아나 노예상인들이 고용한 무사들에게 사로잡히고 말
았다.
노예상인들은 도망치려다 잡혀온 흑묘묘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려 다른 노예
들의 본보기로 삼으려 했다. 그자들은 뭇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사들로 하
여금 흑묘묘를 겁탈한 뒤 죽이도록 시켰던 것이다.
본래 여자노예들이 상인이나 호위무사들에게 겁탈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 소
중한 상품인 그녀들에게 흠집을 내서는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출을 시도한 노예를 처벌하지 않으면 다른 노예들도 딴 마음을 먹
을 수 있다.
해서 노예상인들은 일벌백계로 흑묘묘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것이다.
바로 그때 우연히 화진하를 지나던 지둔노조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는 겁탈당한 뒤 죽임을 당할 뻔한 흑묘묘를 잔인무도한 노예상인들의 손에
서 구해주었다.
지둔노조에 희해 구출된 흑묘묘는 딱히 돌아갈 곳이 없었다.
운남까지는 너무 멀기도 하지만 노예상인들에게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그녀를
집안사람들이 곱게 맞아줄 리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지둔노조를 따라 유사마부(流砂魔府)로 갔다.
처음에는 지둔노조도 손녀뻘밖에 안되는 흑묘묘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자신의 내부에 오랫동안 잠들었던 남자로서의 욕망이 꿈
틀거림을 느끼고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물론 흑묘묘였다.
흑묘묘의 나이는 삼십대 초반, 결코 젊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지둔노조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아주 특이한 매력이
있었다.
그녀는 남방계 여인인지라 피부가 검은 색을 띠고 있었는데 바로 그점이 그
녀의 특이한 매력이라 할 수 있었다.
지하에 자리잡은 탓에 지나치게 희고 창백한 피부를 지닌 유사마부의 여인들
만 접해온 지둔노조에게 건강하고 색감있는 흑묘묘의 존재는 특이한 매력으
로 다가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흑묘묘 또한 지둔노조가 싫지 않은 듯 은근한 눈길로 그를 유
혹하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오래지 않아서 지둔노조와 흑묘묘는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야 말았다.
은근히 생각이 있던 차에 어느날 밤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고 침실로 쳐
들어온 흑묘묘의 육탄공세에 지둔노조는 그대로 함락당하고 만 것이다.
일단 남방여인 특유의 뜨겁고 탄력넘치는 육체를 맛본 지둔노조는 그날 이후
로 광적으로 흑묘묘의 육체를 탐닉했다. 끈적끈적하게 빨아들이는 그녀의 육
체는 지둔노조를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흑묘묘는 자신의 육체를 이용하여 아주 교묘하게 지둔노조를 손아귀에 넣은
것이다.
지둔노조에게는 정실부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인과 식솔들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흑묘묘를 자신의 첩
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이 모두가 지둔노조의 목숨과 유사마부의 가전지보인 피사신주(避沙神珠)를
노리고 이루어진 치밀한 음모였다.
물론 늦바람에 눈이 먼 지둔노조가 그것을 알 리 없었다.
지둔노조는 그렇게 흑묘묘의 탱탱한 육체에 파묻혀 마치 꿈같은 일 년의 세
월을 보냈다.
헌데 지금으로부터 사흘 전, 지둔노조가 잠깐 폐관한 사이에 누군가 유사마
부로 잠입해 들어와 흑묘묘를 납치해 갔다.

-네 계집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피사신주를 갖고 녹아주(綠兒州)로 오라!

흑묘묘가 납치된 현장에는 그같은 서찰이 남아있었다.
이미 흑묘묘의 뜨거운 육체에 홀딱 빠져버린 지둔노조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
었다. 그는 즉시 가문의 비보인 피사신주를 들고 흑묘묘를 구하러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이곳에 이른 후에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철저하게 배신당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지둔노조는 처연한 표정으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 노······· 노부는 죽어 마땅한 죄인입니다. 다만 근심되는 것은 혈황이란 놈에
의해 유사일맥(流砂一脈)이 멸겁의 화를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
꺼져가던 그의 노안에 생기가 돌았다.
그것은 그의 상세가 좋아진 때문이 아니었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생명의
불꽃이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회광반조(回光反照) 현상이었다.
「 제 안사람과 딸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주···········! 」
툭!
그 말을 끝으로 지둔노조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절명한 것이다.
하토삼기(蝦土三奇)의 일 인이며 하토삼밀세 중 유사마부의 수장인 지둔노조
의 어이없는 최후였다.


* * *


불회마역...

신강 최악의 험지!
신강은 본래 거칠기 이를 데 없는 환경을 지녔는 바, 그 중에서도 가장 험악
한 환경을 지닌 절지가 바로 이곳 불회마역인 것이다.
불회마역은 신강성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탑리목분지(塔里木盆地)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온갖 독충들이 우글거리는 습지, 살갗이 닿기만 해도 썩어들
어가게 만드는 끔찍한 독장(毒?)이 흐르는 습지, 한 번도 인간의 발길을 허용
치 않은 원시림 등등 불회마역에는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대자연의 거대한
방벽(防壁)이 겹겹이 둘러쳐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곳은 유사지대(流砂地代)다.
폭이 수백 장이나 되는 유사지대는 시시각각 그 흐름을 바꾸며 불회마역의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자칫 실수하여 유사지대에 발을 들여놓기라도 하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유사
에는 강력한 흡인력이 있어 나는 새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유사지대를 달리 사망침사(死亡沈沙)라 부르기도 한다.

황혼 무렵이다.
「 ........! 」
「 ........! 」
핓빛 노을을 흠뻑 받으며 일남일녀가 불회마역을 에워싼 채 흐르는 유사지대
초입에 나타났다.

그들은 아직 치기가 가시지 않은 어린 소년과 금발벽안에 눈이 번쩍 뜨이는 미
모를 지닌 색목계의 미부였다.

「 끔찍한 곳이네요! 」

순진해뵈는 얼굴을 지닌 소년은 거대한 강물처럼 굼실굼실 흐르고 있는 유사
하(流砂河)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짧은 머리에 붉은색 피풍의를 걸친 소년의 모습은 노을 빛 아래 실로 아름답
기까지 했다.

이검한!
바로 그였다.

그의 옆에는 일신에 수수한 마의를 걸치고 탐스런 금발을 뒤로 질끈 묶어 넘긴
나유라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지둔노조의 시신을 매장해 주고 서둘러 이곳 불회마역으로 달려온
것이다.
비록 오이랍부의 효웅 철목풍에게 장보도(藏寶圖)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나유
라는 그 내용을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덕분에 쿠빌라이가 만들었다는 보고(寶庫)가 이곳 불회마역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유라는 불회마역으로 오는 도중에 어느 유목민의 부락에서 평범한 아낙네들
의 의복을 구해 입었다.
비록 검소한 촌부의 옷을 걸쳤지만 그것이 나유라의 뛰어난 미모를 감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수수하고 헐렁한 마의는 화려한 비단옷을 입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
게 해준다. 잘 여며지지 않는 헐렁한 저고리 섶 사이로 내다보이는 부드럽고
깊은 젖가슴의 골짜기는 자꾸만 이검한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 그나저나 혈황(血皇)이란 작자는 어떻게 저곳에 십왕총(十王塚)이 있다는 사
실을 알아내었는지 모르겠구나! 」
나유라는 유사하를 내려다보며 가볍게 아미를 모았다.

-십왕총(十王塚)!

그것은 전설의 이름이었다.
본래 신강 일대에는 대원제국 초기부터 전해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
사상최대의 판도를 자랑했던 대원제국을 완성한 세조(世祖)쿠빌라이는 대원
제국의 힘이 극성에 달했던 그 시기에 이미 제국의 파멸을 예견했었다. 제국
의 영역은 너무나 광대하여 그의 조부였던 징기스칸이나 쿠빌라이 자신 정도
의 제왕지재(帝王之才)가 아니면 결코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사상최대의 판
도를 지녔던 대원제국은 이룩되는 순간 이미 분열과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 할 수 있었다.
이에 쿠빌라이는 훗날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제국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되도록 노력해보고 그것도 안되면 후손들이 최소
한의 강역(疆域)을 보존할 수 있도록 갖가지 안배를 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쿠빌라이의 이같은 고심(苦心)은 어리석은 그의 후손들에 의해 대부
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쿠빌라이가 준비해놓은 여러 가지 안배 중 대표
적인 것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십왕총(十王塚)이다.
쿠빌라이는 그 당시 강호에 존재했던 최강의 무사 열 명을 신강의 한곳 오지
로 초청했다.
명목은 그들 십인중 최강자를 뽑아 그를 무림황제(武林皇帝)로 임명하겠다는
것이었다.
변황(邊荒)과 중원(中原), 그리고 멀리 해외(海外)까지 통틀어 가장 강한 십
인의 무인들에게 쿠빌라이가 친히 쓰고 옥쇄를 찍은 초청장이 발부되었으며
초청장을 받은 십 인은 모두 쿠빌라이의 초청에 응했다.
무릇 무사된 자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명예(名譽)다.
특히 절정의 경지에 이른 무사들에게 있어 명예욕이란 가히 죽음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그 명예욕 때문이었으리라. 십 인의 고수, 즉 십왕(十王)은 함정일지도 모르
는 이곳 불회마역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모여 들었다.
하지만 그들 십인 중 누구도 살아서 불회마역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쿠빌라이는 바로 그들 십 인의 초절기를 노리고 십왕총을 건설했다. 언제고
제국이 몰락하면 자신의 후손들이 십왕의 무공을 바탕으로 재기하기를 바란
것이었다.
결국 십왕은 쿠빌라이의 음독한 음모에 말려들어 모조리 참변을 당하고 말았
다.
하지만 그들은 어쩌면 행복해하면서 죽어갔을지도 모른다.
십왕은 쿠빌라이 덕분에 최강의 호적수(好敵手)들을 십왕총에서 조우할 수
있었으므로!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십왕총에는 쿠빌라이가 십왕과 자신의 후손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수많은 상고시대의 무공비급과 신병이기들이 비장되어 있었다.
무공의 바다에 빠져서 최후를 마친 십왕, 그들을 어찌 불행했다고만 할 수
있으랴.
그러나 쿠빌라이가 준비해놓은 다른 대부분의 안배가 실패했듯 십왕총의 안
배 역시 아둔한 그의 후손들 때문에 허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온갖 주색잡기에 빠진 쿠빌라이의 후손들은 십왕총에 대한 전설을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이다. 그 후 채 이백 년이 지나지 않아 쿠빌라이가 예견한대로
대원제국은 몰락했으며 몽고족은 뿔뿔이 흩어져 만리장성 이북의 옛땅으로
쫓겨가야만 했다.
그 와중에서도 그들은 가능한 많이 원제국이 모아놓은 보물들을 가지고 패주
했다.
쿠빌라이가 남긴 십왕총의 장보도 역시 그 보물들 중에 묻혀 새외로 옮겨졌
다.
그리고 실로 오랜 세월이 흐른 끝에 십왕총의 장보도가 달단부의 보물창고에
서 다시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쿠빌라이의 후손이 아닌 대식국(大食國)출신
인 달단여왕 나유라에 의해········
만일 그같은 사실을 쿠빌라이가 알면 지하에서도 통곡을 금치 못할 것이다.

「 저 유사하 속에는 겉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튼튼한 쇠기둥이 매 일 장 간격
으로 심어져 있단다! 」
달단여왕 나유라는 유사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 일종의 징검다리로군요! 」
이검한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새가 아니다. 제 아무리 경신술이 뛰어난 자라도 무려 삼백여 장이나
되는 유사하를 한 번에 날아넘을 수는 없다. 일단 도움닫기를 위해 유사하에
발을 딛게 되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반탄력을 받을 수 있기는커녕 오히려 강
력한 흡인력에 방이 유사속으로 빨려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사하 속에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쇠기둥을 징검다리 삼지 않으
면 결코 불회마역의 중심부로 들어갈 수가 없다.
쿠빌라이가 유사 속에 삼백여 개의 아주 긴 쇠기둥을 박아넣기 위해서 수백
만 냥의 비용과 천여 명의 인명을 상실했음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사다.
「 다행히 내가 그 쇠기둥들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으니 십왕총으로 들어가는
데는 큰문제가 없을 것이다! 」
이검한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 그럼 서둘러야겠군요. 전후사정으로 보아 철목풍과 혈황이란 작자가 이미
저 안으로 들어갔을테니 말입니다! 」
나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 세조님이 남기신 십왕의 유물을 그자들에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지! 」
이어 그녀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어 나유라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발을 딛는 곳을 잘 기억해 두어라! 」

「 알겠습니다. 폐하 」

이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데 걸음을 옮기려던 나유라는 이검한의 폐하 란 호칭에 흘깃 뒤를 돌아보았
다.

「 여러번 신세를 진 너한테까지 폐하라는 의례적인 이름으로 불리고 싶지는 않구나! 」

나유라의 말에 이검한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 그럼 제가 어찌 불러드리면 편하시겠습니까? 」

나유라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 너는 고아라고 했지? 」

「 그렇습니다만...! 」

「 그럼 이제부터 나를 에미라고 불러도 좋다! 」
나유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 예? 」
이검한은 나유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나유라는 화가 난 듯 짐짓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 멍청한 녀석!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느냐? 앞으로 내가 네 어미 노릇을
해 주겠단 말이다! 」
무뚝뚝한 말투와는 달리 그녀는 쑥스러운 듯 살짝 옥용을 붉혔다. 비록 내색
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던진 말의 의미는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천애고독한 몸이기는 나유라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머나먼 서방의 대식국(大食國)에서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땅설고 물
설은 몽고초원으로 시집을 왔다.
그나마 결혼생활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박하고 조폭한 남편은 도도하고 긍지가 남다른 젊은 아내를 부담스러워했
고 그런 남편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것은 나유라의 고고한 성격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그녀는 스무살도 안된 젊은 나이에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아 오랜 세
월 독수공방을 해야만 했다.
그동안 미치도록 외로워 친정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
다.
하지만 결혼에 실패한 초라한 모습으로 친정에 되돌아가는 것은 그녀의 강한
자존심이 허락하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무공수련에 몰두했고 그결과 몽고족을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가 될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남편의 급사로 수백만의 달단부족을 지배하는 여왕(女王)의 자
리에 등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개인적인 성취도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외로움은 더 커져만 갔다. 그녀가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방 수천 리 내에 희로애락을 함께 할 그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특한 귀여운 아들과 딸이 있지만 자식들은 보호해 줘야할 대상이지
서로 의지하고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러다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서 이 특별한 소년을 만났다.
비록 나이는 한참 연하지만 나유라는 이검한에게서 난생 처음 사내를 느꼈다.
호방(豪放)하고 협기(俠氣)가 넘치고 또 귀엽기까지 한 이 소년을 보면서 실
로 십몇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여자임을 자각한 나유라였다.
이검한은 꿈많은 어린 시절 그녀가 늘 상상하던 왕자님의 형상을 하고 있었
다. 외모뿐만아니라 그 튼실한 심성까지도·······!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이검한과 관계를 맺고 싶었고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검한에게 결의모자를 제안한 것이다.
헌데 이 둔한 어린 놈은 눈만 껌뻑일 뿐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부아가 치밀
어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그러니까 나와 특별한 관계가 되자고·······!)
이검한은 뒤늦게 나유라가 지나가는 듯한 어조로 던진 말에 담긴 의미를 깨
닫고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나유라의 말은 표면상으로야 결의모자가 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유라를 어머니로 모시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검한이
그녀를 어머니로 모시는 데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는 나유라의 수치스러운 모습과 여자로서의 비밀을 모조리 보아버리지 않
았던가?
물론 이검한에게는 이미 전모 냉약빙이라는 이모가 있다. 그런 마당에 새로
운 양모가 하나 더 생기는 것쯤은 별일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냉약빙과 나유라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철이 들 때부터 그를 보살펴준 냉약빙은 그야말로 보호자, 그 자체였다. 그녀는
절로 의지하고 싶어지는 친어머니같은 존재인 것이다.
반면 얄굿은 상황에서 처음만난 나유라에게서는 어쩔 수 없이 성숙한 여자가
느껴진다.
본의아니게 이검한은 나유라의 은밀한 육체와 치욕스러운 장면을 속속들이
보고 말았다.
게다가 금발벽안의 이국적인 용모와 일국의 여왕이라는 사실은 평범한 여자
에게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각별한 설레임을 준다.

나유라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야릇한 상상이 불쑥 불쑥
머리를 쳐들곤 하는 이검한이었다.

헌데 그런 그녀가 먼저 어머니와 아들이 되자고 제의를 해온것이다.
이검한의 가슴은 절로 세차게 쿵쾅거리며 떨려왔다.
여자로서의 비밀과 수치를 모조리 보여준 나유라와는 결코 순수한 사이가 될
수 없음을 이검한과 나유라 모두 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유라가 이런 제안을 한 이면에는 이검한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되자는 암시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엉큼한 상상을 하고 말았다.
그것은 이미 남녀관계를 알아버린 탓에 저절로 떠오른 것이다.
벌써 한 달이 넘게 흘렀지만 누란왕후 흑요설이 맛보여준 그 전율스러운 쾌
감의 기억이 생생하게 몸에 남아있는 이검한이었다.
남녀가 순수한 감정만을 나눌 수 없음은 고금의 진리다.
어머니뻘 나이이고 또 일국을 다스리는 여왕이지만 나유라와의 사이에 특
별한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무슨 망상을 하고 있는 것이냐? 저 가엾은 분을 두고···········!)

그러다가 이검한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자책했다. 비록 일국의 여왕
이긴 하지만 나유라는 얼마나 가엾은 여인인가?
그런 나유라를 두고 순간적이나마 헛된 생각을 떠올린 자신이 그렇게 혐오스
러울 수가 없는 이검한이었다.

「 ············! 」

나유라는 냉정한 표정으로 여러차례 변하는 이검한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겉으로야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조마조마한 심정으
로 이검한을 지켜보고 있었다.
머잖아 이 듬직한 소년과 헤어져야만 한다. 그와 이대로 무의미하게 헤어지
기는 정말 싫었다.


「 어머니! 소자의 절을 받으십시오! 」

이윽고 당혹과 흥분으로 어쩔 줄 모르던 이검한이 마음을 정한 듯 나유라를 향해
절을 올렸다.

「 일어나거라! 」

이검한이 절을 하자 나유라는 짐짓 오연하고도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끄
덕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늘 차갑던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노을처럼 번지고 눈가에 살짝 온기가 내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우린 둘 다 외로운 신세들이니 서로 의지하고 다독이며 살아가자꾸나. 혹시 이
어미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말하려무나. 에미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라면 그게 무엇이든 해주도록 하마! 」

나유라는 말하며 섬섬옥수로 이검한의 손을 잡았다.
마치 뼈가 없는 듯 부드러운 손이었다.

「 어머님도 소자에게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하교만 하십시오. 견마지로를 다하겠
습니다! 」

나유라에게 손이 잡힌 이검한은 절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숨기려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 견마지로라니...! 네가 내 신하더냐? 내 아들이지! 」

나유라는 살짝 눈을 흘기며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여왕다운 품위가 실려있는 나유라였다.

이어,
그녀는 이검한의 손을 잡아끌고 유사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서둘러 십왕총에 들어가도록 하자! 시간을 끌면 세조 쿠빌라이님의 고심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

「 예! 어머니! 」

이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데,
두 사람이 유사하를 향해 몸을 날리려 할 때였다.

「 어마마마! 」

「 여왕님! 」

문득 두사람의 뒤에서 두 마디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검한과 나유라는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들의 눈에 두 인영이 뒤 쪽의 언덕을 달려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유라처럼 찬연한 금발을 휘날리며 뛰어오는 십여 세의 작은 소녀와 한 자루 철
부(쇠도끼)를 짊어진 거한이었다.

그들은 바로 나유라의 딸 철산산과 호위대장 포대붕이었다.
그들이 어찌 알았는지 이곳 불회마역까지 나유라를 찾아온 것이었다.

「 아아! 무사하셨군요, 어마마마! 」

나유라의 앞에 이른 철산산은 와락 나유라의 품에 안겨들며 이슬같은 기쁨의 눈물
을 펑펑 쏟았다.
그녀의 뒤를 따라온 철부신장 포대붕은 나유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 죽여주십시오, 여왕님! 」
「 네놈의 반역행위에 대해서는 검한이에게 들었다! 」
나유라는 철산산을 한 팔로 보듬어안은 채 포대붕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
다.
「 이유야 어쨌든 네놈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에 대한 처벌은 이곳의
일을 끝내고 왕부로 돌아가서 내릴테니 그리알아라! 」
「 감사합니다, 여왕님! 」
포대붕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보고 있던 철산산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유라에게 말했다.
「 어마마마, 포역사를 용서해 주세요. 어쨌든 제 신변에는 아무 이상도 없잖아
요? 」
하지만 나유라는 일국을 다스리는 여왕의 풍모를 잃지 않고 딸의 애원을 단
호하게 일축해 버렸다.
「 이 일은 네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보다 어찌 알고 여기 까지 쫓아왔느
냐? 」
그녀의 물음에 철산산은 생긋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 철목풍의 부하들의 시체를 발견했어요. 어마마마가 무사하시다면 장보도 대
로 이곳에 오시리라 생각했지요! 」
어머니 못지 않게 영특한 철산산은 장보도의 내용을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었
던 것이다.

「 제법 머리를 썼구나. 」

이어,
그녀는 이검한을 향해 손짓해 보였다.

「 이리 오너라! 아직 너희들은 인사를 하지 않았지? 」

그녀는 이검한과 철산산을 한자리에 서게 했다.

「 이검한이라 합니다! 」

이검한은 철산산과 포대붕에게 정중히 포권해 보였다.
그때,
나유라가 그윽한 눈으로 이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 검한이는 나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래서 내 양아들로 삼기로 했으니 앞으로
서로 도우며 지내도록 하거라! 」

철산산은 나유라의 말에 놀랬으나 이내 기쁜 표정을 지었다.

「 와아! 그럼 나도 오라버니가 생겼네! 오라버니 축하해요! 」

나유라는 그런 그들을 자애스럽게 바라보다 포대붕을 돌아보았다.

「 공주를 데리고 왕부로 돌아가라, 포대붕! 」

「 어마마마! 」
철산산은 나유라의 냉엄한 어투에 울상을 지었다.
그러나 나유라의 태도는 냉정하고도 단호했다.

「 너도 알겠지만 십왕총은 도처에 살기가 가득한 곳이다. 너같이 어린아이가
갈 곳이 못된다! 」

「 하지만······ 」

철산산은 금방이라도 울음 터뜨릴 듯한 표정이었다.
나유라는 그런 철산산을 무시하고 포대붕을 돌아보았다.

「 포대붕! 거역은 용납지 않겠다! 」

포대붕은 나유라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분부 받들겠습니다! 」

「 가자. 검한아! 」

스읏!
나유라는 이검한을 향해 말하고는 즉시 몸을 날렸다.

「 예, 어머니! 산산아, 나중에 놀아줄께! 」

이검한은 매달리는 철산산을 간신히 달랜 후 나유라를 따랐다.

몸을 날려 유사하로 날아든 나유라는 한 곳을 살짝 밟았다.
촤아아!
손간 그녀의 자그만 교족은 유사 속으로 발목까지 푹 빠져버리는 것이 아닌
가?
「 꺄악! 」
그 광경을 보고있던 철산산이 놀라움의 비명을 터뜨렸다.
파앗!
하지만 나유라는 더 이상 유사하에 빠지지 않고 훌쩍 날아올라 앞으로 도약
해 나갔다.
몇 차례 이리저리 도약하던 나유라의 교구는 이내 유사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검한 역시 신묘한 신법으로 나유라의 뒤를 따랐다.
「 휴우! 」
철산산은 이검한과 나유라가 삼백여 장이나 되는 넓은 유사하 건너편으로 무
사히 내려서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맞은편 언덕으로 올라간 이검한과 나유라는 철산산 쪽을 한차례 돌아본 뒤 이내
언덕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 우리도 건너가 볼까? 」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철산산이 생긋 미소를 지으며 포대붕
을 바라보았다.
그 말에 포대붕은 기겁했다.
「 예엣? 무슨 말씀이십니까? 」
철산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어마마마께서 딛고 간 곳을 모조리 기억해 뒀으니까 건너가는 데는 무리가
없을 거야! 」
포대붕은 그녀의 말에 당황을 금치 못하며 급히 말했다.
「 하지만 여왕님께서는 왕부로 돌아가라고! 」
「 이건 명령이야! 」
철산산은 토끼눈을 부릅뜨며 포대붕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포대붕은 찔끔했다.
「 그렇지만········! 」
그는 철산산의 완강한 태도에 다소 풀이 죽은 듯했으나 못내 염려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기색이었다.
그는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하며 망설였다.
「 따라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나 혼자라도 갈테니까! 」
파아앗!
철산산은 짐짓 싸늘한 음성으로 말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날렸다. 그
녀의 경신술도 아직 어린 나이에 비하면 빼어난 수준이었다.
「 공주님! 속하도 같이 가겠습니다! 」
화라라락!
포대붕도 하는 수 없다는 듯 급히 외치며 철산산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 호호········ 진작 그럴 것이지! 」
철산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깔깔 교소를 터뜨렸다.
그녀의 기억력은 대단해서 나유라와 이검한이 디뎠던 곳을 정확히 밟으며 유
사하를 가로질러갔다.
포대붕도 온 정신을 모아 어린 주인이 밟은 곳을 되밟으며 그 뒤를 따랐다.
두 주종도 어렵지 않게 유사하를 건너 십왕총이 자리한 불회마역의 심장부
쪽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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