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커넥션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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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도로.
도가쯔 지청 히로우부터 히다까 지청 쇼야까지의 약 30킬로미터를 이렇게 불렀다.
에리모 곶의 동쪽 기슭은 바다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1927년에 착공해서 1934년에 완공됐다. 작업의 태반은 죄수를 썼다. 그런데도 국비가 당시의 돈으로 1백만 엔이나 투입되어, 마치 황금을 깔은 정도의 돈이 들었다고 해서 황금도로라고 불리게 됐다.
나가야마와 고로가 황금도로에 도달한 것은 10월 27일이었다. 에리모 곶을 넘는 길은 황금도로밖에 없었다.
도중에서 해가 지기 시작했다. 투베시베쯔 근처였다. 겨울철의 황금도로는 언제나 파도의 비밀로 젖어 있었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뚫어 만든 길이니, 노숙할래도 그럴 장소가 없었다. 나가야마는 벼랑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어렵게 벼랑 위로 올라가는 사면을 찾아냈을 때에는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전면에 히로오 산이 솟아 있었다. 도가쯔 산, 하루베쯔 산, 페테가리 산 등의 히다까 산맥이 북상하고 있었다. 그 산맥이 서쪽과 동쪽으로 기후를 양분했다. 서쪽의 히다까 지방은 눈이 적었다. 온난한 땅이었다. 목장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바람을 피할 바위굴을 찾아 노숙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도 별다른 게 없었다. 밥을 먹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고로와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나서 나가야마는 침낭에 들어갔다. 고로는 나가야마에게로 몸을 기대고 잠을 잤다.
바위굴에서는 별이 총총히 뜬 밤하늘이 보였다.
나가야마는 우울한 마음으로 앞일을 생각했다. 주머니에는 1천 엔짜리 한 장과 잔돈뿐이었다. 그 돈으로 남은 4백 킬로미터를 걸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히다까 산맥을 넘으면 사마니 마을이 나온다. 그 사마니에서 식비를 벌어야만 한다. 과연 일거리가 있을 것인지 걱정이었다.
몹시 피로했다. 곧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만큼 잤는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소리가 나서 잠을 깼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다. 꿈속에서 세찬 바람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강박관념이 되었다. 잠만 들면 영낙없이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꿈을 꾸었다. 잘 곳이 없어서 허둥대는 꿈이었다. 때로는 침낭이 비를 맞아서, 빗속에서 자고 있는 꿈을 꿀 때도 있었다. 추위와 두려움에서 오는 꿈이었다.
그 소리는 꿈속의 것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들렸다. 달빛이 파랗게 내리비치고 있었다. 그 달빛 속에서 고로의 모습이 보였다. 고로는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예사일이 아닌 목소리였다.
전면은 솔나무 숲이었다. 고로는 그 숲을 향해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침낭에서 나왔다. 무언가가 다가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달빛 속에서 굵은 꼬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곰?
나가야마의 등어리에서 식음땀이 흘러내렸다. 틀림없이 곰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로의 짖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개가 짖어도 대수롭지 않게 접근하는 동물을 곰밖에 없다.
머리털이 거꾸로 서는 것 같았다. 사람을 덮치는 곰의 잔인성에 대해서는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 일격을 가한 뒤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의 발을 어깨에 메고 유유히 사라진 곰이 있다. 또 벽을 뚫고 인가에 침입해서 일가족 다섯 명을 먹어치운 곰도 있다. 그 집 며느리는 산달이었다. 곰은 살아 있는 며느리를 짓누르고, 배만을 파먹고는 그 자리에 멍석을 갖다 덮어 놓았다고 한다.
그러한 곰에 대한 공포가 나가야마의 몸을 경직시켰다. 곰은 사람보다 빨리 달린다. 뛰어서 도망쳐도 틀림없이 잡히고 만다.
더군다나 밤이다. 밤눈이 밝은 곰으로부터 끝까지 도망칠 수는 없다. 상대는 인간과 개의 냄새를 맡고 온 곰이다. 보통 곰은 몸을 숨기지만 식인곰은 다르다.
오금이 저렸다. 나가야마는 배짱이 두둑한 편이 아니었다. 공포가 절망감을 낳아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릴 것 같았다.
고로는 계속해서 으르렁거렸다. 그 소리는 바위 표면을 올릴 만큼 쩌렁쩌렁했다. 그래도 곰은 다가오고 있었다. 고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정점을 행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엉금엉금 기어서 나왔다. 도망 가려고 필사적으로 용기를 복돋았다. 곰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도망 가려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곰은 나무에 오르지 못한다는 얘기는 신용할 수 없다고 책 어딘가에 씌어 있었다. 올라와서 그 강력한 발톱으로 끌어내린다고 한다. 뛰어서 황금도로 쪽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고로의 옆까지 기어나왔을 때, 바로 근처에 있는 숲에서 마른 가지를 짓밟는 무거운 소리가 났다.
나가야마는 비명을 질렀다. 소리가 난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시커먼 그림자가 전면에 떠올랐다. 곰이었다. 곰은 노호하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비명을 지르며 옆에 있는 나무에 매달렸다. 달빛 속에 보이는 그 곰은 나가야마의 곱절은 되어 보였다.
시커먼 산더미가 움직였다. 그것이 눈얖으로 덮쳐왔다. 곰의 입냄새가 풍압이 되어 나가야마를 압도했다. 나가야마는 정신이 희미해졌다. 먹히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엄청난 소리가 났다. 곰이 나가야마가 방패로 삼은 나무를 후려친 것이었다. 땅이 울렸다. 고목인 듯 싶었다. 나무가 가운데로부터 두 동강이 났다. 나가야마는 퉁겨져 나갔다. 그 바로 직전에 곰의 발톱이 옷에 닿았다. 나가야마는 절규했다. 곰에 잡힌 줄 알았다.
나가야마는 고로의 으르렁대는 소리를 들었다. 고로가 곰의 팔뚝에 이빨을 내리꽂았다. 무거운 노호를 지름과 동시에 팔을 휘들렀다. 고로가 퉁겨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때에는 나가야마는 곰으로부터 떨어져 있었다. 옷이 찢겨져 나갔던 것이다. 나가야마는 뛰었다. 무턱대고 뛰었다. 바로 등 뒤까지 곰이 다가왔다. 마른 가지를 몸으로 휘어꺾으면서 다가왔다.
고로는 그 곰의 등 뒤로 돌았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공격을 가했다. 등 위로 뛰어올랐다. 퉁겨져 나가기 전에 곰의 살을 물어 뜯었다. 곰은 그래도 나가야마를 쫓아왔다. 고로가 곰의 뒷다리를 물었다. 있는 힘을 다해서 이빨을 내리꽂았다.
곰은 초조함을 나타냈다. 나가야마를 쫓는 일을 단념하고 1백 80도 방향을 바꾸어 고로를 덮쳤다. 두 다리로 일어선 채 고로를 깔아뭉갤 듯이 달려들었다. 고로는 민첩했다. 몸놀림은 곰보다 갑절이나 빨랐다. 교묘하게 일격을 피했다. 굵고 긴 꼬리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후퇴하면서 꼬리가 장애물을 찾고 있었다. 도약하면서 물러선 그곳에 장애물이 있으면 끝장이었다. 곰의 일격으로 으깨어질 것이다. 사냥개의 본능이 고로의 몸 속에서 활활 타고 있었다.
곰은 미쳐 날뛰었다. 공격이 빗나가면 땅을 쾅쾅 치면서 위협했다. 그래도 생가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자, 곰은 옆에 서 있는 나무를 물어뜯어 줄기를 찢어발겼다.
고로는 짖지 않았다. 이빨 사이로 낮은 노호를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잇몸까지 드러내 놓고 있었다. 영락없는 악귀의 형상이었다. 곰은 광포한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다. 좌우로 도약하는 고로를 쫓으며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러나 곰은 체념했다. 인간과 갈라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고로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산더미 같은 곰을 바라 보았다. 이제는 이빨도 감추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황금도로로 나왔다. 바로 눈 아래에는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곰이 내려오면 바다로 뛰어들 작정이었다. 고로가 사면을 달려 내려왔다. 곰은 보이지 않았다. 나가야마는 고로의 목을 껴안았다.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고마움을 고로의 몸을 껴안는 것으로 전했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 고로는 특별히 좋아하는 기색은 나타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안겨 있었다.
[가자.]
나가야마는 걷기 시작했다. 침낭이나 배낭은 바위굴에 남겨 놓은 채였다. 그것을 찾으러 갈 기력조차 없었다. 가령 날이 새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그 곰이 잠복해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생각하자 몸이 오싹해졌다. 두번 다시 곰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귀중한 것이기는 하지만 버리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웃도리가 찢겨져 있었다. 그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1천 엔짜리와 잔돈은 간곳이 없었다. 찾으러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도 나가야마는 찾으러 가고 싶지 않았다. 곰의 잎 내새와 노호가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어차피 오늘이나 내일이면 없어질 돈이었다. 차 한대 지나가지 않은 황금도로를 나가야마는 지친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걸었다. 하여튼 아침까지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일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에리모 마을에나 있을 것이다. 에리모까지는 40킬로미터 남짓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통과할 촌락에는 빈 속을 채울 일거리가 없을 것이다. 나가야마는 걸어가면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로는 묵묵히 걸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서로 닮은 처지라는 감개가 새삼스럽게 깊었다. 서로가 앞길에 광명이 없었다.
무일푼으로 4백 킬로미터를 걸어가야만 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내일 아침이 되면 굶주림이 용서없이 엄습할 것이다. 식량을 구할 방도가 없으면 어딘가에 주저않을 수밖에 없었다. 걸어가는 거리는 섭취한 에너지에 정비례한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한 발자국도 옮겨놓지 못하는 가혹한 여행이었다.
나가야마는 식인곰과 사투를 벌여,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자기를 구해 준 고로에게 보답할 수 없는 무능력에 슬펐다. 도로에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쫓기듯이 나가야마와 고로는 얼어붙은 길을 말없이 걸었다.
도가쯔 지청 히로우부터 히다까 지청 쇼야까지의 약 30킬로미터를 이렇게 불렀다.
에리모 곶의 동쪽 기슭은 바다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1927년에 착공해서 1934년에 완공됐다. 작업의 태반은 죄수를 썼다. 그런데도 국비가 당시의 돈으로 1백만 엔이나 투입되어, 마치 황금을 깔은 정도의 돈이 들었다고 해서 황금도로라고 불리게 됐다.
나가야마와 고로가 황금도로에 도달한 것은 10월 27일이었다. 에리모 곶을 넘는 길은 황금도로밖에 없었다.
도중에서 해가 지기 시작했다. 투베시베쯔 근처였다. 겨울철의 황금도로는 언제나 파도의 비밀로 젖어 있었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뚫어 만든 길이니, 노숙할래도 그럴 장소가 없었다. 나가야마는 벼랑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어렵게 벼랑 위로 올라가는 사면을 찾아냈을 때에는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전면에 히로오 산이 솟아 있었다. 도가쯔 산, 하루베쯔 산, 페테가리 산 등의 히다까 산맥이 북상하고 있었다. 그 산맥이 서쪽과 동쪽으로 기후를 양분했다. 서쪽의 히다까 지방은 눈이 적었다. 온난한 땅이었다. 목장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바람을 피할 바위굴을 찾아 노숙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도 별다른 게 없었다. 밥을 먹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고로와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나서 나가야마는 침낭에 들어갔다. 고로는 나가야마에게로 몸을 기대고 잠을 잤다.
바위굴에서는 별이 총총히 뜬 밤하늘이 보였다.
나가야마는 우울한 마음으로 앞일을 생각했다. 주머니에는 1천 엔짜리 한 장과 잔돈뿐이었다. 그 돈으로 남은 4백 킬로미터를 걸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히다까 산맥을 넘으면 사마니 마을이 나온다. 그 사마니에서 식비를 벌어야만 한다. 과연 일거리가 있을 것인지 걱정이었다.
몹시 피로했다. 곧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만큼 잤는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소리가 나서 잠을 깼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다. 꿈속에서 세찬 바람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강박관념이 되었다. 잠만 들면 영낙없이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꿈을 꾸었다. 잘 곳이 없어서 허둥대는 꿈이었다. 때로는 침낭이 비를 맞아서, 빗속에서 자고 있는 꿈을 꿀 때도 있었다. 추위와 두려움에서 오는 꿈이었다.
그 소리는 꿈속의 것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들렸다. 달빛이 파랗게 내리비치고 있었다. 그 달빛 속에서 고로의 모습이 보였다. 고로는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예사일이 아닌 목소리였다.
전면은 솔나무 숲이었다. 고로는 그 숲을 향해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침낭에서 나왔다. 무언가가 다가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달빛 속에서 굵은 꼬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곰?
나가야마의 등어리에서 식음땀이 흘러내렸다. 틀림없이 곰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로의 짖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개가 짖어도 대수롭지 않게 접근하는 동물을 곰밖에 없다.
머리털이 거꾸로 서는 것 같았다. 사람을 덮치는 곰의 잔인성에 대해서는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 일격을 가한 뒤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의 발을 어깨에 메고 유유히 사라진 곰이 있다. 또 벽을 뚫고 인가에 침입해서 일가족 다섯 명을 먹어치운 곰도 있다. 그 집 며느리는 산달이었다. 곰은 살아 있는 며느리를 짓누르고, 배만을 파먹고는 그 자리에 멍석을 갖다 덮어 놓았다고 한다.
그러한 곰에 대한 공포가 나가야마의 몸을 경직시켰다. 곰은 사람보다 빨리 달린다. 뛰어서 도망쳐도 틀림없이 잡히고 만다.
더군다나 밤이다. 밤눈이 밝은 곰으로부터 끝까지 도망칠 수는 없다. 상대는 인간과 개의 냄새를 맡고 온 곰이다. 보통 곰은 몸을 숨기지만 식인곰은 다르다.
오금이 저렸다. 나가야마는 배짱이 두둑한 편이 아니었다. 공포가 절망감을 낳아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릴 것 같았다.
고로는 계속해서 으르렁거렸다. 그 소리는 바위 표면을 올릴 만큼 쩌렁쩌렁했다. 그래도 곰은 다가오고 있었다. 고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정점을 행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엉금엉금 기어서 나왔다. 도망 가려고 필사적으로 용기를 복돋았다. 곰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도망 가려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곰은 나무에 오르지 못한다는 얘기는 신용할 수 없다고 책 어딘가에 씌어 있었다. 올라와서 그 강력한 발톱으로 끌어내린다고 한다. 뛰어서 황금도로 쪽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고로의 옆까지 기어나왔을 때, 바로 근처에 있는 숲에서 마른 가지를 짓밟는 무거운 소리가 났다.
나가야마는 비명을 질렀다. 소리가 난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시커먼 그림자가 전면에 떠올랐다. 곰이었다. 곰은 노호하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비명을 지르며 옆에 있는 나무에 매달렸다. 달빛 속에 보이는 그 곰은 나가야마의 곱절은 되어 보였다.
시커먼 산더미가 움직였다. 그것이 눈얖으로 덮쳐왔다. 곰의 입냄새가 풍압이 되어 나가야마를 압도했다. 나가야마는 정신이 희미해졌다. 먹히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엄청난 소리가 났다. 곰이 나가야마가 방패로 삼은 나무를 후려친 것이었다. 땅이 울렸다. 고목인 듯 싶었다. 나무가 가운데로부터 두 동강이 났다. 나가야마는 퉁겨져 나갔다. 그 바로 직전에 곰의 발톱이 옷에 닿았다. 나가야마는 절규했다. 곰에 잡힌 줄 알았다.
나가야마는 고로의 으르렁대는 소리를 들었다. 고로가 곰의 팔뚝에 이빨을 내리꽂았다. 무거운 노호를 지름과 동시에 팔을 휘들렀다. 고로가 퉁겨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때에는 나가야마는 곰으로부터 떨어져 있었다. 옷이 찢겨져 나갔던 것이다. 나가야마는 뛰었다. 무턱대고 뛰었다. 바로 등 뒤까지 곰이 다가왔다. 마른 가지를 몸으로 휘어꺾으면서 다가왔다.
고로는 그 곰의 등 뒤로 돌았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공격을 가했다. 등 위로 뛰어올랐다. 퉁겨져 나가기 전에 곰의 살을 물어 뜯었다. 곰은 그래도 나가야마를 쫓아왔다. 고로가 곰의 뒷다리를 물었다. 있는 힘을 다해서 이빨을 내리꽂았다.
곰은 초조함을 나타냈다. 나가야마를 쫓는 일을 단념하고 1백 80도 방향을 바꾸어 고로를 덮쳤다. 두 다리로 일어선 채 고로를 깔아뭉갤 듯이 달려들었다. 고로는 민첩했다. 몸놀림은 곰보다 갑절이나 빨랐다. 교묘하게 일격을 피했다. 굵고 긴 꼬리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후퇴하면서 꼬리가 장애물을 찾고 있었다. 도약하면서 물러선 그곳에 장애물이 있으면 끝장이었다. 곰의 일격으로 으깨어질 것이다. 사냥개의 본능이 고로의 몸 속에서 활활 타고 있었다.
곰은 미쳐 날뛰었다. 공격이 빗나가면 땅을 쾅쾅 치면서 위협했다. 그래도 생가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자, 곰은 옆에 서 있는 나무를 물어뜯어 줄기를 찢어발겼다.
고로는 짖지 않았다. 이빨 사이로 낮은 노호를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잇몸까지 드러내 놓고 있었다. 영락없는 악귀의 형상이었다. 곰은 광포한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다. 좌우로 도약하는 고로를 쫓으며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러나 곰은 체념했다. 인간과 갈라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고로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산더미 같은 곰을 바라 보았다. 이제는 이빨도 감추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황금도로로 나왔다. 바로 눈 아래에는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곰이 내려오면 바다로 뛰어들 작정이었다. 고로가 사면을 달려 내려왔다. 곰은 보이지 않았다. 나가야마는 고로의 목을 껴안았다.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고마움을 고로의 몸을 껴안는 것으로 전했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 고로는 특별히 좋아하는 기색은 나타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안겨 있었다.
[가자.]
나가야마는 걷기 시작했다. 침낭이나 배낭은 바위굴에 남겨 놓은 채였다. 그것을 찾으러 갈 기력조차 없었다. 가령 날이 새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그 곰이 잠복해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생각하자 몸이 오싹해졌다. 두번 다시 곰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귀중한 것이기는 하지만 버리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웃도리가 찢겨져 있었다. 그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1천 엔짜리와 잔돈은 간곳이 없었다. 찾으러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도 나가야마는 찾으러 가고 싶지 않았다. 곰의 잎 내새와 노호가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어차피 오늘이나 내일이면 없어질 돈이었다. 차 한대 지나가지 않은 황금도로를 나가야마는 지친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걸었다. 하여튼 아침까지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일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에리모 마을에나 있을 것이다. 에리모까지는 40킬로미터 남짓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통과할 촌락에는 빈 속을 채울 일거리가 없을 것이다. 나가야마는 걸어가면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로는 묵묵히 걸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서로 닮은 처지라는 감개가 새삼스럽게 깊었다. 서로가 앞길에 광명이 없었다.
무일푼으로 4백 킬로미터를 걸어가야만 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내일 아침이 되면 굶주림이 용서없이 엄습할 것이다. 식량을 구할 방도가 없으면 어딘가에 주저않을 수밖에 없었다. 걸어가는 거리는 섭취한 에너지에 정비례한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한 발자국도 옮겨놓지 못하는 가혹한 여행이었다.
나가야마는 식인곰과 사투를 벌여,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자기를 구해 준 고로에게 보답할 수 없는 무능력에 슬펐다. 도로에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쫓기듯이 나가야마와 고로는 얼어붙은 길을 말없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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