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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십전풍(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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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92 회 작성일 24-02-21 02: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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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풍 5장을 남김니다. 즐겁게 보시기 바라니다.






제 5장 무덤속의 괴인

강호유랑, 그 첫날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곳은..... 공동묘지, 떠나니는 혼령과 망령들이 득실거리는 죽음의 땅,
약색은 이곳에 이르러 더욱 귀기로움을 뿌렸다.
귀화처럼 어둠 속을 떠다니는 시퍼런 인광, 귀신의 머리칼처럼 일렁거리는
무성한 잡초, 제아무리 담력있는 사람이라도 가슴 시리지 않을 수 없는
귀경임에는 분명했다. 한데, 인영, 무덤들 사이를 누비고 있는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허름한 의복은 시뻘건 빗물에 젖었고, 제멋대로 흐트러진
봉두난발에 가려진 얼굴은 피로감이 역력했다.
하나, 그 눈빛만은 유난히 밝게 빛난다.
바로 담천기였다. [우선 어딘가에서 눈을 좀 붙여야겠는데.....]
그는 주위를 열심히 살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을씨년스럽게 웅크리고 있는 무덤들 뿐이었다.
[하는 수 없군. 오늘밤은 망령들과 부득이 혼숙하는 수밖에....]
덜썩.....! 그는 큰 무덤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주저앉았다.
다행히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어 등을 붙이고 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때 돌연, [으......으.....!]
어디선가 갸냘픈 신음성이 그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 담천기는 정신이 번쩍들었다. 이런 공동묘지에서 돌연 신음이라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는 비석을 의지한 채 재빨리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누... 누구요?] [.........]
돌연 신음성이 뚝 그쳤다. 으시시한 정적이 공동묘지를 휘감았다.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는 커녕 시퍼런 귀화 만이 번뜩이는 가운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탁한 음성이 전해져 왔다.
[너는 누구냐?] [사람이오.] 담천기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허허허.... 너는 사람이고 나는 귀신이란 말이냐?]
어이없다는 괴소가 나직이 진동해 왔다. 하나, 그 음성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담천기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디에 계신 것이오?]
[노부를 보고 싶으냐?] 담천기는 씩 웃었다.
[귀신이면 보고 싶지만,,,, 사람이면 그만 두겠소.] [어째서....?}
[이런 심야에 공동묘지에 있는 사람이면 절대 좋은 사람일리 없고 또
그런 사람을 만나봐야 즐거울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오.]
[으허허허.... 좋다. 하지만 네 녀석 역시 이시간에 공동묘지에 있으니 좋은
놈이 아니겠구나?] [.....]
[어떠냐? 유유상종이란 말도 있듯... 우리 나쁜 사람들끼리 한 번 만나보는
것이....?] 문득, 담천기는 무릎을 치며 대소했다.
[하하하...좋소이다. 한데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는 것이오?]
[무덤 속.....] 담천기의 얼굴에는 일순 웃음기가 싹 가셨다.
[무, 무덤 속에 있단 말이오?] [허허허.....두려우냐?]
담천기는 정색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밖으로 나오시오. 나는 죽기
전에 무덤속을 구경하고 싶지는 않소이다.]
[......!] 탁한 음성은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음성이 무거워졌다.
[노부는 이 무덤 속에서 이십년을 살아왔다. 정말 이곳은 싫다. 하나...
밖에 나갈 수 없는 입장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는냐?]
[.....!] 어찌 사람이 이십 년을 넘게 무덤 속에서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인가?
담천기로서는 괴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부는 이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노부의 마지막 청을 거절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그의 어조는 무겁고도 애절했다.
사연이 많은 것 같았다. 담천기의 검미가 찌푸려졌다.
[당신은 왜 무덤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말이오?]
순간, 처절한 웃음이 담천기의 귓전을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크흐흐흐.... 왜 못 나오는갸고? 나.... 북궁천은 사람이되 이미
사람이라고 말할 수 도 없기 때문이다. 크흐흐흐......]
그 웃음은 한이 처절히 쌓인 통곡이었다.
담천기는 나직이 탄식하고 말았다.
[당신이 있는 무덤이 어는 곳이오?]
[와.... 주겠는냐?} [잠자기는 이미 틀린 것 같고... 당신 이야기나 한 번
들어보기로 작정했소.] [으허허..... 고맙구나.]
탁한 음성은 나직한 음성을 발하며 빠르게 말했다.
[노부가 있는 무덤은 바로 네가 서 있는 곳이다.]
[...?] 담천기는흠칫 눈앞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전혀 입구가 있을리 없는 무덤이었다.
다른 무덤보다 조금 크게 보일 뿐..... [어떻게 무덤 속으로 들어가지요?]
[비석을 좌로 두 번 돌려보거라.] (이것을 돌리라고....?)
그 순간, 쿠르르릉.......! 굉음이 울리며 비석 아래 하나의 구멍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사람 하나 들어갈만한 크기의 동혈, 안으로 계단이 밑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이런 곳에 통로를 만들었다니....!) 담천기는 내심 감탄하며
계단을 응시했다. 그에게 불현듯 닥쳐드는 또 하나의 운명,
어떻게 그를 맞이할 것인가?
(경험을 얻고자 유랑을 시작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담천기는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동혈 속으로 들어갔다.
몇 계단이나 내려갔을까? 돌연, 쿠르르릉......!
굉음이 다시 일며 동혈의 통로가 원상태로 닫히는 게 아닌가!
암흑! 담천기는 졸지에 눈 뜬 장님에 되고 말았다.
그 뿐인가? 불현듯 계단 아래로부터 코가 문드러질 것 같은 악취가 진동해
왔다. (우욱...!) 담천기는 코를 감싸쥐고 말았다. 그때, 탁한 음성이
아랫쪽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왜 들어오지 않는냐?]
[지금 내려가는 중이외다.] 담천기는 안력을 최대로 돋구며 계단을
밝아나갔다. 먹묵을 풀어놓은 듯한 어둠 속이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진
계단인지라 어렵지 않게 내려 갈 수 있었다.
내려갈 수록 악취는 더욱 짙어지고, 지하 특유의 칙칙하고 음산한 기운이
전신을 거미줄처럼 조여왔다. 얼마쯤 내려갔을까? 갑자기,
담천기는 체중이 앞으로 쏠리며 한쪽 발밑이 허전해지는 것이었다.
[앗!] 다급한 외침과 함께 그는 그대로 곤두박칠 치고 말았다.
쿠웅.....! [어이쿠......!] 다행히 계단 아래의 공간은 그다지 깊지 않았지만, 담천기는 사정없이 곤두박혀 엉둥이가 부서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때, [저런.... 다치지 않았느냐?]
탁한 음성이 대경하며 급히 흘러나왔다. 담천기는 엉덩이를 문지르며
오만상을 찡그렸다.
[계단이 끝났음을 말해 주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나를 골탕먹이기로 작정한
것이오?] [으허허허..... 미안하다. 노부가 깜박 잊고 있었다.]
[아직도 더 가야하오?] [아니다. 노부는 지금 네 곁에 있다.]
[바로 곁에....?] 담천기는 왠지 섬칫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하나 그는 여전히 눈뜬 장님이었다. 그때,
[휴... 진정 오랜만에 불을 켜야 겠구나....] 암울한 탄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파....파팍!
무엇이 부딪치는 음향이 연이어 들리더니 돌연 주위가 환하게 밝혀져
졌다. (으음.....!) 담천기는 갑작스런 불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석실, 지금 그가 들어와 있는 곳은 조그만 석실이었다.
석실의 사면 벽에 네개의 유등이 걸려 파란 빛을 토하고 있었다.
(저것은...?) 담천기는 내심 흠칫하며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관----! 그의 우측에는 지금 시커먼 석관 하나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으시시한 분위기가 충만했다. 담천기는 놀람을 감추며 물었다.
[당신 설마.... 관 속에.....?] (으음......!)
담천기는 소름이 절로 돋는 것 같았다. 하나, 그는 이내
씨익 미소했다. [당신은 귀신 놀음을 무척 즐기는 모양이구려?]
[귀신놀음....?} 어이없다는 반문 속에는 비통함이 짙게 스며있었다.
[크흐흐흐.... 어쩌면 네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노부는 이미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반인반귀이니까......]
차라리 한스런 통곡이었다. 문득, 관속에서 고통스런 어조가 들려왔다.
[너는 관을 열어보고 싶지 않는냐?] (관을.....?)
담천기는 흠칫했다. [두려우나?] [답답하다면 열어주겠소.]
담천기는 대뜸 관뚜겅을 옆으로 밀었다. 끼이익.......
뚜껑은 쉽게 열렸다. 다음 순간, [헉......!]
담천기는 심장이 떨어져 나갈 만큼 대경했다.
관 속, 한 사람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한데, 정녕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찌 그것을 인간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팔다리는 하나도 붙어있지 않았다.
몸뚱이만 무슨 고깃덩이처럼 덜렁 놓여 있을 뿐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그나마 몸뚱이의 얼굴을 썩을 대로 썩어 누런 피고름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지 않은가! 아아.....
그 끔찍하고 처참한 모습을 무슨 말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오장육부를 뒤집어 버릴 듯한 악취는 바로 그의 몸이 썩어가며 풍겨내는 냄새
였다. 그때, 괴인의 잎에서 괴이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흐.... 노부의 모습이 끔찍스러우나?] 담천기,
그는 더 이상 놀라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가슴 밑바닥이 뜨거워 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렇습니다.] 말투까지 공경스럽게 변해 있었다.
[크흐흐흐....] [......]
담천기는 그 순간 보았다. 한으로 일그러지고 피고름을 뒤덮인 처참한 얼굴,
그 뺨 위로 흘러내리는 두 줄기 액체.......
그것은 피눈물이었다. (누가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담천기의 가슴으로 더욱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내가 노인을 돕고 싶습니다.] 강한 눈빛과 강한 어조,
거기에는 동정과 연민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깨끗한 믿음까지........ [.........]
괴인의 괴이한 시선이 한참 동안이나 담천기의 얼굴을 응시했다.
문득, 괴인의 입술이 실룩 비틀렸다. 아마 웃음이었던 모양이었다.
[허허허.... 노부의 칠십 평생 너같은 녀석은 처음이구나.]
괴인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비록 허름한 의복에 몸을 감추고
있으되, 눈 앞의 소년이야말로 누구에게든 빛을 줄 수 있는 진정 강하고
아름다운 인물임을..... 괴인은 물기어린 눈을 지그시 내리 감았다.
[내일이면.... 이 관속에 든지 꼭 이 십년이 되는 날.... 하루만 늦었어도
너와 노부는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 [노부는 너와의 만남을 주선해준 운명에게 감사하고 싶구나.]
운명.....!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담천기는 관 옆에 앉으며 조용히 물었다.
[노인장께서는 어쩌시다.... 이렇게 되셨습니까?
문득 괴인이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처절한 광망이 줄기줄기 쏟아져 나왔다.
[한 놈이.... 노부를 이렇게 만들었다.] 부르르.........
피고름에 찌들린 안면 근육이 무섭게 꿈틀거렸다.
[그놈은..... 한 가지 물건 때문에 .... 노부를 이런 꼴로 만들었고.... 노부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크흐흐흐.......!]
피맺힌 절규요, 한이 아닐 수 없었다. 담천기는 되도록 차분한 신색을
유지하며 말했다. [가능하다면.... 사연을 듣고 싶군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격한 감정이 그의 가슴을 치고 있었고,
그는 가능하다면 무엇이든지 괴인을 돕고 싶은 게 지금 솔직한 심정이었다.
괴은은 불쑥 침통한 어조를 내뱉었다.
[노부의 명호는 환후 북궁천..... 밀료의 제 십구대 교주이다.]
순간, [밀교....!] 담천기는 대경하고 말았다.
오오...... 밀교! 비록 담천기는 무림인이 아니었지만 그 가공할 문파를
귀따갑게 들어왔던 터가 아닌가!
밀교.....!
이 하늘 아래 가장 신비스럽고 은밀한 집단,
그 뿌리는 놀랍게도 일천 년이 훨씬 넘어으며, 지상 어딘가에 비밀리에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려진 안개속의 세력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들이 지닌 신비스런 힘은 하늘을 희롱하고, 역사마저 바꿀
정도라는 것이었다. 환술과 사요의 최고봉!
시체마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역천의 제왕을......
하나, 밀교가 지닌 진정한 힘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밀교의 세력은 은밀했고, 강호의 은원에 끼워들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눈 앞 관 속의 괴인, 그가 바로 밀교의 교주였다니.......?
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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