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전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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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의 소식을 듣고 허탈하고 분노를 느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하고 말입니다.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고 그저 미국의 눈치만 보고있는 한심한
정부의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내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테러에 대한 여러 사례가 연일 들어오는 가운데
설마 우리에게는 그런일이 생기랴는 안이한 생각에 어떤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정부를 강력히 비판합니다.
다시한번 고인이 된 김선일씨를 깊이깊이 애도합니다...
제가 소식을 듣고 윗글을 남기게 되었읍니다.
그럼 십전풍을 연재하겠습니다. 참고로 십전풍은 와룡강님의 작품입니다..
제 2장 기막힌 변신
상주현, 강소성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촌락, 약 오백여 호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극히 평화로운 곳이다.
땅거미가 조금씩 깔리는 시각, 휘이잉---- 바람, 추풍이라고 하기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대로, 상주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로였다.
스산한 날씨 탓인지 오가는 행인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누렇게 퇴색한 나뭇잎들만이 제철을 만난 듯 바람에 휩쓸려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그때. 따그닥---따각----
바람을 가르며 여섯 필의 준마가 불현듯 나타났다.
잡털하나 섞이지 않은 명종 여섯 필, 마상에는 신태비범한 백의청년 다섯,
그리고, 선두에는 청수한 용모의 백의 중년인,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인물인듯,
천상의 위장들인 듯---- 그들의 절륜한 용모와 비범한 신위는 실로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때, 그들은 마을 한 가운데에서 말을 멈추었다.
[.......] 백의중년인의 무게 시린 실린시선이 사방을 한바퀴 쓸어보았다.
비록 침중히 굳은 시선이었으나, 그 깊은 곳에서는 칼날같은 냉철함이 번뜩이고 있었다. 문득, 백의중년인은 청년들을 행해 고개를 끄덕였다.
[흩어져서 그분을 찾아라.] [알겠습니다.] 청년들은 깊숙이 허리를 굽혔고,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 절도 있는 행동에는 일사분란함이 담겼고, 조용한 가운데 신속함이 단연 돋보이는 놀라운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삽시간에 마을의 곳곳으로 은밀히 스며들었다. 백의중년인, 그는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벌써 보름이 지났다. 오늘도 만약 그분을 찾지 못하면 나 백상군 옷을 벗을수 밖에 없다.) 침중한 안색, 바위같이 무거운 눈빛, 따각---따각---
일정한 말의 반동에 몸을 맡긴채, 백의중년인도 이내 마을로 스며들었다.
무슨 일인가? 그 분이란 누구인가?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태화루, 상주현 서쪽에 위치한 허름한 객점, 손님이라야 하루종일 서넛밖에 찾아오지 않는 썰렁한 분위기, 그래서인가? 불어오는 바람이 더욱 차게 느
껴지는 그런 객전이었다. 후원의 한 객실, 시각은 초경 무렵, 스산한 어둠이 사방에 을씨년스럽게 깔려나가기 시작하고, 객실에는 희미한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 실내는 단조로웠다. 허름한 침상 하나와 때각 낀 탁자가 바닥을 차지하고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동경 하나가 달랑 걸려있을 뿐이었다.
문득, 실내에 그림자가 하나 흔들렸다.
[십팔 년 만에 이런 자유스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밝고 경쾌한 음성 한 줄기, 듣는 이를 절로 기분좋게 하는 기이한 음성이었다.
희미한 등불 아래, 가장편한 자세로 누워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비록 먼지 투성이인 침상에 누워있으되, 절대로 불결해 보이지 않는 놀라운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아니, 그로 인해 실내의 허름한 분위기가 오히려 밝은 광채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지않는가! 백의소년, 소년이라 하기엔 조금 더 성숙한 듯 보였고, 약관은 아직 되지 않아 보였다.
미장부, 천하의 여인을 그야말로 숨 넘어가게 하고도 남을 절세의 용모,
누구든 한 번 보고나면 영원히 잊지못할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짙은 검미는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굵은 콧날은 숨길 수 없는 고집을 만들고 그를 특징지우고 있었다. 어디그뿐인가, 그에게는 어떤 고귀한 기품이 깃들어 있었다. 실로 범상치 않은 기품, 그런 종류의 분위기는 결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닌 듯 싶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나 우물안 개구리였다. 껍질 속에 안주한 병아리였다]
팔베개를 하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천정을 향해 뇌까리는 음성,
자뇌가 낮게 까린 음성이었으나, 그것에는 기품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아니다. 비록 아버님께 큰 죄를 짖는 엉뚱한 짓일지라도 나는 일단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온 셈이다.]
차츰, 그의 뇌까림이 떨려나왔다. 그것은 어떤 흥분과도 같은 것이었다.
[앞으로 일년--- 나는 모든 구속을 벗어던지고 완벽한 자유의 몸이 되어보는 것이다.] 그의 눈빛에서 빛이 일었다. 일순, [그래, 일년이다!]
벌떡! 그는 침상을 박차고 몸을 일으켰다. [ 이제 나의 엉뚱한 변신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와르르---
몸안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한데, 기절할 일이었다.
누군가 옆에서 그 물건들을 보았다면 아마 기절초풍을 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거추장스러운 뿐이다. 나는 철저히 무소유로... 혼자의 힘으로 세파를 헤쳐야 한다.] 그는 그 물건들을 백의와 함께 돌돌 말아 한쪽으로 밀쳐놓은 다음, 마의를 걸쳤다. 미리 준비해 온 것인 듯, 허름하기 짝이 없는 옷이었고 군데군데 구멍까지 뚫려 있었다. 그는 동경 앞에 섰다.
그리고, 열심히 작업을 시작했다. 단정한 머리칼을 제멋대로 흐트리고,
얼굴에는 적당히 먼지와 검정을 발랐다. 문득, 그는 손을 멈추고 동경을 향해 씨익 웃었다. [이만하면--- 괜찮군.] 동경 속에 나타난 얼굴, 그것은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변해도 순식간에 너무 변한 모습이었다. 고귀하고 기품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고, 봉두난발의 낭인 하나가 씩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위기까지 삽시간에 변해버리니 정녕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후후--- 잘해 보는 거다, 천기!] 만족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천기! [이제부터 나의 운명을 멋지게 시험해 보는 거다.]
씨익----~! 또 한번의 괴이한 웃음이 동경 속에 나타났다. 담천기!
운명을 시험해 보고자 스스로 뛰쳐나온 괴짜. 그러나, 그러나 그의 진정한 신분을 알았다면 천하의 그 누구든 기절초풍을 했던지, 아니면 미친놈 취급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나, 그는 대단히 만족했다.
[점원!] 목소리마저 걸쭉한 것으로 변해 있었다. 잠시후, 밖에서 공손한 음성이 들려왔다. [손님, 부르셨는지요.] [잠시 들어오시오.]
드르륵.... 문일 열리며 염소를 닮은 점소이가 들어왔다.
]아니, 들어서다 말고 점소이의 작은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아니 네놈은 왠 자냐?] [후후후---]
담천기는 봉두난발 사이로 괴이한 웃음을 짓고, 점원을 방안을 바삐 휘둘러 보았다. [그 잘생긴 귀공자님은 어디 가시고 너같은 거지가 감히....!]
점원조차 담천기를 감쪽같이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담천기는 히죽 웃으며 점소이의 코앞으로 둘둘 말린 백의를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 짖궂은 음성,
[ 그 잘생긴 놈은 방값이 없어 줄행랑을 놓았으니 이걸로 대신하시오.]
[.....?] 점소이는 백의를 받아들고 잠시 멍청해졌다. (줄행랑......?)
점소이, 그는 후원을 가로지르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
(그 잘생기고 기품있던 귀공자가 방값이 없어서 옷을 벗어놓고 줄행랑이라니
......?) 생각할 수록 괴이하고, 더 생각할 수록 괘씸하기 이를데 없었다.
(점소이 생활 10년 만에 정말 개같은 경우다!) 퍽----!
점소이는 냅다 백의를 집어던지며 지근지근 밟았다.
[앞으로 잘생긴 놈이 오기만 해봐라! 모조리 껍데기부터 벗겨놓고 말겠다.]
하나, 그게 아니었다. 점소이의 눈이 갑자기 퉁방울처럼 벌어졌다.
[저, 저건.....?] 흙투성이로 짓밟힌 백의 사이를 비집고 삐죽 튀어나온 물건, 오색 영롱한 구슬이 아닌가! [이 .....이럴 수가...오광석주?]
능히 황금 일만 냥을 넘어서는 진귀한 보석 오광석주, 점소이는 다급히 백의를 집어들었다. 순간, 와르르.... 쏟아지는 보석들..... 일개 성을 살 수 있는 묘안석, 홍주옥, 금황미주, 패옥, 황금으로 된 소검등.....
횡재! 벼락도 보통 벼락이 아니었다.
[이, 이게 꿈이냐..생시냐?] 점소이는 그야말로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순간, 스슥......! 그림자 하나가 점소이를 뒤덮으며 다가들었다.
[.....!] 점소이는 다급히 보석들을 뒤로 감췄다.
그림자가 점소이 앞에서 우뚝 멈추었다. [그 물건들.... 어디서 났는냐?]
차분하고 무게있는 음성, [....?] 점소이는 다급히 고개를 쳐들었다.
백의 중년인, 범상치 않는 무게의 그가 냉엄한 신색으로 점소이를 굽어보고 있었다. (헉....!) 좀소이는 숨이 막힐 듯 경악하며 고개를 마구 내저었다.
지금, 그는 자신에게 떨어진 돈벼락을 잃을까봐 심장이 튀어 나올 지경이었다. 냉엄한 음성이 점소이의 고막을 두드렸다.
[바른대로 말하며.... 그것은 모두 너의 것이 될 것이다.]
(우와.....!)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기쁨이 그러할까?
점소이는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으며, 황급히 손을 들어 하나의 객방을 가르켰다. [저, 저기.....] 순간, 번---쩍! 오오..... 이게 무슨 빠름인가?
백의중년인, 그의 신형은 어느새 객방으로 스며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나, 백의중년인이 발견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썰렁한 공기만 맴돌고 있을 뿐..... (아.......!)
과연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하고 말입니다.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고 그저 미국의 눈치만 보고있는 한심한
정부의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내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테러에 대한 여러 사례가 연일 들어오는 가운데
설마 우리에게는 그런일이 생기랴는 안이한 생각에 어떤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정부를 강력히 비판합니다.
다시한번 고인이 된 김선일씨를 깊이깊이 애도합니다...
제가 소식을 듣고 윗글을 남기게 되었읍니다.
그럼 십전풍을 연재하겠습니다. 참고로 십전풍은 와룡강님의 작품입니다..
제 2장 기막힌 변신
상주현, 강소성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촌락, 약 오백여 호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극히 평화로운 곳이다.
땅거미가 조금씩 깔리는 시각, 휘이잉---- 바람, 추풍이라고 하기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대로, 상주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로였다.
스산한 날씨 탓인지 오가는 행인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누렇게 퇴색한 나뭇잎들만이 제철을 만난 듯 바람에 휩쓸려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그때. 따그닥---따각----
바람을 가르며 여섯 필의 준마가 불현듯 나타났다.
잡털하나 섞이지 않은 명종 여섯 필, 마상에는 신태비범한 백의청년 다섯,
그리고, 선두에는 청수한 용모의 백의 중년인,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인물인듯,
천상의 위장들인 듯---- 그들의 절륜한 용모와 비범한 신위는 실로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때, 그들은 마을 한 가운데에서 말을 멈추었다.
[.......] 백의중년인의 무게 시린 실린시선이 사방을 한바퀴 쓸어보았다.
비록 침중히 굳은 시선이었으나, 그 깊은 곳에서는 칼날같은 냉철함이 번뜩이고 있었다. 문득, 백의중년인은 청년들을 행해 고개를 끄덕였다.
[흩어져서 그분을 찾아라.] [알겠습니다.] 청년들은 깊숙이 허리를 굽혔고,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 절도 있는 행동에는 일사분란함이 담겼고, 조용한 가운데 신속함이 단연 돋보이는 놀라운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삽시간에 마을의 곳곳으로 은밀히 스며들었다. 백의중년인, 그는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벌써 보름이 지났다. 오늘도 만약 그분을 찾지 못하면 나 백상군 옷을 벗을수 밖에 없다.) 침중한 안색, 바위같이 무거운 눈빛, 따각---따각---
일정한 말의 반동에 몸을 맡긴채, 백의중년인도 이내 마을로 스며들었다.
무슨 일인가? 그 분이란 누구인가?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태화루, 상주현 서쪽에 위치한 허름한 객점, 손님이라야 하루종일 서넛밖에 찾아오지 않는 썰렁한 분위기, 그래서인가? 불어오는 바람이 더욱 차게 느
껴지는 그런 객전이었다. 후원의 한 객실, 시각은 초경 무렵, 스산한 어둠이 사방에 을씨년스럽게 깔려나가기 시작하고, 객실에는 희미한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 실내는 단조로웠다. 허름한 침상 하나와 때각 낀 탁자가 바닥을 차지하고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동경 하나가 달랑 걸려있을 뿐이었다.
문득, 실내에 그림자가 하나 흔들렸다.
[십팔 년 만에 이런 자유스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밝고 경쾌한 음성 한 줄기, 듣는 이를 절로 기분좋게 하는 기이한 음성이었다.
희미한 등불 아래, 가장편한 자세로 누워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비록 먼지 투성이인 침상에 누워있으되, 절대로 불결해 보이지 않는 놀라운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아니, 그로 인해 실내의 허름한 분위기가 오히려 밝은 광채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지않는가! 백의소년, 소년이라 하기엔 조금 더 성숙한 듯 보였고, 약관은 아직 되지 않아 보였다.
미장부, 천하의 여인을 그야말로 숨 넘어가게 하고도 남을 절세의 용모,
누구든 한 번 보고나면 영원히 잊지못할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짙은 검미는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굵은 콧날은 숨길 수 없는 고집을 만들고 그를 특징지우고 있었다. 어디그뿐인가, 그에게는 어떤 고귀한 기품이 깃들어 있었다. 실로 범상치 않은 기품, 그런 종류의 분위기는 결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닌 듯 싶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나 우물안 개구리였다. 껍질 속에 안주한 병아리였다]
팔베개를 하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천정을 향해 뇌까리는 음성,
자뇌가 낮게 까린 음성이었으나, 그것에는 기품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아니다. 비록 아버님께 큰 죄를 짖는 엉뚱한 짓일지라도 나는 일단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온 셈이다.]
차츰, 그의 뇌까림이 떨려나왔다. 그것은 어떤 흥분과도 같은 것이었다.
[앞으로 일년--- 나는 모든 구속을 벗어던지고 완벽한 자유의 몸이 되어보는 것이다.] 그의 눈빛에서 빛이 일었다. 일순, [그래, 일년이다!]
벌떡! 그는 침상을 박차고 몸을 일으켰다. [ 이제 나의 엉뚱한 변신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와르르---
몸안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한데, 기절할 일이었다.
누군가 옆에서 그 물건들을 보았다면 아마 기절초풍을 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거추장스러운 뿐이다. 나는 철저히 무소유로... 혼자의 힘으로 세파를 헤쳐야 한다.] 그는 그 물건들을 백의와 함께 돌돌 말아 한쪽으로 밀쳐놓은 다음, 마의를 걸쳤다. 미리 준비해 온 것인 듯, 허름하기 짝이 없는 옷이었고 군데군데 구멍까지 뚫려 있었다. 그는 동경 앞에 섰다.
그리고, 열심히 작업을 시작했다. 단정한 머리칼을 제멋대로 흐트리고,
얼굴에는 적당히 먼지와 검정을 발랐다. 문득, 그는 손을 멈추고 동경을 향해 씨익 웃었다. [이만하면--- 괜찮군.] 동경 속에 나타난 얼굴, 그것은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변해도 순식간에 너무 변한 모습이었다. 고귀하고 기품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고, 봉두난발의 낭인 하나가 씩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위기까지 삽시간에 변해버리니 정녕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후후--- 잘해 보는 거다, 천기!] 만족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천기! [이제부터 나의 운명을 멋지게 시험해 보는 거다.]
씨익----~! 또 한번의 괴이한 웃음이 동경 속에 나타났다. 담천기!
운명을 시험해 보고자 스스로 뛰쳐나온 괴짜. 그러나, 그러나 그의 진정한 신분을 알았다면 천하의 그 누구든 기절초풍을 했던지, 아니면 미친놈 취급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나, 그는 대단히 만족했다.
[점원!] 목소리마저 걸쭉한 것으로 변해 있었다. 잠시후, 밖에서 공손한 음성이 들려왔다. [손님, 부르셨는지요.] [잠시 들어오시오.]
드르륵.... 문일 열리며 염소를 닮은 점소이가 들어왔다.
]아니, 들어서다 말고 점소이의 작은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아니 네놈은 왠 자냐?] [후후후---]
담천기는 봉두난발 사이로 괴이한 웃음을 짓고, 점원을 방안을 바삐 휘둘러 보았다. [그 잘생긴 귀공자님은 어디 가시고 너같은 거지가 감히....!]
점원조차 담천기를 감쪽같이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담천기는 히죽 웃으며 점소이의 코앞으로 둘둘 말린 백의를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 짖궂은 음성,
[ 그 잘생긴 놈은 방값이 없어 줄행랑을 놓았으니 이걸로 대신하시오.]
[.....?] 점소이는 백의를 받아들고 잠시 멍청해졌다. (줄행랑......?)
점소이, 그는 후원을 가로지르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
(그 잘생기고 기품있던 귀공자가 방값이 없어서 옷을 벗어놓고 줄행랑이라니
......?) 생각할 수록 괴이하고, 더 생각할 수록 괘씸하기 이를데 없었다.
(점소이 생활 10년 만에 정말 개같은 경우다!) 퍽----!
점소이는 냅다 백의를 집어던지며 지근지근 밟았다.
[앞으로 잘생긴 놈이 오기만 해봐라! 모조리 껍데기부터 벗겨놓고 말겠다.]
하나, 그게 아니었다. 점소이의 눈이 갑자기 퉁방울처럼 벌어졌다.
[저, 저건.....?] 흙투성이로 짓밟힌 백의 사이를 비집고 삐죽 튀어나온 물건, 오색 영롱한 구슬이 아닌가! [이 .....이럴 수가...오광석주?]
능히 황금 일만 냥을 넘어서는 진귀한 보석 오광석주, 점소이는 다급히 백의를 집어들었다. 순간, 와르르.... 쏟아지는 보석들..... 일개 성을 살 수 있는 묘안석, 홍주옥, 금황미주, 패옥, 황금으로 된 소검등.....
횡재! 벼락도 보통 벼락이 아니었다.
[이, 이게 꿈이냐..생시냐?] 점소이는 그야말로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순간, 스슥......! 그림자 하나가 점소이를 뒤덮으며 다가들었다.
[.....!] 점소이는 다급히 보석들을 뒤로 감췄다.
그림자가 점소이 앞에서 우뚝 멈추었다. [그 물건들.... 어디서 났는냐?]
차분하고 무게있는 음성, [....?] 점소이는 다급히 고개를 쳐들었다.
백의 중년인, 범상치 않는 무게의 그가 냉엄한 신색으로 점소이를 굽어보고 있었다. (헉....!) 좀소이는 숨이 막힐 듯 경악하며 고개를 마구 내저었다.
지금, 그는 자신에게 떨어진 돈벼락을 잃을까봐 심장이 튀어 나올 지경이었다. 냉엄한 음성이 점소이의 고막을 두드렸다.
[바른대로 말하며.... 그것은 모두 너의 것이 될 것이다.]
(우와.....!)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기쁨이 그러할까?
점소이는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으며, 황급히 손을 들어 하나의 객방을 가르켰다. [저, 저기.....] 순간, 번---쩍! 오오..... 이게 무슨 빠름인가?
백의중년인, 그의 신형은 어느새 객방으로 스며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나, 백의중년인이 발견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썰렁한 공기만 맴돌고 있을 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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