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대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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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도... 전주에 이어서 보내드립니다.
第 六 章 歡喜九法眞解의 秘密
나운영을 본 독안용황(獨眼龍皇)은 삽시에 사색이 되어 다급히 외쳤다.
[배...... 배를 돌려라!]
하나 그때,
[늦었다! 발칙한 놈!]
나운영의 입에서 온통 십리 사방을 뒤흔드는 무서운 일갈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스악!
그녀의 손에 들린 장검이 맹렬히 허공을 그어갔다.
쩌-----엉!
한 순간 검신의 끝에서 벼락치듯 일어나는 찬란한 벽옥색 노을!
아!
놀랍게도 그 의형검강은 무려 십여 장을 내 뻗히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안......돼!]
독안용황은 공포의 비명을 내지르며 사력을 다해 뒤로 몸을 날렸다.
하나,
퍼---- 억!
[케에엨!]
한소리 처절한 비명과 함께 일순 선혈이 확 번져 올랐다.
오...... 보라
나운영이 날린 의형검감.
그것은 그대로 독안용황의 아랫도리를 휩쓸어 버린 것이 아닌가?
처참했다.
찰라지간 독안용황의 두 다리는 허벅지에서부터 뭉턱 끊겨 나뒹굴었다.
[크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
퍽!
콰다탕-----!
단 일격에 두 다리가 잘려나간 독안용황.
그 자는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선실의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삽시에,
용황선(龍皇船)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남해(南海)가 비좁다고 종횡무진 휩쓸고 다니던 해적왕 독안용황(獨眼龍皇).
그 자가 실로 어이 없게도 나운영의 단 일격에 쓰러진 것이었다.
그 자의 몸뚱이에서 터져나오는 선혈로 용황선의 갑판은 삽시에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 일련의 사태에 용황선 전체는 발칵 뒤집혔다.
[용황님!]
[빨...... 빨리...... 지혈을 해라!]
[홍의포(紅衣砲)! 홍의포로 저 계집을 날려버려!]
독안용황의 수하들은 미친듯이 아우성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떤 자는 독안용황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또 어떤 자는 홍의포(紅衣砲) 쪽으로 달려가 포탄을 장전하기에 바빴다.
하나,
[흥! 버러지 같은 것들!]
나운영은 용황선 내의 아우성을 주시하며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네놈들도 함께 수장시켜 주겠다!]
쩡!
그녀는 장검을 들어 천천히 머리 위로 쳐들었다.
그런 그녀의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의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이어,
[폭렬...... 천뢰검강!]
나운영은 싸늘한 일갈과 함께 장검을 맹렬히 아래로 내리쳤다.
순간,
(저럴 수가......!)
보고있던 능풍운은 그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오오......!
놀라운 광경이었다.
나운영의 손에 들린 장검으로부터 이십여 장 길이의 거대한 광채가 일어나 벼락같이 용황선의 허리를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다음 순간,
쩌-----억!
콰콰쾅-----!
천지를 뒤흔드는 굉렬한 폭음이 짓터져 오르며 검기의 기둥에 부딪힌 용황선은 그대로 자끈둥 두 조각이 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와 함께,
[크아악!]
[으와...... 인...... 인간도 아니다!]
처절한 비명이 잇따라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그 비명 속에서 용황선의 선원들은 두쪽나 침몰하는 용황선과 함께 모조리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그 자들은 하나같이 수공(水功)의 달인이었다.
하나,
용황선을 두쪽낸 검기의 파동 때문에 그 자들은 이미 내장이 파열되어 버린 상태였다.
그런 지경이니 아무리 수공이 뛰어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오오......
꽈르르릉......!
무섭도록 거대한 소용돌이와 함께 용황선의 잔해들은 바닷속으로 침몰해갔다.
아!
그것은 실로 장관이었다.
바다는 삽시에 용황선과 그곳에 타고있던 수많은 선원들을 삼켜버렸다.
남해의 해적왕 독안용황!
그리고 그 자의 수십명 수하들은 흔적도 없이 바닷 속으로 침몰해버린 것이었다.
실로 무섭고도 엄청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
나운영.
그녀는 무서운 눈길로 용황선을 삼켜버린 수면을 응시했다.
능풍운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 분의 가녀린 육체의 어디에 이토록 무서운 파괴력이 내재되어 있단 말인가?)
그는 마치 넋이 나간 듯 멍한 눈으로 나운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선실을 뛰쳐나와 나운영의 뒤에 서 있는 것이었다.
문득,
[휴......]
나운영의 입에서 한소리 나직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삼엄하기 이를 데 없던 그녀의 눈빛이 차츰 사그러들었다.
팽팽하게 긴장되었던 그녀의 교구가 부드럽게 풀어지는 것이 능풍운의 눈에도 완연히 보였다.
[휴! 너무 흥분해서 죽일 가치도 없는 졸개들까지 몰살시키고 말았구나!]
나운영은 탄식하며 처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분노했을 때는 마치 아수라 나찰을 방불하게 했던 나운영.
그녀의 모습은 어느덧 온유한 관음보살로 바뀌었다.
그같은 극단적인 변화에 능풍운은 자신도 모르게 오싹 한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우리도 그만 이곳을 떠나자!]
나운영은 탄식을 하며 몸을 돌려 반대쪽 뱃전으로 걸어갔다.
화락,
그녀는 스스럼없이 뱃전에 매어진 능풍운의 작은 고깃베 위로 날아내렸다.
그녀가 제법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능풍운의 고깃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
능풍운은 그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도 급히 밧줄을 타고 자신의 배로 옮겨탔다.
한데,
배 위로 내려서던 능풍운.
일순 그는 흠칫했다.
나운영 ----- 그녀는 선미에 단정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런 그녀의 발치,
하나의 부채가 떨어져 있었다.
음양선(陰陽扇) ------!
그것은 바로 음양수재(陰陽秀才)란 인물의 얄궂은 부채가 아닌가?
능풍운은 그것을 한 번 보고는 당황하여 던져버렸다.
한데,
그것이 우연히 그의 고깃배로 떨어진 것이었다.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능풍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음양선을 급히 바다에 던져버리려 했다.
하나 그때,
[그만 두거라!]
나운영이 가벼운 손짓으로 음양선을 가로챘다.
[버릴 것까지는 없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는 물건이니!]
그녀는 야릇한 눈빛을 지으며 음양선을 펼쳐 들었다.
[무슨...... 말씀인지......!]
능풍운은 얼굴이 벌겋게 물들며 급히 고개를 떨구었다.
나운영이 부채를 펼치는 바람에 그 위에 그려진 아홉폭의 춘화(春畵)가 일제히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갖가지 자세로 뒤엉켜 교합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
그것을 보자 방금 전 나운영과 치르었던 격렬한 정사가 떠오를 것이었다.
나운영은 그런 능풍운의 순진한 모습을 보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본래 이 음양선(陰陽扇)은 음양수재(陰陽秀才)의 것이 아니란다!]
[......!]
능풍운은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나운영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나운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음양선은 무림칠보(武林七寶)만은 못해도 사실 대단히 희귀한 보물이란다!]
그녀의 말에 능풍운은 내심 고소를 지었다.
(춘화 따위나 그려진 부채가 무엇이 대단하단 말인가?)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자신의 고깃배를 난파선에서 풀어냈다.
이어,
그는 문득 나운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제가 어디로 모셔다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 말에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나를 지옥도(地獄島)까지 태워주지 않겠느냐?]
능풍운은 그녀의 말에 흠칫했다.
(이 분도 지옥도(地獄島)로 가던 길이었군!)
그는 천랑마검(天狼魔劍)의 얼굴을 떠올리며 내심 중얼거렸다.
(도리가 없군. 이제와서 못간다고 할 수도 없고......!)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끼익......
그는 말없이 노를 저어 남동쪽으로 배를 몰아나갔다.
그때,
[너는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구나!]
나운영이 웃음 띈 모습으로 음양선을 펼쳐 능풍운의 눈 앞에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에 능풍운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저는 안목이 짧아서 그 얄궂은 부채의 어디가 그렇게 신묘한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대꾸에 나운영은 의미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양선의 비밀은 이 환희구법진해(歡喜九法眞解)에 있단다.]
그녀는 은근한 눈으로 능풍운을 주시하며 음양선을 쳐들어 보였다.
순간,
[......!]
돌아보던 능풍운은 눈 앞에 남녀가 교합하는 그림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질겁하여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그런 순진한 모습에 나운영은 손으로 입 부위을 가리며 웃음을 참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정색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잘봐라! 여기에는 그림말고 다른 것도 있으니까!]
[......!]
능풍운은 나운영의 진지한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과연 아홉 폭의 춘화 아래마다 깨알같은 글씨가 가득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나,
그는 몇자 읽다말고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 구결들은 모두 남녀가 어찌어찌 교합을 하는가 하는 방중술의 해설이었던 것이었다.
나운영은 고개를 돌리는 능풍운을 향해 그러나 엄숙한 어조로 말을 있었다.
[음양선의 원래 주인은 서역(西域)의 이인(異人)인 음양활불(陰陽活佛)이란 오백년 전의 기인이었다!]
능풍운은 나운영의 엄숙한 어조에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그는 우주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음양(陰陽)의 조화로 이루어진다고 믿었고, 평생을 음양(陰陽)을 합일시키는 신공의 창안에 몰두했다.]
[......!]
[그런 그가 이갑자(二甲子)동안 고심하여 완성한 것이 바로 이 환희구법(歡喜九法)이다!]
나운영은 엄숙하고 진지한 음성으로 능풍운에게 설명해 주었다.
------환희구법(歡喜九法)!
그것은 평범한 방중기교가 아니었다.
남녀의 교합시 생기는 음양지기(陰陽之氣)야말로 바로 만물을 생성시키는 거대한 힘이 된다.
환희구법(歡喜九法)은 바로 그 음양진기(陰陽眞氣)를 양성시키는 비법이었다.
하나,
그것은 너무 심오하여 아무도 환희구법(歡喜九法)으로 음양신공(陰陽神功)을 완성하지 못했다.
음양선(陰陽扇)은 그 후 오백 년 동안 이리저리 떠돌다 우녀히 음양수재(陰陽秀才)의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음양수재(陰陽秀才)는 남다른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자는 환희구법(歡喜九法)에 어떤 심오한 비밀이 포함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 연구에 몰입했다.
그 결과,
그 자는 마침내 환희구법(歡喜九法)에서 적지않은 연구의 성과를 얻게 되었다.
하나,
음양수재(陰陽秀才)의 본래 성격은 지나치게 색을 좋아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결국,
그 자는 성취의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음양선(陰陽扇)에서 얻은 환희구법(歡喜九法)을 그 자는 뭇여인을 농락하는 기술로만 사용해 왔다.
그자가 음양선(陰陽扇)에서 얻은 진전은 음양신공(陰陽神功)의 전체 오의 중 채 일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만일 음양수재(陰陽秀才)가 끝까지 정진하여 음양신공을 완성했다면 설사 나운영이라 해도 그 자를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나운영의 설명을 들은 능풍운.
그는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얄궂은 물건에 그런 심오한 비밀이 담겨있단 말인가?)
그는 반신반의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나운영은 그런 능풍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잘 간직하거라. 장차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테니까!]
말과 함께 그녀는 들고있던 음양선(陰陽扇)을 능풍운에게 내밀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버리지야 않겠지만 무공에 문외한인 제게 정말 쓰임새가 있기나 할지 의문이군요!]
그는 음양선(陰陽扇)을 품속에 갈무리하며 말했다.
하나,
나운영은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래뵈도 관상을 볼 줄 안다. 장차 너는 수십개의 누각에 가득 계집을 채우고 살게 될 상이다. 그때는 내 말뜻을 알게 될 것이다!]
그녀의 말에 능풍운은 민망한 표정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그...... 그런 말씀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얼른 고개를 돌렸다.
[호호, 두고봐라. 내 예언이 맞는지 틀리는지!]
나운영은 그런 능풍운의 모습을 바라보며 깔깔 교소를 터뜨렸다.
능풍운은 멋쩍음을 금치 못했다.
(곤란하신 분이군!)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촤----아.....
그는 멋쩍음을 숨기려는 듯 열심히 노를 저어 물결을 헤쳐나갔다.
어느덧,
나운영이 타고 왔던 난파선은 수평선 저쪽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그 난파선이야말로 능풍운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므로......
그리고,
그 난파선에서 만난 이 신비의 흑의여인 나운영에 의해 장차 능풍운의 앞길에 숱한 파란이 일게 될 것이니.....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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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第 六 章 歡喜九法眞解의 秘密
나운영을 본 독안용황(獨眼龍皇)은 삽시에 사색이 되어 다급히 외쳤다.
[배...... 배를 돌려라!]
하나 그때,
[늦었다! 발칙한 놈!]
나운영의 입에서 온통 십리 사방을 뒤흔드는 무서운 일갈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스악!
그녀의 손에 들린 장검이 맹렬히 허공을 그어갔다.
쩌-----엉!
한 순간 검신의 끝에서 벼락치듯 일어나는 찬란한 벽옥색 노을!
아!
놀랍게도 그 의형검강은 무려 십여 장을 내 뻗히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안......돼!]
독안용황은 공포의 비명을 내지르며 사력을 다해 뒤로 몸을 날렸다.
하나,
퍼---- 억!
[케에엨!]
한소리 처절한 비명과 함께 일순 선혈이 확 번져 올랐다.
오...... 보라
나운영이 날린 의형검감.
그것은 그대로 독안용황의 아랫도리를 휩쓸어 버린 것이 아닌가?
처참했다.
찰라지간 독안용황의 두 다리는 허벅지에서부터 뭉턱 끊겨 나뒹굴었다.
[크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
퍽!
콰다탕-----!
단 일격에 두 다리가 잘려나간 독안용황.
그 자는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선실의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삽시에,
용황선(龍皇船)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남해(南海)가 비좁다고 종횡무진 휩쓸고 다니던 해적왕 독안용황(獨眼龍皇).
그 자가 실로 어이 없게도 나운영의 단 일격에 쓰러진 것이었다.
그 자의 몸뚱이에서 터져나오는 선혈로 용황선의 갑판은 삽시에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 일련의 사태에 용황선 전체는 발칵 뒤집혔다.
[용황님!]
[빨...... 빨리...... 지혈을 해라!]
[홍의포(紅衣砲)! 홍의포로 저 계집을 날려버려!]
독안용황의 수하들은 미친듯이 아우성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떤 자는 독안용황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또 어떤 자는 홍의포(紅衣砲) 쪽으로 달려가 포탄을 장전하기에 바빴다.
하나,
[흥! 버러지 같은 것들!]
나운영은 용황선 내의 아우성을 주시하며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네놈들도 함께 수장시켜 주겠다!]
쩡!
그녀는 장검을 들어 천천히 머리 위로 쳐들었다.
그런 그녀의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의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이어,
[폭렬...... 천뢰검강!]
나운영은 싸늘한 일갈과 함께 장검을 맹렬히 아래로 내리쳤다.
순간,
(저럴 수가......!)
보고있던 능풍운은 그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오오......!
놀라운 광경이었다.
나운영의 손에 들린 장검으로부터 이십여 장 길이의 거대한 광채가 일어나 벼락같이 용황선의 허리를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다음 순간,
쩌-----억!
콰콰쾅-----!
천지를 뒤흔드는 굉렬한 폭음이 짓터져 오르며 검기의 기둥에 부딪힌 용황선은 그대로 자끈둥 두 조각이 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와 함께,
[크아악!]
[으와...... 인...... 인간도 아니다!]
처절한 비명이 잇따라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그 비명 속에서 용황선의 선원들은 두쪽나 침몰하는 용황선과 함께 모조리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그 자들은 하나같이 수공(水功)의 달인이었다.
하나,
용황선을 두쪽낸 검기의 파동 때문에 그 자들은 이미 내장이 파열되어 버린 상태였다.
그런 지경이니 아무리 수공이 뛰어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오오......
꽈르르릉......!
무섭도록 거대한 소용돌이와 함께 용황선의 잔해들은 바닷속으로 침몰해갔다.
아!
그것은 실로 장관이었다.
바다는 삽시에 용황선과 그곳에 타고있던 수많은 선원들을 삼켜버렸다.
남해의 해적왕 독안용황!
그리고 그 자의 수십명 수하들은 흔적도 없이 바닷 속으로 침몰해버린 것이었다.
실로 무섭고도 엄청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
나운영.
그녀는 무서운 눈길로 용황선을 삼켜버린 수면을 응시했다.
능풍운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 분의 가녀린 육체의 어디에 이토록 무서운 파괴력이 내재되어 있단 말인가?)
그는 마치 넋이 나간 듯 멍한 눈으로 나운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선실을 뛰쳐나와 나운영의 뒤에 서 있는 것이었다.
문득,
[휴......]
나운영의 입에서 한소리 나직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삼엄하기 이를 데 없던 그녀의 눈빛이 차츰 사그러들었다.
팽팽하게 긴장되었던 그녀의 교구가 부드럽게 풀어지는 것이 능풍운의 눈에도 완연히 보였다.
[휴! 너무 흥분해서 죽일 가치도 없는 졸개들까지 몰살시키고 말았구나!]
나운영은 탄식하며 처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분노했을 때는 마치 아수라 나찰을 방불하게 했던 나운영.
그녀의 모습은 어느덧 온유한 관음보살로 바뀌었다.
그같은 극단적인 변화에 능풍운은 자신도 모르게 오싹 한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우리도 그만 이곳을 떠나자!]
나운영은 탄식을 하며 몸을 돌려 반대쪽 뱃전으로 걸어갔다.
화락,
그녀는 스스럼없이 뱃전에 매어진 능풍운의 작은 고깃베 위로 날아내렸다.
그녀가 제법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능풍운의 고깃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
능풍운은 그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도 급히 밧줄을 타고 자신의 배로 옮겨탔다.
한데,
배 위로 내려서던 능풍운.
일순 그는 흠칫했다.
나운영 ----- 그녀는 선미에 단정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런 그녀의 발치,
하나의 부채가 떨어져 있었다.
음양선(陰陽扇) ------!
그것은 바로 음양수재(陰陽秀才)란 인물의 얄궂은 부채가 아닌가?
능풍운은 그것을 한 번 보고는 당황하여 던져버렸다.
한데,
그것이 우연히 그의 고깃배로 떨어진 것이었다.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능풍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음양선을 급히 바다에 던져버리려 했다.
하나 그때,
[그만 두거라!]
나운영이 가벼운 손짓으로 음양선을 가로챘다.
[버릴 것까지는 없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는 물건이니!]
그녀는 야릇한 눈빛을 지으며 음양선을 펼쳐 들었다.
[무슨...... 말씀인지......!]
능풍운은 얼굴이 벌겋게 물들며 급히 고개를 떨구었다.
나운영이 부채를 펼치는 바람에 그 위에 그려진 아홉폭의 춘화(春畵)가 일제히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갖가지 자세로 뒤엉켜 교합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
그것을 보자 방금 전 나운영과 치르었던 격렬한 정사가 떠오를 것이었다.
나운영은 그런 능풍운의 순진한 모습을 보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본래 이 음양선(陰陽扇)은 음양수재(陰陽秀才)의 것이 아니란다!]
[......!]
능풍운은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나운영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나운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음양선은 무림칠보(武林七寶)만은 못해도 사실 대단히 희귀한 보물이란다!]
그녀의 말에 능풍운은 내심 고소를 지었다.
(춘화 따위나 그려진 부채가 무엇이 대단하단 말인가?)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자신의 고깃배를 난파선에서 풀어냈다.
이어,
그는 문득 나운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제가 어디로 모셔다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 말에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나를 지옥도(地獄島)까지 태워주지 않겠느냐?]
능풍운은 그녀의 말에 흠칫했다.
(이 분도 지옥도(地獄島)로 가던 길이었군!)
그는 천랑마검(天狼魔劍)의 얼굴을 떠올리며 내심 중얼거렸다.
(도리가 없군. 이제와서 못간다고 할 수도 없고......!)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끼익......
그는 말없이 노를 저어 남동쪽으로 배를 몰아나갔다.
그때,
[너는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구나!]
나운영이 웃음 띈 모습으로 음양선을 펼쳐 능풍운의 눈 앞에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에 능풍운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저는 안목이 짧아서 그 얄궂은 부채의 어디가 그렇게 신묘한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대꾸에 나운영은 의미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양선의 비밀은 이 환희구법진해(歡喜九法眞解)에 있단다.]
그녀는 은근한 눈으로 능풍운을 주시하며 음양선을 쳐들어 보였다.
순간,
[......!]
돌아보던 능풍운은 눈 앞에 남녀가 교합하는 그림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질겁하여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그런 순진한 모습에 나운영은 손으로 입 부위을 가리며 웃음을 참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정색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잘봐라! 여기에는 그림말고 다른 것도 있으니까!]
[......!]
능풍운은 나운영의 진지한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과연 아홉 폭의 춘화 아래마다 깨알같은 글씨가 가득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나,
그는 몇자 읽다말고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 구결들은 모두 남녀가 어찌어찌 교합을 하는가 하는 방중술의 해설이었던 것이었다.
나운영은 고개를 돌리는 능풍운을 향해 그러나 엄숙한 어조로 말을 있었다.
[음양선의 원래 주인은 서역(西域)의 이인(異人)인 음양활불(陰陽活佛)이란 오백년 전의 기인이었다!]
능풍운은 나운영의 엄숙한 어조에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그는 우주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음양(陰陽)의 조화로 이루어진다고 믿었고, 평생을 음양(陰陽)을 합일시키는 신공의 창안에 몰두했다.]
[......!]
[그런 그가 이갑자(二甲子)동안 고심하여 완성한 것이 바로 이 환희구법(歡喜九法)이다!]
나운영은 엄숙하고 진지한 음성으로 능풍운에게 설명해 주었다.
------환희구법(歡喜九法)!
그것은 평범한 방중기교가 아니었다.
남녀의 교합시 생기는 음양지기(陰陽之氣)야말로 바로 만물을 생성시키는 거대한 힘이 된다.
환희구법(歡喜九法)은 바로 그 음양진기(陰陽眞氣)를 양성시키는 비법이었다.
하나,
그것은 너무 심오하여 아무도 환희구법(歡喜九法)으로 음양신공(陰陽神功)을 완성하지 못했다.
음양선(陰陽扇)은 그 후 오백 년 동안 이리저리 떠돌다 우녀히 음양수재(陰陽秀才)의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음양수재(陰陽秀才)는 남다른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자는 환희구법(歡喜九法)에 어떤 심오한 비밀이 포함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 연구에 몰입했다.
그 결과,
그 자는 마침내 환희구법(歡喜九法)에서 적지않은 연구의 성과를 얻게 되었다.
하나,
음양수재(陰陽秀才)의 본래 성격은 지나치게 색을 좋아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결국,
그 자는 성취의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음양선(陰陽扇)에서 얻은 환희구법(歡喜九法)을 그 자는 뭇여인을 농락하는 기술로만 사용해 왔다.
그자가 음양선(陰陽扇)에서 얻은 진전은 음양신공(陰陽神功)의 전체 오의 중 채 일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만일 음양수재(陰陽秀才)가 끝까지 정진하여 음양신공을 완성했다면 설사 나운영이라 해도 그 자를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나운영의 설명을 들은 능풍운.
그는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얄궂은 물건에 그런 심오한 비밀이 담겨있단 말인가?)
그는 반신반의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나운영은 그런 능풍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잘 간직하거라. 장차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테니까!]
말과 함께 그녀는 들고있던 음양선(陰陽扇)을 능풍운에게 내밀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버리지야 않겠지만 무공에 문외한인 제게 정말 쓰임새가 있기나 할지 의문이군요!]
그는 음양선(陰陽扇)을 품속에 갈무리하며 말했다.
하나,
나운영은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래뵈도 관상을 볼 줄 안다. 장차 너는 수십개의 누각에 가득 계집을 채우고 살게 될 상이다. 그때는 내 말뜻을 알게 될 것이다!]
그녀의 말에 능풍운은 민망한 표정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그...... 그런 말씀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얼른 고개를 돌렸다.
[호호, 두고봐라. 내 예언이 맞는지 틀리는지!]
나운영은 그런 능풍운의 모습을 바라보며 깔깔 교소를 터뜨렸다.
능풍운은 멋쩍음을 금치 못했다.
(곤란하신 분이군!)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촤----아.....
그는 멋쩍음을 숨기려는 듯 열심히 노를 저어 물결을 헤쳐나갔다.
어느덧,
나운영이 타고 왔던 난파선은 수평선 저쪽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그 난파선이야말로 능풍운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므로......
그리고,
그 난파선에서 만난 이 신비의 흑의여인 나운영에 의해 장차 능풍운의 앞길에 숱한 파란이 일게 될 것이니.....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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