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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사대 천왕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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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521 회 작성일 24-02-20 01: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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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千年魔女의 復活

-십만대산(十萬大山).
남방(南方)의 신산(神山).
중원을 남해(南海)와 묘강으로 가르는 경계가 되는 대산(大山)이다.
만추(晩秋)의 십만대산, 높은 산봉에는 벌써부터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계절이 일찍부터 찾아오는 고산(高山).
십만대산의 남방에 위치한 어느 고봉(高峯).
"......!"
"......!"
두 명의 인물이 산봉우리 위에 우뚝 서 있었다.
둘다 패기만만해 보이는 인물들, 막붕비, 그리고 전마 혼해룡이
그들이었다.
혼해룡은 천뇌자와 시황의 종적을 따라 먼저 십만대산까지 왔다.
그리고, 막붕비는 그 후예 혼해룡이 남긴 암호를 보고 따라와
이곳에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이었다.
문득,
"저 산봉을 넘으면 남황입니다!"
혼해룡이 맞은편 산봉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중원의 경계를 막 넘게 되는 곳에 하나의 시진이 있는데 그 시진
자체가 자부 단목가의 총본산입니다!"
그는 침중한 음성으로 막붕비에게 설명했다.
막붕비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소, 혼문주!"
"수고란 말씀 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만겁마종의 대리인이시고 저는
마가의 일가신일 뿐이외다!"
혼해룡은 막붕비의 말을 받아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의 어조는 몹시 무뚝뚝하게 들렸다.
하나, 그의 눈빛과 말에는 진실이 담겨져 있었다.
그는 여전히 침중한 어조로 막붕비에게 일러 주었다.
"하여튼 조심하십시오! 자부문의 무리들은 한낱 어린아이도 무서운
고수입니다! 속하도 몇 번인가 자부문의 경계에 잠입하려다가
실패했습니다!"
막붕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수고하셨소. 이제 문주는......!"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돌연,
"우우......!"
꽈르릉......!
십만대산의 남서쪽에서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사나운 장소성과 함께
가공할 폭음이 짓터져 올랐다.
"......!"
"......!"
막붕비와 혼해룡은 동시에 흠칫했다.
(어떤 친구가 자부문의 권역에서 소란을 피운단 말인가?)
막붕비는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그는 혼해룡에게 가볍게 고개짓을 했다.
"가봅시다!"
스윽!
말을 마침과 함께 그는 즉시 장소성이 들린 곳으로 날아갔다.
"......!"
혼해룡도 곧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하나의 협곡----
협곡 가운데에는 좁은 시냇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한데, 그 옆의 평지, 두 명의 인물이 맹렬히 싸우고 있었다.
일노일소(一老一少). 한 명의 청년과 노인이었다.
노인, 그는 청수한 인상에 호리한 체격의 인물이었다.
그에게 흠이 있다면 단지 눈매가 가늘고 음침하게 찢어진 것
뿐이었다.
-천뇌자, 그가 바로 마가삼태상의 한 사람인 천뇌자였다.
그는 지금 자부문의 경계에서 한 명의 청년과 싸우고 있었다.
그들의 주위, 서너 구의 철혈강시가 머리가 으스러진 채 죽어
있었다.
그리고 전장의 한쪽,
"......!"
일신에 전포를 걸친 한 명의 여인이 입가에 선혈을 흘린 채
운공요상하고 있었다.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 일견하여 그녀는 기질이 아주 드세
보였다.
그녀가 걸친 옷은 검은색 장포였다.
한데, 그 장포의 소매, 포효하는 사자의 무늬가 선명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그런 사자의 문양은 천뇌자와 싸우는 청년의 소매에도 새겨져
있었다.
틀린 점은 청년의 소매에 수놓인 사자의 문양은 좀더 크고
황금색이라는 점이었다.
청년의 나이는 이십 오륙 세 정도, 그는 얼굴의 절반이 구레나룻으로
덮여 있어 아주 위맹한 인상을 풍겼다.
또한, 그의 눈빛은 횃불같이 휘황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는 가히 산을 허물고 바다를 가를 듯한 무서운
패기가 실려 있었다.
"바득! 감히 누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용서치 않겠다,
늙은이!"
흑포청년은 십만대산을 뒤흔드는 우렁찬 폭갈을 터뜨리며 천뇌자를
몰아쳤다.
쩌정----!
빠지지직!
그가 손을 내칠 때마다 검붉은 낙뢰가 그의 손 끝에서 무섭게
작렬했다.
아...... 보라!
그 검붉은 강기가 스칠 때마다 천뇌자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비칠비칠 물러섰다.
놀랍게도 마가삼태상의 일 인인 천뇌자가 약관을 넘은 청년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스---- 읏!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계곡으로 막붕비와 혼해룡이 날아 들었다.
순간,
번쩍!
천뇌자와 싸우고 있는 청년을 본 전마 혼해룡의 두 눈이 신광으로
번뜩 빛났다.
막붕비는 그런 혼해룡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혼해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사대천왕의 후예 중에서 가장 젊은 패웅이 바로 저자외다!"
막붕비는 흠칫하며 되물었다.
"철사자(鐵獅子)...... 담세황(潭世皇)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저 옆에 운공하고 있는 여인이 담세황의 누이이고
철사천궁(鐵獅天宮)의 꾀주머니인 벽사후(碧獅吼) 담리화(潭璃花)라는
계집입니다!"
막붕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운공중인 여인 담리화를 바라보았다.
이어, 그는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철사자 담세황과 싸우던 천뇌자는 막붕비가 혼해룡과 함께
나타난 것을 보고 대경했다.
(저놈은...... 지옥혈황!)
그는 내심 당혹한 외침을 발했다.
고수들끼리의 싸움에서 마음의 동요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었다.
천뇌자가 막붕비의 출현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헛갈리는 사이,
"우! 철사단철인(鐵獅丹鐵印)!"
꽈---- 릉!
담세황은 찌렁한 폭갈을 내지르며 맹렬하게 우장을 찍어냈다.
그의 손 끝에서 순간 붉은 뇌전이 일어나 벼락같이 천뇌자의 가슴을
후려쳤다.
순간,
"억!"
천뇌자는 대경하며 다급히 번뇌천강을 일으켜 담세황의 일격을
막으려 했다. 하나,
빠지직----
촉막중에 일으킨 번뇌천강은 담세황의 철사단철인에 그대로 파괴되어
버렸다.
꽈---- 르릉!
지축을 들썩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크---- 흑!"
천뇌자는 가슴에 시뻘건 장인(掌印)이 찍혀 이십 장 뒤쪽의 석벽으로
퉁겨져 나가 모질게 부딪쳤다.
석벽에 거칠게 부딪쳤다 떨어진 천뇌자, 그의 오공에서는 선혈이
꾸역꾸역 솟구치고 있었다.
하나, 담세황은 거기에서 손속을 멈추지 않았다.
"우! 각오해라, 천뇌자!"
쐐!
그는 살기 가득한 폭갈을 내지르며 지면을 박차고 벼락같이 천뇌자를
덮쳐갔다.
그 모습은 성난 사자가 적을 향해 덮쳐드는 듯 사나운 기세였다.
순간,
"사형쇄강조!"
담세황은 폭갈과 함께 오른손으로 천뇌자의 목줄기를 뜯어낼 듯
후려쳐 갔다.
그 형상은 사자가 발톱을 세워 먹이의 목을 후려치는 기세와 같았다.
그때,
슥!
석벽 아래 쓰러져 있던 천뇌자가 힘겹게 오른손을 쳐들었다.
츠츳!
치켜든 그의 오른손이 순식간에 회색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본 막붕비, 그는 대경하며 장내를 향해 소리쳤다.
"번뇌염왕전을 조심하시오!"
천뇌자가 마지막 기력을 모아 자신의 최후최강의 수법 번뇌염왕전을
펼쳐내려는 것을 알아본 것이었다.
막붕비는 담세황에게 황급히 그 사실을 경고했다.
하나, 그때는 이미 담세황의 공세가 천뇌자를 가격한 후였다. 직후,
꽈---- 릉!
"크윽!"
"읏!"
폭음 속에서 고통스런 두 마디 비명이 터져나왔다.
천뇌자!
그는 담세황의 사형쇄강조에 목이 동체에서 끊어져 나가 즉사하고
말았다.
하나, 담세황도 무사치는 못했다.
그는 천뇌자가 마지막으로 떨친 번뇌염왕전에 가슴이 격중되어 피를
뿌리며 쓰러질 듯 비틀 물러섰다.
그 모습에 관전하던 막붕비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친구로군! 결국 천뇌자를 죽이고 말았군!)
이때, 힘겹게 몸을 세운 담세황은 힐끗 막붕비를 바라보았다.
"......!"
그의 두 눈에 순간적으로 놀라운 빛이 떠올랐다.
그는 한눈에 막붕비가 결코 자신보다 약하지 않음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문득,
"귀하의 경고가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소, 고맙소!"
그는 멀리서 막붕비를 향해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별말씀을......"
막붕비도 미소지으며 마주 포권해 보였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우우----!"
돌연 남방으로부터 무서운 장소성이 터져나왔다. 순간,
"억......!"
"읏!"
세 젊은이의 안색이 홱 변했다.
그 장소성에는 얼마나 무서운 내공이 깃들어 있는지 지축이 뒤흔들릴
지경이었다.
(무...... 서운 내공이다!)
막붕비는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아연한 표정으로 남방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 한 번의 장소성에는 무려 십 갑자 이상의 내공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만겁마종 패무극이나 실혼여제의 내공에 조금도 못지 않은
것이었다.
이때,
"자부문의 고수인가?"
전마 혼해룡도 창백한 안색으로 장소성이 들린 곳을 주시했다.
그곳은 바로 자부문이 있는 곳이었다.
바로 그때,
고오오......!
남쪽의 산봉을 넘어 하나의 그림자가 유성이 흐르듯 떠올랐다.
피---- 잉!
그 인영은 허공을 가르며 뇌전같이 세 젊은이가 있는 쪽으로
폭사되어 왔다.
인영, 그는 일신에 타는 듯 붉은 적포를 걸친 한 명의 중년인이었다.
한데,
츠츠츳!
그 인물의 몸 주위로는 이글거리는 태양 같은 시뻘건 화광이
빠져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은 흡사 하늘에 또 하나의 태양이 나타난 것과 같은
형상이었다.
이때,
"저 분은......"
적포인을 발견한 막붕비의 안색이 홱 변했다.
그는 한눈에 적포인이 누군지 알아본 듯했다.
그 사이,
피---- 이잉!
적포인은 삽시에 중인들의 일백 장 앞으로 날아 들었다.
그 순간,
"천일제왕 하숙부님! 소자 세황(世皇)입니다!"
팟!
담세황은 문득 경악과 기쁨이 뒤범벅된 얼굴로 급히 적포인을 향해
마주 날아갔다.
"천일제왕 하륜!"
"저 인물이 태양도의 지존 천일제왕이란 말인가?"
막붕비와 혼해룡은 경이의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천일제왕(千日帝王) 하륜!
태양성황의 후예이며 저 태양도의 전대도주.
십 년 전 가짜 자면천존의 함정에 빠져 실종되었다던 인물이었다.
한데, 그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이때,
츠---- 읏!
장내로 날아들던 천일제왕 하륜, 그의 두 눈에 섬뜩한 광기가
흘렀다.
그것을 본 막붕비는 대경실색했다. 이어, 그는 다급히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라 담세황의 뒤를 따라갔다.
"담형! 조심하시오! 그 분은 제정신이 아니오!"
"......!"
막붕비의 다급한 경고에 천일제왕의 삼십 장 앞까지 날아간 담세황은
일순 흠칫했다. 그때,
"크...... 크......"
쩌---- 엉!
천일제왕의 두 눈에서 무서운 광기가 번뜩였다.
이어, 그는 기괴한 괴소를 흘리며 슬쩍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빠가---- 각!
그의 손 끝이 불에 달군 쇠덩이같이 시뻘개지며 무서운
열화강기가 담세황의 전면으로 폭발하듯 몰려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어억!"
꽈릉----!
담세황은 대경하며 사력을 다해 호신강기를 일으켜 천일제왕의
공세를 맞받아쳤다. 하나,
빠지직----!
"크---- 악!"
쇠가 갈리는 끔찍한 소성과 함께 담세황은 가슴 부분이 시커멓게 탄
채 뒤로 퉁겨졌다. 순간,
"담형!"
파앗!
막붕비는 다급히 떨어지는 담세황을 받아 안았다.
담세황은 가슴이 숯같이 시커멓게 타들어가 기식이 엄엄했다.
그는 막붕비에게 안겨 정신을 잃어가며 문득 쥐어짜듯 입을 열었다.
"하...... 숙부는...... 미쳤소! 빨리...... 달아나시오. 아무도 그
분의 태양폭염천강을 상대할 수 없소......!"
그때였다.
"카아!"
담세황을 일격에 쓰러뜨린 천일제왕, 그는 괴성을 내지르며 재차
막붕비에게로 덮쳐들었다.
츄---- 하악!
그의 몸에서 천 개의 태양이 폭발하는 듯 무서운 극양지력이 일어나
막붕비를 휩쓸었다.
"우웃!"
막붕비는 급급히 양극마강의 빙하강살을 일으켜 천일제왕의 공세를
맞받아쳤다. 다음 순간,
치---- 지직!
상반된 두 가지 공력이 충돌하며 흡사 달군 쇠가 물에 들어간 듯한
끔찍한 소성이 일어났다. 동시에,
"크으...... 지독한데......"
막붕비는 괴로운 신음과 함께 주르르 십여 보 뒤로 물러섰다.
"캇!"
쿵쿵......
천일제왕도 지면으로 뚝 떨어져 대여섯 걸음 물러선 뒤에야 몸을
세웠다.
막붕비, 그는 그 한 번의 격돌로 천일제왕 하륜의 내공이 자신보다
일이성 정도 강함을 감지하고 내심 둔중한 신음성을 발했다.
(역시...... 사대천왕의 후예답다!)
그는 한 차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급히 내공을 모아
천일제왕의 다음 공세에 대비했다. 그때,
"세황!"
피---- 잉!
다급한 여인의 교성과 함께 한 명의 왜영이 막붕비의 등 뒤로
날아들었다.
벽사후 담리화!
그녀는 지금까지 운공요상하던 담리화였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는 순간 동생 담세황이 천일제왕에게 격퇴당하는
것을 본 것이었다.
담리화가 울부짖음을 토하며 장내로 날아든 순간,
"카앗!"
주춤하던 천일제왕은 두 눈에 흉광을 폭사하며 담리화를 향해
태양폭염천강의 일격을 내쳤다. 그 광경에,
"위험하오!"
막붕비와 혼해룡은 동시에 폭갈을 내지르며 급히 일장을 내쳐
천일제왕의 공격에 대항했다.
벽사후 담리화, 그녀도 일순 자신을 태워 버릴 듯한 열기가 엄습하자
황망히 옥수를 내밀어 철사신강을 내쳤다.


순간,
꽈르르---- 릉!
가공할 굉음이 지축을 들썩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우웃!"
"크으...... 인간도 아니군!"
사석이 흩날리는 가운데 세 젊은이는 쓰러질 듯 뒤로 퉁겨졌다.
천일제왕 하륜, 그는 이번에는 상당한 타격을 받은 듯 주춤주춤
물러섰다.
막붕비는 안고 있던 담세황을 담리화에게 넘겨 주며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담소저! 동생분을 데리고 물러가시오! 뒤를 끊겠소!"
이어, 그는 혼해룡을 일견하며 말했다.
"전마! 담소저를 모시고 십만대산에서 이탈하시오!"
말을 마침과 함께 그는 급히 열화신척을 뽑아 들었다.
"영주......"
혼해룡은 급히 입을 열어 무어라 말하려 했다.
하나 그는 이미 굳어진 막붕비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휴! 몸조심 하시오, 영주!"
나직한 탄식성과 함께,
피---- 잉!
혼해룡은 신형을 날려 먼저 북쪽으로 날아갔다.
"......!"
담리화, 그녀도 촉촉한 시선으로 막붕비의 뒷모습을 잠시 주시하더니
총총히 혼해룡을 따라 몸을 날렸다.
순간,
"카앗!"
천일제왕은 흉흉한 괴성을 발하며 담리화를 추적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하나,
"선배! 본인이 상대해 주겠소!"
꽈---- 릉!
막붕비가 포갈과 함께 측면에서 천일제왕의 옆구리를 열화신척으로
후려쳐 갔다. 그러자,
빠지직----!
열화신척이 삽시에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그 끝에서 열화천강이
폭발하듯 일어나 천일제왕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천일제왕은 막붕비의 공세에 별 수 없이 몸을 돌려 세웠다. 그와
함께,
"우웃!"
위---- 이잉!
그는 급히 태양폭염천강을 그어내 열화신척을 마주 후려쳤다.

* * *

꽈르---- 릉!
가공할 폭음이 천지를 허물어뜨릴 듯 짓터져 올랐다.
아...... 보라!
막붕비와 천일제왕의 공세가 격돌을 일으킨 순간 방원 오십 장 내의
모든 것이 새카맣게 타버린 것이 아닌가?
열화천강----!
태양폭염천강----!
화문쌍절(火門雙絶)이라 불리는 두 가지 초극양강기공!
그것이 서로 격돌하자 무서운 화염이 계곡을 휩쓴 것이었다.
쉬이...... 치지직!
강권 옆으로 흐르던 시냇물이 지독한 열기에 짙은 수증기를 일으키며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문득,
"크---- 읏!"
그 중에서 하나의 인영이 신음성을 흘려냈다.
막붕비, 바로 그였다.
그가 익힌 열화진결은 결코 태양폭염천강에 뒤지지 않았다. 다만,
천일제왕은 그것을 수십 년 동안 연마한데 비해 막붕비는 열화진결을
연마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그 화후와 숙련도에서 막붕비가 천일제왕에게 밀린 것이었다.
막붕비는 벌겋게 타들어간 자신의 피부를 보며 침중한 신음성을
발했다.
(역시...... 다! 사대천왕의 이름은 결코 헛되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때였다.
츠으......!
천일제왕은 태양폭염천강을 연달아 쳐냈건만 막붕비를 쓰러뜨리지
못하자 마침내 흉성이 폭발했다.
그는 타는 듯 시뻘건 눈으로 막붕비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보라. 처음에는 새빨갛게 달아올랐던 그의 두 손이 지금 이 순간
새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마치 쇠가 아주 뜨겁게 달아오르면 흰색으로
변하듯......
지금 천일제왕은 태양폭염천강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의 손 끝에 응집된 태양폭염천강이면 순간적으로 작은 산만한
쇳덩어리를 녹여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어떤 호신기공이나 신병이기라도 그것을 막지 못한다.
막붕비, 그는 흉성이 극에 달한 천일제왕의 모습을 보며 내심 무거운
신음성을 발했다.
(자칫하다가는...... 한 줌의 재로 삭아 버리겠다!)
그는 열화신척을 쥔 손에 불끈 힘 주며 왼손에는 방패 수정천둔을
들어 심장을 방호했다.
그때,
"카앗!"
치지직!
천일제왕은 괴성과 함께 서서히 쌍장을 들어올렸다.
그는 지금 미혼약에 이지가 제압된 상태였다.
오로지 적을 죽이라는 시술자의 명령만이 그의 심지를 제압하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막붕비는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낮은 신음을 발했다.
이어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열화신척을 쳐들었다.
일촉즉발의 긴장이 터져 듯 팽팽하게 장내를 휘감았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제왕(帝王)! 그만 두어요!"
돌연 두 사람의 측면에서 한 줄기 우울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막붕비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실혼...... 여제!)
그는 가슴이 쿵쾅거림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정신이 일시적으로 흩어지는 순간,
"카앗!"
푸---- 하악!
천일제왕은 기다렸다는 듯 막붕비를 향해 맹렬하게 쌍장을 내쳤다.
그의 장심에서 새하얀 빛의 덩어리가 폭발하듯 일어나며 막붕비에게로
날아들었다.
그 가공할 백광의 덩어리가 스치는 순간,
파스스......
삽시에 백 장 내의 모든 바위들이 재로 변해 허물어졌다.
-태양강살!
그것은 바로 태양폭염천강의 정화인 태양강살이었다.
"억!"
막붕비가 대경한 순간 이미 태양강살은 그의 눈 앞으로 날아든
상태였다.
순간, 막붕비는 무서운 열기에 휘말려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그는 본능적으로 수정천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 직후,
"멍청한 자식! 한눈을 팔다니......!"
일천 장 밖에서 다급한 여인의 교성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쩌---- 엉!
한 자루 자색의 고검이 빛살같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마침내,
꽈---- 르릉!
장내를 들썩 뒤집어 엎는 천붕지열의 엄청난 굉음이 짓터져 올랐다.
열화천강과 태양강살, 그리고 허무검강이 동시에 충돌하여 폭발할
듯한 굉음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크...... 으......!"
막붕비는 가슴이 불에 맞은 듯 화끈함을 느끼며 백여 장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 순간 그는 까마득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때,
"바보 같은......!"
피---- 잉!
허공으로 훌훌 날아가는 막붕비를 향해 하나의 회영이 빛살같이
날아들며 그를 안아들었다.
우울하고 퇴폐적인 미모의 여인...... 실혼여제, 바로 그였다.

"으음......!"
막붕비는 가슴이 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천천히 정신이 되돌아왔다.
정신을 차리는 순간,
똑......!
문득 그는 자신의 볼 위로 뜨거운 이슬이 떨어짐을 느꼈다.
(실혼여제......!)
막붕비는 태양강살의 지독한 열기에 정신이 혼미한 중에도 그 이슬의
주인이 누군지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박...... 자박!
실혼여제는 지금 막붕비를 안고 하나의 동굴을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그 동굴에서는 무서운 한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보통사람이라면 그 한기에 노출된 순간 혈액이 동결하여 동사하고 말
것이다.
하나, 태양폭염천강에 격중된 막붕비에게는 그 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실혼여제에게 안긴 그의 모습은 실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의복은 이미 재로 변해 부서졌으며 놀랍게도 유리보갑마저도 가슴
부분이 검게 녹아 내려 있었다.
천일제왕의 태양폭염천강---- 그것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얼마나 걸어들어 갔을까?
문득, 동굴이 끝나고 전면에 하나의 철문이 나타났다.

<빙마부(氷魔府).>

철문의 중앙에는 그와 같은 세 자의 글이 쓰여져 있었다.
한데, 그것은 문 전체가 온통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빙마부 앞, 두 명의 괴인이 털옷을 껴입은 채 우뚝 서 있었다.
실혼여제가 막붕비를 안고 빙마부의 앞에 나타난 순간,
"엇! 여제께서 웬일이십니까?"
"멈추십시오! 빙마부에는 여제님이라도 접근시키지 마시라는 지존의
엄명이 계셨습니다!"
두 명의 괴인은 놀람의 외침을 발하며 급급히 실혼여제를 막아섰다.
하나,
자박......!
실혼여제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지금 화가 나 있다!"
그녀는 그 한 마디와 함께 앞으로 계속 전진했다. 순간,
"안되오! 멈추십시오!"
"이러시면 벨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여제님이라도......!"
쩌---- 엉!
두 괴인은 재차 외치며 황급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실혼여제의 눈빛이 일순 새파랗게 변했다. 동시에,
"갈!"
그녀의 입에서 한 소리 짤막하고 싸늘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다음
순간,
"컥......!"
"여...... 여제! 당신이......!"
쿵쿵!
두 괴인은 불신의 눈을 부릅뜨며 오공에서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놀랍게도 즉사한 것이 아닌가?
실혼여제, 그녀가 일으킨 무형검망에 내부가 박살나 죽은 것이었다.
직후,
삐지직!
콰---- 드득!
빙마부의 굳게 닫혀진 철문도 실혼여제의 무형검망에 얼음 깨지듯
박살나며 부서졌다. 순간,
스읏!
실혼여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막붕비를 안은 채 빙마부 안으로
들어섰다.
온통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석실----
중앙에는 하나의 얼음 침상이 놓여져 있었다. 한데, 그 얼음 침상
위, 한 명의 여인이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잠자듯 누워
있었다. 빛나는 은색의 모발, 반투명한 얼음 같은 피부를 지닌
절세미인.

-천년마녀!
아!
그녀는 바로 악마성황이 천마황의 딸을 유괴하여 마물(魔物)로 만든
천년마녀였다.
한데, 그녀의 아랫배에 꽂혀 있던 천년빙정은 이미 완전히 그녀의 몸
안으로 녹아 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그와 함께, 그녀의 반투명한 피부로 서서히 핏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천년마녀가 천 오백 년 만에 부활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또한, 그녀의 가슴은 나직한 기복을 일으키며 호흡하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천년마녀는 며칠 안에 깨어날 것이고 깨어나는 순간
가장 먼저 본 사람을 평생 주인으로 따르게 되어 있었다.

실혼여제, 그녀는 막붕비를 조심스럽게 얼음 침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잘...... 들어요. 태양강살이 심맥을 태우고 있어서 당신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천년빙정 외에는 없어요!"
"천년빙정......!"
막붕비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면서도 신음하듯 낮게 뇌까렸다.
"하지만 천년빙정은 이미 이 마물의 몸 안에 모두 녹아들어간
상태예요."
실혼여제는 우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어, 그녀는 다음 말을 어렵게
꺼내며 문득 옥용을 붉게 물들였다.
"방법은 하나 뿐이예요. 당신은 체음보양의 사법으로 그녀의 몸에서
천년빙정의 기운을 흡수해야만 해요! 그래야 살 수 있어요."
이어,
찰칵......
그녀는 손을 뻗어 막붕비의 몸에서 유리보갑을 벗겨냈다. 순간,
"아...... 안돼오! 그래서는...... 천년마녀와...... 몸을 합칠 수
없소!"
막붕비는 숨을 헐떡이며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하나, 그에게는 저항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내 그는 실혼여제의 손에 의해 벌겨 벗겨졌다. 이로써 그는 두
번씩이나 실혼여제에 의해 나체가 되는 것이었다.
인연이라면 그것도 참으로 묘한 인연이었다.
벌거벗겨진 막붕비, 그의 전신피부는 마치 구워진 가재같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태양강살은 너무 강해 막붕비의 양극마강으로도 미처 다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
실혼여제는 목까지 붉게 물들이며 섬섬옥수로 막붕비의 실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순간,
"으음......!"
그녀의 고요한 손길 아래 막붕비의 일부가 문득 우람하게 일어났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요! 또 한 번 이래야 한다면 당신을
아예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겠어요!"
실혼여제는 수치심에 바득 이를 갈며 갑자기 막붕비의 영대혈에
일장을 때렸다.
순간,
(헉!)
막붕비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동시에 그의 몸 안에서 뜨거운 기운이
불끈 일어나며 운신이 가능해졌다.
(뜨겁다!)
그는 내심 낮게 중얼거렸다. 운신을 할 수 있게 되자 태양강살의
열기는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막붕비는 급히 그 열기를 식힐 대상만이
필요했다.
그때, 그의 손 끝에 무엇인가 매끄럽고 차가운 물체가 닿았다. 바로
천년마녀였다. 일순,
"으으......"
막붕비는 사막에서 물을 만난 듯 허겁지겁 천년마녀를 덮쳐갔다.
지독한 한기가 아찔한 청량감으로 그의 전신을 엄습했다.
막붕비는 으스러뜨릴 듯 천년마녀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이어, 그는
마구 천년마녀의 동체에 몸을 부벼댔다.
풍만하고 모양좋은 천년마녀의 유방이 막붕비의 몸 아래에서
제멋대로 이지러졌다.
막붕비는 단지 천년마녀와 피부를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상당히 해소됨을 느꼈다.
하나, 그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보다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천년마녀의 무릎을 벌리고 그 사이로
들어갔다. 천년마녀의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벌려 세워지며 사내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다.
"헉...... 헉!"
막붕비는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떨리는 손으로 천년마녀의 하체를
더듬었다. 그러자, 문득 그의 손 끝에 은백색의 반투명한 체모가 덮인
보드라운 구릉이 만져졌다.
그 체모를 더듬어 내려가던 막붕비, 그의 손이 갑자기 소름끼치도록
차갑고 이상한 동굴 속으로 푹 빠져 들었다.
그 안의 냉기는 태양강살의 열기로 고통받던 막붕비의 손가락을 얼려
버릴 듯 대단한 것이었다.
"......!"
막붕비는 순간 흠칫 놀랐다. 하나, 그는 이내 그곳이 자신이
갈구하던 최후의 대상임을 깨달았다.
"으음......"
그는 신음을 발하며 손가락으로 동굴의 입구를 넓게 개방했다.
그리고, 자신의 타는 듯 고통스러운 극양지물을 그곳으로 가져갔다.
순간, 오싹한 냉기가 극양지물의 예민한 끝을 자극했다. 그것은
아찔한 쾌감으로 막붕비의 전신을 엄습해 왔다.
"으으......!"
막붕비는 극심한 한기에 연신 이를 덜덜 떨었다. 하나, 그는
본능적으로 천년마녀의 허리를 두 팔로 안고 서서히 하체를
천년마녀에게로 내리눌렀다.
그의 실체는 뻑뻑한 느낌과 함께 좁은 동굴 속으로 파묻혀 들어갔다.
그와 함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냉기가 그의 전신을 엄습해
왔다.


"음......!"
막붕비가 낮은 신음성을 발하며 완전히 동굴 속으로 자신을
파묻었다. 이내, 그와 천년마녀의 몸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되었다.
그 순간, 천년마녀의 몸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의 복잡한 살갗의 동굴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며 막붕비를
죄어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점점 집요하고 강하게 막붕비를 죄이고 빨아들였다.
"......!"
막붕비는 일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하체를 움직여 천년마녀의 몸 안에서 서서히 진퇴운동을 시작했다.
막붕비가 제대로 길을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던 실혼여제,
"흐윽......!"
문득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비칠 빙마부를 물러나왔다.
막붕비, 그가 다른 여인과 몸을 섞는 것을 보는 순간 칼로 에이는
듯한 통증이 실혼여제의 가슴에 일었다.
그 고통이 바로 질투심에서 오는 것임을 깨달은 실혼여제, 그녀는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오랫 동안 차갑게 죽어 있던 그녀의 무감정한 가슴, 그 가슴을
헤집고 나무의 새로운 싹같이 인간의 감정이 서서히 부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 * *

실혼여제가 막 빙마부를 빠져나오는 순간,
"엇! 여제! 빙마부에 무슨 일이오?"
스으......
경악성과 함께 빙마부의 입구로 하나의 흐릿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람의 형체를 한 그림자, 그것의 머리부분에는 한 쌍의 눈(眼) 같은
것이 예리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가 나타난 순간,
(영제(影帝)......!)
실혼여제는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리며 그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영제(影帝)!
그림자 속의 신비인물은 바로 뇌황의 비밀호법이었다.
은신술과 첩보, 추종의 명인, 그가 은둔장안술을 펼치면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한다.

문득,
"영제! 본녀를...... 용서해요!"
실혼여제는 우울한 탄식과 함께 한 걸음 영제에게로 다가섰다.
순간, 영제는 그녀에게서 살갗을 찌르는 듯한 살기를 느꼈다.
"여제! 지존을 배신할 생각이오?"
그는 무섭게 일갈하며 급히 은둔술을 펼치려 했다. 하나, 그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파파팟!
실혼여제의 자허천존검이 번개같이 허공을 가르며 영제의 심장을
갈가리 찢어 버린 것이었다.
"케---- 에엑!"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동굴을 뒤흔들었다.
심장이 박살난 순간,
츠으......
그림자 인간 영제의 본모습이 비로소 드러났다. 그는 아주 교활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보라, 지금 그는 심장 부분에 사발만한 구멍이 뻥 뚫린 채 꾸역꾸역
선혈을 쏟아내고 있었다.
"지존께서...... 용서치...... 않을 것이오, 여제......!"
쿠---- 웅!
쥐어짜듯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은 영제, 그는 둔탁하게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순간,
츠으......
그의 몸은 이내 빙마부에서 흘러나오는 냉기에 꽁꽁 얼어붙었다.
"휴......!"
실혼여제는 우울하게 탄식하며 자허천존검을 거두었다.
그때,
"아아......!"
"헉...... 헉......!"
빙마부 안에서는 남녀의 뜨거운 숨소리가 뒤엉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은 실혼여제는 우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천년마녀가 부활하고 말았군!)
이어, 그녀는 빙마부 앞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막붕비를 위해 호법을 쓰려는 것이었다.
문득, 꼭 감긴 실혼여제의 긴 속눈썹 사이로 뜨거운 이슬이 소리없이
배어흐르고 있었다.

"으음...... 이런 짓을 하다니......!"
막붕비, 그는 벌거벗은 몸에 유리보갑을 걸치며 벌레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옆, 천년마녀가 고르게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완연히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막붕비가 그녀에게 토해낸 태양강살의 기운이 그녀의 부활을
촉진시킨 것이었다.
이때 문득,
"이제 끝났군요!"
빙마부의 밖에서 한 줄기 우울한 탄식성이 들려왔다.
이어,
사박......
실혼여제가 자허천존검을 안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몸은...... 어때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막붕비에게 물었다.
막붕비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양극마강이 이제 육성 정도로 증강된 것 같습니다!"
"육성이라......!"
실혼여제는 낮은 음성으로 뇌까렸다.
이어, 그녀는 깊은 잠에서 빠진 천년마녀, 즉 천마서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막붕비를 돌아보며 우울한 음성으로
물었다.
"당신은 양심초극심마결이 만겁마가의 천년최강마공임을 아세요?"
"금시초문입니다!"
막붕비는 의아한 표정으로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실혼여제는 문득 천마서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양심초극심마결은 바로 이 여인의 아버지 천마황(天魔皇)이 만든
초마공이예요!"
"아!"
막붕비는 놀람의 탄성을 발하며 천마서시를 내려다 보았다.
실혼여제는 우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천마황은...... 고금제일의 기재(奇才)였어요. 그러나 그가
고금제일인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재질과 무공이
뛰어난 대신 성정이 탐욕스럽고 색욕이 많기 때문이예요!"
"......!"
막붕비는 관심을 느끼며 실혼여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실혼여제는 허무가 깃든 눈빛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심지어 자기 제자의 아내까지 범했는데...... 결국 그것이
그는 물론이고 만겁마가의 천하최강의 지위에서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어요!"
순간, 듣고 있던 막붕비의 눈이 번뜩 빛났다.
"천마황에게 아내를 뺏긴 제자가 바로 악마성황이겠구료!"
그 말에 실혼여제는 나직이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결국 천마황은 악마성황이 마법(魔法)을 시술하여
마물(魔物)로 화한 자신의 딸...... 천마서시에게 죽임을 당했어요."
"......!"
그것은 막붕비가 전혀 알지 못하던 비사(秘事)였다.
하나, 실혼여제는 차마 천마황이 천마서시의 유혹을 받아 그녀를
범하다가 전내공을 갈취당해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공을 상실한 천마황, 그는 수치를 못 견뎌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말았다. 그 결과, 천마황이 창안한 수많은 초마공들은 유실되고
말았다. 그리고 만겁마가는 오백 년이나 무공이 후퇴하고 말았다.
오백 년이 지난 후에야 만겁마종이 나와 겨우 그 옛날 천마황 시절의
위세를 절반 정도 복구하여 사대천왕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양심초극심마결----!
그것은 바로 천마황이 남긴 마지막 무공이었다.

실혼여제, 그녀는 우울한 표정으로 탄식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천 오백 년 전의...... 그 같은 일이 똑같이 삼십 년 전에도
일어났었어요!"
"......?"
그녀는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막붕비의 시선을 피했다.
막붕비, 그는 실혼여제가 지금 자부문의 한 가지 치욕스런 과거를
얘기해 주려함을 알고 아연긴장했다.
"차이가 있다면...... 천마황과 악마성황이 사제지간이었음에
비해...... 삼십 년 전의 그 두 사람은 배다른 형제였던 점이
차이겠지요."
실혼여제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삼십 년 전----
두 명의 아주 뛰어난 형제가 있었다.

-단목후(丹木吼)!
-단목뇌황(丹木雷皇)!

어머니가 다르기는 하나 두 사람은 아주 사이좋은 형제였다.
형인 단목후----
그는 온화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나, 동생 단목뇌황은 그 이름같이 불같이 뜨겁고 급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오죽했으면 그의 별호와 이름이 모두 뇌황이었겠는가?
비록 그렇게 성격은 대조적이었으나 두 형제 사이는 아주 좋았다.
한데, 그 우의는 삼십 년 전 한 명의 여인이 그들의 앞에 나타남과
함께 깨지고 말았다.

-미려군(美麗君)!

그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남해 보타각의 제자인 그녀는 천하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빼어난 미모와 재기를 갖춘 여인이었다.
한데, 그녀가 우연히 자부문에 나타나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되었다.
단목후와 단목뇌황, 그들 두 형제가 불행하게도 동시에 미려군에게
연정을 품은 것이었다.
두 형제는 경쟁하듯 미려군에게 구애를 청했다.
그 결과는 동생 단목뇌황의 승리였다.
미려군---- 그녀는 내성적이고 음침한 단목후보다 사내답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단목뇌황에게 마음이 끌린 것이었다.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와졌다.
그것을 지켜보는 단목후의 마음에는 무서운 질투의 불길이 일어났다.
그는 차기 자부문의 지존이 될 신분이었다.
영리한 단목후, 그는 그것을 철저히 이용키로 작정했다.
마침내, 단목후는 문중의 원로들을 움직여 정식으로 보타각에 청혼을
넣었다. 당연히 보타각에서는 그 청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정파의 최고명문인 자부문, 그곳에의 청혼은 보타각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황송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즉시 보타각에서는 미려군에게 단목후와 결혼할 것을 명령했다.
그것은 미려군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나, 연약한 심성을 지닌 미려군에게는 감히 사명을 어길 용기가
없었다. 결국, 미려군은 그렇게 하여 두 형제 중 단목후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비극을 잉태하고 말았다.
단목후와 미려군, 그들의 신방에 불이 꺼지는 것을 지켜보며 분노의
이를 갈며 복수를 맹세한 인물이 있었으니...... 단목뇌황! 바로
그였다.
그에게서 권력으로 연인 미려군을 빼앗은 단목후는 더 이상 그에게
형이 아니었다. 단목뇌황은 반드시 복수하여 미려군을 다시 되찾을
것을 맹세했다.
한편, 어쩔 수 없이 단목후와 결혼했지만 미려군의 마음은 옛 연인
단목뇌황에게 가 있었다.
하나 단목후와는 엄연한 부부관계, 그들 사이에는 어쩌다 실혼여제
단목혜린이 태어나게 되었다. 그로써 두 사람의 부부관계는 더욱
확고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결혼이 결코 무사할 리 없었다.
단목후와 미려군은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켰다. 마침내, 미려군은
단목후와 별거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미려군의 침실에
단목뇌황이 은밀히 드나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밤마다 몸을 섞으며
못다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던 어느 날---- 단목뇌황은 미려군을 통해 자면천존 단목후가
악마삼보의 일로 북방에 간다는 정보를 전해 받았다. 그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디어 그는 복수를 결행키로 결심했다.
그는 단목후의 북방행에 자원하여 함께 길을 떠났다.
그리고, 기회를 보아 단목후를 독살시키고 그의 시체를
음양흡열마갱에 던져 버린 것이었다.
형을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없앤 단목뇌황, 그는 그후 형인 단목후로
변장하여 자부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자면천존 행세를 하며
미려군과 부부생활을 시작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실로 너무도 감쪽같이 이루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어린 실혼여제 단목혜린만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몇
번인가 밤에 잠이 깨었을 때 어머니 미려군이 단목뇌황과 욕정을
불사르는 것을 확인했었다.
그 후, 실혼여제는 미려군과 단목뇌황을 증오하며 오직 무공에만
전념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가슴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서서히 죽어
버렸다. 모든 것에서 무감정하고 회의적인 마음으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단목후를 죽인 원수 단목뇌황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단목뇌황은 아버지의 원수임과 동시에 미려군의 진정한
연인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복수를 시도하지 않았다.
한 사내의 그릇된 욕정, 그것이 천 오백 년 전 악마성황의 때와 같이
또다시 엄청난 비극을 부른 것이었다.

* * *

자부문이 자리한 십만대산의 산록 끝----
그곳에는 하나의 깊은 계곡이 있었다.
----호로마곡.
마치 호로병같이 생긴 그 계곡은 자부문의 뇌옥으로 쓰이고 있었다.
자부문 내부의 죄인이나 무림의 질서를 어지럽힌 마인들, 그들은 그
호로마곡에 자리한 뇌옥에 감금당해 죽을 때까지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했다.

황혼 무렵----
짙붉은 황혼이 뚝뚝 핏물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붉고 선렬한 빛의 황혼이었다.
문득, 그 황혼빛을 받으며 호로마곡의 입구에 실혼여제의 우울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의 옆구리, 한 명의 사내가 늘어진 채 안겨
있었다.
막붕비, 바로 그였다.
문득,
"나는...... 어렸을 때 그 짐승 같은 두 사람을 피해 늘 이 주위에
와서 놀며 자랐어요!"
사박......
실혼여제는 호로마곡의 입구로 다가서며 말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 마곡에서 두 명의 죄수를 만났어요. 그들은 그때
단목뇌황에 의해 심지를 제압당해 가고 있었어요!"
"천일...... 제왕과 철사패왕이었겠군요!"
막붕비는 실신한 체 하며 실혼여제의 말에 대꾸했다.
실혼여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요. 그 두 분은 미혼사법과 약물에 의해 의지를 잃어가고
있었는데 때때로 정신이 돌아왔어요. 그 분들은 정신이 들면 그때마다
내게 무공구결을 일러 주었어요!"
"아......!"
막붕비는 나직한 탄성을 발했다. 그제서야 그는 실혼여제가 이제 갓
서른이 된 나이에 고금무적의 경지에 이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실혼여제----
그녀는 사대천왕 중 삼천왕의 절기를 한 몸에 지닌 상태였다.
자부천존, 태양성황 그리고 철사대제!
저 위대한 사대천왕 중의 삼인(三人).
그들의 초인적 절기가 실혼여제의 천년제일의 재질에 더해져 하나의
무공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실혼여제가 고금무적의 경지에 이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듯도 했다.
그 후, 철사패왕 담철형과 천일제왕 하륜, 그들은 완전히 의지가
상실되어 단목뇌황의 명령만 듣는 무서운 살인 기계로 변하고 말았다.
얼마 전 막붕비를 습격한 천일제왕이 광인으로 보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어느 덧,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실혼여제와 막붕비는 호로마곡의
입구 철책 앞에 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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