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 천왕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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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復讐血經
단애(斷崖), 삼백 장 높이의 까마득한 단애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있다.
스으...... 스으......
그 단애 아래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자욱한 운무가 뱀처럼
또아리를 튼 채 흐르고 있었다.
문득,
"으음...... 정말 괴롭구나!"
운무 자욱한 단애 아래에서 한 소리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 나왔다.
절벽 아래, 한 명의 청년이 상체를 벌거벗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막붕비, 바로 그였다.
그는 절벽에 떨어졌으나 큰 위험은 겪지 않았다.
철혈강시의 마지막 일 장은 별로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리보갑은 가슴 부분이 가장 강해 시독철장이 침투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 때문에 막붕비는 어렵지 않게 절벽을 날아 내린 것이었다.
하나, 문제는 시독(屍毒)이었다.
벌거벗은 막붕비 오른쪽 어깨, 그것은 혈맥을 통해 급격히 전신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막붕비의 안면은 극심한 고통으로 이지러져 있었다.
문득,
"열화...... 진결로 태워 버려야겠다!"
그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괴롭게 신음했다.
이어, 곧 그는 열화진결을 일으켜 시독(屍毒)을 태우기 시작했다.
하나,
(크---- 윽!)
열화진결을 일으키자마자 엄청난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그 과정은
실로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과의 싸움이었다. 너무도 참담한 고통에
막붕비는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그는 고통을 눌러 참으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복...... 복수혈경이나 읽어야겠군!"
이어, 그는 고통을 다소나마 잊기 위해 패무극이 준 복수혈경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운공과 독서를 두 가지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양심초극마결을
연마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막붕비, 그는 마음을 둘로 나누어 독서를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단순히 고통을 잊기 위해 복수혈경을 읽기 시작했다.
하나, 이내 그는 복수혈경의 내공에 몰입되어 있었다.
복수혈경----
그 안에는 실로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복수혈경의 앞 부분,
그곳에는 패무극이 자신의 양녀인 혈관음 빙화정에게 주기 위해 만든
세 가지 무공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름하여 복수삼세(復讐三勢)!
-복수혈해탄강!
-폭풍대구식(暴風大九式)!
-만겁참(萬劫斬)!
그것이 바로 복수삼세(復讐三勢)였다.
만겁마종 패무극----
그는 십 년 전 한 명의 효웅에게 암습당해 주화입마에 들었다.
십 년 세월, 그 동안 패무극은 주화입마를 치료하면서 만겁마가의
천년마공과 자신의 한을 담아 복수혈경을 만들었다.
복수혈해탄강----
그것은 만겁마가의 천년마공인 만겁패황천강에 자부문의 탄천강벽을
합쳐 만든 것이었다.
수비 전용이면서도 공격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괴한 마공!
즉, 적이 멋모르고 복수혈해탄강을 건드리면 그 즉시 열 배의
반탄지기가 일어나 상대를 박살 내 버리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패무극은 복수혈해탄강을 달리 생사탄강이라고 이름
붙였다.
폭풍대구식(暴風大九式)----
패무극이 천하 모든 무공초식의 장점을 모아 만든 구식(九式)의
초식.
그것은 장법(掌法)으로 뿐 아니라 도법(刀法), 검법(劍法)으로도
전용이 저능했다.
막붕비, 그는 폭풍대구식이 신강지옥성의 지옥검결보다 다섯 배
강함을 보고 기가 질렸다.
하나, 실상 패무극도 그것을 창안했을 뿐 전삼식(前三式)밖에
연마하지 못한 상태였다.
만겁참(萬劫斬)----
폭풍대구식을 보고난 막붕비, 그는 만겁참을 보는 순간 폭풍대구식이
하잘것 없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만겁참은 폭풍대구식을 한꺼번에 떨쳐 내는 위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에 부딪쳐 부서지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만겁(萬劫)을 끊는다(斬)----!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패무극조차도 몰랐다.
왜냐하면, 만겁참을 창안한 것은 패무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만겁마종 종사들이 천 년 간 고심하여 만들어온
미완성의 절기였다. 패무극은 다만 만겁참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았을
뿐이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후최강의 무공이었다.
그 때문일까?
역대 만겁마가의 종사들 중 만겁참을 연마해 낸 인물은 전무했다.
복수삼세를 살펴 본 막붕비,
문득, 그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천외천(天外天)이다. 무공일도에는 끝이 없구나!"
그는 새삼 그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지금껏 자신이 연마한 모든 절기들이 실로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복수혈경 중 복수삼세가 차지하는 지면은 반에 불과했다.
나머지 반은 패무극이 양녀 빙화정에게 주기 위해 쓴 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시작되고 있었다.
<화정(花精)아!
애비는 남은 여생을 네 어머니를 돌보는데 쓸 작정이다.
문중의 분규는 네 손으로 처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너는 나
패무극의 자랑스런 딸이고...... 장차 만겁마가를 이끌어 갈
여제왕이기 때문이다......>
한자 한자 패무극의 빙화정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글이었다.
그것은 친 딸에 대한 애정, 그 이상의 것이었다.
"......!"
막붕비는 계속 열화진결로 시독을 태우면서 계속되는 패무극의 글을
읽어 나갔다.
글은 다시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마가(魔家)가 풍지박산 되고 네 어머니와 네가 불행해진 것은......
따지고 보면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패무극, 그는 세인들이 모르는 아주 놀라운 비사(秘事)를 복수혈경에
기록하고 있었다.
천 년 전----
천하제패에 적수가 없음을 확인한 네 명의 초인---- 사대천왕!
그들은 결국 그들 스스로가 서로에게 필생의 운명적인 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한 곳의 비지(秘地)에서 최후의 격돌을 벌였다.
-천왕지존(天王至尊)!
제왕 중의 제왕을 가늠하기 위한 일대 격전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름하여 천왕대전(天王大戰)이라 불린 전무후무한 일대 승부.
사대천왕, 그들은 무려 십 일 밤낮을 계속하여 싸웠다.
그 결과, 마침내 최후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자부천존(紫府天尊) 단목고황(丹木孤皇)!
바로 그가 최후의 승자였다.
그는 최후로 다른 삼천왕을 꺾고 천왕지존의 권좌를 차지한
것이었다.
하나, 삼천왕은 분투를 흘리며 자부천존의 승리를 부정했다.
왜냐하면 다른 삼천왕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적수공권으로 싸운
반면, 자부천존은 고금십중병 중 서열 일위인 자허천존검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허천존검(紫虛天尊劍)의 날카로움으로 최후 승리를 얻은
것이었다.
-자허천존검(紫虛天尊劍)----!
그것은 악마삼보를 제외하면 고금동서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신병(神兵)이었다.
그 날카로움은 사대천왕 같은 초고수들조차 무력하게 만들 정도였다.
결국, 자하천존검으로 인해 자부천존 단목고황의 승리는 인정되지
않았다.
진정한 천왕지존은 탄생되지 못한 것이었다.
사대천왕, 그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각기 문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선의가 아닌 원한으로 서로를 쓰러뜨리려
노력했다.
그들은 문하에 천하 영재들을 끌어 모으며 암암리에 세력확장에
급급했다.
사실상, 천년무림사는 그들 사대천왕과 사대가문(四大家門) 사이의
암투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극은......
사대가문의 잠력이 당대에 이르러 더 이상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팽배한 데서 발생했다.
사대가문은 호시탐탐 서로를 쓰러뜨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 십 년 전 어느 날----
자부문의 지존 자면천존 단목후의 명의로 다른 삼가(三家)의
가주들에게 초청장이 발송되었다.
무림을 파멸로 이끌 전면 충돌을 막기 위해 논의하자는 내용이었다.
장소는 십만대산(十萬大山)의 자부문(紫府門)!
삼가주(三家主), 즉 만겁마종 패무극과 천일제왕, 그리고 철사패왕은
한 가닥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하나, 초청받은 이상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 설마 당장 자부천존의 후예인 단목후가 어떤 암계를 쓰는 치졸한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결국, 삼가주는 한 줄기 불길한 예감을 지닌 채 자부문으로 갔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자면천존 단목후---- 그는 비겁하게 독수를 써서 삼가주를 제압했다.
결국, 천일제왕과 철사패왕은 자면천존의 손에 떨어졌다.
만겁마종 패무극만이 천신만고 끝에 자부문을 탈출할 수 있었다.
하나, 이내 그는 자부문의 고수들에게 추격당하는 몸이 되었다.
추격당한 직후, 패무극은 만겁마가의 영물인 천리신응(千里神鷹)에
지니고 있던 악마혈종을 매달아 날려보냈다.
그러나...... 천리신응은 곧 자면천존이 이기어검술로 날린 검에
맞아 중상을 입고 말았다.
그 상태로 천리신응은 복우산까지 날아왔으나 만겁마성 주위의 산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한편......
만겁마종 패무극은 단목고황에게 생포되었다가 간신히 깨어났다.
깨어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얼굴 가죽이 무참하게 벗겨져 나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전신대혈이 파괴되어 십만대산의 어느 계곡에
던져졌다.
단목고황, 그는 패무극이 죽은 줄로만 알고 그를 계곡에 버린
것이었다.
그것이 천려일실이었다.
본래, 만겁마가에는 불사마공이란 것이 있었다.
그것을 연마하면 목이 끊기고 심장이 부서지기 전에는 결코 죽지
않는다. 뿐더러, 그는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그가 완전히 내공을 회복하는데는 십 년이 걸렸다.
그 사이, 패무극은 단목고황에 대한 불타는 복수심으로 복수혈경을
지은 것이었다.
그 무렵......
패무극의 부인인 마모(魔母) 여운상, 그녀는 우연히 천마애에서
천리신응의 시체와 악마혈종을 발견했다.
그녀는 악마혈종에 쓰인 패무극의 글을 보고 청천벽력 같은 충격을
느꼈다.
분명, 자신은 십 년 동안 만겁마종 패무극과 함께 살아왔다.
하나, 그 자가 놀랍게도 가짜라는 것을 악마혈종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
십 년 동안 남편인 줄 알고 살을 섞으며 살아온 자가 남편의
원수임을 안 순간, 마모 여운상은 그만 실성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간신히 양녀 혈관음 빙화정에게 악마혈종을 주어 만겁마성을
탈출케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살을 기도했다.
자살을 기도한 직후 그녀는 천뇌자에게 발견되어 지금까지
치욕스러운 생을 연명해 오고 있었다.
또한 만겁마성을 탈출한 빙화정,
그녀 역시 다시 잡혀와 마모가 보는 앞에서 흉한들에게 윤간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
막붕비는 비로소 모든 사실을 명백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실로 놀랍고도 엄청난 사실, 세인들이 아무도 모르는 거대한 비사가
복수혈경 안에 소상히 적혀 있었던 것이다.
막붕비는 패무극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무겁게 짓눌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잠시 복수혈경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어 다시 이어지는 패무극의 한맺힌 글을 읽어나갔다.
<천빙곡(千氷谷)을 괴멸시키고 너의 친부모님들을 해친 자는 바로
자부문(紫府門)의 효웅 자면천존이었다. 그 놈은 악마삼보 중 최후의
마물(魔物)인 천년마녀(千年魔女)를 부활시키는데
천년빙정(千年氷精)이 필요했던 것이다!>
패무극의 긴 글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십 년 전, 천빙곡을 괴멸시킨 것은 바로 자면천존이라고 그는
기록하고 있었다.
하나...... 만겁마종 패무극, 그는 꿈에도 자부천존 단목고황도 이십
년 이전에 시해당해 음양흡열마갱에 던져졌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과 천일제왕, 그리고 철사패왕을 위해한 자가 바로 그
가짜 자면천존이었음도......!
실로 얽히고 설킨 무서운 음모의 연속이었다.
막붕비는 얼마 남지 않은 패무극의 글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천뇌자를 믿어서는 안된다. 그는 천생 반골을 지닌 자다.
불사전황은 믿을 수 있을 만큼 충직하지만 지혜가 모자란다.
결국...... 네가 대사를 도모할 사람은 대비신니 뿐이다! 그녀는 네게
가문을 중흥시킬 방도를 일러줄 것이다. 너를...... 믿거니와......
더욱이 사랑한다. 나의 딸아......!>
빙화정에 대한 염려와 사랑으로 가득한 패무극의 글은 그것으로 끝나
있었다.
단애(斷崖), 삼백 장 높이의 까마득한 단애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있다.
스으...... 스으......
그 단애 아래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자욱한 운무가 뱀처럼
또아리를 튼 채 흐르고 있었다.
문득,
"으음...... 정말 괴롭구나!"
운무 자욱한 단애 아래에서 한 소리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 나왔다.
절벽 아래, 한 명의 청년이 상체를 벌거벗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막붕비, 바로 그였다.
그는 절벽에 떨어졌으나 큰 위험은 겪지 않았다.
철혈강시의 마지막 일 장은 별로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리보갑은 가슴 부분이 가장 강해 시독철장이 침투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 때문에 막붕비는 어렵지 않게 절벽을 날아 내린 것이었다.
하나, 문제는 시독(屍毒)이었다.
벌거벗은 막붕비 오른쪽 어깨, 그것은 혈맥을 통해 급격히 전신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막붕비의 안면은 극심한 고통으로 이지러져 있었다.
문득,
"열화...... 진결로 태워 버려야겠다!"
그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괴롭게 신음했다.
이어, 곧 그는 열화진결을 일으켜 시독(屍毒)을 태우기 시작했다.
하나,
(크---- 윽!)
열화진결을 일으키자마자 엄청난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그 과정은
실로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과의 싸움이었다. 너무도 참담한 고통에
막붕비는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그는 고통을 눌러 참으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복...... 복수혈경이나 읽어야겠군!"
이어, 그는 고통을 다소나마 잊기 위해 패무극이 준 복수혈경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운공과 독서를 두 가지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양심초극마결을
연마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막붕비, 그는 마음을 둘로 나누어 독서를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단순히 고통을 잊기 위해 복수혈경을 읽기 시작했다.
하나, 이내 그는 복수혈경의 내공에 몰입되어 있었다.
복수혈경----
그 안에는 실로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복수혈경의 앞 부분,
그곳에는 패무극이 자신의 양녀인 혈관음 빙화정에게 주기 위해 만든
세 가지 무공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름하여 복수삼세(復讐三勢)!
-복수혈해탄강!
-폭풍대구식(暴風大九式)!
-만겁참(萬劫斬)!
그것이 바로 복수삼세(復讐三勢)였다.
만겁마종 패무극----
그는 십 년 전 한 명의 효웅에게 암습당해 주화입마에 들었다.
십 년 세월, 그 동안 패무극은 주화입마를 치료하면서 만겁마가의
천년마공과 자신의 한을 담아 복수혈경을 만들었다.
복수혈해탄강----
그것은 만겁마가의 천년마공인 만겁패황천강에 자부문의 탄천강벽을
합쳐 만든 것이었다.
수비 전용이면서도 공격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괴한 마공!
즉, 적이 멋모르고 복수혈해탄강을 건드리면 그 즉시 열 배의
반탄지기가 일어나 상대를 박살 내 버리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패무극은 복수혈해탄강을 달리 생사탄강이라고 이름
붙였다.
폭풍대구식(暴風大九式)----
패무극이 천하 모든 무공초식의 장점을 모아 만든 구식(九式)의
초식.
그것은 장법(掌法)으로 뿐 아니라 도법(刀法), 검법(劍法)으로도
전용이 저능했다.
막붕비, 그는 폭풍대구식이 신강지옥성의 지옥검결보다 다섯 배
강함을 보고 기가 질렸다.
하나, 실상 패무극도 그것을 창안했을 뿐 전삼식(前三式)밖에
연마하지 못한 상태였다.
만겁참(萬劫斬)----
폭풍대구식을 보고난 막붕비, 그는 만겁참을 보는 순간 폭풍대구식이
하잘것 없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만겁참은 폭풍대구식을 한꺼번에 떨쳐 내는 위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에 부딪쳐 부서지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만겁(萬劫)을 끊는다(斬)----!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패무극조차도 몰랐다.
왜냐하면, 만겁참을 창안한 것은 패무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만겁마종 종사들이 천 년 간 고심하여 만들어온
미완성의 절기였다. 패무극은 다만 만겁참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았을
뿐이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후최강의 무공이었다.
그 때문일까?
역대 만겁마가의 종사들 중 만겁참을 연마해 낸 인물은 전무했다.
복수삼세를 살펴 본 막붕비,
문득, 그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천외천(天外天)이다. 무공일도에는 끝이 없구나!"
그는 새삼 그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지금껏 자신이 연마한 모든 절기들이 실로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복수혈경 중 복수삼세가 차지하는 지면은 반에 불과했다.
나머지 반은 패무극이 양녀 빙화정에게 주기 위해 쓴 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시작되고 있었다.
<화정(花精)아!
애비는 남은 여생을 네 어머니를 돌보는데 쓸 작정이다.
문중의 분규는 네 손으로 처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너는 나
패무극의 자랑스런 딸이고...... 장차 만겁마가를 이끌어 갈
여제왕이기 때문이다......>
한자 한자 패무극의 빙화정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글이었다.
그것은 친 딸에 대한 애정, 그 이상의 것이었다.
"......!"
막붕비는 계속 열화진결로 시독을 태우면서 계속되는 패무극의 글을
읽어 나갔다.
글은 다시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마가(魔家)가 풍지박산 되고 네 어머니와 네가 불행해진 것은......
따지고 보면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패무극, 그는 세인들이 모르는 아주 놀라운 비사(秘事)를 복수혈경에
기록하고 있었다.
천 년 전----
천하제패에 적수가 없음을 확인한 네 명의 초인---- 사대천왕!
그들은 결국 그들 스스로가 서로에게 필생의 운명적인 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한 곳의 비지(秘地)에서 최후의 격돌을 벌였다.
-천왕지존(天王至尊)!
제왕 중의 제왕을 가늠하기 위한 일대 격전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름하여 천왕대전(天王大戰)이라 불린 전무후무한 일대 승부.
사대천왕, 그들은 무려 십 일 밤낮을 계속하여 싸웠다.
그 결과, 마침내 최후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자부천존(紫府天尊) 단목고황(丹木孤皇)!
바로 그가 최후의 승자였다.
그는 최후로 다른 삼천왕을 꺾고 천왕지존의 권좌를 차지한
것이었다.
하나, 삼천왕은 분투를 흘리며 자부천존의 승리를 부정했다.
왜냐하면 다른 삼천왕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적수공권으로 싸운
반면, 자부천존은 고금십중병 중 서열 일위인 자허천존검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허천존검(紫虛天尊劍)의 날카로움으로 최후 승리를 얻은
것이었다.
-자허천존검(紫虛天尊劍)----!
그것은 악마삼보를 제외하면 고금동서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신병(神兵)이었다.
그 날카로움은 사대천왕 같은 초고수들조차 무력하게 만들 정도였다.
결국, 자하천존검으로 인해 자부천존 단목고황의 승리는 인정되지
않았다.
진정한 천왕지존은 탄생되지 못한 것이었다.
사대천왕, 그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각기 문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선의가 아닌 원한으로 서로를 쓰러뜨리려
노력했다.
그들은 문하에 천하 영재들을 끌어 모으며 암암리에 세력확장에
급급했다.
사실상, 천년무림사는 그들 사대천왕과 사대가문(四大家門) 사이의
암투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극은......
사대가문의 잠력이 당대에 이르러 더 이상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팽배한 데서 발생했다.
사대가문은 호시탐탐 서로를 쓰러뜨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 십 년 전 어느 날----
자부문의 지존 자면천존 단목후의 명의로 다른 삼가(三家)의
가주들에게 초청장이 발송되었다.
무림을 파멸로 이끌 전면 충돌을 막기 위해 논의하자는 내용이었다.
장소는 십만대산(十萬大山)의 자부문(紫府門)!
삼가주(三家主), 즉 만겁마종 패무극과 천일제왕, 그리고 철사패왕은
한 가닥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하나, 초청받은 이상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 설마 당장 자부천존의 후예인 단목후가 어떤 암계를 쓰는 치졸한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결국, 삼가주는 한 줄기 불길한 예감을 지닌 채 자부문으로 갔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자면천존 단목후---- 그는 비겁하게 독수를 써서 삼가주를 제압했다.
결국, 천일제왕과 철사패왕은 자면천존의 손에 떨어졌다.
만겁마종 패무극만이 천신만고 끝에 자부문을 탈출할 수 있었다.
하나, 이내 그는 자부문의 고수들에게 추격당하는 몸이 되었다.
추격당한 직후, 패무극은 만겁마가의 영물인 천리신응(千里神鷹)에
지니고 있던 악마혈종을 매달아 날려보냈다.
그러나...... 천리신응은 곧 자면천존이 이기어검술로 날린 검에
맞아 중상을 입고 말았다.
그 상태로 천리신응은 복우산까지 날아왔으나 만겁마성 주위의 산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한편......
만겁마종 패무극은 단목고황에게 생포되었다가 간신히 깨어났다.
깨어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얼굴 가죽이 무참하게 벗겨져 나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전신대혈이 파괴되어 십만대산의 어느 계곡에
던져졌다.
단목고황, 그는 패무극이 죽은 줄로만 알고 그를 계곡에 버린
것이었다.
그것이 천려일실이었다.
본래, 만겁마가에는 불사마공이란 것이 있었다.
그것을 연마하면 목이 끊기고 심장이 부서지기 전에는 결코 죽지
않는다. 뿐더러, 그는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그가 완전히 내공을 회복하는데는 십 년이 걸렸다.
그 사이, 패무극은 단목고황에 대한 불타는 복수심으로 복수혈경을
지은 것이었다.
그 무렵......
패무극의 부인인 마모(魔母) 여운상, 그녀는 우연히 천마애에서
천리신응의 시체와 악마혈종을 발견했다.
그녀는 악마혈종에 쓰인 패무극의 글을 보고 청천벽력 같은 충격을
느꼈다.
분명, 자신은 십 년 동안 만겁마종 패무극과 함께 살아왔다.
하나, 그 자가 놀랍게도 가짜라는 것을 악마혈종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
십 년 동안 남편인 줄 알고 살을 섞으며 살아온 자가 남편의
원수임을 안 순간, 마모 여운상은 그만 실성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간신히 양녀 혈관음 빙화정에게 악마혈종을 주어 만겁마성을
탈출케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살을 기도했다.
자살을 기도한 직후 그녀는 천뇌자에게 발견되어 지금까지
치욕스러운 생을 연명해 오고 있었다.
또한 만겁마성을 탈출한 빙화정,
그녀 역시 다시 잡혀와 마모가 보는 앞에서 흉한들에게 윤간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
막붕비는 비로소 모든 사실을 명백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실로 놀랍고도 엄청난 사실, 세인들이 아무도 모르는 거대한 비사가
복수혈경 안에 소상히 적혀 있었던 것이다.
막붕비는 패무극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무겁게 짓눌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잠시 복수혈경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어 다시 이어지는 패무극의 한맺힌 글을 읽어나갔다.
<천빙곡(千氷谷)을 괴멸시키고 너의 친부모님들을 해친 자는 바로
자부문(紫府門)의 효웅 자면천존이었다. 그 놈은 악마삼보 중 최후의
마물(魔物)인 천년마녀(千年魔女)를 부활시키는데
천년빙정(千年氷精)이 필요했던 것이다!>
패무극의 긴 글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십 년 전, 천빙곡을 괴멸시킨 것은 바로 자면천존이라고 그는
기록하고 있었다.
하나...... 만겁마종 패무극, 그는 꿈에도 자부천존 단목고황도 이십
년 이전에 시해당해 음양흡열마갱에 던져졌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과 천일제왕, 그리고 철사패왕을 위해한 자가 바로 그
가짜 자면천존이었음도......!
실로 얽히고 설킨 무서운 음모의 연속이었다.
막붕비는 얼마 남지 않은 패무극의 글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천뇌자를 믿어서는 안된다. 그는 천생 반골을 지닌 자다.
불사전황은 믿을 수 있을 만큼 충직하지만 지혜가 모자란다.
결국...... 네가 대사를 도모할 사람은 대비신니 뿐이다! 그녀는 네게
가문을 중흥시킬 방도를 일러줄 것이다. 너를...... 믿거니와......
더욱이 사랑한다. 나의 딸아......!>
빙화정에 대한 염려와 사랑으로 가득한 패무극의 글은 그것으로 끝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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