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위하여2-30(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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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음의 시간
하루에의 진한 키스를 받은 후 자리에서 일어선 히데오는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힌 채 집으로 돌아왔다.
맞이하는 다에꼬가,
“비교적 빨리 왔군요.”
하고 말하는 걸 보니 들여다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전되어 버렸어.”
다에꼬가 반대하면 억지로 갈 수는 없기 때문에 그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히데오는 설명했다.
“네? 그 여자가….!”
다에꼬는 한숨을 쉬며,
“그럼, 당신 거기 가서 놀 작정인가요?”
하고 물어왔다.
“안되나?”
“안된다고 해도 갈 거지요?”
“아니야, 그렇지는 않지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
“가서 보이면 스즈꼬에게도 손을 대고 싶어지게 되고, 상대방도 자극을 받아서 그렇게 되겠지요. 그러면 위험해요.”
“음….”
“그 아이는 다른 여자들하고는 달리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만약 상황이 진전되면 쉽게 당신한테 빠져 버릴 거예요.”
“아니야,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아녜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아무래도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그럼, 당신이 전화해서 급한 볼일이 있어서 갈 수 없게 되었다고 전해줘.”
“내가요?”
“그래, 당신이 질투를 해서 못가는걸로 해줘.”
“아휴, 노는 사람을 남편으로 두면 이런 심부름까지 해야 하는군요.”
“잠시 기다려. 내가 반침으로 들어가거든 전화해. 전화를 한 후 어떠한 대화를 나누는지 그게 궁금하니까 말이야.”
히데오가 반침으로 들어간 뒤 얼마 안 있어 스즈꼬의 방 전화 벨이 울렸다.
스즈꼬가 수화기를 든다.
“아, 안녕하세요?”
“….”
“아뇨, 아무것도 아녜요.”
“….”
“아,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스즈꼬는 하루에를 보며,
“주인 아저씬 급한 볼일이 생겨서 올 수가 없다는군.”
하고 말한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의외로 하루에는 태연한 자세로 있다.
“잽싸게 돌아갔을 때 알아봤지. 저러는걸 보니 부인이 무서운 모양이야. 부인이 없을 때 외에는 안되겠구나.”
“그럼, 내일 아침에 부인이 나가고 나서 만나면 어떼?”
“어머나! 너….”
하루에는 스즈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그렇게도 보고 싶니?”
하고 놀란 목소리로 묻는다.
“응, 그래.”
“그럼, 나중에 우리집에 놀러 와. 보여줄게.”
“안돼, 네 남편하고 하는 걸 보는 건. 어쩌면 나도 어떻게 좀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괜찮아, 우리 남편 빌려줄게.”
“그건 싫어.”
“그럼, 내일 아침 부르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만 자자.”
“그렇게 해.”
“내일 우리가 부르면 올까?”
“오지 않으면 그만이지 뭐. 나는 지금 오히려 다행스러운 기분이 드는걸.”
스즈꼬는 방을 치우기 시작한다. 반침에서 나온 히데오는,
“단념하고서 얌전하게 잘 모양이야.”
하고 다에꼬에게 알렸다. 그러나 내일 아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30분 정도 지나서 또다시 반침으로 들어갔다.
스즈꼬의 방에는 취침용 꼬마전구가 어렴풋이 켜져 있고, 두 여자는 나란히 누워서 눈을 감고 있다.
1호실도 들여다본다.
니시가와 기요미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언제나 귀가 시간이 늦다.
2호실에서는 다자끼부부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기누꼬는 옆방에 있겠지.’
4호실의 마리꼬는 오늘밤 혼자 있다.
이불 속에서 책을 읽고 있다.
오늘밤은 아무래도 조용한 밤이 될 것 같다.
반침에서 나온 히데오는 침실로 갔다.
이미 다에꼬는 이불 속에 있었다.
옆으로 들어가자 안겨온다.
“가고 싶었지요?”
“사랑하는 마누라가 반대를 하니까 어쩔 수가 없지.”
다에꼬는 히데오를 만지작거리며,
“스즈꼬같이 성실한 여자애가 그런 장면을 봐서는 안된다구요.”
하고 말한다.
“음….”
이야기를 나누면서 히데오는 내일 아침에 대해 생각한다.
다에꼬가 나간 뒤에 자기를 부르면 확실히 갈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여보, 오늘밤은 나로 만족해 주세요.”
“그럼! 언제라도 당신이 최고야.”
키스를 하면서 히데오도 다에꼬의 몸을 더듬어간다.
다에꼬는 잠옷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그럼, 다른 여자들한테는 손을 대지 않은 게 정상이지 않나요?”
“뜻대로 안되는 게 남자의 탐구심이지.”
“언제까지 새 여자에게 흥미를 가질 작정이에요?”
“아마, 그러는 동안에 질리게 되겠지.”
다에꼬의 그곳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요. 다른 여자 속에서 정상을 맞이하는 건 싫어요.”
“그 점은 염려하지 마.”
“그리고요, 이제 반침에 있는 장치를 떼어내는 게 어때요? 발견되면 큰일이잖아요. 그리고 발견되지 않더라도 우리들 신경이 이상해지지 않을까 걱정돼요.”
“하지만 그걸 부숴 버리는 것은 좀 아까우니까 당분간은 잘 봉쇄해 두는 게 어때?”
“그리고 또 하나….”
“오늘밤은 꽤나 주문이 많군.”
“여보, 이제 아기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요?”
“음, 그건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바라구. 그러나 임신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게 좋아.”
“그래요. 사실 요즘은 좀 피곤해요. 보통의 가정주부처럼 집에 있고 싶어졌어요.”
“그럼, 그렇게 해.”
“오늘밤, 좋아요?”
“그래, 그렇게 해.”
아침에 출근하는 다에꼬의 표정은 평소보다 발랄하다.
그 얼굴을 보면서 히데오는,
‘이것 참, 정말로 임신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임신을 하면 출산을 위해서 다에꼬는 퇴직을 해야 한다.
방값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히데오도 업무에 열을 올려야 한다.
책임감이 느껴진다.
다에꼬가 나가고 10분 정도 지난 후 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자, 하루에의 뜨거운 몸과 스즈꼬의 푸른 욕망이 넘실거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히데오는 잠시동안 수화기를 응시하고 있다가 이윽고 손을 뻗었다.
“네, 후까이입니다.”
“나 하루에예요. 안녕하세요?”
“어이구, 어젯밤엔 미안해.”
“어젯밤 일은 이제 됐어요. 부인은 이미 나갔지요?’
“응.”
“그럼, 지금 오세요. 스즈꼬가 여자가 되고 싶다나 봐요. 나로서는 불가능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히데오 씨가 얼른 와요.”
“어쨌든 가긴 가볼게. 그러나 스즈꼬 양이라면 나로서는 곤란하지….”
히데오는 의도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는 말을 하지만, 그 선을 자기가 지킬 수 있을 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스즈꼬를 그대로 두고 싶다는 생각만은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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