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다 다께오 - 야회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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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읽어 보니, 제가 올리고 있는 게 이미 올라왔던 거라는 지적이 있더군요. 그래서 연재를 그만두겠습니다. 지금까지 읽던 분들은 해당 파일을 찾아서 보시기 바랍니다. 13화는 올리지 않아야 하는데, 이 공지를 하기 위해서 올렸습니다.
13. 구원의 손길
신호가 세 번 울리고 노리꼬가 수화기를 들었다.
다자끼 씨죠?
네.
집주인 후까이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음성이 굳어 있다. 기운이 없다. 전화를 한 것이 남편이라면,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하고 말했을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일이 좀 있어요. 주방을 가스 기구 때문인데요 지금 그곳으로 가도 되죠?
아, 네. 저···
무슨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럼 가겠습니다.
하고 히데오는 전화를 끊었다. 바지와 셔츠를 입고 스패너를 들었다. 밖으로 나가자 과연 외제 검은 승용차가 길어 주차되어 있었다.
‘땅 투기꾼의 깡패 아들놈이 이런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구나.’
다자끼의 집 현과 문은 열려 있었다. 히데오가 전화를 건 뒤에 열어 놨을 것이다. 현관에는 남자 신발이 놓여 있다.
계십니까?
곧 노리꼬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좀 염려되는 것이 있어서 왔어요. 들어가도 돼요?
어서 들어오세요, 지금 손님이 있지만.
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올까요?
아니. 괜찮아요.
히데오는 안으로 들어가서 주방으로 갔다. 안방 문은 열려 있고 곤도는 무뚝뚝한 얼굴로 신문을 보고 있다.
저 손님은 어떤 분이죠?
아, 저 좀 아는 사람이에요.
가스대를 점검하는 척 하면서 히데오는 큰 소리로 말했다.
부인, 이 근처에는 물건을 강매하러 다니는 사람이 더러 있어요.
아, 그래요?
손님은 정말 아는 분이에요?
네.
그렇다면 괜찮지만.
히데오는 분명히 도발적인 태도로 방안에 앉아 있는 곤도를 보며 계속 말한다.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해서요. 아까 들어왔죠? 부인 혼자 있는데 젊은 남자가 들어오다니, 걱정이 되는군요. 확실히 저 사람은 강매하는 장사꾼이 아닌가요?
곤도가 일어섰다.
이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얼굴이 시뻘개져서 덤빈다. 히데오가 몸을 돌려서 스패너를 꽉 쥐고 맞선다.
기분 나빴어?
날 강매꾼이라는 거야?
그게 아냐?
히데오는 일부러 곤도를 무시하는 눈초리로 내려다본다.
이 자식, 집주인이면 집주인이지 네가 뭔데 시비를 거는 거야?
잠깐.
노리꼬가 새파래져서 두 사람 사이에 끼여든다.
잠깐만요, 주인 아저씨. 정말 아는 사람이에요.
음··· 부인, 어떻게 아는 사이죠?
친구예요.
흠, 친구하구요? 그럼 좀 이상한데요. 친구라면 강매꾼으로 보는 나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자는 당장이라도 싸울 듯이 나오는군요.
히데오는 눈길을 곤도에게로 돌려 엄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이봐. 말투가 그게 뭐야. 마음에 안 들어. 꼭 깡패 같군.
건방진 지식! 한 대 맞고 싶어?
곤도, 그만둬!
노리꼬가 소리쳤다.
빨리 이 작자를 내쫓아. 집주인이라도 남의 집에 말없이 들어올 권리는 없어.
난 분명히 이유를 밝히고 들어왔어. 하지만 재미있는데. 내 말에 불만이 있으면 경찰서로 가자구.
이 자식이.
노리꼬를 뿌리치고 곤도가 눈을 부릅뜨며 히데오에게 덤벼든다. 그 주먹이 별로 세지는 않다. 물러설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서 노리꼬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맞아 둘 필요가 있다. 히데오는 뺨을 맞았다. 그것도 그리 아프지 않다. 빈들거리고 불량한 짓이나 하는 애송이의 주먹이다. 그러나 히데오는 강한 쇼크를 받는 시늉을 하며 바닥에 위험한 물건이 없나 살피고 쓰러졌다.
윽!
하는 신음 소리도 냈다.
자, 덤벼!
곤도가 주먹을 불끈 쥔다. 노리꼬가 쓰러진 히데오를 잡고 흔든다.
아저씨, 아저씨.
비명에 가깝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뺨을 맞는 소리만 요란했을 뿐이야.
그러나 히데오는,
음음.
하고 계속 신음하며 눈을 꾹 감고 있다. 노리꼬가 소리쳤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이 자식이 건방지게 굴잖아.
주인이니까 당연하지. 나를 염려해 주고 있는 거야.
너, 이 자식 편을 드는 거야?
히데오는 머리를 움켜쥐고 쓰러진 채 계속 신음한다.
아저씨, 괜찮아요?
노리꼬가 울먹이며 묻는다.
쳇! 엄살은. 내버려 뒤! 별것도 아닌 게 으스대긴···
어떡해요, 아저씨?
노리꼬가 어쩔 줄을 모른다. 신음하면서 히데오가 말했다.
110에 전화 걸어 줘요.
이 자식이···
곤도는 히데오의 옆구리를 찼다.
엄살부리지 마. 죽여 버리기 전에!
무슨 짓이야.
젠장! 하지만 난 또 올 거야. 이런 자식은 내버려 둬!
아무래도 도망칠 생각인 모양이다. 현관까지 가서 곤도가 소리쳤다.
알아 둬! 꼭 다시 올 거야. 그때까지 잘 생각해 둬. 너의 일생에 관한 일이니까.
그대로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 버린다. 히데오가 툭툭 털고 일어났다.
아, 아저씨!
괜찮아요. 잠깐 기다려요.
히데오는 현관으로 가서 서둘러 계단을 내려간다.
기다려!
곤도는 차를 타려다가 뒤돌아본다. 히데오가 차 앞을 가로막고 섰다.
경찰서로 가자!
하고 소리친다.
무슨 소리야?
사람을 때리고 그냥 도망가?
더 맞고 싶어?
아무튼 경찰서로 가자.
히데오는 곤도의 팔을 잡았다. 곤도는 그 손을 뿌리치며 또 때리려고 한다. 이젠 맞을 필요가 없다. 히데오는 슬쩍 몸을 비키며 그자의 멱살을 잡아 비틀었다. 그리고는 보기 좋게 업어치기를 해서 던져 버렸다. 곤도의 몸이 공중에 붕 뜨더니 툭하고 땅바닥에 떨어진다.
자, 덤벼.
곤도는 허리에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리고 일어났으나 다시 쓰러진다.
개자식!
이를 갈고 있다.
자.
히데오는 다가가서 그자의 얼굴을 후려친다. 곤도가 다시 쓰러진다.
두 번 다시 이 근처에 얼씬거렸단 봐라. 그땐 가만두지 않겠어! 어디 사는 놈팡이 학생인지는 모르지만 남의 젊은 부인만 있는 집에 들어가는 짓은 부인의 남편이 용서해도 난 용서 못 해!
히데오는 손을 툭툭 털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왔다. 창으로 내다보니 곤도가 어슬렁어슬렁 일어나서 차에 탄다. 차가 떠난 뒤에 노리꼬가 현관에 나타났다.
아, 좀 들어와요.
네.
히데오는 노리꼬를 응접실로 안내한 뒤 소파에 마주 앉았다.
아까 그자가 나가면서 묘한 소리를 했어요.
히데오는 이미 노리꼬의 알몸을 보고 있다. 다자끼와의 섹스 장면도, 절정에 도달했을 때의 표정도 보았다. 팬티를 갈아입는 장면도 보았다. 즉 다자끼 이상으로 이 여자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보통의 집주인과 세사는 사람으로서 마주 않아 있어도 노리꼬는 모르지만 히데오는 묘한 친근감을 느낀다. 남처럼 생각되지 않고 자기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것처럼 사랑스럽다. 그런 심정이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노리꼬를 곤경에서 구출했다. 그 징그러운 물건에 더럽혀진다면 그녀의 남편보다 신부 자신이 비참하다. 설사 미숙한 기쁨이라 해도 남편과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 훨씬 좋다.
실은 그 일로 의논을 드리고 실어요.
그래요? 예로부터 한 집에 살면 부모나 같다는 말이 있어요. 메마른 시대에 그런 말이 통하지는 않겠지만 난 보통 집주인과는 다르게 살려고 해요. 비밀은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어요. 그 점만은 믿어도 돼요.
실은 남편에게도 비밀이에요.
아, 알겠습니다.
히데오는 일부러 모르는 척 했다.
부인은 과거에 아까 그 학생과 잘못을 저질렀군요. 그래서 그 자가 그걸 미끼로 협박을 하는군요.
히데오가 시치미를 떼고 그렇게 말하자 노리꼬는 펄쩍 뛴다.
그게 아녜요.
그게 아녜요? 아, 미안합니다.
히데오는 웃으며 머리를 숙인다.
부인이 예뻐서 그런 일인 줄 알았어요.
더 심각해요.
허···
남편에겐 비밀을 지켜 주시겠어요?
그야 물론이죠.
히데오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계속 말했다.
약속합니다. 우리 집사람한테도 말하지 않겠어요. 나와 부인만의 비밀입니다.
부탁합니다.
노리꼬는 차분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히데오는 반침 속에서 보고 듣고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노리꼬 오빠의 사건이 일어난 것은 10년 전이고, 상사를 죽인 것은 술 때문이었다는 것, 그것도 상사가 먼저 때려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 히데오는 자세한 내막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것을 들으면서 히데오는 노리꼬의 순진한 마음씨에 감탄했다. 만난 지 얼마 안되는 자기를 믿고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고 있는 노리꼬가 귀여웠다. 노리꼬는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야비한지를 아직 모르고 있다.
‘만약 내가 곤도와 같이 덤벼들면 어쩌려고 저럴까?’
물론 히데오 자신이 그렇게 될 리는 없다. 다만 노리꼬를 품고 싶은 야심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건 노리꼬도 그럴 생각이 있어야 한다. 협박 따위를 하는 짓은 못한다.
알았어요. 좋아요.
히데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다음에 또 오면 내게 전화를 해요. 부인 대신에 내가 만나 주죠.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내게 맡기세요. 부인처럼 착한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다니, 몹쓸 놈이군요. 남편에게는 아무 말 마세요. 내가 잘 처리해 드릴게요. 그런 멍청한 건달 한 두 놈쯤은 내가 맡겠어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믿어도 좋아요. 부인처럼 착한 분이 그런 작자의 협박에 굴복하면 난 남자로서 그냥 봐 넘길 수 없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이제 부인은 오늘 일을 깨끗이 잊으세요.
네, 그러토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데···
히데오가 상체를 기울이고 음성을 낮추었다.
내가 갈 때까지 정말 아무 일도 안 당했어요?
네, 그냥···
그냥···?
뻔뻔한 사람이어서···
그럼?
노리꼬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나에게 그걸 보라고···
보라고요?
자기의 그걸 내 놓고요.
‘얼마나 순진한 여자인가, 이런 일까지 숨기지 않고 말하다니. 정신병을 잃었던 오빠 때문에 남편의 사랑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
호, 그래서 봤군요.
강제로 보게 하는 거예요.
어땠어요?
노리꼬는 세차게 머리를 흔든다.
등골이 오싹했어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어떻게 생겼는데요?
몰라요. 그저 끔찍했어요. 추잡하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전혀 매력을 못 느꼈어요?
네.
그렇겠죠. 그 천박한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남자에게는 그곳을 보는 관상도 있어요.
어머!
그제야 그녀는 얼굴을 들어 그를 본다.
그런 것도 있어요?
히데오가 문제를 맡아 줘서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그녀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있죠. 대개 얼굴에 나타나요. 부인의 남편은 아주 좋은 상이에요. 그 멍청한 학생과는 비교도 안 돼요. 그자는 바보예요. 자기의 추악한 부분을 남에게 보이다니.
···
물론 자신은 모르죠. 그래서 자신은 자랑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지도 모르지만.
어디를 보면 알죠?
알고 싶어요?
노리꼬는 웃음을 띠고 히데오는 손을 내저으며 계속 말했다.
그만해요. 내가 부인에게 그런 걸 설명하면 나도 그자와 같아지죠. 부인은 그런 거 몰라도 돼요.
곤도와 같이 있을 때는 없었던 소박한 애교가 노리꼬의 표정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13. 구원의 손길
신호가 세 번 울리고 노리꼬가 수화기를 들었다.
다자끼 씨죠?
네.
집주인 후까이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음성이 굳어 있다. 기운이 없다. 전화를 한 것이 남편이라면,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하고 말했을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일이 좀 있어요. 주방을 가스 기구 때문인데요 지금 그곳으로 가도 되죠?
아, 네. 저···
무슨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럼 가겠습니다.
하고 히데오는 전화를 끊었다. 바지와 셔츠를 입고 스패너를 들었다. 밖으로 나가자 과연 외제 검은 승용차가 길어 주차되어 있었다.
‘땅 투기꾼의 깡패 아들놈이 이런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구나.’
다자끼의 집 현과 문은 열려 있었다. 히데오가 전화를 건 뒤에 열어 놨을 것이다. 현관에는 남자 신발이 놓여 있다.
계십니까?
곧 노리꼬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좀 염려되는 것이 있어서 왔어요. 들어가도 돼요?
어서 들어오세요, 지금 손님이 있지만.
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올까요?
아니. 괜찮아요.
히데오는 안으로 들어가서 주방으로 갔다. 안방 문은 열려 있고 곤도는 무뚝뚝한 얼굴로 신문을 보고 있다.
저 손님은 어떤 분이죠?
아, 저 좀 아는 사람이에요.
가스대를 점검하는 척 하면서 히데오는 큰 소리로 말했다.
부인, 이 근처에는 물건을 강매하러 다니는 사람이 더러 있어요.
아, 그래요?
손님은 정말 아는 분이에요?
네.
그렇다면 괜찮지만.
히데오는 분명히 도발적인 태도로 방안에 앉아 있는 곤도를 보며 계속 말한다.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해서요. 아까 들어왔죠? 부인 혼자 있는데 젊은 남자가 들어오다니, 걱정이 되는군요. 확실히 저 사람은 강매하는 장사꾼이 아닌가요?
곤도가 일어섰다.
이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얼굴이 시뻘개져서 덤빈다. 히데오가 몸을 돌려서 스패너를 꽉 쥐고 맞선다.
기분 나빴어?
날 강매꾼이라는 거야?
그게 아냐?
히데오는 일부러 곤도를 무시하는 눈초리로 내려다본다.
이 자식, 집주인이면 집주인이지 네가 뭔데 시비를 거는 거야?
잠깐.
노리꼬가 새파래져서 두 사람 사이에 끼여든다.
잠깐만요, 주인 아저씨. 정말 아는 사람이에요.
음··· 부인, 어떻게 아는 사이죠?
친구예요.
흠, 친구하구요? 그럼 좀 이상한데요. 친구라면 강매꾼으로 보는 나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자는 당장이라도 싸울 듯이 나오는군요.
히데오는 눈길을 곤도에게로 돌려 엄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이봐. 말투가 그게 뭐야. 마음에 안 들어. 꼭 깡패 같군.
건방진 지식! 한 대 맞고 싶어?
곤도, 그만둬!
노리꼬가 소리쳤다.
빨리 이 작자를 내쫓아. 집주인이라도 남의 집에 말없이 들어올 권리는 없어.
난 분명히 이유를 밝히고 들어왔어. 하지만 재미있는데. 내 말에 불만이 있으면 경찰서로 가자구.
이 자식이.
노리꼬를 뿌리치고 곤도가 눈을 부릅뜨며 히데오에게 덤벼든다. 그 주먹이 별로 세지는 않다. 물러설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서 노리꼬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맞아 둘 필요가 있다. 히데오는 뺨을 맞았다. 그것도 그리 아프지 않다. 빈들거리고 불량한 짓이나 하는 애송이의 주먹이다. 그러나 히데오는 강한 쇼크를 받는 시늉을 하며 바닥에 위험한 물건이 없나 살피고 쓰러졌다.
윽!
하는 신음 소리도 냈다.
자, 덤벼!
곤도가 주먹을 불끈 쥔다. 노리꼬가 쓰러진 히데오를 잡고 흔든다.
아저씨, 아저씨.
비명에 가깝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뺨을 맞는 소리만 요란했을 뿐이야.
그러나 히데오는,
음음.
하고 계속 신음하며 눈을 꾹 감고 있다. 노리꼬가 소리쳤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이 자식이 건방지게 굴잖아.
주인이니까 당연하지. 나를 염려해 주고 있는 거야.
너, 이 자식 편을 드는 거야?
히데오는 머리를 움켜쥐고 쓰러진 채 계속 신음한다.
아저씨, 괜찮아요?
노리꼬가 울먹이며 묻는다.
쳇! 엄살은. 내버려 뒤! 별것도 아닌 게 으스대긴···
어떡해요, 아저씨?
노리꼬가 어쩔 줄을 모른다. 신음하면서 히데오가 말했다.
110에 전화 걸어 줘요.
이 자식이···
곤도는 히데오의 옆구리를 찼다.
엄살부리지 마. 죽여 버리기 전에!
무슨 짓이야.
젠장! 하지만 난 또 올 거야. 이런 자식은 내버려 둬!
아무래도 도망칠 생각인 모양이다. 현관까지 가서 곤도가 소리쳤다.
알아 둬! 꼭 다시 올 거야. 그때까지 잘 생각해 둬. 너의 일생에 관한 일이니까.
그대로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 버린다. 히데오가 툭툭 털고 일어났다.
아, 아저씨!
괜찮아요. 잠깐 기다려요.
히데오는 현관으로 가서 서둘러 계단을 내려간다.
기다려!
곤도는 차를 타려다가 뒤돌아본다. 히데오가 차 앞을 가로막고 섰다.
경찰서로 가자!
하고 소리친다.
무슨 소리야?
사람을 때리고 그냥 도망가?
더 맞고 싶어?
아무튼 경찰서로 가자.
히데오는 곤도의 팔을 잡았다. 곤도는 그 손을 뿌리치며 또 때리려고 한다. 이젠 맞을 필요가 없다. 히데오는 슬쩍 몸을 비키며 그자의 멱살을 잡아 비틀었다. 그리고는 보기 좋게 업어치기를 해서 던져 버렸다. 곤도의 몸이 공중에 붕 뜨더니 툭하고 땅바닥에 떨어진다.
자, 덤벼.
곤도는 허리에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리고 일어났으나 다시 쓰러진다.
개자식!
이를 갈고 있다.
자.
히데오는 다가가서 그자의 얼굴을 후려친다. 곤도가 다시 쓰러진다.
두 번 다시 이 근처에 얼씬거렸단 봐라. 그땐 가만두지 않겠어! 어디 사는 놈팡이 학생인지는 모르지만 남의 젊은 부인만 있는 집에 들어가는 짓은 부인의 남편이 용서해도 난 용서 못 해!
히데오는 손을 툭툭 털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왔다. 창으로 내다보니 곤도가 어슬렁어슬렁 일어나서 차에 탄다. 차가 떠난 뒤에 노리꼬가 현관에 나타났다.
아, 좀 들어와요.
네.
히데오는 노리꼬를 응접실로 안내한 뒤 소파에 마주 앉았다.
아까 그자가 나가면서 묘한 소리를 했어요.
히데오는 이미 노리꼬의 알몸을 보고 있다. 다자끼와의 섹스 장면도, 절정에 도달했을 때의 표정도 보았다. 팬티를 갈아입는 장면도 보았다. 즉 다자끼 이상으로 이 여자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보통의 집주인과 세사는 사람으로서 마주 않아 있어도 노리꼬는 모르지만 히데오는 묘한 친근감을 느낀다. 남처럼 생각되지 않고 자기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것처럼 사랑스럽다. 그런 심정이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노리꼬를 곤경에서 구출했다. 그 징그러운 물건에 더럽혀진다면 그녀의 남편보다 신부 자신이 비참하다. 설사 미숙한 기쁨이라 해도 남편과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 훨씬 좋다.
실은 그 일로 의논을 드리고 실어요.
그래요? 예로부터 한 집에 살면 부모나 같다는 말이 있어요. 메마른 시대에 그런 말이 통하지는 않겠지만 난 보통 집주인과는 다르게 살려고 해요. 비밀은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어요. 그 점만은 믿어도 돼요.
실은 남편에게도 비밀이에요.
아, 알겠습니다.
히데오는 일부러 모르는 척 했다.
부인은 과거에 아까 그 학생과 잘못을 저질렀군요. 그래서 그 자가 그걸 미끼로 협박을 하는군요.
히데오가 시치미를 떼고 그렇게 말하자 노리꼬는 펄쩍 뛴다.
그게 아녜요.
그게 아녜요? 아, 미안합니다.
히데오는 웃으며 머리를 숙인다.
부인이 예뻐서 그런 일인 줄 알았어요.
더 심각해요.
허···
남편에겐 비밀을 지켜 주시겠어요?
그야 물론이죠.
히데오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계속 말했다.
약속합니다. 우리 집사람한테도 말하지 않겠어요. 나와 부인만의 비밀입니다.
부탁합니다.
노리꼬는 차분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히데오는 반침 속에서 보고 듣고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노리꼬 오빠의 사건이 일어난 것은 10년 전이고, 상사를 죽인 것은 술 때문이었다는 것, 그것도 상사가 먼저 때려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 히데오는 자세한 내막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것을 들으면서 히데오는 노리꼬의 순진한 마음씨에 감탄했다. 만난 지 얼마 안되는 자기를 믿고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고 있는 노리꼬가 귀여웠다. 노리꼬는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야비한지를 아직 모르고 있다.
‘만약 내가 곤도와 같이 덤벼들면 어쩌려고 저럴까?’
물론 히데오 자신이 그렇게 될 리는 없다. 다만 노리꼬를 품고 싶은 야심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건 노리꼬도 그럴 생각이 있어야 한다. 협박 따위를 하는 짓은 못한다.
알았어요. 좋아요.
히데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다음에 또 오면 내게 전화를 해요. 부인 대신에 내가 만나 주죠.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내게 맡기세요. 부인처럼 착한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다니, 몹쓸 놈이군요. 남편에게는 아무 말 마세요. 내가 잘 처리해 드릴게요. 그런 멍청한 건달 한 두 놈쯤은 내가 맡겠어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믿어도 좋아요. 부인처럼 착한 분이 그런 작자의 협박에 굴복하면 난 남자로서 그냥 봐 넘길 수 없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이제 부인은 오늘 일을 깨끗이 잊으세요.
네, 그러토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데···
히데오가 상체를 기울이고 음성을 낮추었다.
내가 갈 때까지 정말 아무 일도 안 당했어요?
네, 그냥···
그냥···?
뻔뻔한 사람이어서···
그럼?
노리꼬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나에게 그걸 보라고···
보라고요?
자기의 그걸 내 놓고요.
‘얼마나 순진한 여자인가, 이런 일까지 숨기지 않고 말하다니. 정신병을 잃었던 오빠 때문에 남편의 사랑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
호, 그래서 봤군요.
강제로 보게 하는 거예요.
어땠어요?
노리꼬는 세차게 머리를 흔든다.
등골이 오싹했어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어떻게 생겼는데요?
몰라요. 그저 끔찍했어요. 추잡하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전혀 매력을 못 느꼈어요?
네.
그렇겠죠. 그 천박한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남자에게는 그곳을 보는 관상도 있어요.
어머!
그제야 그녀는 얼굴을 들어 그를 본다.
그런 것도 있어요?
히데오가 문제를 맡아 줘서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그녀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있죠. 대개 얼굴에 나타나요. 부인의 남편은 아주 좋은 상이에요. 그 멍청한 학생과는 비교도 안 돼요. 그자는 바보예요. 자기의 추악한 부분을 남에게 보이다니.
···
물론 자신은 모르죠. 그래서 자신은 자랑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지도 모르지만.
어디를 보면 알죠?
알고 싶어요?
노리꼬는 웃음을 띠고 히데오는 손을 내저으며 계속 말했다.
그만해요. 내가 부인에게 그런 걸 설명하면 나도 그자와 같아지죠. 부인은 그런 거 몰라도 돼요.
곤도와 같이 있을 때는 없었던 소박한 애교가 노리꼬의 표정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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