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다 다께오 - 야회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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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협박자
5호실에 입주한 사람은 회사에 근무하는 여사원과 학생인 여동생이었다. 5호실은 훔쳐볼 수가 없다.
‘이 여자들은 운이 좋군.’
언니 다구찌 미요는 금년에 대학을 나와서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동생은 N여대의 2학년 학생. 동생은 아직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이 들지만 언니 쪽도 순진해 보인다. 전과 같이 이사온 그날부터 그들의 상황을 지켜봤으나 별다른 것이 없다.
‘이런 자매라면 훔쳐볼 수 있다 해도 별일은 없을 것 같다. 5호실에 넣기를 잘했다.’
그 이튿날 낮에 히데오는 무심코 2호실을 들여다보았다. 얌전하게 보이는 다자끼의 아내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방 한가운데에 상이 놓여 있고 그 양쪽에 노리꼬와 젊은 남자가 마주 앉아 있다. 남자는 검은 셔츠에 노타이, 머리는 길고 어딘지 모르게 험악한 인상이다. 상위에는 차와 과자가 놓여 있다.
‘언제 왔지? 남편이 없는 사이에 외간 남자를 방에 들여놓다니. 이건 예삿일이 아닌데.’
그러나 남자와 마주 앉아 있는 노리꼬의 표정은 굳어 있고 친숙한 표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노리꼬.
남자의 음성이 들린다. 퉁명스러운 말투이며 깡패 비슷해 보인다.
그래도 좋아?
···
노리꼬는 겁먹은 얼굴이다.
그럼 됐어. 내가 못할 거리고 생각하면 큰 코 다쳐.
···
뭐라고 말 좀 해.
···
왜 말이 없어? 그렇게 아무 말 안하면 난 안가. 다자끼가 돌아올 때까지 말야.
···
다자끼가 알아도 좋아? 히히히.
뭐 때문에 날 이렇게 괴롭히지?
괴롭히는 게 아냐. 사랑하는 거야. 너를 갖고 싶은 거야. 넌 나의 고교 시절부터의 꿈이었어.
돈이라면 좀 있어.
무시하지 마.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어. 우리 아버지 땅 장사하는 거 몰라? 이번에도 땅을 팔아서 한 몫 잡았지. 자, 밖으로 나가자구. 웬만해서는 사기 어려운 차야. 내가 타고 왔어.
전에는 넌 착하고 좋은 아이였어.
헤헤. 개구쟁이 때는 모두가 착해. 지금은 말야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좋은 여자도 가질 수 있어.
그런데 왜 나 같은 거한데 이러는 거지?
나도 집념이 강해. 헤헤, 그땐 나도 착실했어. 정말 너에게 반했지. 하지만 보기 좋게 딱지 맞았어. 난 그것을 복수해야겠어.
그런 사소한 일을···
사소한 일이 아냐. 난 지금은 여자 한두 사람과 실패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지만 그때는 달랐어. 진지했어. 그런 만큼 상처도 컸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한 번은 소유해야 해.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너의 오빠의 비밀을 알았어.
···
히히. 살인죄로 형무소에 들어갔어. 그것뿐이라면 좋아. 형무소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죽었지. 이 사실을 남편이 알면 어떻게 되지? 헤헤, 난 좋은 비밀을 잡았지.
부탁해. 제발 그 사실만은··· 동창의 우정으로 부탁해.
노리꼬는 두 손을 모으고 비는 자세가 된다. 상대는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안돼. 하지만 나도 남자야.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와서 이런 말을 하니까 어찌할 바를 모를 거야. 약속하지. 난 두 번 다시 이런 말은 안 해.
···
한 번이면 돼.
···
이런 경우에 두려운 것은 같은 요구를 반복하는 거지. 악당이라면 그렇게 할거야. 하지만 난 달라. 정말 한 번뿐이야.
···
이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겠어. 난 한 번만 너를 가지면 그것으로 어릴 때의 집념을 풀어 버릴 거야.
···
절대로 그건 약속해.
노리꼬의 얼굴은 공포와 노여움으로 굳어 있고 온몸에 작은 경련이 일어난다.
알겠어? 난 병이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는 네모난 상자를 꺼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면 안되지. 그래서 이것을 사 왔어. 콘돔이야. 이것을 쓰니까 염려할 거 없어.
포장을 뜯고 뚜껑을 열었다. 안에서 콘돔이 나왔다. 하나를 집고 다른 것은 호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그것을 상위에 놓았다.
한 시간 정도 여유를 주겠어. 천천히 생각해 봐.
나 같은 게 어디가 좋아서 그래?
나도 몰라.
남자가 음흉하게 웃는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역시 매력이 있어. 하지만 미칠 정도는 아냐. 난 너 말고도 많은 여자를 알고 있어. 지금 같으면 나도 너한테 반하지 않을 거야.
그럼···
잠깐! 하지만 그때 내가 반했던 건 사실이야. 이것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
···
난 그때의 나를 위해서, 나의 역사를 위해서 너를 소유해야 돼.
생각할 여유를 줘.
아직 한 시간의 여유가 있어. 한잠 잘 테니까 잘 생각해 봐. 오빠가 정신병자였고 게다가 살인범이었다는 걸 다자끼에게 말해도 좋아?
···
아니면 나와 한 번 관계하고 그런 공포에서 해방되는 게 좋아?
아, 왜 날 이렇게 괴롭혀?
괴로워할 필요는 없어. 나와 한 번만 하면 돼.
···
다른 부인들을 봐. 즐겁게 하고 있잖아.
···
우리 집 근처에 연립 주택 단지가 생겼어. 투기꾼들 집도 많이 섰어.
···
그 단지나 새 집들의 부인들이 무슨 짓을 하는 지 알아? 남편들이 직장 나가고 없는 시간이면 대단해. 매춘을 하는 그룹도 있어.
···
매춘 그룹은 약은 편이야.
··· 싫어. 그만!
싫어도 사실이야. 세탁소 남자와 만나는 부인, 스낵 바 영감과 만나서 즐기는 부인, 옛 애인을 만나는 부인··· 아무튼 대단해. 나도 세 유부녀와 만났어. 그 달아오르는 모습은 정이 떨어질 정도야.
···
그런 부인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냐. 한 번뿐이잖아.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말야.
···
만약 남편이 너의 집안 혈통에 정신병자가 있다는 걸 알아봐. 어떻게 되는 거지? 자그마한 흠이라도 이혼 당하고 말아.
···
첫째로 애정에 금이 가.
···
정신병은 무서워. 태어나는 아기에게 영향이 있으니까 말야.
···
게다가 살인범! 회사 상사의 머리를 돌로 박살냈어. 그때는 물론 정상이었으니까 형무소에 갔지.
그만!
헤헤. 듣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난 들었으니까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지는 걸. 남에게 말하면 너와 네 집에도 해가 되겠지. 그 사건 때문에 타지로 이사를 갔을 정도니까. 어차피 미칠 바에는 살인을 했을 때 미쳤어야 했는데. 그랬더라면 네 오빠는 형무소에 안가도 되는데.
난 지금 평화롭게 살고 있어.
그래. 평화로운 생활을 계속하면 돼. 나는 두 번 다시 안 찾아와. 한 번. 단 한 번이면 돼.
···
단 한 번이잖아.
···
아니면 이런 내막을 다자끼가 알고 있어?
정말 부탁이야.
다시 손을 모은 노리꼬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나를 잊어 줘.
끈질기군. 잊을 수 없다고 말했잖아.
···
남편에게 비밀을 폭로하도록 내버려두느냐 내 말을 듣느냐, 어느 쪽을 택해.
곤도, 제발 부탁이야. 그리고 다른 일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들어주겠어.
다른 것은 원치 않아.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너뿐이야.
곤도는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어젯밤에는 마작을 하느라고 잠을 못 잤어. 한잠 잘 테니까 잘 생각해 봐. 6시에는 다자끼가 돌아 와. 결론은 3시까지 나는 게 좋을 거야. 이불을 덮어 줘.
노리꼬는 꼼짝하지 않는다. 곤도는 눈을 감고 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른다. 눈을 감은 채 곤도가 말했다.
너, 처녀로 결혼했어?
노리꼬는 대답하지 않는다.
곤도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
그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다른 남자에게는 안기고 싶지 않다, 이거지? 헤헤.난 그 반대야. 그런 너니까 갖고 싶은 거야.
···
다자끼는 만족시켜 주나?
···
곤도가 눈을 뜬다.
내 걸 볼래?
···
보여주지.
그만 둬!
곤도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손을 넣는다.
보고 싶지 않아? 남편 거하구 비교해 봐. 난 말야, 이것만은 남에게 지지 않아. 나와 관계한 여자는 다 그런 말을 해.
···
노리꼬는 돌아앉아서 얼굴을 숙인다. 그것을 옆 눈으로 보면서 곤도는 천천히 일어나서 자기의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늘어져 있으나 확실히 길고 굵었다. 곤도는 그것을 잡고 돌아앉아 있는 노리꼬를 보며 흔들어 댄다. 그러자 늘어져 있던 그것이 점점 고개를 들고 더욱 커진다.
음···
히데오는 신음했다. 확실히 자랑할 만하다. 그야 말로 대단하다. 그러나 히데오는 곤도의 육체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고 느꼈다. 품위가 없고 지저분한 뱀이 맥박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매력이 없고 징그럽게 보인다. 곤도는 상을 돌아서 노리꼬 옆으로 갔다.
이봐. 이쪽을 봐.
노리꼬는 꼼짝하지 않는다.
이걸 봐. 굉장하지? 다자끼와는 비교도 안되지?
···
노리꼬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곤도가 그 손등에 페니스 끝을 누른다. 노리꼬는 피해서 뒤로 물러서고 이마를 벽에다 대고 있다. 곤도가 다가간다.
좀 봐. 보기만 하는 건 상관없잖아. 많은 여자가 울면서 좋아하는 물건이야.
비켜 줘.
내숭 떨 거 없어. 자···
곤도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노리꼬의 팔을 잡았다. 얼굴에서 그 손을 떼려고 한다.
고집이 세군.
저리 가!
보라는 거야. 쉽게 볼 수 없는 물건이라구. 국보 급이야.
곤도는 억지로 손을 떼고 벽과 노리꼬의 얼굴 사이로 들어간다. 노리꼬는 방 한 가운에로 피하며 눈을 감고 있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안 볼 거야?
곤도의 목소리가 사나워졌다.
보지 않으면 그 눈에다가 쑤셔 넣을 거야. 자, 봐!
곤도가 노리꼬의 한 쪽 손을 잡아 비틀면서 당긴다. 노리꼬가 겨우 눈을 뜨고 곤도의 얼굴을 본다.
왜 이런 짓을 해?
그건 이미 입이 아프도록 말했어.
용서해 줘.
얼굴을 보라는 게 아냐!
사나운 말투로 소리치고는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봐. 좀 봐 봐. 네게 보이고 싶어서 이렇게 꿈틀거리잖아.
노리꼬는 할 수 없이 눈길을 돌려 곤도의 그것을 본다.
어때?
···
곤도는 몸을 오른 쪽으로 돌린다.
이봐, 한 번 시험해 봐. 돈을 내겠다는 여자도 있어. 이것으로 너에게 정답게 서비스해 주고 싶어. 좋지?
노리꼬는 외면을 한다. 곤도가 손을 놓아주자 그녀는 다시 돌아앉는다. 곤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앉으며 또 다시 애원한다.
이봐. 한 번이면 돼.
그러면서 끌어안으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노리꼬가 벌떡 일어서서 상 반대쪽으로 간다.
그거 바지 안에 넣어.
더 자세히 보고 싶지 않아?
빨리 넣어!
흐흐. 하고 싶어진 거 아냐? 좋아. 아무튼 넣지.
곤도는 그 흉측한 물건을 바지 속에 넣고 앉는다. 그리고는 차를 마시고 과자를 입에 넣는다.
이젠 결심이 섰지?
넌 천벌을 받을 거야.
헤헤. 그래도 좋아. 인간은 살아 있을 때가 중요해. 죽고 나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넌 학생 아냐?
학생이면 어때? 놀기 위해서 학교에 나가는 거야. 내 이름으로 예금된 돈만 해도 5억 엔 정도는 돼. 1년에 2천만 엔을 써도 25년은 쓸 수 있어. 아버지는 땅을 판돈으로 다시 시골의 땅을 샀어. 이번에는 그 땅값이 자꾸 올라가는 거야. 히히 넌 싸구려 월급쟁이 마누라가 되는 것보다 나와 즐기는 게 더 나을 걸. 아담한 화장품 가게 하나쯤 아버지에게 부탁하면 당장 내줘. 이 세상에는 말야 남의 즐거움을 위해서 일하는 놈과 남이 생산한 물건을 소비하는 놈, 이렇게 두 가지 부류가 있어. 자본주의 만세지. 네가 그때 내 프로포즈를 받아 줬더라면 나와 오래 전에 결혼해서 호강하고 있을 지도 몰라. 이봐 맥주는 없어?
···
있으면 내놔. 그냥은 안 마셔. 돈을 주겠어. 곤도는 만 엔 짜리 돈 다발을 주머니에게 꺼내더니 그 중에서 한 장을 상위에 탁 내놓는다.
자, 내놔.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하자구.
갑자기 노리꼬가 몸을 돌려서 곤도 앞에 앉는다.
정말 한 번뿐이야?
그럼.
속이는 거 아니지?
속이지 않아.
처음부터 이걸···
상위에 놓여 있는 콘돔을 가리킨다.
쓸 거야?
그럴 게.
만약 약속을 어기면 어쩔 거야?
날 못 믿어?
노리꼬는 단단히 결심한 표정으로 곤도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런 노리꼬의 변화를 아마 곤도는 자기의 물건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쭐해 하는 모습이다.
‘그게 아냐. 이 여자는 비장한 결심을 한 거야. 한 번만, 그것도 처음부터 콘돔을 끼면 몸은 더럽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자신을 달래는 거야.’
히데오는 그렇게 판단했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이 날 게 뻔하다.’
히데오는 허둥지둥 반침에서 나와서 전화기 앞으로 갔다. 급히 다이얼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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