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왕경 第二十五章 天魔皇의 魔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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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十五章 天魔皇(천마황)의 魔手(마수)
멸신마모의 돌연한 등장에 오행태상은 대경했다.
“마.... 마모님! 어인 분부십니까?”
“저놈은 본도의 철천지원수 십왕전(十王殿)의 수하입니다!”
그들은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하나,
멸신마모는 낮으며 근엄한 음성으로 명했다.
“이것은----------- 마종주(魔宗主)로서의 명령이에요. 쾌활림으로 돌아들 가세요!”
“으음........!”
오행태상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하나,
그들은 감히 멸신마모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바로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주인이 아닌가?
이윽고,
“분부 받들겠습니다!”
“바득! 운이 좋은 줄 알거라. 애송이!”
슥! 스슥.......
오행태상은 멸신마모를 향해 예를 취한 후 즉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들의 모습은 이내 갈대밭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장내에는 멸신마모와 마운룡만이 남게 되었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일순 허공에서 뒤엉켰다.
“휴............!”
나직하게 탄식하며 먼저 고개를 떨군 것은 멸신마모였다.
그녀는 음울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약속할 수 있겠느냐? 나의 명예를 지켜주겠다고?”
마운룡은 경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만일 부인의 옥명에 누를 끼친다면 소생 마운룡은 사람의 자식이 아닙니다!”
“고맙구나!”
멸신마모는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
그녀는 문득 진지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비록 고의는 아니었으나 이미 살까지 섞은 몸이다. 서로 숨김없이 신분을 밝혀보자. 괜찮겠지?”
마운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소생부터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십왕전(十王殿)의 후예라는 것이 사실이냐?”
멸신마모의 물음에 마운룡은 분명한 어조로 대답했다.
“예! 정확히는 소생이 삼십삼대 십왕전(十王殿)주입니다!”
“...............!”
그의 말에 멸신마모는 안색이 침통하게 굳어졌다.
그녀의 안색은 짧은 순간 여러 차례 변했다.
복잡한 갈등과 번민의 빛이 서로 뒤엉켜 그녀의 눈빛을 흔들었다.
그러다,
“휴.......!”
그녀는 문득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녀는 탄식하며 말했다.
“세불양립(勢不兩立)의 천적인 너와 깊은 관계를 맺고 만 것도 결국 우리들의 운명이겠지!”
“........!”
“어쨌든 중원무림을 위해서는 다행한 일이로구나. 그 교활한 천마황도 결국 십왕전(十王殿)을 완전히 괴멸시키는데는 실패했으니.......!”
“천....... 마황!”
마운룡은 멸신마모의 말에 눈을 부릅뜨며 나직이 부르짖었다.
“천마황이 누구입니까? 그자가 저희 십왕전(十王殿)의 괴멸에 어떤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그는 다급히 캐물었다.
그러자,
멸신마모는 침중한 표정으로 마운룡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서둘지 마라. 지금부터 그 자에 대해 얘기해 줄테니.......!”
“.......!”
문득 그녀는 기이한 눈빛으로 마운룡에게 물었다.
“너는 본녀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혹시......... 남해(南海) 멸신도(滅神島)의 도주님이 아니십니까?”
마운룡의 대답에 멸신마모는 놀랍다는 눈빛을 지었다.
“바로 맞췄다. 내가 멸신마종(滅神魔宗)의 제이십팔대 멸신마모 이약란(李若蘭)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탄식했다.
멸신마모 이약란(李若蘭)!
이것이 쾌활지존(快活至尊)의 진실한 정체였다.
본시,
멸신도(滅神島)의 마공은 음유지학이었다.
자연히 여자만이 마공을 극한으로 성취할 수 있었다.
대대로 멸신도의 도주가 여자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한데,
그 멸신도에 암운이 닥쳐왔다.
팔 년 전-----------!
멸신마모 이약란은 남해무림의 명가의 후예와 결혼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 명의 아들까지 얻게 되었다.
이검영(李劍英) -----------!
아들의 이름은 그러했다.
아들의 성이 이씨인 이유는 멸신도는 모계의 성으로 가문을 이어가기 때문이었다.
당시 열 살이었던 이검영은 아주 영특했다.
그는 멸신마모 이약란의 삶의 희망이요 보물이었다.
한데,
그렇듯 애지중지하던 아들 이검영이 돌연 실종된 것이었다.
아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이약란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그때,
그런 이약란 부부에게 한 장의 서신이 날아들었다.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본좌의 명령에 복종하라!>
그런 내용의 서신을 보낸 자는 천마황이라 서명되어 있었다.
천마황의 첫 번째 요구,
그것은 십왕전(十王殿)의 암습에 참가하라는 것이었다.
이약란으로서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심신이 지친 이약란 대신 남편 남해용왕(南海龍王) 벽무영(碧武影)이 십여 명의 멸신도 고수를
이끌고 중원으로 들어왔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십왕전(十王殿)이 괴멸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
아들 이검영은 물론 남편 남해용왕까지도 다시는 멸신도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약란은 미친 듯 남편과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하나,
그것은 마치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약란은 절망했다.
그렇게 사 년의 세월이 고통과 좌절, 뼈저린 상실감 속에 흘러갔다.
어느덧,
이약란은 체념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 년 전,
다시 천마황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 아닌가?
그 자의 서신에 의하면 이약란의 남편 남해용왕 뿐 아니라 아들 이검영 역시 자신이 잘 보살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자는 남편과 아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또 한 가지 요구를 해왔다.
즉, 중원으로 들어와 강남일대를 제압하라는 것이었다.
이약란은 별 수 없이 천마황의 요구에 따를 수박에 없었다.
죽었다고 여긴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의 생명이 담보로 되어 있는 일이 아닌가?
이약란은 은밀히 오행태상 등 백여 명의 수하를 이끌고 중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곳 동정호변에 쾌활림을 세운 것이었다.
그녀가 쾌활림을 세운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는 장차 천마황에 대항할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정보수집의 목적 때문이었다.
멸신마모 이약란,
그녀는 침중한 안색으로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신주육패천(神州六覇天)의 상당수가 천외구중천의 선발대일 것이다!”
마운룡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무거운 안색으로 검미를 모았다.
“그럼 천마황이란 자가 이미 변황무림을 자신의 영향권 안에 넣었단 말입니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약란은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얽힌 복잡한 시선으로 마운룡을 주시했다.
“본도와 너희 십왕전(十王殿) 사이는 유감스럽게도 깊은 혈채가 잇다. 하나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천마황의 음독한 음모의 희생자인 셈이다!”
“동감입니다!”
마운룡은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약란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내가 비록 천마황과 맞서 싸우고 싶지만 나는 이미 그 자의 마수에 묶인 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마운룡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반면 너는 천마황이 생각도 못한 변수라 할 수 있다. 너야말로 천마황을 거꾸러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암전(暗箭)이 될 수 잇다는 말이다!”
“.......!”
마운룡의 두 눈이 유현하게 번뜩였다.
이약란은 그런 그를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먼저 천마황을 쓰러뜨려야 한다. 본도와 너희 십왕전(十王殿) 사이의 은원은 그후에 해결해야 할 것이다!”
마운룡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고맙구나!”
이약란은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
“이것을 받아라!”
문득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 꽂고 있던 하나의 비녀를 마운룡에게 내밀었다.
검붉은 대나무로 깎아 만든 비녀,
그 위에는 한 마리의 이무기를 탄 여인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마왕잠이라는 본도의 신물이다. 이것을 보면 본도의 제자들은 너를 나보듯 대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마운룡은 이약란이 내미는 마왕잠을 받아들며 말했다.
하나,
이약란은 쓸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내가 해야 할 것이다!”
이어,
문득 그녀는 뒤를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사각......
갈대 스치는 소리와 함께 그곳으로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동십삼랑,
바로 그녀였다.
그녀의 한 손에는 마운룡의 책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약란은 그윽한 눈으로 마운룡을 주시하며 말했다.
“천마황의 간세가 늘 내 주위를 감사하고 있으니 너는 여기서 바로 떠나거라!”
마운룡은 동십삼랑에게서 책상자를 받아들었다.
“명심하거라. 네 어깨에 중원무림 뿐 아니라 우리 멸신도의 안위마저 달려있다는 것을!”
“각골명심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침중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강녕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아약란을 행해 정중히 포권했다.
이어,
그는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
마운룡의 시선을 접한 동십삼랑,
그녀의 옥용에 살풋 홍조가 어렷다.
잠시 두 여인을 바라보던 마운룡,
슥!
그는 이윽고 몸을 날려 갈대숲으로 사라졌다.
“............!”
“........!”
두 여인은 그윽한 눈길로 사라지는 마운룡의 모습을 주시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켜보고 있었을까?
문득,
“십삼랑!”
이약란이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예, 마모님!”
동십삼랑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약란은 그런 그녀에게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앞으로 나를 언니라 불러라!”
그 말에 동십삼랑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 제가 어찌 감히......!”
하나,
이약란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절망에 빠진 내게 인중룡(人中龍)을 인도해주었으니까!”
그 말은 한 사내를 섬기는 아녀자들의 서열을 의미하는 호칭이기도 한 것이었으니 이제부터 그녀들은 스스로 마운룡의 여자들임을 마음먹은 것이었다.
“마.. 마모님!”
동십삼랑은 감격에 떨리는 음성으로 이약란을 바라보았다.
“언니라 부르라니까!”
“대..... 대저(大姐)!”
그녀는 더듬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래 그래야지!”
이약란은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동십삼랑의 어깨를 다독였다.
동십삼랑은 마치 꿈만 같았다.
(내.. 내가 마모님과 의자매가 되다니....!)
그녀는 감격에 겨워 어쩔줄 몰라했다.
스으........ 스으.......
그런 두 여인의 어깨 위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청명한 햇살이었다.
? ? ?
낙양(洛陽)-----------!
옛 왕조의 도읍으로 유명한 천년고도,
문물이 번창하고 번화한 시진이었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낙양 전체는 온통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아녀자들이 연이어 신비하게 실종되는 의문의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처음 한두 명씩 여인들이 실종되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나,
그 숫자는 날이 갈 수록 늘어났다.
어제 하루에도 수십 명씩의 여인들이 귀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다.
나이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여인들이 그에 해당되었다.
십여 세의 어린 소녀로부터 사오십대 중년의 여인들까지 차례로 실종되었다.
그 의문의 대사건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다.
수많은 관군들이 밤낮 두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건만 그들도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낙양의 인심은 날로 흉흉해져 갔다.
날만 어두워지면 사람들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집안에 숨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나,
여전히 아침만 되면 여기저기서 딸과 아내를 잃은 양민들의 통곡의 소리가 드높았다.
실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수많은 미신과 소문들이 끊이자 않고 나돌았다.
색에 굶주린 마귀(魔鬼)가 여인들을 채간다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평화롭기만 하던 낙양은 온통 쑥대밭으로 화하고 말았다.
그 소문은 삽시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무림인들도 관심을 갖고 낙양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필경 어떤 사악한 무리들이 일종의 마공을 연마하기 위해 여인들을 납치한다고 믿었다.
하나,
몰려든 무림인들 또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으니...
오히려 그들의 그런 호기를 비웃듯 낙양에 왔던 무림여고수들조차 감쪽같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자,
낙양은 그야말로 풍운(風雲)의 중심지가 되었다.
오늘도 언제, 누가 납치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여인들은 저마다 공포에 떨며 꼭꼭 몸을 숨겼다.
그러나.....
-----------망산.
고도 낙양(洛陽)의 북쪽에 자리하여 북망산(北邙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망자들의 귀역,
그곳은 흔히 말하는 공동묘지였다.
망산의 남쪽 산록,
그곳에는 하나의 아늑한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석양무렵,
핏빛 노을이 불타고 있었다.
한데,
아!
노을 속의 아담한 마을은 온통 끔찍한 지옥도로 화해있지 않은가?
마을 사람들은 전신이 무참하게 으깨지고 잘린 시신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역겨운 피비린내가 온 마을을 진동시켰다.
대체,
누가 이렇듯 잔혹한 수법으로 사람들을 살해했단 말인가?
기이한 것은 그 시체들 모두 사내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여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문득,
“어.. 어떤 자들이 이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단 말인가?”
분노의 신음성과 함께 마을 입구에 한 명의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지옥도에 치를 떨었다.
간편한 정장 차림에 허리춤에 검은 천으로 감싼 한 쌍의 칼을 찌른 소년,
마운룡!
바로 그가 아닌가?
쾌활림을 떠나온 마운룡은 낙양의 괴변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일로 북상하여 닷새만에 낙양에 이르렀다.
그는 낙양의 어느 객잔에 짐을 풀고 간편한 경장 차림으로 이곳 망산을 찾아온 것이다.
망산 어딘가에는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 중 구유마부(九幽魔府)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운룡은 낙양의 괴변이 구유마부와 모종의 관련이 있음을 의심하고 망산을 찾아온 것이었다.
한데,
망산에 들어서자마자 한 마을의 주민들이 무참하게 몰살당한 참변을 목격한 것이 아닌가?
멸신마모의 돌연한 등장에 오행태상은 대경했다.
“마.... 마모님! 어인 분부십니까?”
“저놈은 본도의 철천지원수 십왕전(十王殿)의 수하입니다!”
그들은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하나,
멸신마모는 낮으며 근엄한 음성으로 명했다.
“이것은----------- 마종주(魔宗主)로서의 명령이에요. 쾌활림으로 돌아들 가세요!”
“으음........!”
오행태상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하나,
그들은 감히 멸신마모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바로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주인이 아닌가?
이윽고,
“분부 받들겠습니다!”
“바득! 운이 좋은 줄 알거라. 애송이!”
슥! 스슥.......
오행태상은 멸신마모를 향해 예를 취한 후 즉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들의 모습은 이내 갈대밭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장내에는 멸신마모와 마운룡만이 남게 되었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일순 허공에서 뒤엉켰다.
“휴............!”
나직하게 탄식하며 먼저 고개를 떨군 것은 멸신마모였다.
그녀는 음울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약속할 수 있겠느냐? 나의 명예를 지켜주겠다고?”
마운룡은 경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만일 부인의 옥명에 누를 끼친다면 소생 마운룡은 사람의 자식이 아닙니다!”
“고맙구나!”
멸신마모는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
그녀는 문득 진지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비록 고의는 아니었으나 이미 살까지 섞은 몸이다. 서로 숨김없이 신분을 밝혀보자. 괜찮겠지?”
마운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소생부터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십왕전(十王殿)의 후예라는 것이 사실이냐?”
멸신마모의 물음에 마운룡은 분명한 어조로 대답했다.
“예! 정확히는 소생이 삼십삼대 십왕전(十王殿)주입니다!”
“...............!”
그의 말에 멸신마모는 안색이 침통하게 굳어졌다.
그녀의 안색은 짧은 순간 여러 차례 변했다.
복잡한 갈등과 번민의 빛이 서로 뒤엉켜 그녀의 눈빛을 흔들었다.
그러다,
“휴.......!”
그녀는 문득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녀는 탄식하며 말했다.
“세불양립(勢不兩立)의 천적인 너와 깊은 관계를 맺고 만 것도 결국 우리들의 운명이겠지!”
“........!”
“어쨌든 중원무림을 위해서는 다행한 일이로구나. 그 교활한 천마황도 결국 십왕전(十王殿)을 완전히 괴멸시키는데는 실패했으니.......!”
“천....... 마황!”
마운룡은 멸신마모의 말에 눈을 부릅뜨며 나직이 부르짖었다.
“천마황이 누구입니까? 그자가 저희 십왕전(十王殿)의 괴멸에 어떤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그는 다급히 캐물었다.
그러자,
멸신마모는 침중한 표정으로 마운룡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서둘지 마라. 지금부터 그 자에 대해 얘기해 줄테니.......!”
“.......!”
문득 그녀는 기이한 눈빛으로 마운룡에게 물었다.
“너는 본녀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혹시......... 남해(南海) 멸신도(滅神島)의 도주님이 아니십니까?”
마운룡의 대답에 멸신마모는 놀랍다는 눈빛을 지었다.
“바로 맞췄다. 내가 멸신마종(滅神魔宗)의 제이십팔대 멸신마모 이약란(李若蘭)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탄식했다.
멸신마모 이약란(李若蘭)!
이것이 쾌활지존(快活至尊)의 진실한 정체였다.
본시,
멸신도(滅神島)의 마공은 음유지학이었다.
자연히 여자만이 마공을 극한으로 성취할 수 있었다.
대대로 멸신도의 도주가 여자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한데,
그 멸신도에 암운이 닥쳐왔다.
팔 년 전-----------!
멸신마모 이약란은 남해무림의 명가의 후예와 결혼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 명의 아들까지 얻게 되었다.
이검영(李劍英) -----------!
아들의 이름은 그러했다.
아들의 성이 이씨인 이유는 멸신도는 모계의 성으로 가문을 이어가기 때문이었다.
당시 열 살이었던 이검영은 아주 영특했다.
그는 멸신마모 이약란의 삶의 희망이요 보물이었다.
한데,
그렇듯 애지중지하던 아들 이검영이 돌연 실종된 것이었다.
아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이약란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그때,
그런 이약란 부부에게 한 장의 서신이 날아들었다.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본좌의 명령에 복종하라!>
그런 내용의 서신을 보낸 자는 천마황이라 서명되어 있었다.
천마황의 첫 번째 요구,
그것은 십왕전(十王殿)의 암습에 참가하라는 것이었다.
이약란으로서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심신이 지친 이약란 대신 남편 남해용왕(南海龍王) 벽무영(碧武影)이 십여 명의 멸신도 고수를
이끌고 중원으로 들어왔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십왕전(十王殿)이 괴멸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
아들 이검영은 물론 남편 남해용왕까지도 다시는 멸신도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약란은 미친 듯 남편과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하나,
그것은 마치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약란은 절망했다.
그렇게 사 년의 세월이 고통과 좌절, 뼈저린 상실감 속에 흘러갔다.
어느덧,
이약란은 체념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 년 전,
다시 천마황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 아닌가?
그 자의 서신에 의하면 이약란의 남편 남해용왕 뿐 아니라 아들 이검영 역시 자신이 잘 보살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자는 남편과 아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또 한 가지 요구를 해왔다.
즉, 중원으로 들어와 강남일대를 제압하라는 것이었다.
이약란은 별 수 없이 천마황의 요구에 따를 수박에 없었다.
죽었다고 여긴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의 생명이 담보로 되어 있는 일이 아닌가?
이약란은 은밀히 오행태상 등 백여 명의 수하를 이끌고 중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곳 동정호변에 쾌활림을 세운 것이었다.
그녀가 쾌활림을 세운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는 장차 천마황에 대항할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정보수집의 목적 때문이었다.
멸신마모 이약란,
그녀는 침중한 안색으로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신주육패천(神州六覇天)의 상당수가 천외구중천의 선발대일 것이다!”
마운룡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무거운 안색으로 검미를 모았다.
“그럼 천마황이란 자가 이미 변황무림을 자신의 영향권 안에 넣었단 말입니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약란은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얽힌 복잡한 시선으로 마운룡을 주시했다.
“본도와 너희 십왕전(十王殿) 사이는 유감스럽게도 깊은 혈채가 잇다. 하나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천마황의 음독한 음모의 희생자인 셈이다!”
“동감입니다!”
마운룡은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약란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내가 비록 천마황과 맞서 싸우고 싶지만 나는 이미 그 자의 마수에 묶인 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마운룡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반면 너는 천마황이 생각도 못한 변수라 할 수 있다. 너야말로 천마황을 거꾸러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암전(暗箭)이 될 수 잇다는 말이다!”
“.......!”
마운룡의 두 눈이 유현하게 번뜩였다.
이약란은 그런 그를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먼저 천마황을 쓰러뜨려야 한다. 본도와 너희 십왕전(十王殿) 사이의 은원은 그후에 해결해야 할 것이다!”
마운룡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고맙구나!”
이약란은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
“이것을 받아라!”
문득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 꽂고 있던 하나의 비녀를 마운룡에게 내밀었다.
검붉은 대나무로 깎아 만든 비녀,
그 위에는 한 마리의 이무기를 탄 여인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마왕잠이라는 본도의 신물이다. 이것을 보면 본도의 제자들은 너를 나보듯 대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마운룡은 이약란이 내미는 마왕잠을 받아들며 말했다.
하나,
이약란은 쓸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내가 해야 할 것이다!”
이어,
문득 그녀는 뒤를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사각......
갈대 스치는 소리와 함께 그곳으로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동십삼랑,
바로 그녀였다.
그녀의 한 손에는 마운룡의 책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약란은 그윽한 눈으로 마운룡을 주시하며 말했다.
“천마황의 간세가 늘 내 주위를 감사하고 있으니 너는 여기서 바로 떠나거라!”
마운룡은 동십삼랑에게서 책상자를 받아들었다.
“명심하거라. 네 어깨에 중원무림 뿐 아니라 우리 멸신도의 안위마저 달려있다는 것을!”
“각골명심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침중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강녕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아약란을 행해 정중히 포권했다.
이어,
그는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
마운룡의 시선을 접한 동십삼랑,
그녀의 옥용에 살풋 홍조가 어렷다.
잠시 두 여인을 바라보던 마운룡,
슥!
그는 이윽고 몸을 날려 갈대숲으로 사라졌다.
“............!”
“........!”
두 여인은 그윽한 눈길로 사라지는 마운룡의 모습을 주시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켜보고 있었을까?
문득,
“십삼랑!”
이약란이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예, 마모님!”
동십삼랑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약란은 그런 그녀에게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앞으로 나를 언니라 불러라!”
그 말에 동십삼랑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 제가 어찌 감히......!”
하나,
이약란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절망에 빠진 내게 인중룡(人中龍)을 인도해주었으니까!”
그 말은 한 사내를 섬기는 아녀자들의 서열을 의미하는 호칭이기도 한 것이었으니 이제부터 그녀들은 스스로 마운룡의 여자들임을 마음먹은 것이었다.
“마.. 마모님!”
동십삼랑은 감격에 떨리는 음성으로 이약란을 바라보았다.
“언니라 부르라니까!”
“대..... 대저(大姐)!”
그녀는 더듬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래 그래야지!”
이약란은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동십삼랑의 어깨를 다독였다.
동십삼랑은 마치 꿈만 같았다.
(내.. 내가 마모님과 의자매가 되다니....!)
그녀는 감격에 겨워 어쩔줄 몰라했다.
스으........ 스으.......
그런 두 여인의 어깨 위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청명한 햇살이었다.
? ? ?
낙양(洛陽)-----------!
옛 왕조의 도읍으로 유명한 천년고도,
문물이 번창하고 번화한 시진이었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낙양 전체는 온통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아녀자들이 연이어 신비하게 실종되는 의문의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처음 한두 명씩 여인들이 실종되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나,
그 숫자는 날이 갈 수록 늘어났다.
어제 하루에도 수십 명씩의 여인들이 귀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다.
나이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여인들이 그에 해당되었다.
십여 세의 어린 소녀로부터 사오십대 중년의 여인들까지 차례로 실종되었다.
그 의문의 대사건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다.
수많은 관군들이 밤낮 두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건만 그들도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낙양의 인심은 날로 흉흉해져 갔다.
날만 어두워지면 사람들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집안에 숨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나,
여전히 아침만 되면 여기저기서 딸과 아내를 잃은 양민들의 통곡의 소리가 드높았다.
실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수많은 미신과 소문들이 끊이자 않고 나돌았다.
색에 굶주린 마귀(魔鬼)가 여인들을 채간다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평화롭기만 하던 낙양은 온통 쑥대밭으로 화하고 말았다.
그 소문은 삽시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무림인들도 관심을 갖고 낙양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필경 어떤 사악한 무리들이 일종의 마공을 연마하기 위해 여인들을 납치한다고 믿었다.
하나,
몰려든 무림인들 또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으니...
오히려 그들의 그런 호기를 비웃듯 낙양에 왔던 무림여고수들조차 감쪽같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자,
낙양은 그야말로 풍운(風雲)의 중심지가 되었다.
오늘도 언제, 누가 납치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여인들은 저마다 공포에 떨며 꼭꼭 몸을 숨겼다.
그러나.....
-----------망산.
고도 낙양(洛陽)의 북쪽에 자리하여 북망산(北邙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망자들의 귀역,
그곳은 흔히 말하는 공동묘지였다.
망산의 남쪽 산록,
그곳에는 하나의 아늑한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석양무렵,
핏빛 노을이 불타고 있었다.
한데,
아!
노을 속의 아담한 마을은 온통 끔찍한 지옥도로 화해있지 않은가?
마을 사람들은 전신이 무참하게 으깨지고 잘린 시신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역겨운 피비린내가 온 마을을 진동시켰다.
대체,
누가 이렇듯 잔혹한 수법으로 사람들을 살해했단 말인가?
기이한 것은 그 시체들 모두 사내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여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문득,
“어.. 어떤 자들이 이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단 말인가?”
분노의 신음성과 함께 마을 입구에 한 명의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지옥도에 치를 떨었다.
간편한 정장 차림에 허리춤에 검은 천으로 감싼 한 쌍의 칼을 찌른 소년,
마운룡!
바로 그가 아닌가?
쾌활림을 떠나온 마운룡은 낙양의 괴변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일로 북상하여 닷새만에 낙양에 이르렀다.
그는 낙양의 어느 객잔에 짐을 풀고 간편한 경장 차림으로 이곳 망산을 찾아온 것이다.
망산 어딘가에는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 중 구유마부(九幽魔府)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운룡은 낙양의 괴변이 구유마부와 모종의 관련이 있음을 의심하고 망산을 찾아온 것이었다.
한데,
망산에 들어서자마자 한 마을의 주민들이 무참하게 몰살당한 참변을 목격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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