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왕경 수호전사(守護戰士)의 탄생(誕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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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章 수호전사(守護戰士)의 탄생(誕生)
마운룡(麻雲龍).
그는 자신이 이곳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에 들어온 경위를 북리단(北里丹)에게 모두 들려주었다.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북리단(北里丹).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백수운(白水雲)?”
아마 그 이름은 처음 듣는 듯했다.
“나도 팔황무고(八荒武庫)에 외부와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구나!”
그는 뜻밖이라는 듯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
“..........?”
그의 중얼거림에 마운룡(麻雲龍)은 의아한 기색을 지으며 북리단(北里丹)을 주시했다.
북리단(北里丹)은 침음하며 말을 이었다.
“오백 년 전, 무영야제(無影夜帝)라는 희대의 대도(大盜)가 있었다. 그 자는 황실무고(皇室武庫)조차도 제집처럼 드나들던 고금제일신투였지.”
“무영야제(無影夜帝)와 이 비도가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요?”
마운룡(麻雲龍)은 검미를 모으며 물었다.
북리단(北里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비도는 어쩌면 무영야제(無影夜帝)가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옛?”
마운룡(麻雲龍)은 깜작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보며 북리단(北里丹)은 다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붙였다.
“무영야제(無影夜帝)는 그저 훔친다는 행위자체를 즐기던 위인이었다. 그는 아마도 이곳 십왕전의 내부에도 들어와 보고 싶었을 것이다.”
“.......!”
마운룡(麻雲龍)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발했다.
“그렇다면 무영야제(無影夜帝)란 분이 팔황무고(八荒武庫)로 통하는 비도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뜻이군요!”
“그렇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북리단(北里丹)의 말에 마운룡(麻雲龍)은 의혹의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이상하군요. 무영야제(無影夜帝)란 분은 어째서 팔황무고(八荒武庫)까지 들어왔다가 아무 것도 훔치지 않고 그냥 돌아갔을까요?”
“그것은 무영야제(無影夜帝) 역시 중원인이기 때문이다!”
북리단(北里丹)의 그 말에 마운룡(麻雲龍)은 흠칫했다.
하나,
이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영야제(無影夜帝)는 일대의 도적이긴 했으되 중원혼의 수호자인 십왕전에는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북리단(北里丹)은 문득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팔황무고(八荒武庫)를 잘 살펴보거라. 어쩌면 무영야제(無影夜帝)는 그곳 어디에 자신의 절기를 남겨두었을 지도 모른다.”
이어,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제 네게 본좌의 유언을 남길 때가 되었구나!”
순간,
“유........ 유언이라니요?”
마운룡(麻雲龍)은 깜짝 놀라며 북리단(北里丹)을 주시했다.
북리단(北里丹)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런 몰골로 더 살아야 하겠느냐?”
그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본좌가 인륜을 어기고도 지금껏 살아남은 이유는 십왕전주(十王殿主로)서의 의무가 그만큼 막중했기 때문이다. 이제 네게 모든 짐을 넘겨주게 되었으니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
“.........!”
마운룡(麻雲龍)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침음했다.
그는 북리단(北里丹)의 심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북리단(北里丹)은 침중한 표정으로 마운룡(麻雲龍)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안에 십왕전주(十王殿主로)로서 내가 네게 해주고 싶은 모든 내용이 들어있다!”
말과 함께,
그는 약실의 한곳에서 한 권의 두툼한 비단책자를 꺼내 마운룡(麻雲龍)에게 건네주었다.
<십왕혈세록(十王血洗錄)>
비단책자의 표지에는 그 같은 글이 수려한 필체로 적혀있었다.
북리단은 책자를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침입자들은 대부분 변황(邊荒)쪽의 무공을 펼쳤다. 이로 미루어 보아 본전의 공격을 주도한 세력은 천외구중천(天外九重天)일 것이다. 천외구중천(天外九重天) 중 네 개 문파의 무공수법이 침입자들에 의해 시전 되었으며 그 자세한 내용은 십왕혈세록(十王血洗錄)에 수록되어 있다.”
“.............!”
마운룡(麻雲龍)은 엄숙한 표정으로 북리단(北里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침입자들 중에는 듣도 보도 못한 기괴무쌍한 무공을 쓰는 자들도 있었다. 나의 두 다리를 자른 자도 역시 그 미지의 마공을 쓴 자였다!”
말과 함께,
북리단(北里丹)은 자신의 가슴팍의 누더기 옷을 좌우로 벌렸다.
순간,
“.............!”
마운룡(麻雲龍)은 흠칫했다.
북리단(北里丹)의 가슴팍,
하나의 장인(掌印)이 마치 피를 칠한 듯 시뻘겋게 찍혀있지 않은가?
“이 혈장인(血掌印)은 무서운 파괴력을 지녔다. 이것을 시전한 자는 검은 복면을 쓴 자였는데 단 일장에 본좌의 철사신강의 호신강기를 박살내 버렸다. 놈은 본좌의 호신기공을 먼저 파괴한 뒤에 다시 손을 써 나의 두 다리를 으스러뜨렸다!”
북리단(北里丹)은 분노의 음성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북리일족(北里一族)의 철사신강!
그것은 가히 중원제일이라 할 수 있는 강맹한 호신기공이었다.
한데,
그 철사신강을 복면괴인은 단 일장에 파괴한 것이었다.
문득,
북리단(北里丹)은 득의의 표정으로 통쾌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 하지만 그놈도 대가를 치루어야만 했다. 놈이 내 두 다리를 으스러뜨리는 순간 나도 그놈의 왼쪽 눈을 후벼내었으니까!”
그는 다시 마운룡(麻雲龍)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무림에 나가거든 왼쪽 눈이 없는 애꾸를 찾아보거라. 그놈의 손바닥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 쇄심혈장(碎心血掌)을 쓰려는 징조이니 주의하고!”
“명심하겠습니다!”
마운룡(麻雲龍)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북리단(北里丹)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하늘은 결국 우리 십왕전을 완전히 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네가 유일한 수호전사(守護戰士)다! 그 지위는 명예롭지만 외롭고도 험난한 형극의 자리이기도 하다!”
“..............!”
북리단(北里丹)의 얼굴에는 비장한 신색이 어렸다.
“네가 다시 무림에 나갈 때쯤이면 중원 전체가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화해있을 것이다. 그 겁난으로부터 중원을 수호하는 것이 네 임무이며 의무다!”
그는 엄숙한 어조로 힘주어 말했다.
“각골명심하겠습니다!”
마운룡(麻雲龍)은 진중한 어조로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바로 그 때,
슥!
북리단(北里丹)이 돌연 하나 남은 손으로 마운룡(麻雲龍)의 정수리를 눌러왔다.
“............!”
마운룡(麻雲龍)은 질겁했다.
하나 그가 무어라고 입도 떼기도 전에,
우르릉-----!
그의 정수리로 무서운 잠경이 노도같이 쏟아져 들어왔다.
순간,
(으윽!)
마운룡(麻雲龍)은 골이 뻐개지는 듯한 극렬한 고통을 느끼며 신음했다.
그런 그의 귓전으로 북리단(北里丹)의 담담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황(娥皇)을 부탁한다. 그 아이는 천애고독한 몸이니 네가 잘 보살펴다오!”
그의 음성은 마치 차츰 어디론가 사라지듯 마운룡(麻雲龍)의 귓전에서 멀어졌다.
“............!”
부르르르..........!
마운룡(麻雲龍)은 온통 대뇌를 뒤흔들며 쏟아져 들어오는 무서운 잠경에 벼락을 맞은 듯 전신을 세차게 경련했다.
그와 함께,
그는 아득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우르릉............
노도 같은 무서운 잠경은 계속 마운룡(麻雲龍)의 정수리를 가르며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었다.
아아!
새로운 십왕전주(十王殿主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광풍삼년(狂風三年)----------!
지난 삼년을 무림인들은 그렇게 일컬었다.
광란(狂亂)의 시대,
단 삼년동안 중원무림(中原武林)은 천년간 쌓아온 질서와 긍지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도의와 정의(正義)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패권(覇權)과 야심(野心)만이 삭막한 무림을 휩쓸고 있었다.
한시도 피바람이 멈춘 날이 없었다.
오오........
처참하도다.
하늘이여..........
수천수만의 생명이 피를 뿌리며 죽어갔다.
오직 원한과 통곡, 죽음의 공포만이 처처에 도사리고 있는 중원무림,
이 모든 것은 바로 칠년 전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의 돌연한 궤멸에서 연유된 것이었으니.........
중원의 결속의 상징이었던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
그것의 괴멸은 힘의 공백을 초래했다.
자연히, 그 틈을 이용하여 수많은 야심가들이 패권의 야심을 키웠다.
게다가,
십왕전에서 흘러나온 일곱 권의 비급(秘笈)이 혼란을 한층 가중시켰다.
독신편(毒神篇)
천풍귀서(天風鬼書)
신륜경(神輪經)
조화구곡(造化九曲)
빙하진결(氷河眞訣)
금강대구품(金剛大九品)
만색환희보(萬色歡喜譜)
수호십왕(守護十王)이 남긴 십왕경(十王經) 중 일곱 권의 비급(秘笈)!
그것이 무림인들에게 던진 유혹은 실로 엄청났다.
지천한 하오문의 잡배라도 그 일곱 권의 비급(秘笈) 중 한 권을 손에 넣으려 혈안이 되었다.
그 한 권의 비급(秘笈)만 수중에 들어오면 단시일 내 초일류고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무림인들이 눈을 까뒤집고 덤벼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명예와 도의를 중요시하던 정파무림에서조차 혈안이 되어 십왕경을 손에 넣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에,
현자(賢者)들은 무림에 유출된 그 일곱 권의 비급(秘笈)을 앙화칠경(殃禍七經)이라 하며 저주했다.
삼 년 동안 적어도 오만 명 이상의 인명이 앙화칠경(殃禍七經) 때문에 희생되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앙화칠경(殃禍七經)으로 인한 혈겁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앙화칠경((殃禍七經)이 천하(天下)를 얻게 해주는 보물이라기보다 재앙을 불러들이는 화근임을 인식한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무림의 곳곳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새로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의 소멸에서 초래된 힘의 공백을 틈타 각지에서 무림패권을 노리는 세력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림의 현자들은 이들의 대두를 우려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쩌면 앙화칠경((殃禍七經)에 의해 야기된 혈겁보다 몇 배 더한 대혈겁이 장차 그들로 인해 도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신흥세력 중 대표적인 것은 모두 여섯 개였다.
그것들은 대략 이러했다.
섬서의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
공포의 살수집단(殺手集團) 천잔마방(天殘魔幇)
북망일대의 신흥세력 구유마부(九幽魔府)
강남일대의 쾌활림(快活林)
구주황금막(九州黃金莫)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
바로 이들이었다.
이름하여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
그들 육파 중에 장차 무림패자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은 각가지 수단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켰다.
살수집단인 천잔마방(天殘魔幇)을 제외한 나머지 오파는 싸우기 보다는 무림인들을 유혹하여 그 세력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
그들은 무공으로 무림인들을 유혹했다.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에는 헤아릴 수 없는 상고비급(上古秘笈)들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그 중 한 가지만 얻어도 독패천하(獨覇天下)할 수 있다고 했다.
엄청난 유혹을 던지는 소문,
하나 그것은 전혀 헛소문이 아니었다.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에 가입한 자들은 과연 단시일 내 몇 배 강한 고수로 화하는 것이 아닌가!
무릇,
무림인들에게 있어 무공이란 생명과도 같은 법,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의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수많은 무림인들이 섬서의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으로 몰려들었다.
쾌활림(快活林)림,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오직 쾌락, 그것이었다.
쾌활림(快活林)림에서 얻지 못하는 쾌락이란 없다!
그런 소문이 숱한 무림인들을 현혹시켰다.
여자를 좋아하는 자는 천하절색의 미녀를,
술을 좋아하는 자는 황제라야 맛볼 수 있는 천하명주를,
그리고 도박을 좋아하는 자는 어떤 종류의 도박이라도 마음대로 선택하여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히 지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쾌락이라도 쾌활림(快活林)림에서는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실로 무서운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삼극동심맹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던 강호의 한량과 고수들이 마치 불을 본 나비처럼 속속 쾌활림(快活林)림으로 몰려들었다.
그리하여,
삼 년이 못되어 쾌활림(快活林)림은 그 세력을 강남일대에 전폭적으로 확산시켰다.
그 같이 폭발적으로 세력을 넓힌 문파는 유래에 없었다.
가히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구주황금막(九州黃金莫),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무한대의 재화였다.
황금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없다.
이것이 구주황금막(九州黃金莫)의 장담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허언도 아니었다.
세상에 황금으로 이루지 못할 것은 전무하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었다.
단 한 가지라도 쓸만한 재주를 지닌 자라면 구주황금막(九州黃金莫)에 가서 자신의 재능을 팔 수 있었다.
그 재능에 합당한 대가를 받고!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
이름 그대로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에는 절세(絶世)의 신병(神兵)과 희세(稀世)의 기진이보(奇眞異寶)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
수많은 무림인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알려진 춘추오대신검(春秋五大神劍), 즉 간장(干將), 막사(莫邪), 어장(魚臟), 거궐(巨厥) 등의 신검(神劍)들이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에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
진정 진귀한 신기(神器)를 원한다면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로 가야했다.
거대한 흐름이랄까?
앙화칠경((殃禍七經)으로 겁풍에 휘말렸던 무림은 어느덧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에 의해 판도가 재구성되어 갔다.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이 사라지고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을 사실상 형성하던 천세사대명가가 사라진 지금,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에 필적하는 세력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나,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무도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의 진정한 배후를 알지 못했다.
혹자는 그들이 앙화칠경((殃禍七經)을 얻은 무리라고도 하고, 또 혹자는 그들이 변황동맹(邊荒同盟)과 모종의 관련이 있다고도 했다.
하나, 그 어느 것도 확연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해는 저물어 어느덧 북방으로부터 눈(雪)의 여신이 강하하여 대륙은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정중동(靜中動)이라고나 할까? 겉보기에는 얼어붙은 듯한 대륙의 지표(地表) 하(下)에서는 거대한 용암이 폭발을 기다리며 꿈을 키우고 있었다.
한 번 폭발하면 구주를 피로 적실 엄청난 겁난(劫亂)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또 얼마나 많은 인간의 피를 대지는 마셔야만 할 것인가?
과연.................!
마운룡(麻雲龍).
그는 자신이 이곳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에 들어온 경위를 북리단(北里丹)에게 모두 들려주었다.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북리단(北里丹).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백수운(白水雲)?”
아마 그 이름은 처음 듣는 듯했다.
“나도 팔황무고(八荒武庫)에 외부와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구나!”
그는 뜻밖이라는 듯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
“..........?”
그의 중얼거림에 마운룡(麻雲龍)은 의아한 기색을 지으며 북리단(北里丹)을 주시했다.
북리단(北里丹)은 침음하며 말을 이었다.
“오백 년 전, 무영야제(無影夜帝)라는 희대의 대도(大盜)가 있었다. 그 자는 황실무고(皇室武庫)조차도 제집처럼 드나들던 고금제일신투였지.”
“무영야제(無影夜帝)와 이 비도가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요?”
마운룡(麻雲龍)은 검미를 모으며 물었다.
북리단(北里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비도는 어쩌면 무영야제(無影夜帝)가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옛?”
마운룡(麻雲龍)은 깜작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보며 북리단(北里丹)은 다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붙였다.
“무영야제(無影夜帝)는 그저 훔친다는 행위자체를 즐기던 위인이었다. 그는 아마도 이곳 십왕전의 내부에도 들어와 보고 싶었을 것이다.”
“.......!”
마운룡(麻雲龍)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발했다.
“그렇다면 무영야제(無影夜帝)란 분이 팔황무고(八荒武庫)로 통하는 비도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뜻이군요!”
“그렇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북리단(北里丹)의 말에 마운룡(麻雲龍)은 의혹의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이상하군요. 무영야제(無影夜帝)란 분은 어째서 팔황무고(八荒武庫)까지 들어왔다가 아무 것도 훔치지 않고 그냥 돌아갔을까요?”
“그것은 무영야제(無影夜帝) 역시 중원인이기 때문이다!”
북리단(北里丹)의 그 말에 마운룡(麻雲龍)은 흠칫했다.
하나,
이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영야제(無影夜帝)는 일대의 도적이긴 했으되 중원혼의 수호자인 십왕전에는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북리단(北里丹)은 문득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팔황무고(八荒武庫)를 잘 살펴보거라. 어쩌면 무영야제(無影夜帝)는 그곳 어디에 자신의 절기를 남겨두었을 지도 모른다.”
이어,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제 네게 본좌의 유언을 남길 때가 되었구나!”
순간,
“유........ 유언이라니요?”
마운룡(麻雲龍)은 깜짝 놀라며 북리단(北里丹)을 주시했다.
북리단(北里丹)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런 몰골로 더 살아야 하겠느냐?”
그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본좌가 인륜을 어기고도 지금껏 살아남은 이유는 십왕전주(十王殿主로)서의 의무가 그만큼 막중했기 때문이다. 이제 네게 모든 짐을 넘겨주게 되었으니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
“.........!”
마운룡(麻雲龍)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침음했다.
그는 북리단(北里丹)의 심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북리단(北里丹)은 침중한 표정으로 마운룡(麻雲龍)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안에 십왕전주(十王殿主로)로서 내가 네게 해주고 싶은 모든 내용이 들어있다!”
말과 함께,
그는 약실의 한곳에서 한 권의 두툼한 비단책자를 꺼내 마운룡(麻雲龍)에게 건네주었다.
<십왕혈세록(十王血洗錄)>
비단책자의 표지에는 그 같은 글이 수려한 필체로 적혀있었다.
북리단은 책자를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침입자들은 대부분 변황(邊荒)쪽의 무공을 펼쳤다. 이로 미루어 보아 본전의 공격을 주도한 세력은 천외구중천(天外九重天)일 것이다. 천외구중천(天外九重天) 중 네 개 문파의 무공수법이 침입자들에 의해 시전 되었으며 그 자세한 내용은 십왕혈세록(十王血洗錄)에 수록되어 있다.”
“.............!”
마운룡(麻雲龍)은 엄숙한 표정으로 북리단(北里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침입자들 중에는 듣도 보도 못한 기괴무쌍한 무공을 쓰는 자들도 있었다. 나의 두 다리를 자른 자도 역시 그 미지의 마공을 쓴 자였다!”
말과 함께,
북리단(北里丹)은 자신의 가슴팍의 누더기 옷을 좌우로 벌렸다.
순간,
“.............!”
마운룡(麻雲龍)은 흠칫했다.
북리단(北里丹)의 가슴팍,
하나의 장인(掌印)이 마치 피를 칠한 듯 시뻘겋게 찍혀있지 않은가?
“이 혈장인(血掌印)은 무서운 파괴력을 지녔다. 이것을 시전한 자는 검은 복면을 쓴 자였는데 단 일장에 본좌의 철사신강의 호신강기를 박살내 버렸다. 놈은 본좌의 호신기공을 먼저 파괴한 뒤에 다시 손을 써 나의 두 다리를 으스러뜨렸다!”
북리단(北里丹)은 분노의 음성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북리일족(北里一族)의 철사신강!
그것은 가히 중원제일이라 할 수 있는 강맹한 호신기공이었다.
한데,
그 철사신강을 복면괴인은 단 일장에 파괴한 것이었다.
문득,
북리단(北里丹)은 득의의 표정으로 통쾌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 하지만 그놈도 대가를 치루어야만 했다. 놈이 내 두 다리를 으스러뜨리는 순간 나도 그놈의 왼쪽 눈을 후벼내었으니까!”
그는 다시 마운룡(麻雲龍)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무림에 나가거든 왼쪽 눈이 없는 애꾸를 찾아보거라. 그놈의 손바닥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 쇄심혈장(碎心血掌)을 쓰려는 징조이니 주의하고!”
“명심하겠습니다!”
마운룡(麻雲龍)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북리단(北里丹)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하늘은 결국 우리 십왕전을 완전히 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네가 유일한 수호전사(守護戰士)다! 그 지위는 명예롭지만 외롭고도 험난한 형극의 자리이기도 하다!”
“..............!”
북리단(北里丹)의 얼굴에는 비장한 신색이 어렸다.
“네가 다시 무림에 나갈 때쯤이면 중원 전체가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화해있을 것이다. 그 겁난으로부터 중원을 수호하는 것이 네 임무이며 의무다!”
그는 엄숙한 어조로 힘주어 말했다.
“각골명심하겠습니다!”
마운룡(麻雲龍)은 진중한 어조로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바로 그 때,
슥!
북리단(北里丹)이 돌연 하나 남은 손으로 마운룡(麻雲龍)의 정수리를 눌러왔다.
“............!”
마운룡(麻雲龍)은 질겁했다.
하나 그가 무어라고 입도 떼기도 전에,
우르릉-----!
그의 정수리로 무서운 잠경이 노도같이 쏟아져 들어왔다.
순간,
(으윽!)
마운룡(麻雲龍)은 골이 뻐개지는 듯한 극렬한 고통을 느끼며 신음했다.
그런 그의 귓전으로 북리단(北里丹)의 담담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황(娥皇)을 부탁한다. 그 아이는 천애고독한 몸이니 네가 잘 보살펴다오!”
그의 음성은 마치 차츰 어디론가 사라지듯 마운룡(麻雲龍)의 귓전에서 멀어졌다.
“............!”
부르르르..........!
마운룡(麻雲龍)은 온통 대뇌를 뒤흔들며 쏟아져 들어오는 무서운 잠경에 벼락을 맞은 듯 전신을 세차게 경련했다.
그와 함께,
그는 아득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우르릉............
노도 같은 무서운 잠경은 계속 마운룡(麻雲龍)의 정수리를 가르며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었다.
아아!
새로운 십왕전주(十王殿主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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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삼년(狂風三年)----------!
지난 삼년을 무림인들은 그렇게 일컬었다.
광란(狂亂)의 시대,
단 삼년동안 중원무림(中原武林)은 천년간 쌓아온 질서와 긍지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도의와 정의(正義)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패권(覇權)과 야심(野心)만이 삭막한 무림을 휩쓸고 있었다.
한시도 피바람이 멈춘 날이 없었다.
오오........
처참하도다.
하늘이여..........
수천수만의 생명이 피를 뿌리며 죽어갔다.
오직 원한과 통곡, 죽음의 공포만이 처처에 도사리고 있는 중원무림,
이 모든 것은 바로 칠년 전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의 돌연한 궤멸에서 연유된 것이었으니.........
중원의 결속의 상징이었던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
그것의 괴멸은 힘의 공백을 초래했다.
자연히, 그 틈을 이용하여 수많은 야심가들이 패권의 야심을 키웠다.
게다가,
십왕전에서 흘러나온 일곱 권의 비급(秘笈)이 혼란을 한층 가중시켰다.
독신편(毒神篇)
천풍귀서(天風鬼書)
신륜경(神輪經)
조화구곡(造化九曲)
빙하진결(氷河眞訣)
금강대구품(金剛大九品)
만색환희보(萬色歡喜譜)
수호십왕(守護十王)이 남긴 십왕경(十王經) 중 일곱 권의 비급(秘笈)!
그것이 무림인들에게 던진 유혹은 실로 엄청났다.
지천한 하오문의 잡배라도 그 일곱 권의 비급(秘笈) 중 한 권을 손에 넣으려 혈안이 되었다.
그 한 권의 비급(秘笈)만 수중에 들어오면 단시일 내 초일류고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무림인들이 눈을 까뒤집고 덤벼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명예와 도의를 중요시하던 정파무림에서조차 혈안이 되어 십왕경을 손에 넣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에,
현자(賢者)들은 무림에 유출된 그 일곱 권의 비급(秘笈)을 앙화칠경(殃禍七經)이라 하며 저주했다.
삼 년 동안 적어도 오만 명 이상의 인명이 앙화칠경(殃禍七經) 때문에 희생되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앙화칠경(殃禍七經)으로 인한 혈겁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앙화칠경((殃禍七經)이 천하(天下)를 얻게 해주는 보물이라기보다 재앙을 불러들이는 화근임을 인식한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무림의 곳곳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새로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의 소멸에서 초래된 힘의 공백을 틈타 각지에서 무림패권을 노리는 세력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림의 현자들은 이들의 대두를 우려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쩌면 앙화칠경((殃禍七經)에 의해 야기된 혈겁보다 몇 배 더한 대혈겁이 장차 그들로 인해 도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신흥세력 중 대표적인 것은 모두 여섯 개였다.
그것들은 대략 이러했다.
섬서의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
공포의 살수집단(殺手集團) 천잔마방(天殘魔幇)
북망일대의 신흥세력 구유마부(九幽魔府)
강남일대의 쾌활림(快活林)
구주황금막(九州黃金莫)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
바로 이들이었다.
이름하여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
그들 육파 중에 장차 무림패자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은 각가지 수단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켰다.
살수집단인 천잔마방(天殘魔幇)을 제외한 나머지 오파는 싸우기 보다는 무림인들을 유혹하여 그 세력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
그들은 무공으로 무림인들을 유혹했다.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에는 헤아릴 수 없는 상고비급(上古秘笈)들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그 중 한 가지만 얻어도 독패천하(獨覇天下)할 수 있다고 했다.
엄청난 유혹을 던지는 소문,
하나 그것은 전혀 헛소문이 아니었다.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에 가입한 자들은 과연 단시일 내 몇 배 강한 고수로 화하는 것이 아닌가!
무릇,
무림인들에게 있어 무공이란 생명과도 같은 법,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의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수많은 무림인들이 섬서의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으로 몰려들었다.
쾌활림(快活林)림,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오직 쾌락, 그것이었다.
쾌활림(快活林)림에서 얻지 못하는 쾌락이란 없다!
그런 소문이 숱한 무림인들을 현혹시켰다.
여자를 좋아하는 자는 천하절색의 미녀를,
술을 좋아하는 자는 황제라야 맛볼 수 있는 천하명주를,
그리고 도박을 좋아하는 자는 어떤 종류의 도박이라도 마음대로 선택하여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히 지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쾌락이라도 쾌활림(快活林)림에서는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실로 무서운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삼극동심맹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던 강호의 한량과 고수들이 마치 불을 본 나비처럼 속속 쾌활림(快活林)림으로 몰려들었다.
그리하여,
삼 년이 못되어 쾌활림(快活林)림은 그 세력을 강남일대에 전폭적으로 확산시켰다.
그 같이 폭발적으로 세력을 넓힌 문파는 유래에 없었다.
가히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구주황금막(九州黃金莫),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무한대의 재화였다.
황금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없다.
이것이 구주황금막(九州黃金莫)의 장담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허언도 아니었다.
세상에 황금으로 이루지 못할 것은 전무하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었다.
단 한 가지라도 쓸만한 재주를 지닌 자라면 구주황금막(九州黃金莫)에 가서 자신의 재능을 팔 수 있었다.
그 재능에 합당한 대가를 받고!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
이름 그대로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에는 절세(絶世)의 신병(神兵)과 희세(稀世)의 기진이보(奇眞異寶)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
수많은 무림인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알려진 춘추오대신검(春秋五大神劍), 즉 간장(干將), 막사(莫邪), 어장(魚臟), 거궐(巨厥) 등의 신검(神劍)들이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에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
진정 진귀한 신기(神器)를 원한다면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로 가야했다.
거대한 흐름이랄까?
앙화칠경((殃禍七經)으로 겁풍에 휘말렸던 무림은 어느덧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에 의해 판도가 재구성되어 갔다.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이 사라지고 수호십왕전(守護十王殿)을 사실상 형성하던 천세사대명가가 사라진 지금,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에 필적하는 세력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나,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무도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의 진정한 배후를 알지 못했다.
혹자는 그들이 앙화칠경((殃禍七經)을 얻은 무리라고도 하고, 또 혹자는 그들이 변황동맹(邊荒同盟)과 모종의 관련이 있다고도 했다.
하나, 그 어느 것도 확연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해는 저물어 어느덧 북방으로부터 눈(雪)의 여신이 강하하여 대륙은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정중동(靜中動)이라고나 할까? 겉보기에는 얼어붙은 듯한 대륙의 지표(地表) 하(下)에서는 거대한 용암이 폭발을 기다리며 꿈을 키우고 있었다.
한 번 폭발하면 구주를 피로 적실 엄청난 겁난(劫亂)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또 얼마나 많은 인간의 피를 대지는 마셔야만 할 것인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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