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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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의 일기장☜☜
호남은 키스를 가장 고농도의 섹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호남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정을 하고 말았다. 대지를 집어삼킬 만큼 강한 폭풍이 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일을 끝내고 난 호남은 순실이가 자신의 입에 물고 붙여 준 담배를 피웠다. 담배 맛이 매우 좋다고 생각했다.
순실이도 담배를 태우면서 그 방의 주인인 분희에 대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빠. 있잖아, 우리 언닌 나중에 꼭 국회의원이 될 거야."
"국회의원?"
"그래. 이탈리아에선 포르노 스타도 국회의원이 되잖아."거긴 이탈리아니까."
"하지만 우리 언니도 가능해. 이번에 대학에도 합격했는 걸."
"대학?"
"그래. 그러니까 우리 언니가 나중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오빠도 꼭 찍어 줘."
"지역구가 같아야 하는 거 아니니?"
"오빠가 이사 오면 되는 거 아니야?"
"......"
순실이는 자랑하듯 얘기했지만 호남은 액면 그대로 믿기가 어려웠다. 입이 가벼운 여자는 그만큼 실속있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던가. 그는 이 여자가 자신을 희롱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는 곧 자기가 한 말을 후회하는 눈치였다.
"아, 아니야, 오빠. 정말 난 주둥이가 싸서 탈이야. 실은 내가 그냥 꾸며서 해본 말이야. 죄다 거짓말이라구. 이 바닥에서 대학은 무슨 대학, 다 꿈 같은 얘기지, 그치? 언니한테 내가 이런 얘기 하더라고 하지 마, 오빠. 내가 공갈만 친다고 혼나니까."
순실이는 잠시 머무적거리다가 말을 덧붙였다. 그러더니 순실이는 탁상시계를 보면서,
"이제 언니 올 때가 됐네."
하고는 갑자기 들이닥쳤듯이 갑자기 나가 버렸다.
호남은 요 위에서 일어나 분희가 빨아 놓은 옷가지를 주섬주섬 입었다. 그러곤 무릎으로 기어 책상머리로 다가가 앉았다. 책꽂이에 판형마다 등을 맞추어 꽂혀져 있는 책들은 그 종류가 가지가지였다. 문학서적이나 주간지며 여성용 월간지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회과학 분야 서적 등 제법 어려운 책도 눈에 띄었다. 뜻밖의 책에 당황한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번엔 책상서랍을 열어보았다.
호남은 더욱 놀랐다. 서랍 속에는, 대학입시용 참고서들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 책들을 뒤지다가 그는 그 가운데 끼어 있는 특별한 노트를 한 권 꺼냈다. 그것은 페이지마다 예쁜 삽화가 깔린 일기장이었다. 그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목젖까지 치밀어오른 궁금증을 삭히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관심닿는 부분을 숙독해 나갔다.
198X년 X월 X일
꽃은 떨어져도 줄기는 살아 있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에 의해 저마다 가꿔 온 꽃들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전부 잃은 건 아니다. 처음 이 일을 당하고는 수치감 때문에 몇 번이고 죽으려 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맹세한다.
나는 이제부터 여자의 육체와 순결을 한 가지로 보지 않기로 했다. 여자의 순결은 결국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까. 몸은 지켰어도, 돈에 미치고 그 밖의 다른 무엇에 미쳐 마음의 순결을 잃어 버렸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의 육체는 결코 우리 스스로 원해서 버린 게 아니다. 마음이 순결하지 않은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음의 순결만큼은 언제까지고 지켜나갈 것이다. 그래서 순결하지 않은 세상과 싸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각 페이지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적혀 있었지만, 여자가 생각하고 있는 주제는 거의 일관되어 있었다. 그는 제법 논리정연한 분희의 문장력에 놀라면서 쭈욱 읽어나가다가, 최근에 씌어진 한 부분을 읽고서 무의식중에 일기장을 떨어 뜨리고 말았다.
198X년 X월 X일
내가 K대 법학과에 합격을 했다. 낮에 몇 시간씩 꾸준히 검정고시 학원에 다닌 보람이 있다. 돈도 좀 모아 놓았다. 내가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 주인엄마, 그리고 순실이, 영님이에게 고맙다. 그러나 등록을 한다고 해도 문제는 많다. 여길 떠나는 문제도 그렇고, 바깥 사람들 틈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하지만 나는 꼭 해내고 말 것이다.
이곳엔 아주 마음이 못돼먹은 애들도 있지만, 영님이나 순실이처럼 착하고 불쌍한 애들이 얼마든지 많다. 나는 단지 나만 위해서가 아니라 그애들을 위해서도 공부해 온 것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판검사가 되든, 또는 국회의원이 되든 시장이 되든......아니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
그래서 우릴 이런 길로 몰아넣은 악마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그늘진 곳에서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다. 물론 몇 십 년 후가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꼭 해내고 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끝까지.
호남은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그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러나 잘못 본 것도, 꿈을 꾼 것도 아니었다. 일기는 그 뒤로도 몇 장 더 씌어져 있었다. 그는 붕어처럼 입을 벌린 채 한 부분을 더 읽어나갔다. 분희는 며칠 전에도 호남 말고 다른 한 남자를 구해 주었던 모양이었다.
198X년 X월 X일
간밤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한 남자를 일으켜 내 방에서 재운다. 술에 취한 남자는 더 무겁다.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자주 술에 취해 들어오던 오빠가 생각난다. 이 남자는 꼭 오빠처럼 생겼다. 핼쓱한 모습이 그렇다.
아무튼 측은해 보이는데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내 손으로 끌어들였지만, 아무래도 화대는 받아두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데 화대를 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표가 여섯 장, 모두 60만 원이나 갖고 있었다.
불쑥 그 돈에 욕심이 생겼다. 대학에 등록하려면 돈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대학에 다니려면 이 생활도 그만둬야 할텐데 등록금을 빌린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제 빚은 없지만, 그만두려면 오히려 내 몸값을 치러줘야 하는 게 상식일 테니까.
그 동안 모아둔 돈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기도했던 영님이 병원비로 다 빌려 주었다. 그 애는 언니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하루빨리 몸이 완쾌되기만 바
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데 있어갖곤 병이 잘 낫지 않는다. 마음의 병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할 텐데.
호남은 키스를 가장 고농도의 섹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호남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정을 하고 말았다. 대지를 집어삼킬 만큼 강한 폭풍이 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일을 끝내고 난 호남은 순실이가 자신의 입에 물고 붙여 준 담배를 피웠다. 담배 맛이 매우 좋다고 생각했다.
순실이도 담배를 태우면서 그 방의 주인인 분희에 대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빠. 있잖아, 우리 언닌 나중에 꼭 국회의원이 될 거야."
"국회의원?"
"그래. 이탈리아에선 포르노 스타도 국회의원이 되잖아."거긴 이탈리아니까."
"하지만 우리 언니도 가능해. 이번에 대학에도 합격했는 걸."
"대학?"
"그래. 그러니까 우리 언니가 나중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오빠도 꼭 찍어 줘."
"지역구가 같아야 하는 거 아니니?"
"오빠가 이사 오면 되는 거 아니야?"
"......"
순실이는 자랑하듯 얘기했지만 호남은 액면 그대로 믿기가 어려웠다. 입이 가벼운 여자는 그만큼 실속있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던가. 그는 이 여자가 자신을 희롱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는 곧 자기가 한 말을 후회하는 눈치였다.
"아, 아니야, 오빠. 정말 난 주둥이가 싸서 탈이야. 실은 내가 그냥 꾸며서 해본 말이야. 죄다 거짓말이라구. 이 바닥에서 대학은 무슨 대학, 다 꿈 같은 얘기지, 그치? 언니한테 내가 이런 얘기 하더라고 하지 마, 오빠. 내가 공갈만 친다고 혼나니까."
순실이는 잠시 머무적거리다가 말을 덧붙였다. 그러더니 순실이는 탁상시계를 보면서,
"이제 언니 올 때가 됐네."
하고는 갑자기 들이닥쳤듯이 갑자기 나가 버렸다.
호남은 요 위에서 일어나 분희가 빨아 놓은 옷가지를 주섬주섬 입었다. 그러곤 무릎으로 기어 책상머리로 다가가 앉았다. 책꽂이에 판형마다 등을 맞추어 꽂혀져 있는 책들은 그 종류가 가지가지였다. 문학서적이나 주간지며 여성용 월간지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회과학 분야 서적 등 제법 어려운 책도 눈에 띄었다. 뜻밖의 책에 당황한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번엔 책상서랍을 열어보았다.
호남은 더욱 놀랐다. 서랍 속에는, 대학입시용 참고서들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 책들을 뒤지다가 그는 그 가운데 끼어 있는 특별한 노트를 한 권 꺼냈다. 그것은 페이지마다 예쁜 삽화가 깔린 일기장이었다. 그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목젖까지 치밀어오른 궁금증을 삭히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관심닿는 부분을 숙독해 나갔다.
198X년 X월 X일
꽃은 떨어져도 줄기는 살아 있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에 의해 저마다 가꿔 온 꽃들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전부 잃은 건 아니다. 처음 이 일을 당하고는 수치감 때문에 몇 번이고 죽으려 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맹세한다.
나는 이제부터 여자의 육체와 순결을 한 가지로 보지 않기로 했다. 여자의 순결은 결국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까. 몸은 지켰어도, 돈에 미치고 그 밖의 다른 무엇에 미쳐 마음의 순결을 잃어 버렸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의 육체는 결코 우리 스스로 원해서 버린 게 아니다. 마음이 순결하지 않은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음의 순결만큼은 언제까지고 지켜나갈 것이다. 그래서 순결하지 않은 세상과 싸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각 페이지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적혀 있었지만, 여자가 생각하고 있는 주제는 거의 일관되어 있었다. 그는 제법 논리정연한 분희의 문장력에 놀라면서 쭈욱 읽어나가다가, 최근에 씌어진 한 부분을 읽고서 무의식중에 일기장을 떨어 뜨리고 말았다.
198X년 X월 X일
내가 K대 법학과에 합격을 했다. 낮에 몇 시간씩 꾸준히 검정고시 학원에 다닌 보람이 있다. 돈도 좀 모아 놓았다. 내가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 주인엄마, 그리고 순실이, 영님이에게 고맙다. 그러나 등록을 한다고 해도 문제는 많다. 여길 떠나는 문제도 그렇고, 바깥 사람들 틈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하지만 나는 꼭 해내고 말 것이다.
이곳엔 아주 마음이 못돼먹은 애들도 있지만, 영님이나 순실이처럼 착하고 불쌍한 애들이 얼마든지 많다. 나는 단지 나만 위해서가 아니라 그애들을 위해서도 공부해 온 것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판검사가 되든, 또는 국회의원이 되든 시장이 되든......아니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
그래서 우릴 이런 길로 몰아넣은 악마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그늘진 곳에서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다. 물론 몇 십 년 후가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꼭 해내고 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끝까지.
호남은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그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러나 잘못 본 것도, 꿈을 꾼 것도 아니었다. 일기는 그 뒤로도 몇 장 더 씌어져 있었다. 그는 붕어처럼 입을 벌린 채 한 부분을 더 읽어나갔다. 분희는 며칠 전에도 호남 말고 다른 한 남자를 구해 주었던 모양이었다.
198X년 X월 X일
간밤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한 남자를 일으켜 내 방에서 재운다. 술에 취한 남자는 더 무겁다.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자주 술에 취해 들어오던 오빠가 생각난다. 이 남자는 꼭 오빠처럼 생겼다. 핼쓱한 모습이 그렇다.
아무튼 측은해 보이는데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내 손으로 끌어들였지만, 아무래도 화대는 받아두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데 화대를 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표가 여섯 장, 모두 60만 원이나 갖고 있었다.
불쑥 그 돈에 욕심이 생겼다. 대학에 등록하려면 돈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대학에 다니려면 이 생활도 그만둬야 할텐데 등록금을 빌린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제 빚은 없지만, 그만두려면 오히려 내 몸값을 치러줘야 하는 게 상식일 테니까.
그 동안 모아둔 돈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기도했던 영님이 병원비로 다 빌려 주었다. 그 애는 언니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하루빨리 몸이 완쾌되기만 바
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데 있어갖곤 병이 잘 낫지 않는다. 마음의 병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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