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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추억6권-6. 질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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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919 회 작성일 24-02-17 19: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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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질투의 그림자
여자가 남자에게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는 것은 대개의 경우 자기 육체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미야모또 자신은 세이꼬가 그러기 전까지는 여자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다. 선배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는 여자의 심리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야 당신 쪽이 좋죠.”
여자들은 남자가 그렇게 대답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의 남자는 그렇게 대답한다.
그러나 그것은 묻고 있는 여자와 단둘이 있을 때이고, 대개는 잠자리에서의 질문이다.
지금 미야모또는 그 한쪽 여자인 아야꼬의 애무를 받고 있다. 아야꼬의 귀는 미야모또가 어떤 질문을 받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을 것이다. 질문하고 있는 세이꼬는 전화의 저쪽에 있지 이곳에 있지 않다. 설사 미야모또가 세이꼬 쪽을 더 좋게 생각하고 있어도 그것을 사실대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런 이치를 다 알고 세이꼬는 묻고 있는 것이다.
“개성이 달라요. 어느 쪽이나 다 좋아요.”
미야모또가 그렇게 대답하자 아야꼬의 혀의 움직임이 더욱 세차졌다.
세이꼬가 웃었다.
“언제가 한번 따져 보겠어요. 하지만 안심했어요. 이제는 소개해 준 보람이 있군요. 아야꼬에게 전해 줘요. 약속대로 옷 한 벌 받아야 하겠다구요.”
“옷요?”
“그래요. 내가 당신을 소개해 주고 받는 보수예요. 내가 당신을 팔았어요.”
“예?”
“하지만 완전히 넘겨준 것은 아니니까 그것을 기억해 두세요, 반만 팔았으니까요. 한 번 빌려 입은 옷이 마음에 들어요. 그것을 갖겠어요. 미야모또 씨, 일 주일 안으로 회사에 전화해 주세요.”
“알았어요.”
“꼭요. 날 안 만나고는 못배길 걸요.”
미야모또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는데도 아야꼬는 여전히 눈을 감고 혀를 굴리고 있었다. 미야모또는 허리를 들어 빼고 겨드랑 밑으로 두 손을 넣어 그녀를 안아올렸다.
“왜 세이꼬가 더 좋다고 말하지 않았죠?”
“그런 마음에 없는 말은 못해요.”
“마음에 없지도 않을 텐데요.”
“아뇨, 그렇게 말하면 거짓말이 돼요.”
“정말? 아이 좋아!”
아야꼬는 미야모또에게 매달렸다. 질문하는 세이꼬의 태도에는 연상의 여인임을 느낄수 있는 고압적인 면이 있었다. 그에 비해서 아야꼬는 애처로웠다.
두 사람은 서로 부등켜안고 이층으로 올라가 요 위에 쓰러졌다. 미야모또는 그대로 아야꼬의 옷을 벗기고 자기도 알몸이 되었다.
서로 애무를 하다가 아야꼬는 그의 귓불을 자근자근 씹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층으로 이사 와요. 방세가 절약되니 그만큼 책을 살 수 있잖아요?”
미야모또는 그 말을 그저 달콤한 속삭임일 뿐 현실적으로 가능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단순한 학생이라면 당장 그 말에 응하겠지만 그만한 분별력은 있었다.
그러나 아야꼬 두 육체가 결합되어 격렬한 흥분 속에서 몽롱하게 도취도어 있을 때 자기 몸안에 있는 그의 육체에 경련을 전하면서도 또 같은 말을 꺼냈다.
“그럴 순 없어요. 도모꼬가 반대할 것이고, 이웃의 눈이 있어요.”
“도모꼬가 반대하지 않는다면요?”
미야모또가 입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내게는 어울리지 않아요.”
미야모또는 그 주일 수요일에 세이꼬에게 전화를 했다.
세이꼬는 목청을 높이며 기뻐했다. 두 사람은 저녘 때 그 술집에서 만났다.
한 시간 정도 마시고 나서 여관으로 갔다.
역시 세이꼬는 적극적으로 그를 리드하였으며, 그래서 그는 동년배의 여자나 아야꼬에게서 맛볼 수 없는 수동의 기쁨을 즐길 수 있었다.
‘역시 이 여자와 만나는 것도 나에게는 귀중한 즐거움이다. 이 여자와 헤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계속 두 번 절정에 이르기까지 세이꼬는 정신없이 취해 있었으며 얘기도 별로 없었다.
잠깐 쉬기 위해서 몸을 떼고 엎드려 담배를 문 미야모또의 어깨에 세이꼬가 팔을 올려 놓았다.
“저어, 우리 회사의 독신 남자를 아야꼬에게 소개할까 해요.”
“재혼을 위해서요?”
“아뇨, 아야꼬의 남편이 될 만한 사람은 아녜요. 이렇게 즐길 상대로.”
“그럼 나와 마찬가지로 세이꼬 씨가 먼저 맛봤겠군요.”
“아뇨, 아무 일도 없었어요. 하지만 멋있는 사람이고 뒤탈이 없을 거예요. 당신과 아야꼬 사이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야겠어요. 당신을 내가 되찾아야겠어요.”
“……”
“싫어요?”
미야모또는 담뱃불을 끄고 세이꼬를 안았다.
“난 아야꼬 씨에게 빠지지 않아요.”
“하지만 나하고는 오늘밤이 마지막이죠?”
“누가 그런 말을 해요?”
“얼굴에 그렇게 써 있어요.”
“그것은 오해예요.”
“아야꼬는 당신을 자기집에 들여놓을 생각이에요.”
“그럴 순 없어요.”
“비어 있는 방에 학생을 하숙시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가면 안 돼요. 매일밤 졸라댈 테니까요.”
세이꼬는 그의 것을 꼭 잡았다.
“이것을 혹사 당해서 공부할 수도 없어요. 그러지 말아요.”
“당연하죠. 난 그럴 생각 없어요.”
“그렇게 되면 당신을 만나기 어려워져요. 본가인 내가 손을 떼야 하다니, 싫어요!”
그 뒤 세이꼬는 일요일 낮에 전화로 물었던 질문을 또 꺼냈다.
“나하고 아야꼬 중 어느 쪽이 좋죠? 화내지 않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 봐요.”
‘아야꼬가 예상한 대로다.’
하고 미야모또는 생각했다. 일요일 저녁, 이불 속에서 아야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 다음에 세이꼬를 만나면 어느 쪽이 좋으냐고 끈질기게 물을 거예요. 여고 시절부터 친구에게 지기 싫어한 여자였으니까요. 여장부형의 여자에게 흔히 있는 버릇이에요. 그럴 땐 말예요. ‘세이꼬 씨가 좋아요.’하고 말해 줘요. 그것이 거짓말이래도 마음 편하니까요.”
그런 아야꼬의 착한 말을 생각하면서 미야모또는 세이꼬의 아랫도리를 애무했다.
“어느 쪽이냐 하면, 세이꼬 씨의 이것이 더 매혹적이에요.”
낯간지러움을 느끼면서 그렇게 말했다.
“어디가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절정감도 훨씬 좋아요. 그래서 난 아야꼬 씨에게만 열중할 수 없어요.”
“다음엔 언제 만나요?”
“아직 몰라요. 내가 전화하기로 했어요.”
“아야꼬는 분명 매일 전화통 앞에서 당신 전화만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전화하지 말아요. 그러면 틀림없이 아야꼬가 울면서 나한테 매달릴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매일 나한테 전화해야 해요.”
세이꼬의 의도는 뻔했다. 다시 두 사람이 결합됐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이것도 그녀다운 일이다.
‘이 여자를 거역하면 이 여자와의 정사는 물론 아야꼬와의 사이도 끊어지고 만다.’
미야모또는 그러기로 했다.
목, 금, 토요일에 그는 세이꼬에게 전화했다.
“아야꼬는 참 끈질겨요. 그냥 당신 전화만 기다리고 있어요. 아마 이번 주일이 한도일 거예요. 전화하면 안 돼요. 다음 주는 반드시 나한테 전화해 올 거예요.”
“세이꼬 씨를 만나고 싶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회사는 토요일도 다섯 시까지 일해요.”
“안 돼요?”
“당신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갈께요.”
여섯 시에 그의 방으로 찾아온 세이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남편이 오늘밤 친구들을 데리고 온대요.”
두 사람은 부랴부랴 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하고 싶으면 남편과 할 수 있는데 나를 위로하러 와줬군요. 감사해요.”
“내가 아야꼬에게 전화하지 못하게 했으니 당연하죠.”
월요일 저녁, 습관적으로 세이꼬에게 전화했다.
‘세이꼬가 나와 아야꼬 사이를 떼어 놓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까지 미야모또는 그런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전화를 받은 세이꼬가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다.
“아야꾜가 전화했어요. 어제 아침에 우리집으로 말예요. 역시 일 주일이 한도였어요. 생각했던 대로 매일 당신 전화를 기다리느라고 외출도 못했대요. 이젠 전화해 줘요.”
이상하게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들뜬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좋아요. 내가 당신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한 것도 얘기해도 좋아요. 나도 그렇게 얘기했으니까요.”
미야모또는 아야꼬에게 전화했다.
“어머, 미야모또 씨. 미야모또 씨죠?”
“그렇습니다.”
“기뻐요. 아침부터 계속 기다렸어요. 오늘 만날 수 있어요.”
“예, 그쪽으로 가겠어요. 몇 시가 좋을까요?”
“지금이라도 좋아요. 여기서 자기로 하고 오세요.”
“예, 하지만……”
“도모꼬는 괜찮아요. 당신은 염려하지 말아요.”
미야모또가 아야꼬의 집에 도착한 것은 여섯 시였으며, 식탁에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미야모또를 맞은 아야꼬의 눈은 촉촉이 젖어 요염하게 빛났다.
도모꼬도 있었다. 도모꼬는 예의바르게 인사한 뒤 일요일에 공부를 도와준 감사의 말을 했다. 영리한 눈망울이 맑게 빛났다.
‘아야꼬는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해줬을까?’
미야모또는 곧 식탁으로 안내되었다. 도모꼬도 식탁에 앉았다.
“도모꼬, 나 때문에 배고픈 것을 참고 있은 것은 아니니?”
“아녜요. 배고프지 않았어요.”
식사를 마친 다음 차를 미시면서 미야모또의 학생다운 열변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도모꼬에게 아야꼬가 말했다.
“도모꼬야, 미야모또 아저씨가 우리집에 하숙하면 어떻겠니?”
“좋아요. 제 공부도 가르쳐 주실 테니까 찬성이에요.”
모녀가 미리 얘기를 나누었던 것 같았다. 도모꼬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야꼬는 정이 어린 눈으로 미야모또를 바라보았다.
“얘도 좋다고 해요. 지장이 없으면 이 집으로 이사 오세요. 남자가 집안에 있으면 훨씬 마음이 든든할 거예요.”
“나로서는 반가운 말이지만 좀 더 생각하게 해주세요. 지금의 아파트 생활이 아주 자유롭고 익숙해져 있거든요.”
“어머, 여기도 그래요 친구를 데리고 오면 안 된다던가, 밤에 일찍 문을 닫는 다던가, 그런 제한은 안 하겠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미야모또는 연상인 아야꼬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꼈다.
‘이 여자는 착해서 남자에게 넘어가기 쉬운 타입이구나. 만약 내가 나쁜 남자라면 쉽게 재산을 삼켜 버리겠구나.’
“사람을 너무 쉽게 믿으면 안 돼요. 집에 들어온 다음에 악당의 본색을 들어내면 야단납니다. ”
다소 위협적인 말투로 타일렀다.
그라자 엄마가 말하기 전에 도모꼬가 끼어들었다.
“아저씨는 그런 사람 아냐!”
“그렇지.”
아야꼬가 맞장구를 쳤다.
미야모또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 아직 숙제가 남아 있어요.”
도모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자기가 먹은 식기를 부엌에 갔다놓고 다시 와서 미야모또에게,
“오늘밤은 가르쳐 주시지 않아도 될 거예요.”
하고 웃으며 말한 뒤 자기방으로 갔다. 어린 아이가 끝까지 한자리에 있는 것은 예의 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야모또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자고 가도 돼요?”
아야꼬가 끄덕였다.
“괜찮아요. 저 애에게도 그렇게 말했어요.”
보통 아이라면 혼자몸이 된 엄마가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것을 반대할 것이다. 아니며, 도모꼬는 미야모또를 자기보다 조금 연상인 사람으로 보고 엄마의 남자라고는 느끼지 않는지도 모른다.
미야모또는 계속 술을 마셨다. 잠시 동안 학업이나 학생운동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말소리가 아이에게 들릴 것을 생각해서였다.
세이꼬에 관해서 작은 소리로 말하기 시작한 것은 아야꼬였다.
“지난 수요일에 세이꼬를 만났죠?”
말소리도 표정도 온화했으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예, 만났어요.”
“토요일에도 만났나요?”
“그래요.”
“당신이 졸라서 만났나요?”
“여기에 전화하는 것을 말렸어요.”
“알아요. 당신은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말렸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자기가 일 주일에 두 분이나 만나면 마찬가지가 아녜요.”아야꼬가 다가앉으며 계속 말했다.
“난 걱정했어요. 세이꼬의 남편이 알면 당신 큰일나요.”
“나도 그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위험을 알면서도 만나고 싶어요? 역시 나만으로는 불만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당분가은 그 여자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야꼬의 태도에 반응해서 그의 몸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미야모또는 장지문 쪽을 돌아보고 아야꼬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아야꼬는 더욱 다가와서 그가 시키는대로 바지 위로 그것을 쥐었다.
“그동안 두 번이나 세이꼬를 만나다니 싫어요!”
원망하는 말투였다.
아홉 시 조금 전에 도모꼬가 나왔다.
“졸리워요.”
도모꼬가 하품을 하며 부엌으로 갔다. 아야꼬가 타이르듯 말했다.
“자기 전에 이를 닦아야지.”
곧 되돌아온 도모꼬는 방바닥에 손을 짚고 공손하게 인사하고 돌아갔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후 30분이 지나서 미야모또는 이층으로 안내되었다. 방안에는 이미 이불이 깔려 있었고, 베개 둘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것, 도모꼬는 안 봤겠죠?”
“그 애는 이 방에 안 들어와요.”
“그런데 정말 여기서 자도 돼요?”
머리를 갸우뚱거리는 미야모또에게 그녀는 안겨 들었다.
“염려 말아요. 그 애는 제게 맡기세요.”
“4학년이면 남녀의 일을 어렴풋이 알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 애는 순해요. 내가 하는 일에 반발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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