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면신협(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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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림(暴風林).
무산(巫山)의 서단에 자리한 울창한 수림.
수천 년을 살아온 거목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광
활한 수림이었다.
폭풍림의 수림은 일견하기에 무질서하게 자라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지
만 실상 그 중에는 극히 난해한 기문팔괘의 원리가 감추어져 있었다.
나무의 진세(木陣).
그것은 천년 이전에 설치된 것이며 하나의 상고마문(上古魔門)이 자신들
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 베푼 것이었다. 그 상고마문의 이름은 사신마전(四
神魔殿)이었다. 마교십가 중 일가 인.
뜨거운 불볕 더위가 내리쬐는 여름. 폭염이 한껏 기승을 부리는 정오무렵
이었다.
스스슥!
하나의 흐릿한 인영이 폭풍림으로 접어들었다. 그 인물은 폭풍림의 진세
를 흐르듯이 통과하여 지나갔다. 전혀 거칠 것이 없는 기세로 보아 그는 폭
풍림의 목진(木陣)을 잘 아는 듯 했다.
곧 그 인영은 목진을 통과했다. 그러자, 돌연 시야가 탁 트이며 하나의
아늑한 절곡이 나타났다.
삼면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분지. 그곳에는 온갖 기화이초
가 만발해 있었으며 맑은 옥계류가 흐르고 있었다. 세외선경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경치였다.
예의 인영은 소리없이 절곡에 나타났다.
"으음....역시 그렇단 말인가?"
그는 나직이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한 자루 장도를 든 헌앙한 기도의 청
년, 그는 용사추였다.
용사추는 화모(火母) 뇌옥정(雷玉精)의 무공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벽력뇌
강궁에서 보름 정도 머무른 후 이곳 사신마전의 옛터를 찾아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용사추는 자연스럽게 화모 뇌옥정과 부부의 관계를 맺었다.
벽력대제 화천륭에 의해서 폐쇄된 그녀의 공력을 회복시켜주는데는 음양대
법(陰陽大法)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화모가 예전의 막강한 열화진기를 되찾자 그녀의 수련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벽력뇌강궁을 떠나 이곳 폭풍림을 찾아온 것이다.
__그 아이의 이름은 궁자연(宮紫燕)이에요. 그 애를 부탁드려요.
용사추의 뇌리에 잊지 못할 음성이 떠올랐다. 그가 평생 잊지 못할 여인,
그 여인의 온화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그녀는 바로 전궁비연(電弓飛燕) 궁여설이었다.
용사추가 동정을 바쳤던 최초의 여인. 용사추는 그녀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폭풍황(暴風皇)의 딸 궁자연이 있다는 폭풍림에 온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오래 전에 사람의
종적이 끊긴 듯한 십여 채의 석옥들밖에 없었다.
도원선경의 분지 위에 널려져 있는 석옥군들, 하지만 그곳에는 어디에도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용사추는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의 검미가 깊게 찌푸려졌다.
"불사마후로 만들어 진다는 여자가 사신마전 출신이라고 했는데 설마 궁
자연이 그 장본인이란 말인가?"
그의 눈빛이 아주 심각해졌다.
그는 전궁비연 궁여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몸이었다. 이제 입신하여
타인을 돌봐줄 수 있는 능력이 생겼거늘 궁여설의 질녀인 궁자연 하나 보살
펴 주지 못한다면 평생 그는 죄책감속에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용사추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반드시.....구해 낸다!)
그는 강한 의지가 깃든 눈빛으로 내심 다짐했다.
"설사 불사마후가 되어 희대의 마녀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손으로
구해내고 말겠다.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스윽___!
용사추는 굳은 음성으로 맹세하며 몸을 돌렸다. 이어 그는 왔던 길을 되
밟아 빠르게 폭풍림을 벗어났다.
"정말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번뇌마야! 만일 궁자연을 불사마후로 만들
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신형은 이내 까마득히 멀어져 갔다. 살기 어린 그의 독백만이 허공
을 떠돌고 있었다.
이곳은 무산 폭풍림이었다.
__외방산(外方山).
중악(中嶽) 숭산(崇山)은 달리 내방산(內方山)이라고 불린다. 외방산이라
는 지명은 그것이 숭산의 서쪽 변방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
다.
황혼이 지고 있었다. 서천을 붉게 물들이던 황혼이 사그러들며 외방산 곳
곳으로 어둠이 밀려들고 있었다.
스슥!
한 줄기 인영이 어두워져 가는 외방산의 깊은 곳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자는 눈빛이 아주 차가운 금포중년인이었다. 날카로운 매부리코에 독사
의 그것같이 쭉 찢어진 눈매, 일견하여 지극히 잔혹하고 음랄한 성격을 지
닌 인물임을 그 외모로 짐작케 한다.
그런데, 금포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구리에는 한 명의 여인의 축
늘어진 채 끼어 있었다.
나이는 이십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아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여인이었
다. 그녀의 얼굴은 두 가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요염하고 교태로운 빛
이 흐르는가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소녀와 같은 백치미를 함께 지닌
것이었다.
한 얼굴에 나타나 있는 이면적인 분위기는 야릇한 느낌을 주었다.
다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여인은 전신 피부가 엷은 먹물을 뿌린 듯 검다
는 것이었다. 그녀가 뽀얗고 흰 피부를 지녔다면 아마 그 아름다움은 훨씬
더 돋보였으리라.
이윽고, 금포인은 검은 피부의 여인을 옆구리에 낀 채 하나의 음침한 절
곡으로 날아들었다. 그런 그의 어깨에는 무명천으로 둘둘 만 한 자루의 장
도가 짊어져 있었다.
절곡의 끝. 그곳은 갑자기 지면이 뚝 끊긴 천인단애였다.
스으.....스으....
단애 아래에서는 기이하고 검푸른 운무가 뭉클뭉클 치솟고 있었다. 그 운
무는 무려 백여장 높이까지 솟구치고 있었다. 마치 음산하고 신비한 장막을
드리운 듯한 검푸른 안개였다.
그 운무로 인해 까마득한 단애 아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공이 오갑자 이상에 이른 내가고수라면 그 운무의 장막 저편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욱한 운무의 저편, 그곳에는 절곡의 바닥 보다 백여 장 더 높은 하나의
수직석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수직석벽의 중간 쯤에는 하나의 커다란 동굴이 뻥 뚫려 있었
다.
더욱 내공이 강하여 삼백 년 이상의 수위를 지닌 자라면 그 석동 위에 쓰
여진 대전체의 글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불사마궁(不死魔宮)>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마교십가중 일가이며 가장 신비한 천외마문(天外魔
門)이라는 불사마궁이었다.
그들 일족은 오래 전에 멸절되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
니었다. 그들은 멸절된 것이 아니었다. 멸절되기는커녕 그들은 과거보다 두
배 이상 강해진 상태였다.
불사마궁은 번뇌마가의 가장 강력한 가신으로 화해 있었다. 그들이 멸절
되었다고 알려진 것은 그들이 번뇌마가의 그늘로 잠적하여 천하를 파탄으로
몰아넣을 암계에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암계 중 가장 강력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불사마후의 연단이었다.
".........!"
스스슥!
금포중년인은 이윽고 절벽 끝에 이르렀다. 그의 독사같은 눈이 순간적으
로 주위의 서른 일곱 군데 의심나는 곳을 확인하며 지나갔다.
하지만 그 확인은 너무나 빨라 아무도 그 사실 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
였다. 문득 그는 맞은편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심삽호통령 등비(登飛)! 건너가겠다!"
등비.....이것이 금포중년인의 이름이었다. 그는 불사마궁의 삼십육불사
통령 중의 한 명이었다.
별호는 팔비령관(八臂靈官), 불사마궁 내에서도 알아주는 독종이었다.
휘익___!
팔비령관 등비는 무턱대고 운무속으로 몸을 날렸다.
절애 사이의 거리는 팔십여 장, 그것은 도저히 경공으로 날아 건널 수 있
는 거리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등비의 신형은 이십여 장 정도 나가서 밑으로 뚝 떨어졌
다. 그대로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는 생명조차 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때였다.
철.....컹.....!
문득 등비의 발끝으로 묵직한 감촉이 와닿았다. 검푸른 운무의 장막 속에
는 한 가닥 굵은 쇠사슬이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실로
교묘한 방호책이었다.
그 검푸른 운무의 비밀을 모르면 어떤 절정고수라도 불사마궁에 침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설사 철삭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그것의
위치에 익숙하지 못하면 불사마궁으로 건너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상천외의 방호책, 그것은 불사마궁에서 진행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는 것을 의미했다.
이 때였다.
"크녠! 역시 십삼호통령은 달라도 무언가 다르군. 빈 손으로 돌아오는 일
이 없으니....!"
문득, 불사마궁의 입구에서 음침한 음성이 들려왔다.
불사마궁의 입구.
전신을 번쩍이는 금갑으로 두른 일 장이 넘는 거구의 괴인이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 그자의 몸은 얼마나 거대한지 불사마궁의 입구가 온통 그 자의
몸으로 가려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__금갑투황(金甲鬪皇)!
이것이 금포괴인의 이름이다. 그자는 불사마궁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그의 임무는 바로 불사마궁을 수호하는 것이었다.
금갑투황의 전신은 불사탄갑공(不死彈甲功)을 연마하여 도검이 불침한다.
거기에다가, 강금철모(强金鐵母)로 만든 금갑마저 걸치고 있어 어떤 내가중
수법으로도 그를 쓰러뜨리지 못한다.
그야말로 인간철벽(人間鐵壁)인 것이다.
"수고가 많소! 투황(鬪皇)!"
등비는 검은 피부의 미녀를 안고 금갑투황의 앞에 내려섰다. 이어 그는
금갑투황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계집은 남방 출신이라 이렇게 검소. 흐흣.....검은 것을 좋아할 친구
들에게 각별한 맛을 줄 것 같아서 색노(色奴)로 잡아온 것이오!"
그 말에 금갑투황은 구미가 당기는 듯 음험하게 히죽 웃었다.
"고것....각별한 맛이 있겠는데....언제 노부도 한 번 맛보여 주겠소?"
"흐흣! 물론이오. 오늘 밤은 본좌가 먼저 맛본 뒤 색노궁(色奴宮)에 넣어
둘 테니 마음껏 즐기시구료."
등비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이거 늘 등통령에게 신세를 지는군!"
금갑투황은 기분좋은 듯 껄걸 웃었다.
그는 아둔해 보였지만 실상 누구보다 영리한 자였다. 만에 하나 그가 아
둔했다면 결코 수문신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출입자들에게 별 의미없이 말을 건네곤 한다. 그 대화가 일종의 시
험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방금의 대화 역
시 평범한 음담패설만은 아니었다.
팔비령관 등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금갑투황보다 열 배는 더 영
리한 자였기 때문이다.
"하하! 언제 기회가 나면 노부에게 맞는 기골이 장대한 계집을 하나 부탁
하오!"
금갑투황은 껄걸 웃으며 거구를 비켜 길을 열어 주었다. 그것은 일단 등
비가 그의 의심을 벗어났음을 의미했다.
"사실.....노부의 물건이 너무 커서 색노를 한 계집을 데려다 즐기면 다
음날부터 원성이 쏟아진단 말이오! 흐흣.....노부가 너무 넓게 길을 닦아놓
았다나....?"
금갑투황은 음탕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번의 음담패설은 진짜였다.
등비도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씩 웃었다. 이어 그는 생각난 듯 말했다.
"거 마침 알맞는 계집이 하나 있소!"
"그게 누구요?"
금갑투황은 등비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는 미리 입맛부터 다시며 바
짝 등비에게 다가섰다. 등비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옥....철화(地獄鐵花)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소?"
"팔황마전의 암사자.....그렇다면 팔황천존으로 행세하는 무영제왕의 딸
말이오?"
금갑투황의 눈이 기광으로 번쩍! 빛났다.
그것을 보며 등비도 눈빛을 음침하게 번득였다.
(제법이군. 이 돌대가리가 지옥철화 환우령과 팔황천존 환우비가 동일인
임을 알고 있다니.....!)
그는 뜻밖이라는 듯 내심 중얼거렸다.
__팔황천존(八荒天尊) 환우비.
혼세사패천 중 팔황마전의 전주로 알려진 신비인. 그는 바로 저 막북의
검은 꽃 지옥철화 환우령의 환신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
다.
팔황마전은 환우령이 십 년 간 막북과 대막을 떠돌며 굴복시킨 변황의 명
숙들로 이루어진 조직이었다. 용사추 역시 얼마 전에야 환우령 자신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불사마궁의 일개 수문장인 금갑투황이 놀랍게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불사마궁의 정보망이 아주 무섭다는 것을 의미한다.
등비의 말이 음침하게 이어졌다.
"흐흐! 그 환가계집은 키가 육척이외다. 자연히 그곳도.....흐흐....!"
"핫하! 그렇겠군."
금갑투황은 입이 쭉 찢어졌다. 그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듯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흐흣.... 노부의 소원을 풀어주는 셈치고 등통령께서 어떻게 손을 써 보
아 주시오!"
그는 은근한 어조로 등비에게 부탁했다.
등비는 흔쾌하게 웃었다.
"하하! 내 노력해 보겠소이다!"
이어 그는 남방 출신이라는 검은 피부의 미녀를 옆에 끼고 동굴의 깊은
곳으로 날아들어갔다. 그곳은 동굴을 이용하여 지어진 또 하나의 궁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악마초인.....!"
눈(目)! 지극히 요사스런 한 쌍의 눈이 멀어지는 등비의 뒷모습을 노려보
고 있었다. 그 눈의 주인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불사마궁의 입구쪽 그늘에 서 있었다. 십 칠팔세 가량으로 보이는
소녀로 청순한 용모를 지닌 미소녀였다.
그러나, 그 눈빛만은 전혀 청순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구미호의 그것
같이 요사스럽고 끈적해 보였다.
그녀의 이름은 인요(人妖)였다. 삼재마종의 마지막 생존자. 가장 교활하
고 음독하다는 바로 그녀였다.
츠읏......!
인요의 요사스런 눈빛은 아주 싸늘한 독기를 픔고 있었다. 그녀는 냉혹한
살기가 어린 눈으로 멀어지는 팔비령관 등비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인요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
그녀는 독기서린 음성으로 독백했다.
"끼고 있는 계집은 조화독종의 딸 나요미다. 그리고 메고 있는 장도는 천
살, 지마 두 오라버니를 동강낸 마라천강도.....네놈은 등비로 환신을 하려
면 완벽하게 해야했다."
그녀의 입가로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그녀의 두 눈은 모종의 음
모로 빛나기 시작했다.
"호홋! 불사마궁의 돌대가리들에게 일러 바치지는 않겠다."
그녀는 낮은 조소를 흘렸다. 그녀의 최심마안이 문득 음탕한 빛으로 출렁
였다.
"그 대신에 네놈은 그 막강한 내공을 내게 주고 내 배 위에서 복상사(腹
上死)하게 되리라."
스윽!
인요는 득의의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어깨를 흔들었다. 이내 그녀의 모습
도 불사마궁 깊은 곳으로 사라져갔다.
이곳은 불사의 마역....불사마궁이었다.
__색노궁(色奴宮).
이는 불사마궁의 가장 하급(下級)지역이었다.
불사마궁은 외방산의 지하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거대한 동굴을 이용하여
지어졌는 바, 이 지하의 성, 불사마궁은 모두 삼계(三界)로 구분된다.
천계(天界).
마계(魔界).
욕계(欲界).
색노궁은 바로 그 중 가장 낮은 계층인 욕계의 한 지역이었다. 그곳에는
천하각지에서 납치되어온 여인들이 불사마궁 마인들의 욕정을 푸는 노리개
노릇을 하고 있었다.
팔비령관 등비,
그는 색노궁을 지나고 있었다. 그곳에는 동굴을 뚫어 만든 수많은 방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외없이 모든 석실에서는 야릇한 헐떡임과 여인들의 비명 섞인 신음소리
가 어우러져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은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 무렵이었다. 불사마궁의 마졸들은 색노
궁의 색노들을 학대하며 낮 사이의 고단함과 짜증을 풀고 있었다.
이 때였다.
"이번 아이는.....조금 특이하군요."
문득 한 소리 온화한 여인의 음성이 등비의 뒤에서 들렸다.
"........!"
등비는 흠칫했다. 여인의 음성은 이런 색노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온화
하고 기품이 배인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등비는 천천히 돌아섰다.
자박!
그런 그의 앞으로 한 명의 여인이 다가서고 있었다.
여인의 나이는 오십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대개 여
인들은 아름다움을 잃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여인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중년의 나이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원숙하고 기품있
는 아름다움이 온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옷차림은 특이했다. 그녀는 소박한 마의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전혀 특이할 것이 없었지만 그녀가 마의를 걸친 모습
만큼은 상당히 특이해 보였다. 색노궁의 여인에게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였기 때문이다.
검소한 마의차림에 단정하고 곱게 탄 가르마......
그녀를 보고 있자면 완숙한 한 떨기 황국(黃菊)을 보는 듯 했다.
마의여인을 본 등비, 아니 그로 가장한 용사추는 은은한 놀람의 빛을 띄
웠다.
(이 여인이 도화모모(桃花母母)겠군. 색노궁 색노들의 대모(代母)라
는....!)
그는 두 눈을 이채로 번득였다. 그는 불사마궁에 잠입하기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해왔다. 그의 앞에 서 있는 여인에 대한 지식도 그 중에 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도화모모(桃花母母)!
그녀도 삼십여 년 전에 색노궁에 던져졌던 비천한 색노(色奴)였다. 본래
미인이었던 그녀는 당연히 불사마궁의 거의 모든 마인들의 노리개가 되었
다. 무려 천 명이 넘는 사내를 몸으로 받아야 했던 것이다.
색노로 던져지기 전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였고 한 아이의 어머니였다.
그러다가 하루 아침에 숱한 사내들이 욕정을 토해 내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
다.
비참한 신세가 된 뒤 처음 몇 년 동안 그녀는 몇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었
다. 그러나 그녀의 자살은 번번이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그 후, 그녀는 체념했는지 태도가 달라졌다. 소극적이고 저항적인 태도에
서 적극적으로 사내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최대한 만족하도록 기교와 봉사
를 다했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던 것이다.
그렇게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녀는 자신의 비참한 신세를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불사마궁의 마인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아껴주었다. 그녀와 하
룻밤을 지내게 되는 사내는 그녀로부터 왕과도 같은 지극한 봉사를 받는다.
자신을 능욕하여 욕정을 배출하러 온 사내를 마치 지아비라도 되는 듯 손
수 발을 닦아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사내들이 원하는 어떤 방식이라도 기꺼
이 취해 만족을 시켜주었다.
아무리 사납고 거친 마인이라도 일단 그녀의 방에 들어가면 의젓한 가장
으로 대접받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매일매일, 심지어 하루
에 십여 명 씩 받아들이는 사내들도 그녀에게는 하나하나가 귀한 남편인 것
이다.
그녀가 그렇게 사내들을 존중하자 불사마궁의 마인들도 절로 그녀를 존중
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와 하룻밤을 자는 것은 크나큰 영광으로 통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도화모모는 자연스럽게 불사마궁 내에서 강력
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거의 모든 불사마궁의 마인들이 그녀의 육체를 거
쳐갔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숭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후 나이가 들어 그녀는 직접 사내들을 상대하지 않는 대신 색노궁의 뭇
색노들의 대모같은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색노궁의 모든 색노들에게 필요불가결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
는 것이다.
범상치 않은 내력을 지닌 도화모모!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그저 성이 도씨라고만 알려졌다. 그
래서 젊었을 때는 도화(桃花)라고 불리웠고 나이가 들어서는 색노들의 대모
가 되자 도화모모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도화모모는 용사추가 옆에 끼고 있는 나요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
점차 그녀의 눈가로 어떤 당혹감 같은 것이 어렸다.
"이 아이도....색노로 쓰실 건가요?"
웬지 그녀는 조바심을 내는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
용사추는 짐짓 음침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물론이오! 좀 특이한 계집이라 직접 데리고 온 것이오."
"그래요?"
도화모모의 아미가 곱게 모아졌다. 그녀는 선뜻 용사추의 앞을 떠나지 못
하고 머뭇거렸다. 용사추의 예리한 눈이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이 여인은 좀 이상하군. 무엇인가 사정이 있음에 틀림없다. 요미와 관련
된 어떤 사연이 있는지도....!)
내심 빠르게 염두를 굴린 그는 형형한 신광을 번득였다.
도화모모는 그 눈길을 의식했는지 비로소 흠칫하는 기색을 지었다. 하지
만 그녀는 이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를 제게 맡기지 않겠어요? 잘 치장하여 처소로 보내드리겠어요."
"그렇게 해주시겠소?"
용사추는 내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요미를 색노로 위장하여 데리고
다니는 것은 실상 부자유스러웠다. 앞에 있는 도화모모라면 안심하고 그녀
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모의 방까지 옮겨드리지요."
용사추는 도화모모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며 문득 그는 능
글맞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손님도 받지 않는 모양이지요?"
도화모모의 볼이 은은하게 붉어졌다.
"젊은 아이들도 많은데 누가 저 같이 나이 든 퇴물을 찾겠어요?"
"하하! 퇴물이라니, 말도 안 되오! 아직도 모모는 색노궁의 제일미인이시
오!"
용사추는 껄껄 웃으며 도화모모의 방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용사추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눈이 있었다.
"저....저런 멍청한 자식! 저런 꼴로 불사마궁을 활보하고 있다니...!"
그것은 인요의 요사한 눈과는 달리 용사추를 위해 근심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의 주인은 한 명의 몽면인이었다. 남녀를 구분할 수 없는 검은 몽면을
쓴 인물.
그자의 행색은 바로 악마초인을 사칭하여 악마십로군벌을 장악한 바로 그
가짜 악마초인의 그것이었다.
한가지 틀린 점이 있다면 그자의 소매에 숫자가 수놓여져 있다는 것이었
다. 그 숫자는 일(一)이었다. 그것은 그 몽면인이 불사마궁의 삼십육불사통
령 중 제일통령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불사제일호통령.....
그가 어떻게 용사추를 알고 있는 것일까?
"으음....그렇지 않아도 사부가 만드는 불사마후가 당신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내 손으로 제거하려 여기에 와있는데....기껏 한다는 꼴이 저 모양
으로 이곳을 활보하고 다니는 일이라니.....!"
불사제일호통령은 한심하다는 듯 신음을 발했다.
번뇌마야(煩惱魔爺) 경천구를 사부라고 부르는 몽면인. 그의 음성은 어찌
들으면 여자의 음성같기도 했다.
단아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여인의 규방. 이곳은 도화모모의 침실이었다.
방 안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색노라 불리는 창녀의 방
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기품이 흐르는 방이었다.
도화모모는 침상 앞에 서 있었다. 지금 침상 위에는 나요미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용사추는 그녀를 침실까지 데려다 준 후 사라졌다.
"........!"
도화모모는 격동과 흥분, 그리고 긴장이 뒤섞인 눈빛으로 침상 위의 나요
미를 내려다 보았다.
이어,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나요미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그러자 흑단같이 매끄럽고 가무잡잡한 나요미의 허벅지가 드러났다. 그녀
는 치마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매끄럽고 풍만한 허벅지 사이, 갈색의 체모가 무성한 구릉이 자리하고 있
었다. 그 구릉과 구릉 아래의 옹달샘 역시 가무잡잡한 색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나요미의 독종독인으로서의 능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않고 있기 때문
이었다.
"있어!"
문득 도화모모의 교구가 충격으로 휘청했다. 나요미의 구릉에 난 체모를
젖히며 무엇인가 찾던 그녀는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나요미의 그곳에는 붉고 작은 하나의 사마귀가 붙어 있었다. 그것은 그
옛날 도화모모가 빼앗겼던 핏덩이 딸의 몸에 있던 것과 똑같은 사마귀였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내....딸아!"
도화모모는 격한 음성으로 외치며 와락 나요미를 끌어 안았다. 그녀의 고
운 뺨 위로 뜨거운 회한의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과연 그녀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도화모모.....
그녀의 옛날 이름은 도균(桃均), 별호는 독귀비(毒貴妃)였다.
불사마궁은 삼계(三界), 즉 천계(天界), 마계(魔界), 욕계(慾界)로 삼분
되고 있었다.
그것은 천(天), 지(地), 인(人)의 삼재(三才)를 모방한 것이었다.
위치상으로 천계가 가장 상층부이며 마계는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여 무
려 지하 천여장에 위치한다.
또한 욕계(慾界)는 천계와 마계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불사마궁의
대부분의 궁도들은 그 욕계에 상주하고 있었다. 욕계는 불사마궁의 총 인원
의 팔할을 수용하고 있다.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지하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한 규모였다.
그러나 욕계는 그저 욕계일 뿐이었다.
불사마궁을 움직이는 것은 단 이할의 인원으로 구성된 천계와 마계였다.
그 두 조직은 철저한 비밀 속에 묻혀 있었다. 불사마궁의 궁도들이라고
해도 그 두 곳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천계는 호천칠십이천마(護天七十二天魔), 마계는 수라
백팔종(修羅百八宗)이라는 초극강의 마왕들에 의해 방호되고 있다는 정도였
다. 그들은 개개인이 십대전신이나 십대악인만큼 강한 자들이라고 알려졌
다.
불사마궁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인 금갑투황.
그도 호천칠십이천마중 한 명일 뿐이라고 한다.
무서운 마인들....
불사마궁은 그들 천계와 마계의 호법마종들 만으로도 능히 환우무림 전체
와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스슷!
문득 하나의 인영이 천계의 경계로 스며들었다. 그 인영은 지극히 은밀한
잠행술을 펼치고 있었다.
호천칠십이천마, 그 무서운 마인들이 곳곳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었으나
그 은밀한 인영이 스며드는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잠행자가 환우제일의 대도였던 십대악인중 은형도수의 잠행술을
은형도수보다 오히려 더 완숙하게 연마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용사추
였다.
(불사마후는 마계쪽에서 연성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친 걸음이
니 천계를 한바탕 휘젓고 가지 않으면 번뇌마야와 불사마궁주 불사천작이
실망하리라.)
내심 염두를 굴린 그는 계속 앞으로 진행해 나갔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문득 그의 전면으로 하나의 육중한 철문이 나타났다.
<천왕대전(天王大殿)>
철문 위에는 이런 글이 적힌 편액이 걸려 있었다. 이곳이 바로 불사마궁
의 궁주이며 천계의 수령인 불사천작의 처소였다.
본래 불사마궁은 세 명의 인물이 분할하여 지배하고 있었다.
천계의 지배자.....불사천작(不死天爵).
욕계의 지배자.....욕망대제(慾望大帝).
마계의 마왕.........마마대법왕(魔魔大法王).
이들중 불사마궁의 형식적인 대표자는 불사천작이었다.
그러나 삼계의 지존들 사이에는 상호불가침의 묵약이 정해져 있었다. 어
느 쪽도 다른 어느 쪽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그 묵약이 근래에 들어 와해되기는 했다. 그것은 바로 번뇌마야
경천구가 직접 전 불사마궁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왕대전은 바로 삼계의 지존들 중 가장 강하고 무섭다는 불사천작의 처
소인 것이다.
용사추는 유령같이 천왕대전의 문 앞으로 미끄러져 갔다.
(두 명....아미 세 명이 이 안에 있다!)
그는 형형하게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예민한 청력은 천왕대전
안에 삼 인이 있음을 감지해 낸 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거의 호흡이 없을 정도로 극상의 경지에 이른 초강자들
이었다. 그 인물들은 최소한 환우십좌의 열반에 들 수 있는 정도의 강자들
이었다.
특히, 그 중 한 명은 아주 무서웠다. 천년공력을 지닌 용사추 조차 하마
터면 그 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뻔했다. 전율스럽게도 그 자는 전황
북리황 정도의 고수자였던 것이다.
용사추는 안색이 굳어진 채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어떤 자이기에 그자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할 뻔했을까?)
그는 침음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어, 그는 호흡을 멈추며 천왕대전의 문
틈으로 눈을 가져가 안을 들여다 보았다.
천왕대전의 내부는 웅장한 대전으로 두 명의 인물이 단정히 앉아 있는 것
이 보였다. 그 두 명은 한눈에 보아도 비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들이었
다.
그 중 한 명은 피를 걸친 거한이었다. 금갑투황에 못지않은 거구에 산 하
나를 옮겨 놓은 듯한 신태를 지닌 인물. 그의 두 눈은 야수의 그것같은 투
쟁 본능의 광휘가 뇌전같이 흐르고 있었다.
용사추는 그 거한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맹호림(猛虎林)의 림주 호면제왕 철패극!)
그는 내심 찬바람을 들이마셨다.
__호면제왕 철패극.
환우십좌 중 호(虎)의 암호명으로 기록된 천외천의 강자. 그는 번뇌마가
에 복속한 마교육가 중 가장 강하고 가장 무서운 맹호림의 림주였다.
무림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환우십좌 중 천년마녀를 제외한 그
누구보다 강한 자였다.
호면제왕 철패극과 마주 앉은 다른 한 명은 눈빛이 아주 싸늘한 금포노인
이었다. 머리에는 황금의 면류관을 썼으며 용이 수놓인 화려한 금룡포를 걸
치고 있었다.
__불사천작(不死天.爵)!
그자가 바로 불사마궁의 대표자인 불사천작이었다.
스으.....스으.....
그의 몸 주위로는 은은한 피빛 노을이 떠돌고 있었다. 그것은 그 자가 최
강의 호신기공 불사혈강(不死血剛)을 극치까지 연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
다.
그러나 불사천작에게 있어 더욱 무서운 것은 불사혈강이 아니었다. 그것
은 그자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기였다.
용사추는 이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자들은 아니다! 진짜 강한 자는 따로 있다.)
그는 천왕대전의 다른 곳을 살펴보았다.
그가 들여다 보는 문틈은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 더 이상 다른 곳을 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예의 신비한 초강자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
다. 용사추가 그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였다.
"천작! 정녕 오늘 완성되는 것이겠지, 불사마후는....?"
문득 무미건조하여 전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
은 용사추가 볼 수 없는 쪽에서 들렸다.
용사추의 눈이 번뜩 빛났다.
(그자다!)
그 음성은 예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초극강의 고수자가 발한 것이었다. 용
사추는 그 자의 말에 암암리에 찬바람을 들이켰다.
(불사마후가 오늘 완성된다고?)
그때 불사천작이 전면을 향해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마마대법왕이 불사마후의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제 남은 것은 삼경에 시행될 심극개안제령대법(心極開眼制靈大法)뿐입니다,
마야(魔爺)!"
(마....야!)
용사추의 입이 그만 딱 벌어졌다. 그는 너무 놀라 자칫 신음을 토할 뻔했
다.
__마야.
그렇게 불리는 자는 환우지간에 단 한명 뿐이었다. 바로 번뇌마야 경천구
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가는 날이 장날이랄까?
오늘이 바로 불사마후가 완성되는 날이었다. 그 때문에 번뇌마야가 이곳
불사마궁에 나타난 것이었다.
신비인! 그의 정체가 지존마야라니.....실로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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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자료실에 있더군요 ㅡㅡ;
괜히 고생해서 올리긴 저도 싫었는데
자료실 이용을 못하는 분들이 꽤 계시는 것 같아서..그냥 끝까지는 하렵니다.
무산(巫山)의 서단에 자리한 울창한 수림.
수천 년을 살아온 거목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광
활한 수림이었다.
폭풍림의 수림은 일견하기에 무질서하게 자라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지
만 실상 그 중에는 극히 난해한 기문팔괘의 원리가 감추어져 있었다.
나무의 진세(木陣).
그것은 천년 이전에 설치된 것이며 하나의 상고마문(上古魔門)이 자신들
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 베푼 것이었다. 그 상고마문의 이름은 사신마전(四
神魔殿)이었다. 마교십가 중 일가 인.
뜨거운 불볕 더위가 내리쬐는 여름. 폭염이 한껏 기승을 부리는 정오무렵
이었다.
스스슥!
하나의 흐릿한 인영이 폭풍림으로 접어들었다. 그 인물은 폭풍림의 진세
를 흐르듯이 통과하여 지나갔다. 전혀 거칠 것이 없는 기세로 보아 그는 폭
풍림의 목진(木陣)을 잘 아는 듯 했다.
곧 그 인영은 목진을 통과했다. 그러자, 돌연 시야가 탁 트이며 하나의
아늑한 절곡이 나타났다.
삼면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분지. 그곳에는 온갖 기화이초
가 만발해 있었으며 맑은 옥계류가 흐르고 있었다. 세외선경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경치였다.
예의 인영은 소리없이 절곡에 나타났다.
"으음....역시 그렇단 말인가?"
그는 나직이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한 자루 장도를 든 헌앙한 기도의 청
년, 그는 용사추였다.
용사추는 화모(火母) 뇌옥정(雷玉精)의 무공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벽력뇌
강궁에서 보름 정도 머무른 후 이곳 사신마전의 옛터를 찾아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용사추는 자연스럽게 화모 뇌옥정과 부부의 관계를 맺었다.
벽력대제 화천륭에 의해서 폐쇄된 그녀의 공력을 회복시켜주는데는 음양대
법(陰陽大法)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화모가 예전의 막강한 열화진기를 되찾자 그녀의 수련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벽력뇌강궁을 떠나 이곳 폭풍림을 찾아온 것이다.
__그 아이의 이름은 궁자연(宮紫燕)이에요. 그 애를 부탁드려요.
용사추의 뇌리에 잊지 못할 음성이 떠올랐다. 그가 평생 잊지 못할 여인,
그 여인의 온화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그녀는 바로 전궁비연(電弓飛燕) 궁여설이었다.
용사추가 동정을 바쳤던 최초의 여인. 용사추는 그녀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폭풍황(暴風皇)의 딸 궁자연이 있다는 폭풍림에 온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오래 전에 사람의
종적이 끊긴 듯한 십여 채의 석옥들밖에 없었다.
도원선경의 분지 위에 널려져 있는 석옥군들, 하지만 그곳에는 어디에도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용사추는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의 검미가 깊게 찌푸려졌다.
"불사마후로 만들어 진다는 여자가 사신마전 출신이라고 했는데 설마 궁
자연이 그 장본인이란 말인가?"
그의 눈빛이 아주 심각해졌다.
그는 전궁비연 궁여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몸이었다. 이제 입신하여
타인을 돌봐줄 수 있는 능력이 생겼거늘 궁여설의 질녀인 궁자연 하나 보살
펴 주지 못한다면 평생 그는 죄책감속에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용사추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반드시.....구해 낸다!)
그는 강한 의지가 깃든 눈빛으로 내심 다짐했다.
"설사 불사마후가 되어 희대의 마녀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손으로
구해내고 말겠다.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스윽___!
용사추는 굳은 음성으로 맹세하며 몸을 돌렸다. 이어 그는 왔던 길을 되
밟아 빠르게 폭풍림을 벗어났다.
"정말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번뇌마야! 만일 궁자연을 불사마후로 만들
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신형은 이내 까마득히 멀어져 갔다. 살기 어린 그의 독백만이 허공
을 떠돌고 있었다.
이곳은 무산 폭풍림이었다.
__외방산(外方山).
중악(中嶽) 숭산(崇山)은 달리 내방산(內方山)이라고 불린다. 외방산이라
는 지명은 그것이 숭산의 서쪽 변방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
다.
황혼이 지고 있었다. 서천을 붉게 물들이던 황혼이 사그러들며 외방산 곳
곳으로 어둠이 밀려들고 있었다.
스슥!
한 줄기 인영이 어두워져 가는 외방산의 깊은 곳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자는 눈빛이 아주 차가운 금포중년인이었다. 날카로운 매부리코에 독사
의 그것같이 쭉 찢어진 눈매, 일견하여 지극히 잔혹하고 음랄한 성격을 지
닌 인물임을 그 외모로 짐작케 한다.
그런데, 금포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구리에는 한 명의 여인의 축
늘어진 채 끼어 있었다.
나이는 이십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아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여인이었
다. 그녀의 얼굴은 두 가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요염하고 교태로운 빛
이 흐르는가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소녀와 같은 백치미를 함께 지닌
것이었다.
한 얼굴에 나타나 있는 이면적인 분위기는 야릇한 느낌을 주었다.
다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여인은 전신 피부가 엷은 먹물을 뿌린 듯 검다
는 것이었다. 그녀가 뽀얗고 흰 피부를 지녔다면 아마 그 아름다움은 훨씬
더 돋보였으리라.
이윽고, 금포인은 검은 피부의 여인을 옆구리에 낀 채 하나의 음침한 절
곡으로 날아들었다. 그런 그의 어깨에는 무명천으로 둘둘 만 한 자루의 장
도가 짊어져 있었다.
절곡의 끝. 그곳은 갑자기 지면이 뚝 끊긴 천인단애였다.
스으.....스으....
단애 아래에서는 기이하고 검푸른 운무가 뭉클뭉클 치솟고 있었다. 그 운
무는 무려 백여장 높이까지 솟구치고 있었다. 마치 음산하고 신비한 장막을
드리운 듯한 검푸른 안개였다.
그 운무로 인해 까마득한 단애 아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공이 오갑자 이상에 이른 내가고수라면 그 운무의 장막 저편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욱한 운무의 저편, 그곳에는 절곡의 바닥 보다 백여 장 더 높은 하나의
수직석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수직석벽의 중간 쯤에는 하나의 커다란 동굴이 뻥 뚫려 있었
다.
더욱 내공이 강하여 삼백 년 이상의 수위를 지닌 자라면 그 석동 위에 쓰
여진 대전체의 글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불사마궁(不死魔宮)>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마교십가중 일가이며 가장 신비한 천외마문(天外魔
門)이라는 불사마궁이었다.
그들 일족은 오래 전에 멸절되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
니었다. 그들은 멸절된 것이 아니었다. 멸절되기는커녕 그들은 과거보다 두
배 이상 강해진 상태였다.
불사마궁은 번뇌마가의 가장 강력한 가신으로 화해 있었다. 그들이 멸절
되었다고 알려진 것은 그들이 번뇌마가의 그늘로 잠적하여 천하를 파탄으로
몰아넣을 암계에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암계 중 가장 강력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불사마후의 연단이었다.
".........!"
스스슥!
금포중년인은 이윽고 절벽 끝에 이르렀다. 그의 독사같은 눈이 순간적으
로 주위의 서른 일곱 군데 의심나는 곳을 확인하며 지나갔다.
하지만 그 확인은 너무나 빨라 아무도 그 사실 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
였다. 문득 그는 맞은편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심삽호통령 등비(登飛)! 건너가겠다!"
등비.....이것이 금포중년인의 이름이었다. 그는 불사마궁의 삼십육불사
통령 중의 한 명이었다.
별호는 팔비령관(八臂靈官), 불사마궁 내에서도 알아주는 독종이었다.
휘익___!
팔비령관 등비는 무턱대고 운무속으로 몸을 날렸다.
절애 사이의 거리는 팔십여 장, 그것은 도저히 경공으로 날아 건널 수 있
는 거리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등비의 신형은 이십여 장 정도 나가서 밑으로 뚝 떨어졌
다. 그대로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는 생명조차 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때였다.
철.....컹.....!
문득 등비의 발끝으로 묵직한 감촉이 와닿았다. 검푸른 운무의 장막 속에
는 한 가닥 굵은 쇠사슬이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실로
교묘한 방호책이었다.
그 검푸른 운무의 비밀을 모르면 어떤 절정고수라도 불사마궁에 침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설사 철삭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그것의
위치에 익숙하지 못하면 불사마궁으로 건너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상천외의 방호책, 그것은 불사마궁에서 진행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는 것을 의미했다.
이 때였다.
"크녠! 역시 십삼호통령은 달라도 무언가 다르군. 빈 손으로 돌아오는 일
이 없으니....!"
문득, 불사마궁의 입구에서 음침한 음성이 들려왔다.
불사마궁의 입구.
전신을 번쩍이는 금갑으로 두른 일 장이 넘는 거구의 괴인이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 그자의 몸은 얼마나 거대한지 불사마궁의 입구가 온통 그 자의
몸으로 가려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__금갑투황(金甲鬪皇)!
이것이 금포괴인의 이름이다. 그자는 불사마궁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그의 임무는 바로 불사마궁을 수호하는 것이었다.
금갑투황의 전신은 불사탄갑공(不死彈甲功)을 연마하여 도검이 불침한다.
거기에다가, 강금철모(强金鐵母)로 만든 금갑마저 걸치고 있어 어떤 내가중
수법으로도 그를 쓰러뜨리지 못한다.
그야말로 인간철벽(人間鐵壁)인 것이다.
"수고가 많소! 투황(鬪皇)!"
등비는 검은 피부의 미녀를 안고 금갑투황의 앞에 내려섰다. 이어 그는
금갑투황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계집은 남방 출신이라 이렇게 검소. 흐흣.....검은 것을 좋아할 친구
들에게 각별한 맛을 줄 것 같아서 색노(色奴)로 잡아온 것이오!"
그 말에 금갑투황은 구미가 당기는 듯 음험하게 히죽 웃었다.
"고것....각별한 맛이 있겠는데....언제 노부도 한 번 맛보여 주겠소?"
"흐흣! 물론이오. 오늘 밤은 본좌가 먼저 맛본 뒤 색노궁(色奴宮)에 넣어
둘 테니 마음껏 즐기시구료."
등비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이거 늘 등통령에게 신세를 지는군!"
금갑투황은 기분좋은 듯 껄걸 웃었다.
그는 아둔해 보였지만 실상 누구보다 영리한 자였다. 만에 하나 그가 아
둔했다면 결코 수문신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출입자들에게 별 의미없이 말을 건네곤 한다. 그 대화가 일종의 시
험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방금의 대화 역
시 평범한 음담패설만은 아니었다.
팔비령관 등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금갑투황보다 열 배는 더 영
리한 자였기 때문이다.
"하하! 언제 기회가 나면 노부에게 맞는 기골이 장대한 계집을 하나 부탁
하오!"
금갑투황은 껄걸 웃으며 거구를 비켜 길을 열어 주었다. 그것은 일단 등
비가 그의 의심을 벗어났음을 의미했다.
"사실.....노부의 물건이 너무 커서 색노를 한 계집을 데려다 즐기면 다
음날부터 원성이 쏟아진단 말이오! 흐흣.....노부가 너무 넓게 길을 닦아놓
았다나....?"
금갑투황은 음탕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번의 음담패설은 진짜였다.
등비도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씩 웃었다. 이어 그는 생각난 듯 말했다.
"거 마침 알맞는 계집이 하나 있소!"
"그게 누구요?"
금갑투황은 등비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는 미리 입맛부터 다시며 바
짝 등비에게 다가섰다. 등비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옥....철화(地獄鐵花)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소?"
"팔황마전의 암사자.....그렇다면 팔황천존으로 행세하는 무영제왕의 딸
말이오?"
금갑투황의 눈이 기광으로 번쩍! 빛났다.
그것을 보며 등비도 눈빛을 음침하게 번득였다.
(제법이군. 이 돌대가리가 지옥철화 환우령과 팔황천존 환우비가 동일인
임을 알고 있다니.....!)
그는 뜻밖이라는 듯 내심 중얼거렸다.
__팔황천존(八荒天尊) 환우비.
혼세사패천 중 팔황마전의 전주로 알려진 신비인. 그는 바로 저 막북의
검은 꽃 지옥철화 환우령의 환신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
다.
팔황마전은 환우령이 십 년 간 막북과 대막을 떠돌며 굴복시킨 변황의 명
숙들로 이루어진 조직이었다. 용사추 역시 얼마 전에야 환우령 자신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불사마궁의 일개 수문장인 금갑투황이 놀랍게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불사마궁의 정보망이 아주 무섭다는 것을 의미한다.
등비의 말이 음침하게 이어졌다.
"흐흐! 그 환가계집은 키가 육척이외다. 자연히 그곳도.....흐흐....!"
"핫하! 그렇겠군."
금갑투황은 입이 쭉 찢어졌다. 그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듯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흐흣.... 노부의 소원을 풀어주는 셈치고 등통령께서 어떻게 손을 써 보
아 주시오!"
그는 은근한 어조로 등비에게 부탁했다.
등비는 흔쾌하게 웃었다.
"하하! 내 노력해 보겠소이다!"
이어 그는 남방 출신이라는 검은 피부의 미녀를 옆에 끼고 동굴의 깊은
곳으로 날아들어갔다. 그곳은 동굴을 이용하여 지어진 또 하나의 궁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악마초인.....!"
눈(目)! 지극히 요사스런 한 쌍의 눈이 멀어지는 등비의 뒷모습을 노려보
고 있었다. 그 눈의 주인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불사마궁의 입구쪽 그늘에 서 있었다. 십 칠팔세 가량으로 보이는
소녀로 청순한 용모를 지닌 미소녀였다.
그러나, 그 눈빛만은 전혀 청순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구미호의 그것
같이 요사스럽고 끈적해 보였다.
그녀의 이름은 인요(人妖)였다. 삼재마종의 마지막 생존자. 가장 교활하
고 음독하다는 바로 그녀였다.
츠읏......!
인요의 요사스런 눈빛은 아주 싸늘한 독기를 픔고 있었다. 그녀는 냉혹한
살기가 어린 눈으로 멀어지는 팔비령관 등비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인요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
그녀는 독기서린 음성으로 독백했다.
"끼고 있는 계집은 조화독종의 딸 나요미다. 그리고 메고 있는 장도는 천
살, 지마 두 오라버니를 동강낸 마라천강도.....네놈은 등비로 환신을 하려
면 완벽하게 해야했다."
그녀의 입가로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그녀의 두 눈은 모종의 음
모로 빛나기 시작했다.
"호홋! 불사마궁의 돌대가리들에게 일러 바치지는 않겠다."
그녀는 낮은 조소를 흘렸다. 그녀의 최심마안이 문득 음탕한 빛으로 출렁
였다.
"그 대신에 네놈은 그 막강한 내공을 내게 주고 내 배 위에서 복상사(腹
上死)하게 되리라."
스윽!
인요는 득의의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어깨를 흔들었다. 이내 그녀의 모습
도 불사마궁 깊은 곳으로 사라져갔다.
이곳은 불사의 마역....불사마궁이었다.
__색노궁(色奴宮).
이는 불사마궁의 가장 하급(下級)지역이었다.
불사마궁은 외방산의 지하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거대한 동굴을 이용하여
지어졌는 바, 이 지하의 성, 불사마궁은 모두 삼계(三界)로 구분된다.
천계(天界).
마계(魔界).
욕계(欲界).
색노궁은 바로 그 중 가장 낮은 계층인 욕계의 한 지역이었다. 그곳에는
천하각지에서 납치되어온 여인들이 불사마궁 마인들의 욕정을 푸는 노리개
노릇을 하고 있었다.
팔비령관 등비,
그는 색노궁을 지나고 있었다. 그곳에는 동굴을 뚫어 만든 수많은 방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외없이 모든 석실에서는 야릇한 헐떡임과 여인들의 비명 섞인 신음소리
가 어우러져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은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 무렵이었다. 불사마궁의 마졸들은 색노
궁의 색노들을 학대하며 낮 사이의 고단함과 짜증을 풀고 있었다.
이 때였다.
"이번 아이는.....조금 특이하군요."
문득 한 소리 온화한 여인의 음성이 등비의 뒤에서 들렸다.
"........!"
등비는 흠칫했다. 여인의 음성은 이런 색노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온화
하고 기품이 배인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등비는 천천히 돌아섰다.
자박!
그런 그의 앞으로 한 명의 여인이 다가서고 있었다.
여인의 나이는 오십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대개 여
인들은 아름다움을 잃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여인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중년의 나이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원숙하고 기품있
는 아름다움이 온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옷차림은 특이했다. 그녀는 소박한 마의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전혀 특이할 것이 없었지만 그녀가 마의를 걸친 모습
만큼은 상당히 특이해 보였다. 색노궁의 여인에게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였기 때문이다.
검소한 마의차림에 단정하고 곱게 탄 가르마......
그녀를 보고 있자면 완숙한 한 떨기 황국(黃菊)을 보는 듯 했다.
마의여인을 본 등비, 아니 그로 가장한 용사추는 은은한 놀람의 빛을 띄
웠다.
(이 여인이 도화모모(桃花母母)겠군. 색노궁 색노들의 대모(代母)라
는....!)
그는 두 눈을 이채로 번득였다. 그는 불사마궁에 잠입하기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해왔다. 그의 앞에 서 있는 여인에 대한 지식도 그 중에 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도화모모(桃花母母)!
그녀도 삼십여 년 전에 색노궁에 던져졌던 비천한 색노(色奴)였다. 본래
미인이었던 그녀는 당연히 불사마궁의 거의 모든 마인들의 노리개가 되었
다. 무려 천 명이 넘는 사내를 몸으로 받아야 했던 것이다.
색노로 던져지기 전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였고 한 아이의 어머니였다.
그러다가 하루 아침에 숱한 사내들이 욕정을 토해 내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
다.
비참한 신세가 된 뒤 처음 몇 년 동안 그녀는 몇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었
다. 그러나 그녀의 자살은 번번이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그 후, 그녀는 체념했는지 태도가 달라졌다. 소극적이고 저항적인 태도에
서 적극적으로 사내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최대한 만족하도록 기교와 봉사
를 다했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던 것이다.
그렇게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녀는 자신의 비참한 신세를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불사마궁의 마인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아껴주었다. 그녀와 하
룻밤을 지내게 되는 사내는 그녀로부터 왕과도 같은 지극한 봉사를 받는다.
자신을 능욕하여 욕정을 배출하러 온 사내를 마치 지아비라도 되는 듯 손
수 발을 닦아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사내들이 원하는 어떤 방식이라도 기꺼
이 취해 만족을 시켜주었다.
아무리 사납고 거친 마인이라도 일단 그녀의 방에 들어가면 의젓한 가장
으로 대접받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매일매일, 심지어 하루
에 십여 명 씩 받아들이는 사내들도 그녀에게는 하나하나가 귀한 남편인 것
이다.
그녀가 그렇게 사내들을 존중하자 불사마궁의 마인들도 절로 그녀를 존중
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와 하룻밤을 자는 것은 크나큰 영광으로 통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도화모모는 자연스럽게 불사마궁 내에서 강력
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거의 모든 불사마궁의 마인들이 그녀의 육체를 거
쳐갔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숭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후 나이가 들어 그녀는 직접 사내들을 상대하지 않는 대신 색노궁의 뭇
색노들의 대모같은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색노궁의 모든 색노들에게 필요불가결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
는 것이다.
범상치 않은 내력을 지닌 도화모모!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그저 성이 도씨라고만 알려졌다. 그
래서 젊었을 때는 도화(桃花)라고 불리웠고 나이가 들어서는 색노들의 대모
가 되자 도화모모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도화모모는 용사추가 옆에 끼고 있는 나요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
점차 그녀의 눈가로 어떤 당혹감 같은 것이 어렸다.
"이 아이도....색노로 쓰실 건가요?"
웬지 그녀는 조바심을 내는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
용사추는 짐짓 음침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물론이오! 좀 특이한 계집이라 직접 데리고 온 것이오."
"그래요?"
도화모모의 아미가 곱게 모아졌다. 그녀는 선뜻 용사추의 앞을 떠나지 못
하고 머뭇거렸다. 용사추의 예리한 눈이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이 여인은 좀 이상하군. 무엇인가 사정이 있음에 틀림없다. 요미와 관련
된 어떤 사연이 있는지도....!)
내심 빠르게 염두를 굴린 그는 형형한 신광을 번득였다.
도화모모는 그 눈길을 의식했는지 비로소 흠칫하는 기색을 지었다. 하지
만 그녀는 이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를 제게 맡기지 않겠어요? 잘 치장하여 처소로 보내드리겠어요."
"그렇게 해주시겠소?"
용사추는 내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요미를 색노로 위장하여 데리고
다니는 것은 실상 부자유스러웠다. 앞에 있는 도화모모라면 안심하고 그녀
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모의 방까지 옮겨드리지요."
용사추는 도화모모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며 문득 그는 능
글맞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손님도 받지 않는 모양이지요?"
도화모모의 볼이 은은하게 붉어졌다.
"젊은 아이들도 많은데 누가 저 같이 나이 든 퇴물을 찾겠어요?"
"하하! 퇴물이라니, 말도 안 되오! 아직도 모모는 색노궁의 제일미인이시
오!"
용사추는 껄껄 웃으며 도화모모의 방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용사추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눈이 있었다.
"저....저런 멍청한 자식! 저런 꼴로 불사마궁을 활보하고 있다니...!"
그것은 인요의 요사한 눈과는 달리 용사추를 위해 근심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의 주인은 한 명의 몽면인이었다. 남녀를 구분할 수 없는 검은 몽면을
쓴 인물.
그자의 행색은 바로 악마초인을 사칭하여 악마십로군벌을 장악한 바로 그
가짜 악마초인의 그것이었다.
한가지 틀린 점이 있다면 그자의 소매에 숫자가 수놓여져 있다는 것이었
다. 그 숫자는 일(一)이었다. 그것은 그 몽면인이 불사마궁의 삼십육불사통
령 중 제일통령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불사제일호통령.....
그가 어떻게 용사추를 알고 있는 것일까?
"으음....그렇지 않아도 사부가 만드는 불사마후가 당신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내 손으로 제거하려 여기에 와있는데....기껏 한다는 꼴이 저 모양
으로 이곳을 활보하고 다니는 일이라니.....!"
불사제일호통령은 한심하다는 듯 신음을 발했다.
번뇌마야(煩惱魔爺) 경천구를 사부라고 부르는 몽면인. 그의 음성은 어찌
들으면 여자의 음성같기도 했다.
단아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여인의 규방. 이곳은 도화모모의 침실이었다.
방 안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색노라 불리는 창녀의 방
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기품이 흐르는 방이었다.
도화모모는 침상 앞에 서 있었다. 지금 침상 위에는 나요미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용사추는 그녀를 침실까지 데려다 준 후 사라졌다.
"........!"
도화모모는 격동과 흥분, 그리고 긴장이 뒤섞인 눈빛으로 침상 위의 나요
미를 내려다 보았다.
이어,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나요미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그러자 흑단같이 매끄럽고 가무잡잡한 나요미의 허벅지가 드러났다. 그녀
는 치마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매끄럽고 풍만한 허벅지 사이, 갈색의 체모가 무성한 구릉이 자리하고 있
었다. 그 구릉과 구릉 아래의 옹달샘 역시 가무잡잡한 색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나요미의 독종독인으로서의 능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않고 있기 때문
이었다.
"있어!"
문득 도화모모의 교구가 충격으로 휘청했다. 나요미의 구릉에 난 체모를
젖히며 무엇인가 찾던 그녀는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나요미의 그곳에는 붉고 작은 하나의 사마귀가 붙어 있었다. 그것은 그
옛날 도화모모가 빼앗겼던 핏덩이 딸의 몸에 있던 것과 똑같은 사마귀였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내....딸아!"
도화모모는 격한 음성으로 외치며 와락 나요미를 끌어 안았다. 그녀의 고
운 뺨 위로 뜨거운 회한의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과연 그녀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도화모모.....
그녀의 옛날 이름은 도균(桃均), 별호는 독귀비(毒貴妃)였다.
불사마궁은 삼계(三界), 즉 천계(天界), 마계(魔界), 욕계(慾界)로 삼분
되고 있었다.
그것은 천(天), 지(地), 인(人)의 삼재(三才)를 모방한 것이었다.
위치상으로 천계가 가장 상층부이며 마계는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여 무
려 지하 천여장에 위치한다.
또한 욕계(慾界)는 천계와 마계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불사마궁의
대부분의 궁도들은 그 욕계에 상주하고 있었다. 욕계는 불사마궁의 총 인원
의 팔할을 수용하고 있다.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지하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한 규모였다.
그러나 욕계는 그저 욕계일 뿐이었다.
불사마궁을 움직이는 것은 단 이할의 인원으로 구성된 천계와 마계였다.
그 두 조직은 철저한 비밀 속에 묻혀 있었다. 불사마궁의 궁도들이라고
해도 그 두 곳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천계는 호천칠십이천마(護天七十二天魔), 마계는 수라
백팔종(修羅百八宗)이라는 초극강의 마왕들에 의해 방호되고 있다는 정도였
다. 그들은 개개인이 십대전신이나 십대악인만큼 강한 자들이라고 알려졌
다.
불사마궁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인 금갑투황.
그도 호천칠십이천마중 한 명일 뿐이라고 한다.
무서운 마인들....
불사마궁은 그들 천계와 마계의 호법마종들 만으로도 능히 환우무림 전체
와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스슷!
문득 하나의 인영이 천계의 경계로 스며들었다. 그 인영은 지극히 은밀한
잠행술을 펼치고 있었다.
호천칠십이천마, 그 무서운 마인들이 곳곳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었으나
그 은밀한 인영이 스며드는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잠행자가 환우제일의 대도였던 십대악인중 은형도수의 잠행술을
은형도수보다 오히려 더 완숙하게 연마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용사추
였다.
(불사마후는 마계쪽에서 연성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친 걸음이
니 천계를 한바탕 휘젓고 가지 않으면 번뇌마야와 불사마궁주 불사천작이
실망하리라.)
내심 염두를 굴린 그는 계속 앞으로 진행해 나갔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문득 그의 전면으로 하나의 육중한 철문이 나타났다.
<천왕대전(天王大殿)>
철문 위에는 이런 글이 적힌 편액이 걸려 있었다. 이곳이 바로 불사마궁
의 궁주이며 천계의 수령인 불사천작의 처소였다.
본래 불사마궁은 세 명의 인물이 분할하여 지배하고 있었다.
천계의 지배자.....불사천작(不死天爵).
욕계의 지배자.....욕망대제(慾望大帝).
마계의 마왕.........마마대법왕(魔魔大法王).
이들중 불사마궁의 형식적인 대표자는 불사천작이었다.
그러나 삼계의 지존들 사이에는 상호불가침의 묵약이 정해져 있었다. 어
느 쪽도 다른 어느 쪽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그 묵약이 근래에 들어 와해되기는 했다. 그것은 바로 번뇌마야
경천구가 직접 전 불사마궁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왕대전은 바로 삼계의 지존들 중 가장 강하고 무섭다는 불사천작의 처
소인 것이다.
용사추는 유령같이 천왕대전의 문 앞으로 미끄러져 갔다.
(두 명....아미 세 명이 이 안에 있다!)
그는 형형하게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예민한 청력은 천왕대전
안에 삼 인이 있음을 감지해 낸 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거의 호흡이 없을 정도로 극상의 경지에 이른 초강자들
이었다. 그 인물들은 최소한 환우십좌의 열반에 들 수 있는 정도의 강자들
이었다.
특히, 그 중 한 명은 아주 무서웠다. 천년공력을 지닌 용사추 조차 하마
터면 그 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뻔했다. 전율스럽게도 그 자는 전황
북리황 정도의 고수자였던 것이다.
용사추는 안색이 굳어진 채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어떤 자이기에 그자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할 뻔했을까?)
그는 침음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어, 그는 호흡을 멈추며 천왕대전의 문
틈으로 눈을 가져가 안을 들여다 보았다.
천왕대전의 내부는 웅장한 대전으로 두 명의 인물이 단정히 앉아 있는 것
이 보였다. 그 두 명은 한눈에 보아도 비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들이었
다.
그 중 한 명은 피를 걸친 거한이었다. 금갑투황에 못지않은 거구에 산 하
나를 옮겨 놓은 듯한 신태를 지닌 인물. 그의 두 눈은 야수의 그것같은 투
쟁 본능의 광휘가 뇌전같이 흐르고 있었다.
용사추는 그 거한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맹호림(猛虎林)의 림주 호면제왕 철패극!)
그는 내심 찬바람을 들이마셨다.
__호면제왕 철패극.
환우십좌 중 호(虎)의 암호명으로 기록된 천외천의 강자. 그는 번뇌마가
에 복속한 마교육가 중 가장 강하고 가장 무서운 맹호림의 림주였다.
무림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환우십좌 중 천년마녀를 제외한 그
누구보다 강한 자였다.
호면제왕 철패극과 마주 앉은 다른 한 명은 눈빛이 아주 싸늘한 금포노인
이었다. 머리에는 황금의 면류관을 썼으며 용이 수놓인 화려한 금룡포를 걸
치고 있었다.
__불사천작(不死天.爵)!
그자가 바로 불사마궁의 대표자인 불사천작이었다.
스으.....스으.....
그의 몸 주위로는 은은한 피빛 노을이 떠돌고 있었다. 그것은 그 자가 최
강의 호신기공 불사혈강(不死血剛)을 극치까지 연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
다.
그러나 불사천작에게 있어 더욱 무서운 것은 불사혈강이 아니었다. 그것
은 그자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기였다.
용사추는 이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자들은 아니다! 진짜 강한 자는 따로 있다.)
그는 천왕대전의 다른 곳을 살펴보았다.
그가 들여다 보는 문틈은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 더 이상 다른 곳을 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예의 신비한 초강자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
다. 용사추가 그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였다.
"천작! 정녕 오늘 완성되는 것이겠지, 불사마후는....?"
문득 무미건조하여 전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
은 용사추가 볼 수 없는 쪽에서 들렸다.
용사추의 눈이 번뜩 빛났다.
(그자다!)
그 음성은 예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초극강의 고수자가 발한 것이었다. 용
사추는 그 자의 말에 암암리에 찬바람을 들이켰다.
(불사마후가 오늘 완성된다고?)
그때 불사천작이 전면을 향해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마마대법왕이 불사마후의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제 남은 것은 삼경에 시행될 심극개안제령대법(心極開眼制靈大法)뿐입니다,
마야(魔爺)!"
(마....야!)
용사추의 입이 그만 딱 벌어졌다. 그는 너무 놀라 자칫 신음을 토할 뻔했
다.
__마야.
그렇게 불리는 자는 환우지간에 단 한명 뿐이었다. 바로 번뇌마야 경천구
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가는 날이 장날이랄까?
오늘이 바로 불사마후가 완성되는 날이었다. 그 때문에 번뇌마야가 이곳
불사마궁에 나타난 것이었다.
신비인! 그의 정체가 지존마야라니.....실로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
음..자료실에 있더군요 ㅡㅡ;
괜히 고생해서 올리긴 저도 싫었는데
자료실 이용을 못하는 분들이 꽤 계시는 것 같아서..그냥 끝까지는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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