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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마면신협(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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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85 회 작성일 24-02-17 19: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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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잠입(潛入) 불사마궁(不死魔宮)!


콰콰쾅____!
굉렬한 폭음이 터지며 열화천각의 무쇠지붕이 풍지박산되어 허물어져 버
렸다.
만 근의 화약이 터져도 끄덕하지 않도록 지어진 열화천각. 그것이 천년마
녀의 손짓 한 번에 무참하게 박살나 버린 것이었다.
그것은 가히 인간이 펼친 솜씨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구우욱......!
"호호호! 쫓아 들어오지 마라! 들어오면 죽는다!"
천년혈붕이 선풍을 끌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천년마녀의 신형은
무너진 열화천강의 안쪽으로 폭사되어 들어갔다.
그것을 보던 용사추는 다시 안색이 변했다. 그는 미간을 깊이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여인도 벽력화기가 필요한 것인가?)
스슥!
중얼거림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이미 허공을 가르며 열화천각으
로 접근하고 있었다.
뚜벅.....뚜벅......
용사추는 십만 근의 철벽을 무너뜨리며 열화천각으로 걸어들어 갔다.
열화천각의 주위에는 벽력팔황을 비롯한 수천 명의 벽력전사들이 포위하
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용사추의 행위를 저지하지 않았다. 이미 용사추
는 화모의 후견인으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사추가 열화천각의 벽을 무너뜨리고 들어서는 순간, 천년마녀의 사이한
교성이 울려나왔다.
"호홋! 쫓아 들어오면 죽인다고 했을 텐데....!"
우르르르......
드넓은 열화천각 안에는 수많은 화기와 병기들이 풍지박산나 흩어져 있었
다.
천년마녀는 그 가운데서 막 하나의 옥함을 집어들고 있었다. 옥함에는 환
우최강의 화기인 벽력굉천뢰가 들어있었다.
"건방진 놈이군. 감히 나 천년....!"
허리를 펴며 싸늘하게 교갈하던 천년마녀. 그녀는 갑자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늘씬한 교구에 격렬한 경련이 스치고 지나갔다.
쩌어엉......
그녀의 두 눈에서는 일순 천 개 만 개의 낙뢰가 이는 듯한 무서운 마광이
작렬했다. 그녀는 용사추의 얼굴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찌 용사추를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처녀를 앗아간 최초의 사내
를.....
천년마녀에게 있어서 용사추는 천마(天魔)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내였다.
"너.....였느냐?"
그녀는 충격으로 몸을 휘청거리며 중얼거렸다.
용사추는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나요! 그대를 천 년의 잠에서 깨운 대죄인이오!"
공포의 천년마녀를 앞에 두었건만 용사추의 기태는 늠연하기 이를데 없었
다. 그는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두려운 쪽은 천년마녀였다. 그녀는 용사추의 당당하고 압도
적인 기세에 눌려 가늘게 교구를 경련했다. 용사추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이 흔들림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문득 그녀의 봉목에 의아한 빛이 스쳤다.
(이 아이는....두 사람과 닮았다. 나의 천마와 나를 좌절시킨 그 놈 북리
황이라는 철혈의 배신자를.....!)
그녀는 내심 놀라움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용사추는 고금을 통틀어 유일하게 그녀를 압도했던 두 사람을
합쳐 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천마와 전황 북리황..... 그 두 사람의 용모와
용사추의 인상은 거의 흡사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짧은 순간 천년마녀는 여러가지 갈등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그녀
는 힙겹에 입을 열었다.
"그때....북해에서 맹세했었다. 너를 살려주는 것은 단 한 번 뿐이며 그
것은 바로 나의 천년 잠을 깨워준 보답 때문이라고....!"
말을 하는 그녀의 봉목에 문득 아련한 빛이 스쳤다.
용사추를 보는 순간 그녀의 가슴이 기이한 파문을 일으켰다. 차갑게 얼어
붙었던 천년빙심이 한꺼번에 소리없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그가 첫 사내였기 때문일까? 용사추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자신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이 어느새 가슴 깊은 곳에 뜨거운 열정으로 흐르고 있었던
가 보다.
천년마녀는 자신의 이지가 급격히 무너져 내림을 느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용사추의 넓은 가슴에 안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여인으로서 가장 자연스러운 그 감정조차 천년마녀는 품을 수가
없었다.
용사추가 천년마녀의 내심을 갈등을 아는지 모르는지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나 역시 맹세했었소. 그대를 이 손으로 다시 가두겠다고....!"
그는 말과 함께 마라천강도를 꼬나들었다. 그것을 본 천년마녀는 눈꼬리
를 파르르 떨었다.
"그것은.....마라천강! 천마의 애병....!"
그녀의 전신에 또 다시 경련이 일었다. 천 년 전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가
사용했던 애병.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그 남자의 애벙을 든 그와 닮은 젊은
청년이 서있었다.
천년마녀의 방심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녀는 억지로 마음의 동요를 숨기려는 듯 더욱
사납게 외쳤다.
"자아, 오라! 나의 애송이!"
위......이잉!
그녀는 냉갈하며 우수로 허공에 둥근 원을 그렸다.
고오오.....!
그녀의 손짓에 따라 무형무성의 무서운 와선강풍이 일었다. 투명한 강기
의 폭풍, 그것이 저 공포의 절대마공 투명명옥강살이었다. 닥치는 모든 것
을 부수어 버리는 천마십예의 최고봉. 그 굉렬한 파멸강류가 해일같이 용사
추를 휩쓸었다.
"탄허파멸참!"
용사추도 침중한 어조로 일갈하며 마라천강도를 전면으로 비스듬히 찔러
내었다. 극히 평범한 일식, 그러나 그것에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파멸
도강이 실려 있었다.
두 사람의 일격이 격돌하는 순간 의외로 큰 폭음은 일지 않았다. 대신,
무엇인가 갈라지는 듯 쩌억! 하는 둔중한 폭음이 들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폭음이 적은데 반하여 그것으로 인한 폭풍의 소용돌이는 형언할
수 없을만큼 강력했다.
콰아.......!
백 장 내의 모든 것이 일시에 분쇄되었다. 웅장하던 열화천각도, 그 안에
비장되었던 화기들도, 그리고 백 장 안에 접근해 있던 벽력전사들도 모조리
피모래로 스러져 버렸다.
믿어지지 않는 거력의 충돌이었다.
폐허가 된 중심부에는 용사추와 천년마녀가 처음과 같은 자세로 서 있었
다.
틀려진 것이라면 두 사람의 안색이 밀납같이 하얗게 변했다는 점과 그들
의 의복이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는 점이었다.
천년마녀의 고대전포는 이미 가루가 된 상태였다. 그 바람에 그녀의 뇌살
적인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천년마녀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녀의 두 눈은
경악으로 치떠진 채 용사추의 손목에 걸린 천마지존환을 주시하고 있었다.
"너....너 역시.....마교의 후예였느냐?"
그녀는 경악의 음성으로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소이다!"
용사추는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한집안 식구였군. 싸울 필요도 없었는데.....!"
그녀의 말꼬리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녀의 표정 또한 야릇해졌다. 용
사추는 언뜻 그녀의 얼굴에서 안도의 미소가 스치고 지나는 것을 보았다.
용사추는 천마지존환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벽력굉천뢰를 이것과 교환하지 않겠소?"
그에게 있어 벽력굉천뢰는 극히 절실한 것이었다. 그것이 있어야 불사마
후라는 파멸마병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그는 천
년마녀에게서 벽력굉천뢰를 힘으로 탈취할 수 있을만큼 우세하지도 못했다.
방법은 교환뿐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친 용사추는 망설임없이 천년마녀
에게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바꾸자고?"
천년마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있어 앳 연인의 선물보다
더한 가치를 지닌 것은 세상에 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내놓으라니.....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기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좋아.....애송이!"
마음과는 달리 그녀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어 그녀는 손에
든 벽력굉천뢰를 선뜻 용사추에게 내밀었다.
"가져가라. 그것으로 전황이라는 철혈마가의 괴물을 태워죽일 작정이었으
나 그다지 절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내심은 그
렇지 못했다. 전황 북리황을 떠올리면 그녀는 참을 수 없을만큼 격분되었
다.
삼년 전, 전황 북리황은 너무도 무참히 그녀를 패퇴시켰다. 난생 처음 그
녀는 공포를 느꼈으며 천년혈붕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북리황의 철혈수 아래
이미 고혼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삼년 만에 다시 무림에 나오기는 했지만 그녀는 북리황에게 느낀 극심한
공포를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 끝에 벽력굉천뢰로 북리황을 폭사시
켜 버릴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 것이다.
두 사람의 물건이 교환되며 문득 서로의 손이 스쳤다. 순간 짜릿한 전율
이 그들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이미 그들의 육체는 낯설지 않은 느낌을 지
니고 있었다. 서로 하나가 되었던 경험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
다.
"다음에 만나면.....!"
천년마녀는 당혹스러운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외
쳤다.
"정말 너를 죽여 주겠다! 무엇으로든지.....!"
스슥!
그 말과 함께 그녀는 교구를 떠올렸다.
무엇으로든지.....죽여준다? 묘한 끝 말의 여운을 남기며 천년마녀는 백
장 상공에 뜬 천년혈붕의 등 위로 날아올랐다.
콰아아......!
"조심해라! 전황이라는 놈은 과거 천마 대종사님만큼 강한 놈이었다!"
천년혈붕 위에서 천년마녀의 전음이 들려왔다.
천년혈붕은 천년마녀를 태우고 긴 붕음을 내며 북방으로 날아갔다. 이내
그놈의 그림자는 짙은 야음속으로 묻혀 사라져갔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용사추는 서운함을 느꼈다.
"무심한 놈이군. 한때 친구였던 나는 본척도 않고 그녀만 태우고 가버리
다니....!"
그는 천년혈붕이 아는척도 하지 않고 떠나버린 것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의 말을 들은 것일까?
고오오......!
멀리 북천에서 천년혈붕의 장소성이 은은히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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