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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마면신협(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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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588 회 작성일 24-02-17 17: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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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뇌강궁___
그것은 벽력뇌가라는 뇌씨일가의 문파였다.
벽력대제 화천륭,
그는 벽력뇌강궁의 외제자로서 화모 뇌옥정에게는 사숙이 되는 인물이었
다.
그는 여러 가지 목적을 지니고 벽력뇌강궁에 잠입했다.
그 첫째 목적은 벽력뇌강궁의 장악이었다.
십 이 년 전, 그는 그 목적을 위해 자신의 손녀뻘인 화모 뇌옥정을 능욕
하였다.
뇌옥정은 최음제에 취해 스스로 화천륭의 처소로 뛰어들었다. 화천륭은
그런 뇌옥정을 정복한 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노라 변명했다.
뇌옥정의 불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뇌옥정을 완전히 정복한 뒤 비로소
화천륭은 야심을 드러냈다.
그는 하나의 조직에서 밀파되었다. 그 조직은 번뇌마가로 화천륭은 번뇌
마가의 사대가신중 일인이었다.
번뇌마야 경천구가 화천륭에게 내린 지시는 두 가지였다. 벽력뇌강궁의
장악과 벽력십보(霹靂十寶)의 탈취가 그것이었다.
본래, 벽력뇌강궁에는 열 가지 희세의 기진이보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벽
력십보라고 하거니와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다음의 세 가지였다.

뇌정패왕궁(雷霆覇王弓).
벽력진결(霹靂眞訣).
벽력굉천뢰(霹靂宏天雷).

뇌정패왕궁은 설명이 필요없는 환우칠중병의 하나였다.
벽력진결은 환우에서 가장 강력한 극양진결로 그것의 정화가 바로 뇌정열
화신강이었다.
세 번째로, 벽력굉천뢰는 가장 강력한 화기였다. 그것은 화약 만 근의 폭
발력을 지녀 작은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무서운 위력을 지녔
다. 벽력굉천뢰가 폭발하는 반경 삼십 장 안에서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
다.
전설의 천마나 당세무림의 살아 있는 신화 전황 북리황이라 해도..... 벽
력굉천뢰는 그렇듯 무서운 화기였다.
화천륭은 뇌옥정은 정복한 뒤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는 단 한가지는 얻지 못했다. 그것이 벽력진결이었다.
본래, 벽력진결은 뇌씨일족 사이에서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것이었
다. 특히 그 벽력진결 중의 정수인 뇌정열화신강의 구결은 궁주 일 인에게
만 전해져 왔다.
화모 뇌옥정은 강하면서도 영리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화천륭의 어떤 회
유와 위협에도 그것만은 발설하지 않았다.
그러자 화천륭은 가장 잔혹한 수법을 동원했다.
어느 날, 한 차례 격렬한 정사 후에 화천륭은 불의에 뇌옥정을 기습하여
그녀의 내공을 폐쇄해 버렸다.
뇌옥정은 이미 약관 이전에 금강지체를 이룬 초고수였다. 따라서 평소에
는 누구도 그녀를 제압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본시 남달리 뜨거운 몸을 지닌 뇌옥정
은 남녀관게를 가질 때면 완전히 몰입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 때문에 절정
에 이르면 그녀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만다.
화천륭은 바로 그 때를 노려 뇌옥정을 제압한 것이었다.
그런 뒤 그는 뇌옥정의 비궁에 가장 지독한 최음미약을 투여했다. 보통의
최음제가 일시적임에 반하여 그것은 한 번 중독되면 주기적으로 격렬한 성
욕의 항진(亢進)이 오는 괴이한 미약이었다.
결국, 그 정숙하고 고고하던 뇌옥정은 매달 수십 명의 사내를 상대해야
비로소 만족하는 희세의 탕녀로 표변하고 만다.
화천륭은 그런 뇌옥정을 더욱 지독한 파멸로 이끌었다. 즉, 벽력뇌강궁의
수뇌들로 하여금 매 한 달마다 집단으로 뇌옥정을 범하게 만든 것이었다.
천인공노...그 언어도단의 만행은 그렇게 자행되었다.
수뇌부의 명숙들은 교묘하게 화천륭에게 유혹당했다.
화천륭은 그들로 하여금 늘 고고하고 존귀하기만 하던 벽력일족의 가주를
범했다는 벗을 수 없는 죄책감의 족쇄를 씌워 그들을 금제하는데 성공한 것
이었다.
그런 이유로, 한 번 뇌옥정을 범한 자들은 화천륭이 번뇌마가의 출신이란
것을 알더라도 그에게 대항하지 못했다.
또한, 화천륭은 욕정에 미친 뇌옥정에게서 조금씩이나마 벽력진결의 구결
을 갈취해 낼 수 있었다.
이런 만행이 근 십여 년에 걸쳐 계속되어왔다. 지금까지 화모 뇌옥정을
범한 수뇌들은 무려 수백 명에 이르렀고 그들은 용사추와의 일전에서 거의
모두 전멸해 버렸다.
이제 그 비밀을 아는 자는 단 셋 뿐이었다. 달아난 화천륭과 용사추, 그
리고 화모 뇌옥정 자신뿐이었다.
용사추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화천륭을 척살할 결심이었다. 한 여인의 가
장 참담한 비밀은 영원히 지켜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였다. 그래야
씻을 수 없는 상처도 아무는 법이니까.

뇌옥정은 하나의 옥패를 용사추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받아주세요."
그녀는 단정하게 의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눈같이 새하얀 순백의 궁장.
그것은 희고 순결해 보였다.
하지만 그 순결한 궁장 안에 감추어진 그녀의 육체는 처참하게 유린당하
고 짓밟힌 상처들로 가득했다. 그것은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상처였다.
그 때문일까? 순백의 궁장은 웬지 뇌옥정의 모습을 더욱 처연하고 안스럽
게 보이게 했다.
뇌옥정과 마주앉은 용사추. 그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
었다. 그는 한 여인의 짓밟힌 영혼과 육체가 다시 소생할 수 없는 절망의
수렁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그녀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뇌옥정은 뜨거운 참회와 회한의 눈물을 뿌리며 용사추에게 모든 과거를
털어놓았다.
그녀의 뼈아픈 고백을 들으며 용사추는 뇌옥정에 대한 연민과 가여움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분노했다. 한 여인의 삶이 이렇듯 비참한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는 사실에. 그리고 가슴이 아팠다. 치유될 수 없는 그녀의 깊디 깊은 상처
가 안타까워서.
용사추는 소리없이 탄식하며 뇌옥정을 바라보았다. 뇌옥정은 애써 모든
감정을 절제한 초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용사추는 옥패를 받아들며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붉은 빛이 감도는 옥패는 홍옥으로 만들어졌으며 전체적으로 은은한 열기
가 느껴졌다. 그것의 표면에는 아홉 마리의 적룡(赤龍)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선명한 뇌정문(雷霆紋)으로 장식된 대전체의 글
이 적혀 있었다.

__벽력존패(霹靂尊牌).

이것이 옥패의 이름인 듯 했다.
벽력존패는 역대로 벽력일족의 종사(宗師)임을 나타내 주는 신물이었다.
그것은 벽력일족 벽력전사들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무상의 권위를 지녔
다.
벽력존패를 소지한 자, 그가 진정한 벽력일족의 수장이며 벽력뇌강궁의
지존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화천륭은 진정한 벽력
지존이 아니었다.
용사추는 그러나 벽력존패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이것은 받을 수 없습니다!"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정중히 거절했다.
벽력존패를 용사추에게 넘기는 것, 그 뒤에 숨은 뇌옥정의 의도는 자명한
것이었다. 그녀는 용사추에게 벽력존패의 수호를 위탁한 뒤에 자결할 작정
인 것이다.
지금껏 뇌옥정이 짐승같은 언어도단의 능욕을 당하면서도 자진하지 않고
구차한 생을 연명해 온 것은 그 벽력존패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었다.
그녀는 벽력뇌가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그런 그녀의 죽음은 곧 벽력뇌가
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이제까지 죽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었다.
용사추가 거절하자 뇌옥정은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저의 뜻을 오해하고 계시군요?"
그녀는 갸냘프게 웃었다. 그 표정이 너무 처연하여 용사추는 마음이 약해
지려 했다. 뇌옥정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벽력팔황 여덟 분에게는 차마 제가 당한 일을 고백할 수 없어요. 저를
대신하여....은공께서 이것을 그 분들에게 반환해 주셨으면 해요."
그녀의 파리한 입가로 아픈 한숨 한 줄기가 흘렀다. 그같은 뇌옥정의 모
습은 안타깝고 가엾기 이를 데 없었다. 그녀의 모습 어디에도 환우최강의
극양기공을 지닌 여종사로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는 거
친 세파에 짓밟힌 한 송이 꽃일 뿐이었다.
"천한 계집이 왜 벽력존패를 지닐 수 없는지는.....은공께서 적당히 설명
해 주세요."
뇌옥정은 탄식하며 말했다.
"........!"
용사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뇌옥정의 우수 깃든 봉목을 말
없이 바라보았다. 이어 그는 뇌옥정의 여리고 가냘픈 손을 꼬옥 움켜쥐며
말했다.
"한 가지 약속을 해주시오! 그러면 벽력존패를 처리해 드리겠소이다!"
"말씀해 보세요. 무엇이든.....!"
뇌옥정은 처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죽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
뇌옥정의 교구가 파르르 떨림을 일으켰다.
용사추의 음성은 강한 힘을 담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는 자신의 손에 잡
힌 뇌옥정의 보드라운 교수를 힘주어 움켜쥐었다.
뇌옥정은 커다란 용사추의 손아귀에 잡힌 손이 마치 부서져 나가는 듯 아
파왔다. 하지만 그 고통은 결코 싫지 않았다. 그것은 뭇 사내들에게 능욕당
할 때의 고통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차라리 그 고통은 신선하게까지
느껴졌다. 마주 쥔 두 손을 통해 용사추의 뜨거운 진심이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뇌옥정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약속....해요!"
마침내 그녀의 창백한 두 볼로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미소지었다. 눈물 어린 그녀의 미소는 웬지 가슴을 뭉클하
게 만들었다.
"죽지 않을 거예요. 은공을 위해서라도.....!"
"좋습니다!"
용사추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비로소 벽력존
패를 받아들었다.
"지금 당장 벽력팔황에게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어 그는 즉시 침실을 나섰다.
그런데, 침실 밖을 나선 용사추는 몇 걸음 옮겨놓지 않아 멈칫 걸음을 멈
추었다. 웬지모를 불안감이 그를 엄습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뇌옥정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뇌옥정
이 막 자신의 목을 향해 비수를 찔러 가는 것이 보였다.
"무슨 짓이요?"
용사추는 흠칫 놀라며 버럭 노성을 내질렀다.
피____잉!
따당.....
그의 손 끝에서 뇌전같은 지력이 일어 뇌옥정의 손에 들린 비수를 잘라버
렸다.
"흐윽....!"
용사추가 내친 지력의 여파로 뇌옥정의 교구가 침상 위로 나뒹굴었다. 간
일발의 차이로 무사하기는 했으나 그녀의 목에는 비수의 날이 스쳐 생긴 새
빨간 혈흔이 비치고 있었다.
백설같은 목 위에 그어진 혈선(血線)은 너무도 선연하여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용사추는 미끄러지듯 뇌옥정의 앞으로 다가서며 무섭게 눈을 부릅떴다.
"왜.....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오?"
그는 노성을 지르며 뇌옥정의 가냘픈 어깨를 으스러져라 움켜쥐고 흔들었
다. 그의 격렬한 분노에 뇌옥정은 전신을 세차게 떨었다.
"흐윽......은공!"
뇌옥정은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용사추의 가슴에 몸을 던졌다.
용사추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뇌옥정의 교구를 두 팔로 으스러져라 끌어
안았다. 뇌옥정의 여린 교구는 용사추의 드넓은 가슴에 안긴 채 흔적도 없
이 녹아드는 듯 했다.
용사추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찌하면 이 여인이 자진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강직한 얼굴은 이 순간 더할 수 없이
참담하고 복잡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이제껏 자신이 이렇듯 무력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철혈전막에
서 최초로 전황과 마주쳐 좌절을 느꼈을 때도 지금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때는 노력하면 전황에 맞설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자진하려는 뇌옥정의 결심만큼은 용사추로서도 어
떻게 막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녀의 뜻은 너무나 확고부동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무력감으로 착잡한 심정을 금치못하던 용사추는 문득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뇌씨의 대(代)를 부인대에서 단절시키실 작정입니까?"
그것은 최후로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그는 뇌옥정의 가문에 대한 의무감
을 상기시켜 보았다. 과연 그의 판단은 빗나가지 않았다.
"........!"
순간적으로 뇌옥정의 교구가 경직되는 것이 용사추의 두 팔에 그득히 느
껴졌던 것이다.
용사추의 눈이 번뜩 빛났다.
(이것이다....!)
그는 한 가지 생각에 착안했다. 이어 그는 확고한 신념이 담긴 힘있는 어
조로 말했다.
"지금 막 결정했습니다. 저는 부인에게 뇌씨의 아들을 만들어 줄 작정입
니다!"
"무....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은공?"
뇌옥정은 깜짝 놀라며 급히 용사추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용사추의 팔은 무쇠와도 같이 그녀를 바짝 옭아맸다. 그는 뇌옥정의 머리카
락에 얼굴을 묻었다.
"그 주기가.....한 달에 한 번씩 온다고 했지요? 미약의 독기가 발작할
때 마다....찾아올 작정입니다!"
용사추는 짐짓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뇌옥정의 옥용이 참담하게 변했다. 그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
개를 흔들었다.
"그러시면 안 돼요! 제가 얼마나 추악하게 더럽혀진 몸인지 잘 아시잖아
요?"
그녀는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녀는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욱 강하게 용사추에게 얽어매어졌다.
완강하고 굳센 용사추의 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용사추는 몸부림치며 흐느끼는 뇌옥정을 으스러져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 이후에 자진하든지 어쩌든지 그것은 그대의 자유요. 아들을 낳을 때
까지는 절대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아니되오! 만일 나의 씨가 부인 안에서
자라고 있을 때 그대가 자진한다면.....그대는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오. 그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오!"
완고한 뜻이 담긴 용사추의 음성. 그것은 뜨겁게 뇌옥정의 온 몸을 적셔
왔다.
"아아....!"
뇌옥정은 절망으로 몸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용사추의 말은 도저히 거
부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아들을 낳을 때 까지.....용사추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것은 영원히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구실을 만드려는 것임이 분명했다.
이제 뇌옥정은 죽으려고 해도 의무감 때문에 죽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여염집의 여인이 아니고 종사로 길러진 여장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벗어나지 못할 함정과도 같은 것이었다.
용사추는 저항력을 상실한 뇌옥정의 교구를 안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
다. 무르익은 뇌옥정의 교구가 그의 두 팔 안에 어린 소녀같이 동그랗게 오
그라들었다.
용사추는 그제서야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
(이제는 되었다!)
그는 마치 어린 아이를 안 듯이 소중히 뇌옥정을 끌어안으며 그녀의 등줄
기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말없이 몸을 맞대고 있었다. 그
런데, 바로 그 때였다.
구우욱.....!
갑자기 한 소리 날카로운 괴조(怪鳥)의 울음소리가 용사추와 뇌옥정의 귓
전을 울렸다. 그 소리에 두 사람은 평화롭고 달콤한 환상에서 깨어났다.
(이 소리는 무엇이지?)
두 남녀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띄웠다.
직후, 예의 날카로운 괴조의 울부짖음이 재차 터져나와 벽력뇌강궁 전체
를 뒤흔들었다.
"호호홋.....!"
그 괴성에 이어 날카롭고 요사한 여인의 교소가 귓전을 찢어놓을 듯 들려
왔다. 그것은 놀랍게도 괴조의 울음소리보다 다섯 배나 더 크게 일어 벽력
뇌강궁 전체를 온통 무너뜨릴 듯이 뒤흔드는 것이 아닌가?
그 여인의 교소에는 처절하기 이를데 없는 마기가 깃들어 있었다. 지독한
절대의 마기였다. 여인의 요사한 교소를 듣는 순간 강심장을 지닌 용사추마
저도 오싹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화왕전 밖에서는 이내 일대소란이 일었다.
콰콰쾅......쾅!
"크아악!"
"아악! 조심해라! 저 계집은 천년마녀(千年魔女)다!"
벽력전사들의 공포에 찬 부르짖음과 함께 비명도 잇달아 터져나왔다.
용사추는 그만 안색이 홱 변했다.
(천년....마녀?)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에서 나오지 마시오, 화모!"
그는 뇌옥정을 향해 당부하고 즉시 침실 밖을 나섰다.
휘익!
그는 벼락같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화왕전 밖.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으로 화해 있었다.
고오오......쐐.....애액!
허공에는 한 마리 거대한 피빛 깃을 지닌 대붕조가 날고 있었다. 그놈은
굉렬한 선풍을 끌며 벽력뇌강궁의 건물들 위를 스쳐 닿을 듯이 날고 있었
다. 그놈의 날개에서 일어나는 강풍은 얼마나 강한지 벽력뇌강궁의 집채같
은 건물들이 마치 가랑잎같이 부서져 날아가고 있었다.
"아악!"
"크아.....악!"
거대한 전각들이 폭풍에 휩쓸리듯 마구 부서져 내리는데 인간의 몸이 그
엄청난 강풍을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단잠에 빠져있다 뛰쳐나온 벽력전사들은 다투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밖으로 나온 용사추는 허공을 주시하며 흠칫 놀랐다.
"천년....혈붕(千年血鵬)!"
그의 입에서 나직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벽력뇌강궁을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는 그 거대한 피빛 깃털의 대붕조는
용사추가 너무도 잘 아는 영물이었다.
그것은 삼년 전, 용사추를 북해까지 수송했다가 실종된 천년혈붕이었던
것이다. 십대지존 중 옥룡지존의 옥룡궁에 격추되었던 만금제왕(萬禽帝王)!
그놈이 살아서 다시 용사추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콰......아아!
천년혈붕은 벽력뇌강궁의 전각들을 마치 성냥갑처럼 쓰러뜨려 허공으로
날려보내며 하나의 견고한 철옥으로 접근해 갔다.
그곳은 열화천각(烈火天閣), 즉 벽력뇌강궁의 모든 화기와 병기들을 보관
하는 중지였다.
천년혈붕은 곧장 그 열화천각으로 육박해 갔다.
천년혈붕을 쫓던 용사추의 눈이 문득 번득 빛을 발했다. 천년혈붕의 등
위에 한 명의 여인이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그 여인의 등 뒤로는 기이하게도 녹색을 띤 신비스러운 수발이 폭포수같
이 흘러내려 있었다.
용사추는 안색이 일변하며 찬바람을 들이켰다.
(천년....마녀!)
그의 동공에 놀라움의 빛이 가득 떠올랐다.

천년마녀(千年魔女)___!
천년혈붕의 등 위에 우뚝 선 채 무서운 마기를 흘리는 녹발의 괴여인은
바로 그녀였다.
환우십좌의 당당한 제일인자로 기록되었으며 그 옛날, 마교의 번성시에
마교지존 십방천마 철옥기의 아내로 내정되었던 천년마후성의 성주!
그녀는 천 년 동안 뇌음법륜의 대법력에 감금되어 있다가 용사추에 의해
깨어난 공포의 여마종이었다.
빙하천벽에서 부상당한 천년혈붕을 구해간 것은 다름아닌 천년마녀였던
것이다.
삼년 전,
그녀는 용사추에 의해 깨어난 뒤 무서운 혈풍을 일으키며 남진했었다. 그
녀는 정녕 막강했다.
아무도 그녀를 막지 못할 듯이 보였다.
그러나....그녀는 좌절당해야만 했다. 그녀의 상대는 너무 강했다. 전황
북리황이 바로 그녀를 좌절시킨 장본인이었다.
과거의 십방천마(十方天魔)만큼이나 강한 철혈의 절대자, 그가 당세에 존
재하고 있다는 것은 천년마녀에게 있어 불운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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