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면신협(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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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무참(無慘)한 여체(女體)
출운애(出雲崖)!
백마성(百魔城)이 자리한 천층운해(千層雲海)의 초입부.
깍아지른 단애 위로 한 가닥 실낱 같은 길이 나 있었다. 이곳을 출운애라
고 하며 천층운해의 백마성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 출운해를 지나가야만
했다.
정오 무렵.
스슥.....!
자욱한 운무를 밟으며 하나의 인영이 천층운해쪽에서 날아왔다. 그는 헌
앙한 기도를 지닌 미청년으로 무명천으로 둘둘 만 한 자루 장도(長刀)를 들
고 있었다.
물론 그는 주세업으로 환신한 용사추였다.
백마평의회!
그들은 용사추의 증언을 진실한 것이었다고 판결내렸으며 영오의 몸에서
풀린 그는 낭야왕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휘르르.....!
용사추는 산풍을 가르며 출운해의 남방으로 진행해 나갔다.
그런데, 용사추가 막 출운해의 중간지점에 이르렀을 때였다.
위....이잉!
깁자기 출운애 아래서 일진 광풍이 일어 용사추를 휩쓸어왔다. 굉렬한 위
력의 광풍. 그 중에는 뼈골까지 얼려버릴 듯한 무서운 음한강살(陰寒 煞)이
실려 있었다.
"엇! 음풍..... 강살(陰風 煞)!"
용사추의 안색이 홱 변했다. 그를 엄습한 것은 음마(陰魔) 수곤의 독문
현음강살이었다.
콰쾅.....!
용사추는 급급히 일권을 내쳐 음풍에 맞섰다
촤.....아앙!
"크.....윽!"
굉렬한 폭음이 일며 용사추의 신형이 광풍에 흩날린 낙엽같이 허공으로
퉁겨졌다.
"카앗! 죽어랏! 어린 놈!"
"크녠! 혈영마하탄강(血影魔霞彈剛)!"
후드득! 츠츠츳......!
두 줄기 인영이 출운애의 절벽 그늘에서 떠올라 허공으로 밀려올라간 용
사추에게 육박해갔다.
눈빛이 아주 음침한 노인과 움빛 모발을 지닌 거한, 그들은 바로 삼재마
종 중 지마(地魔)와 천살(天煞)이었다.
콰..... 드득!
지마와 천살의 공세가 그대로 용사추의 몸에 작렬했다.
"크악!"
용사추는 처절한 비명을 토하며 허위적거렸다.
이어, 그의 신형은 그대로 출운애의 다른쪽 절벽 아래로 떨어져 갔다.
"캇! 죽였다."
"흐흣! 드디어 대형(大兄)의 골칫덩어리를 제거했다. 대형과..... 마야게
서 아시면 기뻐하시리라....."
화르르.....!
스슥.....!
지마와 천살이 득의의 흉소를 터드리며 출운애 위에 내려섰다. 그들은 음
침한 음소를 터뜨리며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짙은 운무가
갈려 있어 아래쪽을 볼 수가 없었다.
"아직 좋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그 어린 아이의 시신을 확인해야 안
심할 수 있다."
문득 구층 유부에서 흘러 나오는 듯한 음산한 음성이 지마와 천살의 등
뒤에서 일었다.
그들의 뒤,
스으.....!
어젠가 한 명 극히 음산한 표정의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음마(陰魔) 수곤(水棍)이었다. 용사추에게 최초의 암격을 가했던 것
은 바로 그였다.
스윽!
수곤은 몸을 떠올렸다.
"낭야왕.....! 그 놈은 안심할 수 없는 놈이다. 시신을..... 확인해야만
한다."
화르르.....!
수곤은 섬전같이 출운애 아래로 날아내렸다. 그 뒤를 지마와 천살이 따랐
다.
(헉.....!)
음마 수곤의 몸이 화석같이 굳어졌다.
출운해의 바닥은 황량한 석곡이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용사추의 시신
은 없었다. 그 대신 한 명의 인물이 유령같이 서서 음마 수곤과 지마, 그리
고 천살을 노려보고 있었다.
스으.....! 스으!
기이한 운무에 뒤덮인 채 서 있는 유령 같은 인물, 그는 백마의 다섯째
마왕..... 영제 탁리무영이었다.
"비득.....! 음마.....수곤!"
영제의 환허신강 안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영제의 두 눈은 분노
와 살의와 슬픔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음마 수곤이 이곳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음마 수곤은 온 것이다. 자신의 모살이 성공했는지를 확인하기 위
하여.....
"마교(魔敎)의 지엄한 율법과 혈전백마궁의 궁규에 의해..... 너를 처단
해야겠다. 수곤!
영제가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했다. 그의 어조는 진한 슬픔으로 물들
어 있었다.
비록 음마 수곤이 마교의 율법을 어기고 갈후명을 모살하는데 가담한 죄
인이나 그는 어쨌든 자신의 동문인 것이다.
".....!"
수곤의 안면이 흉측하게 이지러졌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
을 깨달았다.
(함.....함정에 빠졌다.)
수곤의 입가로 추악한 파문이 일었다. 그의 볼이 씰룩였다.
"영제..... 장담하지 마라! 아직은 누가 죽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니....."
음마 수곤은 괴악하게 말하며 쌍장을 쳐들었다. 그런 그의 쌍장이 팔꿈치
까지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독문음공인 음풍현극마강(陰風玄極魔剛)을 극한까지
끌어올렸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 때였다.
".....!"
".....!"
수곤의 등 뒤에서 지마와 천살이 뛰쳐나와 아무말 없이 영제를 휩쓸어갔
다. 그들은 무슨 수를 쓰던지 영제를 제거해야겠다고 작정한 상태였다. 영
제가 살아 있으면 그들에게는 파멸뿐이었다.
혈전백마궁의 백마(百魔)들은 마교의 율법을 어긴 배신자들을 곱게 놓아
둘 정도로 관대하지 못함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위....이잉!
고오오오.....!
지마와 천살의 고세가 무서운 기세로 영제를 휩쓸어갔다.
그들의 힙공은 대단한 것이었다. 삼재마종의 연수합격은 도천극이라도 죽
일 수 있다고 공공연이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때였다.
"후훗..... 그대들의 상대는 여기있다!"
돌연 지마와 천살의 측면에서 한 소리 냉소가 일었다.
위이잉!
그와 동시에, 하나의 바위로부터 훤칠한 청년의 신형이 솟아나와 두 마종
을 휩쓸어 오고 있었다. 그는 물론 용사추였다.
"헉!"
"네....네놈이....!"
자신들에 의해 죽은 줄 알고 시체를 찾으로 왔다가 시체가 아닌 살아있는
용사추의 모습을 본 순간 지마와 천살은 입이 쩍 벌어져 할 말을 잃었다.
그 사 용사추의 오른 손에 들린 마라천강도가 양인의 허리를 횡으로 그어
왔다.
"조심.....해랏!"
수곤이 다급하게 경호성을 터뜨렸다. 그는 순간적으로 용사추가 든 장도
(長刀)가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경호성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퍼어.....억!
"컥.....!"
"크.....악!"
지마와 천살의 몸이 마라천강도의 도기에 스쳐 네 동강이 나 버렸다. 마
라천강도의 날카로움은 신의를 배반한 그 두 거마의 호신기공을 너무도 수
월하게 베어버린 것이다.
쿠..... 쿵!
네 동강이 난 시신이 지면으로 나뒹굴며 역겨운 피비린내가 온 절곡에 진
동했다.
"부득..... 이놈! 낭야왕.....!"
콰아앙!
음마 수곤이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용사추에게 덮쳐왔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곧 저지당했다.
"너는..... 내 손에 죽어야 한다!"
스..... 스슥!
한소리 싸늘한 냉갈이 일며 영제 탁리무영의 신형이 유령같이 음마 수곤
을 가로막았다.
"카.....앗! 오냐! 모두 죽여 주마! 낭야왕은 물론이고 너 영제까지
도....."
수곤의 입에서 까마귀가 울부짖는 듯한 듣기 거북한 폭갈이 터졌다. 그는
반광란하여 영제를 휩쓸었다.
쩌저적.....!
그의 쌍수가 허공을 그을 때마다 그의 손 끝에서 가공할 극음강살이 일어
사오십 장 방원을 휩쓸었다.
음풍무영강살(陰風無影 煞)! 바로 그것이었다.
환우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극음강살의 하나. 그것에 격중된다면 영제든
용사추든 한 덩이 얼음 덩어리로 변해 버리고 말 것이다.
삽시에 절곡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지마와 천살의 두 동강 났던 시
신이 얼음으로 화했다가 산산히 부서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음풍천망(陰風天網)!"
"환허천인참(幻虛千刃斬)!"
음마 수곤과 영제 탁리무영, 그들의 몸에서 최후최강의 기예들이 폭죽터
지듯 작렬했다.
양인의 모든 잠력이 최후의 한 방울까지 쥐어짜져 격렬한 충돌이 이루어
졌다.
콰.....아!
천지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듯한 굉음이 터져올랐다.
후드득....!
그 중에서 음마 수곤과 영제 탁리무영의 신형이 퉁겨지듯 뒤쪽으로 움직
였다.
쿠.....웅!
뒤로 날아간 음마 수곤은 뒤쪽 석벽에 선연한 혈흔을 남기며 충돌했다.
그런 그의 몸에는 흡사 벌집 같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었다.
환허천인참(幻虛千刃斬)!
영제의 비장의 살인지계가 음마 수곤의 전신에 수십 개의 구멍을 뚫어 버
린 것이다. 그것은 가히 천마십예에 들어도 손색이 없는 무서운 살인기공이
었다.
"빌..... 어..... 먹을.....!"
쿠웅!
수곤은 투덜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삽시에 지면이 수곤의 내장과 선
혈로 물들었다.
"조금만.....더..... 빨랐어야.....했는데....."
수곤은 안면에 이지러진 경련을 일으키다가 숨이 끊어졌다.
음마 수곤! 혈전백마궁의 제사마왕이며 마도최강의 음공(陰功) 고수의 최
후였다.
하지만, 영제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발군의 경공으로 수곤의 최후공
세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다만 미처 막지 못한 한 가닥 음풍무영강살이 영제의 왼팔을 스쳤었다.
그런 영제의 왼팔은 아연하게도 이미 한 덩이 얼음으로 화해 있었다.
수곤의 음풍무영강살은 명불허전이었던 것이다.
쩌적!
후드득.....!
영제의 왼팔이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
"오좌!"
용사추의 안색이 변하여 영제에게로 다가서려 했다.
"네..... 놈은..... 네놈 갈 길이나 가라!"
영제는 음잔한 음성으로 말하며 음마 수곤의 시신을 집어들었다.
"네놈은..... 재앙을 몰고 다니는 놈이다. 다시는 면상도 마주하고 싶지
않다."
스윽!
그는 음마 수곤의 시신을 안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의 음성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형제와도 같았던 같은 백마 중의 동료,
그를 영제는 지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인 불운이었다. 앞으로 얼마만한 백
마 중의 형제가 상잔하여 죽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사실이 영제
를 슬프게 했다.
"가능하다면..... 다시는 노부의 앞에 나타나지 말아다오! 꼴도 보기 싫
은 놈.....!"
스팟!
영제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용사추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는 이미 일마
장 밖에 나가 있었다.
".....!"
용사추는 한 동안 석상같이 우뚝 서서 영제가 사라진 쪽을 주시했다.
"하하! 이제 그만큼 구경하셨으면 되지 않았소이까?"
용사추는 죄측의 커다란 바위를 향해 껄걸 웃으며 말했다.
"핫하.....! 들키고 말았는데....."
그러자, 바위 뒤로부터 한 줄기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한 명의 청년
이 멋적은 듯 걸어 나왔다.
일신에 타는 듯한 붉은 장포를 걸친 아주 당당한 기도의 청년.
천수적룡(千手赤龍)!
그는 바로 천수적룡이었다. 지존마맹의 일천마왕군의 막내인 제일천마왕,
천수적룡은 오래 전부터 이곳 출운애의 절곡에서 벌어진 일들을 낱낱이 지
켜보고 있었다.
"그것이...천마 대종사의 애병이었던 마라천강도인 모양이구료!"
천수적룡은 형형한 시선으로 용사추가 들고 있는 마라천강도를 바라보았
다.
용사추는 싱긋 웃었다. 그는 마라천강도의 도신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역시 대 천수마가의 후예다운 안목이오! 이제껏 이 마라천강도를 알아본
인물은 그대뿐이었소."
천수적룡은 마주 웃었다.
"하하! 마교의 후예가 되어 어찌 지존신병(至尊神兵)을 모를 수 있겠소이
까?"
그의 웃음은 상쾌했다. 그는 향후의 마교를 이끌어갈 젊은 기둥들 중 한
명이었다.
지존마야, 아니 번뇌마야 경천구의 제자로 알려진 천수적룡. 그러나 그는
마교를 배신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경천구에게 복종하는 척하는 것은 그의 아버지인 천수마가의 가주
천수마제가 경천구에게 금제를 당하여 있기 때문이었다.
천수적룡은 경천구를 파멸시킬 병기가 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경천구가
꿈에도 모르고 있으나 천수적룡은 단 하나뿐인 모략의 호적수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모사가 바로 다정괸음 옥수교였다. 즉, 옥수교가 지존마맹에 심어놓은
간세가 천수적룡이었다. 그것을 번뇌마야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수교누님을 부탁하오! 봉봉도 함께.....!"
용사추는 천수적룡에게 말했다. 그는 천수적룡의 인간됨을 믿고 있었다.
용사추는 백마성에서 며칠 동안에 새삼 많은 것을 느낀 상태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마교의 용사들에 대한 신뢰였다.
개세혈왕종 도천극이나 음마 수곤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마교
의 마종들은 가장 믿을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거칠고 포악하나 솔직하고 믿을만 했다. 생사지존 갈후명이 그랬
고 영제 탁리무영이 또한 그러했다.
"천수령주 옥누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오!"
천수적룡은 싱긋 웃었다. 그는 옥수교와 결의남매를 맺은 상태였다. 즉
그는 옥수교의 의제이고 장차 용사추에게는 처남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나는 벽력대제(霹靂大帝)의 벽력뇌강궁에 들렀다가 불사마궁에 잠입할
것이오! 수교누님에게는 그렇게 전해주시오!"
용사추가 말했다.
"벽력뇌강궁!"
천수적룡의눈이 의아하게 번뜩였다.
-벽력뇌강궁(霹靂雷剛宮)!
그것은 천하제일화문(天下第一火門)의 이름이었다. 그들의 화기는 가히
천년제일이라고 알려져 왔다. 바로 저 십대전신 중 벽력대제(霹靂大帝)의
출신문파가 벽력뇌강궁인 것이다.
벽력뇌강궁은 누구도 감히 대적하려 들지 않는 무적의 가문이었다. 그것
은 그들의 화기(火器) 때문이다.
벽력화기!
그것들은 산(山)을 부수고 대지(大地)를 찢어 발기는 경천지동할 위력을
지닌 것들이었다. 아무리 절정내공을 지닌 고수자들도 벽력화기에는 맞서지
못한다.
"불사마궁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불사마후를 제거하는데는 벽력뇌강궁의
벽력화기 이상가는 것이 없소! 나는 벽력일족에게서 그것들을 좀 빌려 볼
작정이오!"
용사추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무림에 돌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번뇌마야가 만들고 있는 파멸병기 불사마후와 활강시들을 제거하는 일
이었다. 그래서 그는 먼저 불사마후에게 접근할 작정인 것이다.
"하하..... 조심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오. 총사!"
천수적룡도 마주 웃었다.
"들리는 말로 벽력대제보다는 그의 젊은 아내 화모(火母) 뇌옥정(雷玉精)
이 열 배 무섭다고 하더이다. 잘못하면 그녀의 뜨거운 몸이 총사를 흐물흐
물 녹여 버릴지도 모르오!"
천수적룡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용사추도 껄걸 웃었다.
"걱정마시오! 나는 그 화모보다 열 배 더 무서운 여인의 보필을 받고 있
으니....."
용사추는 웃으며 출운애의 정성을 올려다 보았다.
스으..... 스으.....!
".....!"
그곳에는 언젠인가 하나의 검은 인영이 표표히 서 있었다.
전신이 은은한 묵하(墨霞)로 덮인 기이한 여인, 그녀는 바로 독종독인 나
요미였다. 용사추는 조화독종이 남긴 제왕독경(帝王毒經)으로 그녀를 완벽
한 독종독인으로 만든 상태였다.
"그럼..... 다시 봅사다!"
스윽!
용사추는 천수적룡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출운애의 절벽을 따라 곧
장 수직으로 상승하였다. 그런 경공은 영제 탁리무영의 경공에 조금도 못하
지 않은 것이었다.
화르르.....!
용사추는 삽시에 독종독인 나요미의 옆에 이르렀으며 곧 천수적룡의 시야
에서 사라져갔다.
".....!"
천수적룡은 유현한 시선으로 용사추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불사... 마후라! 이번의 적은 총사에게도 꽤나 벅차겠는데..... 총사가
비록 저 무서운 악마초인이라고 하지만....."
천수적룡은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성으로 돌아가서 수교 누님을 만나 봐야겠다. 어쩌면 총사를 도울 방도
가 있을지도 모르니....."
스읏!
말을 마치자 마자, 천수적룡의 신형이 한 마리 붉은 용으로 화하여 떠올
랐다. 그의 모습은 이내 장내에서 사라졌다.
천수적룡이 사라진 직후,
"이..... 이럴수가! 낭야왕이 바로 악마초인이란 말인가?"
한 소리 경악에 질린 여인의 음성이 울렸다.
스윽!
천수적룡이 은신하고 있던 바위에서 멀지 않은 그늘에서 한 명의 여인이
살며시 걸어나왔다.
아주 요악한 분위기의 여인, 그녀는 경악과 회의가 담긴 시선으로 용사추
가 사라진 쪽을 주시했다.
그녀의 옥용이 경악으로 새하얗게 탈색되어 있었다.
"무..... 무서운 일이다. 악마초인이..... 낭야왕으로 환신해 있다
니....."
스.....으.....!
그녀의 요악한 눈에 공포의 기색이 떠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
다.
"성으로 돌아갔다가는 악마초인의 졸개들에게 피살당하고 만다. 이
미..... 혈전백마궁은 그 자의 것이나 다름없다.
여인이 앓는 듯이 신음했다.
"불사..... 마궁으로 가서..... 마야(魔爺)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
다. 악마초인이라면 능히 불사마후조차도 깨뜨릴 수 있다."
스..... 슥!
여인은 분분히 신형을 날렸다. 그녀의 경공 또한 용사추에 못지 않게 신
묘했다.
"아직은..... 승부가 나지 않았다. 네가 죽는다면..... 나 인요(人妖)에
의해서일 것이다. 악마초인.....!"
여인은 멀리로 사라지며 독백했다.
인요(人妖)! 이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용사추의 일도에 두 동강난 천살, 지마와 함께 삼재마종이라고 불리우는
인간 요물, 그녀에 의해 새로운 파국이 예견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인요조차도 또한 모르고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한쌍의 눈이
그녀의 행동마저 괸찰하고 있음을.....
버마제비를 사마귀가 노리고 그 사마귀를 참새가 노린다는 격일까?
".....!"
한쌍의 고독하고 그윽한 기품을 지닌 봉목이 인요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출운애의 가장 높은 곳에 흡사 선녀 같은 지태로 서 있었
다.
전신에 고독한 기품으로 드리운 절세미부, 그녀는 고독..... 마모라고 불
리우는 희세의 대마녀(大魔女)였다.
고독마모(孤獨魔母).....!
무참(無慘)한 여체(女體)
출운애(出雲崖)!
백마성(百魔城)이 자리한 천층운해(千層雲海)의 초입부.
깍아지른 단애 위로 한 가닥 실낱 같은 길이 나 있었다. 이곳을 출운애라
고 하며 천층운해의 백마성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 출운해를 지나가야만
했다.
정오 무렵.
스슥.....!
자욱한 운무를 밟으며 하나의 인영이 천층운해쪽에서 날아왔다. 그는 헌
앙한 기도를 지닌 미청년으로 무명천으로 둘둘 만 한 자루 장도(長刀)를 들
고 있었다.
물론 그는 주세업으로 환신한 용사추였다.
백마평의회!
그들은 용사추의 증언을 진실한 것이었다고 판결내렸으며 영오의 몸에서
풀린 그는 낭야왕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휘르르.....!
용사추는 산풍을 가르며 출운해의 남방으로 진행해 나갔다.
그런데, 용사추가 막 출운해의 중간지점에 이르렀을 때였다.
위....이잉!
깁자기 출운애 아래서 일진 광풍이 일어 용사추를 휩쓸어왔다. 굉렬한 위
력의 광풍. 그 중에는 뼈골까지 얼려버릴 듯한 무서운 음한강살(陰寒 煞)이
실려 있었다.
"엇! 음풍..... 강살(陰風 煞)!"
용사추의 안색이 홱 변했다. 그를 엄습한 것은 음마(陰魔) 수곤의 독문
현음강살이었다.
콰쾅.....!
용사추는 급급히 일권을 내쳐 음풍에 맞섰다
촤.....아앙!
"크.....윽!"
굉렬한 폭음이 일며 용사추의 신형이 광풍에 흩날린 낙엽같이 허공으로
퉁겨졌다.
"카앗! 죽어랏! 어린 놈!"
"크녠! 혈영마하탄강(血影魔霞彈剛)!"
후드득! 츠츠츳......!
두 줄기 인영이 출운애의 절벽 그늘에서 떠올라 허공으로 밀려올라간 용
사추에게 육박해갔다.
눈빛이 아주 음침한 노인과 움빛 모발을 지닌 거한, 그들은 바로 삼재마
종 중 지마(地魔)와 천살(天煞)이었다.
콰..... 드득!
지마와 천살의 공세가 그대로 용사추의 몸에 작렬했다.
"크악!"
용사추는 처절한 비명을 토하며 허위적거렸다.
이어, 그의 신형은 그대로 출운애의 다른쪽 절벽 아래로 떨어져 갔다.
"캇! 죽였다."
"흐흣! 드디어 대형(大兄)의 골칫덩어리를 제거했다. 대형과..... 마야게
서 아시면 기뻐하시리라....."
화르르.....!
스슥.....!
지마와 천살이 득의의 흉소를 터드리며 출운애 위에 내려섰다. 그들은 음
침한 음소를 터뜨리며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짙은 운무가
갈려 있어 아래쪽을 볼 수가 없었다.
"아직 좋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그 어린 아이의 시신을 확인해야 안
심할 수 있다."
문득 구층 유부에서 흘러 나오는 듯한 음산한 음성이 지마와 천살의 등
뒤에서 일었다.
그들의 뒤,
스으.....!
어젠가 한 명 극히 음산한 표정의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음마(陰魔) 수곤(水棍)이었다. 용사추에게 최초의 암격을 가했던 것
은 바로 그였다.
스윽!
수곤은 몸을 떠올렸다.
"낭야왕.....! 그 놈은 안심할 수 없는 놈이다. 시신을..... 확인해야만
한다."
화르르.....!
수곤은 섬전같이 출운애 아래로 날아내렸다. 그 뒤를 지마와 천살이 따랐
다.
(헉.....!)
음마 수곤의 몸이 화석같이 굳어졌다.
출운해의 바닥은 황량한 석곡이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용사추의 시신
은 없었다. 그 대신 한 명의 인물이 유령같이 서서 음마 수곤과 지마, 그리
고 천살을 노려보고 있었다.
스으.....! 스으!
기이한 운무에 뒤덮인 채 서 있는 유령 같은 인물, 그는 백마의 다섯째
마왕..... 영제 탁리무영이었다.
"비득.....! 음마.....수곤!"
영제의 환허신강 안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영제의 두 눈은 분노
와 살의와 슬픔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음마 수곤이 이곳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음마 수곤은 온 것이다. 자신의 모살이 성공했는지를 확인하기 위
하여.....
"마교(魔敎)의 지엄한 율법과 혈전백마궁의 궁규에 의해..... 너를 처단
해야겠다. 수곤!
영제가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했다. 그의 어조는 진한 슬픔으로 물들
어 있었다.
비록 음마 수곤이 마교의 율법을 어기고 갈후명을 모살하는데 가담한 죄
인이나 그는 어쨌든 자신의 동문인 것이다.
".....!"
수곤의 안면이 흉측하게 이지러졌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
을 깨달았다.
(함.....함정에 빠졌다.)
수곤의 입가로 추악한 파문이 일었다. 그의 볼이 씰룩였다.
"영제..... 장담하지 마라! 아직은 누가 죽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니....."
음마 수곤은 괴악하게 말하며 쌍장을 쳐들었다. 그런 그의 쌍장이 팔꿈치
까지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독문음공인 음풍현극마강(陰風玄極魔剛)을 극한까지
끌어올렸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 때였다.
".....!"
".....!"
수곤의 등 뒤에서 지마와 천살이 뛰쳐나와 아무말 없이 영제를 휩쓸어갔
다. 그들은 무슨 수를 쓰던지 영제를 제거해야겠다고 작정한 상태였다. 영
제가 살아 있으면 그들에게는 파멸뿐이었다.
혈전백마궁의 백마(百魔)들은 마교의 율법을 어긴 배신자들을 곱게 놓아
둘 정도로 관대하지 못함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위....이잉!
고오오오.....!
지마와 천살의 고세가 무서운 기세로 영제를 휩쓸어갔다.
그들의 힙공은 대단한 것이었다. 삼재마종의 연수합격은 도천극이라도 죽
일 수 있다고 공공연이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때였다.
"후훗..... 그대들의 상대는 여기있다!"
돌연 지마와 천살의 측면에서 한 소리 냉소가 일었다.
위이잉!
그와 동시에, 하나의 바위로부터 훤칠한 청년의 신형이 솟아나와 두 마종
을 휩쓸어 오고 있었다. 그는 물론 용사추였다.
"헉!"
"네....네놈이....!"
자신들에 의해 죽은 줄 알고 시체를 찾으로 왔다가 시체가 아닌 살아있는
용사추의 모습을 본 순간 지마와 천살은 입이 쩍 벌어져 할 말을 잃었다.
그 사 용사추의 오른 손에 들린 마라천강도가 양인의 허리를 횡으로 그어
왔다.
"조심.....해랏!"
수곤이 다급하게 경호성을 터뜨렸다. 그는 순간적으로 용사추가 든 장도
(長刀)가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경호성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퍼어.....억!
"컥.....!"
"크.....악!"
지마와 천살의 몸이 마라천강도의 도기에 스쳐 네 동강이 나 버렸다. 마
라천강도의 날카로움은 신의를 배반한 그 두 거마의 호신기공을 너무도 수
월하게 베어버린 것이다.
쿠..... 쿵!
네 동강이 난 시신이 지면으로 나뒹굴며 역겨운 피비린내가 온 절곡에 진
동했다.
"부득..... 이놈! 낭야왕.....!"
콰아앙!
음마 수곤이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용사추에게 덮쳐왔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곧 저지당했다.
"너는..... 내 손에 죽어야 한다!"
스..... 스슥!
한소리 싸늘한 냉갈이 일며 영제 탁리무영의 신형이 유령같이 음마 수곤
을 가로막았다.
"카.....앗! 오냐! 모두 죽여 주마! 낭야왕은 물론이고 너 영제까지
도....."
수곤의 입에서 까마귀가 울부짖는 듯한 듣기 거북한 폭갈이 터졌다. 그는
반광란하여 영제를 휩쓸었다.
쩌저적.....!
그의 쌍수가 허공을 그을 때마다 그의 손 끝에서 가공할 극음강살이 일어
사오십 장 방원을 휩쓸었다.
음풍무영강살(陰風無影 煞)! 바로 그것이었다.
환우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극음강살의 하나. 그것에 격중된다면 영제든
용사추든 한 덩이 얼음 덩어리로 변해 버리고 말 것이다.
삽시에 절곡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지마와 천살의 두 동강 났던 시
신이 얼음으로 화했다가 산산히 부서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음풍천망(陰風天網)!"
"환허천인참(幻虛千刃斬)!"
음마 수곤과 영제 탁리무영, 그들의 몸에서 최후최강의 기예들이 폭죽터
지듯 작렬했다.
양인의 모든 잠력이 최후의 한 방울까지 쥐어짜져 격렬한 충돌이 이루어
졌다.
콰.....아!
천지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듯한 굉음이 터져올랐다.
후드득....!
그 중에서 음마 수곤과 영제 탁리무영의 신형이 퉁겨지듯 뒤쪽으로 움직
였다.
쿠.....웅!
뒤로 날아간 음마 수곤은 뒤쪽 석벽에 선연한 혈흔을 남기며 충돌했다.
그런 그의 몸에는 흡사 벌집 같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었다.
환허천인참(幻虛千刃斬)!
영제의 비장의 살인지계가 음마 수곤의 전신에 수십 개의 구멍을 뚫어 버
린 것이다. 그것은 가히 천마십예에 들어도 손색이 없는 무서운 살인기공이
었다.
"빌..... 어..... 먹을.....!"
쿠웅!
수곤은 투덜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삽시에 지면이 수곤의 내장과 선
혈로 물들었다.
"조금만.....더..... 빨랐어야.....했는데....."
수곤은 안면에 이지러진 경련을 일으키다가 숨이 끊어졌다.
음마 수곤! 혈전백마궁의 제사마왕이며 마도최강의 음공(陰功) 고수의 최
후였다.
하지만, 영제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발군의 경공으로 수곤의 최후공
세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다만 미처 막지 못한 한 가닥 음풍무영강살이 영제의 왼팔을 스쳤었다.
그런 영제의 왼팔은 아연하게도 이미 한 덩이 얼음으로 화해 있었다.
수곤의 음풍무영강살은 명불허전이었던 것이다.
쩌적!
후드득.....!
영제의 왼팔이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
"오좌!"
용사추의 안색이 변하여 영제에게로 다가서려 했다.
"네..... 놈은..... 네놈 갈 길이나 가라!"
영제는 음잔한 음성으로 말하며 음마 수곤의 시신을 집어들었다.
"네놈은..... 재앙을 몰고 다니는 놈이다. 다시는 면상도 마주하고 싶지
않다."
스윽!
그는 음마 수곤의 시신을 안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의 음성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형제와도 같았던 같은 백마 중의 동료,
그를 영제는 지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인 불운이었다. 앞으로 얼마만한 백
마 중의 형제가 상잔하여 죽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사실이 영제
를 슬프게 했다.
"가능하다면..... 다시는 노부의 앞에 나타나지 말아다오! 꼴도 보기 싫
은 놈.....!"
스팟!
영제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용사추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는 이미 일마
장 밖에 나가 있었다.
".....!"
용사추는 한 동안 석상같이 우뚝 서서 영제가 사라진 쪽을 주시했다.
"하하! 이제 그만큼 구경하셨으면 되지 않았소이까?"
용사추는 죄측의 커다란 바위를 향해 껄걸 웃으며 말했다.
"핫하.....! 들키고 말았는데....."
그러자, 바위 뒤로부터 한 줄기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한 명의 청년
이 멋적은 듯 걸어 나왔다.
일신에 타는 듯한 붉은 장포를 걸친 아주 당당한 기도의 청년.
천수적룡(千手赤龍)!
그는 바로 천수적룡이었다. 지존마맹의 일천마왕군의 막내인 제일천마왕,
천수적룡은 오래 전부터 이곳 출운애의 절곡에서 벌어진 일들을 낱낱이 지
켜보고 있었다.
"그것이...천마 대종사의 애병이었던 마라천강도인 모양이구료!"
천수적룡은 형형한 시선으로 용사추가 들고 있는 마라천강도를 바라보았
다.
용사추는 싱긋 웃었다. 그는 마라천강도의 도신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역시 대 천수마가의 후예다운 안목이오! 이제껏 이 마라천강도를 알아본
인물은 그대뿐이었소."
천수적룡은 마주 웃었다.
"하하! 마교의 후예가 되어 어찌 지존신병(至尊神兵)을 모를 수 있겠소이
까?"
그의 웃음은 상쾌했다. 그는 향후의 마교를 이끌어갈 젊은 기둥들 중 한
명이었다.
지존마야, 아니 번뇌마야 경천구의 제자로 알려진 천수적룡. 그러나 그는
마교를 배신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경천구에게 복종하는 척하는 것은 그의 아버지인 천수마가의 가주
천수마제가 경천구에게 금제를 당하여 있기 때문이었다.
천수적룡은 경천구를 파멸시킬 병기가 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경천구가
꿈에도 모르고 있으나 천수적룡은 단 하나뿐인 모략의 호적수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모사가 바로 다정괸음 옥수교였다. 즉, 옥수교가 지존마맹에 심어놓은
간세가 천수적룡이었다. 그것을 번뇌마야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수교누님을 부탁하오! 봉봉도 함께.....!"
용사추는 천수적룡에게 말했다. 그는 천수적룡의 인간됨을 믿고 있었다.
용사추는 백마성에서 며칠 동안에 새삼 많은 것을 느낀 상태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마교의 용사들에 대한 신뢰였다.
개세혈왕종 도천극이나 음마 수곤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마교
의 마종들은 가장 믿을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거칠고 포악하나 솔직하고 믿을만 했다. 생사지존 갈후명이 그랬
고 영제 탁리무영이 또한 그러했다.
"천수령주 옥누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오!"
천수적룡은 싱긋 웃었다. 그는 옥수교와 결의남매를 맺은 상태였다. 즉
그는 옥수교의 의제이고 장차 용사추에게는 처남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나는 벽력대제(霹靂大帝)의 벽력뇌강궁에 들렀다가 불사마궁에 잠입할
것이오! 수교누님에게는 그렇게 전해주시오!"
용사추가 말했다.
"벽력뇌강궁!"
천수적룡의눈이 의아하게 번뜩였다.
-벽력뇌강궁(霹靂雷剛宮)!
그것은 천하제일화문(天下第一火門)의 이름이었다. 그들의 화기는 가히
천년제일이라고 알려져 왔다. 바로 저 십대전신 중 벽력대제(霹靂大帝)의
출신문파가 벽력뇌강궁인 것이다.
벽력뇌강궁은 누구도 감히 대적하려 들지 않는 무적의 가문이었다. 그것
은 그들의 화기(火器) 때문이다.
벽력화기!
그것들은 산(山)을 부수고 대지(大地)를 찢어 발기는 경천지동할 위력을
지닌 것들이었다. 아무리 절정내공을 지닌 고수자들도 벽력화기에는 맞서지
못한다.
"불사마궁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불사마후를 제거하는데는 벽력뇌강궁의
벽력화기 이상가는 것이 없소! 나는 벽력일족에게서 그것들을 좀 빌려 볼
작정이오!"
용사추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무림에 돌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번뇌마야가 만들고 있는 파멸병기 불사마후와 활강시들을 제거하는 일
이었다. 그래서 그는 먼저 불사마후에게 접근할 작정인 것이다.
"하하..... 조심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오. 총사!"
천수적룡도 마주 웃었다.
"들리는 말로 벽력대제보다는 그의 젊은 아내 화모(火母) 뇌옥정(雷玉精)
이 열 배 무섭다고 하더이다. 잘못하면 그녀의 뜨거운 몸이 총사를 흐물흐
물 녹여 버릴지도 모르오!"
천수적룡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용사추도 껄걸 웃었다.
"걱정마시오! 나는 그 화모보다 열 배 더 무서운 여인의 보필을 받고 있
으니....."
용사추는 웃으며 출운애의 정성을 올려다 보았다.
스으..... 스으.....!
".....!"
그곳에는 언젠인가 하나의 검은 인영이 표표히 서 있었다.
전신이 은은한 묵하(墨霞)로 덮인 기이한 여인, 그녀는 바로 독종독인 나
요미였다. 용사추는 조화독종이 남긴 제왕독경(帝王毒經)으로 그녀를 완벽
한 독종독인으로 만든 상태였다.
"그럼..... 다시 봅사다!"
스윽!
용사추는 천수적룡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출운애의 절벽을 따라 곧
장 수직으로 상승하였다. 그런 경공은 영제 탁리무영의 경공에 조금도 못하
지 않은 것이었다.
화르르.....!
용사추는 삽시에 독종독인 나요미의 옆에 이르렀으며 곧 천수적룡의 시야
에서 사라져갔다.
".....!"
천수적룡은 유현한 시선으로 용사추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불사... 마후라! 이번의 적은 총사에게도 꽤나 벅차겠는데..... 총사가
비록 저 무서운 악마초인이라고 하지만....."
천수적룡은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성으로 돌아가서 수교 누님을 만나 봐야겠다. 어쩌면 총사를 도울 방도
가 있을지도 모르니....."
스읏!
말을 마치자 마자, 천수적룡의 신형이 한 마리 붉은 용으로 화하여 떠올
랐다. 그의 모습은 이내 장내에서 사라졌다.
천수적룡이 사라진 직후,
"이..... 이럴수가! 낭야왕이 바로 악마초인이란 말인가?"
한 소리 경악에 질린 여인의 음성이 울렸다.
스윽!
천수적룡이 은신하고 있던 바위에서 멀지 않은 그늘에서 한 명의 여인이
살며시 걸어나왔다.
아주 요악한 분위기의 여인, 그녀는 경악과 회의가 담긴 시선으로 용사추
가 사라진 쪽을 주시했다.
그녀의 옥용이 경악으로 새하얗게 탈색되어 있었다.
"무..... 무서운 일이다. 악마초인이..... 낭야왕으로 환신해 있다
니....."
스.....으.....!
그녀의 요악한 눈에 공포의 기색이 떠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
다.
"성으로 돌아갔다가는 악마초인의 졸개들에게 피살당하고 만다. 이
미..... 혈전백마궁은 그 자의 것이나 다름없다.
여인이 앓는 듯이 신음했다.
"불사..... 마궁으로 가서..... 마야(魔爺)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
다. 악마초인이라면 능히 불사마후조차도 깨뜨릴 수 있다."
스..... 슥!
여인은 분분히 신형을 날렸다. 그녀의 경공 또한 용사추에 못지 않게 신
묘했다.
"아직은..... 승부가 나지 않았다. 네가 죽는다면..... 나 인요(人妖)에
의해서일 것이다. 악마초인.....!"
여인은 멀리로 사라지며 독백했다.
인요(人妖)! 이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용사추의 일도에 두 동강난 천살, 지마와 함께 삼재마종이라고 불리우는
인간 요물, 그녀에 의해 새로운 파국이 예견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인요조차도 또한 모르고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한쌍의 눈이
그녀의 행동마저 괸찰하고 있음을.....
버마제비를 사마귀가 노리고 그 사마귀를 참새가 노린다는 격일까?
".....!"
한쌍의 고독하고 그윽한 기품을 지닌 봉목이 인요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출운애의 가장 높은 곳에 흡사 선녀 같은 지태로 서 있었
다.
전신에 고독한 기품으로 드리운 절세미부, 그녀는 고독..... 마모라고 불
리우는 희세의 대마녀(大魔女)였다.
고독마모(孤獨魔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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