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3권-24. 사디스트(3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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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디스트
이튿날 약속대로 마사오는 하숙집으로 찾아온 아끼와 방에서 마주 앉게 되었다. 아끼는 요전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 모양새와 화장이 여자인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사오는 아끼의 맑은 눈으로 보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고 있었다. 어떤 욕망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오늘 아끼가 자기를 찾아온 것은 욕정을 마사오에게서 얻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으로 마사오는 판단했다. 하지만 마사오는 분명히 구분지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자, 아끼! 오늘 여기까지 또 날 찾아온 속셈이 뭐지? 지금 사귀는 사람도 있는데 나하고 자주 만나면 나쁘지 않을까? 의논할 것이란 뭐야?”
“자기가 나간 후로도 여러 가지 사건이 많았어.”
“그랬겠지.”
“모두 뒤끝이 없이 어울렸었는데 이번에는 좀 곤란한 상대가 걸렸어.”
“으음.”
“올해 세 사람이 들어왔는데…….”
“그 중 한 사람을 유혹했단 말이지?”
“맞았어. 그 사람 때문에 골치야, 대학생인데 좀 이상한 사람이야.”
“뭐가?”
“지금 3학년인데 나와 결혼하겠다는 거야.”
“순진한 남자를 건드렸군.”
“그런 게 아냐. 바람둥이야. 내가 여러 남자와 어울렸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악당이댜 그것을 전부 아버지께 말해 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그럼 구혼이 아니고 협박이란 말야?”
“대략 그래 하숙ㄹ비도 안 애고 계속 살려고 해.”
“너 답지 않게 잘못 걸렸구나.”
“괜찮은 남자인 줄 알았는데.”
“그런 쪽으로 어땠어?”
아끼는 한쪽 손으로 마사오의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했다.
“자기랑 같이 있을 때가 난 제일 좋았어 아무튼 지금은 후회하고 있어.”
“하지만 관계는 계속 갖고 있겠지?”
“어쩔 도리가 없어 난 관계를 끓고 싶지만 또 한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착실한 사람이야.”
“그럼 그 사람에 대해선 그 불량한 친구는 모르고 있어?”
“응 몰라. 서로가 모르고 있어. 알지 못하도록 행동했으니까.”
“힘들게 됐군. 하지만 나와 의논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아버지께 야단맞을 각오로 강경하게 상대해 볼까”
“가능만 하다면 그 방법이 제일 낫겠다. 숨기려고만 하니까 약해지지. 배짱으로 상대의 요구를 묵살해 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역시 그렇겠지?”
아끼는 가깝게 다가앉았다.
“그런데 이대로 나 그냥 보낼 거야? 이제 나 같은 것에는 관심 없어?”
“그런 게 아니야 넌 옛날보다 여자다워졌어 그리고 매력도 넘치고 하지만 이제 우리들은 보통 아는 사이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또 한 사람은 뭐 하는 친구야?”
“지금 댐 공사 때문에 산에 가 있어.”
“으음.”
“난 지금 그 악당 녀석하고는 관계를 끊고 싶어.”
“너라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잖아?”
아끼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는 어렸었잖아.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래서 자기를 찾아왔지. 안심할 수 있으니까.”
“결국!”
마사오는 아끼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확인했다.
“남자와 어울리고 싶긴 한데, 그 불량 학생과는 이제 싫어?”
“맞아.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
아끼의 손이 마사오의 옷자락을 헤치고 들어왔다. 대담하게도 곧장 그곳을 잡았다. 예전부터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마사오는 당황하지 않았다.
“의논할 거란 이거야. 그때는 마사오 씨도 내가 있어서 좋았잖아.”
아끼의 자세가 부자연스러워졌다. 주인이나 저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들이 보면 어쩌나 싶었다.
“사람들이 보겠다.”
마사오는 아끼의 손을 꺼내 아끼의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타이렀다.
“그래 알았어. 이대로 돌아가면 그 악당 방에 또 들어가게 될 것 같단 말이지?”
“그래. 이렇게 만든 건 자기야”
자존심 강하던 일 년 전 아끼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만큼 어른스러워진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마사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는 계략인진도 몰랐다. 혹은 둘 다이든가.
“그건 어리석은 짓이야. 나쁜 남자인 줄 알면서도 계속 관계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점점 수렁 속으로 뺘져들어 가는 거야”
마사오가 굳이 아끼를 피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우연히 하숙을 바꾸게 되어 그 후로 못 만나게 됐을 뿐 지금도 여전히 매력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밤엔 곤란했다. 아끼와 함께 나온 것을 찌에도 할머니도 알고 있었다. 유끼꼬와의 약속도 있었다. 늦게 들어가면 정말 신용을 잃을 것이다.
마사오는 아끼의 어깨를 안았다.
“내일 다시 만날까? 내일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고 늦게 들어가도 되니까?”
아끼는 소녀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일, 하지만 모레까진 안 돼. 그렇게는 못 기다려.”
두 사람은 장소와 신간을 정한 뒤, 곧 술집을 나왔다. 거리는 석양으로 물들었다. 아끼는 마사오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이대로 헤어지긴 싫어.”
“내일 여유 있게 만나자.”
“이대로는 불안해서 싫어. 이 근처에 공원 같은 것 없을까?”
“그럼 신사에랃 갈래? 맞은편에 있어.”
마사오는 아끼를 데리고 신사의 경내로 들어갔다. 다행히 아이들은 없었다. 몇 구루의 나무에 둘러싸인 신전 옆을 돌아서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뒤편은 높은 담이었다.
느티나무를 뒤로해서 마사오는 아끼를 안았다. 아끼는 눈을 감았다. 키스를 하면서도 마사오는 주위에 신경이 쓰였다. 언제 사람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끼는 대담하게 깊이 안은 채 눈을 감고 키스를 계속했다.
이윽고 아끼는 허리를 움직이더니 마사오의 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자신의 중심으로 오게 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마사오는 손의 위치를 아끼의 아래쪽으로 옮기고 입술을 뗐다. 주위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아끼도 손을 내리고 몸을 구부리더니 마사오의 손을 잡고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마사오의 손이 접촉해 주길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안돼.”
마사오가 속삭였다.
“누가 올지 몰라.”
“잠간만.”
아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끼는 허리를 구부리고 다시 마사오의 손을 요청했다. 몸 전체에 새기가 되살아나고 열기가 전해져 왔다.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마사오였다.
‘이대로 가다간 그냥 놔주지 않을 텐테.’
마사오는 생각하고 조건을 달았다.
“그럼 잠깐 시늉만”
스커트를 잡았다. 공터 쪽에서 사람이 오더라도 그냥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방향을 바꿨다. 마사오의 손이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하자 아끼가 말했다.
“놀라지 마.”
무슨 소리인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마사오의 손은 팬티 위로 그녀의 중심을 향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아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손을 팬티 속으로 넣은 순간 마사오의 손은 움찔했다. 손이 마치 모래밭을 기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음모에 면도질이 돼 었던 거였다.
“맹장 수술했어?”
그렇게 물은 이유는 맹장수술을 할 때 음모를 밀어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놈이 그렇게 했어.”
“그 불량학생이?”
“그래.”
“지독한 녀석이군. 그런데 왜?”
“다른 남자와 상대하지 못하도록.”
마사오는 천천히 애무했다.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억척스런 네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당했지?”
“수면제를 먹인 거야. 술에 타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래도 헤어지지 않았어?”
“자꾸 협박을 하니까.”
아끼는 마사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한쪽 손으로 등을 어루만졌다. 따뜻하게 위로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아끼는 마사오에게 여러 가지로 편의를 도모해 줬었다. 성적 관계를 떠나서라도 결코 냉정하게 대할 수 없는 사이였다. 이런 몸을 해 가지고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에게 바람가가 있기 때문이겠지. 질투심이 강한 남잔가 보지?”
마사오는 손을 안으로 밀어넣지 않고 겉에서 애무만 계속했다. 위로의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게 아냐. 그 자식은 사디스트야.”
이야기로 들은 적은 있지만 당사자로부터 직접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만나 본 적도 없는 남자지만 마사오는 울컥 혐오감을 느꼈다.
“완력에 자신만 있다면 만나서 두들겨 패 주고 싶다.”
“꼭 그렇게 해줘. 자기보다 약해. 여자를 학대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놈이야.”
아끼는 다리를 벌리고 뒤꿈치로 서서 허리에 율동을 넣기 시작했다. 따뜻한 액체가 손끝에 느껴졌다. 꽃잎이 벌어졌다.
“여기는다치지 않았어?”
“응.”
갑자기 꽃잎 속을 더덤었다. 아끼의 호흡이 거칠어 졌다.
“오래만이야. 이 손길. 나 아직 기억하고 있어.”
남자의 손가락 애무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자 개성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았다. 마사오는 속삭였다.
“이제 슬슬 역으로 가자.”
주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어올 염려는 없었다. 그처 어디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퍼져왔다.
“조금만 더. 좀 어두어질 때까지.”
아끼의 손이 마사오의 옷자락을 교묘히 헤치고 팬티 속으로 들어왔다. 아끼의 체액을 느낀 때부터 마사오는 흥분해 있었다.
“그 동안 편지 한통 안 보내다니, 너무했어.”
“우리 지금 이미 이렇게 만나고 있잖아.”
그때 길에 접해 있는 신사의 문으로 기모노 차림의 여자가 한 사람 들어왔다. 둘이 있는 곳은 후미진 곳이니까 사람들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눈에 띄더라도 나뭇잎이나 가지에 가려서 못 볼 것이다.
“쉿! 사람이 왔어.”
아끼의 등을 안은 채 마사오는 가만히 있었다. 한 쪽 손도 그대로 멈췄다.
“이쪽으로 오는 거야?”
“응.”
아끼의 손가락이 마사오의 귀도 부분을 간지럽혔다. 마사오는 다시 애무를 시작했고 아끼의 허리가 그것에 응해 흔들렸다. 들어온 여자는 곧바로 신전으로 사라졌다. 손바닥 마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여자가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들어올 때와 똑같은 걸음으로 문을 향해 갔다. 뒷모습에 묘한 정취가 느껴졌다. 이 쪽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여자가 모습을 감추자 주위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 아끼가 속삭였다.
“키스해 줘.”
“그러면 헤어지는 게 힘들어지잖아.”
“잠간만.”
“댐 공사에 간 사람은 언제 오지?”
“여름이 지나면.”
“그럼 그때까진 수풀이 자랄 수 있겠군.”
“이제 다른 사람 얘기는 하지 말기!”
아끼는 마사오의 등을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몸을 낮추었다. 마사오의 손은 아끼에게서 떨어졌다. 소매가 아끼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아끼는 양손으로 마사오의 성기를 노출시켰다. 어스름 속에서 마사오는 자신의 붉은 성기와 아끼의 하얀 얼굴을 내려다 봤다. 창백한 얼굴이었다. 바람기가 있어 보였다. 가슴을 약간 뒤로해서 그것을 보더니 아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서 바라보았다.
“자기가 나한테서 도망갔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말엔 유머가 담겨 있었다. ‘자기’는 마사오를 지친한 것이 아니고 그 부분을 지칭한 것이었다. 그것과의 대화인 셈이기도 했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다에꼬도 다른 식으로 그것과 대화를 한다. 아끼는 손에 힘을 빼더니 또 다시 힘을 주었다. 그러자 마사오는 그것의 표정이 변했다.
“약간 색깔이 짙어지고 커진 것 같아.”
마사오만 서 있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사오는 아끼의 머리를 매만졌다.
“똑같아.”
“그럼 어두워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아끼의 혀가 보였다. 얼굴을 갖다댔다. 혀끝이 느껴졌다.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점점 더 커졌다. 애무를 하는 게 아니라 아끼 자신이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혀의 움직임이 더 강해졌다. 눈을 감고 있는 아끼의 얼굴이 입체적으로 나타나고 음영이 짙어 갔다. 한쪽에선 쾌감이 마사오의 온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옛날보다 능숙해졌다. 경험이 풍부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감정적으로 성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과 똑같아. 변하지 않았어.”
이번엔 아끼가 마사오의 끝에 콧등을 갖다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진정한 감정이 넘치는 애무의 연속이었다. 아끼는 다시 입을 갖다대고 혀를 움직이면서 빨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아끼의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자, 이제 일어나.”
아끼는 고개를 흔들며 일어나자마자 왼쪽 팔로 마사오를 안고 아랫배를 밀착시키면서 입술을 찾았다. 마사오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끼가 입술을 떼더니 숨을 몰아쉬며 마사오를 감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손으로 자기 스커트를 들어올리더니 그 안쪽으로 마사오를 끌어당겨 허벅지에 갖다댔다. 예상했던 행동이었다.
“안 돼, 여기서는.”
“조금만. 고집부리지 않을 테니까 잠깜만, 응?”
아끼는 오른발로 중심을 잡고 왼쪽 다리를 벌려 손동작을 했다. 당연히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넘어지려고 했다. 마사오가 양팔로 아끼를 받쳐 줬다. 그것은 아끼의 동작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었다. 아끼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마사오는 속삭였다.
“벗지 않으면 안 돼.”
그러자 아끼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그럼, 벗을게. 잠깐만 하면 되잖아.”
“그럴 수 있겠어?”
“자신 있어.”
아끼는 팬티를 벗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신을 벗어야만 했다. 마사오는 그 작업을 도와주었다. 벗긴 팬티를 마사오는 왼쪽 주머니에 넣었다.
“자기도 벗어야지.”
“응.”
남자의 경우에는 벗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벗는 편이 피부의 밀착 범위가 넓다. 그리고 나중에 바지를 세탁하지 않아도 된다. 마사오도 벗었다. 마사오는 자기 팬티를 벗어놓은 바지의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두 사람은 다시 서로 껴안았다. 이제 생선 굽는 냄새도 나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풍경소리인 것 같았다. 경내는 조용했다. 저쪽에 있는 신사의 문도 그 모습이 점차 어둠 속에서 희미해졌다.
<4권에 계속>
이튿날 약속대로 마사오는 하숙집으로 찾아온 아끼와 방에서 마주 앉게 되었다. 아끼는 요전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 모양새와 화장이 여자인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사오는 아끼의 맑은 눈으로 보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고 있었다. 어떤 욕망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오늘 아끼가 자기를 찾아온 것은 욕정을 마사오에게서 얻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으로 마사오는 판단했다. 하지만 마사오는 분명히 구분지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자, 아끼! 오늘 여기까지 또 날 찾아온 속셈이 뭐지? 지금 사귀는 사람도 있는데 나하고 자주 만나면 나쁘지 않을까? 의논할 것이란 뭐야?”
“자기가 나간 후로도 여러 가지 사건이 많았어.”
“그랬겠지.”
“모두 뒤끝이 없이 어울렸었는데 이번에는 좀 곤란한 상대가 걸렸어.”
“으음.”
“올해 세 사람이 들어왔는데…….”
“그 중 한 사람을 유혹했단 말이지?”
“맞았어. 그 사람 때문에 골치야, 대학생인데 좀 이상한 사람이야.”
“뭐가?”
“지금 3학년인데 나와 결혼하겠다는 거야.”
“순진한 남자를 건드렸군.”
“그런 게 아냐. 바람둥이야. 내가 여러 남자와 어울렸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악당이댜 그것을 전부 아버지께 말해 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그럼 구혼이 아니고 협박이란 말야?”
“대략 그래 하숙ㄹ비도 안 애고 계속 살려고 해.”
“너 답지 않게 잘못 걸렸구나.”
“괜찮은 남자인 줄 알았는데.”
“그런 쪽으로 어땠어?”
아끼는 한쪽 손으로 마사오의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했다.
“자기랑 같이 있을 때가 난 제일 좋았어 아무튼 지금은 후회하고 있어.”
“하지만 관계는 계속 갖고 있겠지?”
“어쩔 도리가 없어 난 관계를 끓고 싶지만 또 한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착실한 사람이야.”
“그럼 그 사람에 대해선 그 불량한 친구는 모르고 있어?”
“응 몰라. 서로가 모르고 있어. 알지 못하도록 행동했으니까.”
“힘들게 됐군. 하지만 나와 의논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아버지께 야단맞을 각오로 강경하게 상대해 볼까”
“가능만 하다면 그 방법이 제일 낫겠다. 숨기려고만 하니까 약해지지. 배짱으로 상대의 요구를 묵살해 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역시 그렇겠지?”
아끼는 가깝게 다가앉았다.
“그런데 이대로 나 그냥 보낼 거야? 이제 나 같은 것에는 관심 없어?”
“그런 게 아니야 넌 옛날보다 여자다워졌어 그리고 매력도 넘치고 하지만 이제 우리들은 보통 아는 사이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또 한 사람은 뭐 하는 친구야?”
“지금 댐 공사 때문에 산에 가 있어.”
“으음.”
“난 지금 그 악당 녀석하고는 관계를 끊고 싶어.”
“너라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잖아?”
아끼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는 어렸었잖아.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래서 자기를 찾아왔지. 안심할 수 있으니까.”
“결국!”
마사오는 아끼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확인했다.
“남자와 어울리고 싶긴 한데, 그 불량 학생과는 이제 싫어?”
“맞아.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
아끼의 손이 마사오의 옷자락을 헤치고 들어왔다. 대담하게도 곧장 그곳을 잡았다. 예전부터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마사오는 당황하지 않았다.
“의논할 거란 이거야. 그때는 마사오 씨도 내가 있어서 좋았잖아.”
아끼의 자세가 부자연스러워졌다. 주인이나 저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들이 보면 어쩌나 싶었다.
“사람들이 보겠다.”
마사오는 아끼의 손을 꺼내 아끼의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타이렀다.
“그래 알았어. 이대로 돌아가면 그 악당 방에 또 들어가게 될 것 같단 말이지?”
“그래. 이렇게 만든 건 자기야”
자존심 강하던 일 년 전 아끼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만큼 어른스러워진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마사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는 계략인진도 몰랐다. 혹은 둘 다이든가.
“그건 어리석은 짓이야. 나쁜 남자인 줄 알면서도 계속 관계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점점 수렁 속으로 뺘져들어 가는 거야”
마사오가 굳이 아끼를 피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우연히 하숙을 바꾸게 되어 그 후로 못 만나게 됐을 뿐 지금도 여전히 매력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밤엔 곤란했다. 아끼와 함께 나온 것을 찌에도 할머니도 알고 있었다. 유끼꼬와의 약속도 있었다. 늦게 들어가면 정말 신용을 잃을 것이다.
마사오는 아끼의 어깨를 안았다.
“내일 다시 만날까? 내일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고 늦게 들어가도 되니까?”
아끼는 소녀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일, 하지만 모레까진 안 돼. 그렇게는 못 기다려.”
두 사람은 장소와 신간을 정한 뒤, 곧 술집을 나왔다. 거리는 석양으로 물들었다. 아끼는 마사오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이대로 헤어지긴 싫어.”
“내일 여유 있게 만나자.”
“이대로는 불안해서 싫어. 이 근처에 공원 같은 것 없을까?”
“그럼 신사에랃 갈래? 맞은편에 있어.”
마사오는 아끼를 데리고 신사의 경내로 들어갔다. 다행히 아이들은 없었다. 몇 구루의 나무에 둘러싸인 신전 옆을 돌아서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뒤편은 높은 담이었다.
느티나무를 뒤로해서 마사오는 아끼를 안았다. 아끼는 눈을 감았다. 키스를 하면서도 마사오는 주위에 신경이 쓰였다. 언제 사람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끼는 대담하게 깊이 안은 채 눈을 감고 키스를 계속했다.
이윽고 아끼는 허리를 움직이더니 마사오의 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자신의 중심으로 오게 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마사오는 손의 위치를 아끼의 아래쪽으로 옮기고 입술을 뗐다. 주위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아끼도 손을 내리고 몸을 구부리더니 마사오의 손을 잡고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마사오의 손이 접촉해 주길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안돼.”
마사오가 속삭였다.
“누가 올지 몰라.”
“잠간만.”
아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끼는 허리를 구부리고 다시 마사오의 손을 요청했다. 몸 전체에 새기가 되살아나고 열기가 전해져 왔다.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마사오였다.
‘이대로 가다간 그냥 놔주지 않을 텐테.’
마사오는 생각하고 조건을 달았다.
“그럼 잠깐 시늉만”
스커트를 잡았다. 공터 쪽에서 사람이 오더라도 그냥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방향을 바꿨다. 마사오의 손이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하자 아끼가 말했다.
“놀라지 마.”
무슨 소리인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마사오의 손은 팬티 위로 그녀의 중심을 향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아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손을 팬티 속으로 넣은 순간 마사오의 손은 움찔했다. 손이 마치 모래밭을 기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음모에 면도질이 돼 었던 거였다.
“맹장 수술했어?”
그렇게 물은 이유는 맹장수술을 할 때 음모를 밀어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놈이 그렇게 했어.”
“그 불량학생이?”
“그래.”
“지독한 녀석이군. 그런데 왜?”
“다른 남자와 상대하지 못하도록.”
마사오는 천천히 애무했다.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억척스런 네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당했지?”
“수면제를 먹인 거야. 술에 타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래도 헤어지지 않았어?”
“자꾸 협박을 하니까.”
아끼는 마사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한쪽 손으로 등을 어루만졌다. 따뜻하게 위로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아끼는 마사오에게 여러 가지로 편의를 도모해 줬었다. 성적 관계를 떠나서라도 결코 냉정하게 대할 수 없는 사이였다. 이런 몸을 해 가지고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에게 바람가가 있기 때문이겠지. 질투심이 강한 남잔가 보지?”
마사오는 손을 안으로 밀어넣지 않고 겉에서 애무만 계속했다. 위로의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게 아냐. 그 자식은 사디스트야.”
이야기로 들은 적은 있지만 당사자로부터 직접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만나 본 적도 없는 남자지만 마사오는 울컥 혐오감을 느꼈다.
“완력에 자신만 있다면 만나서 두들겨 패 주고 싶다.”
“꼭 그렇게 해줘. 자기보다 약해. 여자를 학대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놈이야.”
아끼는 다리를 벌리고 뒤꿈치로 서서 허리에 율동을 넣기 시작했다. 따뜻한 액체가 손끝에 느껴졌다. 꽃잎이 벌어졌다.
“여기는다치지 않았어?”
“응.”
갑자기 꽃잎 속을 더덤었다. 아끼의 호흡이 거칠어 졌다.
“오래만이야. 이 손길. 나 아직 기억하고 있어.”
남자의 손가락 애무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자 개성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았다. 마사오는 속삭였다.
“이제 슬슬 역으로 가자.”
주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어올 염려는 없었다. 그처 어디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퍼져왔다.
“조금만 더. 좀 어두어질 때까지.”
아끼의 손이 마사오의 옷자락을 교묘히 헤치고 팬티 속으로 들어왔다. 아끼의 체액을 느낀 때부터 마사오는 흥분해 있었다.
“그 동안 편지 한통 안 보내다니, 너무했어.”
“우리 지금 이미 이렇게 만나고 있잖아.”
그때 길에 접해 있는 신사의 문으로 기모노 차림의 여자가 한 사람 들어왔다. 둘이 있는 곳은 후미진 곳이니까 사람들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눈에 띄더라도 나뭇잎이나 가지에 가려서 못 볼 것이다.
“쉿! 사람이 왔어.”
아끼의 등을 안은 채 마사오는 가만히 있었다. 한 쪽 손도 그대로 멈췄다.
“이쪽으로 오는 거야?”
“응.”
아끼의 손가락이 마사오의 귀도 부분을 간지럽혔다. 마사오는 다시 애무를 시작했고 아끼의 허리가 그것에 응해 흔들렸다. 들어온 여자는 곧바로 신전으로 사라졌다. 손바닥 마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여자가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들어올 때와 똑같은 걸음으로 문을 향해 갔다. 뒷모습에 묘한 정취가 느껴졌다. 이 쪽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여자가 모습을 감추자 주위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 아끼가 속삭였다.
“키스해 줘.”
“그러면 헤어지는 게 힘들어지잖아.”
“잠간만.”
“댐 공사에 간 사람은 언제 오지?”
“여름이 지나면.”
“그럼 그때까진 수풀이 자랄 수 있겠군.”
“이제 다른 사람 얘기는 하지 말기!”
아끼는 마사오의 등을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몸을 낮추었다. 마사오의 손은 아끼에게서 떨어졌다. 소매가 아끼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아끼는 양손으로 마사오의 성기를 노출시켰다. 어스름 속에서 마사오는 자신의 붉은 성기와 아끼의 하얀 얼굴을 내려다 봤다. 창백한 얼굴이었다. 바람기가 있어 보였다. 가슴을 약간 뒤로해서 그것을 보더니 아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서 바라보았다.
“자기가 나한테서 도망갔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말엔 유머가 담겨 있었다. ‘자기’는 마사오를 지친한 것이 아니고 그 부분을 지칭한 것이었다. 그것과의 대화인 셈이기도 했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다에꼬도 다른 식으로 그것과 대화를 한다. 아끼는 손에 힘을 빼더니 또 다시 힘을 주었다. 그러자 마사오는 그것의 표정이 변했다.
“약간 색깔이 짙어지고 커진 것 같아.”
마사오만 서 있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사오는 아끼의 머리를 매만졌다.
“똑같아.”
“그럼 어두워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아끼의 혀가 보였다. 얼굴을 갖다댔다. 혀끝이 느껴졌다.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점점 더 커졌다. 애무를 하는 게 아니라 아끼 자신이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혀의 움직임이 더 강해졌다. 눈을 감고 있는 아끼의 얼굴이 입체적으로 나타나고 음영이 짙어 갔다. 한쪽에선 쾌감이 마사오의 온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옛날보다 능숙해졌다. 경험이 풍부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감정적으로 성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과 똑같아. 변하지 않았어.”
이번엔 아끼가 마사오의 끝에 콧등을 갖다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진정한 감정이 넘치는 애무의 연속이었다. 아끼는 다시 입을 갖다대고 혀를 움직이면서 빨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아끼의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자, 이제 일어나.”
아끼는 고개를 흔들며 일어나자마자 왼쪽 팔로 마사오를 안고 아랫배를 밀착시키면서 입술을 찾았다. 마사오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끼가 입술을 떼더니 숨을 몰아쉬며 마사오를 감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손으로 자기 스커트를 들어올리더니 그 안쪽으로 마사오를 끌어당겨 허벅지에 갖다댔다. 예상했던 행동이었다.
“안 돼, 여기서는.”
“조금만. 고집부리지 않을 테니까 잠깜만, 응?”
아끼는 오른발로 중심을 잡고 왼쪽 다리를 벌려 손동작을 했다. 당연히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넘어지려고 했다. 마사오가 양팔로 아끼를 받쳐 줬다. 그것은 아끼의 동작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었다. 아끼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마사오는 속삭였다.
“벗지 않으면 안 돼.”
그러자 아끼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그럼, 벗을게. 잠깐만 하면 되잖아.”
“그럴 수 있겠어?”
“자신 있어.”
아끼는 팬티를 벗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신을 벗어야만 했다. 마사오는 그 작업을 도와주었다. 벗긴 팬티를 마사오는 왼쪽 주머니에 넣었다.
“자기도 벗어야지.”
“응.”
남자의 경우에는 벗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벗는 편이 피부의 밀착 범위가 넓다. 그리고 나중에 바지를 세탁하지 않아도 된다. 마사오도 벗었다. 마사오는 자기 팬티를 벗어놓은 바지의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두 사람은 다시 서로 껴안았다. 이제 생선 굽는 냄새도 나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풍경소리인 것 같았다. 경내는 조용했다. 저쪽에 있는 신사의 문도 그 모습이 점차 어둠 속에서 희미해졌다.
<4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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