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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추억3권-23. 이혼녀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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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23 회 작성일 24-02-17 13: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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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혼녀의 초대
눈을 떴을 때 이미 방안은 환하게 밝아 있었다. 커튼 사이로 햇빛이 책상을 비추었다. 일곱 시 조금 전 이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에게 등을 돌리고 누워 있었다. 배를 깔고 누워서 머리맡에 있는 컵의 물을 마시면서 시루꼬를 봤다. 발그스레한 볼에 아침 햇살이 비쳐 아름다웠다. 의외로 속눈썹이 진했다. 오뚝한 코에서 새삼스레 차가운 인상을 느꼈다. 뺨의 색깔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마사오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알몸 위에 가운을 걸쳐 입었다. 술기운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당시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랬지만 화장실은 공동 화장실이었다. 소리 나지 않게 걸었다.
용무를 끝마치고 나오는 데 옆집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여자가 한 사람 나와 있었다. 문 앞에 있는 사과 상자를 뒤지고 있는 중이었다. 둥그런 얼굴에 귀여운 인상이었다.
‘어젯밤, 이 여자는 우리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것을 사과하는 의미도 포함해서 마사오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 앞을 지나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저, 잠깐만요”
“예?”
마사오는 손잡이에서 손을 내리고 여자 쪽을 향했다. 옆방 여자가 남자를 데리고 들어와 잤을 경우 못 본 척하는 것이 아파트의 관습이다. 용건이 있을 리가 없다. 의문이 생겼다.
여자는 고개를 옆으로 약간 흔들면서 다가왔다. 눈에 적의 같은 것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표정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시루꼬 씨 멋진 여자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엿다.
대담하고 거리낌없는 질문이었다. 안심하고 있던 마사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한 질문에는 솔직히 대답하는 게 좋다 어젯밤 일을 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어린애가 아닌 이상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워, 그건 이미.”
“부러웠어요. 덕분에 전…….”
여자는 더욱 바짝 다가섰다.
“잠을 못 이루었어요”
비난 섞인 말은 아니었다.
“미안합니다.”
“댁도 학생이시죠?”
“그렇습니다.”
“시루꼬 씨 일어났나요?”
“아니, 아직 자고 있습니다.”
“그럼…….”
여자는 마사오의 소매를 가볍게 끌어당겼다.
“잠깐 제 방에 들어가시겠어요? 제가 차를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여자의 눈이 빛났다. 뭔가 진지한 표정이었다.
“괜찮으시겠어요”
“예, 잠깐 들어오세요”
“그럼 그녀에게 먼저 양해를 구한 뒤에…….”
“아니, 지금 자고 있을 텐데요 그냥 잠깐 들어왔다 가시죠”
다시 소매를 끌어당기며 은근히 말투로 재촉했다.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오가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끌려 들어간 시루꼬의 옆집은 시루꼬의 방과는 전혀 취향이 달랐다. 책은 별로 없고 그 대신 인형 장식이 많았고, 벽에는 프랑스 배우 사진이 붙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커다란 거울은 여자의 방임을 금방 느끼게 하는 분위기였다.
마사오는 가운 밑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기 때문에 옷자락에 신경을 쓰며 여자가 권하는 방석 위에 앉았다. 여자는 차 준비를 시작했다.
“저는 시루꼬 씨가 이사오기 전부터 여기에 살았어요 시루꾜 씨가 이사온 뒤로 친하게 지내고 있죠”
“회사에 다니십니까?”
“예. 하지만 여덟 시에 나가면 되니까 괜찮아요 당신도 소설을 쓰나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학과도 다르구요”
왜 차 대접을 하려는 건지 마사오는 여자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단, 악의는 없는 것 같았다. 시루꼬와 친하게 지내기 때문일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했다.
“시루꼬는 사교적인 사람이죠”
여자는 차를 마사오 앞에 냈다. 녹색인 선명하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잘 마시겠습니다.”
“어려 보이는군요”
여자는 약간 뜻밖이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예. 두 살 아래입니다.”
“그렇군요 어쩐지…….”
여자는 말을 하다 말고 말머리를 바꿨다.
“시루꼬와는 어젯밤이 처음?”
“만나기는 작년에 만났죠”
“아니, 그게 아니고 관계를 한 게?”
“예. 처음입니다.”
“하지만 여자 경험은 처음이 아니죠?”
“그거야 뭐.”
“처음이라면 그렇게 못 했을 테니까요”
고개를 숙인 뒤 마사오는 일어섰다. 여자도 고개를 숙였다.
“별 말씀을.”
여자도 일어섰다. 마사오는 문으로 향했다. 여자가 따라나섰다.
“댁은 학생이라 좋으시겠어요 귀고 싶을 때는 쉴 수 있을 테니까요 직장 생활은 그렇지 못하죠.”
마사오가 다시 예의를 표한 뒤 방을 나왔다.
“제가 끓인 차를 마셨다고 시루꼬 씨한테 말해 보세요”
여자는 웃음을 띠며 그렇게 말했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방으로 돌아왔다.
시루꼬는 아직 자고 있었다. 가운을 벗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시루꼬의 발그스레한 볼을 간지럽혔다. 시루꼬가 눈을 떴다. 얼마 동안 눈이 허공을 헤매더니 얼굴을 돌려 마사오를 봤다.
“언제 깼어요?”
“조금 전에. 옆집에 사는 동그랗고 귀염성 있게 생긴 여자가 차를 대접해 주더군요 그래서 거길 갔다 왔어요.”
“그래요?”
팔을 뻗어 마사오의 팔을 잡았다.
“어디서 마주쳤어요?”
“복도”
“방까지 들어갔었어요?”
“예”
“유혹하던가요”
“무슨! 그냥 차를 마셨을 뿐인데.”
“어젯밤 일, 그 여자 알고 있어요?”
“예, 알고 있던데요 그 여자랑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죠?‘
“예. 그렇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방에까지 데리고 가다니. 그 사람도 대담한데요”
시루꼬는 팔을 마사오의 등에 두르고 꼬옥 껴안았다.
“그 여자, 남자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어요 남자를 좋아하긴 했는데 바람피운 사실을 알고는 단호히 헤어졌지요 자존심이 강한 여자니까요 그런 얘기하지 않던가요?”
“아니 못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싸우고 있는 중이에요”
“이미 헤어졌다면서요?”
“자신과의 싸움이죠”
시루꼬는 마사오를 어루만졌다. 돌아와 시루꼬의 얼굴을 보고 있는 사이 마사오의 몸은 다시 흥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시루꼬가 그것을 짓궂게 만졌다.
“자신의 이것에 대한 집착과 싸우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헤어진 남자의 것 말고 다른 남자의 이것을 구하고 있는 거겠죠 그러면 헤어진 남자에게 미련을 두지 않아도 되니까요”
“얼굴도 귀엽게 생겼으니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요 먼저 손을 뻗으면 도망갈 남자는 없을 테니까.”
“유혹하는 건 문제가 아니죠”
시루꼬는 천천히 조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선택이에요 나쁜 남자한테 걸릴 수도 있는 거니까 당분간 자유롭게 살고 싶다니까 그녀 자신이 상대를 좋아하게 돼도 곤란한 문제죠 그런데 지금 가운만 입고 밖에 나갔다 온 거예요? 이대로?”
“그래요”
“앉아서 차를 마셨겠죠?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 실례는 하지 않습니다. 주의해서 앉았어요”
“그렇다면 안심이에요”
마사오는 손을 시루꼬의 허벅지로 가져갔다. 시루꼬는 다리를 느슨히 풀었다. 화원은 새로운 샘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마사오가 다시 애무를 시작하자 시루꼬는 잠시 화장실에 갔다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블에서 나오기 전에 몸을 일으켜 마사오의 뺨을 비비며 혀로 핥았다.
시루꼬가 옷을 입고 나간 뒤 마사오는 천장을 바라보며 간밤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젯밤의 취기는 이미 싹 사라지고 정상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묘우미가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시루꼬 씨가 말할 바에야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말하는 편이 낫다.’
복도 저쪽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시루꼬의 슬리퍼 소리가 도중에 그치더니 옆집에 노크 소리가 났다.
“예. 들어오세요”
옆집 여자의 목소리가 들렀다. 옆집에 들어갔던 시루꼬가 십 분 정도 지나서 돌아왔다. 옷을 도로 벗고 마사오에게로 안겼다.
“차를 마시고 왔어요?”
“예.”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루꼬는 마사오의 귀에 입을 갖다댔다.
“저 옆집 여자 어때요?”
“귀염성 있는 얼굴이더군요”
“좋은 사람이에요 다음에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두 사람은 다시 애무에 들어갔다. 어젯밤은 취해 있었다. 지금은 정신이 멀쩡했으므로 새삼 묘우미의 여자 친구라는 의식이 생겼다. 꺼림칙함과 동시에 흥분을 느꼈다.
이윽고 시루꼬는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무언의 행동으로 마사오를 자기 몸 위로 올려놓으려 했다. 마사오는 시루꼬 위로 올라갔다.
“옆집 여자 아직 있겠죠?”
“상관없어요 아파트에 살면서 남의 귀를 의식하면 불감증에 걸려요.”
시루꼬의 손은 이미 옛날부터 그런 사이인 듯 능숙한 솜씨로 마사오를 잡고 자신에게 맞추었다. 마사오는 천천히 허리를 가라앉히며 다리를 감았다. 시루꼬는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으음, 이번엔 절정이 빨리 오게 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참을 수 있으면 참아요 식사 후에 또 하고 싶으니까. 여기에서 열한 시쯤 나가면되죠?”
“예.”
수긍하면서 마사오는 생각했다.
‘이처럼 자신의 감각을 예측할 수 있는 여자는 좀처럼 없을 텐데. 정서와 차가움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여자다.’
요즘에는 그녀의 애인이 시루꼬의 계획대로 응하질 못했다. 그래서 마사오에게서 그것을 구하려는 것이었다.
시루꼬의 움직임에 맞춰 마사오도 움직였다. 리듬은 금방 맞춰졌다. 어젯밤보다 마사오가 느끼는 감각은 선명했다. 어젯밤에는 모르고 넘어갔던 미요한 긴장감이 분명히 전해져 오는 것이었다.
거친 숨결로 시루꼬는 자신 있게 물었다.
“묘우미와 비교해서 나 어때요?”
이런 경우 눈앞에 있는 사람을 추어주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마사오는 자제하며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그녀고, 당신은 당신이죠.”
시루꼬는 되묻지 않고 전념하는 자세로 되돌아갔다. 십 분 정도의 움직임이 지나자 본인이 스스로 예고한 데로 시루꼬는 단번에 절정을 맞았다. 그러기 바로 직전에 시루꼬는 빠른 어조로 마사오는 괜찮냐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참을 수 있겠는지 어떤지를 묻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사오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러자 양해를 구한 뒤 시루꼬는 급속도로 상승했다. 마사오는 움직이지 않고 시루꼬 내부의 떨림을 즐겼다. 점차 그 간격이 멀어지더니 서서히 약해져 갔다.
시루꼬가 조용히 가라앉자 마사오는 천천히 시루꼬에게서 내려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웠다. 그라자 시루꼬가 다시 팔을 감았다.
“마사오 씨 놀라지 말아요”
“……?”
“어쩌면 여기에 올지도 몰라요”
“누가?”
시루꼬의 애인과 마주치면 어쩌나 생각을 했다.
“묘우미”
“예에? 어떻게?”
“오늘 첫째 시간에 같은 수업을 듣거든요 그런데 내가 안보이면 강의를 듣지 않고 무슨 일인가 확인하러 집으로 올지도 몰라요”
“아니, 그럼 어떡합니까?”
“나랑 이렇게 된 걸 알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죠?”
“물론이죠 유쾌한 일은 못 되잖아요”
“이번 일이 화근이 돼서 그녀와 헤어지게 되면 저랑도 만나지 않을 건가요?”
“그렇겠죠 그것이 남자들의 특성이니까”
“묘우미한테는 비밀로 하겠어요”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게 아니에요 화 내지 마세요 사실대로 말할게요”
시루꼬는 애초부터 마사오를 유혹하기 위해 술집에 나타났었다는 것을 고백했다. 그리고 이 일은 묘우미와 사전에 공모된 것도 설명했다. 시루꼬의 말에 의하면, 묘우미의 잃어가고 있는 주체성을 재 구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쇼크 요법으로, 남녀관계는 결코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는 현실의 냉정함을 인식시키기 위한 효과적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해명을 하고 있는 시루꼬의 태도는 상당히 논리적인 조리가 있었다. 조금전 보여 줬던 여성적 본능은 이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사오로서는 사정을 하지 않은 채 끝났기 때문에 아직 몸이 흥분 상태에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에 점점 수그러들었다.
시루꼬는 설명이 끝나자 다시 다정한 태도로 마사오에게 안겼다.
“그러는 편이 당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죠? 당신은 시골에 여자가 있을 텐데 묘우미가 붙잡고 놔주지 않으면 귀찮은 짐이 되겠죠?”
“놀랐는데요”
마사오는 노엽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묘우미 씨는 당신과 내가 이렇게 될 가능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얘기로군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이 내 유혹을 거부할 거라고 믿고 있는걸요 그러니까 곤란하죠 전 남자란 그런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싶어요.”
마사오는 엎드린 채 시계를 보았다.
‘묘우미가 여기에 온다고 해도 아직 시간이 있다.’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당신은 친구를 위해서 나와 이렇게 했단 말이죠? 지금 제가 놀란 점은 바로 그 것 입니다.”
속았다는 피해 의식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여자도 다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올 뿐이다.
“그런 건 아니에요 실은 묘우미한테서 여러 가지로 들은 게 있었기 때문에 당신과 한번 자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라면 뒤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내 애인이 제게 만족스럽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묘우미는 지금쯤 복잡한 심정으로 열차를 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을 경험하고 고민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전 그녀가 저를 그 정도로 좋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서로 타협해서 시작한 교제였어요 그녀는 체험해 보길 원했고 저도 주위에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처음엔 그랬겟죠 하지만 점점 달라진 거예요 내가 몇 번 주선을 한 적도 있는데 다른 남자와 자는 것을 거절했어요 구식 여자가 돼 버린거죠 남자와 관계를 하고 나면 보다 개방적인 여자가 있는 반면에 더 고루해져 버리는 여자도 있어요 그 애는 후자에 속하는 타입으로 그것은 미래 지향적인 사고 방식이 못 돼요”
“……?”
“하지만 화내지 말아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등에 올려놓았던 손을 허리오 옮겼다. 그녀의 손이 배를 깔고 누워 있는 마사오의 등과 시트 사이로 뚫고 들어가려고 했다
“당신과 그 애의 사이를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해서예요 헤어지게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렇겠죠”
마사오는 허리를 들어 시루꼬에게 화나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 시루꼬의 손이 밑으로 들어와 마사오를 잡았다.
“어머, 얌전해졌네요”
“내가 싫어졌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요”
마사오는 담뱃불을 끄고 시루꼬의 어깨를 안았다. 시루꼬는 마사오의 몸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요”
“예?”
“옆집의 야마시따와 얘기하는 중에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무슨 얘길 했는데요?”
“별 얘기는 아니고 당신은 나에게 새로운 남자가 아니라 그냥 친구라는 것.”
시루꼬가 만지고 있는 사이에 마사오는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시루꼬는 꼬옥 조이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안심했어요 가만히 이대로 있어요”
“그런데 좀전의 그 옆집 여자가 어떠냐는 건 왜 물었죠?”
“그냥 친구 사이라면 자기한테도 빌려 달라면서 얘기를 해보랬거든요 그여자가.”
“설마!”
“아니 정말이에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매력 있는 여자니까. 아마 싫지는 않을 거에요”
“믿어지지 않아. 그 쪽은 당신과 달라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렇지만 평범하게 사는 사람도 근본적으로는 똑같아요 아무튼 생각 해 봐요 마사오 씨가 허락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기회를 만들겠어요 가능하다면 셋이서 같이 놀아도 좋고, 그것보다는 묘우미한테는 어떻게 할까요?”
“…….”
“묘우미는 순정파니까 마사오 씨와 헤어져 버릴지도 몰라. 고루한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비합리적인 요소도 지니고 잇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나만 마사오씨를 만난다는 것도 그렇고 나도 곤란해지죠 모처럼 이렇게 친해졌는데.”
“음, 그래도 안 만나는 편이 제일 무난하겠지요 그럼 나는 이제 슬슬 여기에서 나가야겠어요 그녀가 오면 곤란하니까.”
“아직 괜찮아요 식사하고 가요”
“아니, 학교 근처 식당에서 먹겠어요”
“적어도 앞으로 한 시간은 염려 없어요”
그러면서 시루꼬는 상체를 일으켜 이불을 젖히고 마사오의 허리를 눌렀다. 마사오는 위로 향해 누우면서 노크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불안했다. 시루꼬는 마사오의 귀두에 입을 살짝 갖다댔다.
“이 상태로는 옷을 입을 수가 없겠죠? 제가 입으로 닦아 드리겠어요”
시루꼬는 혀를 움직이며 마사오의 기둥 끝 부분부터 핥기 시작했다. 어미가 새끼를 핥아 주며 사랑스러워하는 동물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정성스럽게 닦았다. 젖은 수건으로 닦으면 간단한데. 역시 애정의 표현일까?
“어쩌면 오늘 이대로 목욕을 하지 않은 채로 그 애가 또 핥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모르는 일이에요”
시루꼬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마사오야말로 정말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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