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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여인추억3권-21. 빨간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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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536 회 작성일 24-02-17 12: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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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빨간음모
저녁 무렵, 약속했던 대로 마사오는 신주꾸의 술집에서 묘우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 그렇게 흥분을 느꼈던 것은 한동안 묘우미와 관계를 갖지 못한 때문일 거야. 오늘밤 그녀를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에 미리 흥분되어 있기도 했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사오는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언제나 약속시간에 맞춰 어김없이 나타나던 묘우미가 그날 따라 신간이 지나도 나타나지를 않았다. 마사오는 느긋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술집 문이 열렸다. 묘우미는 아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다. 자세히 보았다. 묘우미와 잡지 동인인 시루꼬였다. 마사오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가까이 다가왔다. 흰 블라우스에 바지 차림이 단정했다.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알고 온 것 같은데?’
마사오는 웃는 얼굴로 반겼다.
“오래간만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만나고 싶었어요.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
시루꼬는 전에 없는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일단 반가운 일이었다.
“물론이죠”
시루꼬는 마사오의 옆자리에 앉았다. 허리를 밀착시키는 듯했다. 시루꼬의 앞에 잔이 놓여졌다. 마사오는 작은 오리처럼 생긴 주둥이가 긴 병에 담긴 술을 따라 잔을 채웠다. 시루꼬의 가느다란 손이 그 잔을 받아들었다. 한 모금 마신 뒤 시루꼬가 말했다.
“묘우미가 못 오게 됐어요”
“예? 아니, 왜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신 나온 겁니다. 술은 혼자 마시면 맛이 없잖아요? 각자 부담하기로 하고 우리 얘기나 하죠 왜요, 저는 안 되나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영광입니다. 그런데 묘우미 씨 집에 무슨 나쁜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갑자기 시골서 사촌이 올라왔나 봐요”
“여기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 텐데요”
“수첩을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그렇게 됐대나 봐요 오늘밤에는 저랑 마시는 걸로 하죠 저도 술 취하면 꽤 괜찮다구요”
시루꼬는 말 끝에 퍽이나 세련된 웃음을 꼬리처럼 붙였다.
실은 이 자리는 묘우미와 시루꼬 둘이 마사오를 시험해 보기 위해 짠 각본이었다. 오늘 오후, 묘우미와 시루꼬는 함께 조용한 다방에서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마사오를 화제로 떠올리게 되었다.
“그 사람 말야.”
시루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널 좋아해서 만나는 건 아니라고 봐. 다른 여자가 유혹하면 또 슬쩍 넘어갈 걸. 남자란 다 그렇잖아.”
묘우미는 마사오와의 관계를 늘 심심풀이라고 해 왔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시루꼬는 이 말에는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아냐. 처음에는 그랬겠지만 지금은 달라. 설마 네가 그 사람을 유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앞으로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금 분명 그런 관계가 아냐.”
묘우미는 자신 있게 단언했다.
“지금은 그렇게 자신하겠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야. 남자들은 유혹에 반드시 넘어가게 돼 있어.”
시루꼬는 묘우미를 자꾸만 자극했다. 결국 둘은 기분이 상했다. 마사오 밖에 모르는 묘우미로서는 몹시 자존심이 상하는 얘기였다. 묘우미는 그대로 물러날 수 없어서 ‘연인’ 관계가 아님에도 마사오의 정조 관념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자 시루꼬가 묘우미에게 말했다.
“그럼, 오늘밤 내가 너 대신 마사오를 만나 볼까? 넌 자신이 있을 테니까. 괜찮겠지? 나한테 넘어가는지 시험해 보고 싶은데. 물론 여자인 내가 폭력을 쓸리는 만무할 테니까. 그 점은 안심하고 만약 넘어가지 않으면 내가 지는 거지. 그렇게 되면 너희들은 순수성을 인정하고 존경하겠어. 어때?”
사실, 묘우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루꼬의 계산은 치밀했다.
“싫어. 말도 안 돼.”
묘우미가 말했다.
“그럼 그렇지. 거 봐 못 믿고 있는 거라구.”
시루꼬는 비웃었다. 결국 묘우미는 그 제안에 승복하고 말았다. 그런 사정을 마사오는 알 리가 없었다.
“저도 마침 오늘 저녁 술 생각이 나던 참이었어요 게다가 마사오 씨랑 함께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마사오는 이 말을 순수하게 믿었다. 실망한 마음으로 이대로 그냥 하숙집으로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고집스런 여자이긴 하지만 따분하지 않게 말 상대는 되는 여자였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자, 마십시다.”
마사오가 소주를 한 병 더 주문하려고 하자 시루꼬가 만류했다.
“전 소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 다른 장소로 가죠? 예?”
“아니 한 잔만 더 하고 나가죠”
마사오는 술병을 흔들었다. 안에서 소리가 났다.
“그럼, 저 한 잔 주세요”
“괜찮겠습니까?”
“좋아하지 않지만 마실 수는 있어요”
마사오는 시루꼬의 잔에 술을 따랐다. 시루꼬는 그것을 받아 홀짝 마셨다.
“시루꼬 씨의 연애담을 듣고 싶은데 어떻게, 잘 돼 갑니까?”
“글쎄요”
시루꼬는 목소리를 죽여 마사오의 귀에 입을 갖다대고 말했다.
“후꾸이 씨는 마사오 씨보다 세 살이 위죠 올해 졸업했어요.”
“아, 그래요”
“지금은 조그마한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몸이 많이 약해졌어요.”
“술?”
“아니 섹스”
“왜 그렇죠?”
마사오는 새삼스럽게 시루꼬가 요염하다고 느꼈다.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아니면 나이 탓일 수도 있구요”
시루꼬의 입술이 마사오의 귀를 간지럽혔다.
“발기력도 약해졌고 의욕도 없어요”
그때 무릎 위에 있던 시루꼬의 손이 떨어지면서 마사오의 팔에 시루꼬의 가슴이 닿았다. 입으로는 매우 직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닐가요?”
“그렇지 않아요 그랬다면 이미 제가 느꼈겠죠 그럴 만한 힘도 없어보여요.”
“그럼 불만이 많겠군요 다른 사람을 사귀지는 않으십니까?”
“아니오, 난 묘우미처럼 사랑스럽질 못하거든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두 병째 술을 비우도록 묘우미로부터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시루꼬에겐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그 집을 나왔다. 시루꼬는 마사오의 팔짱을 깊숙하게 꼈다. 유방의 감촉이 느껴졌다.
시루꼬가 안내한 곳은 어두컴컴한 양식집이었다. 두 사람은 빈 자리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이번에는 제가 사겠어요 소주 때문에 목이 마를 테니까. 맥주 한 잔씩 해요. 괜찮죠?”
“예, 좋습니다”
시루꼬는 점점 더 요염한 자태로 마사오에게 접근하며 여러 가지 친절하게 신경을 써 주었다.
‘나를 위로하고 있구나. 관념적이고 고집스런 여자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여자다운 면모도 있다니, 의외인데.’
시루꼬의 다른 면모를 신선하게 느끼면서 마사오는 그녀가 권하는 대로 맥주를 받아 마셨다. 당연히 취기를 느꼈다. 가끔씩 시루꼬의 손이 마사오의 허벅지를 더듬는 것도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루꼬의 손은 점점 중심부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의 아홉 시가 다 되어 그 집에 나왔을 때 마사오는 이미 상당히 취해 있었다.
시루꼬가 마사오의 허리를 감으며 말했다.
“내 아파트에 가서 한 잔 더 하지 않겠어요? 스카치가 한 병 있거든요”
학생 신분으로 스카치 술을 마실 기회는 퍽 드물었다 마사오는 취중에도 자기가 연신 고개를 꼬덕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갔다. 시루꼬는 묘우미의 친구로서 이론에 밝은 관념적인 여류 작가 지망생이었다. 색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순수하게 스카치를 마시기 위함이었다. 또 묘우미의 친구니까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시루꼬를 따라온 것은 그런 계산이 마사오에게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탁자 위에 스카치가 놓여 있었다. 귀한 술이었다. 간단하게 마른안주가 나왔다. 주위는 곧 정돈되었다. 시루꼬는 벽장에서 가운을 꺼냈다.
“편한 것으로 갈아입으시죠 좋은 술은 느긋한 마음으로 마셔야 제 맛이 나거든요”
“그거 입던 거겠죠? 사양하겠습니다.”
“어머, 아니에요 최근에 그냥 사 뒀던 거예요. 아직 아무도 입어 보지 않은 새 것인 걸요 체면 차리느라 그러세요?”
“아니오 새 것인데 아깝잖아요”
“괜찮아요. 자, 입어요 헤어지네 마네 하는 남자에게는 입히지 않아요 헤어지고 나면 버려야 하거든요 그냥 친구에게만 입혀요.”
몇 번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마사오는 겨우 그것을 받아들였다. 윗도리와 셔츠를 벗었다. 시루꼬는 뒤에서 가운을 마사오의 어깨에 걸쳤다. 마사오는 바지를 벗었다. 이미 시루꼬는 허리띠까지 준비해 두고 있었다. 가운 차림으로 탁자 앞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누가 갑자기 들어오기라도 하면 내 차림을 이상하게 생각하겠죠?”
“아무도 오지 않아요 오늘밤에는. 지난번과 같은 음모는 없을 테니까 안심해요 그리고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요”
두 사람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시루꼬는 그녀가 앞으로 쓸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줄거리보다는 인간 관계에 대해서 관념적인 언어로 여러 가지 이론을 내세웠다. 전문적인 문학 용어가 많아 문외한인 마사오로서는 절반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문학에 대한 시루꼬의 정열만은 알 수 있었다. 이야기에 열중한 시루꼬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이야기가 한참 되다 잠시 세상 얘기로 옮겨가는 듯하더니 시루꼬의 동창생 중 임신했다는 한 친구 얘기로 화제가 바뀌었다.
“일주일 전에 중절 수술을 했는데 제가 다섯 시간이나 수술실 밖에서 줄곧 기다렸어요 그 날 밤, 그 애 집에서 밤새 간호를 했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절한 뒤에는 손에 물을 묻혀서는 안 된다더군요”
“좋은 일을 하셨군요”
“그것도 일종의 경험이죠 저녁 때 남자가 왔었는데 태도가 냉랭하더군요 삼십 분 정도 있다가 돌아가 버렸어요 그 친구는 그 남자와 빨리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돈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마사오 씨는 묘우미와 피임을 어떻게 하고 있어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얼굴에는 홍조를 띠고 눈은 빛나고 있었다. 알코올 탓이라고 마사오는 이해했다.
“그냥 주의하고 있습니다. 고무 제품을 쓰기도 하구요”
대부분 연인끼리는 그렇게들 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 조절법은 생리가 정확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조심하는 게 좋아요”
“예.”
시루꼬는 탁자 앞으로 다가앉더니 서랍을 열었다. 조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콘돔 상자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포장이 뜯기지 않은 채였다. 시루꼬는 그것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걸 드리겠어요. 묘우미와 함께 사용하세요”
“시루꼬 씨는?”
“난 이제 필요없어요 좀전에 소주 집에서 말씀드렸죠? 후꾸이 씨와는 이제 이미 불가능해요 다른 남자를 사귄다 하더라도 여자가 이런 물건을 갖고 있다는 건 이상하잖아요 없애는 편이 더 나아요”
“여자한테서 이런 걸 받기는 좀 어색하군요”
“샀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그럼 받아 두겠습니다.”
“오늘밤에는 묘우미를 만나기로 했었던 거니까 이미 가지고 계시겠죠?”
“예, 갖고 있습니다.”
“이것과 같은 거?”
“아니 달라요”
“보여 줘요”
마사오는 지갑 속에 넣어 두었던 것을 벽에 걸려 있는 웃옷에서 꺼내 시루꼬 앞에 내밀었다.
“어머,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시는군요”
시루꼬는 종이를 펼쳤다. 봉지에 담긴 것이 세 개 나왔다.
“와, 이것을 다 사용할 생각이었어요?”
“한께 밤을 새게 되면 그 정도는 준비해야죠 하지만 두 개면 족해요 나머지는 예비로 가지고 온 거구요”
시루꼬는 봉지 속에서 물건을 꺼내 자기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며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오늘밤에 이걸 사용할 참이었는데 저 같은 애와 술이나 마시고 있다니 재미없죠?”
“아뇨 괜찮습니다.”
마사오는 꽤 취기를 느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잖아도 시루꼬 씨와 한가롭게 얘기나 하고 싶었던 참인데 잘됐죠 이렇게 귀한 술을 대접받게 돼서 영광입니다. 묘우미 씨는 언제든지 또 만날 수 있으니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움직임에 문학을 얘기할 때와는 전혀 다른 여자다움이 풍겼다.
“정말입니다.”
“그럼 안심이에요”
시루꼬는 손바닥 위에 있는 물건을 둘째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 보았다.
“마사오 씨는 이것을 중간에 사용하나요? 아니면 처음부터?”
“도중에 사용해요 절정의 순강에.”
“프로를 상대할 때도?”
“아니오 전 여자를 사 본적이 없어요 게다가 묘우미 씨뿐입니다.”
“이것을 그 애와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어요”
시루꼬는 그것을 다시 종이에 싸서 마사오에게 준 상자 위에 오려놓더니 마사오의 컵에 스카치를 가득 채웠다.
“자아, 오늘밤에는 술이나 실컷 마셔요 내가 묘우미라면 이쯤 해서 절제해야겠지만 말예요”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서로가 즐길 수 없게 되잖아요”
“아무리 많이 마셔도 전 괜찮아요”
“그래요?”
마사오는 시계를 보았다. 열 한시가 넘어 있었다.
“오늘밤에는 뜻밖의 좋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제 가 봐야겠습니다”
시루꼬는 놀란 듯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지금 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인데 여기서 주무시고 가면 안 되나요?”
“아니오 그렇게 되면 제가 너무 몰염치한 사람이 되죠”
“아이, 괜찮아요 제가 마시게 했으니 저도 책임이 있어요 무사히 하숙집까지 도착했는지 걱정하는 것보다는 여기서 주무시고 가는 것이 제가 편해요 주무시고 가세요 아침밥도 맛있게 지어 드릴게요 쌀도 식당에서 쓰는 것과는 다르다구요 예?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여관에서 주무실 생각이잖아요? 집에 가지 않아도 내일 수업에 큰 지장은 없죠?”
편한 마음으로 삼십 분 정도 술을 더 마신 뒤 이윽고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음식물을 부엌으로 내가고 탁자는 접어서 놓은 뒤 창문을 열고 시루꼬는 청소를 했다. 그러더니 서서 쳐다보고 있는 마사오 앞에서 주저하는 기색 하나 없이 시루꼬는 방 가운데에 이불 한 채를 깔고 베개 두개를 나란히 놓았다.
“같은 이불에서 자도 괜찮겠습니까?”
“이불이 한 채밖에 없어요 설마 남자인 마사오 씨가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물론 두렵지는 않습니다.”
탁자위에 있던 피임도구는 책상 위로 옮겨져 있었다.
“자, 어서 주무세요 전 부엌일을 좀 해야겠어요 쌓아 두는 건 싫거든요”
마사오는 가운을 벗어 이불 위에 걸쳐놓고는 속옷 바람으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상대가 묘우미라면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묘우미의 친구인 시루꼬는 상대가 다르다. 마사오는 그냥 얌전히 어른스럽게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잠이 들면 코를 골 텐데. 먼저 자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시루꼬는 웃음을 지었다.
“제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만 남겨 주시면 돼요”
흑심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잠을 청해야 한다. 술기운이 올라 있던 마사오는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곧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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