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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사랑을위하여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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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094 회 작성일 24-02-17 09: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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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의 사생활

히데오는 히로가와 스즈꼬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가까운 친구한테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하루에의 친구라면 역시 똑같이 자유분방하리라는 것이 히데오의 예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 같다. 게다가 틀림없이 처녀라고 생각된다. 지금 시대의 여학생으로서는 드문 존재다.
‘아! 이 여자의 일상을 관찰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군.’
그렇게 결정한 히데오의 마음에는 스즈꼬의 청순함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기분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인간에게는 화려한 것에 끌리는 심리와 함께 산뜻한 것을 동경하는 심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스즈꼬가 이사 온 것은 하루에가 나가고 나서 꼭 일주일이 지난 토요일로, 이삿짐센터에서 운전기사만 왔을 뿐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소형트럭에서 짐을 방으로 운반해 들여오는 것을 히데오가 거들었다.
환심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스즈꼬의 모습을 단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는 미안해서 였다.
남의 일에 별로 간섭하기를 싫어하는 히데오로서는 드문 일이다. 도와 주고픈 마음이 생긴 것은 스즈꼬의 성품 탓일지도 모른다.
짐을 모두 다 옮긴 뒤 트럭은 가고, 스즈꼬는 방으로 들어갔다. 히데오는 곧바로 반침으로 들어갔다. 문득,
‘나는 지금 이율배반 적인 일을 하고 있어.’
그렇게 자기 반성을 해본다.
다른 방을 들여다볼 때도 그런 반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언제나 뒤가 켕기는 듯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이런 행위를 멈추게 할 만큼 강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그런 기분이 든다. 그것은 히데오가 이미 스즈꼬를 피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역시 히데오는 멈출 수 없었다.
스즈꼬는 진지한 얼굴로 짐을 정리해 나간다.
꽤 많은 책을 갖고 있다. 그녀는 상자에서 꺼낸 책을 정리하는 도중에 펼쳐 읽어보기도 한다.
히데오는 반침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음, 확실히 학구파군. 공부를 재미있어 하는 타입인 것 같군.’
하고 생각한다. 대체로 요즘 학생들은 단지 대학졸업장을 받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 같다.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 이렇다 할 애착도 없다. 의무니까 어쩔 수 없이 공부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스즈꼬는 확실히 그런 무리와는 다른 것 같다.
잠시 히데오는 스즈꼬의 옆 모습을 관찰하다가 계속 같은 작업을 할 것 같아서 그곳에서 나왔다.
한시간 정도 지나서 다시 들여다본다. 스즈꼬는 책상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고 있다.
‘고향의 부모님한테 편지를 쓰고 있는 모양이군.’
요즘 학생들은 편지를 쓰는 일도 드물다. 귀찮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화로 용건을 이야기하는 쪽이 손쉽고 빠르다.
그런데도 스즈꼬는 편지를 쓰고 있다. 그 모습은 책을 정리하고 있을 때보다도 더 단정하게 보인다.
히데오는 다시 반침에서 나왔다.
4시 조금 전에 스즈꼬는 히데오의 현관 앞을 지나갔다. 샌들을 신고 세면도구를 들고 있었다.
‘어?’
히데오는 스즈꼬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방에는 분명히 욕실이 딸려 있다. 만약 그 방 욕실에 문제가 있다면 수리는 집주인인 히데오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히데오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 스즈꼬를 불렀다. 스즈꼬가 뒤돌아보고 멈춰 선다. 히데오는 다가갔다.
“어디에 가는 건가요?”
“목욕탕에요.”
“욕실이 고장 난 겁니까?”
“어머 아저씨, 모르고 계셨어요? 지금 이 지역엔 물이 나오지 않아요. 단수거든요.”
스즈꼬는 웃으며 말했다.
“이런! 몰랐어요. 어디서 공사를 하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곧 나올 텐데요.”
“땀을 흘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산뜻해지고 싶어요.”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스즈꼬가 돌아왔다.
히데오는 곧바로 반침 속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간 스즈꼬는 곧바로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갈아입을 옷은 목욕탕까지 갖고 간 듯 싶다. 약간 실망했다.
스즈꼬는 금방 손질을 끝내고는 일어섰다. 전화기 앞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린다.
‘누구에게 거는 것일까?’
여기서 히데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상대가 남자였으면 하는 것은, 그 쪽이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또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스즈꼬에 대한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기 때문이다. 저쪽에서 전화를 받은 모양이다.
“아 마꼬짱? 나 스즈꼬.”
“…….”
“겨우 대충 정리가 끝났어.”
“……그래, 물론 혼자서지. 아참, 이 집 주인 아저씨가 도와줬어.”
“……으응, 그렇지 않아. 좋은 사람이야.”
“…….”
“그래서 어젯밤은 어땠어?”
“…..”
“그래? 그럼,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네.”
양쪽 모두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짐작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는 스즈꼬의 표정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대단히 흥미롭다.
‘스즈꼬는 마음이 넓고 이해심이 많은 여자구나. 계산이 철저한 하루에가 스즈꼬를 사귀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그런데 이윽고 구체적인 말이 스즈꼬의 입에서 나온다.
“그래서 정말은 어느 쪽 아이인 거야?”
“…….”
히데오는 귀를 기울였다.
“모른다니? 이상하네?”
“…….”
“그런 엉터리가 어딨어. 어느 쪽 사람의 아이인지도 모르는데 낳겠다니. 그리고 낳고 나면 알겠지 라니, 그래도 되는 거야?”
이윽고 스즈꼬는 수화기를 놓고 방을 나간다. 부엌에서 물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반침을 나온 히데오는 역시 부엌에서 움직이고 있는 다에꼬에게,
‘역시 내가 상상한 대로야. 3호실에 이사 온 스즈꼬는 반듯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하루에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꽤 자유분방한 모양인테…… 참 이상하군.’
하고 말하며 히데오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좋아지기 시작한 것 아녜요?”
다에꼬가 돌아보며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묻는다.
“음, 그럴지도 몰라.”
“얌전한 아이라면 죄를 짓는 일은 하지 않는 쪽이 좋아요.”
“글쎄 모르겠어. 호감가는 여자를 안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잖아.”
스즈꼬가 혼자서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때쯤 되어 또 반침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히데오의 예상보다 준비가 빨리 끝났는지 스즈꼬는 이미 식사를 마친 뒤였다. 테이블에 간장종지가 달랑 남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스즈꼬는 느긋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자 그 얼굴에 웃음이 떠오른다. 다른 여자들이라면 이런 때 매우 소란스럽게 웃어댈 것이다.
그 뒤 다시 들여다보았을 때 스즈꼬는 책을 읽고 있었다.
‘잘 때는 잠옷으로 갈아입겠지. 그 광경을 봐야 한다.’
그래서 히데오는 그 뒤에도 30분 간격으로 반침 속에 들어갔다. 나중에는 다에꼬가,
“당신, 오늘 밤 좀 이상해요.”
하고 말할 정도였다. 10시가 조금 지나 들여다보았을 때, 스즈꼬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일어섰다.
옷장 문을 열고 요와 이불을 꺼낸다. 잠자리를 다 준비한 뒤 스즈꼬는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도 벗는다.
‘이야!’
옷을 입고 있을 땐 말라보이더니 예상보다 상이 붙은 멋진 몸매가 나타났다. 균형도 잘 잡혀 있다. 브리프를 벗고 속옷까지 벗었다. 걸치고 있는 건 브래지어와 팬티뿐이다.
‘좋은 몸매군. 하루에 이상이야.’
브래지어를 벗는다. 유방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모양이 예쁘다. 유두는 작고, 약간 위를 향한 느낌이 든다. 허리도 꽤 잘록하다.
팬티는 순 백색이다. 그래서 어슴푸레하게 그 안쪽 숲의 그림자가 비친다.
스즈꼬는 팬티를 벗지 않는다. 그 위에 하늘색 잠옷을 입고 스탠드를 켜고 전등은 껐다. 이불 속으로 들어간 그녀는 옆으로 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음란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을 뿐더러 비밀스러운 몸짓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모양이군.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잠이 들겠지.’
계속 이런 식이라면 관찰자로서는 재미없게 된다. 오늘은 겨우 누드를 구경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히데오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누드가 예뻤다고 하는 것도 기대 이상이었고,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도 착실한 학생이라는 신뢰를 더욱 높여준다.
이어서 히데오는 다자끼부부의 2호실을 들여다보았다. 기누꼬도 포함해서 셋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지껄이고 있는 것은 텔레비전뿐이고, 세 사람은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은 따로따로 인 것 같다. 어쨌든 셋 다 아직 잠을 잘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요즘은 노리꼬와 그다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노리꼬가 맞벌이를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이사 왔을 때와 비교하면 훨씬 안정되어 보인다.
기누꼬는 오빠부부와 약간 떨어져서 텔레비전 쪽을 향해 있다. 역시 신혼부부에게 방해를 하고 있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일까?
다자끼가 크게 하품을 했다. 하품소리가 히데오에게까지 들려온다.
“재미없군.”
그러면서 두 사람을 둘러보고,
"재미있어?”
하고 묻는다.
“재미있어요.”
“그럼, 둘이 계속 봐. 난 자야겠어. 이불 좀 깔아줘.”
노리꼬는 다자끼를 위해 이부자리를 깔았다.
다자끼는 속옷만 입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노리꼬와 기누꼬는 계속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머리맡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나는데 다자끼는 잘 수 있을까?’
계속해서 히데오는 히로미와 기미꼬의 방을 엿보았다. 그 두 사람도 2호실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몇 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저런 식으로 텔레비전 화면 앞에 앉아 있겠군.’
이론으로 알고 있는 것을 히데오는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다. 어떤 세력이 텔레비전을 잡는다면 여론을 이끌어가는 건 시간문제 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각각의 ‘집이라고 하는 상자’ 속으로 몇 백, 몇 천만의 인간이 똑같이 ‘바보상자’를 보고 있다는 건 오싹한 기분을 들게 하는 사실이다.
“나, 저 사람이랑 한번 자보고 싶어.”
기미꼬가 동경이 담긴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일년 내내 아무리 발버둥쳐도 불가능한 일이야.”
히로미가 대꾸한다.
“그렇지만 꿈을 갖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아?”
“음, 나쁜 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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