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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여인추억 4권 - 2. 끌려온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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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75 회 작성일 24-02-17 08: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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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끌려온 여인

<야, 이리 와.>
그 남자의 목소리인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우연치고는 정말 거짓말 같은 우연이군.)
<싫어요.>
적의에 찬 아끼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러지 마. 내가 너무 한 거 알아. 반성하고 있다니까. 그렇게 한 건 너한테 그만큼 깊이 빠져 있기 때문이야. 자, 이불 속으로 와 봐. 거기에 그러고 있으면 얘기도 못 하잖아.>
달콤한 목소리였다.
여자를 이불 속으로 유혹할 때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었다.
<싫어. 이런 얼굴을 하곤 다닐 수가 없어서 여기 들어 온 것 뿐이야. 난 이제 당신 같은 사람하고는 상대하기도 싫단 말야.>
강경한 어조가 아끼다웠다.
남자와 헤어지기로 했다는 말이 사실임이 충분히 증명됐다.
아끼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므로 마사오는 일단 안심이 됐다.
<이것 보라구. 이게 너를 원하고 있잖아. 갖고 싶지 않아?>
남자가 이불을 걷고 자신의 몸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
아끼의 반응은 없었다.
남자가 말을 계속했다.
<안 올래? 오랜만이잖아? 내 이 것, 그 뒤로 다른 여자한테는 사용하지 않았어.>
아끼가 비정댔다.
<여자가 있을 텐데? 주저 말고 즐기시지. 나하고는 이제 상관없는 일이니까.>
<태연한 척 하지 마.>
<이젠 싫어. 지겨워.>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그렇게 된 거야. 다시는 안 그럴게. 자, 이리 와.>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아끼에게 다가가는 것 같았다.
<싫어. 이 손 치워. 싫대도. 뭐 하는 짓이야!>
다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바닥에 뭔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왜 자꾸 이래? ... 이거 못 놔? ... 소리를 지르겠어. ... 정말 싫다니까.>
아끼의 날카로운 소리만 계속 이어질 뿐 남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말로 해서 안 되니까 본격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선 게 아닐까?
<앗! 거기서 손 빼. 이 비열한 자식아!>
아마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비경에 손을 댄 것 같았다.
마사오는 결국에는 아끼가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아끼가 끝까지 저항해서 몸을 지켰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치한에게 습격당할 경우에 저항을 하면서도 수치스러워 소리를 크게 지르지 않는 여자도 가끔 있다. 하물며 이미 관계하고 있는 남자라면 적어도 다
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는않겠지. 아마 아끼도 마찬가지일 거야.)
몸싸움은 계속됐다.
아끼의 목소리가 점점 숨이 차 다급해졌다.
필사적으로 버티다 보니 힘이 빠진 것이리라.
갑자기 뺨을 때리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렸다.
<야! 이 계집애야. 더 혼나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사람 살려요.>
아끼는 드디어 구원을 요청했다.
간절한 목소리였다.
<누구, 누구 없...>
도중에 소리가 꺾였다.
입을 틀어막힌 게 틀림없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아끼를 구해야 한다.)
마사오는 황급히 벽장을 나왔다.
방을 나와 복도를 달렸다.
기꾸의 방으로 들어갔다.
기꾸는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틀림 없이 내가 아는 애 맞아요. 필사적으로 저항하면서 남자에게 얻어맞고 있어요. 얼른 좀 가봐 주십시오.>
<우리들은 손님들의 일엔 간섭하지 않는 걸로 돼 있는데.>
<어쩌면 구급차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구요.>
<그렇게 사태가 심각해?>
<그래요.>
기꾸가 일어섰다.
<당신은 여기 있어요.>
기꾸가 나가고 마사오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기꾸는 좀처럼 돌아오질 않았다.
마사오는 안심했다.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그 방에 들어간 것이다.
이십 분 정도 지나서야 기꾸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다.
<정말 큰 일날 뻔 했어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했어요.>
대답하는 목소리는 아끼였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십시오.>
아끼만 그 방에서 나온 모양이었다.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마사오는 앉은 채 가만히 있었다.
자신과 마주치면 아끼가 수치스러워 할 것이다.
기꾸가 돌아왔다.
마사오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잠깐 기다려요.>
기꾸는 그대로 전화기로 다가서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다른 손으로 노트를 펴 보면서 다이얼을 돌렸다.
<기요미 씨? ...나, 기꾸에요. 부탁이 있는데. ...학생인데 올 수 있겠어? ...아니, 당신과 함께 왔던 사람은 아니고 여자에가 응해 주지 않고 나가 버렸어.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기요미 씨 정도면 잘 달랠 수 있지 않을까? ...고마워.>
수화기를 놓고 기꾸는 방을 나가더니 금방 돌아왔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으로 사건은 해결된 셈이군.>
<어떻게 된 겁니까?>
<가스가 샌다는 핑계를 대고 들어가니까, 그 틈에 여자애가 튀어나오는 거야. 옷은 입고 있었어. 남자는 얼른 가운만 걸친 모양이고. 바닥에 여자애 팬티가 떨어져 있더군. 옷도 그렇고 머리도 마구 헝클어져 있었어요. 옷이 두 군데나 찢어져 있더라구. 완강하게 저항했던 것 같아. 일단 두 사람을 따로 앉혀 놓고 양쪽 얘기를 들었지. 남자는 내 여자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했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더군. 당연히 나로서는 여자 편이 될 수밖에 없지. -아무리 연인이나 부부 사이라도, 여자가 싫다면 하는 수 없는 것 아녜요? 요금은 돌려 줄 테니까 함께 나가 주세요- 하고 말하자 남자는 못 나가겠다고 우겼는데 그 뒤가 재미있어. 남자가 이렇게 말하는 거야. -이 여자는 보내 주겠다. 하지만 난 이대로는 뭇 나간다. 여자를 보내달라. 그러면 이 여자를 놔주겠다.- 그래서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여자를 데리고 방에서 나왔어요. 그 여자앤 벌써 돌아갔어요. 그리고 그 남자를 상대할 여자가 곧 올 거야.>
<그 남자가 아끼 앞에서 대신해 줄 여자를 구해 달라고 했단 말입니까?>
<그렇다니까. 그 애 마음을 떠보려고 그런 건지도 모르지 뭐. 그 앤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돌아갔어요. 얼굴은 상당히 부었지만, 어떻게든 알아서 가겠죠.>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활달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저 왔어요.>
<기요미 씨?>
<예.>
기꾸는 방을 나갔다.
무슨 소린지 낮은 목소리로 소근댔다.
곧 얘기가 끝나고 기꾸만 방으로 들어왔다.
<이젠 안심이야.>
<전에 여기선 여자를 소개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맞어. 오늘만 특별히 부른 거야.>
<어떤 여자인데요?>
<돈을 모아서 가게를 내겠다고 몸을 파는 착실한 아가씨에요. 기둥 서방도 없어요. 이 근처에 사는 데다가 단골이라 나와는 친하죠. 얼굴이 귀엽게 생겼으니까 그 학생도 마음에 들어할 거예요.>
<그런데 정부가 없는데 장사가 됩니까?>
<길거리 여자가 아니니까. 주로 퇴근 시간이나 밤에 전철 안에서 회사원들을 유혹하는 거지.>
어제 아침에 있었던 찌에와의 일이 생각났다.
기요미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만원 열차 안에서 손으로 접촉하는 것이 아닐까?
<전화했을 때 막 출근하려던 참이었나 봐. 마침 잘 됐지.>
기꾸는 직업상 뒷골목 세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얼굴이 굉장히 귀여워서 남자들이 잘 넘어가요. 어두운 길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들은 밝은 곳에서는 남자를 붙잡지 못해요. 피부도 거칠고 화장을 짙게 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 앤 보통 화장을 하고 남자에게 접근하지. 자신이 있으니까.>
<어떤 식으로 유혹하는데요?>
<전철 안에서 손이 서로 맞닿게 하는 거야. 물론 그러기 전에 남자를 잘 관찰해서 선택해야지. 열 명 중에 여덟 명은 그쪽에서 먼저 손을 잡는다더군.>
<확률이 높군요.>
<처음엔 그렇지 못했는데 차츰 상대를 고르는 안목과 손을 접촉하는 방법이 능숙해지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손을 잡아오는 남자 중 대부분은 -차라도 한 잔 할까요?- 라든지 -식사라도 하지 않겠어요-라는 식으로 속삭인데요. 그럼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역에서 찻집이나 술집으로 들어가지. 그 다음엔 물론 여관 행이고. 그렇지 않고 곧바로 여관으로 유인
하는 남자도 많대요. 상대에 따라서 여관에 들어가기 전에 돈을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들어가서 바로 말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다 끝나고 나서 억지로 받아내는 때도 있대요.>
기꾸는 침이 마르는지 맥주를 들이키고 나서 장난기 어린 눈으로 마사오를 봤다.
<그 벽장에 한 번 더 들어가 보겠어?>
<예. 잠깐 동안만.>
잠시 후 마사오는 그 장소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진동이 벽을 타고 전해져 왔다.
여자의 낮은 신음이 들렸다.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아끼에 대한 분풀이가 아니라 정말로 여자가 필요했던 모양이지.)
때때로 남자의 신음도 섞여 있었다.
점차 여자의 목소리가 높아지며서 동시에 남자의 신음도 그 간격이 짧아져갔다.
오 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여자의 신음이 요란해지자 그것에 맞추기라도 하듯이 남자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여자는 노골적이고 음탕한 말들을 계속 내뱉았다.
일부러 남자가 듣도록 그렇게 하는 듯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적이 찾아왔다.
잠시 후 부스럭 부스럭 옷 입는 소리가 났다.
<어때요? 같이 나가겠어요? 아니면 먼저 혼자 나갈까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위치가 높아졌다.
<먼저 가. 이제 됐으니.>
<알았어요. 그럼 난 화장만 좀 고치고 나가죠.>
마사오는 조용히 벽장을 빠져 나와 기꾸의 방으로 돌아왔다.
여자의 반응이 너무 단순하고 변화가 없어서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럽지 못했고 흥분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은밀한 거래가 잠깐 사이에 끝나버린 허무한 느낌이었다.
기꾸는 몸을 마사오에게 밀착시키며 은밀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땠어?>
<시시하더군요.>
<그래서 도중에 온 거야?>
<아니, 끝났어요.>
<벌써? 이상한 학생이군. 여자에게 버림받고 몸 파는 여자를 산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끝나다니. 혈기 왕성할 때니까 그럴 수도 있지 뭐.>
마사오의 잔을 채우며 기꾸는 그의 무릎을 더듬다가 이내 가운 옷자락을 젖히고 앞을 만졌다.
조금 부풀어올랐던 몸은 이내 수그러들어 지금은 평상시 그래로였다.
<흥분하기는 커녕 오히려 공허한 기분이었어요.>
<학생은 좋아하는 여자밖에 모르니까.>
기꾸가 직접 접촉해 오더니 미묘하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마사오는 급속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복도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줌마 있어요?>
기꾸는 얼른 손을 빼고 마사오의 옷자락을 바르게 해 주었다.
<벌써 가려구?>
문이 열리고 긴 머리에 뽀얀 살결의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귀엽고 예쁜 얼굴이었다.
나이는 이십 대 초반 정도나 될까?
<어머! 손님이 계셨군요. 실례했습니다.>
<괜찮아요. 들어와요. 잠깐 마시고 가지 않겠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자, 어서.>
여자는 들어와 마사오에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마사오도 답례했다.
감색 스커트에 하얀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아무리 봐도 순진한 여사무원 같았다.
<아는 사람 아들이야.>
기꾸는 마사오를 소개하고 자랑스럽게 학교 이름을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얌전한 아가씨로밖에 보이지 않죠?>
간접적으로 마사오가 이미 그 여자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예. 믿기지가 않군요.>
여자는 핸드백에서 지폐 두 장을 꺼냈다.
<미안해요. 이건 통화료. 부족한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기요미 씨가 날 도와준 건데 이러면 내가 미안해요.>
찌에도 기요미도 무척 어색해 했다.
그래서 마사오는 이런 일이 처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기요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돈을 다시 핸드백에 집어넣었다.
기꾸가 기요미의 잔을 채우며 말했다.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은데.>
<젊은 사람은 그래서 좋아요. 전 술취한 사람은 일부러 멀리하죠. 술냄새도 술냄새지만 오래 하거든요.>
여자는 하얀 목을 보이며 맥주를 마셨다.
마사오가 물었다.
<하지만 오래 했으면 하는 사람도 있겠죠?>
기요미의 눈이 요염하게 반작이며 마사오를 향했다.
<그럼요. 가끔 그런 경우가 있긴 해요. 그런 사람이 걸리면 그날 밤은 장사고 뭐고 그 사람에게만 매달리게 돼요. 돈도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어떤 남자한테 그렇게 해요?>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
지극히 평범하고 모범적인 대답이었다.
하지만 몸을 파는 여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좀 우습기도 했다.
역시 마음은 보통 여자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손님은 어땠나요?>
기요미는 고개를 흔들었다.
<최저. 갑자기 성기를 빨아 달라는 거예요. 물론 거절했어요. 그런 서비스는 원래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줌마, 이분, 정말 아는 분 아들 맞아요?>
<왜 그래?>
<이 분을 보는 아줌마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게다가 얼굴도 평소와 달리 상기돼 있는 걸요.>
<무슨 소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술을 좀 마셔셔 그래. 이 학생에겐 멋진 여자가 있다구.>
기꾸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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