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여자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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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그녀를 절정으로... ♠♠
"자고로, 여자라 카는 거는 말이다. 어떤 남자
를 만나느냐에 따라지 팔자가 정해지는기다. 썩
을 놈 만나몬 썩은 년 되는기고, 금테 두른 놈
만나몬 금테두른 년 되는기라."
유미를 아파트로 데려온 조만방은, 그녀를 무
릎에 앉혀놓고 여자의 예속성(隸屬性)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큼직한 그의 손은
유미의 허리와 가슴을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그라고 여자라 카는 거는 말이다. 일단 예쁘
고 봐야 된다. 지가 아무리 대가리에 든 기 많
다 캐도, 쭈그렁탱이 호박이라 카몬 누가 봐 주
겠노. 니는 그 점에서 내 맘에 딱 드는기라."
유미는 조만방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
다. 우람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자상한 면을
가지고 있는 조만방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머리
속에 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남녀 사이의 정감적인 차이를 잘
몰랐다. 그녀 나이 겨우 열 아홉. 육체적으로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지만, 정신적인 부분에
서는 백지에 가까웠다. 시골 학교를 다니면서
책을 제대로 읽은 것도 아니었고, 공부를 열심
히 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가 현실과 대
응하는 방식은 언제나 임기응변 이상을 넘지 못
했었다.
조만방은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가
르치고 있었다. 그 가르침 또한 성(性)을 깨닫
게 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과의 대응방법도 포
함되어 있었다.
"그렇다꼬 여자가 예쁘기만 하몬 다 된기가?
그것도 아인기라. 남자들을 홀리는 재주도 있어
야 되는기라. 꼬리도 살살 치고, 땡겼다 놓았다
함시로 남자들 간장도 녹일 수 있어야 되는기
라. 내 말이 뭔 말인지 알아 묵겠나?"
유미의 가슴을 가만히 쓰다듬던 조만방이 문득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그렇게 물
었다. 그의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애정이 묻어
났다. 유미도 그런 그의 애정을 읽었는지 말없
이 조만방의 눈을 응시했다. 그런 유미의 표정
을 도발(挑發)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유미의 머
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고 난 조만방이, 양손으
로 유미의 웃옷을 잡았다가 양쪽으로 펼쳐버렸
다.
단추가 떨어져 나가면서 양쪽 가슴이 출렁 튀어
나왔다. 조만방의 급작스런 행동에 놀란 유미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가리자, 우람한 조만방의
손이 그녀의 양팔 사이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
왔다. 옷을 벗길 때와는 달리 매우 부드러웠다.
"지금 당장 우째 하라는 이야기는 아닌께 걱정
하지 마라. 차차 지나몬 알게 될끼다."
그렇게 말을 마친 조만방은 천천히 유미를 유
린해 가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그녀의 몸을 풀
어놓은 조만방은, 조금씩 육중한 체중을 얹어
그녀의 잠자고 있던 성감(性感)들을 찾아 하나
둘 일깨웠다. 호치민에게서 어느 정도 숙달되긴
했지만, 조만방에게서 언제나 새로운 느낌들을
받았다.
우선 100kg이 넘는 체구가 달랐다. 유미의 허리
만큼이나 굵은 이두박근에서 나오는 악력(握力)
도 이전의 어떤 누구와도 다른 것이었다. 넘치
는 힘에서 오는 강한 느낌은, 순식간에 그녀를
절정으로 몰아넣었다.
"하악, 하악."
조만방이 체중을 실은 지 얼마되지 않아 유미
의 들숨과 날숨이 모두 거칠어졌다. 조만방이
엄청난 힘으로 내리칠 때마다 말할 수 없을 정
도의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강타했다. 무엇보다
체중에서 실려나오는 힘만으로도 그녀는 몇번이
나 의식을 잃었다.
그런 유미를 공략하는 조만방의 얼굴은 가학
(加虐) 이상의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그는 유
미를 철저히 이용할 심산이었다. 아름다운 미모
(美貌)와 균형잡힌 몸매. 섹스를 위해 발달된
특별한 근육들 따위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지
만, 여자는 여자였다.
그에게 있어 여자는, 이용가치 이상의 것은 없
었다. 적당히 나이들면 쭈그러지고 볼품없어진
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내 니는 확실히 키워줄끼다. 니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내 시키는 대로 하몬 된다."
조만방이 신음소리를 섞어가며 몇번씩이나 그
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확실하게 이용하
겠다는 의미에 불과했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이 순진해 빠진 여자를, 남
자들 앞에 내세워 그네들의 정신을 적당히 흔들
어 놓은 다음, 자신이 나서서 이득을 챙기겠다
는 속셈을 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필요하다
고 생각될 때면, 적당한 선에서 유미를 그들의
품에 한 번쯤 안겨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상록번영회>는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가 그쪽
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먹이로 삼고 살아가는
이권단체였다. 몇몇 브로커와 짜고 법원에서 나
오는 경매물에 손을 대는가 하면, 건설업자들
틈에 끼어들어 공사권을 따냈다가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기도 했다. 그런 큰 건수 외에도, 주
변에 널려 있는 나이트클럽과 시장상인들을 상
대로, 경제질서를 바로 잡는다는 명목하에, 일
정한 금액의 보호대가를 뜯어내는 것도 일종의
벌이였다.
말하자면, <상록번영회>는 사회의 어두운 구석
을 찾아다니며 살을 뜯어먹는 하이에나같은 존
재였다.
"이기 뭐꼬?"
봉투를 들고 안을 들여다보던 조만방의 눈이
치켜뜨졌다.
"불경기라...그거밖에 못 걷었습니다."
앞쪽에 선 사내가 우물거리면서 대답했다. 순
간, 조만방이 비스듬히 앉아 있던 회전의자를
빙글돌려 사내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눈에서
불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니 시방 뭐시라 캤노? 불경기라 캤나?"
"죄송합니다."
사내가 허리를 굽히는데도 조만방은 그를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한마디 더 했다가는 재
떨이라도 날아올 분위기였다. 다행히 그 시점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허리를 숙이고
있던 사내가 주춤거리면서 전화기를 잡으려는
데, 조만방이 수화기에 먼저 손을 올렸다. 자신
이 받을 거니까 건드리지 마라는 뜻이었다.
한손을 수화기에 얹은 조만방은 다른 한손에 들
고 있던 봉투를 사내의 면상에다 팽개쳤다.
"번영회가 거래이(거지) 집합소가? 니, 좋은
말로 할 때 퍼뜩 가서 봉투 채와 온나! 그냥 왔
다가는 다리몽댕이 확 뿐질라 뿐다!"
조만방의 노성(怒聲)에, 사내가 얼른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 가만히 수화기
를 누르고 있던 조만방이, 사내가 문을 닫고 나
자 헛기침을 몇번 토한 다음, 천천히 수화기를
들고 부드럽게 전화를 받았다.
"예, 상록번영회 회장 조만방이올시다."
"회장님, 저 날파립니다. 체육회관에 들러 에
어로빅시키고 사우나탕에 들여 보냈습니다."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고난 조만
방의 이맛살이 일그러졌다. 기다리고 있던 전화
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껏 분위기를
잡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금방 말투를 바꿀 수
는 없었다.
"알았다. 사우나하고 나오몬 밥 실컷 멕이뿌
고, 학원에 데려다 주뿌라. 그라고 옆에서 침흘
리는 자슥이 있으모 턱주가리 닫게 하는 거 알
고 있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라모 됐다. 아파트에 도착하몬 전화해라."
조만방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을 억누르고 침착
하게 전화를 끊었다. 자신이 사무실로 나와 있
는 동안, 유미를 나름대로 가꾸고 있는 중이었
다. 사무실에서 제일 건실하다 싶은 놈을 하나
붙여 감시와 보호를 맡겼다.
에어로빅 같은 걸로 몸매도 더 단단하게 만들
고, 메이커업 학원과 패션학원을 보내 기본 에
티켓과 감각을 익히도록 만들었다. 그 모든 것
은 일종의 투자였다. 그러나 그렇게 심혈을 기
울이고 있는데도 상품을 찾는 고객이 없다는 것
이 문제였다.
전화를 끊고 난 조만방은, 가만히 수화기를 내
려다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
구당사에서 선을 보였으면, 지금쯤 연락이 있어
야 하는데, 아무도 연락해 오는 놈이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조만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기(景氣)가 아
무리 안 좋다고 해도 제 버릇 개 못주는 위인들
이 수두룩한데, 단 한명도 연락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은 그 주변에 있는 상황
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끌어져 가게 마련이
다. 넓게 보면, 세계적인 조류(潮流)의 흐름과
나라의 흥망성쇠(興亡盛衰)도 개인의 운명과 밀
접한 관련이 있고, 좁게 보면 그 개인이 살고
있는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도 문제가 된
다. 사우나탕에 들어있는 유미도 예외는 아니었
다.
"혼자 사니까 사는 맛이 새롭더라. 이 놈 저
놈 눈치 안 보고 먹고 살 수 있지, 내가 어떤
놈하고 침대에 나자빠지더라도 신경 쓸 일 없
지. 살 맛이 저절로 나는거야."
"엄머, 엄머. 나는 언제 너처럼 한 번 살아 보
니?"
유미가 사우나탕에 들어가 긴장된 세포를 녹이
고 있는 동안, 옆쪽에 나란히 앉은 여자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들이 나누는 이야기
에 그렇게 신경쓰는 편이 아니었지만, 서울이라
는 낯선 곳에 와서 한 번도 자유를 못느끼다,
이곳에 올 때만 겨우 자유를 만끽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도 신경이 갔
던 것이다.
"너도 나오면 되지. 요즘 세상에, 첩살이하면
서 누가 너처럼 그렇게 힘들게 살아? 그렇게 살
아도 그 사람이 알아주기나 하던?"
"그게 마음대로 되니? 아파트도 그 사람 거
고..."
"그 사람 좀생이구나. 자주 오기는 와?"
"자주가 아니라, 매일 저녁마다 와서 있는 힘
다 빼놓고 가."
"그 사람 진짜 좀생이네. 여자 하나 데려다 놓
고 아예 본전 뽑겠다는 거잖아. 정신차려, 계집
애야. 그러다 더 나이들면 너만 손해야. 이 참
에 단단히 한몫 챙겨. 어차피 애인으로 살거면,
세상에 남자가 그 사람 하나 뿐이야?"
소곤소곤 나누는 두 여자의 대화는 유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았다. 가만히 훔쳐본 몸
매로 봐서 나이는 대여섯 살 위로 보였지만, 사
는 형태는 자신과 비슷했다. 배운 것도 많지 않
고, 가진 것도 없었기에, 남자한테 기대어 살면
서 나름대로 뜻을 펴고자 하는 뜻은 확실하게
보였던 것이다.
--나도 따로 아파트를 얻어 달라고 해 볼까?--
가만히 고개를 들어 그런 생각을 하는 유미의
얼굴은 새롭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차피 가
진 것이 몸뚱아리밖에 없고, 저들 말대로 젊은
시기 한 번 지나면 가치는 폭락하게 되어 있다
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런 기회
도 잘 잡아야만, 사는 것처럼 살 수 있을 것이
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에게서 독립한다면...?--
그 생각이 미치자, 유미의 머리속에 머리카락
이 희끗한 노인이 하나 떠올랐다. 국회의원 정
동욱이었다.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사
실도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으면서 그를 한 번
쯤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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