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욕망-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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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말씀 드리겠습니다.
숙의 행방에 대해서 아시는분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허드렛 정보도 저한테는 도움이 됩니다.
저작권 침해가 있을시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5부
헨리엣은 여행용 옷 가방과 작은 손지갑을 침대 위에
올려 놓았다. 월키가 호텔로 떠난 지 벌써 여섯 시간이
흘렀다. 핸리엣은 갑자기 초조해졌다. 월키로부터는 그 어떤
소식도 없었다. 헨리엣은 외출용 드레스로 갈아입고 간단한
화장으로 외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헨리엣은 초조한 듯
방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아가씨, 편지가 왔습니다. 」
하녀의 목소리였다.
「그래, 어서 들어오거라 ! J
헨리엣은 하녀가 들어서자 날쌔게 편지를 낚워챘다.
「월키님의 서신입니다. 」
「그래, 알고 있다. 이제 나가 보아라.」
헨리엣은 하녀를 내쫓듯 자신의 방에서 밀어내고 숨가
쁘게 편지 봉투를 뜯어 보았다. 편지에는 급하게 흘려 쓴
듯한 월키의 짧은 글이 들어 있었다.
(지금 곧 켄싱턴 공원의 북쪽 끝에 있는 무화과 나무
숲으로 오시오. 당신을 데리러 갈 수가 없게 되었소. 정말로
미안하오. 난 지금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몸이오. 자세한
것은 만나서 얘기하기로 합시다. )
헨리엣은 황급히 코트를 걸치고 큰 옷가방과 작은 손지
갑만을 갖고 와틀레이 부인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어두운
밤길에 마차도 없이 그냥 걸어 가야 하는 것이 두렵긴
했지만 헨리엣은 월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두려움
따위는 금새 잊어버릴 수 있었다. 더구나 또 마차를 타는
것은 생각만해도 진저리가 처졌다. 그것은 그란웰에게 두
차례나 마차 습격을 받은 경험 때문이었다.
켄싱턴 공원은 월키와 헨리엣이 산책을 즐겨했던 장소
중의 하나였다. 켄싱턴 공원은 여러가지 과수로 이루어진
숲으로 유명한 곳인데 월키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어도
헨리엣의 취향에는 꼭 맞았던 곳이었다. 와틀레이 부인의
저택에서 켄싱턴 공원은 아주 가까웠다. 따라서 걸어서 30
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곳이었으므로 헨리엣은 주저없이
밤중에 길을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헨리엣은 켄싱턴 공원에 다다랐다. 무화과 나무가
울창한 숲까지 가려면 조금 더 걸어야 했다. 헨리엣은 숨을
몰아 쉬며 계속해서 걸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헨리엣 양, 이 밤중에 여기는 홴일이신가?]
귀에 익은 목소리에 헨리엣은 섬뜩해졌다.
「사랑하는 월키와 데이트라도 하러오신 건가? 아니
지‥‥‥‥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의 양손에 든 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지 ? J
그란웰 특유의 음산한 목소리였다.
「왜 이러세요? 도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 거에
요?]
헨리엣은 겁나는 게 없다는 듯 당당히 목소리가 나는
쪽을 응시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방마저 모를 만큼 무심하다고
생각했나?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난 훨씬 더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구‥‥‥‥」
무화과 나무 숲에서 그란웰의 하얀 이가 번득였다.
「용건이 뭐죠 ? J
헨리엣이 차갑게 내뱉았다.
「용건이라‥‥‥ ? 이거 정말 너무하는군. 내일 모레면
내게 시집이라도 올 것처럼 굴던 아가씨치곤 너무 냉랭하군.」
그란웰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지독하군요. 정말 당신이라는 작자는‥‥‥」
헨리엣이 등을 돌리며 사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굴리는
동안 그란웰은 이미 헨리엣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제발 절 놔 주세요. 부탁이에요.」
헨리엣이 다시 그란웰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그
란웰의 손에서 뭔가 번쩍거리는 쇠붙이의 강렬한 빛이 달
빛에 반사되었다.
「시끄러워서 더는 못참겠군. 이봐, 병아리 아가씨 ! 아
직도 모르겠나? 넌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대로 해야 돼 !]
그란웰이 서슬이 퍼런 총부리를 헨리엣의 가슴께에 들이
밀었다.
「앗 ! 대체 뭘 하려는 거죠? 저를 죽일 셈인가요? ?
「너를 죽여서라도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 건 너와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고 초야를 보낸 뒤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그란웰의 층이 헨리엣의 가슴을 더욱 읅죄었다.
「중요한 일이라뇨? 월키에 관한 일인가요? 안돼요.
제발 월키만은 그냥 내버려 둬요.」
헨리엣이 울먹이며 말했다.
「난 월키를 증오한다. 월키만 없었더라도 네가 그렇게
까지 날 무시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여간 안심해라.
월키는 무사하니까. 그리고 너와 결혼식을 을리기 전에 한
번은 만나게 해 줄테니, 그 점도 염려 마라. 나도 그쯤은
해줄 수 있으니‥‥‥‥」
「오, 제발 월키만은 살려 주세요.」
「오. 귀여운 아가씨 ! 이제 그만 울어요. 당신이 그러면
그럴수록 월키가 더욱 괘씸해질 뿐이니까. 머리가 좋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시겠지‥‥‥‥」
그란웰은 총구를 다시 헨리엣의 옆구리로 옮긴 뒤 천천
히 걸었다. 헨리엣도 주춤거리며 그란웰을 따라갔다.
켄싱턴 공원의 후문에 다다르자 커다란 마차가 한.대
보였다. 창문을 금장식으로 한 고급 마차였다. 그란웰은
헨리엣을 번쩍 들어 올려 마차에 앉혔다. 그리고 그 자신도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켄싱턴 공원의 무성한 나무들
사이를 달렸다. 헨리엣의 신경은 온통 월키에게로 쏠려
있었다. 자신의 옆구리에 들이댄 총부리도 더 이상 겁나지
않았다. 헨리엣의 마음 속엔 오직 월키의 안전 뿐이었다.
마차는 이미 런던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교외로 접어들
고 있었다. 또 한차례의 숲과 를을 지나 새벽의 태양이
꾸물거리는 시간이 되자 새벽 안개 사이로 커다란 성곽이
눈에 들어왔다. 성 앞에는 길다란 개폐식 다리가 놓여 있
었다. 다리는 헨리엣과 그란웰이 탄 마차가 도달하자 끼익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성 안에서 16세기 풍의 옷차림을 한 남자가 뛰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어둠과 안개로 인해 희미하게 보이는 남자가 나즈막히
그란웰을 향해 말했다. 그란웰은 헨리엣의 옆구리에서 총을
치우고 대신 헨리엣을 공손히 부축해서 그녀가 마차에서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란웰은 헨리엣의 팔을 잡고
성 안으로 인도했다. 헨리엣도 포기 상태의 무기력으로
아무 저항없이 그란웰이 이끄는 곳으로 걸어갔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선 성 안의 풍경은 더욱 더 기괴
했다. 길다란 대리석이 깔린 거실은 왠만한 화랑을 능가할
만큼 각종 그림으로 가득했다. 거실은 복도처럼 길다란
모양으로 왜 큰 규모였다. 그란웰은 헨리엣을 데리고 몇
번이나 구불어지는 복도를 지나 제일 깊숙히 위치하고 있는
방 앞으로 갔다. 방문을 열쇠로 손수 여는 그란웰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였다.
방은 크고 깨끗했다. 헨리엣은 잘 정돈된 소파 위에 맥
없이 앉았다.
「쉬시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그란웰의 음성도 다시 여유를 찾은 듯 이성적이었다.
그란웰은 헨리엣을 향해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방문을 열
고는 나가 버렸다.
그란웰이 방을 나선 후 한 시간 동안 헨리엣은 소파에
앉은 채로 멍하니 맞은 편 벽의 낡은 나무 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헨리엣은 잠시 고개를 숙여 보았다. 단정히 위로 올려 묶
었던 머리가 어느덧 흐트러져 어깨 위에 내려 앉았다. 헨
리엣은 조심스럽게 머리를 한 가닥씩 만져 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려 했다. 헨리엣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돌출식 창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오랫동안 열지 않은
듯한 창문을 두 손으로 힘겹게 밀어 내었다. 창문은 끼익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렸다. 멀리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성은 온통 숲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왜 크고
웅장한 성이었지만 오래 돼서 그런지 칙칙한 분위기를 자
아내고 있었다. 성 중앙의 뜰에는 넓은 연못이 있었다. 연못
가장 자리는 17세기 풍의 사자 장식 분수대가 보였다. 연
못의 바닥은 말라있었다. 하인들 서넛인 움직이고 있었다.
조용한 성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들은 분주해 보였다.
헨리엣은 싸늘한 새벽 공기를 마시고 한결 기분이 나아짐을
느꼈다.
그 시같 그란웰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옷을 벗은 후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향
유를 뿌리고 그 속에 몸을 담구었다. 온 몸에 따뜻한 물의
온기가 전해졌다. 그란웰은 눈을 감고 월키에게 띄을 편
지의 내용과 헨리엣과의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었다.
한편 월키는 상속권 소송에서 패한 후 막대한 빛으로
경찰에 기소된 처지가 되었음을 알게 되고는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호텔 방에 앉아 넋을 잃고 있던
월키는 갑자기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재빠르게 짐을
꾸렸다. 짐을 대충 꾸리고 방을 나서려는데 호텔 종업원이
방으로 들어섰다.
「전갈이 왔습니다. 」
호텔 종업원이 누런 색의 편지 봉투를 월키에게 들이
밀었다.
편지의 내용은 간략했다. 그란웰의 별장 주소와 헨리엣이
그곳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월키는 편지를 떨어뜨리며 사
색이 된 얼굴로 짐 가방들과 외투를
그대로 놔둔 채 황급히 호텔에서 빠져 나왔다.
숙의 행방에 대해서 아시는분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허드렛 정보도 저한테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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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헨리엣은 여행용 옷 가방과 작은 손지갑을 침대 위에
올려 놓았다. 월키가 호텔로 떠난 지 벌써 여섯 시간이
흘렀다. 핸리엣은 갑자기 초조해졌다. 월키로부터는 그 어떤
소식도 없었다. 헨리엣은 외출용 드레스로 갈아입고 간단한
화장으로 외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헨리엣은 초조한 듯
방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아가씨, 편지가 왔습니다. 」
하녀의 목소리였다.
「그래, 어서 들어오거라 ! J
헨리엣은 하녀가 들어서자 날쌔게 편지를 낚워챘다.
「월키님의 서신입니다. 」
「그래, 알고 있다. 이제 나가 보아라.」
헨리엣은 하녀를 내쫓듯 자신의 방에서 밀어내고 숨가
쁘게 편지 봉투를 뜯어 보았다. 편지에는 급하게 흘려 쓴
듯한 월키의 짧은 글이 들어 있었다.
(지금 곧 켄싱턴 공원의 북쪽 끝에 있는 무화과 나무
숲으로 오시오. 당신을 데리러 갈 수가 없게 되었소. 정말로
미안하오. 난 지금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몸이오. 자세한
것은 만나서 얘기하기로 합시다. )
헨리엣은 황급히 코트를 걸치고 큰 옷가방과 작은 손지
갑만을 갖고 와틀레이 부인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어두운
밤길에 마차도 없이 그냥 걸어 가야 하는 것이 두렵긴
했지만 헨리엣은 월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두려움
따위는 금새 잊어버릴 수 있었다. 더구나 또 마차를 타는
것은 생각만해도 진저리가 처졌다. 그것은 그란웰에게 두
차례나 마차 습격을 받은 경험 때문이었다.
켄싱턴 공원은 월키와 헨리엣이 산책을 즐겨했던 장소
중의 하나였다. 켄싱턴 공원은 여러가지 과수로 이루어진
숲으로 유명한 곳인데 월키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어도
헨리엣의 취향에는 꼭 맞았던 곳이었다. 와틀레이 부인의
저택에서 켄싱턴 공원은 아주 가까웠다. 따라서 걸어서 30
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곳이었으므로 헨리엣은 주저없이
밤중에 길을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헨리엣은 켄싱턴 공원에 다다랐다. 무화과 나무가
울창한 숲까지 가려면 조금 더 걸어야 했다. 헨리엣은 숨을
몰아 쉬며 계속해서 걸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헨리엣 양, 이 밤중에 여기는 홴일이신가?]
귀에 익은 목소리에 헨리엣은 섬뜩해졌다.
「사랑하는 월키와 데이트라도 하러오신 건가? 아니
지‥‥‥‥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의 양손에 든 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지 ? J
그란웰 특유의 음산한 목소리였다.
「왜 이러세요? 도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 거에
요?]
헨리엣은 겁나는 게 없다는 듯 당당히 목소리가 나는
쪽을 응시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방마저 모를 만큼 무심하다고
생각했나?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난 훨씬 더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구‥‥‥‥」
무화과 나무 숲에서 그란웰의 하얀 이가 번득였다.
「용건이 뭐죠 ? J
헨리엣이 차갑게 내뱉았다.
「용건이라‥‥‥ ? 이거 정말 너무하는군. 내일 모레면
내게 시집이라도 올 것처럼 굴던 아가씨치곤 너무 냉랭하군.」
그란웰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지독하군요. 정말 당신이라는 작자는‥‥‥」
헨리엣이 등을 돌리며 사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굴리는
동안 그란웰은 이미 헨리엣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제발 절 놔 주세요. 부탁이에요.」
헨리엣이 다시 그란웰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그
란웰의 손에서 뭔가 번쩍거리는 쇠붙이의 강렬한 빛이 달
빛에 반사되었다.
「시끄러워서 더는 못참겠군. 이봐, 병아리 아가씨 ! 아
직도 모르겠나? 넌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대로 해야 돼 !]
그란웰이 서슬이 퍼런 총부리를 헨리엣의 가슴께에 들이
밀었다.
「앗 ! 대체 뭘 하려는 거죠? 저를 죽일 셈인가요? ?
「너를 죽여서라도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 건 너와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고 초야를 보낸 뒤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그란웰의 층이 헨리엣의 가슴을 더욱 읅죄었다.
「중요한 일이라뇨? 월키에 관한 일인가요? 안돼요.
제발 월키만은 그냥 내버려 둬요.」
헨리엣이 울먹이며 말했다.
「난 월키를 증오한다. 월키만 없었더라도 네가 그렇게
까지 날 무시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여간 안심해라.
월키는 무사하니까. 그리고 너와 결혼식을 을리기 전에 한
번은 만나게 해 줄테니, 그 점도 염려 마라. 나도 그쯤은
해줄 수 있으니‥‥‥‥」
「오, 제발 월키만은 살려 주세요.」
「오. 귀여운 아가씨 ! 이제 그만 울어요. 당신이 그러면
그럴수록 월키가 더욱 괘씸해질 뿐이니까. 머리가 좋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시겠지‥‥‥‥」
그란웰은 총구를 다시 헨리엣의 옆구리로 옮긴 뒤 천천
히 걸었다. 헨리엣도 주춤거리며 그란웰을 따라갔다.
켄싱턴 공원의 후문에 다다르자 커다란 마차가 한.대
보였다. 창문을 금장식으로 한 고급 마차였다. 그란웰은
헨리엣을 번쩍 들어 올려 마차에 앉혔다. 그리고 그 자신도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켄싱턴 공원의 무성한 나무들
사이를 달렸다. 헨리엣의 신경은 온통 월키에게로 쏠려
있었다. 자신의 옆구리에 들이댄 총부리도 더 이상 겁나지
않았다. 헨리엣의 마음 속엔 오직 월키의 안전 뿐이었다.
마차는 이미 런던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교외로 접어들
고 있었다. 또 한차례의 숲과 를을 지나 새벽의 태양이
꾸물거리는 시간이 되자 새벽 안개 사이로 커다란 성곽이
눈에 들어왔다. 성 앞에는 길다란 개폐식 다리가 놓여 있
었다. 다리는 헨리엣과 그란웰이 탄 마차가 도달하자 끼익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성 안에서 16세기 풍의 옷차림을 한 남자가 뛰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어둠과 안개로 인해 희미하게 보이는 남자가 나즈막히
그란웰을 향해 말했다. 그란웰은 헨리엣의 옆구리에서 총을
치우고 대신 헨리엣을 공손히 부축해서 그녀가 마차에서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란웰은 헨리엣의 팔을 잡고
성 안으로 인도했다. 헨리엣도 포기 상태의 무기력으로
아무 저항없이 그란웰이 이끄는 곳으로 걸어갔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선 성 안의 풍경은 더욱 더 기괴
했다. 길다란 대리석이 깔린 거실은 왠만한 화랑을 능가할
만큼 각종 그림으로 가득했다. 거실은 복도처럼 길다란
모양으로 왜 큰 규모였다. 그란웰은 헨리엣을 데리고 몇
번이나 구불어지는 복도를 지나 제일 깊숙히 위치하고 있는
방 앞으로 갔다. 방문을 열쇠로 손수 여는 그란웰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였다.
방은 크고 깨끗했다. 헨리엣은 잘 정돈된 소파 위에 맥
없이 앉았다.
「쉬시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그란웰의 음성도 다시 여유를 찾은 듯 이성적이었다.
그란웰은 헨리엣을 향해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방문을 열
고는 나가 버렸다.
그란웰이 방을 나선 후 한 시간 동안 헨리엣은 소파에
앉은 채로 멍하니 맞은 편 벽의 낡은 나무 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헨리엣은 잠시 고개를 숙여 보았다. 단정히 위로 올려 묶
었던 머리가 어느덧 흐트러져 어깨 위에 내려 앉았다. 헨
리엣은 조심스럽게 머리를 한 가닥씩 만져 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려 했다. 헨리엣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돌출식 창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오랫동안 열지 않은
듯한 창문을 두 손으로 힘겹게 밀어 내었다. 창문은 끼익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렸다. 멀리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성은 온통 숲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왜 크고
웅장한 성이었지만 오래 돼서 그런지 칙칙한 분위기를 자
아내고 있었다. 성 중앙의 뜰에는 넓은 연못이 있었다. 연못
가장 자리는 17세기 풍의 사자 장식 분수대가 보였다. 연
못의 바닥은 말라있었다. 하인들 서넛인 움직이고 있었다.
조용한 성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들은 분주해 보였다.
헨리엣은 싸늘한 새벽 공기를 마시고 한결 기분이 나아짐을
느꼈다.
그 시같 그란웰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옷을 벗은 후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향
유를 뿌리고 그 속에 몸을 담구었다. 온 몸에 따뜻한 물의
온기가 전해졌다. 그란웰은 눈을 감고 월키에게 띄을 편
지의 내용과 헨리엣과의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었다.
한편 월키는 상속권 소송에서 패한 후 막대한 빛으로
경찰에 기소된 처지가 되었음을 알게 되고는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호텔 방에 앉아 넋을 잃고 있던
월키는 갑자기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재빠르게 짐을
꾸렸다. 짐을 대충 꾸리고 방을 나서려는데 호텔 종업원이
방으로 들어섰다.
「전갈이 왔습니다. 」
호텔 종업원이 누런 색의 편지 봉투를 월키에게 들이
밀었다.
편지의 내용은 간략했다. 그란웰의 별장 주소와 헨리엣이
그곳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월키는 편지를 떨어뜨리며 사
색이 된 얼굴로 짐 가방들과 외투를
그대로 놔둔 채 황급히 호텔에서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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