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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금병매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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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765 회 작성일 24-02-14 06:3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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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

2권 3장 2

보물상자 2

"자, 그럼 오늘은 굶어서 병이 난 상시절의 아내가 하루속히 먹을 것을 제대로 먹어서 병이 완쾌되도록 비는 건배를 하자구."
"좋아, 좋아."
"자... 상시절의 부인에게 풍년을 ......"
"먹을 것을...."
제각기 한마디씩 내뱉고 웃어대며 건배를 한다. 바로 그때였다. 난데없이 방문이 왈칵 열렸다. 그리고 관원 네 사람이 들어 닥치더니 다짜고자 화자허를 붙들어 밖으로 끌어냈다.
"아니, 나으리 왜 이러십니까?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바깥으로 끌려나간 화자허는 관원들이 자기를 묶으려들자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른다.
"잔소리 말라구. 가보면 안다구."
"도대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 다짜고짜 묶어서 데리고 가도 되는 겁니까?"
"아무 잘못도 없으면 뭣 때문에 잡으러 왔겠어. 다 죄가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

그러면서 관원들은 잽싸게 화자허의 두 손을 묶고 온몸을 포승으로 칭칭 동여서 불문고직하고 끌고 사라져 버린다. 마치 독수리가 하늘에서 내리꽂혀 땅 위의 짐슬 한 마리를 잽싸게 낚아채어 날아로는 격이었다.
막 주연이 시작된 참이었는데, 난데없이 그런 일이 생겨 버리자 술자리는 깨어지고 말았다. 친구 한 사람이 관가에 붙들려 갔는데, 한가로이 술을 마시고 흥청거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화자허가 무슨 일로 잡혀 갔는지 알 수가 없어서, 혹시 자기들도 연관이 되는 일이 아닌가 싶어서 불안해서도 술을 마시면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제각기 슬금슬금 자리를 뜨고 말았다.

서문경도 여러가지로 뒤가 구린 데가 있어서 슬그머니 두려웠다. 아문리 돈이 많고 현 지사를 비롯해서 높은 관원들을 잘 안다고는 하지만, 일단 어떤 불미한 일에 연루가 되면 그런 창피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그는 자기가 머리를 얹어 준 처 조카인 계저한테 피신를 하듯 찾아갔다.

다음날 서문경은 곧바로 이병아를 찾아갔다.
화저허가 관가에 붙들려간 몸이니 이제 호두나무에 등불이 켜지기를 기다려 담을 넘어가는 그런 구차한 짓을 안해도 되어 서문경은 당당히 대문으로 가서 닫힌 문짝을 쾅쾅 두들겼다. 수춘이 대신 천복이가 나와서,
"누구세요?"
"나다, 서문경이다."
천복이는 후다닥 대문을 열고서 근심스런 어조로 말한다.
"서문 대관인님, 우리 주인께서 관가에 잡혀갔지 뭡니까."
"나도 알고 있다. 어서 부인께 안내해라."
"예예."

천복이의 뒤를 따라 중문을 지나 집 쪽으로 다가가는데, 수춘이가 문을 열고 나타난다.
"어머, 서문 대관인님 어서 오십쇼. 그러잖아도 제가 대관인님을 모시러 댁에 갔었는데 안 계시더군요. 마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사시지요."
그 말을 하고서, 아차 싶은 듯 수춘이는 힐끗 천복이의 눈치를 살핀다. 사실 오늘은 마님이 밀회를 위해서 서문경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데도 그 말을 혹시 천복이가 이상하게 듣지 않을 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 기미를 알아차린 서문경이 능청스럽게 말한다.
"남편이 붙들려가서 얼마나 걱정이 되시겠어. 그래서 나를 만나자는 거겠지?"
"예, 지금 몹시 걱정을 하고 계세요."

아직 마님과 서문경의 은밀한 관계를 눈치채지 못한 천복이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조금도 다른 기색이 없이 자기의 숙소인 마구간 쪽으로 사라진다. 마구간 옆에 딸린 한 칸 방에서 그는 기거하고 있었다.
서문경이 내실로 들어서자, 이병아는 의자에서 살짝 궁둥이를 들었다가 도로 털썩 힘없이 앉아 버린다. 가만히 서문경을 바라 보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다. 그녀의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본 서문경은 조금 조심스레 입을 연다.
"여보, 뜻밖의 일이 일어났지?"
"어쩌면 좋죠?"
"내가 현청에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니까 뭐 고소를 당했다나, 동경에 화자허의 형제들이 살고 있소?"
"예."
"뭣 때문에 고소를 했을까? 형제간에...."
"뻔한 일 아니에요. 재산 문제 때무이라구요."
"당신도 알아보았구려."
"알아본게 아니라, 알려주더라구요."
"누가?"

"관원들이 집에 잡으러 왔지 뭐예요. 어디 갔느냐고 묻길래 오늘 모임이 있어서 정애향네 집에 갔다고 했죠. 그이를 뭣때문에 찾느냐고 했더닌 글쎄 동경에서 잡아 압송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는 거예요. 깜짝 놀라 무슨 일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안 가르쳐 주더라구요. 돈을 몇 푼 집어 주니까 그제야 형제들이 재산 문제로 고소를 했다고 가르쳐 주지 뭐예요. 그리고 한참 뒤에 상시절이 찾아와서 그이가 붙들려갔다고 알려주더라구요."
"음..."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눈앞이 캄캄하더라니깡요. 그래서 당신하고 의논을 하려고 수춘이를 보냈더니 안 계시다고... 어디 갔다가 이제 오세요?"
"저... 나는 무슨 큰일이라도 났는 줄 알고 어찌나 걱정이 되는 지 이리저리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느라고...."
"여보, 이 일을 어쩌죠?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당신이 좀 힘을 써 주셔야겠어요. 예?"
이병아는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을 하듯 말한다.

서문경은 약간 기분이 묘하다. 자기와 정을 통해 오는 사이면서 그녀가 자기 남편을 구해달라고 애원을 하니 말이다. 자기에게 정말 애정이 있다면 오히려 남편의 구속을 속으로는 잘된 일로 여기면서 그저 겉으로만 걱정이 되는 체 할 터인데, 그게 아니라 진정으로 염려가 되는 듯 간절히 애원을 하고 있질 않는가,
"여보,"
서문경은 좀 무뚝뚝한 소리로 이벼아를 똑바로 바라본다.
"예?"
"당신을 화저허가 붙들려간 게 그렇게도 걱정이 되오?"
"어머,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남편이 구속됐는데 그럼 걱정이 안 될수가 있나요?"
"이제 화자허가 집에 없으니 호두나문에 등불을 달 필요가 없어지지 않았소, 그렇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닐까요?"
"어머나..."

이병아는 당황하여 그만 입이 살짝 벌어진다. 그런 말을 예사로 내뱉는 서문경을 그녀는 두려운 듯한 눈길로 가만히 바라본다.
"뭐 내말이 틀렸소? 생각해 보구려. 안그런가. 화자허가 동경으로 압송되어 가서 재판을 받으려면 적어도 몇 달은 걸릴 거 아니요. 만약 재판에서 징역을 선고받게 되면 몇 해는 옥에 갇혀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등불 같은 것을 호두나무에 내다 걸 필요도 없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거 아니냐 말이요."
이병아는 살짝 고개를 떨구로 아무 말이 없다.
"내 생각에는 뜻밖에 하늘이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준 것 같은데,,, 어떻소? 당신 생각은. 솔직하게 말해 보구려."
"............"
"왜 대답이 없지?"
그제야 이병아는 마지 못하는 듯 얼굴을 들고 입을 연다.
"여보, 그건 너무해요.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구요."
"뭐가 그럴 수는 없다는 거야."
서문경은 약간 격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서문경이 계저네 집을 나서서 이병아를 찾아올 때는 전혀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질 않았다. 화자허가 붙들려 간 사실을 이병아가 알고 있는지 어떤지, 모르고 있다면 알려주고, 알고 있다면 걱정을 함께 해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태도를 보아 자기가 힘이 되어 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녀를 만나 얘기를 나누다보니 심사가 뒤틀려서 선한 마음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대신 마음속 어느 구석에 엎드려서 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악마가 고개를 쳐든 셈이었다. 이병아가 지나치게 화자허의 일을 걱정하며 힘이 되어 달라고 너무 간절하게 애원을 했기 때문에 자기 따위는 별게 아니고, 오히려 이용하려고만 든다 싶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로 질투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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