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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온라인 애정편력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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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639 회 작성일 24-02-13 23: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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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통신 초보 5 <후편 제5회>
제 7 장. 통신 초보.


"어어억!"
단말마와 같은 비명을 지르며 나는 사정했다.
순간의 정적!
영원과도 같은 순간이 지나고 우린 긴 숨을 토했다.
쾌락의 끝은 짧은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은 때론 영원과도 같
은 희열을 동반한다.
민지와 내가 그랬다.
나는 민지의 탐스런 젖무덤에 쓰러지듯 몸을 얹었다.
"하아! 하아!"
민지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런 민지가 사랑스러웠다.
천진한 듯 때론 백치같은 매력을 가진 민지... 나는 그런 민지
가 좋았다. 비록 플라토닉 러브는 아닐지라도 민지라면 언제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동안의 고요가 흘렀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민지였다.
"오빠!"
"응!"
"참 좋아."
"뭐가?"
"음... 뭐랄까? 말하기 힘든 건데..."
"뭔데 그래?"

"난 말이야. 늘 이런 생각을 했었어."
"어떤 생각인데?"
"언제든 나를 이뻐해주고... 사랑해주고... 내가 어떤 처지에 있
어도 나를 기쁘게 맞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런 생각."

민지는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마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나는 민지의 귀
에 대고 속사였다.
"민지야!"
"응!"
"난 말이야. 언제든 날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했어. 설사 내가 흉
악한 범죄라 해도 날 따뜻이 받아줄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했지."
"그랬구나."

"응! 난 네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생각해."
"정말?"
"그럼. 정말이잖구."
"아아... 오빠! 정말 사랑해."
민지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만나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 나는 민지가 정말로
내게 사랑을 느끼는 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
이라면 그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민지의 표정이나 말투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정도
로 진지해 보였다. 나는 그런 민지를 믿고 싶었다. 적어도 민지
는 아직까지 나를 배신해 본 적이 없었다.

민지는 술기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섹스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행위이다. 민지는 마시기도 많
이 마셨지만, 나와의 대화와 또 선경에게서 온 전화가 영향을 미쳤
을 것이다.
"오빠. 졸려. 나 재워줘."

삽입한 상태에서 졸립다고 말하는 민지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
었다. 나는 그런 민지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조금씩 하체를 움직여 민지의 기분을 띄워주었다.
"아! 아아.. 으음..."
민지는 나른한 신음을 지르면서 좋아했다.
나는 한동안 삽입한 채 움직이다가 몸을 뺐다.

머리맡에 있는 티슈를 빼서 대충 닦아주고 옆에 누웠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각났다.
"민지야!"
졸린 목소리로 민지가 대답했다.
"으응."
"궁금한 게 있는데..."
"뭐?"

여전히 민지는 수마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듯 졸린 목소리
였다.
"음... 너 말야. 혹시 애인 있니?"
"응. 애인 있지. 바로 오빠."
"하하.. 정말?"
나는 민지가 날 애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기뻤다.
"그럼. 내 애인은 오빠밖에 없어."
민지는 단언했다. 나는 그 말에 어떤 희열을 느꼈다. 나는 다
시 물었다.
"그럼 나 말고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거 없는 거야? 우린 애인이
니까."

나는 민지에게 어떤 확인을 받고 싶었다. 선경이나 민지의 행동
으로 봐서 섹스 경험이 많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므로 더 이상
다른 남자와 민지를 공유하기 싫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음.. 오빠!"
"왜?"
"오빠, 내가 결혼한 거 알아?"

이게 무슨 말인가.
민지가 결혼했다니...
"뭐? 결혼? 너 결혼했니? 유부녀야?"
내가 화들짝 놀라서 묻자 그제서야 민지도 잠을 쫓으며 정신을
차렸다.
"오빠, 정말 몰랐어? 나 결혼한 거?"

금시초문이었다.
"니가 언제 결혼했단 말 했니?"
"지난 번에 말했잖아. 내 남편 미국 있다구..."
"언제? 난 첨 듣는데?"
"바보. 술 취했구나?"

그럴 리가 없었다. 지난 번에 민지를 만났을 때 비록 술을 많이
먹긴 했었지만 그런 중요한 얘기를 못들었을 리가 없었다. 부모님
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립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민지가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은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민지가 유부녀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유부녀와 섹스를 한 것이다. 이것은 법적으로 불륜이고 간
통인 것이다.
술이 확 깼다.
"민지야. 자세히 말해봐. 너 정말 결혼했니?"
"응!"

민지의 어조는 그저 평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이건 정말 문제가 있었다.
민지는 남편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이렇게 다른 남자와 놀아나
는 여자인 것이다.
그 남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 나를 당혹케 했다.

"니 남편은 미국에서 뭐하는데?"
"공부해. 박사과정."
내가 꼬치꼬치 물어보니 민지는 선선히 대답했다.
민지의 남편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
두 달 후에 박사과정이 끝나면 귀국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결혼
은 삼년 전에 했고, 집안 사정상 같이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
다.

서로 깊이 사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건이나 그밖의 것이 맞아서
결혼을 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같이 신혼생활을 한 것은 겨우 두 달 정도였다.
민지의 남편은 쑥맥같은 사람이어서 민지가 어떤 여자인지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섹스에 관해선 거의 절정의 수준을 자랑하는 민지가 그저 순진한
숫처녀인 줄 알았다니...
민지의 얼굴을 바라보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얼굴로 보였다.
제 목 : 통신 초보 6 <후편 제6회>
제 7 장. 통신 초보.


귀엽고 천진하게만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새삼 요부의 얼굴로 보
이는 것이다.
물론 색기를 머금은 붉은 입술을 보면 남자깨나 밝히겠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뒤로 발랑 젖혀진 귀를 보면 섹스에 대한 에너지가 보
통은 훨씬 넘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남편을 둔 여자가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그녀를 비
난하고 싶지도 않았다. 같이 살을 섞은 처지에 이러쿵 저러쿵 말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내 여자가 민지처럼 행동한다면, 그런 행동을 내가 알았다
면, 내가 이렇게 평상심을 가질 순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민지는 남의 여자였고,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한다면 나
는 그저 섹스파트너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민지야!"
"으응... 오빠. 졸려."
민지는 정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졸려하고 있었다. 나
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민지야, 너 말야. 니 남편 돌아와도 나 만날 수 있니?"
"오빠? 나 좋아해?"

민지는 뜬금없이 내가 자기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이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이다.
"물론! 난 정말 널 좋아하지."
나는 최대한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원래부터 이런 종류의 물
음에는 정해진 답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말할 필요도 없네. 오빠 나 졸려. 잘래."
민지는 이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그녀는 가슴에 곰인형을 안고 있었다. 잘 태세를 갖춘 것이다.
더 이상 내게 대답하지 않겠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남편과 상관없이 날 만나서 섹스를 하겠다는 뜻이기도 했
다. 이런 민지가 나쁜 것일까?

아마도 나쁠 것이다.
나는 민지같은 여자를 만나서 섹스를 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쾌
감을 느끼고 때론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도덕
한 것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내가 몰랐으면 할 수 없다 해도 이미 알게 된 이상 민지와의 만남
은 앞으로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는 아픔이 다가올
지라도 나는 민지와의 관계를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민지와 나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만남일 뿐이니
까...
나는 민지의 자는 얼굴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그저 천진한, 순진무구한, 귀여운 얼굴이었다.
어디서 이런 정열과 과감함이 나올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그녀의 통통한 볼에 살며시 뽀뽀를 했다. 그것은 겉으로 봐
선 정말 가벼운 뽀뽀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행복하게 살라는
나의 축복이 담겨 있었다.


시험기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6일간 치러지는 기말고사는 내일로
끝이었다. 시험이 끝나면 일주일 간 수업을 하고 방학이다. 수업
진도야 이미 다 끝낸 터이니 수업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았다.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나 하면서 방학 때, 이렇게 공부해라 하는
이야기나 하면서, 때로는 학생들로부터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 달라
는 요청이 있으면 픽션과 논픽션을 대충 섞어서 이야기하다 보면
일주일은 그냥 지나가게 되어 있다.

여름방학이 실감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해외여행을 구상하고 있었다.
물론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동료 교사들과 스케줄을 맞추면 동행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동료와 같이 가게 되면 귀찮은 점이 많고 행동에 제약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는 애초에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은 대개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휴가도 짧고, 그보다 결혼한 친구들이 대부
분이라 마누라와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는 혼자서 가는 배낭여행이나 아니면 패키지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것이라도 좋을 것이다. 여행이란
떠나는 것 자체로 즐거운 것이니까.

오늘은 시험감독이 없는 날이다.
채점도 끝냈고 교과지도안도 모두 작성해서 마음이 한가로웠다.
교무실에 비치된 둥글레차나 한잔 하면서 시간을 떼우다가 퇴근하
면 오늘의 업무가 끝나는 것이다.
남는 시간에 노트북을 켜서 컴퓨터 게임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었다.

손가락을 풀기 위해서 가볍게 테트리스를 하고 있을 때 나를 부르
는 소리가 들렸다.
"김선생님!"
장미선 선생이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예."
"지금 뭐하세요?"
"테트리스요."
"아니, 근무시간에 오락을 하다니..."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남이야 근무시간에 오락을 하든 말든 자기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
가. 그리고 장선생 자신은 인정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내가 알기
로 태만한 교사의 표본이랄 수 있는 여교사가 바로 장선생이었다.
칼퇴근에, 업무 태만에, 수업 준비도 그다지 열심을 내지 않는 여
자였다. 그런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열이 확 났다.

나는 컴퓨터를 거칠게 끄고 고개를 돌렸다.
"아, 죄송합니다. 근무시간에 오락을 해서요."
장선생은 내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깜짝 놀라면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저... 그런 게 아니구요. 그냥..."
다행인 것은 주위에 다른 선생들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모습을 봤으면 학교 선생들 사이에서 금방 장선생이 내
게 무안당한 사실이 퍼졌을 것이다.
"그냥 농담이었는데... 죄송해요. 기분 나쁘셨어요?"
장선생은 진심으로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조금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닙니다. 제가 조금 심했네요. 대수롭지 않은 건데..."
그제서야 장선생은 얼굴이 조금 펴졌다. 그 얼굴을 바라보니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이 학교에서 장선생과 나는 입사동기라고 할 수 있었
다.

이 학교에 채용시험을 보면서 처음 봤을 때, 난 왜 저런 여자가
교사를 하려고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보기 드물게 이쁜 얼굴에다 키도 크고 몸매도 아주 훌륭해 보였
다. 면접 시험을 보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에 그녀는 정말 군계일
학이었다. 저 정도의 미모와 몸매라면, 게다가 명문대를 나온 학
벌이라면, 일급 룸싸롱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텐데...

당시에는 나도 붙을지 떨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녀
에게 말을 걸며 한가하게 농을 할 형편은 아니었다. 단지 같이 합
격해서 한 직장에서 동료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
다. 그것도 그녀를 어찌해보겠다는 생각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동료중에 미인이 있으면 교무실의 분위기가 밝아지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내 바람대로 같은 학교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에도 나는 그녀에게
성적인 매력보다는 동료로서의 협동심이나 교육동지로서의 친밀감
을 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 바람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학교에서의 여교사라는 존재는 그렇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기심의 화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여교사는 자기밖에 모
른다. 대체로 결혼을 하든 안하든 여자로서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동료 남교사에게 부담되는 존재이다. 본인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긴 하지만 사실이었다.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등교지도가 있는 날이거나 학생지도
를 하는 날에는 그저 두 손 놓고 멍하니 있으면서 남자 교사들이
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선생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이
다. 다른 여교사들에 비해서 그녀는 학생들에 대해서 애정과 관심
을 가지고 상담을 하곤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일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어리고 교육경력이 일천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말 훌륭한 교사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가
능성이 있었다. 단지 가능성일 뿐이었지만...
제 목 : 통신 초보 7 <후편 제7회>
제 7 장. 통신 초보.


"그런데 무슨 일로...?"
나는 장선생이 나를 왜 불렀나 물었다.
"예에. 제가 컴퓨터를 샀거든요."
"그러셨어요. 잘 하셨네요. 요즘은 컴퓨터 없인 일이 안되니까요."
"저도 그래서 산 거긴 한데요. 제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도 잘 몰라요. 겨우 업무만 할 정도니까..."
"아이.. 그래도 저보단 훨씬 잘 하시잖아요. 전 컴맹인데..."

장선생은 그야말로 컴맹이었다. 타자기 시대에 타자를 배워서 글
자를 빨리 치기는 하지만 워드 프로세서를 다루는 것도 잘 못했다.
시험기간이 되면, 이 사람 저 사람 불러서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 바
빴다. 그럴 땐 나도 가끔 옆에 있다가 기능을 가르쳐 주곤 했다.
교무실에 있는 세 대의 컴퓨터는 시험기간이 되면 거의 쉴 틈이 없
이 돌아가는데, 장선생은 그때마다 곤욕을 치르며 시험문제를 내곤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육필로 시험을 내면 너무나 촌스러운 일이
니까 활자로 하긴 해야 하는데, 본인이 잘 모르니 얼마나 괴로웠을
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장선생이 새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
다.

"기종은 어떤 걸로 사셨어요?"
"MMX 200이라는 건데요. 저에겐 과분한 모델인 거 같아요."
장선생은 과분하다는 말을 했지만, 얼굴엔 약간의 자랑이 섞여 있
었다. 좋은 컴을 갖고 있으면 자랑할 만도 하다.
"와아!! 정말 좋은 거네요. 내 거에 비하면 환상이네..."
내 컴도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다. 펜티엄 166이니까. 그렇지만
장선생 것에 비하면 정말 낮은 기종인 것은 사실이었다.
활용한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다른 일이지만 말이다.
"얼마 들었어요?"
"거의 삼백이요."
장선생은 돈이 많은 여자인 모양이었다. 거금을 선뜻 투자할 정도
로 컴에 대한 집착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 정도 들 거에요. 이것 저것 옵션을 하면... 근데 누구랑 같이
가서 샀어요?"
"이영상선생님이 같이 가주셨어요."
누군가 같이 가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더니 결국 이영상 선생에
게 부탁한 모양이었다. 이선생이야 전부터 장선생을 좋아했으니 열
일 제쳐놓고 달려갔을 것이 뻔했다.

내가 장선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요. 피씨통신이라는 거 어떻게 하는 거에요?"
"통신 하시려구요?"
"예. 다른 사람들 많이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한 번 해보려구
요."
"좋지요. 요즘 통신 안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드
니까..."

"예. 그래서 저도..."
"인터넷 하실 건가요? 아니면 국내 통신만 하실 건가요?"
"음... 인터넷은 나중에 하구요. 일단 하이텔이나 천리안으로 해볼
까 하는데..."
"아직 가입 안하셨지요?"
"예. 어떻게 하는 지 몰라서..."
"하하.. 그래요? 그거 무척 쉬운 건데..."

할 줄 아는 사람이야 쉽기 그지 없는 것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야
뜬 구름 잡는 얘기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이야기 프로그램으로 들어갔다.
"장선생님, 컴퓨터에 이야기 깔려 있지요?"
"예? 이야기요?"
"하하! 통신용 프로그램 중에 이야기란 게 있어요."
장선생은 그야말로 컴맹이었다.
"아마 장선생 컴퓨터에도 깔려 있을 거에요. 이야기 7.3이나 아니
면 데이터맨이나... 그런 게 있어야 통신망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나는 장선생에게 이야기에 들어가서 통신망에 접속한 후, 아이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지시문에 따라서 그대로 하면 된다
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밖의 통신 사용에 대한 설명을 했다. 동호회 가입이나
정보 검색하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내 설명을 듣
더니 이런 소리를 했다.

"아우.. 잘 모르겠어요. 직접 해봐야 알지..."
하긴 장선생의 심정을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내가 통신 초
보였을 때를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였으니까...
"그럼 어떻게 한다? 직접 보여주면 좋은데, 학교에서는 접속을 못
하니...."
학교에서는 교사들에게 통신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한 선생이 근무 시간에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교감에게 걸린 후
에 심한 면박을 당한 적도 있었다.

요즘같은 기술정보화 시대에 교사들에게 통신사용도 못하게 하는
고리타분한 관리자들을 탓해봐야 소용 없는 일이었다. 설사 통신에
접속한다 해도 워낙 통화량이 많고 전화 대수는 적어서 자주 끊겼다.
장선생에게 뭔가 가르쳐 주고는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때 장선생이 놀라운 제안을 했다.
"김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가르쳐 주시면 안돼요?"
"예?"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알기로 그녀는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다.
본가가 충청도 어디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렇지만 장선생은 동료 교사이고 미혼인데다 미인이기까지 하니 내게
는 부담스러운 얘기였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장선생의 의도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머뭇머뭇거리는데 장선생이 다시 말했다.
"김선생님이 시간 되시면 잠깐 들러서 가르쳐 주세요. 예?"
너무나 대담하고 노골적인 말이라서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 그랬다. 그다지 어
려운 부탁도 아니고 잠깐 시간만 내면 되는 것인데, 거절해버린다면
장선생 입장이 얼마나 거북하겠는가.

"그러지요. 언제가 좋을까요?"
"오늘요. 컴퓨터 사놓고 겨우 켜는 법만 아니까 답답해 죽겠어요."
"하하. 그렇지요. 모르면 삼백만원짜리 고철덩어리니까요."
"고마워요. 김선생님! 제가 저녁 살게요."
"뭘요.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이때 시험 종료 차임벨이 울렸다.
잠시 후에 감독 들어갔던 동료교사들이 교무실로 쏟아져 들어왔고
학생들도 자기 담임을 찾아 우르르 몰려왔다.
갑자기 붐비는 통에 우리는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나는
서둘러 퇴근준비를 했다. 준비라봐야 책상 위를 깨끗이 치우는 것에
불과했지만...

"장선생님, 컴퓨터 어때요? 성능은 시험해 보셨나요?"
이영상 선생이었다. 장미선 선생이 대답했다.
"아, 예. 좋아요. 소리도 잘 나구요."
"그거 들고 아파트 올라가느라 힘들었어요. 하하!"
"그러게요. 하필 그때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가지구선..."
"하하... 그건 그렇고 언제 술 사실 거에요? 그날 차 막히고 덥고,
힘들었어요."

"음... 오늘은 안되구요. 약속이 있어서... 내일 하죠. 뭐."
"오케이. 그럼 내일 시간 비워 놓을게요."
이영상 선생은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장선생
과 술을 마신다고 생각하니 좋기도 할 것이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저 놈은 그저 헛물만 들이키게 될 것이다. 곰이 재주를 부리는 격
이랄까? 기껏 컴퓨터 사는 거 도와주었는데, 정작 가르쳐 달라는 부
탁은 내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제 목 : 통신 초보 8 <후편 제8회>
제 7 장. 통신 초보.

그 후로도 얼마 동안 이선생은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장선생에게
말을 걸었다. 뭔가라도 말을 하고 싶어서 온 것이니 그랬을 것이
다. 그러나 장선생은 그저 건성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이때 다행히 이선생을 찾는 인터폰이 왔다. 겨우 틈을 얻은 장선
생이 내게로 다가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김선생님, 한시에 혜화역 성대쪽 출구에서 만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열한시니까 한시라면 충분한 시간
이었다. 그 동안 학교에서 바둑이나 한 판 두고 가면 될 것이다.
아마 같이 퇴근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리라. 나 역시 장선생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싫은 것이다.
혜화역이라면 집에 가는 길 중간이다. 꼭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
라도 대학로는 자주 가는 곳이다. 약속장소로도 자주 이용하는 곳
이기 때문에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동네였다.
두시 일분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장선생의 모습을 찾았다.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두시 정각이 되었다. 아직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늦는군... 조금만 이쁜 여자라면 약속시간은 늘 늦지."
약간 시니컬한 중얼거림이었다. 이때 옆에서 어깨를 톡톡 치는 사
람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짙은 화장을 하고, 모자에 선글라스를 쓰고, 짧은 바지를 입은 잘
빠진 미녀가 나를 아는 체 하는 것이다.

그녀는 바로 장선생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학교에서 본 것과는
정말 엄청나게 달랐다.
"우와!! 이럴수가..."
나는 이 여자가 장선생이 맞나 하는 의심을 쉽게 거둘 수 없었다.
"놀랐죠? 하하!"
장선생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즐겁게 웃었다. 붉은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드러나게 웃는 그녀의 웃음은 무척이나 상큼했
다.

나는 잠시 동안 현실감각을 잃고 얼떨떨해 있었다.
"아직 식사 안하셨죠?"
"아, 예! 아직..."
"우리 점심 먹으러 가요."
"그럽시다."
장선생은 혜화동 로터리 쪽으로 나를 인도했다. 잘 아는 곳이 있
다는 양 거침없이 인도하는 그녀.

나는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주위에 레스토랑이 몇 개 있었는데도 그녀는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디 가는 거에요?"
"음... 가보면 알지요."
"멀어요?"
"가까워요."
나는 이 여자가 특별한 곳으로 나를 데려가려나 보다, 하고 생각
했다.

로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그녀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예
전에 고려대 부속병원이 있던 자리에 지은 아파트였다.
"혹시... 장선생님 댁으로 가는 거에요?"
"딩동댕! 맞았어요."
"이곳에 사시는구나. 몰랐네요."
"호호! 제가 여기 사는 거 아는 사람 몇 없어요. 학교에선 아무도
모를 걸요?"
"그래요? 어쨌든 학교에서 가까우니 좋겠네요."
"예. 삼십분도 안걸리니까요. 보충수업 있는 날도 일곱시에 나가
면 돼요."
"환상이군요."
직장 가까운 아파트에 혼자 사는 미녀 교사라... 꽤 괜찮은 그림
이 그려졌다.
칠층에 있는 장선생의 아파트는 삼십평은 족히 넘어 보였다.

"여기 혼자 사는 거에요?"
"예. 가끔 동생이 놀러 오긴 하지만 거의 혼자예요."
"그렇군요. 넓어서 좋겠네요."
"혼자 쓰긴 너무 넓죠. 그치만 방을 나눠 세를 줄 수도 없으니...
시집갈 때까진 여기서 혼자 살아야지요, 뭐. 호호!!"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장선생은 이 집에 세들어 사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식사 준비 해놨어요."
장선생은 주방으로 나를 인도했다. 여자가 사는 집 답게 깔끔한
주방이었다. 식탁에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갖가지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나를 만나기 전에 이미 상을 차려 놓은 것이었다.
"와아!! 이거 다 장선생님이 만든 거예요?"
"음.. 다는 아니에요. 거의 제가 했지만요. 찌개는 수퍼에서 파는
인스턴트에요. 자, 어서 앉으세요."

장선생은 서둘러서 전기밥통의 밥을 퍼왔다. 일본식 문양이 그려
진 예쁘게 생긴 밥그릇이었다.
우린 식탁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어서 드세요. 식어요."
"예. 같이 듭시다."
"먼저 드세요."

주인으로서 예의를 갖추는 것이겠지만, 그녀는 내가 먼저 음식에
손을 대지 않으면 먹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찌개에 수저를 댔다.
장선생의 요리솜씨는 상당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손맛이 있
는 여자라고나 할까? 웬만큼 음식솜씨가 있는 주부라도 이 정도의
맛을 낼 것 같지 않았다. 오랜 세월 어머니의 훌륭한 음식솜씨에
길들여져 있는 나로서도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야아! 장선생님, 음식솜씨가 대단하시네요."
"정말요?"
"그럼요. 예의상 하는 말 아니에요."
나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장선생은 쑥스럽다는 듯 미소를 띄었
다.
"거짓말 안하셔도 돼요.
"거짓말 아니에요. 정말 맛있어요."
"고맙습니다."

장선생은 환하게 웃으며 내 칭찬을 고마워했다. 때론 맛있게 먹
어주는 것이 보시인 경우가 있다. 지금처럼 말이다.
나는 정말 맛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밥을 먹었다. 장선생은 소식
하는 체질이었다. 그렇다고 깨작깨작 내숭을 떨지도 않았다. 적당
한 양을 천천히 먹는 스타일이었다. 음식 먹는 모습이 아름다운 여
자는 흔치 않다. 장선생은 그 흔치 않은 여자에 속했다.
우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다 먹고 나서 내가 장선생에게
제의했다.

"먹었으니 치워야 할 텐데, 제가 설거지할께요?"
"아이, 아니에요.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수 있나요? 제가 할께요.
소파에 앉아서 티비 보시고 계세요."
"저 설거지 잘해요. 저도 혼자 살잖아요. 하하!"
"어머! 김선생님도 혼자 사세요?"
"예! 부모님 간섭이 싫어서 독립했지요. 벌써 삼년 됐어요."
"그랬구나... 전 부모님과 함께 사시는 줄 알았어요."

나는 은근슬쩍 설거지를 거들었다. 장선생이 그릇을 닦으면 내가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선반에 올려놓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도
이러는 내가 싫지는 않은 듯 묵인했다.
나는 뭔지 모를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젖었다. 그래서 평소에 거
의 하지 않는 신상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저같으면 완전한 독립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부모님과
가까이 사니까 가끔 어머니도 오시고, 저도 매주 본가에 들르고 그
래요."

"좋겠네요. 부모님과 가까이 살아서요. 전 집이 부여예요. 한달에
한 번 정도 내려가는데, 이번 달은 방학이 있어서 안내려갔지요. 동
생도 나와 살긴 하는데 인천이라 자주 못봐요. 같이 살면 좋은데 직
장 때문에요."
"예에... 형제가 있으면 의지가 되는데... 남동생인가요?"
"아니요. 여동생이에요. 저랑은 많이 다르게 생겼어요. 같이 어디
나가면 정말 친자매냐 그래요."
"하하! 그럼 동생은 미인이겠군요."
"풋!"
나의 농담에 장선생은 살풋 웃었다. 옆으로 살짝 바라본 그녀의
웃는 모습이 풋과일처럼 신선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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