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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천왕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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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375 회 작성일 24-02-13 07: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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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모든 감정을 죽인 내가 그런 추태를 보이다니 스스로 그의 품에 안겨 희열에 까무러치다
니!"
자책감으로 몸부림치던 그녀가 일순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래! 어차피 잘된 일이다. 원수를 갚기 위해서는 나의 힘만으로는 안 돼! 지옥혈천종과 혈각..."
순간,
파르르!
그녀가 분노에 치를 떨며 새파란 살광을 폭출시켰다. 한서린 동공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나를 얻기 위해 가문을 멸망시킨 원수들! 놈들은 내가 모르리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지옥마천루(地獄魔天樓)의 노마물들이 내 어머니를 추행하고 아버지마저 죽이는
것을!"
아아!그런 한맺힌 사연이 있었기에 미요랑은 하나를 얻기 위해 일부러 일도천류문을 멸망시킨 것
이다.
"천마대불종... 비록 나이 든 사람이지만 이제는 나의 지아비... 지금 비록 그를 이용하나 그 죄는
죽음으로 갚겠다!"
미요랑의 얼굴에 처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원수의 손에 자랐으며 원수가 누구인지를 알면서도 힘이 없어 어쩌지를 못했다.
이때 나타난 것이 바로 천마대불종이니 그녀는 미색으로 그를 홀려 원수를 갚기로 작정한 것이
다. 일부함원이면 오월비상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실내에서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한 화우성이 탁자 앞에 좌정한 채 책을 보고 있다. 그 옆에는 미요
랑을 제외한 지옥삼화가 다소곳이 앉아 제각기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소수선자 진미령은 화우성의 등 뒤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독종염후 흑진아는 그 맞은 편에서 턱
에 손을 괸 채 화우성을 넋이 빠진 듯 응시했다.
사각사각!
그 옆에서 천염벽봉 사아라는 벽안을 빛내며 과일을 깎고 있었다. 무척이나 평온한 분위기였다.
허나, 여인들의 태도는 어제와는 사뭇 달랐다.
이미 화우성의 여인이 되었기 때문일까? 세 소녀의 눈빛에는 적개심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이때, 화우성의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진미령은 내심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분 보면 볼수록 크신 분... 기녀의 몸으로 많은 인물을 보아왔으나 이런 분은 처음이야!)
아침 햇살이 비쳤기 때문인지 그녀의 옥용이 살포시 붉어졌다.
(아침에는 죽고 싶을 정도였지. 비록 양부(養父)의 명으로 혈각의 허실을 탐지하러 왔지만 허나,
후회하지 않아!)
양부의 명으로 혈각의 허실을 탐사하러 왔다니 그렇다면 진미령은 다른 세력의 간세(間細)였단
말인가?
한편, 화우성을 응시하는 흑진아의 커다란 눈망울에 이채가 떠올랐다.
(처음에는 징그러웠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어. 오빠도 진아를 탓하지 않을 거야...)
여인들은 이제야 비로소 화우성의 내면을 보고 있었다. 외모는 비록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하여 공
포스러웠으나 선척적으로 사람을 잡아끄는 마력과 기품은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 화우성도 책을 보고 있는 듯했으나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옥사화! 지옥혈천종도 이 여인들에 대해 모른다. 그는 진정 최대의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이
다. 이 여인들에게 나를 감시하고 혈각에 충성하라고 시켰으나...)
화우성이 싱긋이 미소를 지었다.
(후후... 이 여인들도 나름대로 목적이 이용하여 무슨 일을 꾸미려 하는 여인들... 분명 다른 세력
의 간세들이다!)
그렇다.
화우성은 이미 지옥사화의 내심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따스한 눈빛으로 세 여인을 주시했다.
(모두 사랑스런 여인들... 난세가 아니었다면 일국의 황후(皇后)가 되고도 남을 여인들이다. 저 천
고의 미색을 무림의 겁란 때문에 희생하다니... 허나 이제는 모두 나의 여인들이 되었으니!)
스윽!
화우성이 우수를 등 뒤로 돌려 진미령의 손목을 잡아가자 나직한 교성이 터졌다.
"어맛!"
허나 그녀는 반항하지 않고 화우성의 손에 이끌려 순순히 품에 안겼다.
".....!"
두 남녀의 눈길이 마주친 순간 진미령은 정신이 아찔했다.
(아! 빨려들 것만 같아...)
헌데 이때, 문 밖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깨뜨렸다.
"부각주님께 전갈이 있사옵니다!"
화우성은 앉은 채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예, 혈전(血殿)으로 납시라는..."
"알았다!"
여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우성은 대답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허나, 품 안에 있던 진미령
의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크녠! 한창 재미있으려고 할때 부르다니... 허나 너희들을 준 사람의 부탁이니 안 가볼 수 없지
않느냐?"
스슷!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신형은 사라지고 없었다.
세 소녀의 눈길이 하나로 부딪쳐 각기 목적이 있는 여인들이었지만 이 순간 만큼은 아무런 적개
심도 없었다.
한 배를 탄 사공이랄까? 묘한 인연으로 동시에 한 남자의 품에 안기고 사랑을 느끼게 된 여인
들...
언뜻 지옥삼화의 눈에 짙은 갈등의 빛이 어렸다.
(이미 여인이기를 포기하고 혈각에 들어왔거늘...)
멍하니 화우성이 사라진 방문을 바라보는 진미령 그 앞에서 흑진아는 넋이 빠져 있었다.
(가문을 저버릴 수도 없다. 그러나 내 마음은 이미 저 분에게 기울어졌으니!)
과일을 깎고 있던 사아라의 벽안도 반짝이고 있었다.
(야망의 길은 여인에게는 벅찬 것인가?)
여인지로(女人之路)를 걸을 것이냐...
야망지로(野望之路)를 걸을 것이냐...
지옥사화(地獄四花)!
그녀들은 지금 한 남자로 인해 운명의 쌍갈래 길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이다. 허나,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인임을 아는가?
지옥사화!
그녀들이 이 사실을 깨닫는다면 진정한 고금제일의 정복녀가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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