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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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선사(素手仙子) 진미령(陳美鈴)...
중원제일미인 동시에 중원제일의 기녀로 그녀를 얻기 위해 혈각은 황금 천만 냥이라는 거금을 내
놔야 했다.
그녀는 오백 년 전 여인최강문파였던 소녀문(所女門)의 최강수공인 소수옥녀공(素手玉女功)을 익
혔을 뿐 아니라, 금기서예가무 등 능하지 않은 것이 없다.
설빙화(雪氷花) 미요랑(美妖랑)...
동영제일도문인 일도천류문(一刀千流門)의 마지막 후예로 십 년 전 내란(內亂)에 휘말려 멸문 당
하던 때에 혈각이 구출했다.
죽은 시체나 다름없던 그녀를 살리기 위해 혈각은 일백팔 종의 기약영물을 소요했다. 그녀의 쾌
도술(快刀術)은 가히 도후의 경지에 이르렀다.
지옥사화(地獄四花)는 한결같이 기구한 운명 속에 태어난 혈각의 온갖 혜택을 받으며 자란 여인
들이다.
그러나 그녀들이 얼마나 신비에 가려져 있는 여인들인지를 아무도 모른다. 설사 지옥혈천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불종각(佛宗閣)...
혈각의 분각주 중 태상봉공에 취임한 천마대불종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삼 층 누각이다.
때는 밤(夜)인지라 실내는 굵은 황촉이 수도 없이 타고 있는 것이 화려의 극을 달렸다.
가운데에 놓인 흑오목 탁자에는 여전히 천마대불종의 모습으로 변신한 화우성이 탁자 생각에 잠
겨 있다. 가끔 적미(赤眉)가 꿈틀거리곤 했다.
그러고 있기를 일각이나 지났을까?
"......!"
문득 화우성의 눈에 기광이 스침과 동시에 문 밖에서 영롱한 옥음이 들렸다.
"주인님, 주안상이 준비되었습니다."
옥음의 주인공은 한어를 다소 서툴게 구사했다.
화우성이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고 짐짓 근엄한 음성으로 말했다.
"들라!"
스르르륵!
방문이 열리자 시녀 차림의 두 소녀가 큰 상을 받쳐들고 들어왔고 그 뒤로는 각기 다른 복장과
다른 피부 빛깔의 네 소녀들이 따랐다.
두 시녀는 화우성 앞에 주안상을 놓고 공손히 절을 한 뒤 사라졌고 네 소녀는 다소곳이 화우성이
좌우에 앉았다.
"귀체(貴體)는 어떠하오신지?"
네 소녀가 거의 동시에 입을 연 순간 각기 감촉이 다른 네 여체가 사사리의 몸을 마찰하는 것이
아닌가?
화우성은 미묘한 감정이 전신으로 퍼져나감을 느끼고 일순 두 눈을 꽉 감았다.
보라!
흑(黑), 백(白), 청(靑), 홍(紅)으로 속이 환히 비치는 나삼을 걸친 네 소녀들의 농염한 여체...
지옥사화(地獄四花)!
천만 인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다는 절세미녀들이 화우성을 뼈도 없이 녹이려는 것이다.
금발과 벽안이 선정적으로 조화를 이룬 천염벽봉 사아라가 나삼을 찢고 나오려는 풍만한 몸을 화
우성에게 비벼댔다.
"아아! 주인님, 소녀의 잔을 받으시지요!"
서툰 한어(漢語)였다. 허나, 그것이 오히려 달뜬 교성처럼 들려 더욱 매력적이었다.
(후후! 때아닌 호강이군!)
화우성이 천염벽봉을 주시하자, 술병을 든 두 손 사이로 풍만한 가슴이 훤히 드러난 것이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인 듯했다.
그러자, 화우성의 입가에도 음탕한 미소가 감돌았다. 본래 천마대불종은 여자라면 종자를 가리지
않고 주워 삼키는 인물이다.
여색을 가리지 않는 것은 천축 특유의 풍습이었다. 정통 불교라면 모르되 밀교(密敎) 계통은 오히
려 여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다닌다. 천마대불종도 그런 류로 한창 때에는 백여 명의 처첩도 거느
렸었다.
화우성은 무심코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했었으나, 그것이 이토록 큰 고역(?)이 될 줄이야...
"크크! 황제라도 본좌의 호사는 따르지 못하겠군. 귀여운 것들!"
화우성이 연신 음탕한 괴소를 흘리며 네 소녀를 떡 주무르듯 하자 움찔했으나 결코 피하지는 않
았다.
"호호! 아이!"
"천첩의 잔도 받으시옵소서!"
귀신조차 큰소리 치고 왔다가 흐물흐물 녹을만큼 절정의 교태가 계속되었다.
"크녠! 너희들이 주는 술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냐?"
완전히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연속이었다. 허나, 화우성은 내심으로 피어나는 의문을 막을 수가
없었다.
(지옥혈천종이 이 여인들을 내게 준 것은 여색으로 나를 사로잡겠다는 의도이다.)
화우성의 눈이 네 소녀를 하나씩 은밀히 훑어갔다. 그의 눈에는 네 여인들이 도저히 이처럼 추잡
한 짓을 벌일 여자들이 아니다. 절정의 무공과 절세의 미모와 범상치 않은 기도를 지닌 네 여인
들...
화우성의 생각은 계속되었다.
(이 여인들은 각기 다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허나...)
화우성의 눈에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지금의 내 신분으로는 이 여인들을 물리칠 수도 없으니...)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지옥혈천종이 혈각의 막대한 힘을 동원하여 얻은 이 여인들이 다른 목적
이 있다니?
허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십 일 동안 유심히 지켜본 결과 화우성은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
었다.
지옥사화(地獄四花)...
그녀들은 결코 혈각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적대감조차 느끼고 있었다.
또한 화우성에게 온 것도 그녀들이 자청해서임을 알 수 있었다.
남만(南灣)의 독지(毒地)...
중원(中原) 최고의 기루(技樓)...
동영(東瀛)의 패망한 살수집단...
서장(西藏)의 야산(野山)...
동서남(東西南)과 중원의 최고 미녀들인 화우성에게 적개심과 거부감을 지닌 듯했다.
돌연, 화우성의 입가에 뜻 모를 미소가 어리더니 차례로 지옥사화를 직시했다.
스윽!
금안(金眼)에서 신광이 번뜩였다.
그의 눈길을 접한 지옥사화들은 움찔했다. 지옥사화는 가슴이 울렁거림을 느꼈다.
(아아! 저 분의 눈에는 한없는 마력이 내재해 있다. 빨려들어 갈 정도로...)
(내가 왜 저러지?)
지옥사화는 자신들의 내심을 느끼자 퍼뜩 정신이 들며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당초 그녀들은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한 화우성의 모습을 몹시 싫어했다. 도저히 인간같지도 않은
그 모습에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화우성의 눈만 보면 신비한 동공 속으로 한
없이 빨려드는 느낌이 일어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이 아닌가?
화우성의 금안을 보면 도저히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아아!)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출렁거리는 그녀들의 눈빛을 보며 화우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후후! 너희들이 무슨 목적으로 내게 접근하는지는 모르지만 내 기꺼이 받아 주지! 허나 나도 목
적이 있으니 일단 너희들을 취해야겠다. 너희들은 아직 처녀지신이고 혈각은 아직 나에 대한 감
시를 늦추지 않았거든!)
그렇다. 천하의 호색가에 난봉꾼인 천마대불종이 십 일 동안이나 여색을 멀리한다는 것은 도저히
말도 되지 않는다.
요령제심미광(妖靈制心迷光)...
남자가 안광(眼光)으로 펼치는 제심공(制心功)으로 일단 눈길을 접한 여인은 상대가 아무리 추남
이라도 마음을 열고 마는 사요(邪妖)한 심안공이다. 화우성은 은연중에 그것을 펼쳐봤다.
평소에는 극히 조금씩, 지금은 최극성으로 그래서 지옥사화는 조금도 그런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지금의 느낌이 평소보다 더 강렬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설빙화(雪氷花) 미요랑!
얼음보다도 차가운 그녀도 점차 얼굴이 붉어졌다.
이때, 화우성이 우악스럽게 미요랑을 안았다.
"하악!"
미요랑의 입에서 자지러질 듯한 교성이 터지자 화우성은 음흉한 웃음을 터뜨리며 나삼자락 속으
로 불쑥 손을 집어넣었다.
"크크... 네년이 내 품 안에서도 그렇게 차가울 수 있을지 보겠다!"
가슴이 살짝 잡히더니, 나삼이 바닥으로 매끄럽게 흘러내렸다.
진정 눈(雪)으로 빚은 옥녀상(玉女像)이던가? 그녀의 나신은 눈부신 백색으로 빛나고, 나삼이 벗
겨지자 전신에서 뿜어지는 빙기(氷氣)는 진정 대기조차 얼릴 듯했다.
미요랑의 몸에서는 화우성의 집요한 손길을 이기지 못해 뜨거운 비음이 터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의 이성은 소용돌이치고 있었으나, 몸의 의사대로 따라주지 않고 화산의 용암처럼 들끓기 시
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그녀가 오래 전부터 느껴온 환상의 세계였다.
미요랑의 나신은 샅샅이 훑어내리는 화우성의 손길은 아주 부드러웠다.
지옥사화는 모두가 엄청난 열기에 휩싸였다.
화우성은 침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침상은 화려의 극치를 달리는 것이 테두리는 황금으로 둘렀으며 비단 이불이 화려하게 덮여 있
고, 크기는 보통 침상의 열 배가 넘었다.
털썩!
화우성의 손에서 떨어져 침상 위에 펼쳐진 미요랑은 몸이 굳어가는 것만 같았다.
미요랑은 흐늘거리는 해초(海草)처럼 꿈틀거리며 달뜬 교성을 질렀다. 그러나 화우성은 결코 서
두르지 않았다.
화우성은 뜨거운 눈길로 미요랑을 주시하며 다가와 있었다. 열기에 찬 침실은 오로지 열락에 들
뜬 탕부의 열기만이 가득했다.
화우성이 두 손을 뻗었다.
푸스스!
미요랑의 나삼이 재가 되어 흩날리며 드러나는 여체에 화우성도 절로 신음을 터뜨렸다. 가슴 속
에 뜨거운 열류(熱流)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보라! 천염벽봉 사아라의 백옥빛 피부에 들어갈 곳은 움푹하게 계곡처럼 패이고 나올 곳은 산(山)
처럼 우뚝 솟아 굴곡이 엄청나게 심한 아름다운 산이었다.
미요랑은 한 마리 토끼를 연상시켰다. 꼭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우면서도 윤기가 자르르 흐
르는 갈색 피부는 남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피부는 손만 대면 퉁겨나올 듯 팽팽한 긴장에 싸였다. 이십팔 세에 이른 중원제일미녀의
나신은 풍염의 극치를 이루는 것이 완숙한 여인의 풍성함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것은 아늑한
평화와 안일을 담은 육체였다.
화우성은 결코 이 같은 여인을 본 적이 없다.
혜천성녀 단리운혜와 금붕쌍미려 등과는 또 다른 미(美)의 세계를 보여주는 지옥사화의 미요랑이
다.
화우성은 몸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혈기왕성한 나이이다. 꽃을 탐하는 것은 자연의 도리다. 더구
나, 상대는 여인지성(女人之城)을 활짝 열고 애타게 기다리는 가화(佳花)다.
정막을 가르는 소리에 미요랑은 마침내 완전히 열기에 취해서 꽃뱀처럼 꿈틀거렸다.
찌익!
도저히 참지 못한 화우성이 자신의 옷을 모조리 찢어버리자 그녀의 눈길은 얼어붙고 말았다.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남자의 나신에 그녀는 넋이 빠진 듯 바라보며 충격을 받았다.
"좋다. 너를 거두리라!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는 너를..."
화우성이 모종의 결심을 한 듯 외치더니 성난 맹수처럼 미요랑의 나신을 덮쳤다.
미요랑도 자신을 찍어누른 화우성의 우람한 동체를 뱀처럼 칭칭 감았다.
미요랑은 이미 빙화(氷花)가 아니었다.
격동이 교차하며 자지러질 듯한 교성을 뱉아내는 그녀의 입은 있는대로 벌어져 허연 입김과 단내
를 내뿜고 있는 것이 용암조차 태워버릴 화녀(火女)가 되었다.
화우성의 두 팔과 두 무릎과 두 손과 두 다리와 단단한 가슴, 그리고 무엇보다도 뜨거운 설육(舌
肉)까지 총동원되어 그녀의 몸에 불을 지르자, 산은 온통 화산과 같이 붉게 물들고야 말았다.
그녀는 미친 듯이 요동하기 시작했다. 화우성의 뜨거운 숨결이 곳곳을 스칠 때마다 그녀는 환희
를 이기지 못해 몸을 마구 요동했다. 그 때마다 화우성은 활을 떠난 화살처럼 퉁겨져 올랐다가
내려오곤 했다.
퍼퍽!
그 때마다 설레오는 화우성의 무거운 동체가 주는 충격에 그녀는 완전히 혼이 빠져 버렸다.
일순,
"다, 당신 기뻐요!"
기쁘다니 무슨 말일까?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면서도 기쁘다니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여자라는
존재이다.
마침내, 화우성은 절벽에 부딪치는 거센 파도가 되었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절벽에 부딪칠
때마다 절벽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목이 터져라고 외쳤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의 언어가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드넓은 해원(海原)을 향해 메아리쳤다.
스스슥!
제 몸을 쥐어뜯던 미요랑이 소리도 없이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미요랑이 죽어라 외치는 교성과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의 굉음과 광란의 축제에 그녀는 끝까지 가
버린 것이다.
화우성은 그녀를 쓰다듬고 있다.
화우성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미요랑은 더욱 아름다왔다.
중원제일미 미요랑은 화우성의 숨소리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며 화우성의 몸을 애무했다.
화우성의 오른손도 쉬고 있지는 않았다.
"꽉 안아 주세요!"
"죽을 것 같아!"
지옥사화는 화우성 한 사람으로 인해 지옥과 극락을 수도 없이 왕래했고 손가락 끝 하나만 움직
여도 극락의 환희와 지옥의 참담함을 맛봐야 했다.
부끄러워서였을까? 창 밖에서 월광(月光)을 흩뿌리던 달도 구름 속으로 얼굴을 감춰 버렸다.
미요랑과 함께 펼치는, 미친 듯이 탄주해대는 월하(月下)의 소야곡!
이 밤을 뜨겁게 수놓고 있었다.
지옥사화(地獄四花)!
화우성은 앞으로 이 여인들을 어떻게 다스릴지 자못 궁금하다.
중원제일미인 동시에 중원제일의 기녀로 그녀를 얻기 위해 혈각은 황금 천만 냥이라는 거금을 내
놔야 했다.
그녀는 오백 년 전 여인최강문파였던 소녀문(所女門)의 최강수공인 소수옥녀공(素手玉女功)을 익
혔을 뿐 아니라, 금기서예가무 등 능하지 않은 것이 없다.
설빙화(雪氷花) 미요랑(美妖랑)...
동영제일도문인 일도천류문(一刀千流門)의 마지막 후예로 십 년 전 내란(內亂)에 휘말려 멸문 당
하던 때에 혈각이 구출했다.
죽은 시체나 다름없던 그녀를 살리기 위해 혈각은 일백팔 종의 기약영물을 소요했다. 그녀의 쾌
도술(快刀術)은 가히 도후의 경지에 이르렀다.
지옥사화(地獄四花)는 한결같이 기구한 운명 속에 태어난 혈각의 온갖 혜택을 받으며 자란 여인
들이다.
그러나 그녀들이 얼마나 신비에 가려져 있는 여인들인지를 아무도 모른다. 설사 지옥혈천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불종각(佛宗閣)...
혈각의 분각주 중 태상봉공에 취임한 천마대불종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삼 층 누각이다.
때는 밤(夜)인지라 실내는 굵은 황촉이 수도 없이 타고 있는 것이 화려의 극을 달렸다.
가운데에 놓인 흑오목 탁자에는 여전히 천마대불종의 모습으로 변신한 화우성이 탁자 생각에 잠
겨 있다. 가끔 적미(赤眉)가 꿈틀거리곤 했다.
그러고 있기를 일각이나 지났을까?
"......!"
문득 화우성의 눈에 기광이 스침과 동시에 문 밖에서 영롱한 옥음이 들렸다.
"주인님, 주안상이 준비되었습니다."
옥음의 주인공은 한어를 다소 서툴게 구사했다.
화우성이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고 짐짓 근엄한 음성으로 말했다.
"들라!"
스르르륵!
방문이 열리자 시녀 차림의 두 소녀가 큰 상을 받쳐들고 들어왔고 그 뒤로는 각기 다른 복장과
다른 피부 빛깔의 네 소녀들이 따랐다.
두 시녀는 화우성 앞에 주안상을 놓고 공손히 절을 한 뒤 사라졌고 네 소녀는 다소곳이 화우성이
좌우에 앉았다.
"귀체(貴體)는 어떠하오신지?"
네 소녀가 거의 동시에 입을 연 순간 각기 감촉이 다른 네 여체가 사사리의 몸을 마찰하는 것이
아닌가?
화우성은 미묘한 감정이 전신으로 퍼져나감을 느끼고 일순 두 눈을 꽉 감았다.
보라!
흑(黑), 백(白), 청(靑), 홍(紅)으로 속이 환히 비치는 나삼을 걸친 네 소녀들의 농염한 여체...
지옥사화(地獄四花)!
천만 인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다는 절세미녀들이 화우성을 뼈도 없이 녹이려는 것이다.
금발과 벽안이 선정적으로 조화를 이룬 천염벽봉 사아라가 나삼을 찢고 나오려는 풍만한 몸을 화
우성에게 비벼댔다.
"아아! 주인님, 소녀의 잔을 받으시지요!"
서툰 한어(漢語)였다. 허나, 그것이 오히려 달뜬 교성처럼 들려 더욱 매력적이었다.
(후후! 때아닌 호강이군!)
화우성이 천염벽봉을 주시하자, 술병을 든 두 손 사이로 풍만한 가슴이 훤히 드러난 것이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인 듯했다.
그러자, 화우성의 입가에도 음탕한 미소가 감돌았다. 본래 천마대불종은 여자라면 종자를 가리지
않고 주워 삼키는 인물이다.
여색을 가리지 않는 것은 천축 특유의 풍습이었다. 정통 불교라면 모르되 밀교(密敎) 계통은 오히
려 여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다닌다. 천마대불종도 그런 류로 한창 때에는 백여 명의 처첩도 거느
렸었다.
화우성은 무심코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했었으나, 그것이 이토록 큰 고역(?)이 될 줄이야...
"크크! 황제라도 본좌의 호사는 따르지 못하겠군. 귀여운 것들!"
화우성이 연신 음탕한 괴소를 흘리며 네 소녀를 떡 주무르듯 하자 움찔했으나 결코 피하지는 않
았다.
"호호! 아이!"
"천첩의 잔도 받으시옵소서!"
귀신조차 큰소리 치고 왔다가 흐물흐물 녹을만큼 절정의 교태가 계속되었다.
"크녠! 너희들이 주는 술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냐?"
완전히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연속이었다. 허나, 화우성은 내심으로 피어나는 의문을 막을 수가
없었다.
(지옥혈천종이 이 여인들을 내게 준 것은 여색으로 나를 사로잡겠다는 의도이다.)
화우성의 눈이 네 소녀를 하나씩 은밀히 훑어갔다. 그의 눈에는 네 여인들이 도저히 이처럼 추잡
한 짓을 벌일 여자들이 아니다. 절정의 무공과 절세의 미모와 범상치 않은 기도를 지닌 네 여인
들...
화우성의 생각은 계속되었다.
(이 여인들은 각기 다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허나...)
화우성의 눈에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지금의 내 신분으로는 이 여인들을 물리칠 수도 없으니...)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지옥혈천종이 혈각의 막대한 힘을 동원하여 얻은 이 여인들이 다른 목적
이 있다니?
허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십 일 동안 유심히 지켜본 결과 화우성은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
었다.
지옥사화(地獄四花)...
그녀들은 결코 혈각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적대감조차 느끼고 있었다.
또한 화우성에게 온 것도 그녀들이 자청해서임을 알 수 있었다.
남만(南灣)의 독지(毒地)...
중원(中原) 최고의 기루(技樓)...
동영(東瀛)의 패망한 살수집단...
서장(西藏)의 야산(野山)...
동서남(東西南)과 중원의 최고 미녀들인 화우성에게 적개심과 거부감을 지닌 듯했다.
돌연, 화우성의 입가에 뜻 모를 미소가 어리더니 차례로 지옥사화를 직시했다.
스윽!
금안(金眼)에서 신광이 번뜩였다.
그의 눈길을 접한 지옥사화들은 움찔했다. 지옥사화는 가슴이 울렁거림을 느꼈다.
(아아! 저 분의 눈에는 한없는 마력이 내재해 있다. 빨려들어 갈 정도로...)
(내가 왜 저러지?)
지옥사화는 자신들의 내심을 느끼자 퍼뜩 정신이 들며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당초 그녀들은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한 화우성의 모습을 몹시 싫어했다. 도저히 인간같지도 않은
그 모습에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화우성의 눈만 보면 신비한 동공 속으로 한
없이 빨려드는 느낌이 일어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이 아닌가?
화우성의 금안을 보면 도저히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아아!)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출렁거리는 그녀들의 눈빛을 보며 화우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후후! 너희들이 무슨 목적으로 내게 접근하는지는 모르지만 내 기꺼이 받아 주지! 허나 나도 목
적이 있으니 일단 너희들을 취해야겠다. 너희들은 아직 처녀지신이고 혈각은 아직 나에 대한 감
시를 늦추지 않았거든!)
그렇다. 천하의 호색가에 난봉꾼인 천마대불종이 십 일 동안이나 여색을 멀리한다는 것은 도저히
말도 되지 않는다.
요령제심미광(妖靈制心迷光)...
남자가 안광(眼光)으로 펼치는 제심공(制心功)으로 일단 눈길을 접한 여인은 상대가 아무리 추남
이라도 마음을 열고 마는 사요(邪妖)한 심안공이다. 화우성은 은연중에 그것을 펼쳐봤다.
평소에는 극히 조금씩, 지금은 최극성으로 그래서 지옥사화는 조금도 그런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지금의 느낌이 평소보다 더 강렬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설빙화(雪氷花) 미요랑!
얼음보다도 차가운 그녀도 점차 얼굴이 붉어졌다.
이때, 화우성이 우악스럽게 미요랑을 안았다.
"하악!"
미요랑의 입에서 자지러질 듯한 교성이 터지자 화우성은 음흉한 웃음을 터뜨리며 나삼자락 속으
로 불쑥 손을 집어넣었다.
"크크... 네년이 내 품 안에서도 그렇게 차가울 수 있을지 보겠다!"
가슴이 살짝 잡히더니, 나삼이 바닥으로 매끄럽게 흘러내렸다.
진정 눈(雪)으로 빚은 옥녀상(玉女像)이던가? 그녀의 나신은 눈부신 백색으로 빛나고, 나삼이 벗
겨지자 전신에서 뿜어지는 빙기(氷氣)는 진정 대기조차 얼릴 듯했다.
미요랑의 몸에서는 화우성의 집요한 손길을 이기지 못해 뜨거운 비음이 터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의 이성은 소용돌이치고 있었으나, 몸의 의사대로 따라주지 않고 화산의 용암처럼 들끓기 시
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그녀가 오래 전부터 느껴온 환상의 세계였다.
미요랑의 나신은 샅샅이 훑어내리는 화우성의 손길은 아주 부드러웠다.
지옥사화는 모두가 엄청난 열기에 휩싸였다.
화우성은 침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침상은 화려의 극치를 달리는 것이 테두리는 황금으로 둘렀으며 비단 이불이 화려하게 덮여 있
고, 크기는 보통 침상의 열 배가 넘었다.
털썩!
화우성의 손에서 떨어져 침상 위에 펼쳐진 미요랑은 몸이 굳어가는 것만 같았다.
미요랑은 흐늘거리는 해초(海草)처럼 꿈틀거리며 달뜬 교성을 질렀다. 그러나 화우성은 결코 서
두르지 않았다.
화우성은 뜨거운 눈길로 미요랑을 주시하며 다가와 있었다. 열기에 찬 침실은 오로지 열락에 들
뜬 탕부의 열기만이 가득했다.
화우성이 두 손을 뻗었다.
푸스스!
미요랑의 나삼이 재가 되어 흩날리며 드러나는 여체에 화우성도 절로 신음을 터뜨렸다. 가슴 속
에 뜨거운 열류(熱流)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보라! 천염벽봉 사아라의 백옥빛 피부에 들어갈 곳은 움푹하게 계곡처럼 패이고 나올 곳은 산(山)
처럼 우뚝 솟아 굴곡이 엄청나게 심한 아름다운 산이었다.
미요랑은 한 마리 토끼를 연상시켰다. 꼭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우면서도 윤기가 자르르 흐
르는 갈색 피부는 남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피부는 손만 대면 퉁겨나올 듯 팽팽한 긴장에 싸였다. 이십팔 세에 이른 중원제일미녀의
나신은 풍염의 극치를 이루는 것이 완숙한 여인의 풍성함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것은 아늑한
평화와 안일을 담은 육체였다.
화우성은 결코 이 같은 여인을 본 적이 없다.
혜천성녀 단리운혜와 금붕쌍미려 등과는 또 다른 미(美)의 세계를 보여주는 지옥사화의 미요랑이
다.
화우성은 몸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혈기왕성한 나이이다. 꽃을 탐하는 것은 자연의 도리다. 더구
나, 상대는 여인지성(女人之城)을 활짝 열고 애타게 기다리는 가화(佳花)다.
정막을 가르는 소리에 미요랑은 마침내 완전히 열기에 취해서 꽃뱀처럼 꿈틀거렸다.
찌익!
도저히 참지 못한 화우성이 자신의 옷을 모조리 찢어버리자 그녀의 눈길은 얼어붙고 말았다.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남자의 나신에 그녀는 넋이 빠진 듯 바라보며 충격을 받았다.
"좋다. 너를 거두리라!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는 너를..."
화우성이 모종의 결심을 한 듯 외치더니 성난 맹수처럼 미요랑의 나신을 덮쳤다.
미요랑도 자신을 찍어누른 화우성의 우람한 동체를 뱀처럼 칭칭 감았다.
미요랑은 이미 빙화(氷花)가 아니었다.
격동이 교차하며 자지러질 듯한 교성을 뱉아내는 그녀의 입은 있는대로 벌어져 허연 입김과 단내
를 내뿜고 있는 것이 용암조차 태워버릴 화녀(火女)가 되었다.
화우성의 두 팔과 두 무릎과 두 손과 두 다리와 단단한 가슴, 그리고 무엇보다도 뜨거운 설육(舌
肉)까지 총동원되어 그녀의 몸에 불을 지르자, 산은 온통 화산과 같이 붉게 물들고야 말았다.
그녀는 미친 듯이 요동하기 시작했다. 화우성의 뜨거운 숨결이 곳곳을 스칠 때마다 그녀는 환희
를 이기지 못해 몸을 마구 요동했다. 그 때마다 화우성은 활을 떠난 화살처럼 퉁겨져 올랐다가
내려오곤 했다.
퍼퍽!
그 때마다 설레오는 화우성의 무거운 동체가 주는 충격에 그녀는 완전히 혼이 빠져 버렸다.
일순,
"다, 당신 기뻐요!"
기쁘다니 무슨 말일까?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면서도 기쁘다니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여자라는
존재이다.
마침내, 화우성은 절벽에 부딪치는 거센 파도가 되었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절벽에 부딪칠
때마다 절벽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목이 터져라고 외쳤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의 언어가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드넓은 해원(海原)을 향해 메아리쳤다.
스스슥!
제 몸을 쥐어뜯던 미요랑이 소리도 없이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미요랑이 죽어라 외치는 교성과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의 굉음과 광란의 축제에 그녀는 끝까지 가
버린 것이다.
화우성은 그녀를 쓰다듬고 있다.
화우성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미요랑은 더욱 아름다왔다.
중원제일미 미요랑은 화우성의 숨소리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며 화우성의 몸을 애무했다.
화우성의 오른손도 쉬고 있지는 않았다.
"꽉 안아 주세요!"
"죽을 것 같아!"
지옥사화는 화우성 한 사람으로 인해 지옥과 극락을 수도 없이 왕래했고 손가락 끝 하나만 움직
여도 극락의 환희와 지옥의 참담함을 맛봐야 했다.
부끄러워서였을까? 창 밖에서 월광(月光)을 흩뿌리던 달도 구름 속으로 얼굴을 감춰 버렸다.
미요랑과 함께 펼치는, 미친 듯이 탄주해대는 월하(月下)의 소야곡!
이 밤을 뜨겁게 수놓고 있었다.
지옥사화(地獄四花)!
화우성은 앞으로 이 여인들을 어떻게 다스릴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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