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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천왕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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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023 회 작성일 24-02-13 03: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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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설궁(雪宮) 속의 뜨거운 밤


"이상하단 말이야..."
화우성은 황금거전의 문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번뇌관음각(煩惱觀音閣)...>

화우성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문 위에 금강지(金剛指)로 써서 편액이었다.
화우성과 단리운혜는 이미 열흘 동안이나 이곳에서 지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천왕팔가(天王八家) 중 천불세가(天佛世家)의 성전(聖殿)임에 틀림없다!"
헌데 천불세가가 이곳이라면 그들은 천년투쟁에서 승리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천불세가(天佛世家)!>

뉘라서 모르랴? 대소림(大少林) 탄생 이전에 존재했던 저 불문(佛門)의 대종가인 천불세가를....!
만사(萬邪), 만요(萬妖), 만마(萬魔)의 사악기(邪惡氣)를 물리치는 천불공(天佛功)으로 악마의 천적
(天敵)이라 불리던 막강불가가 아니던가? 또한, 그들은 호갑불강기(護甲佛剛氣)로 무적(無敵)이라
불리우며 천하 위에 군림하였다.
십 일 동안 화우성은 번뇌관음각을 샅샅이 살펴 보았다.
모두 구 층인 천지불존각...
일 층과 이 층은 불가(佛家)에서 무가지보로 치는 선종, 교종, 밀종 등의 수십만 불경이 가득했고,
삼사 층은 마불대서전(魔佛大書殿)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패도(覇道)나 마도(魔道)에 가까
운 수만 권의 불무비학(佛武秘學)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오륙 층은 환희비선고(歡喜秘仙庫)라 불렀으며 환희밀교, 라마교의 사이한 방중미요비술들이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비장되어 있었다.
그 뿐인가? 칠팔 층, 천불대비고(天佛大秘庫)에는 천불세가의 천불무학(天佛武學)을 소장하고 있
었으니...

_금불대선공(金佛大禪功),
_금라천불무(金羅天佛舞),
_금강천불호령강(金剛天佛護靈剛),
_대천불수(大天佛手),
.....

그것은 이제까지 알려진 천불세가의 가공할 무공 수위마저 몇 배 뛰어넘는 대천불무학들이었다.
허나 화우성으로 하여금 곤혹에 빠지게 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오로지 책... 책... 책...!
엄청난 분량의 책들만이 있을 뿐 도무지 번뇌관음각의 내력이나, 그것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설
명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분명 뭔가가 있다!"
석연치 않은 의문을 품은 화우성은 모든 지혜를 총동원했으나 풀 길이 없었다.
화우성은 뭔가 가느다란 실마리라도 잡은 듯 번뇌관음각의 꼭대기를 주시했다.
"번뇌관음각의 높이는 정확히 일백 장, 헌데... 아무리 재어봐도 안에서는 구십팔 장이란 말이야..."
그렇다면 이 장에 해당하는 부분은 어디로 연기처럼 사라졌단 말인가?
스스슷!
"좋아! 오늘은 기필코 밝혀내고 말리라...!"
화우성은 중얼거리며 번뇌관음각 안으로 사라졌다.

거실(居室),
이곳은 사방에 빽빽하게 서책들이 들어찬 백여 평 가량의 실내였다.
화우성은 뚫어지게 거실의 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순,
스으으...
화우성의 눈에서 새파란 청광이 번득였다.
"천령투광안(天靈透光眼)... 이제야 비로소 완전히 익혔군. 이제까진 불완전해서 구 층까지 뚫어보
지 못했지만... 이제 사라진 이 장 부분에 대를 의구심을 풀 수 있으리라!"
화우성의 붕 안에서 뿜어지는 청광은 기세가 더욱 강렬해졌다.

천령투광안(波羅天靈透光眼)-!

파라투광결과 쇄심파령안으로 구분되는 지상최강의 심안술(心眼術)인 동시에 고금최강의 천안투
시공...

-파라투광결(波羅透光訣)
백 장 이내의 산이든 벽이든 모두 투시해 볼 수 있는 고금최강의 안공(眼功)이다.

-쇄심파령안(碎心破靈眼)
상대의 마음을 제압하여 혼마저 파괴시켜 버리는 대파괴안...
파라투광결이나 쇄심파령안 모두 오갑자 이상의 내공과 천혜를 지녀야 익힐 수 있는 초절예이며,
천령투광안은 그 두 가지가 합쳐져야 가능한 것이다.
화우성은 이제껏 그것을 등한시했으나 의혹을 풀기 위해 하루만에 익혀 버린 것이었으니...
화우성의 눈에서 뇌전같은 청광이 폭사되었다.
"으음! 틈이 없군!"
화우성은 인내하며 계속 투시했다.
삼사 층의 마불대서전, 오륙 층의 환희비선고, 칠팔 층의 천불대서고까지는 화우성의 생각과 달리
빈 공간이 없었다.
"어디...!"
오기가 생긴 화우성은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기분으로 전신의 내공을 모조리 끌어올려 구
층의 첨탑을 투시했다.
순간,
"헉! 저... 저건...!"
화우성의 경악한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보였다. 이제까지는 파라철령투시안이 구성박에 되지 못해 보지 못했으나 하루의 고심참담 끝에
완전히 익히고 나서 투시해 보니 이제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일천 고승들의 불정(佛精)이 응집되어 유형의 기운으로 변한 일천 개의 사리... 구 층의 천정 위에
는 이 장 사이로 그 일천 개의 불정들이 첨탑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으니...
화우성은 이제까지 수도 없이 일 층부터 구 층까지 올라가 보았다.
허나, 이제까지 그곳에는 성스러운 불기(佛氣)만이 가득할 뿐 결코 다른 것은 볼 수 없지 않았던
가?
그런데 지금, 십성의 파라천령투광안으로 구 층까지를 꿰뚫어 보게 되자 일천 개의 불정으로 이
루어진 첨탑의 신비가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때, 첨탑의 신비를 밝히던 화우성의 붕 안에 무엇인가 아지랭이 같은 것이 일렁이는 것이 아닌
가?

<대성불지안(大聖佛之眼)을 얻은 것을 경하하노라...>

화우성의 입에서 경악으로 물든 탄성이 터져나왔다.
"사라천기문자...!"
이 말이 진정 사실이란 말인가?

아득한 상고시절...!
석가모니불이 입멸할 당시 최후의 불력으로 허공에 기(氣)를 형성하여 불법을 나타낸 법문(法
文)...
지금은 사멸한 지 이천 년이 넘었거늘 그것이 이 번뇌관음각의 대기(大氣)에 씌여 있을 줄이야!
사라천기문자는 조금만 사이한 마음을 지니고 있더라도 결코 눈에 띄지 않는 신비의 문자였다.
화우성이 글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기실 천령투시안을 십성 연마했기 때문이 아니라 연마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완전히 공(空)과 청정의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엇던 것이다. 천령투광안으로는 다만
일천 개의 사리를 볼 수 있었을 뿐...

<번뇌관음의 탄생...
그 때는 천하에 악마지겁이 도래했을 시기이니... 불존의 뜻으로 성불지기를 받들라!
천 년 걸친 성불지기(聖佛之氣)로 불성제왕지신(佛聖帝王之身)을 이룰 것이다. (中略)...
석존께서 창시하신 제마불무(制魔佛武)를 남기니 억조창생불을 위해 천하에 찬란한 불기(佛氣)를
베풀지어다.

초대 천불세가주 사라천불종(沙羅天佛宗)...>

"사라천불종!"
천하의 화우성도 경악에 물들 수밖에 없었다.
사라천불종!
그는 바로 석가세존의 비밀제자로 아수라의 발호를 제지키 위해 사라졌다는 대성불이 아닌가?
그가... 천불세가의 초대가주였다니...!
허나, 화우성은 계속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라진 불문(佛文)에 뒤이어 또다시 문자들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륜천불강(金輪天佛剛)...>

한 개부터 일백팔 개까지 자유자재로 불정기로 이루어진 금륜을 만들어 내어 호신과 공격을 겸비
하는 윤강(輪剛)!
일단, 사라금균천불강을 펼치면 십 장 두께의 금성철벽도 박살내어 흔적조차 사라지게 할 수 있
으며, 또한 그 어떤 것에도 파괴당하지 않는다.

화우성은 천하최강의 불공인 사라금륜천불강의 구결이 나타남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천 년 전부터 형성되었던 구 층 첨탑의 일천 개 불사리...
그 하나하나에 깃들인 불정들이 파천지력으로 화하여 화우성의 체내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대승반야밀다. 성불만공밀... 항마보리불명..."
득도한 고승과도 같이 좌정한 화우성의 입에서 은은한 성음(聖音)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사라라랑!
전신에서 빛살처럼 퍼져나가는 칠채성광! 그 장엄함이여...!
화우성의 몸은 점차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급기야 섬광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천년(千年)의 시공을 두고 수많은 고승들의 쌓아왔던 불정이 화우성의 몸을 천년불괴지신으로 만
들고 있는 것이다.
만사만악이 어쩌지 못하고, 천년불력(千年佛力)은 천하에 찬연히 꽃피우리니...
화우성! 그는 천하만불지존(天下萬佛至尊)으로 탄생하고 있었다.

일순, 무엇인가 허공을 응시하던 화우성의 몸으로 불정(佛精)이 스며들고 전신에서 갑자기 칠채성
광이 뿜어지는 것을 본 단리운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천령투광안(天靈透光眼)도 없었고 사라천기문자도 보이지 않았으
니 당연히 모든 현상이 갑작스런 우연으로 보일 수밖에...!
단리운혜가 깜짝 놀라는 순간 이미 칠채성광은 번뇌관음각을 휘감고 있었다.
잠시 후, 찬란하던 칠채성광이 화우성의 몸 안으로 갈무리되고 화우성이 눈을 떴다.
"..."
금광(金光)은 이미 간 데도 없이 사라지고 화우성의 호목(虎目)은 담담해져 있었다.
헌데, 자세히 보니 검은 동공 안쪽 깊숙한 곳에 칠채성광이 은은히 일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새로운 기우를 얻으셨군요. 축하해요!"
단리운혜의 만월같이 해사한 얼굴에는 마치 자신의 일인 듯 환희가 감돌았다.
"그렇소,!"
단리운혜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화우성도 티없이 맑은 웃음을 보냈다.
화우성과 단리운혜... 지난 십 일 동안 두 사람의 사이는 무척 가까와졌다.
혜천성녀(慧天聖女) 단리운혜(端里雲慧)가 어떤 여인인가? 하늘조차 시기할 중원(中原) 최고의 지
혜를 지닌 여인이 아니던가?
이제까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었던 여자이며, 바로 그녀에 의해서야 겨우 존망의 위
기에 빠진 정도(正道)가 최후의 불꽃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헌데 지금, 단리운혜는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듬직한 사내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
고 있었다.
사내에게 보호받는 기쁨은 여인만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기쁨으며 아무리 강하고 뛰어난 여인이
라도 한 번 느끼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지락(至樂)인 것이다.
(이 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해!)
화우성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단리운혜는 내심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최소한 지혜에서는 나를 따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더니...!)
단리운혜는 가슴 저 밑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은은히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그것은, 분홍빛으로
찬연한 사람이었음을 그녀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
(저 분의 대해같은 가슴에 푹 파묻힐 수만 있다면... 어머! 내가 무슨 망측한 생각을...!)
순간 단리운혜는 화들짝 놀라며 목덜미까지 새빨개졌다.
그 순간에도 가슴을 손으로 살포시 누르며 화우성의 얼굴을 훔쳐보는 그녀의 눈(眼)...
"...!"
"...!"
헌데, 때마침 화우성도 그녀의 얼굴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단리운혜는 그만 못된 짓을 하다가 들킨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녀의 옥용은 잘익은 사과빛으로 물들어 어쩔 줄을 몰랐다.
(후훗! 정말... 사랑스런 여인이다.)
화우성의 입가로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뇌정마찰에서 고독하게 범황삼천종만을 알며 자라온 화우성, 부모인 동시에 친구였던 범황삼천종
의 죽음은 화우성에게 너무도 거대한 충격이었다.
금붕쌍미려(金鵬雙美麗)라 추앙받는 절세의 미녀들인 화라와 나나를 만났어도 풀어지지 않았던
응어리...
헌데, 단리운혜와의 단 십 일 간의 생활에서 해빙기를 맞이한 얼음처럼 녹아들고 말았다.
누나 같은 따스함... 어머니같이 자상한 단리운혜의 부드러운 손길... 화우성은 단리운혜가 옆에 있
어 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푸근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때는 저 예쁜 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고 싶었지.)
화우성은 붉게 물든 단리운혜의 목덜미를 바라보며 한없이 푸근한 느낌에 젖어들었다.
문득 화우성이 단리운혜의 뼈도 없는 듯 부드럽고 통통한 교수를 잡았다.
"누님...!"
"우성...!"
남과 여... 아무도 없이 한적한 이곳, 더구나 남자와 여자는 피끓는 청춘이었다.
허나, 두 사람은 다 천고(千古)에 다시없을 지혜와 이성을 지닌 기재들이 아닌가? 그들은 인내라
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누님은 정말 아름답소!"
"우성..."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고 부끄러워하는 단리운혜...
화우성은 부드럽게 그녀의 두 볼을 감싸며 대소(大笑)를 터뜨렸다.
"하핫! 나갑시다! 새로 얻은 것을 보여드리겠소!"
단리운혜가 기대감 어린 눈초리로 화우성을 우러러보며 앵두같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대체... 무슨 기우(奇遇)를 얻으셨기에...?"
"핫핫! 보시면 압니다."
화우성은 한 눈을 찡긋하며 장난을 주체치 못하는 어린 악동처럼 한 눈을 찡긋했다.

눈(雪)... 눈(雪)...
가이없이 펼쳐져 있는 눈부신 은세계... 뼈를 에일 듯한 만년빙풍이 천지(天地)를 휩쓸 듯 불고 있
다.
"..."
"..."
화우성은 단리운혜의 손을 따스하게 움켜쥔 채 태산같이 우뚝 서 있었다.
헌데,
"으응...?"
화우성의 눈에 기광이 스치며 서천(西天)을 직시했다. 서천의 아득하게 먼 곳, 대설풍을 뚫고 무
엇인가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그것은 처음에는 작은 점이더니 점차 확대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어멋! 저기에..."
남천(南天)을 바라보며 단리운혜가 뾰족한 교성을 터뜨렸다.
남쪽만이 아니었다. 동천(東天), 북천(北天)에서도 똑같이 인영(人影)이 날아들고 있지 않은가?
점은 점점 확산되며 분산되고 있었다.
열(十)... 백(百)...일천(一千)!
번뇌관음각을 그물처럼 옭아매며 사방에서 다가드는 일천 신비인...

"으음... 하나하나가 천비사혈신 만한... 고수들이군!"
화우성이 침음성을 삼켰다.
그럴 수가?
천비사혈신(天秘四血神)!
중원에서도 백 위 안에 드는 절정고수들이 아닌가? 헌데, 그들 만한 고수자들이 일천이나 된다
니... 단리운혜는 옥용이 새파랗게 질려 그만 화우성의 등 뒤로 신형을 숨겼다.
천하제일재녀인 그녀도 이 순간만큼은 한 남자의 보호를 갈구하는 여자일 뿐이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일천 인!
그들은 모두 승인들이었다.
흡사 금빛 광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금광에 휩싸인 채 백 장 이내로 다가온 그들은 일시에 손을
쭉 뻗었다.
순간, 거대한 강기의 해일이 일었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천비사혈신 만한 절정고수들 일천 인이 일으키는 역도(力道)는 이미 인간의
힘이 아니었다.
천 년 동안 잠자던 화산이 그동안 모았던 모든 힘을 일시에 대폭발 시키듯 엄청난 대파멸의 역도
(力道)!
일천금라승인들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대위기였다.
"으음...!"
화우성은 그들이 백 장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이 터져나갈 듯한 충격을 느꼈다.
단리운혜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이때 문득,
"후후... 인간을 상대로 무공을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화우성의 입가에 스산한 살기(殺氣)가 어렸다.
이어, 화우성의 신형이 허공 일 장 위로 둥실 떠오르더니 두 손이 합장하는 자세로 마주쳤다.
일순, 화우성의 전신에서 칠채성광이 분출되더니 순식간에 십 장 방원을 뒤덮었다.
단리운혜는 칠채성광에 접하자 이제까지의 압력이 모두 사라짐을 느꼈다.
"하핫! 누님 보십시오! 지상최강의 대파멸무공(大破滅武功)을.."
화우성의 호쾌한 대소가 뇌성벽력처럼 터지고,
"금(金)____ 륜(輪)____ 천(天)____ 불(佛)_____ 강( 剛)!"
화우성의 정수리에서 직경 일장(一丈)이나 되는 거대한 금륜강이 솟구치고, 불꽃이 작열하듯 금륜
강이 폭발했다.
순간,
고오오오오!
갈라진다.
하나의 대금륜강이 두 개, 네 개, 여덟 개... 급기야, 일백팔 개로 갈라지며 천지를 휘황한 금광으
로 물들였다.
금륜천하(金輪天下)!
방원 백 장 이내가 완전히 금륜강으로 뒤덮였다.
혼돈전하의 개벽대폭음이 이러할까?
천지종말의 대파멸음이 이러할까?
지상 최고봉이라는 성모봉(聖母峯)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만녀빙지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균열되는 천지파멸의 대격돌!
"크흑!"
"우욱!"
잠시후, 장내의 폭설과 굉음이 가라앉고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보라!
방원 일천 장 이내가 완전히 초토화되어 버렸으니... 그들의 격돌에 백 장 높이의 번뇌관음각마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신비의 일천 금라승인, 그들은 모조리 일백 장씩 날아가 눈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 중에는 성한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허나, 가볍지 않는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는 기이하게도 패배자의 분함이나 격노의 기색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어찌된 일인지 그들에게는 기쁨과 환희와 표정이 어려 있으니... 그렇다면, 이들은 패배한 것을 오
히려 즐거워하고 있단 말인가?
"...!"
화우성은 오연히 대지를 밟고 우뚝 섰다. 그의 입가로는 가느다란 핏줄기가 흐르고 안색은 밀납
같이 창백했다. 아마도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으리라!
허나, 화우성은 그에 아랑곳도 않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때, 그의 눈가로 가볍게 스치는 경이의 눈빛!
"금륜천불강! 이 정도일 줄이야...!"

금륜천불강(金輪天佛剛)!

벽력천마왕(霹靂天魔王)이 화우성을 죽이려고 던진 벽력굉천뢰는 오히려 그에게 절대의 천복(天
福)을 안겨다 준 것이다.
천년불정을 얻어 천하만불대조종(天下萬佛大祖宗)이 되었고, 금륜천불강(金輪千佛剛)이라는 가공
할 초절무예마저 터득했으니...
인생사 새옹지마라...

화우성이 사라금륜천불강의 엄청난 위력에 감탄하여 망연히 사방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여덟 명의
승인이 다가왔다.
피투성이가 된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에는 아랑곳도 않고 입을 열었다.
"과연 번뇌관음이십니다!"
"아미타불... 번뇌관음이시여..."
여덟 승인은 격동하고 있었다.
하나,
"...?"
화우성은 의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을 보며 한 승인이 앞으로 나섰다. 눈같이 하얗고 탐스런 은염을 가슴까지 드리운 팔순 가량
의 노승이었다.
두 귀는 턱까지 축 늘어질 만큼 커다랗고, 팔순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대추빛이었으며 어린
애처럼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두 눈은 너무도 맑고 깨끗해 마치 투명한 유리구슬 같았다.
온몸에서 은은히 번져나는 인자한 노승의 기도... 진정 노승은 세사(世事)를 초탈해 득도한 활불
(活佛)이었다.
"아미타불... 일천천불군(一千天佛軍)이 번뇌관음(天佛至尊)을 뵈오이다!"
"아미타불... 번뇌관음을 배알하나이다."
"번뇌관음이시여...!"
노승을 필두로 일천승인들이 우렁차게 화우성을 향해 합장배례하는 것이 아닌가?
"일천천불군? 이들이 왜...?"
화우성이 당혹스런 표정을 보이자 은염노승이 합장하며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소승은 사라선승이라 합니다, 지존..."
"대체...나를 이유도 없이 공격하더니...이제는 지존이라니...?"
"의문이 많으실 줄 압니다."
사라선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비사(秘事)...
지상최고봉인 성모봉 위에서 사라선승에 의해 밝혀지는 천년비사(天年秘事)는 이러했으니...

천불세가...
그 기원은 이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라천불종에 의해 천하의 마(魔), 사(邪), 요(妖)를 척멸키 위해 세워진 천불세가...
허나 사라전불종은 열반에 들기 직전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야심!
인간의 본능 속에 잠재되어 있는 대야망의 불길은 없앨 수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이 만든 천불세가가 종국에는 천하패권의 다툼 속에 휘말릴 것을 예견한 사라천불종은 당시
자신을 따르던 일천천불단의 고승들과 함께 성모봉 위에 번뇌관음각을 세우고, 번뇌관음각에서
그들과 함께 열반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는 일천천불단의 후예들로 하여금 번뇌관음의 왕림을 기다리게 하였으니... 그들이 바로 일
천천불군인 것이다.
천년불정을 얻어 금륜천불강을 연성하면 금령대성광이 일백 장을 휘감을 것이며, 일천천불군은
그가 진정한 번뇌관음인지를 시험해야 했다.
결국, 화우성은 그들을 물리쳤고 번뇌관음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아미타불... 이들은 소승의 사제들입니다."
사라선승이 자신의 주위에 둘러선 일곱 승인을 소개했다.

--팔대무적천불(八大無敵天佛)!

사라선승(沙羅仙僧)!
천기뇌불(天機腦佛)!
벽력천승(霹靂天僧)!
마마대존불(魔魔大尊佛)!
무적패불(無敵覇佛)!
유리성모니(琉璃聖牟尼)!
야불(夜佛)!
혈요니(血妖尼)!

지난 이천 년 간 오직 한 방면으로 대를 물려오며 발전시켜온 파천의 최절정고수들...
"으음...!"
이때, 문득 화우성의 신형이 휘청했다.
"우성!"
단리운혜는 깜짝 놀라며 화우성을 부축했다.
그녀의 봉목에 가득 고이는 이슬방울...!
(나를 보호하시려고... 무리하게 공력을 사용하셨어!)
화우성이 수심에 잠긴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
"걱정할 것 없소, 누님..."
"지존께서 피곤하시다! 이놈들아, 빨리 집을 지어라!"
무적패불(無敵覇佛)!
일 장에 달하는 거구를 흔들며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집?"
"...?"
화우성과 단리운혜의 눈에 의혹이 어렸다.
천기뇌불,
오 척 단구에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가 넘는 머리를 가진 일천천불군을 이끄는 최고지자였다.
허나, 두 눈만큼은 잔잔한 대해를 보는 듯 유현하기 그지없었다.
얼핏보면 장난기가 가득한 미청년같이 보이는 그가 머리를 뒤뚱뒤뚱 흔들며 말했다.
"흘흘! 인간이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아득한 태고적부터 입니다. 집이란 자고로 가까이에
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질을 사용하는 바..."
"하지만 이곳에는 눈(雪)밖에..."
화우성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흘흘! 바로 그 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
주위를 둘러보던 화우성의 눈이 경이의 빛으로 물들었다.
보라!
눈의 궁전, 일천 인의 손으로 일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가히 신기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
한쪽은 눈을 바위보다도 단단하게 뭉쳐 거대한 벽돌을 만들고, 일부는 그것을 옮긴다.
몇 명은 빙벽을 수강(手剛)으로 두부 썰 듯 쪼개고 십이연화불(十二蓮花佛)을 금강지(金剛指)로
조각하여 운치마저 살리니...
일천의 무적고수들은 한 식경만에 기적을 창출해 냈다. 대리석을 빚은 듯 새하얀 눈의 궁전... 빛
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궁전은 신비기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지존께 바치는 첫번째 예물이외다."
"흘흘! 황제라도 이런 곳에서 신방을 차리지는 못했으리라!"
"아무렴!"
팔대무적천불이 각기 한 마디씩 짖 은 언사를 던졌다.
"아이...!"
그 바람에 단리운혜의 옥용은 그만 도화빛으로 물들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들의 말이 싫
지 않은 이유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람이 많다 보면 별별 재주를 가진 인간들도 다 있다지만 이것은 너무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 아
닌가?
섬뢰비천승(閃雷飛天僧)!
일생을 경공에 미쳐 보냈던 그가 잠시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백호피 가죽을 무려 일 장이나 가져
다 눈의 궁전에다 깔아 놓았고, 천약대활불(千藥大活佛)이라는 괴의(怪醫)는 온 대설산(大雪山)을
뚜쳐 숱한 기약, 명초를 잡초처럼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구지설엽초(九枝雪葉草)!
--설담화(雪曇花)!
--빙영설련실(氷靈雪蓮實)!
......

주광승(酒狂僧)이라는 주정뱅이 파계승은 설인(雪人)이 먹는다는 전설의 설정빙로주(雪精氷露酒)
를 훔쳐왔고...


밤,
침실, 푹신한 백호피 위엔 안색이 창백한 화우성이 누워 있었다.
일천 대 일,
화우성은 일천 명의 최절정고수들의 합공을 막아내긴 했으나 내상이 심각했다.
단리운혜는 화우성의 옆에서 정성스럽게 간호하고 있었다.
그런 단리운혜를 바라보는 화우성의 눈에는 뜨거운 사랑의 불길이 담겨 있었다.
눈물 흘리는 황촉불 아래 은은히 우유빛으로 빛나는 여인의 피부... 새하얀 학같이 긴 여인의 목
덜미를 주시하는 화우성은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욕망의 불길이었다.
"운혜!"
화우성이 와락 단리운혜를 뜨겁게 끌어안자,
"어멋! 우성!"
단리운혜가 뾰족한 교성을 질렀다.
허나, 그녀는 말과는 달리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파고들고 싶은 마음은...
(아아... 우성!)
단리운혜는 일순 자신의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공포감에 앞서 뭐랄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
던 희열...
"운혜... 사랑합니다."
화우성의 굴강한 팔이 단리운혜의 허리를 더욱 힘주어 껴안았다.
"우성!"
마침내, 단리운혜는 화우성의 품에 무너지듯 안겼다.
단리운혜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지난 십 일 간 느껴왔던 알 수 없는 자신의 마음...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음을...
(우성...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녀의 진심은 수줍음에 겨워 입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화우성의 손은 이미 그녀의 껍질을 꽃뱀이 허물벗듯 하나씩 벗겨가고 있었으니까...
"아아...!"
어느 순간엔가 화우성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단리운혜의 몸은 허약한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풍염하기 그지없는 것이 아닌가?
새하얀 우유빛 살결은 기름이 흐르는 듯하고... 여인의 가슴은 성모봉만큼이나 드높았다.
새하얀 설원을 연상시키는 듯 탄력 있게 넘실거리는 가슴 위로 파르르 떨고 있는 자주빛 열매...
일순,
"으음...!"
화우성이 두 손을 뻗었다.
두 손으로나 간신히 잡힐 풍염한 젖가슴이 가볍게 이지러지고, 순간, 단리운혜의 입술이 벌어지며
달뜬 교성을 터뜨렸다.
어느새, 화우성은 위치를 바꿔 연체동물같이 부드러운 여체 위에 육중한 몸을 실었으니...
"우성... 흡!"
달디단 입맞춤은 격력했고 사내의 뜨거운 입술은 점차 밑으로 내려가더니 성모봉 같은 봉우리를
등정하며 자그마한 자주빛 열매를 범했다.
"우성...!"
여인은 하얗게 눈을 치뜨며 꽃뱀인 양 화우성의 머리를 휘감았다.
화우성은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허리에 걸려 있던 나의가 벗겨지고 드러나는 삼각의 분홍빛 고의가 일고의 여지도 없는 듯 흥분
한 사내의 손길에 고의는 우악스럽게 찢겨지고 말았다.
"...!"
화우성의 입에서 절로 침이 넘어갔다.
천 년의 신비를 담고 있는 밀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촉촉히 물기에 젖은 방초는 안락한 구릉지대를 형성하고, 그 사이,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천년
비궁이 숨쉰다.
화우성은 갈증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어 달디단 감로수로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그의 입
술이 움직일 때마다 감로수를 머금은 샘물의 주인은 몸부림치며 숨넘어가는 신음을 토했다.
허나, 한동안 감로수를 빨아 목을 추긴 그 시원함은 곧 활화산 같은 열기로 변해 화우성의 전신
을 시뻘겋게 달구어 놓았다.
찌익!
화우성은 자신의 옷을 찢듯이 벗어던졌다. 구리빛 근육질로 뭉쳐진 사내의 건장한 동체가 모습을
들어냈다.
이때,
"어맛!"
단리운혜가 무엇을 보았는지 교성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허나, 그녀의 옥용에는 공포감 뿐 아니라 알 수 없는 희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으
니...!
사내의 육중한 동체가 여인의 교구를 짓눌렀다. 그와 함께, 사내의 손은 거칠게 여인의 둔부를 들
어올렸다.
그리고, 거대한 물체가 화룡(火龍)인 양 뜨거운 불길을 뿜으며 서서히... 아주 서서히 내려가기 시
작했다.
"아악...! 아..."
마침내 천년밀궁은 굳강한 거물에 의해 여지없이 파괴되고, 여인의 두 눈은 파과의 고통에 하얗
게 치떠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내밀(內密)한 저 깊은 곳에서 모세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번지는 전율 같은
쾌감에 여인은 교구를 떨며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우성... 사랑해요.!)
여인은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여인의 밀궁은 완전히 개문되어 모든 사랑을 흠뻑 맛보고
있었다.
젊은 두 남녀... 뜨거운 청춘의 피는 끝없니 타오르고 있었다.
별빛 속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은세계(銀世界)...
두 남녀의 끝없는 사랑은 더욱 아름답게 타오른다.
뜨겁게... 뜨겁게...
이 밤(夜),
좋은 밤(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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