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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첫경험 보고서(46~50/65)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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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662 회 작성일 24-02-13 01: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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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02. 그녀의 틈새로 낯선 남자의 손이

혜영은 아이가 잠들어 있는 방을 힐끔 돌아보고는 탁자 밑에 놓여진 작은 함을
열어 담배를 꺼냈다.

"미안해요. 담배... 태우세요?"
"아뇨. 전 담배를 못 피워요."

"그렇군요. 몸에 안 좋대요. 배우지 마세요.
훗... 이런 말 하는 제 꼴이 우습죠?
아이는 아직 제 엄마가 담배를 피운다는 걸 몰라요.
아이가 잠든 밤이나, 유치원 갔을 때... 주로 혼자 있는 시간에만 피워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그녀의 얼굴에서 해묵은 외로움이 전이되는 것만 같다.
이제는 제법 자리잡은 눈 밑의 그늘이 칙칙한 깨알처럼 기미로 남아 있어, 시작일
뿐인 그녀의 이야기가 어떤 무게로 다가올지 짐작케 했다.

"그럼... 유림이는... 그때 낳은 아이인가요?"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의 고갯짓을 따라 담배 연기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나는 그녀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는 것에 때맞춰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다.
조용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가 그 작은 기계 속으로 한 마디도 빠짐없이
새어 들어갔다.

*

그것은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여인은 그녀의 어깨를 가만가만 두들기며 낯선 애정과 관심을 표시하고는 감시자의
역할을 맡은 가정부를 따로 불러내어 무엇인가 소곤거렸다.
혜영에게는 그런 그들의 말소리가 웅얼거림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천댁, 감시 잘해요. 외출은 절대 금지야. 알았지요?
그리고... 아들놈이 언제 몇 번 왔는지, 나에게 꼭 알려줘요.
너무 자주 들락거리는 것도 볼상 사나우니까...
그리고, 이천 댁도 입조심 하도록 해요.
일만 잘 성사되면 내 심심찮게 보답할 테니..."
"아유, 사모님! 여부가 있겠어요? 그저 안심하시고 돌아가세요."

"그럼 자네만 믿고 가네. 절대 혼자 둬서는 안되네. 알았지?
이거야원, 불안해서..."

여인은 거실에서 베란다 창 밖으로 10층 아래의 풍경을 관망하는 혜영을 바라보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아가씨... 그럼 믿고 가요. 좀 부탁하우!"

혜영이 허리를 굽혀 깎듯이 인사를 하자 여인은 너그러운 웃음을 보이며 사라졌다.
잠시 후, 여인의 모습은 작은 점이 되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10층에서 내려다보는 아래의 풍경은 모든 것이 낯설고 다른 세계로만 보여졌다.
여인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며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어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본 혜영은, 그녀가 아이를 잘 키워줄 것이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딩동... 딩동...

여인이 사라지고 한 시간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
난데없는 초인종 소리에 혜영도 이천댁도 화들짝 놀랐다.

"잡상인일거야, 아가씨. 내가 나가 볼 테니 그냥 여기 있어."

이천댁은 그녀의 딸과 같은 또래일 것이라는 짐작에 혜영에게 말을 놓았다.
귀찮다는 듯 현관으로 나서 인터폰을 든 그녀는 인터폰의 모니터에 비춰지는
방문객의 모습을 확인 하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에이고머니나... 이를 어째? 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오신게지?
아이고... 이를 어째, 이를 어째? 응? 이를 어째..."

당황한 그녀가 부산스럽게 안절부절못하자 혜영은 영문을 모른 채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이봐, 아가씨! 아까 그 사모님의 며느님이 왔어.
그러니까... 앞으로 아이의 엄마가 될 분이야.
여기 위치를 모를텐데 어떻게 찾아 왔는지 모르겠네...
모른 척 할 수는 없고,
괜히 신경 거슬리지 않도록 조심해. 알았지?"

이천댁이 혜영에게 이르고 있는 동안에도 초인종은 바쁘게 울려댔다.
혜영은 괜스레 긴장하고 있었다.
남편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여자가 자신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지 불안했다.

"네에...!! 나가요!"

이천댁이 큰 소리로 대답하며 문을 열자 선글라스를 눌러쓴 젊은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민혜영입니다."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떨리고 있었다.
혜영은 그녀와 자신이 알게 모르게 아슬아슬한 실로 연결되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며 소름이 돋을 만큼 긴장했다.

"아줌마, 미안하지만 마실 것 좀 줘요."

그녀는 거실로 들어와 쇼퍼에 앉으며 이천댁에게 말했다.
선글라스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혜영을 낱낱이 훑어보고 있었다.
혜영은 자신이 마치 진열대에 오른 생선이 된 찜찜한 기분을 버리지 못하고
어색하게 멈춰 섰다.

"그러지말고... 이리 와서 앉아요.
나, 아가씨에게 화내려고 온 것이 아니니까요."

혜영은 그제야 긴장을 풀며 그녀의 앞에 마주 앉았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여전히 굳어져 있었고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어머님께 대충 이야기 들었어요.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 좀 미안하네요.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죄송하긴요. 내가 오히려 미안하죠.
젊은 아가씨에게 내가 할 일을 맡긴 것 같아서...
하지만, 저에게도 용기가 필요했어요.
혜영씨도 여자니까 제 심정을 이해하실 거예요."
"네..."

"그래요. 일이 이렇게 된 것을 이제 와서 어떻게 되돌릴 수 있겠어요.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했지만, 아이를 낳아주지 못하는 병신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이제는 저도 더 이상 울지 않으려고 해요."
"..."

"아가씨... 부탁해요. 부디 아들을 낳아줘요.
어차피 이렇게 되었다면 아가씨의 도움이 필요해요.
기왕이면... 아들을 낳아줘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혜영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선글라스 밑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슴이 아파 왔다.
이천댁에 가져온 음료수에 손가락하나 대지 않은 그녀가 말을 마치고 도망치듯
아파트를 빠져나간 후에도 가슴 한끝이 저며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돌아가고 해가 지기 시작하자 이천댁에 혜영을 부축이기 시작했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닦달은 계속 됐다.
이제 곧 남자가 찾아 올 테니 준비를 시키려는 것이었다.

"아가씨, 우리 서방님은 아주 참한 젊은이여.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몸단장 잘 하고 기다려요.
이제 곧 오실 참이여."

반 강제로 등떠밀리다시피 하며 샤워를 마치고 곱게 화장까지 한 뒤 신혼 여행에서
신부들이나 입을 법한 화려한 잠옷을 입고 침실로 향했다.
은은한 조명이 흐르는 침실에서 이제 곧 낯선 남자와 한 몸이 되어야만 했다.

닫혀진 방문 저쪽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예정된 시간이 훨씬 지나 있었고, 지쳐있던 혜영이 쏟아지는 졸음을 억지로 참고
있을 때였다.
두런거리는 말소리에 남자의 음성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분명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방문이 열리며 어둠 속으로 남자가 들어왔다.
팔을 뻗어 스탠드의 조명을 꺼버렸다.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각사각...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려오자 혜영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어둠이 눈에 익자 희미하게나마 옷을 벗은 남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혜영이 침대의 한쪽으로 몸을 비끼자 남자가 이불을 들며 그녀의 옆으로 들어왔다.

남자에게서 어렴풋이 애프터쉐이브의 향이 전해졌다.
혜영도 익히 알고 있는 낯익은 향이었다.
그 향기에 심장 끝이 옥죄어오는 것처럼 아파 왔다.
꼭꼭 숨겨두었던 오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남자가 혜영을 바라보며 모로 누였다.
그는 한 쪽 팔로 혜영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혜영의 몸에 닿은 남자의 허벅지가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남자가 혜영의 잠옷을 끌어올리며 팬티로 손을 뻗었다.
작은 천 조각이 힘없이 뜯겨져 나가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새로 남자의 손이 비집고 들어왔다.

[47]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03. 동전 만한 크기의 핏자국

혜영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남자의 윤곽을 마주하며 그의 입술이 매우 촉촉하다는
것에 신경이 곤두섰다.
그의 입술이 혜영의 이마에 닿을락 말락 아슬아슬한 위치에 있었다.
혜영의 틈새로 손을 집어넣은 남자는 천천히 그곳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몸을
포개어 왔다.

그는, 키스를 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짙은 페팅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그의 손은 그녀에게 지나치게 몸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을 떠받치는 것으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건조한 섹스...
혜영은 머릿속으로 자신의 처지를 한심스럽고 서글프게 생각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이제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남자는 혜영의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페니스를 계곡 사이로 밀어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충분한 전희로 들뜬 여체에 있어야할 애액이 무미건조한 기계적인 섹스를 진행하는
혜영에게 샘솟아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이 남자는 그녀의 몸에 아무런 신호조차 보내주지 않았다.
오직 그의 탄탄한 기둥만을 몸 속에 밀어 넣기 위해 애를 쓸 뿐이었다.

"아... 아파요..."

견디다 못한 혜영은 남자에게 아픔을 호소했다.
그러나 남자는 혜영의 아픔을 무시하고 있었다.
아랫도리가 거꾸로 뒤집히는 듯한 통증이 그녀를 더욱 두렵게 했다.
남자가 손을 그녀의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그녀의 혀를 잡아 뜯을 듯이 어루만지며 타액을 적시고는 자신의 페니스에
액체를 묻혔다.

타액으로 젖은 페니스는 좀전보다 부드럽게 움직였다.
최소한 아랫도리가 거꾸로 뒤집히는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아악!@#"

투둑... 천조각이 뜯겨나가는 소리가 몸 속에서 들려왔다.
남자의 페니스가 혜영의 순결의 상징인 처녀막을 뜯어내고 몸 속으로 침입했던
것이다.

"어...? 이, 이건..."

혜영의 몸 속에 자신의 기둥을 꽂은 채 어이없다는 듯 사내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삽입 할 때의 느낌이 다른 여자들 과는 달랐다는 것을 그도 눈치 챈 것이다.
지금 그는 한 여자의 순결을 소유했음을 깨달았다.

"뭐, 뭐지?"
"..."

울컥 눈물이 솟았다.
혜영은 솟구치는 눈물을 삼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남자가 깊은 한 숨을 내 뱉고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보다는 부드러운 동작이었다.

남자의 움직임은 그리 오랜 시간을 끌지 않았다.
첫 경험이니만큼 아무런 쾌감을 느낄 수 없는 혜영의 몸 위에서 그가 피스톤
운동을 했을 뿐이고, 그녀는 오직 자신의 몸을 제공만 했을 뿐, 남자 혼자만의
섹스였다.
남자의 엉덩이가 점점 빨라지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몸을 뒤틀며 동작을
멈추었다.

남자의 페니스가 들어차 있는 혜영의 계곡 사이에서 축축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남자는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며 힘없이 옆에 누웠고 혜영은 잘 다듬어진
목각인형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뻐근한 통증이 아랫도리에서부터 아랫배까지 퍼지는 것만 같았다.

"처음이었소?"
"네..."

남자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며 혜영은 나지막이 대답했다.
분명 그를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도 그녀도 서로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고 현재로서는 얼굴조차 알 수 없었다.

남자가 스탠드 조명을 켠 것은 바로 그때였다.
혜영은 갑작스러운 불빛에 놀라 몸을 움츠리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아가씨... 나와봐요."

혜영이 꼼짝하지 않자 그는 이불을 재빨리 낚아챘다.
얇은 이불이 침대 밑으로 떨어졌고, 엉망이 되어 구겨진 혜영의 잠옷 밑으로 뽀얀
두 개의 다리가 드러났다.
남자는 그녀의 엉덩이 부분의 시트에 동전 만한 크기로 번져 있는 핏자국을
보았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혜영을 일으켰다.

"아, 아니! 혜... 혜영아!"

그도 혜영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 보았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혜영의 순결을 빼앗은 바로 그 남자가 바로 첫 사랑의 상대였던 민기 선배였던
것이다.

"오빠... 오빠가 여길 어떻게..."

그제서야 남자의 얼굴을 알아본 혜영은 드러난 자신의 아랫도리가 겸연쩍어 잠옷을
끌어 내렸다. 그와 헤어진지 5년만의 일이었다.

*

"그와 나는 교내에서도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었어요.
여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오빠는 학생회장이었고... 오빠는 내가
신입생일 때부터 아껴주었죠."
"그런데 왜..."

"왜 헤어졌냐구요? 후후...
제 팔자 탓이죠.
혈육 없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겨진 고아 여자가 장안의 유명한 재벌 외아들과
이루어질 수 있겠어요?
모두 제 운명 탓이죠.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부모님 얼굴조차 만나볼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어요.
완고했던 그의 어머님이 저를 만나보는 것조차 마다하셨거든요. 후후...
그 탓에 우린 다시 만나게 된 거였죠.
만약 그때 그의 어머님이 나를 만났었더라면 그런 불행한 일을 스스로 만들지
않았겠죠.
제 얼굴을 알아봤을 테니까요."

자조 섞인 웃음이 흐르는 그녀의 얼굴이 담배 연기에 가려졌다.
담배를 피우는 여자들이 나름대로 갖는 이유는 분명 칙칙한 외로움과 한숨을
달래기 위함일 것이다.

"정말... 우연치고는 지독했네요."
"네. 그랬죠.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강제로 헤어진 후 난 많은 고생을 했어요.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손자를 안겨줄 대리모를 구하는 조건에 여자가 고아여야 한다는 것이 있었어요.
그래야만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었죠."

비록 고스트 라이터(GHOST_WRITER)이긴 하지만 소설을 쓰는 나로써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어린 유림이의 눈물이 그녀의 얼굴과 겹쳐지며 심장을 파고들었다.

[48]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04. 혜영의 다리 사이로

짧은 담배 한 개피가 볼품없이 구겨져 재떨이에 담겨지는 시간이 다른 때보다도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필터 가까이 까지 타 들어가는 동안 길고도 지루하게 이어지는 침묵속에서 지탱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한번도... 오빠를 미워한 적이 없었다면 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거,
아시죠?
전 그렇게 속이 넓은 여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드러내놓고 그런 감정을 표시하지는 않았어요.
내 처지가 그랬으니 그쪽 집안에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납득했을
뿐이에요.
내 자신을 원망하고 받아들이는 쪽이 훨씬 빠르고 간단했어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빠를 그렇게 다시 만난 것은 정말이지 신의 장난이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모습으로 그런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겠어요."

혜영은 쓰디쓴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가로 저으며 무릎 위에 다소곳이
모아놓은 손을 만지작거렸다.

*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민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혜영의 얼굴을 재차 바라보았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확인해도 5년 전에 헤어진 혜영의 모습이 분명했다.

혜영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옷깃을 여미며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민기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소리없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민기가 혜영을 끌어안았다.

"아... 미안해, 혜영아. 정말...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 되뇌는 민기의 말에 혜영은 가슴에 안긴 채로 눈을 감았다.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그녀로써는 단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순결을 빼앗은 것을 미안하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 해야만 했던 과거의 일을 미안하다고 하는 것인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차라리 오늘 네가 이곳에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몰라.
그래... 분명해. 정말 다행이야.
이런... 바보 같은, 너인줄 알았다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예의 없이 행동하지
않았을 거야. 아..."

민기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혜영의 귓가에 속삭였다.
와락 끌어안은 민기의 팔 안에서 혜영의 가슴이 점차 빨라졌다.
안도감과 반가움이 적절히 교차되어 자신 또한 민기처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혜영아... 아무에게도 알리지마. 알았지?
내가 전부 알아서 할게.
그러니까 넌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어.
오빠가 알아서 할게."

혜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민기는 그녀의 이마에 다소곳이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이마에 잠시 머물렀던 입술이 그녀의 눈가를 맴돌며 그렁그렁 고여있던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울지마... 이제 안심해도 돼!
바보... 나와 헤어지고 나서 다른 남자에게 가지 않았었구나...
바보... 이 바보..."

민기는 울고 있는 혜영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열었다.
축축한 혀로 그녀의 입술을 핥는 동안 어둠이 내린 교정에서 그녀와 키스를 나누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아... 혜영아... 이젠 내 여자야.
다시는 너를 놓치지 않을 거야. 오빠를 믿어... 응?"
"..."

민기는 혜영의 마음을 재차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를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으며,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신이 자신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내린 것이라 생각했다.

혜영의 어깨를 끌어안은 민기의 호흡이 뜨거워졌다.
그는 혜영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새삼 몸이 달아오름을 느끼고 있었다.
5년 전에 헤어진 여자가 자신 하나만을 바라보며 여태껏 순결을 지켜온 것이
너무도 가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민기는 혜영의 귓불을 입에 물고 혀로 핥으며 뜨겁게 키스했다.
혜영은 그의 혀가 목선을 따라 움직이자, 난생 처음 남자의 입술 아래 자신의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리는 것만 같았다.

"아... 아아... 오, 오빠아..."
"참아, 혜영아.
아까는 너인지 모르고 함부로 대했지만, 이제 이 오빠가 널 즐겁게 해줄게.
참아... 널 사랑해주고 싶어."

민기의 입술이 혜영의 입술에 포개어졌다.
입술을 비집고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민기의 혀를 혜영이 달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담배 냄새가 언뜻 베어 있는 민기의 혀가 혜영의 가슴에 불을 당기는 것만 같았다.

민기는 혜영을 침대에 살며시 눕히고는 그녀의 턱과 목선을 따라 입을 맞추었다.
혜영의 몸은 민기의 혀가 움직일 때마다 작고 여린 짐승처럼 떨려왔다.
난생 처음 남자의 입술이 자신의 몸을 점령하고 있어 그 떨림과 긴장은 숨을
멈춰야 할만큼 짜릿한 것이었다.

수줍은 혜영이 민기가 자신의 아랫도리로 손을 넣어 무성한 음모를 쓰다듬자
다리를 오므렸다.

"무서워하지마... 아까처럼 아프지 않을 거야.
마음 편히 가져. 아프지 않아..."

민기는 두려움에 떨며 송아지처럼 커진 눈을 하고 있는 혜영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하고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몸을 움직였다.
그의 눈앞에 탐스럽고도 신비스러운 계곡이 펼쳐졌고 남자의 손길이 한번도 거치지
않은 그곳은 오랜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은밀하기만 했다.

"아..."

민기가 두 손으로 혜영의 꽃잎을 펼치며 입술을 들이대자 혜영은 부끄러움과
짜릿함에 놀라며 짧게 신음했다.
민기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즐거워하며 혀끝으로 꽃잎 속의 비너스를 간질였다.
그녀는 몸을 뒤틀며 야릇한 쾌감에 당황하고 있었다.

혜영의 꽃잎 사이에서 단술처럼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한 민기는 그녀의
가슴을 한 움큼 입안에 물고 강한 흡입력으로 빨아 당기며 자신의 아랫도리를 계곡
사이에 정확하게 맞추었다.

아무런 페팅 없이 그녀의 계곡을 무너뜨렸던 첫 관계 때와는 달리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의 페니스는 계곡 사이의 동굴로 미끄러지듯 들어갔고,
혜영이 아프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쓰며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 아으으으... 오, 오빠아..."
"혜영아... 헉헉... 헉헉헉... 어, 어때...? 좋으니...? 아프지 않지? 응...?
헉헉헉..."

거친 숨소리가 혜영의 귓불을 간질였다.
부끄러움에 그와 행여라도 시선이 마주칠세라 눈을 감고 있는 혜영은 마치 구름
위로 떠오르는 것만 같은 현기증을 느꼈다.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민기의 몸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편안했다.

[49]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05. 일억팔천만원짜리 섹스

그때의 일을 회상하는 혜영의 얼굴이 수줍게 붉어졌다.
별로 새삼스러울 것이 없을텐데도 불구하고 얼굴까지 붉히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때묻지 않은 사람인지 알도록 해주었다.

"제가 너무 주책이죠? 그런 이야기까지 하고..."
"아뇨. 그렇지 않아요.
사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서른이 넘어간 나이에 순수함을 갖고 있기란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혜영씨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아직도 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계신 것 같아요.
보기 좋아요."

그녀가 내 말뜻을 이해했을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빙긋이 웃는 표정으로 보아 적어도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그렇게 봐주셔서.
아이까지 있는 아줌마가 순수하면 얼마나 순수하겠어요. 괜히 부끄럽네요."

그녀의 웃음이 싱그럽다는 생각을 한다.
길을 가다 언제 어느 곳에서 마주친다 해도 결코 아이가 있는 엄마라고는 보이지
않을 그녀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재삼 재사 확인하는 나의 마음이 어쩐지
뿌듯해져왔다.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대리모를 어쩌다 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녀가 잠시 고개를 떨구며 쓸쓸하게 웃었다.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어차피 그녀의 이야기를 쓰려면 필요한
질문이었기에 찜찜함을 털어 버려야만 했다.

"생활이... 너무 곤경스러웠어요.
학교는 어떻게든 마쳐야 하겠는데 곰팡이 냄새 퀴퀴하게 나는 골방에서 비오는
날이면 비가 새고... 여름이면 온통 찜통인 그 방의 사글세조차 내기 힘들었죠.
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어요.
시간당 천오백원짜리 해봐야 간신히 입에 풀칠하기도 바빴고...
학비까지 충당하기에는..."

갑작스레 찾아드는 육중한 무게의 암담함에 그녀가 겪은 많은 고생과 역경이 나의
것이 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마음이 통하게
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그녀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의 경우에도 결코 만만치 않은
역경들이 있었기에 그녀의 과거가 나의 그것과 오버랩 되는 것만 같았다.

"낮에는 커피 전문점에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하루에 서너 시간
잠을 자는 것이 고작이었어요.
그러다 몸살을 앓았죠.
비가 왔어요.
커다란 바위로 짓눌린 것처럼 꼼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천장에서는 비가 새고...
눈물이 나더군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입술을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비가
새는 곳에 세숫대야를 받쳐 놓았죠.
그리고는 새는 빗줄기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

"그리고 다음 날...
옆집에서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 낡은 텔레비전을 켰는데...
무슨 시사 프로그램에서 대리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어요.
그것을 보고는 물에 빠진 사람이 나무토막이라도 잡은 것처럼, 바로 이거다...
하며 대리모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는 며칠 동안 앓아 누운 탓에 수척해진 몸을 되살리기 위해 밥을 먹고
고기를 먹고... 후후, 용돈을 모두 털었죠.
일단 대리모가 되려면 건강해야 할 것 같더군요.
몸이 건강해지고 얼굴 색이 좋아 졌을 때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의 화장실들을
뒤졌어요."
"아... 그곳에서 대리모에 대한 광고를..."

"네. 그랬어요.
하지만 광고를 보고 찾아가진 못했어요.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니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병원 로비에서 어슬렁거리다 화장실을 들어가고 또 나와서 어슬렁거리며
안절부절하며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중년 부인이 찾아 왔어요.

그 아줌마가 바로 이천댁이었어요.
그 아줌마는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눈치채고 있었어요.
슬쩍 말을 걸어오며 돈이 필요하냐고 묻더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줌마가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기에
따라갔어요.

차를 마시면서 아줌마도 좀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꺼내더군요.
그 아줌마로써도 그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주인이 큰돈을 주겠다며 시키기는
했지만 자신이 한심스러웠다고 나중에 이야기 하더라구요. 후후..."

"그래서 결국 그 아줌마와 이야기를 하고 대리모가 되었던 거군요.
우연치고는 너무 극적이라서... 마치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연기하는 배우들
같아요.
혜영씨의 이야기가 우연이 난무하는 소설 같거든요.
미안해요. 이렇게 말해서..."
"아뇨.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이렇게 소설로 만들게 된거 아니겠어요?"

나는 혜영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영은 문득 내 앞에 놓여진 음료수 잔이 비워져 있는 것을 보고는 냉장고에서
또 다른 음료수를 꺼내왔다.
우유였다.

"차갑지만... 다른 음료수보다 우유가 좋을 거예요. 드세요."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그녀의 마음 씀씀이에 작은 감동으로 훈훈해짐을 느꼈다.
혜영은 다소곳했고 흠잡을 데 없는 참한 맏며느리 감이었다.
나는 민기라는 남자의 어머니가 훌륭한 며느리를 놓쳤음을 알았다.

"대리모가 되기 위해 일단 그의 어머니를 만나 일종의 면접을 봤죠.
내가 그래도 못생기지는 않았나 봐요. 후후...
그 자리에서 만족스러워하시며 내 성격이 좋아 보이고 선해 보인데요.
그리고 고아라는 사실에 무척 흡족해하고 있었어요.
남자 경험이 없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되었죠.

물론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도요.
남자가 있다면 당연히 성경험이 있을 테고...
그쪽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거에요.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아이를 낳아놓고 그 사실을 들통낸다며 협박하는 사람들..."
"...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판단한 그 사람들은 서울 외곽에 좀 싸다싶은 아파트를
얻었어요.
그리고 아들을 낳아주면 아파트의 명의는 나의 것이 된다고 하더군요.
만약 딸을 낳으면 삼천만원이었지만... 후후."

인간에게 가격이 있다면, 만약 나는 얼마 짜리 일까?
그 사람들의 논리라면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삼천만원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아들은 일억 오천만원에 현금 삼천만원을 얹어 도합 일억팔천만원이 되는
것인가?
참으로 비인간적인 논리였다.

"우습죠?
미연씨가 보기에도 아들과 딸이라는 존재가 그 렇게 가격으로 매겨진다는 것이
우습지 않아요?
결국 난 일 억팔천만원이 걸려 있는 섹스를 한 거예요.
그 금액에 내 순결을 팔았다고 하는 편이, 자식을 팔아 넘겼다는 말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게 자위하며 살고 있어요"
"그, 그럼... 유림이는? 유림이는 어찌된 거죠? 그 사람의 딸이 아니었던가요?"

놀란 나의 질문에 혜영은 다시 한번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유림인 삼천만원짜리... 후후. 그래요 그 사람의 아이죠.
그리고 이 집은 아들을 낳아준 대가로 받은 바로 그 아파트 예요."

소설이라는 것을 쓰면서 극적인 반전과 사건을 개입시키는 나로써도 도저히 쉽게
정리되지 않는 그녀의 말에 둔기로 얻어맞은 듯한 현기증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들과 딸을 모두 낳았다는 것인가?

"유림이와 유진이... 두 아이는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어요."

[50]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06. 쾌락의 문을 여는 두 번째 섹스

더 이상의 고통은 없었다.
혜영의 몸 속으로 깊숙이 들어 간 민기의 굵은 기둥은 그녀가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성경험이 없는 그녀에게 쾌락의 묘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 하고 있었다.

혜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을 허락한 남자가 우연의 일치로 자신이 사랑했던
민기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다.

"어때?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면?"
"아프지는 않아요."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고?"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뭐랄까, 야릇한 기분...
간지럽기도 하고... 쑥스러우면서도 짜릿하기도 하고... 이상해요."

"그래... 그럴 거야. 이제 좀 더 빨리 움직일게. 아프지 않을 거야. 응?"

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혹시 아플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입술을 깨물며 민기의 등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민기는 그녀의 몸 속에 넣은 자신의 페니스를 좀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녀의 몸밖으로 그것을 꺼내고는 부드럽게 밀어 넣기를 몇 번인가
반복하고는 그녀가 미리 짐작하지 못하고 안심할 때쯤 갑작스레 거칠게 밀어
넣었다.

"헉~!!@# 오... 오빠아... 아아..."

혜영은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민기의 페니스가 자신의 질 벽 어딘가를 스치며 아찔한 쾌감을 느끼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아하아... 혜영아... 아아... 어, 어때?"
"모, 몰라요... 아아... 조,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좋았어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아..."

민기는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어 귓불을 혀로 핥았다.
그러는 도중에도 그의 허리는 피스톤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훅... 뜨거운 숨결이 혜영의 귓가에 밀려왔다.
흥분한 민기의 숨결이 거칠게 토해지며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헉헉... 아아... 혜영아... 아... 사랑해... 아아..."
"오빠... 저두요..."

사랑한다는 말에 혜영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코끝이 시큰 해져왔다.
그 동안 참아왔던 그리움들이 한꺼번에 밀물처럼 솟구쳤다.
혜영은 민기의 목을 끌어안으며 낮게 흐느꼈다.

"헉헉... 으으... 보고 싶었어... 아... 사랑해..."

거친 숨을 토해내며 민기의 몸이 혜영의 몸 위에서 끊임없이 파도쳤다.
혜영은 서서히 섹스의 환희에 눈을 뜨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합되어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랍기만 했다.

살과 살이 맞닿아 전해주는 야릇한 쾌감과 남자의 그것이 몸 속에서 요동칠 때의
흥분과 자극, 또한 민기의 입술과 혀가 자신의 꽃잎을 열어 정신이 아득해질 때의
그 느낌들이 자신의 욕망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을 알았다.

"혜영아... 어때? 절정에 다다를 것 같으면 말해 줘...헉헉...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응? 헉헉..."

혜영은 쾌락의 고통 속에서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문 채 고개만
끄덕였다.
혜영은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자신이 원하는 그곳에 도착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안타까움에 목이 마를 정도로 오르가즘의 고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애초부터 첫 섹스에서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 절정의 환희에 빠져들기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민기의 온 몸에 땀방울이 맺혔고 안타깝게 신음하는 혜영의 몸 위로 흘러 내렸다.
혜영은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 땀을 씻겨 주며 그의 사랑이 오르가즘보다 더 큰
행복과 환희로 자신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알았다.

"으으윽! 더, 더 이상은... 아... 아아... 모, 못참겠...어! 아아... 아으으..."

민기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듯 하더니 이내 혜영의 몸 위로 풀썩 쓰러졌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그의 심장이 고동치고 있었다.
혜영은 거친 호흡을 고르며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사랑해, 혜영아..."

꿈결처럼 그의 목소리가 또 다시 귓전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는 혜영의 몸 위에서 내려와 소중한 보물을 껴안듯 품에 안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붉게 물든 혜영의 모습이 그녀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잠시 질문을 멈추고 시간을 두어 그녀가 그 행복감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그에게 의지할 수 있었고, 그를 믿을 수 있었으니까요.
모든 고통이나 아픔이 끝났다고 생각했죠."

먼저 입을 연 것은 혜영이었다.
그녀는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를 거두며 또 다시 칙칙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럼... 그 남자 분이 마음이 변하셨던 건가요?"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의 관계를 숨기며 자유롭게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다행스럽게 그와 나의 첫 관계에서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것으로써 두 번째 만남을 약속할 수 있었죠.
관계가 있고 나서 몇 일 후 임신 진단 시약으로 테스트를 받았어요.
만약 임신반응이 나타나면 그가 다시 찾아올 일이 없었던 거죠."

"아... 그렇군요."
"그의 어머니나 부인의 입장에서는 임신 된 이후에 그 사람을 보낼 필요가 없는
거였죠.
임신이 될 때까지만 사랑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묵시해준 거였어요.
그래서 우린 작전을 자야만 했어요.
임신이 되지 않도록."

"그럼 피임을?"
"네. 하지만 내가 피임을 할 수는 없었어요.
이천댁 아줌마가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불가능했어요.
내가 먹는 음식, 듣는 음악 모든 것들을 그 아줌마가 체크하고 감시했으니까요.
외부로 전화 통화하는 것까지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어요."

"그럼 결국 콘돔을 사용하셨겠군요."

나의 말에 그녀가 흐리게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다.
모든 것이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듯한 그녀의 웃음에 못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는 정관수술을 받으려 했어요.
하지만 제가 말렸죠.
그는 나에게 올 때마다 콘돔을 사왔어요."

피임. 그들의 만남이 지속되려면 어쨌든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야만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피임을 했다면 유림이와 유진이라는 이란성 쌍둥이가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다는 것일까.
만약 의도적인 임신이었다면 그와 그녀는 이별을 각오 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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