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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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神秘한 洞窟
얼마나 잤을까?
문득,
「어엇!」
이검한은 자신의 몸이 급격히 하강함을 느끼고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여....... 여기는......!」
정신을 차리며 급히 몸을 일으키는 이검한,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저녁 무렵,
어느 덧 시간은 흘러 황혼녘이었다.
주위의 하늘은 온통 핏빛노을로 선명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짙은 홍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통 홍일색(紅一色)으로 타오르는 하늘!
아!
손으로 만져질 듯 가깝게 보이는 하늘의 일몰(日沒)은 실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온통 짙붉은 비단휘장으로 뒤덮여 있는 듯한 하늘,
그것은 가히 환상적인 일대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한데,
이검한은 그 화려한 장관에 마음을 빼앗길 여유가 없었다.
보라!
사막(沙漠)!
사방을 둘러봐도 주위는 온통 바다같이 막막한 일망무제의 사막이 아닌가?
「신...... 신강(新講)까지 왔구나!」
이검한은 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는 한눈에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차렸다.
──── 신강(新彊)!
그렇다.
이곳은 저 천산(天山)과 곤륜산맥이 자리한 대분지 신강(新彊)인 것이다.
동서 일만이천여 리,
남북으로 육천여 리에 이르는 거대한 탑리목대분지(塔里木大盆地)!
놀랍게도 철익신응은 그 신강으로 이검한을 태우고 날아온 것이었다.
세상에 알려지기로 신강은 온통 사막과 습지로 뒤덮인 볼모지라 했다.
하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신강의 탑리목대분지 곳곳에는 낙원같은 오아시스 지대와 호수를 낀 비옥한 곡창지대가 산재해 있었다.
그 때문에,
고래로 신강 일대에는 수많은 소국가들이 흥망을 거듭해왔다.
특히,
한왕조 이래 신강은 서역(西域)과의 교역 통로인 비단길로서 대번영을 구가한적도 있었다.
물론 신강의 곳곳에는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지독한 험지(險地)도 존재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유사지대(流砂地帶)!
맹독을 지닌 독충들이 우글거리는 대습지,
그리고,
원시 이래로 인간의 손길을 거부해온 대원시림 등등.......
천국(天國)과 지옥(地獄)이 공존하는 곳......
가히 인간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환경이 집약된 곳이 바로 신강이었다.
이검한은 발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광활한 사막을 내려다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 내가 신강에 오다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탄성을 발했다.
그와 함께,
그의 가슴은 알 수 없는 흥분으로 세차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고대사(古代史)에도 정통한 이검한,
그의 뇌리로 순식간으로 비단길을 의지하여 흥망해간 전설적인 왕국들의 고사(古事)가 그림처럼 스쳐갔다.
비극적인 종말을 고한 누란(樓蘭) 왕국과 신강 역사상 최고의 미녀였다는 누란왕후(樓蘭王后)의 전설........
누란왕후(樓蘭王后) ──── !
그녀는 그 뛰어난 미모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과 왕국을 잃었고 끝내는 여러 사내들의 품을 전전하다가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고 전한다.
그 외에도,
서역 사상 최강의 제국을 이루었던 서하(西夏) 제국의 수도였던 흑수부(黑水部)!
북원(北元)의 후손인 달단 왕부의 전설......
그 전설과 신비의 이역이 바로 이검한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알 수 없는 벅찬 격동에 휩싸인 이검한,
그가 흥분에 몸을 떨고 있을 때였다.
구우 ──── !
철익신응은 웅혼한 울음을 토하며 급격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저것은......!」
이검한은 갑자기 눈 앞으로 확 다가드는 지면을 바라보며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돌연 그의 눈 앞으로 확 다가서는 천야만야한 절벽!
동서로 이어진 그 거대한 절벽은 아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지반의 남쪽이 어떤 이유로 침몰하여 이루어진 절벽!
그 모습은 마치 수많은 창을 꽂아 놓은 듯이 보였다.
가히 일대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는 장엄한 광경!
문득,
「대...... 대과벽(大戈壁)이다!」
이검한의 입에서 격동에 찬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 대과벽(大戈壁)!
그렇다.
갑자기 이검한의 앞에 나타난 천길단애는 대과벽이었다.
거대한 대과벽은 온통 저녁노을로 짙게 물들어 마치 피를 칠한 듯 시뻘겋게 보였다.
이검한의 가슴은 세차게 뛰놀았다.
「글로만 잃었던 대과벽에 실제로 오게 되다니......!」
그는 흥분된 표정으로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하고도 장엄한 대과벽을 바라보았다.
그때,
화아......!
이검한을 태운 철익신응은 대과벽의 아랫쪽을 향해 돌진해갔다.
「......!」
이검한은 흠칫했다.
그의 눈,
거대한 대과벽 사이로 갈라진 틈바구니가 보였다.
(신응이 나를 데려온 목적지가 바로 저기인 모양이군!)
과연,
철익신응은 대과벽 사이의 틈바구니를 향해 날아들었다.
틈바구니,
그것은 뜻밖에도 하나의 동굴이었다.
동굴은 너무 은밀하여 허공에서 보지 않으면 전혀 그런 동굴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다시 말해,
새를 타고 살펴보기 전에는 발견할 수 없는 지극히 은밀한 동굴이었다.
화락!
이검한을 태운 철익신응은 동굴 안으로 날아갔다.
동굴 안은 의외로 넓었다.
「여기에 무엇이 있다는 거지?」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철익신응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때,
구우......!
철익신응의 눈가로 눈물이 번지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이검한은 흠칫했다.
(저 안쪽에 신응과 관련있는 무엇인가가 있단 말인가?)
그는 검미를 모으며 동굴 안쪽을 주시했다.
하나,
주위가 워낙 어두워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가 없었다.
그때,
구우......!
철익신응이 낮게 울며 부리로 이검한의 등을 밀었다.
「알았어, 들어가 볼게!」
이검한은 철익신응의 뜻을 알고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구우.......!
철익신응은 동굴 안으로 사라져가는 이검한의 뒷모습을 보며 만감이 서린 울음소리를 발했다.
얼마나 걸어들어 갔을까?
이검한은 흠칫하며 멈추어섰다.
「이런 곳에 석문(石門)이 있다니......!」
입구로부터 백여 장 정도 전진해 들어온 이검한,
돌연 그의 앞을 하나의 육중한 석문이 가로막아 섰다.
검푸른 청강석(靑剛石)을 깎아 만든 석문,
그 석문 위에는 아주 괴이하고도 난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이검한은 두 눈을 빛냈다.
(저것은...... 과두문이다!)
석문 위에 적혀있는 난해한 문양,
그것은 갑골문자 이전에 쓰였던 상형문자인 과두문이었던 것이다.
<현음동천(玄陰洞天).>
글의 내용은 그러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고전체의 글이 또 몇자 적혀 있었다.
일견하기에 그 글은 현음동천(玄陰洞天)이란 글이 쓰인 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첨가된 것인 듯했다.
고전체로 적힌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 이곳은 사천왕(四天王)의 영지로다. 난입자에게는 구족지멸의 강벌이 있으리라!
이검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천왕(四天王)? 천지의 사방에서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대천왕(四大天王)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두 손을 석문에 대고 밀어보았다.
그러자,
그긍......!
의외로 쉽게 석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석문에 적힌 저주가 마음에 걸렸으나 이검한의 마음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것을 짓눌러 버렸다.
한데,
「헉......!」
막 석문을 열고 들어가던 이검한은 질겁했다.
「시......시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발하며 뒤로 비칠 물러났다.
시체,
그렇다.
석문의 안쪽에는 한 구의 시체가 이검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체는 마치 필사적으로 석문을 향해 기어오는 듯한 자세로 죽어 있었다.
깡마른 체격,
그리고,
그 위에 천 년 전에나 유행했음직한 고풍스런 전포를 걸치고 있었다.
엎드린 자세로 죽어있는 그자의 왼손,
한 자루 장도(長刀)가 굳게 움켜쥐어져 있었다.
장도의 길이는 네자 정도,
좁고 긴 도신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시퍼런 섬광을 흘리고 있었다.
한 눈에 그 장도는 금석을 흙베듯하는 신병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검한은 한참 만에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 사람은 누군데 이런 곳에 죽어 있단 말인가?」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시체의 앞으로 다가갔다.
(혹시...... 이 사람은 석문에 쓰여있는 사천왕(四天王)의 한 사람이 아닐까?)
그는 검미를 모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시체의 왼손에 움켜쥐어진 보도를 빼내려 했다.
순간,
퍼──── 억!
우두둑!
갑자기 흑의인의 전신골격이 토막토막 부서져 내렸다.
「아차!」
이검한은 질겁하며 물러났다.
하나,
이미 늦은 후였다.
「쯧, 부주의로 고인의 유체를 훼손시키다니.......!」
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어,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 파천황(破天荒)!
설화석고로 만들어진 칼의 손잡이에는 그같은 글이 음각되어 있었다.
「마도(魔刀) 파천황(破天荒)이라! 섬뜩한 이름을 지닌 놈인데......!」
이검한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놀랍게도 그 보도를 쥐고 있자니 절로 불끈불끈 파괴본능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마물(魔物)이다! 살기를 부추기다니......!)
이검한은 안면을 찡그리며 마도 파천황을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이어,
그는 흑의인의 신원을 밝힐만한 단서가 없을까 해서 시체를 뒤져보았다.
이내 그는 시체에서 두 가지를 찾아냈다.
처음 그가 찾아낸 것은 한권의 얇은 책자였다.
<파천도보(破天刀譜).>
비급의 표지에는 그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한 가지의 심법(心法)과 삼식(三式)의 도법(刀法)이 기록되어 있었다.
──── 파천황심결(破天荒心訣)!
──── 파천삼식(破天三式)!
파천황심결(破天荒心訣)────!
그것은 일신의 전내공을 응축시켰다가 한순간에 토해내는 내공심법이었다.
지극히 편협하고도 신랄한 심법,
파천황심결을 운용하면 자기보다 두 배 강한 내공을 지닌 고수와도 싸울 수 있다.
다만,
일순간에 내공을 토해낸 뒤에는 완전히 탈진해버려 운신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다시 말해,
일거에 적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그 자신이 적의 독수에 견디지 못하게되는 것이었다.
파천삼식(破天三式)────!
지극히 실전적인 삼초(三招)의 도법,
수비란 없고 오로지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공격적인 도법이 그것이었다.
이검한은 냉약빙에게 여러 가지의 심오한 무공을 전수받았다.
하나,
이 파천삼식(破天三式)만큼 신랄하고 패도적인 무공은 듣보 보도 못했다.
이검한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절로 혀를 내둘렀다.
「끔찍하군. 만일 이 도법이 실제로 존재했던 무공이라면 이 시체의 주인은 아마 고금을 통틀어 열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일 것이다!」
이어,
그는 시선을 바닥으로 돌렸다.
파천도보(破天刀譜)에 이어 이검한이 발견한 것은 바닥을 긁어 새겨놓은 글씨였다.
그것은 아마도 마도(魔刀) 파천황(破天荒)의 주인이 죽기전에 사력을 다해 기록한 것인 듯했다.
<마...... 녀(魔女), 모두가 그 계집의...... 어리석게도 우리 사천왕(四天王)은 그 계집에게 모든 양정(陽精)을 갈취당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머지않아 천년내공을 지닌 마녀가...... 세상은 끝장......>
어렵게 판독한 글의 내용은 그러했다.
이검한은 앞 뒤 연결조차 불분명한 그 글을 내려다보며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무슨 소리지? 양정(陽精)을 갈취당하다니......? 또 어떻게 인간이 천년내공(千年內功)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이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동굴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간,
──── 가지마라! 천년마녀(千年魔女)가 깨어난다......!
마도 파천황의 주인의 혼령이 이검한의 발길을 저지하며 휘감는 듯 했다.
하나,
이검한의 왕성한 호기심은 그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얼마나 걸어 들어갔을까?
이검한은 비로소 멈추어 섰다.
「대...... 대단하다!」
그는 전면을 주시하며 경악의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그의 앞,
하나의 널찍한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한데,
동굴의 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광장 안은 대낮처럼 환하게 밝았다.
그 이유는 광장의 곳곳에 박혀 있는 야명주 때문이었다.
아!
실로 놀라웠다.
드넓은 지하광장.
그 전체는 마치 하나의 대전처럼 꾸며져 있지 않은가?
그곳에는 갖가지의 화려한 가재도구들이 완비되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가재도구들의 태반이 휘황하게 번쩍이는 금은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가히 황궁보고(皇宮寶庫)와도 같은 극치의 화려함,
그것은 보는 이의 입을 절로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하나,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이 화려한 지하대전은 온통 난장판이 되어있지 않은가?
마치 이곳에서 한바탕 격전이 치뤄진 듯한 모습이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가재도구들과 실내 장식품들,
그것의 대부분은 강력한 힘에 의해 부서지고 으깨어져 있었다.
이검한은 검미를 모으며 지하대전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그의 두 눈이 번뜩 빛을 발했다.
(시체가 있네!)
그는 난장판으로 변해 있는 대전 한쪽에서 두 구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었다.
한 구의 시체는 지하대전의 가운데 자리한 연못에 반쯤 몸을 담근 채 죽어 있었다.
기이하게도 연못물에 잠긴 그 인물의 상체는 전혀 썩지 않은 모습이었다.
반면,
물 밖으로 드러나있는 그자의 하체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아마도 연못물은 희세의 영약인 듯했다.
시체의 옆,
그곳에는 한 개의 벽옥패가 떨어져 있었다.
<유사지존령(流砂至尊令)!>
벽옥패의 전면에는 그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글 옆에는 생생한 용(龍)의 문양이 새겨wu 있었다.
벽옥패의 후면,
한 가지 심오한 구결이 적혀 있었다.
<유사잠행심결(流砂潛行心訣).>
구결의 제목은 그러했다.
아!
놀랍게도 그것은 흐르는 모래, 즉 유사(流砂) 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는 심법이 아닌가?
한 번 빠지면 다시는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유사(流砂)였다.
그 죽음의 유사를 물처럼 헤집고 다닐 수 있는 비법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두 번째 시체,
그것은 지하대전의 끝에 있었다.
그곳에는 어디론가 통하는 하나의 철문(鐵門)이 우뚝 세워져 있었다.
그 철문은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듯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문의 전혀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그 철문이 한철(寒鐵)로 만들어져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시체는 그 한철의 문앞에 우뚝 버티어선 채 죽어 있었다.
일신에 늑대가죽의 피의를 걸친 거한,
자세히 보니 그 거한의 가슴에는 한자루 기형검(奇形劍)이 관통해 있었다.
검의 양날에 삐죽삐죽 가시가 돋힌 장검,
그것은 낭아검(狼牙劍)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검이었다.
낭아검(狼牙劍)은 피의괴인의 가슴을 관통한 채 한철문에 꽂혀 있었다.
한철로 주조된 철문을 꿰뚫은 것으로 보아 그 낭아검은 보통의 낭아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피의괴인은 스스로의 몸을 낭아검으로 찔러 철문에 고정시킨 듯했다.
마치 죽어서라도 철문을 지키겠다는 듯이,
피의괴인의 오른 손,
한 자루의 짧은 뿔피리가 움켜쥐어져 있었다.
이검한은 현기어린 눈을 빛내며 피의인을 주시했다.
(이 사람이 철익신응의 주인일지도 모른다.)
그의 시선은 피의인의 손에 들린 뿔피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그 뿔피리가 뭇 조류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신기임을 알아본 것이었다.
이검한은 미간을 모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분이 죽어서도 지키려 한 것이 무엇일까?)
그는 호기심어린 눈을 빛내며 철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시체 옆의 철문,
그 위에는 빽빽한 글이 적혀 있었다.
<걸음을 돌려라, 인연자여! 그대의 호기심이 자칫 팔황(八荒)을 피로 물들일 수도 있음이라.>
철문의 글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피의인이 죽기전에 새겨놓은 글이었다.
「......!」
이검한은 눈을 빛내며 계속 글을 읽어내려갔다.
────어리석게도 우리 사천왕(四天王)은 죽기 전에야 그 요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현음마모(玄陰魔母)의 유물로 우리를 이곳 현음동천(玄陰洞天)으로 유인한 요부, 그녀는 놀랍게도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누란왕후(樓蘭王后) 흑요설(黑妖雪)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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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워낙 타자가 느려서 한장을 치는데 거의 4-5시간은 걸립니다.
늦어도 이해해 주세요 ^^;
얼마나 잤을까?
문득,
「어엇!」
이검한은 자신의 몸이 급격히 하강함을 느끼고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여....... 여기는......!」
정신을 차리며 급히 몸을 일으키는 이검한,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저녁 무렵,
어느 덧 시간은 흘러 황혼녘이었다.
주위의 하늘은 온통 핏빛노을로 선명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짙은 홍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통 홍일색(紅一色)으로 타오르는 하늘!
아!
손으로 만져질 듯 가깝게 보이는 하늘의 일몰(日沒)은 실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온통 짙붉은 비단휘장으로 뒤덮여 있는 듯한 하늘,
그것은 가히 환상적인 일대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한데,
이검한은 그 화려한 장관에 마음을 빼앗길 여유가 없었다.
보라!
사막(沙漠)!
사방을 둘러봐도 주위는 온통 바다같이 막막한 일망무제의 사막이 아닌가?
「신...... 신강(新講)까지 왔구나!」
이검한은 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는 한눈에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차렸다.
──── 신강(新彊)!
그렇다.
이곳은 저 천산(天山)과 곤륜산맥이 자리한 대분지 신강(新彊)인 것이다.
동서 일만이천여 리,
남북으로 육천여 리에 이르는 거대한 탑리목대분지(塔里木大盆地)!
놀랍게도 철익신응은 그 신강으로 이검한을 태우고 날아온 것이었다.
세상에 알려지기로 신강은 온통 사막과 습지로 뒤덮인 볼모지라 했다.
하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신강의 탑리목대분지 곳곳에는 낙원같은 오아시스 지대와 호수를 낀 비옥한 곡창지대가 산재해 있었다.
그 때문에,
고래로 신강 일대에는 수많은 소국가들이 흥망을 거듭해왔다.
특히,
한왕조 이래 신강은 서역(西域)과의 교역 통로인 비단길로서 대번영을 구가한적도 있었다.
물론 신강의 곳곳에는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지독한 험지(險地)도 존재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유사지대(流砂地帶)!
맹독을 지닌 독충들이 우글거리는 대습지,
그리고,
원시 이래로 인간의 손길을 거부해온 대원시림 등등.......
천국(天國)과 지옥(地獄)이 공존하는 곳......
가히 인간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환경이 집약된 곳이 바로 신강이었다.
이검한은 발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광활한 사막을 내려다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 내가 신강에 오다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탄성을 발했다.
그와 함께,
그의 가슴은 알 수 없는 흥분으로 세차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고대사(古代史)에도 정통한 이검한,
그의 뇌리로 순식간으로 비단길을 의지하여 흥망해간 전설적인 왕국들의 고사(古事)가 그림처럼 스쳐갔다.
비극적인 종말을 고한 누란(樓蘭) 왕국과 신강 역사상 최고의 미녀였다는 누란왕후(樓蘭王后)의 전설........
누란왕후(樓蘭王后) ──── !
그녀는 그 뛰어난 미모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과 왕국을 잃었고 끝내는 여러 사내들의 품을 전전하다가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고 전한다.
그 외에도,
서역 사상 최강의 제국을 이루었던 서하(西夏) 제국의 수도였던 흑수부(黑水部)!
북원(北元)의 후손인 달단 왕부의 전설......
그 전설과 신비의 이역이 바로 이검한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알 수 없는 벅찬 격동에 휩싸인 이검한,
그가 흥분에 몸을 떨고 있을 때였다.
구우 ──── !
철익신응은 웅혼한 울음을 토하며 급격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저것은......!」
이검한은 갑자기 눈 앞으로 확 다가드는 지면을 바라보며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돌연 그의 눈 앞으로 확 다가서는 천야만야한 절벽!
동서로 이어진 그 거대한 절벽은 아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지반의 남쪽이 어떤 이유로 침몰하여 이루어진 절벽!
그 모습은 마치 수많은 창을 꽂아 놓은 듯이 보였다.
가히 일대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는 장엄한 광경!
문득,
「대...... 대과벽(大戈壁)이다!」
이검한의 입에서 격동에 찬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 대과벽(大戈壁)!
그렇다.
갑자기 이검한의 앞에 나타난 천길단애는 대과벽이었다.
거대한 대과벽은 온통 저녁노을로 짙게 물들어 마치 피를 칠한 듯 시뻘겋게 보였다.
이검한의 가슴은 세차게 뛰놀았다.
「글로만 잃었던 대과벽에 실제로 오게 되다니......!」
그는 흥분된 표정으로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하고도 장엄한 대과벽을 바라보았다.
그때,
화아......!
이검한을 태운 철익신응은 대과벽의 아랫쪽을 향해 돌진해갔다.
「......!」
이검한은 흠칫했다.
그의 눈,
거대한 대과벽 사이로 갈라진 틈바구니가 보였다.
(신응이 나를 데려온 목적지가 바로 저기인 모양이군!)
과연,
철익신응은 대과벽 사이의 틈바구니를 향해 날아들었다.
틈바구니,
그것은 뜻밖에도 하나의 동굴이었다.
동굴은 너무 은밀하여 허공에서 보지 않으면 전혀 그런 동굴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다시 말해,
새를 타고 살펴보기 전에는 발견할 수 없는 지극히 은밀한 동굴이었다.
화락!
이검한을 태운 철익신응은 동굴 안으로 날아갔다.
동굴 안은 의외로 넓었다.
「여기에 무엇이 있다는 거지?」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철익신응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때,
구우......!
철익신응의 눈가로 눈물이 번지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이검한은 흠칫했다.
(저 안쪽에 신응과 관련있는 무엇인가가 있단 말인가?)
그는 검미를 모으며 동굴 안쪽을 주시했다.
하나,
주위가 워낙 어두워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가 없었다.
그때,
구우......!
철익신응이 낮게 울며 부리로 이검한의 등을 밀었다.
「알았어, 들어가 볼게!」
이검한은 철익신응의 뜻을 알고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구우.......!
철익신응은 동굴 안으로 사라져가는 이검한의 뒷모습을 보며 만감이 서린 울음소리를 발했다.
얼마나 걸어들어 갔을까?
이검한은 흠칫하며 멈추어섰다.
「이런 곳에 석문(石門)이 있다니......!」
입구로부터 백여 장 정도 전진해 들어온 이검한,
돌연 그의 앞을 하나의 육중한 석문이 가로막아 섰다.
검푸른 청강석(靑剛石)을 깎아 만든 석문,
그 석문 위에는 아주 괴이하고도 난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이검한은 두 눈을 빛냈다.
(저것은...... 과두문이다!)
석문 위에 적혀있는 난해한 문양,
그것은 갑골문자 이전에 쓰였던 상형문자인 과두문이었던 것이다.
<현음동천(玄陰洞天).>
글의 내용은 그러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고전체의 글이 또 몇자 적혀 있었다.
일견하기에 그 글은 현음동천(玄陰洞天)이란 글이 쓰인 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첨가된 것인 듯했다.
고전체로 적힌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 이곳은 사천왕(四天王)의 영지로다. 난입자에게는 구족지멸의 강벌이 있으리라!
이검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천왕(四天王)? 천지의 사방에서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대천왕(四大天王)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두 손을 석문에 대고 밀어보았다.
그러자,
그긍......!
의외로 쉽게 석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석문에 적힌 저주가 마음에 걸렸으나 이검한의 마음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것을 짓눌러 버렸다.
한데,
「헉......!」
막 석문을 열고 들어가던 이검한은 질겁했다.
「시......시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발하며 뒤로 비칠 물러났다.
시체,
그렇다.
석문의 안쪽에는 한 구의 시체가 이검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체는 마치 필사적으로 석문을 향해 기어오는 듯한 자세로 죽어 있었다.
깡마른 체격,
그리고,
그 위에 천 년 전에나 유행했음직한 고풍스런 전포를 걸치고 있었다.
엎드린 자세로 죽어있는 그자의 왼손,
한 자루 장도(長刀)가 굳게 움켜쥐어져 있었다.
장도의 길이는 네자 정도,
좁고 긴 도신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시퍼런 섬광을 흘리고 있었다.
한 눈에 그 장도는 금석을 흙베듯하는 신병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검한은 한참 만에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 사람은 누군데 이런 곳에 죽어 있단 말인가?」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시체의 앞으로 다가갔다.
(혹시...... 이 사람은 석문에 쓰여있는 사천왕(四天王)의 한 사람이 아닐까?)
그는 검미를 모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시체의 왼손에 움켜쥐어진 보도를 빼내려 했다.
순간,
퍼──── 억!
우두둑!
갑자기 흑의인의 전신골격이 토막토막 부서져 내렸다.
「아차!」
이검한은 질겁하며 물러났다.
하나,
이미 늦은 후였다.
「쯧, 부주의로 고인의 유체를 훼손시키다니.......!」
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어,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 파천황(破天荒)!
설화석고로 만들어진 칼의 손잡이에는 그같은 글이 음각되어 있었다.
「마도(魔刀) 파천황(破天荒)이라! 섬뜩한 이름을 지닌 놈인데......!」
이검한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놀랍게도 그 보도를 쥐고 있자니 절로 불끈불끈 파괴본능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마물(魔物)이다! 살기를 부추기다니......!)
이검한은 안면을 찡그리며 마도 파천황을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이어,
그는 흑의인의 신원을 밝힐만한 단서가 없을까 해서 시체를 뒤져보았다.
이내 그는 시체에서 두 가지를 찾아냈다.
처음 그가 찾아낸 것은 한권의 얇은 책자였다.
<파천도보(破天刀譜).>
비급의 표지에는 그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한 가지의 심법(心法)과 삼식(三式)의 도법(刀法)이 기록되어 있었다.
──── 파천황심결(破天荒心訣)!
──── 파천삼식(破天三式)!
파천황심결(破天荒心訣)────!
그것은 일신의 전내공을 응축시켰다가 한순간에 토해내는 내공심법이었다.
지극히 편협하고도 신랄한 심법,
파천황심결을 운용하면 자기보다 두 배 강한 내공을 지닌 고수와도 싸울 수 있다.
다만,
일순간에 내공을 토해낸 뒤에는 완전히 탈진해버려 운신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다시 말해,
일거에 적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그 자신이 적의 독수에 견디지 못하게되는 것이었다.
파천삼식(破天三式)────!
지극히 실전적인 삼초(三招)의 도법,
수비란 없고 오로지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공격적인 도법이 그것이었다.
이검한은 냉약빙에게 여러 가지의 심오한 무공을 전수받았다.
하나,
이 파천삼식(破天三式)만큼 신랄하고 패도적인 무공은 듣보 보도 못했다.
이검한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절로 혀를 내둘렀다.
「끔찍하군. 만일 이 도법이 실제로 존재했던 무공이라면 이 시체의 주인은 아마 고금을 통틀어 열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일 것이다!」
이어,
그는 시선을 바닥으로 돌렸다.
파천도보(破天刀譜)에 이어 이검한이 발견한 것은 바닥을 긁어 새겨놓은 글씨였다.
그것은 아마도 마도(魔刀) 파천황(破天荒)의 주인이 죽기전에 사력을 다해 기록한 것인 듯했다.
<마...... 녀(魔女), 모두가 그 계집의...... 어리석게도 우리 사천왕(四天王)은 그 계집에게 모든 양정(陽精)을 갈취당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머지않아 천년내공을 지닌 마녀가...... 세상은 끝장......>
어렵게 판독한 글의 내용은 그러했다.
이검한은 앞 뒤 연결조차 불분명한 그 글을 내려다보며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무슨 소리지? 양정(陽精)을 갈취당하다니......? 또 어떻게 인간이 천년내공(千年內功)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이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동굴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간,
──── 가지마라! 천년마녀(千年魔女)가 깨어난다......!
마도 파천황의 주인의 혼령이 이검한의 발길을 저지하며 휘감는 듯 했다.
하나,
이검한의 왕성한 호기심은 그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얼마나 걸어 들어갔을까?
이검한은 비로소 멈추어 섰다.
「대...... 대단하다!」
그는 전면을 주시하며 경악의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그의 앞,
하나의 널찍한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한데,
동굴의 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광장 안은 대낮처럼 환하게 밝았다.
그 이유는 광장의 곳곳에 박혀 있는 야명주 때문이었다.
아!
실로 놀라웠다.
드넓은 지하광장.
그 전체는 마치 하나의 대전처럼 꾸며져 있지 않은가?
그곳에는 갖가지의 화려한 가재도구들이 완비되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가재도구들의 태반이 휘황하게 번쩍이는 금은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가히 황궁보고(皇宮寶庫)와도 같은 극치의 화려함,
그것은 보는 이의 입을 절로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하나,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이 화려한 지하대전은 온통 난장판이 되어있지 않은가?
마치 이곳에서 한바탕 격전이 치뤄진 듯한 모습이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가재도구들과 실내 장식품들,
그것의 대부분은 강력한 힘에 의해 부서지고 으깨어져 있었다.
이검한은 검미를 모으며 지하대전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그의 두 눈이 번뜩 빛을 발했다.
(시체가 있네!)
그는 난장판으로 변해 있는 대전 한쪽에서 두 구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었다.
한 구의 시체는 지하대전의 가운데 자리한 연못에 반쯤 몸을 담근 채 죽어 있었다.
기이하게도 연못물에 잠긴 그 인물의 상체는 전혀 썩지 않은 모습이었다.
반면,
물 밖으로 드러나있는 그자의 하체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아마도 연못물은 희세의 영약인 듯했다.
시체의 옆,
그곳에는 한 개의 벽옥패가 떨어져 있었다.
<유사지존령(流砂至尊令)!>
벽옥패의 전면에는 그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글 옆에는 생생한 용(龍)의 문양이 새겨wu 있었다.
벽옥패의 후면,
한 가지 심오한 구결이 적혀 있었다.
<유사잠행심결(流砂潛行心訣).>
구결의 제목은 그러했다.
아!
놀랍게도 그것은 흐르는 모래, 즉 유사(流砂) 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는 심법이 아닌가?
한 번 빠지면 다시는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유사(流砂)였다.
그 죽음의 유사를 물처럼 헤집고 다닐 수 있는 비법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두 번째 시체,
그것은 지하대전의 끝에 있었다.
그곳에는 어디론가 통하는 하나의 철문(鐵門)이 우뚝 세워져 있었다.
그 철문은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듯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문의 전혀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그 철문이 한철(寒鐵)로 만들어져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시체는 그 한철의 문앞에 우뚝 버티어선 채 죽어 있었다.
일신에 늑대가죽의 피의를 걸친 거한,
자세히 보니 그 거한의 가슴에는 한자루 기형검(奇形劍)이 관통해 있었다.
검의 양날에 삐죽삐죽 가시가 돋힌 장검,
그것은 낭아검(狼牙劍)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검이었다.
낭아검(狼牙劍)은 피의괴인의 가슴을 관통한 채 한철문에 꽂혀 있었다.
한철로 주조된 철문을 꿰뚫은 것으로 보아 그 낭아검은 보통의 낭아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피의괴인은 스스로의 몸을 낭아검으로 찔러 철문에 고정시킨 듯했다.
마치 죽어서라도 철문을 지키겠다는 듯이,
피의괴인의 오른 손,
한 자루의 짧은 뿔피리가 움켜쥐어져 있었다.
이검한은 현기어린 눈을 빛내며 피의인을 주시했다.
(이 사람이 철익신응의 주인일지도 모른다.)
그의 시선은 피의인의 손에 들린 뿔피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그 뿔피리가 뭇 조류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신기임을 알아본 것이었다.
이검한은 미간을 모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분이 죽어서도 지키려 한 것이 무엇일까?)
그는 호기심어린 눈을 빛내며 철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시체 옆의 철문,
그 위에는 빽빽한 글이 적혀 있었다.
<걸음을 돌려라, 인연자여! 그대의 호기심이 자칫 팔황(八荒)을 피로 물들일 수도 있음이라.>
철문의 글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피의인이 죽기전에 새겨놓은 글이었다.
「......!」
이검한은 눈을 빛내며 계속 글을 읽어내려갔다.
────어리석게도 우리 사천왕(四天王)은 죽기 전에야 그 요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현음마모(玄陰魔母)의 유물로 우리를 이곳 현음동천(玄陰洞天)으로 유인한 요부, 그녀는 놀랍게도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누란왕후(樓蘭王后) 흑요설(黑妖雪)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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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워낙 타자가 느려서 한장을 치는데 거의 4-5시간은 걸립니다.
늦어도 이해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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