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의 연인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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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낯선 곳에서의 환희
샐리는 얇은 네글리제를 가볍게 걸쳤다. 그녀는 오랫동안 화장대 앞에 앉아 정성껏 밤화장을 하였다. 제임스가 그녀의 침실로 찾아오겠다고 전화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화장대의 서랍에는 다양한 화장품이 그득히 들어있었다. 그 가운데 짙은 붉은색 아이쉐도우가 있었는데, 밤에 바르기가 너무 진한 색깔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조금 묻혀서 손가락에 발라 보았다. 그 순간 문득 그것을 젖꼭지에 발라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곧 실행에 옮겼다.
그것은 바른 직후에는 별로 진하지 않았는데 조금 지나니까 뚜렷하게 색깔이 떠올랐다. 그녀는 좀 지나치게 많이 바른 것 같아서 당황한 나머지 알코올을 솜에 묻혀서 그것을 닦아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아이쉐도우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고, 점점 핑크색 모란꽃이 핀 것처럼 무늬를 그릴 뿐이었다.
그런데 샐리는 이상하게 흥분되기 시작했다.아마도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는 화장을 시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샐리는 완전히 흥분해 버렸다. 그래서 이왕 그럴 바에야 하복부 밑의 거기에도 칠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당장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 아무리 칠해 보아도 칠한 듯 만 듯 색깔이 나타나지 않았다. 유감스럽지만 그녀는 단념하고 말았다.
그 대신 그녀는 겨드랑이와 아랫배에 향수를 마구 뿌려댔다. 향수액은 피부를 따라 흘러 나와 가느다란 물방울이 되었다가 그대로 살갗에 스며 들었다.
"이 정도면 됐을 거야."
샐리는 흡족한 표정으로 혼자말을 했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 앉아 남편이 들어 올 문 쪽을 꼼작않고 바라다보았다.
<일각수>라는 그 방의 이름은 아무래도 벽그림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커다란 침대 뒤쪽으로 벽 전체에 걸쳐 걸려 있는 그림이었다.
그것은 발가벗을 채 쇠사슬에 묶여져 일각수의 산 제물로 바쳐지고 있는 한 여자, 그리고 타이즈를 입었거나 훤희 비치는 천을 걸쳤다든지 완전 나체인 남녀 한 무리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샐리는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여자의 허리 근처에 몇 가닥의 붉은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채찍 자국이었다.
샐리는 허리를 거쳐 아랫배까지 그어져 있는 채찍 자국을 눈으로 더듬으며 그 정경을 상상했다. 갑자기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그 자국은 둔덕 밑의 숲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그것이 생길 때의 광경을 상상했기 때문이었다.
샐리는 여자의 알몸에 채찍질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남자들과, 또 그것을 당하면서 쾌감을 얻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샐리 자신이 그런 지독한 취급을 받는 것을 딱 질색이었다. 그런데 <일각수>가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양성 동물이라서 그럴까, 이상하게도 <일각수>에 있으니까 그런 짓을 한번 당해 보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이 그녀의 가슴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갑자기 출입문이 왈깍 열렸다. 남편인 제임스가 발자국 소리도 거칠게 들어 왔다. 그의 태도가 너무도 오만하고 당당했기 때문에 샐리는 오히려 한 손을 들어 남편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 할 정도였다.
"노크를 하셔야지요. 깜짝 놀랐잖아요."
펜브로크는 큰 소리로 웃었다.
"노크라고? 자기 마누라 방에 들어오는데 노크따위를 하란 말야?"
그의 말에 샐리의 로맨틱한 몽상은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남편에게 애원하듯 다시 말했다.
"그래야죠. 여보. 여기는 여기 나름대로의 다른 풍습이 있어요. 모처럼 이렇게 나만의 침실이 생기니까 갑자기 그 풍습대로 하고 싶어요. 제임스, 부탁이어요. 다시 나갔다가 노크를 해 주지 않겠어요? 조그맣게 세번 두드려 주세요. 그 희미한 소리는 아마도 나 이외에는 아무도 듣지 못할 거예요. 그러면 얼마나 낭만적이겠어요?"
제임스 펜브로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내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았다.
"샐리, 그런 것은 시간 낭비란 말야. 내가 프랑스에 온 것은 그런 낭만적인 여행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구. 비지니스 때문이야, 비지니스. 돈은 내 힘이니까."
"힘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어요."
샐리는 앵돌아졌다.
"흥미가 없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당신도 그 혜택을 입고 있잖아? 할 말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훨씬 잘 살고 있잖냐구?"
"나는 좀더 좋은 생활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건 내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 당신은 갖고 싶은 것은 모조리 손에 넣었잖아? 쾌적하고 사치스럽고. 그뿐만이 아니지. 이만하면 남편도 잘 만나지 않았어? 결혼 생활 20여 년 동안 변함없이 충실한 남편이니까 말야. 그런 여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구? 이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거야?"
"방법이에요, 제임스. 표현법이 중요하다구요. 구태여 당신의 전문적인 표현을 빌린다면 우리한테는 <포장 방법>이 문제예요."
샐리는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펜브로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어느새 잠옷 허리띠를 풀고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자신의 성기를 끄집어 내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일으켜 세우더니 그의 스타일대로 으스러지게 꼭 껴안았다.
"자아, 이리와. 이제부터는 얘기 같은 건 필요없잖아."
샐리는 남편의 팔을 뿌리쳤다.
"어머, 당신은 내 침실에 불쑥 들어 와서, 나를 일천달러짜리 창녀와 똑같이 취급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당신, 거리의 창녀 시세를 알고나 하는 소리야?"
펜브로크는 가소롭다는 듯이 히죽 웃었다. 그는 샐리의 네글리제를 성급하게 벗기려 들었다. 그녀는 물론 저항했으나, 네글리제가 찟겨질까 두려워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체념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럼 좋아요. 당신이 이곳에 온 것은 오직 그것을 하고 싶을 뿐이군요? 그렇다면 좋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샐리는 빠른 동작으로 네글리제를 어개 위로 들어 올려 훌쩍 벗어 버렸다. 그녀는 40대 여성답게 몸매가 풍만했으나, 아직도 허벅다리는 팽팽했으며 배 또한 그다지 튀어나오지 않았다. 또한 탄력있게 탱글거리는 유방도 처녀 못지 않은 자태였다.
펜브로크는 발가벗은 아내의 몸을 안으려다가 젖꼭지가 빨간 것을 보고 움찔했다. 그리고 아내가 왜 그랬는지 이내 상황을 깨달았고, 잠깐 동안이지만 아내의 기분을 이해해 주지 못한 채 거칠게 대한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샐리는 그에게 더이상 후회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위에 깔린 모피 위에 엎드려 엉덩이를 깐 채 남편의 코 앞에서 도발적으로 흔들어 댔던 것이다. 남편이 그런 체위를 즐겨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득 고개를 쳐든 순간, 그녀는 일각수의 여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 여인의 눈에는 공범자같은 표정이 감돌고 있었다.
제임스 펜브로크는 잠시 동안 아내의 엉덩이를 가만히 응시했다. 불끈불끈 하복부에 욕망이 불타 올라 왔다.
"어쩐 일이에요, 제임스?"
샐리는 남편을 돌아다 보지도 않은 채 재촉하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샐리의 등에 걸터 앉았다. 그런데 그는 이상하게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성기의 뿌리를 움켜잡아 빳빳하게 만들면서 손으로 귀두 부분에 침을 잔뜩 발랐다. 그리고 예비 동작 같은 것은 생략한 채 아내의 항문에 대고 밀어 넣었다.
"헉!"
샐리는 고통스러운 나머지 신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소리는 남편을 더 흥분시켜 더욱 거칠게 할 뿐이었다.
그는 손가락 두 개를 한 번 입으로 빤 다음 그것을 샐리의 질 속에 집어 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으흑!"
샐리의 몸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손가락의 수없는 왕복 운동으로 그녀의 질 속은 이내 흥건해졌다.
펜브로크는 조금 전보다 약간 들어가기 쉬워진 그녀의 항문을 향해 힘껏 성기를 돌진시켰다.
"헉!"
또다시 샐리는 몸을 뒤로 젓히며 비명을 질렀다.
다소 뻑뻑하긴 했지만 항문 속에서 왕복 운동이 시작됐다. 조금씩 그녀의 내부에서 쾌락의 물결이 일렁이다가 마침내 큰 파도로 출렁거렸다. 질속은 손가락이 휘젓고, 뒤에서는 살로 된 물건이 그녀를 공격해 왔다. 앞뒤에서 쾌락이 동시에 그녀를 함몰시키고 있었다.
너무 익숙한 남편의 물건과 손가락... 그런데 샐리는 오늘따라 색다른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행위가 보여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쾌감이 커짐에 따라 누군가도 함께 헐떡거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상상이 그녀를 한층 더 격렬한 관능의 소용돌이에 끌어 넣었던 것이다.
<일각수>의 여인은 불타오르는 듯한 번쩍거리는 눈으로 이쪽을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 방면의 달인과 같은 모습으로 이성을 잃지 않고, 열심히 헐떡거리고 있는 샐리를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샐리는 음탕스러운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자신의 팔을 깨물었다.
샐리는 문득 <지금 섹스를 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저 여자의 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등 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다가 마침내 정상에 도달해 야수같이 울부짖었다. 그렇게 울부짖으며 그녀의 항문을 뜨겁게 적신 남편은 어쩌면 그녀의 상대가 아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 샐리는 일각수의 여인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모피속에 얼굴을 파 묻고 뜨거운 물결리 떠내려 가는 대로 몸을 맡긴 채, 긴 신음 소리를 연발했다. 남편과 달리 샐리는 아직 클라이막스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정을 하고 그녀의 등에 쓰러진 남편은 그녀의 어깨를 깨물었다. 그곳에는 금세 이빨 자국이 생겼다. 그는 아내에게 속삭였다.
"당신은 정말 일천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있어!"
도쿄와 워싱턴에 전화를 걸 일이 있다는 핑계로 제임스 펜브로크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 갔다.
샐리는 침대 안으로 들어 갔다. 그녀는 베개를 등에 대고 누워서 자신의 갈라진 곳을 손가락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스라이 사라지려고 했던 감각들이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둘째와 세째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아 침을 적신 다음, 그 것을 갈라진 곳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남편의 그것과는 또다른 느낌이 짜릿하게 온 몸을 휘감아 왔다.
그런데 손가락으로 왕복 운동을 시켜며 본격적으로 질 속을 더듬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또다시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꼈다. 윗몸을 일으켜서 일각수의 여자가 이쪽을 여전히 염탐하고 있는가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여자의 눈은 이미 생기를 잃고 있었다. 어느새 그림 속의 다른 여자들의 눈과 같아져 버렸던 것이다.
샐리는 갑자기 시들해져 버려 갈라진 곳에서 손을 빼냈다. 이미 몸은 식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 밤, 웬지 자신의 남편을 배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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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은 좀 쉬었다가 올리겠습니다.
샐리는 얇은 네글리제를 가볍게 걸쳤다. 그녀는 오랫동안 화장대 앞에 앉아 정성껏 밤화장을 하였다. 제임스가 그녀의 침실로 찾아오겠다고 전화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화장대의 서랍에는 다양한 화장품이 그득히 들어있었다. 그 가운데 짙은 붉은색 아이쉐도우가 있었는데, 밤에 바르기가 너무 진한 색깔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조금 묻혀서 손가락에 발라 보았다. 그 순간 문득 그것을 젖꼭지에 발라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곧 실행에 옮겼다.
그것은 바른 직후에는 별로 진하지 않았는데 조금 지나니까 뚜렷하게 색깔이 떠올랐다. 그녀는 좀 지나치게 많이 바른 것 같아서 당황한 나머지 알코올을 솜에 묻혀서 그것을 닦아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아이쉐도우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고, 점점 핑크색 모란꽃이 핀 것처럼 무늬를 그릴 뿐이었다.
그런데 샐리는 이상하게 흥분되기 시작했다.아마도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는 화장을 시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샐리는 완전히 흥분해 버렸다. 그래서 이왕 그럴 바에야 하복부 밑의 거기에도 칠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당장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 아무리 칠해 보아도 칠한 듯 만 듯 색깔이 나타나지 않았다. 유감스럽지만 그녀는 단념하고 말았다.
그 대신 그녀는 겨드랑이와 아랫배에 향수를 마구 뿌려댔다. 향수액은 피부를 따라 흘러 나와 가느다란 물방울이 되었다가 그대로 살갗에 스며 들었다.
"이 정도면 됐을 거야."
샐리는 흡족한 표정으로 혼자말을 했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 앉아 남편이 들어 올 문 쪽을 꼼작않고 바라다보았다.
<일각수>라는 그 방의 이름은 아무래도 벽그림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커다란 침대 뒤쪽으로 벽 전체에 걸쳐 걸려 있는 그림이었다.
그것은 발가벗을 채 쇠사슬에 묶여져 일각수의 산 제물로 바쳐지고 있는 한 여자, 그리고 타이즈를 입었거나 훤희 비치는 천을 걸쳤다든지 완전 나체인 남녀 한 무리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샐리는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여자의 허리 근처에 몇 가닥의 붉은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채찍 자국이었다.
샐리는 허리를 거쳐 아랫배까지 그어져 있는 채찍 자국을 눈으로 더듬으며 그 정경을 상상했다. 갑자기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그 자국은 둔덕 밑의 숲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그것이 생길 때의 광경을 상상했기 때문이었다.
샐리는 여자의 알몸에 채찍질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남자들과, 또 그것을 당하면서 쾌감을 얻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샐리 자신이 그런 지독한 취급을 받는 것을 딱 질색이었다. 그런데 <일각수>가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양성 동물이라서 그럴까, 이상하게도 <일각수>에 있으니까 그런 짓을 한번 당해 보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이 그녀의 가슴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갑자기 출입문이 왈깍 열렸다. 남편인 제임스가 발자국 소리도 거칠게 들어 왔다. 그의 태도가 너무도 오만하고 당당했기 때문에 샐리는 오히려 한 손을 들어 남편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 할 정도였다.
"노크를 하셔야지요. 깜짝 놀랐잖아요."
펜브로크는 큰 소리로 웃었다.
"노크라고? 자기 마누라 방에 들어오는데 노크따위를 하란 말야?"
그의 말에 샐리의 로맨틱한 몽상은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남편에게 애원하듯 다시 말했다.
"그래야죠. 여보. 여기는 여기 나름대로의 다른 풍습이 있어요. 모처럼 이렇게 나만의 침실이 생기니까 갑자기 그 풍습대로 하고 싶어요. 제임스, 부탁이어요. 다시 나갔다가 노크를 해 주지 않겠어요? 조그맣게 세번 두드려 주세요. 그 희미한 소리는 아마도 나 이외에는 아무도 듣지 못할 거예요. 그러면 얼마나 낭만적이겠어요?"
제임스 펜브로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내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았다.
"샐리, 그런 것은 시간 낭비란 말야. 내가 프랑스에 온 것은 그런 낭만적인 여행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구. 비지니스 때문이야, 비지니스. 돈은 내 힘이니까."
"힘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어요."
샐리는 앵돌아졌다.
"흥미가 없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당신도 그 혜택을 입고 있잖아? 할 말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훨씬 잘 살고 있잖냐구?"
"나는 좀더 좋은 생활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건 내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 당신은 갖고 싶은 것은 모조리 손에 넣었잖아? 쾌적하고 사치스럽고. 그뿐만이 아니지. 이만하면 남편도 잘 만나지 않았어? 결혼 생활 20여 년 동안 변함없이 충실한 남편이니까 말야. 그런 여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구? 이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거야?"
"방법이에요, 제임스. 표현법이 중요하다구요. 구태여 당신의 전문적인 표현을 빌린다면 우리한테는 <포장 방법>이 문제예요."
샐리는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펜브로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어느새 잠옷 허리띠를 풀고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자신의 성기를 끄집어 내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일으켜 세우더니 그의 스타일대로 으스러지게 꼭 껴안았다.
"자아, 이리와. 이제부터는 얘기 같은 건 필요없잖아."
샐리는 남편의 팔을 뿌리쳤다.
"어머, 당신은 내 침실에 불쑥 들어 와서, 나를 일천달러짜리 창녀와 똑같이 취급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당신, 거리의 창녀 시세를 알고나 하는 소리야?"
펜브로크는 가소롭다는 듯이 히죽 웃었다. 그는 샐리의 네글리제를 성급하게 벗기려 들었다. 그녀는 물론 저항했으나, 네글리제가 찟겨질까 두려워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체념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럼 좋아요. 당신이 이곳에 온 것은 오직 그것을 하고 싶을 뿐이군요? 그렇다면 좋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샐리는 빠른 동작으로 네글리제를 어개 위로 들어 올려 훌쩍 벗어 버렸다. 그녀는 40대 여성답게 몸매가 풍만했으나, 아직도 허벅다리는 팽팽했으며 배 또한 그다지 튀어나오지 않았다. 또한 탄력있게 탱글거리는 유방도 처녀 못지 않은 자태였다.
펜브로크는 발가벗은 아내의 몸을 안으려다가 젖꼭지가 빨간 것을 보고 움찔했다. 그리고 아내가 왜 그랬는지 이내 상황을 깨달았고, 잠깐 동안이지만 아내의 기분을 이해해 주지 못한 채 거칠게 대한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샐리는 그에게 더이상 후회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위에 깔린 모피 위에 엎드려 엉덩이를 깐 채 남편의 코 앞에서 도발적으로 흔들어 댔던 것이다. 남편이 그런 체위를 즐겨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득 고개를 쳐든 순간, 그녀는 일각수의 여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 여인의 눈에는 공범자같은 표정이 감돌고 있었다.
제임스 펜브로크는 잠시 동안 아내의 엉덩이를 가만히 응시했다. 불끈불끈 하복부에 욕망이 불타 올라 왔다.
"어쩐 일이에요, 제임스?"
샐리는 남편을 돌아다 보지도 않은 채 재촉하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샐리의 등에 걸터 앉았다. 그런데 그는 이상하게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성기의 뿌리를 움켜잡아 빳빳하게 만들면서 손으로 귀두 부분에 침을 잔뜩 발랐다. 그리고 예비 동작 같은 것은 생략한 채 아내의 항문에 대고 밀어 넣었다.
"헉!"
샐리는 고통스러운 나머지 신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소리는 남편을 더 흥분시켜 더욱 거칠게 할 뿐이었다.
그는 손가락 두 개를 한 번 입으로 빤 다음 그것을 샐리의 질 속에 집어 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으흑!"
샐리의 몸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손가락의 수없는 왕복 운동으로 그녀의 질 속은 이내 흥건해졌다.
펜브로크는 조금 전보다 약간 들어가기 쉬워진 그녀의 항문을 향해 힘껏 성기를 돌진시켰다.
"헉!"
또다시 샐리는 몸을 뒤로 젓히며 비명을 질렀다.
다소 뻑뻑하긴 했지만 항문 속에서 왕복 운동이 시작됐다. 조금씩 그녀의 내부에서 쾌락의 물결이 일렁이다가 마침내 큰 파도로 출렁거렸다. 질속은 손가락이 휘젓고, 뒤에서는 살로 된 물건이 그녀를 공격해 왔다. 앞뒤에서 쾌락이 동시에 그녀를 함몰시키고 있었다.
너무 익숙한 남편의 물건과 손가락... 그런데 샐리는 오늘따라 색다른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행위가 보여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쾌감이 커짐에 따라 누군가도 함께 헐떡거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상상이 그녀를 한층 더 격렬한 관능의 소용돌이에 끌어 넣었던 것이다.
<일각수>의 여인은 불타오르는 듯한 번쩍거리는 눈으로 이쪽을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 방면의 달인과 같은 모습으로 이성을 잃지 않고, 열심히 헐떡거리고 있는 샐리를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샐리는 음탕스러운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자신의 팔을 깨물었다.
샐리는 문득 <지금 섹스를 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저 여자의 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등 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다가 마침내 정상에 도달해 야수같이 울부짖었다. 그렇게 울부짖으며 그녀의 항문을 뜨겁게 적신 남편은 어쩌면 그녀의 상대가 아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 샐리는 일각수의 여인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모피속에 얼굴을 파 묻고 뜨거운 물결리 떠내려 가는 대로 몸을 맡긴 채, 긴 신음 소리를 연발했다. 남편과 달리 샐리는 아직 클라이막스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정을 하고 그녀의 등에 쓰러진 남편은 그녀의 어깨를 깨물었다. 그곳에는 금세 이빨 자국이 생겼다. 그는 아내에게 속삭였다.
"당신은 정말 일천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있어!"
도쿄와 워싱턴에 전화를 걸 일이 있다는 핑계로 제임스 펜브로크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 갔다.
샐리는 침대 안으로 들어 갔다. 그녀는 베개를 등에 대고 누워서 자신의 갈라진 곳을 손가락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스라이 사라지려고 했던 감각들이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둘째와 세째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아 침을 적신 다음, 그 것을 갈라진 곳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남편의 그것과는 또다른 느낌이 짜릿하게 온 몸을 휘감아 왔다.
그런데 손가락으로 왕복 운동을 시켜며 본격적으로 질 속을 더듬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또다시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꼈다. 윗몸을 일으켜서 일각수의 여자가 이쪽을 여전히 염탐하고 있는가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여자의 눈은 이미 생기를 잃고 있었다. 어느새 그림 속의 다른 여자들의 눈과 같아져 버렸던 것이다.
샐리는 갑자기 시들해져 버려 갈라진 곳에서 손을 빼냈다. 이미 몸은 식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 밤, 웬지 자신의 남편을 배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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