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의 연인 3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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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게 된 톰은 홀의 오른쪽 구석으로 갔다. 거기에는 아까부터 웬지 눈길을 끌고 있는 대리석 조각상이 있었다. 나체로 서 있는 청년상이었다. 청년상은 손을 쳐들고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세세한 부분까지 어찌나 정교하게 묘사되었던지 청년상은 당장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해서 다음 동작을 취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톰은 자신도 모르게 문득 그 청년상의 넓적다리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팽팽한 근육이 뚜렷하게 떠 올라 있는 조각상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대리석에 손을 대고 있던 톰은 갑자기 몸이 떨려 왔다. 그것은 가슴이 두근두근 하는 듯한 기묘한 현상이었다. 그는 2년 전, 프린스턴에 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는 축구 선수였다. 사실 대학생으로서 상식과 지식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운동만큼은 남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뭐든지 정신없이 열중하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정열적인 성격에다가 부친인 제임스 펜브로크 씨가 대학에 거금을 기부한 사실 때문에 그는 학우들 사이에서 인기인이었다. 그래서 톰 펜브로크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나무랄데 없는 학생이라는 평을 받고 있었다. 이따금 <캘빈 클라인>을 모자 상표로 생각하거나, <클레오파트라>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위해 존재했던 것이라고 착각하는 얼간이 짓을 빼 놓으면 그는 정말 모범생임에 틀림없었다.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5월의 어느날이었다. 톰은 축구 시합을 끝내고 땀투성이가된 몸을 씻기 위해 운동장 한구석에 마련된 1인용 샤워실로 서둘러 들어갔다. 톰이 좌충우돌 분투한 덕분에 대승리를 거눈 후였다.
그가 승리의 휘파람을 경쾌하게 부르며 샤워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샤워실의 커튼이 열리면서 루스텔이 앞에 우뚝 서 있는 것이었다. 벌거벗은 루스텔의 온 몸에는 털이 가득했는데, 유난히 무성하고 꼬불꼬불한 털 사이로 거무틱틱간 성기가 길게 드러나 있는 것이 톰의 눈에 들어 왔다. 흑인인 루스텔의 피부는 검게 빛났고 이빨만 희게 반짝이면서 완벽한 스초츠맨의 육체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야, 누군가 했더니 톰이었구나?"
"으응, 루스텔."
"내가 첫째인 줄 알았더니, 젠장할."
"그래? 미안하다."
"무슨 소릴? 우리팀의 히어로쯤 되니까 역시 빠르다는 소리야."
루스텔이 활짝 웃어 보였다.
톰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말처럼 중얼중얼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곡 끝날거야."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옆으로 가지, 뭐."
루스텔이 어깨를 추스려 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상하게도 좀처럼 커튼을 닫으려고 하지 않았다. 톰은 그 순간 자신의 성기가 빳빳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다.
"다 했어. 지금 비워줄께."
그는 결국 샤워실의 물을 잠그는 것도 잊어버린 채, 성나기 시작한 성기를 덜렁거리며 샤워실에서 뛰쳐 나갔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지나치는 순간 톰의 하얀 성기가 루스텔의 억센 넓적다리에 스쳤다. 루스텔은 히죽 웃었다. 톰에게 그 웃음은 마치 놀리는 것 같았다.
루스텔은 샤워실로 들어가 커튼을 닫고는 샤워를 세차게 틀었다. 그리고는 어느새 힘차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톰은 샤워실 막사를 나갔다. 바깥 햇빛에 눈이 부셔서 고개를 떨구었을 때 톰은 황급히 막사로 다시 들어 와야 했다. 아직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지를 걸치고 다시 바깥으로 나와 캠퍼스의 잔디밭에 앉았다. 가슴이 방망이질을 치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언젠가 캐딜락의 뒷자석에서 금발머리에 치어리더걸인 피비 짐머맨의 몸을 더듬을 때도 드렇게 흥분하지 않았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 문득 이상한 느낌이 떠올랐으나톰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그 생각을 즉각 떨쳐 버렸다.
"더위 탓이야. 시합 때문에 흥분해 있어서 그럴 거야."
톰은 지금도 그 당시와 비슷한 감각에 사로 잡혀 있었다. 딱딱해진 하복부 때문에 가슴마저 압박을 당하는 것 같았다. 청바지 위로 불룩하게 솟은 그것에 손을 대 보니 그것은 어느새 터져 나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는 찜찜한 생각을 떨쳐 버리기 위해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여행에 지쳐서 그럴거야. 그래, 그래."
그는 자신의 그것을 툭툭친 다음, 신경을 돌리기 위해 주위를 다시금 둘러 보았다. 아마도 저택의 구석구석을 둘러 보다 보면 찜찜한 생각도 머리에서 떠나갈 것 같았다.
그는 홀의 반대쪽으로 걸어가서 여러 개의 방문 가운데 하나를 열어 보았다. 그 방에는 속살을 드러낸채 서로를 희롱하고 있는 젊은 연인들의 벽그림이 있는가 하면, 마호가니에 여체를 조각한 다리가 달린 19세기 양식의 식탁이 놓여 있었다. 또다른 방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톰은 저택의 이상한 분위기에 어느 틈엔가 사로잡혀 있었다. 천장쪽에서는 어떤 선율이 흘러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희미한 소리여서 그는 그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환상 탓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분명히 톰의 마음을 휘감아 오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어디에선가는 미우라의 향내음이 풍겨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냄새에도 웬지 모르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짐짜로 어디에서 풍겨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이상한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문득 톰은 지금까지 더듬어 온 길을 되돌아 나오려고 했다.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고, 또 뭔지 모를 사건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는 경계심 때문이었다. 그때 그 시간에 가족들이 위기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곧 그것을 부정했다.
"내가 어떻게 된 모양이네! 제인을 겁주려고 유령 얘기를 꺼냈을 뿐이데, 집안에 골동품이 가득하니까 나까지 이상해진 모양이야."
톰 펜브로크는 홀을 향해 나오다가 또 다른 방에 들어가 보았다. 벽에 온통 빨간 타일을 붙여 놓은 방이었는데, 방의 안쪽에는 문이 유리로 된 서가가 길게 꾸며져 있었고, 그안에는 가죽 표지를 한 중후한 책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대형 난로에는 빨간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야생 동물의 가죽을 씌운 팔걸이 의자와 조그만 검정색 원탁이 놓여 있었다.
특히 눙에 띄는 것은 방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석상이었다. 그것은 여자의 누드상이었는데, 사냥의 여신 디아나처럼 전통적이면서 도전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드상에는 웬지 모르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육감적이고 고혹적인 것이었는데, 조각가에게 포즈를 취해 보인 모델이 아직까지 그 방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생생한 누드상이었다.
그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톰 펜브로크 또한 포르노 비디오는 물론 <플레이 보이>지뿐만 아니라, 섹스숍에서 남녀가 실지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까지도 본 일이 있었다. 물론 그런 일들은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것이 뻔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비밀이었다.
어쨋든 그는 그런 이유로 어느 정도의 누드상을 보고 가슴 두근거릴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누드상은 그가 지금까지 느껴 본 적이 없는 어떤 미묘함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톰은 무엇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석상으로 다가가서 그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도톰한 엉덩이의 융기와 알맞게 살찐 허벅다리, 그리고 젖꼭지가 정면을 향해 도발적으로 서 있는 가슴과 비밀스럽게 살포시 부풀어 있는 비너스의 둔더을 눈으로 핥듯이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때 갑자기 뒤쪽에서 샌들 소리가나는가 싶더니만, 방 전체가 환해졌다.
톰은 갑작스런 밝은 조명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하다가 들킨 것처럼 석상 뒤로 재빨리 몸을 피하려고 하였다. 나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얼 찾고 계십니까?"
하녀는 장난기 섞인 웃음을 띤 채 마국 청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빨간 루즈를 진하게 칠한 그녀의 입술은 당장 깨물어 주고 싶을만큼 청년의 욕망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그러나 톰은 다시 한걸음을 물러 났다. 그는 상대의 유혹에 넘어갈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니, 아네요..."
톰은 말을 더듬거릴 수 밖에 없었다.
"잠시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당황했던지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무심결에 실토하고 말았다.
"이 석상이 마음에 드는데요."
나탈리가 들어왔다.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톰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얇은 블라우스 맡에서 출렁이는 가슴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누구나 그래요."
"정말요?"
"네, 그럼요. 정말 그녀는 멋있어요."
톰은 그순간 용기를 내서 손을 뻗었다. 돌로 된 여자의 몸에 손가락을 대어 보았다.그녀의 무릎 근처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살며시 어루만져 보았다. 그녀의 가슴은 비록 차가왔으나 감촉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꼭 살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무슈."
톰은 그녀의 대답에 어리둥절해 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 겁니까? 이 석상은 아주 옛날 물건이잖아요?"
"천만의 말씀! 이건 옛날 것이 아니라, 아주 최근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큰 비밀이라도 털어 놓는 듯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그에게 속삭였다.
"마담이지요."
"마담? 마담이라뇨?"
"이 집 마담... 이 저택의 주인이십니다."
그녀의 말에 톰 펜브로크는 그 석상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황급히 손을 움츠렸다.
"나는 또, 미술관에라도 장식될 수 있는 훌륭한 예술품으로 생각했는데..."
톰은 아쉬운 듯 다시 한번 석상을 훑어 보았다.
그러자 나탈리가 갑자기 그의 손목을 꽉 움켜 잡았다. 그리고 그를 석상의 뒤쪽으로 데려갔다. 어깨에서부터 엉덩이까지의 선이 매끈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눈을 감고 힘을 빼세요..."
그녀는 톰에게 그렇게 주문했다. 톰은 저항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이미 의미를 잃은 행동이었다. 그는 힘을 뺀 손을 그녀에게 고스란히 맡겨 두었다.
그녀는 톰의 손을 끌고 석상의 곳곳으로 안내했다. 넓적다리를 쓰다듬게 하고, 허리를 지나 등을 통해 옆구리로 가져간 다음 아랫배를 거슬러 가슴 쪽으로 옮겨 갔다. 그런 다음 그녀는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이 조각상은 이렇게 감상하는 거예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직접 만지면서 섬세한 살결의 감촉을 즐겨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만 그녀를 이해할 수 있아요."
"그렇군요."
톰은 눈을 감은 채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사실 이 머리 부분은 마담 것이 아네요. 한 4백년 전에 만들어진 거지요. 마담의 친구인 조각가 한 분이 이 머리 부분과 어울리는 모델을 찾다가 마침내 마담을 발견했지요. 그래서 몸체 부분만 마담을 모델로 쓴 겁니다. 그 조각가 양반의 눈은 틀림없었어요. 마담은 나무랄 곳이 없는 아름다운 분이시니까요."
무의식중에 나탈리는 손끝에 힘을 주어 젊은이의 손가락을 움켜 쥐었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어느새 땀으로 촉촉히 배어 있었다. 톰은 움찔하면서 손가락을 빼냈다.
"당신은 여자 보는 눈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어때요? 마담은 정말로 아름다운 분이지요?"
나탈리는 황홀한 눈으로 석상을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톰이 그녀의 손을 석상으로 이끌었다. 허리를 거쳐 엉덩이를 쓰다듬게 한다음, 그는 그녀의 손길을 석상의 둔덕 밑으로 인도했다. 톰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길게 토해 냈다. 그리고는 더듬더듬 이렇게 말했다.
"나탈리, 우리..."
그의 말은 목구멍에 걸려 잘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나탈리는 톰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 뼀다. 그녀는 톰을 똑바로 노려 보았다.
"대답은 <안됩니다>예요, 무슈."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왜...죠? 당신은... 지금 사랑을 하고 싶잖아요?"
"나를 벌써 그렇게 파악한 거예요, 무슈?"
그녀는 살픗 미소를 비치며 말했다. 톰은 무안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편히 주무세요, 무슈."
그녀는 그냥 돌아서려 하였다. 톰은 다시 한번 자신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마악 돌아서려는 그녀의 어깨를 돌려서 끌어안았다.
"그 <안됩니다>라는 대답은 진심이야?"
그녀는 청년의 가슴에 안긴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됩니다>는 <어쩌면>이라는 의미이고 <어쩌면>이라는 것은 <예>라는 의미이며... 또 그 <예>라는 것은 <언제든지>라는 말이죠."
톰이 그녀를 껴안았던팔을 풀자 나탈리는 발길을 돌려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톰은 만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좋았어. 암호를 알았으니까 앞으로 써 먹을 수 있겠지... 잘 자요, 나탈리!"
그녀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으나 톰은 차츰 멀어져 가는 나탈리의 샌들 소리를 환청처럼 듣고 있었다.
그는 잠시동안 누드상 앞에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한번 둘러 본 다음 누드상으로 가까이 다가가 누드상의 엉덩이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호흡조처 멈춘 채 한참동안 입술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톰은 방 한쪽 구석에서 피에르가 그 모습을 숨어서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피에르는 톰의 오랜 키스신을 보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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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수 있으면 빨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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